[태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 비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증상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항상 전략이 그 중심이다. 최근 일부 케이스들과 같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반응’에만 집중하고, 제대로 된 ‘대응’에는 별반 신경을 쓰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전략의 부재’ 때문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전략이란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것이다. 이 ‘인위적’인 작업에는 조직적인 스트레스가 필수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 스스로 이런 필수적인 조직적 스트레스를 감당해 내기 꺼려한다는 데 있다. 비 전략적이며 본능적인 반응은 이 때문에 흔히 발생된다.

    전략적이지 못한 조직, 전략적이지 못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적이지 못한 메시지, 전략적이지 못한 위기 대응만큼 위기관리에 있어 위험한 것이 없다. 이미 발생한 위기를 더욱 더 큰 위기로 키워내는 동력이 되는 것이 그런 비 전략성이기 때문이다.

    일단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위기관리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조직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을 그렇게 보는 이유는 “왜?”인가? 그 상황에서 그런 전략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그 이해관계자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는 이유는 “왜?”인가? A라는 대응 보다 B라는 대응을 먼저해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C라는 대응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왜?”인가? “왜?” 그 부서에서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하는가? 메시지를 그렇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는 또 “왜?”인가?

    그에 비해 비전략적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항상 그 “왜?”라는 질문에 답이 없거나 “그냥”이라는 궁색한 답이 돌아온다. “일단 그렇게 라도 하고 보자고 하는 거죠.” “정신 없으니까 뭐 라도 해야 하겠다 생각했어요.” “그 때는 정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느꼈지요.” “당시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였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따라온다. 스스로는 일말의 확신이나 느낌을 가졌던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도 제대로 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언론이나 고객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서도 이런 비 전략적인 조직의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당혹스럽고 불편하다. “저렇게 대응하는 이유가 뭘 까?” “저런 식으로 밖에 대응을 못하나?” “왜 자꾸 이상한 대응을 반복할까?” “정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상당히 괴상한 대응이군” 이런 반응이 생겨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판별할 수 있는 비 전략적인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 증상들은 정리해 본다. 이 증상을 보이는 위기관리 주체들은 비전략적이라는 판별 뿐 아니라, 향후 위기관리에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가능하다. 필히 기억해서 경계해야 할 증상이라는 의미다.

    첫째, 메시지보다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과하자고 한다. 사과를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자 하는 거다. 홍보실로 하여금 빨리 장소를 정해 기자들을 초청하라 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사과한다는 생각을 건너 뛰는 것이다. 사과의 순서에 대한 고민도 과감하게 생략한다. 일단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는 그 행동에만 주된 관심이 쏠려 있다. 누군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어떻게, 누구에게 하는 여러 고민을 내부적으로 제기해야 하는데,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 기업의 경우 그런 고민을 제기하는 자는 ‘수동적인자’ 또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 자’로 간주된다. 메시지가 왕이다. 기억하자.

    둘째, 커뮤니케이션은 하려 하면서, 메시지를 폄하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메시지가 왕이다. 더 나아가 메시지가 위기를 관리한다. 좋은 메시지로 위기를 실제 관리할 수 있다. 만약 10시간의 대응 시간이 주어진다면, 7~8할의 시간을 좋은 메시지를 위해 투자하라 한다. 그 만큼 메시지에 대한 고민과 들여다봄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중 핵심이다. 메시지를 가다듬고, 다시 읽어 보고, 여러 느낌이나 의견을 들어보고, 또 이를 반복하는 노력이 위기관리 메시지를 만든다. 이를 아깝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메시지 자체를 폄하하는 조직은 위기관리 실패를 예약하는 꼴이다. 메시지에 투자하라. 기억하자.

    셋째, 의사결정을 한두명이 압도한다

    일단 시간적 그리고 상황적 제약을 감안할 때 의사결정에 있어 누군가 독재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리 경계할 것이 아니다. 효율성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비전략적 증상이라는 것은 위기대응 전략과 방향 그리고 방식을 모두 한두명의 구성원이 일방적으로 정해 버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 의사결정자가 해당 상황에 편견을 가진 VIP인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VIP의 편견에 반하는 다른 중요 정보들은 종종 생략된다. VIP의 편견을 지지 또는 지원하는 극단적인 논의만 이어지고, 대응 방식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당연히 이상한 대응이 수정되면서 자꾸 반복된다. 시간은 가고, 문제는 악화된다. 오픈 리스닝에 의한 독재. 그게 핵심이다. 기억하자.

    넷째, 아이디어에 의존한다

    물론 아이디어는 참 좋은 의미다. 실제로 좋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해 낸 기업도 여럿이다. 아이디어로 위기 시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경우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비전략적 증상으로의 아이디어는 좀 다르다. 위기 상황의 맥락이나 핵심 그리고 이해관계자 의견에 대한 고민과 들여다봄이 생략된 ‘순수 아이디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부적으로 위기관리를 위해 신선(?)하다 느끼는 여러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는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린다. 위기관리에 있어 좋은 아이디어는 위기 발생 이전인 평시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다. 그런 우수한 아이디어가 위기를 사전적으로 관리한다. 위기 시 쏟아지는 아이디어는 필히 경계해야 한다. 왜 그 아이디어가 이 시기에 나오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평소에 내자. 기억하자.

    다섯째, 아무나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마치 불 난 호떡집을 연상하게 하는 조직이 있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여러 지인들과 조력자들이 좁은 미팅 룸 안에 모여 있다. 밤을 세워 이야기 나누고, 대응 아이디어들을 교환한다. 여기저기 각자 전화를 돌리고 받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경우 변화되는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 일종의 갈라파고스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두가 열심히 위기를 보고, 관리하려 애쓰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외부에서 보면 아무도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지 않는 것 같이 보인다. 시끄럽기만 하고, 바빠 보이기만 한다. 그 뿐이다. 심리적 의지는 되겠지만, 위기관리에는 아무 의지가 되지 않는다. 외부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보라.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지 물어라. 기억하자.

    여섯째, 준비 없이 뛰어나간다.

    준비는 원래 평소에 하는 작업이다. 그렇게 길고 긴 평소의 시간은 조직에게 준비를 위해 주어지는 시간이다. 이 시기 동안 제대로 된 숙제를 하지 않은 조직이 항상 위기 시 벼락치기를 한다. 그나마 꼼꼼한 준비를 벼락치기로 해도 나은데, 이를 종종 생략한다. “일단 움직여!” 이 명령은 이미 평소 많은 준비가 된 조직의 경우에 한 한다. 자신이 현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명령이다. 대부분의 실패 기업들은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이나 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일단 실행하려 한다. 그 실행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을 일으키기도 하고, 현장의 무리수를 경험하기도 한다. 준비는 평소에 하자. 기억하자.

    일곱째, VIP가 위기에 관심이 없다

    위기는 VIP가 관리한다. VIP의 관심이 없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성공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다. 실제로 이상한 위기관리 실행이 있어 이를 들여다보면 그 뒤에는 VIP의 무관심이나, 편견 또는 부재가 있다. “잘 해!”라는 말만큼 위기관리에 있어 위험한 명령이 없다. VIP가 구체적인 방향이나 전략을 설정하지 않은 채 “알아서 잘 해 주세요”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비전략성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지평선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대지에 길을 깔아 보라는 형국이다. 길을 어느 방향으로 깔아야 할지, 무엇으로 된 어떤 모습의 길을 원하는 것인지, 언제까지 길을 깔아야 하는 것인지, 길을 깔기 위해 얼마의 예산을 허락할 것인지 아무 답이 없다. 이런 경우 길이 제대로 깔리면 그게 더 이상한 게 당연하다. VIP가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기억하자.

    여덟째, 조직의 귀가 얇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이야기 전에,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그 이상한 지푸라기들이 주변에 흘러 넘친다. 어떤 한 지푸라기를 잡아 위기를 관리한다는 느낌 보다는 지푸라기 쓰레기에 둘러 싸여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 게 해보라. 아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낫다. 이렇게 해주겠다. 저렇게 할 수 있다 한다. 여러 잡음이 위기 시 조직에게 쏟아진다. 비선이 여기저기에서 실체를 숨긴 채 목소리만 낸다. 그 중 일부는 거부하기 힘든 영향력자의 목소리도 들어있다. 그에 따라 어떻게 든 ‘해 주려 하니’ 조직의 위기관리가 춤을 춘다. 내부적으로 위기대응에 대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 이런 증상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조직은 위기 시 리스닝 할 뿐, 조종당하면 안된다. 기억하자.

    아홉째, 공감이 생략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공감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감 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노른자가 빠진 계란 프라이와 같아 보인다. 이상하고 기괴해 보이는 것이다. 위에서 VIP로부터 일선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실행팀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공감의 기반을 빨리 갖추는 것은 위기관리 전략에 있어 중요한 인프라다. 이런 인프라 없는 위기관리와 그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오히려 반감을 자아내며, 위기 상황을 장기화하고 악화시킨다. 심지어 공감하는 척하는 것도 일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인데, 전혀 공감하지 않은 채 위기를 관리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다. 공감하자. 기억하자.

    열 번째,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위기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관리 전략과 방식에 대해 큰 고민이 없는 조직은 해당 위기관리 전반과 구체적인 실행 각각에 책임을 지는 자가 없게 마련이다. 일부 실패한 위기 실행을 두고 상호간 손가락질은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구성원은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실행 자체에 있어 품질이나 사려 깊음이 떨어지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정확한 책임과 역할이 있어도 어려운 것이 위기관리인데, 그런 기본이 없으면 말 할 것도 없다. 기억해 보자. 정확한 위기관리 조직원의 책임과 역할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을 것이다. 먼저 위기관리 매뉴얼을 읽어 보자.

    이상의 열 가지 증상이 공통적인 조직의 비전략적 위기관리 증상이다. 비전략적 조직의 경우 이상의 열 가지 증상 중 최소 한두가지 이상의 해당이 있다. 어떤 한 두 사람이 문제라서 그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누구도 그런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런 증상의 배제를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 하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못한다. 일부는 알지만 하지 않는다. 또 일부는 알지만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다양한 이유를 좀더 심각하게 분석하고 들여다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왜 못하는가? 그 이유를 우리 내부에서 찾으면 그 다음 답이 보인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언가? 이에 대한 답을 얻으면 문제를 풀기는 한층 쉬워진다. 그렇게 좋은 위기관리를 왜 하지 않으려 하는가?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한 답 또한 필요하다. 그런 사전적 질문 없이, 그냥 위기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다는 식의 접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비전략적 위기관리 증상을 다시 들여다보자. 그 속안에 우리 자신이 보인다면, 그 이유를 찾고,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보자. 특히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정신을 차리고 “왜?””왜?””왜?” 이런 전략적 질문을 반복해 보며 길을 찾으려 애쓰자. 질문을 하며 상호간 시비를 걸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길을 찾기 위해 제대로 된 길인지 두들겨 보며 확인해 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란 그래야 하니까.

  •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을 위한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핵심 중 핵심이 되고 있다. 그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대변인(spokesperson)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정당의 대변인처럼 공기관을 대변하는 사람들만 대변인이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대외 언론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을 상대하며, 그들을 대상으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임무가 맡겨진 자들을 모두 대변인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홍보실과 그 홍보실에서 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대변인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위기 시 회사를 대변해야 할 대변인 직위와 대상을 지정하고도 있다. 더불어 그 대변인이 평시와 위기 시 따라야 하는 원칙들도 적시하고 있다.

    이에 기업과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들을 위한 중요한 원칙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부디 대변인이 오히려 설화(舌禍)를 만들거나, 불필요한 갈등의 주체가 되거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제대로 된 대변인의 역할을 방기하는 모순이 없기를 바란다.

    미국의 한 퇴직 기자가 기업 대변인의 자세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을 무는 강아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우편배달부는 항상 강아지들을 조심하며 다닌다.” 여기에서 강아지는 곧 기자를 의미한다. 자사를 직접적으로 해하는 질문을 하거나, 공격적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대변인(우편배달부)은 기자들의 질문이나 취재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미 150여년전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의 발언은 낱낱이 인쇄됩니다. 내가 어쩌다 실언이라도 하면 그것은 나 자신과 여러분 그리고 이 나라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때문에 나는 나의 실수가 최소한에 머무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굳이 대통령 뿐 아니라 조직의 리더 또는 대변인들도 언론을 대할 때 필히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첫째, 대변인은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다.

    평시나 위기 발생 시 내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임직원은 스스로 이런 자문(自問)을 해 보아야 한다. “내가 공식적으로 이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허락되어 있는 자인가?” 만약 그렇게 공식적으로 허락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커뮤니케이션 해서는 안된다.

    대변인은 공적인 임무다. 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임무가 아닌 자가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대변인을 사칭해서는 안된다. 이는 모든 임직원은 물론 대표이사 또한 물론이다. 현 상황에서 내 자신이 회사를 대변하여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가? 해야만 하는가? 항상 답변전에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둘째, 대변인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이 대변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이 가끔은 자신의 개인적 입장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다름은 대변인 개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을 대변인이 과도하게 지지하고 감정 이입 해 열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변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공적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 대상인 이해관계자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된다. 일방적인 자랑이나 개인적 감동을 전달하는 대변인이 되어서도 안된다.

    셋째, 대변인이 단순한 스피커(speaker)는 아니다.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기계가 스피커다. 대변인이라는 영어 표현으로 ‘Spokesperson’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다. 사람(Person)이 붙는 이유를 생각 해 보자. 단순히 기계적인 신호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적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이 취합되고 정리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많은 사람 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여러 사전 정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변인은 충실한 취재자이어야 하고, 조정자여야 하며, 전략가이어야 한다. 대변인의 메시지 하나 하나는 그 역할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넷째, 대변인은 조직이 인간화 된 형태다

    기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대변인을 바라보며 그 기업이나 조직을 느낀다. 대변인의 생김새, 행동방식, 목소리, 답변 자세, 메시지, 논리, 신뢰감, 인간미 등 여러 인간적 특성이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변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에 대한 가치는 수 백 번이라도 강조해야 하다. 대변인이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신뢰를 잃는 것이다. 대변인이 공격적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기자들을 공격하는 셈이다. 대변인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아마추어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형편없다는 증표다. 대변인은 스스로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다섯 번째, 대변인은 기업이나 조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단순히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대변인이 종종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변인은 주로 답변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언론과의 질의 응답에 있어 기자의 질문 목적은 무엇인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대변인은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가? 그렇다. 좋은 기사가 나 올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 답변이나 질문에 반응하는 행위로서의 답변이 아니다. 여기에서 물론 기자가 바라는 ‘좋은 기사’는 대변인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 다름 때문에 대변인은 전략화라는 과정을 거쳐 메시지를 정제한다. 그렇게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섯 번째, 성공적인 대변인은 만들어 진다.

    현장에서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많은 대변인들을 둘러보자. 그들 중 태어날 때부터 대변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한두 해 경험을 가지고 대변인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타고난 사람도 없다. 훌륭한 대변인은 장기간 끊임없는 경험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전세계 많은 대변인들은 항상 스스로를 관리하고, 훈련한다. 반복해 연습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메시지의 중요함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함부로 우쭐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유없이 비굴해지지도 않는다. 많은 대변인의 특성은 부단한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들이다.

    이상과 같은 원칙이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것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단순한 것 같은 이런 원칙들이 실제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 가는 또 다른 문제다. 대변인이 대변인 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추어 지거나, 대변인으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구일원화가 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많다.

    기자들은 안다. 대변인에게 질문해도 그들이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대변인이 아닌 내부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한다. 문제는 여기부터 다. 분명히 사내 규정에는 ‘창구일원화’라는 문구가 써 있다. 기자를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판단하기 이전에 대변인을 통해 창구를 일원화하라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임직원들은 그 원칙을 망각한다. 일부는 원칙을 강조하다가 결국 그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다. 기자의 기술적 질문에 위험한 답변으로 호응한다. 대부분 사후에 후회하고, 자신에게 로 향한 책임 추궁을 억울 해 한다. 자신의 전략적이지 못했던 답변으로 회사와 조직이 망가졌다는 지적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의 역할은 점점 모호해진다.

    둘째, 스스로 일방적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대변인이 많다.

    대변인 개인의 생각 뿐만 아니다. 일부 VIP는 대변인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어디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지 항상 기억하십시오” 회사와 조직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라는 압력이다. 물론 반조직적인 대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문제는 대변인의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는 것이고,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지 않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대변인은 일방적 커뮤니케이터로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흔히 대변인이 홍보(selling)를 한다는 지적을 한다. 입 발린 수사학을 기반으로 말장난만 한다고도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기자들과 흔히 언쟁을 벌이고 하소연을 하는 대변인도 일방적인 생각에 편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변인은 먼저 공감하는 자가 되려 노력해야 한다. 그 공감을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꾸며 전달하려 노력하는 중간자이어야 한다. 대시 한번 생각 해 보자.

    셋째, 대변인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대변인이 사전에 먼저 취재를 해야 하고, 조정을 해야 하고, 메시지를 정제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다. 힘들어 한다. 개인이 홀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서다. 문제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많은 부서들을 모아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

    일방적 편향적인 정보들만 사내 도처에 깔려 있다. 대변인에게 전달되는 내부 정보는 상당부분 진짜 팩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정보는 내부적으로 디자인된 정보뿐이다. 상호검증이나 외부 검증을 하려 해도 대변인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 대변인이 정확하게 모른 채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흔하다. 당연히 백전불태 (百戰不殆)해야 하는데, 대신 백전백태(百戰百殆)한다. 불안 불안하다.

     넷째, 신뢰받지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기자들이 대변인을 두고 하는 말은 두 종류가 있는 듯하다. “O상무는 대단한 사람이야. 존경할 만 해”와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는 반면, “O상무는 사람만 좋아…”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기자들이 그렇게 신뢰할 만하다 기보다는 그냥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술 한잔 같이 하고, 골프 한번 치기 좋다는 경우다.

    그 외에 그 대변인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재차 검증이 필요할 때도 있고, 바로 받아 기사화하기에는 종종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기자들이 가진다. 가끔은 그 분이 내용을 잘 알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좋아 그리 부정적으로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제대로 된 메시지나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그 대변인을 안타까워한다.

    다섯 번째, 의미 있는 메시지가 없는 대변인이 있다.

    답변도 어쩔 때는 하지 않는다. 답변을 하더라도 빙빙 돌려 가면서 기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어디에서 배운 기술인지 모르지만, 알맹이 없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을 자신의 필살기라 생각하는 대변인도 있다. 기자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는지, 대변인이 상당히 딱딱하고 권위적이다.

    인간미는 없어도 제대로 된 정보를 메시지에 담아서 회사의 입장을 대변 해 주면 좋겠는데, 그 걸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그 대변인은 스스로 ‘전략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내부 원칙이 창구를 일원화 해 ‘닫아 걸자’는 담합의 의미가 아니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여섯 번째, 훈련받지 않는 대변인이 있다.

    대신에 이런 이야기는 하는 대변인이 있다. “저희 회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좀 교육해야 합니다. 기자들에게 함부로 이야기하고, 문제를 만들어 내서 제가 죽겠습니다.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좀 알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도 선진적이긴 하다.

    그러나, 대변인은 스스로도 계속 훈련해야 한다. 부족하다면 계속 시뮬레이션 하며 연습해야 한다. 자신 스스로 대변인 훈련이나 사내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열외 하면 안 된다. 향후 대변인 역할을 물려줄 직원이 있다면 그 또한 지속적으로 훈련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에만 의지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이 성장한 대변인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지속해서 훈련하고 연습하는 대변인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원칙들이 자주 위협받는다. 단순하고 쉬워 보여도 현장에서 제대로 원칙이 구현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이 바뀌는 것처럼 대변인도 계속해서 바뀌어 간다. 기업이나 조직을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이해관계자들은 그대로인데, 대변인이 계속해서 바뀐다. 당연히 메시지가 들쭉날쭉하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결과들이 일희일비 한다. 전략적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얼마전 이와 비슷한 상황에 고통받던 이낙연 총리가 장관들을 대상으로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는 것은 사회적 감수성으로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에게 나설 수 있습니다.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하는 것입니다.”

    이는 딱히 장관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대변인들이 필히 반복해 기억해야 하는 조언이다. 사회적 감수성, 본능, 준비라는 이런 가치는 아무리 반복해 강조해도 지나침이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평생 기자와 앵커를 하며 인생을 보낸 미국의 유명 언론인 샘 도널슨(Sam Donaldson)의 조언으로 마무리한다. 모든 대변인들에게 주는 그의 소중한 조언이다. “항상 기자들의 질문보다는 그에 대한 답변이 문제를 일으키더라… ”

  • 49. 공감에 인색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와 관련 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큰 원칙 중 하나는 ‘공감’이다. ‘공감’이라 하면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의미다. 친구와 가족과 연인과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러나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그런 수준의 ‘공감’을 발휘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칫 법적 책임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해관계자와의 공감에 무조건적 부담을 가지기도 한다. 왜 우리가 그런 반대 또는 부정적인 주장에 공감해야 하는가 하는 이야기도 내부에서 나온다. 일부는 공감한다는 것은 기업 스스로 나약해지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우려와 걱정 그리고 이미지 때문에 기업은 스스로 공감하는 데 인색하게 된다. 때때로 어색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감이 필수라 하니 골치가 아파진다. 공감이라는 것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공감’은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의 공감은 그 위기를 바라보고 있는 더 다양한 주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명의 아픈 사람이 있고, 그 주변에 그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기업 차원에서의 공감은 그 아픈 사람 본인과의 공감도 중요하지만, 그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픈 사람을 보고 ‘정말 많이 아프겠구나. 빨리 쾌차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을 한다면, 기업은 그와 같은 공감 정도를 해 보라는 이야기다. 기업이 그런 공감을 할 수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저 기업도 우리와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동질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야 그 후 진행되는 중요한 위기관리 메시지가 함께 공감 받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일단 상대방으로부터 공감 받아야 그 후 이해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 반대로 상대를 이해시키려면 먼저 공감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공감 없이는 이해도 없다. 따라서 기업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공감을 빼면, 그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사람들로부터 이해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적이지 못한 것이다. 기업이 인간화 되어야 한다는 위기관리 원칙에 반해, 기업이 비인간적으로 비춰질 가능성까지 생기니 더 큰 문제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보면, 항상 맨 앞부분은 공감으로 채워진다. 충분한 공감 메시지를 담아 그 뒤에 있는 메시지들을 더 많이 이해시키고자 하는 전략이 숨어 있다. 사과를 하거나, 해명을 하거나, 심지어 반박을 할 때도 공히 공감을 나타내는 메시지는 앞장을 선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사과를 드립니다.’ 이 말은 기업 스스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는 공감을 표현을 하는 것이다. ‘이번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무엇보다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라는 말은 논란이 발생되어 그와 관련 한 많은 걱정과 염려를 한 국민들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고 있다. ‘고객 여러분들께 이번 문제로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 메시지 또한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은 고객과의 인간적 공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은 이내 ‘아! 이 기업이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있구나,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은 궁금증을 보이게 된다. 그 이후 기업의 메시지가 적절하다면 많은 사람들은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지게 되고 이어 신뢰를 주게 된다.

    반면, 앞에서 아무런 공감을 표현을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은 OOO-OOOO번으로 연락하셔서 치료비를 받아가십시오’와 같은 투의 직접적이고 사무적인 로보트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공감에 인색한 기업은 인간적이지 못한 기업이다. 위기는 인간이 발생시키지만, 그 위기를 푸는 것도 인간이다. 기업이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된다. 그 메시지를 듣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감처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이를 전략적으로 노리는 노력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공감 전략이다. 공감에 대해 좀 더 익숙해지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45. 일반공중과 맞서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해관계자들은 위기 시 기업이 적극적으로 우선순위를 부여 해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상이 된다. 그들은 직접적으로 해당 위기를 최악의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 또는 ‘영향력’이 있는 그룹이다. 그들이 대부분 적극적 적대로 돌아선다면, 위기관리에서는 백약이 무효 해진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측에서는 데미지 컨트롤이라 해서 피해만 최소화 해 생존하는 전략이 고안되기까지 한다. 장애가 생기더라도 죽지만 않고 살아 있으려는 생존 우선 전략 밖에 가능한 대응 전략이 없다는 의미다.

    그런 이해관계자와 달리 일반공중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대상이다. 진작 이해관계자들은 침묵하고 별다른 부정적 태도를 아직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반공중이 먼저 공분을 조장하며 흥분하는 상황을 상정해 보자. 기업은 이 상황에서 일반공중과 맞서려는 본능을 발휘한다.

    일반공중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일반공중의 의견에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이야기한다. 일반공중 중 문제를 확산시키는 몇몇을 찾아내려 애쓴다. 물론 그런 적극적 대응 방법이 일부 통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 댓글에 맞서 문제가 많은 댓글 게시자들을 리스트화 해 소송하며, 합의는 없다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충격 요법이라 할 수 있겠다. 광풍이 몰아치는 온라인 현장에서는 그러한 충격요법이 문제 확산이나 모방을 단절시키는 대응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외 기업 위기에서 기업이 익명의 수많은 일방공중과 맞서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거나 실효성 있는 대응은 아니다.

    일방공중은 말 그대로 일반적 공중이다. 우선 익명성의 그늘 뒤에 숨어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말과 감정을 드러낸다. 그들의 불평과 불만의 수 또한 그들의 머릿수가 아니다. 부정 여론을 일으키는 사람은 일반공중 속에 1%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1% 정도의 사람들이 99%의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반공중은 위기 시 기업이 마주해 다툴 대상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위기 시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부정 여론을 갑자기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이나 도시전설일 뿐이다.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는 다수 익명의 그들을 직접 면대면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며 싸우는 자처럼 어리석은 자가 없다. 일반공중이 딱 그런 상대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잃을 것도 없다. 아니면 말고.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번 위기에 그리 열중하며 비판 하다가도, 다른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에 눈길을 돌린다. 기업이 위기대응을 해 문제를 해결하면, 이내 흥미를 잃는다.

    예를 들어 온라인 상에서 퍼지는 루머에 대해 기업 내 VIP가 개인적으로 장문의 글을 올려 해명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무엇인가? 일반공중 사이에 도는 루머를 한방에 잠재우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그 VIP의 해명글로 인해 더욱 더 큰 주목과 추가 논란이 재생산된다면 그런 실행은 유효한 것이었을까? 그 외 다른 방식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라면 더더욱 일반공중과 맞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근에는 각자가 온라인 상에서 마이크로 셀럽이 되었다 생각 하기 때문에, 낯선 셀럽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그들이 자신과 관련된 논란 시에 일반공중을 대상으로 종종 올리는 ‘해명’ ‘반박’ 등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일반공중에게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기업처럼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런 해명이나 반박이 바이럴적 목적까지 뛸 정도이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 부르기도 민망하게 되었다. 실제 자신이 위기를 관리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다른 방식과 채널을 강구하는 것이 맞다.

    일반공중과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맞서고 싶은 생각이 들수록 기업은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에 더 투자 해야 한다. 더 많은 관리 역량과 커뮤니케이션의 반복을 통해 핵심 이해관계자의 태도를 바꾸려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일반공중은 여론이라는 큰 관점에서 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큰 바람이 북동풍인지 남서풍인지를 확인하는 나침반 정도는 될 수 있다. 그런 방향성을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보다 집중하자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고 그 바람에 주먹을 날리거나, 발길질 해 보았자다. 그 바람에 중요한 건물이나 가로수나 조각상들이 날아가지 않게 단단히 잡아매고, 실내로 들이고, 그들을 케어 하는 것이 상책이다. 바람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날아다니는 것들 때문에 사람은 죽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44.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바를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평소 사업을 영위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적인 이해관계를 스스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시민 의식이라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경영 개념이 나온 기반이 그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 환경적 이해관계자들은 고객, 직원, 언론, 정부, 시민단체, 지역 커뮤니티, 온라인/오프라인 공중, 투자자, 거래처 등 각 기업 특성에 따라 그 수와 범위와 다양성에 많은 차이가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평소 자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각각의 특성을 잘 분석 해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좋다. 모든 위기에는 그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난다. 평소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던 이해관계가 아닌, 새롭고 충격적이고 부정적인 이해관계가 생겨나 일부 또는 전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는 해당 상황이나 문제를 풀기 위한 직접적 상황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에 걸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관리하는 이해관계자 관리 또한 중요하다. 다양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그 기반이다. 해당 위기로 손상, 변형, 악화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이해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이해관계자 관리가 되겠다.

    예를 들어 최근과 같이 연이은 자동차 발화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게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그룹이 될까? 우선 발화사고를 경험한 고객이 최우선 이해관계자가 될 것이다. 그 외 모든 고객들이 그 다음 이해관계자가 되고, 해당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던 잠재적 고객들이 그 다음 이해관계자가 될 것이다.

    그 외 위기관리 관점에서 부가적 이해관계자들이라면 해당 이슈를 다루는 정부와 수사기관, 국회,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 일반 공중 등이 될 수 있다. 그에 더해 딜러사들과 본사 그리고 직원들도 내부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적으로 자동차에 화재로 인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 집중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은 ‘고객’이다. 그 중 특히 화재 사고를 당한 고객들은 위기관리에서는 ‘원점’이라 불리며 가장 시급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된다. 원점에 대한 정확하고 사려 깊은 관리 없이는 위기는 절대 짧은 시간 내에 관리되어지지 않는다. 그 원점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후 대응을 고민해 신속 실시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원점관리의 첫걸음이다.

    그 다음은 혹시나 자신의 자동차도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주차장 진입까지 거부당하며 당황 해 하는 일반 고객에 대한 관리가 두 번째가 되겠다. 그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 그들의 우려와 당황스러움을 해소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잠재 고객들에게는 어떤 관리가 필요할까? 자사의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던 잠재 고객들의 마음 속을 이해해 보려 노력해야 한다. 이 위기와 관련 해 자사가 어떤 대응과 정책 그리고 원칙을 보여주어야 잠재 고객들이 고개를 끄덕일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위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그들에 대한 관리의 우선 순위와 시급성이 정리될 수 있다. 그에 따라 관리 순위나 비중을 배분해 신속히 실행하는 팀워크는 그 다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 시 그들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세세하게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은 주로 모니터링과 인터뷰, 소프트사운딩과 같은 다양한 방식과 채널을 통해 주요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한다.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언론이나 온라인 상에서 주장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분석 해 듣는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핵심을 제대로 챙겨 위기 대응에 기반을 삼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자동차 화재 위기 케이스에서도 이런 전략은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사고를 입은 고객과 사고를 입을까 우려하는 많은 고객들, 그리고 아직도 자사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잠재 고객들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들어야 위기는 관리 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따라 하면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들어서 행하는’ 이런 간단한 위기관리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다른 내부적 이해관계가 간섭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추가적인 이익 손실에 대한 우려, 실행 예산의 제한, 내부 정치적 갈등, 딜러사와의 사후 이슈, 법적인 고려 등에 의해 ‘들었지만 행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원칙은 원칙이다.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바대로 문제를 해결하면 위기는 잘 관리될 수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43. 사과를 더 조심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언제부터 인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사과’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버렸다. ‘사과’라는 개념을 떼어 놓고는 기업 위기관리를 논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심지어 정부나 공기관을 포함한 거의 모든 조직 위기에 있어서 언론에서는 주로 ‘사과’에 대한 부분을 중심으로 비판 또는 지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사과’ 개념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수 많은 방법론 중 하나일 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그런 사과할 일을 미리 관리 해 만들지 않는다는 개념이 더욱 올바른 것이다. 같거나 유사한 사과를 반복하는 것도 기업 스스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사과만 하면 위기가 관리된다는 생각이나, 사과만 하면 위기가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위험하다.

    이런 지적에도 기업들은 흔하고 쉽게 사과한다. 사과를 전략적 대응이라 생각하고 선택한다. 상황이 가라앉지 않으면 반복해 연이어 사과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관심에 비해서 실제 사과의 실행 수준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과가 다른 문제를 더해 발생시키는 경우까지 생기니 말이다.

    첫째, 사과에서는 사과의 주체가 중요하다 볼 수 있는데, 그 주체가 모호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 VIP가 만든 위기에 대해 법인이나 전직원이 사과 주체가 된다. 그 문제에 책임과 개선을 이야기해야 할 대표이사가 보이지 않는 대리 사과도 있다. 이를 적절하다 받아들일 수 있겠나? 사과의 주체가 모호할수록 사과의 공감대는 희미해 진다. 적절하지 않은 화자의 사과는 어리둥절 함만 키울 분 위기를 관리해주지는 못한다.

    둘째, 사과에서 자사가 어떤 잘 못(사과의 주제)을 했는지 정확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과 하면서 무조건 자사가 저지른 실수를 길고 장황하고 디테일 하게 정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소한 사과 받는 대상에게 자사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이고 개선을 위한 확신을 상대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셋째, 사과에는 항상 개선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업은 이 부분을 가장 어렵고 힘들어 한다. 실수를 용서해 달라는 이야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겠다는 이야기에는 결국 돈이 든다. 하다 못해 힘든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부담스러워 한다. 그런 부담을 피해 앞으로 잘 할 테니 그냥 지켜보라는 사과는 통할 리 없다.

    넷째, 사과의 대상을 잘 못 정한다. 기업 위기에는 항상 그 것으로 인해 고통받고, 피해를 입고, 슬프거나 화를 내거나 억울해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관리 방안인 사과는 당연히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맞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많은 기업이 그들 이해관계자를 피해, 모아 놓은 기자들에게 사과한다. 온라인 홈페이지 상에서 사과한다. 전혀 관련 없는 이해관계자에게 쉬운 채널을 통해 사과하는 것이다. 간편하게 사과를 해 치우려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공분하는 이해관계자에게 좋게 받아들여 질리 만무하다.

    다섯 번째, 개선을 약속하고 개선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시 유사한 사과를 반복한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일부 기업 홍보실은 사과문을 하도 자주 써서 사과문 작성하는 데에만 기술이 생긴 실무자까지 생겨났다. 언제까지 이런 비슷한 사과를 반복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된 문제의식도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지난 사과를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도 없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도 위기다.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사과를 일단 제대로 해야 그 다음 위기관리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사과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해 서든 사과를 건너뛴 개선이나 면피를 구하는 경우들이 있다. 사과를 너무 난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과해야 할 상황에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를 기반으로 보면 실패하는 사과를 하는 기업의 사과 특성은 일단 주체를 가능한 모호하게 정리하면서 시작한다. 그에 더해 자사가 저지른 실수를 대충 얼버무린다. 물론 깊은 책임 통감이나 개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나 플랜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과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기자들을 모아 퍼포먼스 하며 전달한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얼마 후 또 이를 반복한다. 다시 그리고 다시 그 전철을 밟는다. 하지만 매번 그런 (불완전한) 사과가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사과해도 위기는 잘 관리되지 않더라는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 한다.

    결국, 더 이상은 위기 시 사과하지 않겠다 결심한다. 굴욕적 사과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되니 사과 그 자체는 아무 효과가 없다 간주하는 것이다. 이후 사과해야 할 상황에서 지속되는 그런 트라우마 기반의 고집이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이런 최악의 사과 대응이 최악의 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성공일까? 실패일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가 발생하면 언론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은 그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위기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사람들이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술자리 안주가 되기도 한다. 때때로 각종 온라인이나 방송에서는 패러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일정 시간 후 위기가 마무리되면 많은 전문가와 비평가들이 해당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다. 각종 기사와 기고 그리고 종편 방송 패널들이 각자 이번 위기관리가 실패했다 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다룬다. 각자 여기저기에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가장 고민스러운 것 중 하나가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평가라고 한다. 자신은 열심히 밤을 새워가며 위기관리를 했기 때문에 이번 위기관리는 그래도 선방한 것으로 본다 하는데, 위에서는 다른 평가를 하시니 고민이라 한다. 때로는 내부에서는 나름 이번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판단하는데, 외부에서는 실패라고만 하니 골치가 아프다 이야기하기도 한다.

    각자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니 그 평가가 각 각인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 사내에서도 VIP의 평가와 임원진들의 평가와 팀장과 직원들의 평가가 서로 엇갈리니 무엇이 진짜인지 헷갈린다. 각자 다른 기준 그리고 다른 평가와 지적들 그 중에서 꼭 새겨야 하는 위기관리의 평가 기준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해당 기업이 이번 위기로 지속가능성에 일정수준 이상 피해를 입었는가?

    어떻게 보면 이 기준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성패의 기준이 될 것이다. 여러 위기 중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기를 가장 중요한 위기라고 정의하는데, 그와 관련된 평가다. 그 기업이 이번 위기로 입은 피해로 더 이상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되거나, 지속되는데 있어 중대한 장애가 생기는 경우까지 된다면 그 위기의 심각성으로 인해 위기관리는 실패했다 볼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그러한 위기였음에도 위기관리를 잘 해서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시켰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특정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가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판정하는데 매우 깊은 고민을 한다.

    연예인과 같은 셀러브리티들의 개인적 명성 위기에서도 이런 기준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떤 논란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런 셀러브리티 위기관리를 하는 주체는 해당 셀러브리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정확하게 위기관리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 가용한 모든 역량과 자산을 쏟아 부어 해당 셀러브리티의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거나 방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해 해당 셀러브리티가 더 이상 활동(지속)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리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된다.

    둘째, VIP가 어떻게 이번 위기관리는 평가하는가?

    사실 실무자들이나 일부 임원들이 자위적으로 하는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하나의 무용담이나 넋두리 이상의 가치도 없어 보인다. 위기관리에 관한 평가 중 가장 힘이 센 평가는 VIP가 표현하는 해당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다. 이론적으로나 합리적인 생각으로는 좀 이해가 안 갈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니 어쩔 수가 없다.

    실제 위기관리를 진행한 많은 임직원들이 마음 속으로 ‘이번 위기관리는 우리가 세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것 같다’라 생각해도 VIP의 생각이 다르면 그 상황은 반전이 된다. VIP가 “그래도 이번 위기관리는 내 생각보다 잘 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해당 위기관리는 사내에서 성공한 위기관리로 칭송된다. 더 잘하겠다는 덕담이 오고 갈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반대 경우에 발생한다. 임직원들은 이번 위기관리에 악전고투했지만 그래도 선방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다. 이 때 VIP가 “이번 위기관리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위기관리를 실행한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바로 초상집이 되어 버린다. 나름 열심히 위기관리를 리드했던 임원 몇몇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생기기도 한다.

    교과서적으로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하고 따지는 것은 이 상황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VIP가 성공이라 평가하는가 실패라고 평가하는가만 기준이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때 외부만큼 또는 외부보다 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VIP의 눈높이와 기대치를 관리하고 적절한 대응이라는 이미지를 일관되게 유지해 놓기 위해서다.

    셋째, 언론을 비롯해 대부분의 관전평이 어떤가?

    위기 시 언론 기사 한두개가 자사의 편을 들어준다고 이번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평가할 수는 없다. 어떤 기업에서는 그래도 메이저 언론이 그나마 이번 위기관리를 선방이라 평가해 주었다면서, 내부적으로 그런 평가를 조심스럽게 공유하기도 하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유사하게 하는 평가를 잘 분석해 보면 대략 해당 위기관리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내부에서는 억울하고, 그 시각이 마음에 안 들고, 반대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위기관리 성패의 기준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위기라는 것 자체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되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의 관전평이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평가 방향에 있어 큰 흐름은 있을 수 있다. 그 흐름이 곧 기준이 된다. 물론 성공이나 실패다라고 논하면서 언론이 드는 세부 기준이나 판단원인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큰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오류가 아니라면 그에 대한 평가는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된다.

    이 기준이 더욱 골치 아픈 것은 이런 언론을 비롯한 여러 권위적 미디어의 관전평이 사내적으로 VIP와 대부분의 임직원의 평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대부분 위기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게 되면, VIP와 임직원들도 그에 동화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반대로 실패했다는 언론의 평가가 주류를 이루면 사내에서는 선뜻 성공이라고 판단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그래서 실무자들은 언론의 관전평이 가능한 순화되거나, 긍정적으로 진행되기를 갈망한다. 위기 시에도 원할 하게 언론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고자 노력한다. 최소한 실패했다는 평가를 하는 대신, 그런 관전평 기사를 아예 쓰지 말아 달라 부탁한다. 일부 언론이 이번 위기관리는 성공이라며 긍정적인 관전평을 기사화 하겠다고 해도 기업에서는 부담스러워 한다. 언론이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한다.

    넷째, 어떤 사례로 남는가?

    주홍글씨. 그와 관련된 기준이다. 일단 실패나 성공 사례로 평가된 위기관리는 그 수명이 몇 년을 간다. 유사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다시 기억속에서 소환이 된다. 그 유사 위기가 다른 기업의 것이라도 관련되어 소환이 된다. 같은 유사사례를 다시 경험했다면 그에 대한 소환은 더욱 격렬해진다.

    이런 몇번의 기억 소환이 이루어지면, 그 회사의 위기관리는 그냥 상식처럼 인정받는다. 실패와 성공을 그 때 그 때 평가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일반적 선입견을 가지고 매 번 위기관리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럴 줄 알았다는 선입견이 그 기반이 된다.

    몇 번 실패했던 기억을 남긴 기업의 위기관리는 매번 ‘실패할 줄 알았다’는 선입견이 관전평의 기반이 된다. 반대로 여러 번 성공했던 기억을 남긴 기업의 위기관리는 ‘이번에도 성공할 줄 알았다’는 선입견이 관전의 기반이 된다. 물론 둘 다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기업이 경계해야 하는 평가기준이 이런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깊은 기억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은 신속성과 과감성이 필요하다. 적절한 위기관리를 통해 위기 지속기간을 최단기화 하는 노력을 한다. 공중의 기억에 남을 만큼 위기를 지속시키지 않겠다는 목표를 두는 것이다. 빨리 해결해 버린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당면한 위기에만 주로 몰두할 뿐이다. 이전의 주홍글씨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기도 한다. 그런 주홍글씨가 정말 문제라면 개선을 위한 노력과 위기를 최소화하려는 각오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주홍글씨를 탓하면서 무기력한 위기관리를 한다. 그 위기관리의 문제는 또 다른 주홍글씨를 만들고, 이전의 주홍글씨를 더욱 더 선명하게 키운다.

    마지막 기준,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읽어 보는 노력이 있으면 가장 좋겠다. 특정 위기를 경험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위기관리를 했다면, 그 이후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한번 들어보는 것이다. 서베이나 FGI를 통해서라도 그들의 생각과 평가를 받아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런 사후 노력을 가볍게 생각하고, 불필요하다 생각하는데,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노력이 이 리스닝 부분이다. 고객과 관련 한 위기였다면 일반 고객들을 사후에 모아 그들의 평가를 받아보자. 거래처와 관련된 위기였다면, 사후 그들의 평가를 받아보자. 그들의 평가가 사실은 가장 가치 있는 것일 수 있다.

    내부에서 성공이라 자의적으로 판단할지라도, 핵심 이해관계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 반대로 실패라고 우울해 있는 기업에게 핵심 이해관계자는 다른 응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절대적 평가의 기준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지난 위기관리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는 충분하게 얻을 수 있다.

    애초부터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해관계자 개념이 기반 되지 않고 서는 위기관리에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워진다.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입장과 목소리가 대응 전략의 기조가 된다. 그리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주제가 된다. 따라서 위기관리 사후에 다시 찾아 듣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처럼 일관된 기준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준 이외에도, 언론이나 여러 전문가들은 더욱 흥미로운 위기관리 평가 기준을 제시하며 그에 기반 해 관전평을 공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위기가 발생한 이후 주가의 추이를 그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위기 발생 초기에 폭락했던 해당 기업의 주가가 대표이사의 사과 기자회견 이후에 반등에 성공했다는 스토리를 드는 것과 같은 형식이다.

    그러나 위기와 위기관리를 주가의 추이와 연동하는 평가 방식은 항상 논란의 여지가 많다. 실제로는 대부분이 실패했다 평가하는 기업의 위기관리 이후 일정시간이 흐른 후 주가가 정상화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하는 등의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가는 위기관리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 이야기하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외부의 관전평에 대해서 “외부 사람들이 내부 사정을 잘 몰라서 부정확한 평가를 한다. 가치가 없다”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부 사정이 아니다. 위기관리가 궁극적으로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외부 관전평이 형편없는 실패라 비판 받는 경우는 없다. 반대로 실제로는 형편없이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에서 성공한 것이라 평가하는 경우도 흔하지는 않다. 내부 사정을 모른다 해도, 외부에서 큰 시각으로 볼 때 실패다 성공이다 평가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평가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정해져 있어 케익을 반으로 가르듯 시원한 단 하나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에서 언급한 여러 기준들이 하나의 방향을 공통적으로 가리킨다면 그 평가는 객관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위기관리를 통해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유지시키고, 그에 대해 VIP가 긍정적 평가를 하고, 언론의 좋은 관전평과 성공의 사례로 일컬어지며, 핵심 이해관계자가 치하하는 위기관리를 생각해 보자. 이런 위기관리는 누가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결국 이상의 위기관리 기준들은 위기관리 전략과 우선순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우리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지향해야 하는 대상과 방향을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 40. 훈련된 대변인에 의지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 중 가장 ‘전략’에 대한 의미가 큰 영역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상당부분 ‘통제(control)’를 의미한다. 미시적 관점에서 다양한 통제(control) 요소들을 관리(management) 해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성공이 가능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큰 위기가 닥치면 모든 구성원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조언 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원 보이스(one voice) 전략이다. 그러나 이 조언을 말 그대로 받아들여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는 전직원이 정해진 메시지들을 일사불란하게 내외부로 전달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인식하면 문제가 생긴다. 현실적으로 전혀 실행 불가능한 개념이라 서다.

    임직원 십여명이 모여 합창을 하더라도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메시지를 개발해 사내 공유하는 실행도 현장에서는 무척 버겁다. 그런 와중에 그 메시지를 수천 수만명 직원들이 정해진 그대로 전달해 낼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선 전략으로 ‘창구 일원화’ 주문을 한다. 수천 수만명 임직원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외부 창구를 정리하고, 그 창구만을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자 조언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해진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이유다.

    대변인이란 그 정해진 창구 일선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자다. 당연히 회사를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공식성을 안팎으로 인정받는다. 대변인에게는 사적 생각이나 메시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변인은 내외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해진 회사의 공식 메시지를 말 그대로 ‘전달’하는 자다.

    대변인의 임명은 기존 업무와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해 정리된다. 홍보실 임직원 중 한두명이 암묵적으로 그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해관계자별 전문 대변인을 임명 해 훈련한다. 대관 업무, 대민 업무, 대소비자 업무, 대언론 업무, 대직원 업무, 대거래처 업무, 대노조 업무 등 각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구 대변인은 어느 회사나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존재한다.

    회사의 대변인이 한 명이건 수 십 명이건 기본적으로 대변인은 훈련 받아야 하고, 해당 이해관계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평시부터 지속적인 대이해관계자 경험을 쌓은 자여야 한다. 단순하게 사내 직급을 중심으로 훈련, 이해, 경험이 없는 자가 위기 시 대변인 역할을 맡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실행이다. 누구든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자는 평시나 위기 시 기업을 대표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된다.

    여러 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자사를 대표하니, 당연히 대변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가 질문한다. 만약 대표이사가 해당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전문적 훈련을 거치고, 완벽에 가깝게 연출 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대표이사는 대변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표이사라면 대변인이라 할 수 없으며, 급히 대변인 역할을 해서도 안 된다.

    ‘내가 대표인데 기자 질문에 답을 안 할 수 있나?’ ‘내가 대표인데 모른다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대표인데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못해서야 되겠나?’ 등과 같은 생각을 일반 대표이사들은 종종 한다. 이런 생각 자체가 대변인으로서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정해진 대변인이 아니라면 누구든 누구에게도 어떤 질문에도 답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통제(control)와 관리(management)의 개념을 기억하자.

    대변인이기를 원하는 대표이사라면 먼저 훈련받아야 한다. 준비하지 않고 전문적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해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그 결과는 백전백패다. 실패한 수 많은 대표이사들과 우스꽝스럽게 된 자신 관련 보도를 접한 VIP들이 반복적으로 후회하는 부분이다. 함부로 이해관계자에게 나가고, 이를 피하고,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훈련을 생략하고 무조건 나서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천군만마 역할을 한다. 성공적 대변인은 메시지 한두줄과 표현 한 두개로 위기 상황을 완화, 전환시키고 이해관계자 공감까지 이끌어 낸다. 흔히 레토릭(수사학) 그 자체에만 주목하곤 하는데, 대변인에 의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기업 철학과 전략의 수준에 기반 해 성패가 나뉜다 볼 수 있다.

    훈련 받은 대변인은 이미 알고 있다. 스스로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공감 받을 수 없다. 철학적 기반 없는 메시지는 공허하다. 레토릭에만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은 곧 이해관계자들에게 거부된다. 실행을 전제하지 않는 메시지는 이내 비판받는다. 자기 중심적이고, 자사보호만을 목적으로 하는 메시지는 효과가 없다. 이런 소중한 깨달음이 훈련 받은 대변인들에게는 기본이다. 기업이 대변인을 의지해야 하는,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래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하고 싶은 말도 못하는 건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미디어트레이닝에서 들어보면 제가 회장이 되었는데도, 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면 안된다는 거네요? 좀 불편합니다. 기자가 묻는데 답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다 하거나, 홍보실 통해 답변 받아라 하기도 좀 그렇고. 하고 싶은 말을 전혀 못하는 거네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장님, ‘하고 싶은 말씀’을 좀 더 함께 들여다보았으면 합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회장님께 말씀드린 핵심은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누구나 이해하고 있는 메시지 이외의 것을 이야기하는데 각별히 주의하시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회장님은 이제 회사를 대표하는 대변인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대변인이라면 회장이건 홍보실 임원이건, 심지어 홍보실 막내 직원이라 할지라도 공히 지켜야 할 룰이 있습니다. 그 중 사적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입니다. 회장님께서도 상상해 보시죠. 회사와 관련한 아주 민감한 이슈에 대해 홍보실 직원이 자신이 가진 개인적 생각을 언론과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시죠. 아마 등골이 서늘하실 겁니다.

    회장님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더욱 더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일단 그 자리에 오르셨으니 스스로 하실 말씀은 하시고 싶고, 꼭 해야 하면 해야만 한다는 그 기분은 공감합니다. 그 자체를 하지 마시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 커뮤니케이션 하시기 전 홍보실을 중심으로 하는 이해관계자 전문 부서들과 사전에 상의하시고, 메시지를 가다듬어 달라는 것입니다.

    가끔 기자들과 말씀 나누시다가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표현을 사용하시기 즐기는 VIP가 계십니다. 기업 리더이시면서 정치인 지인분들의 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따라하는 VIP도 계십니다. 자신의 성격에 따라, 습관에 따라 이해관계자들과 말씀하시기 주저하지 않는 VIP도 계십니다. 이분들 중 상당수가 한 두 번 이상은 언론에 의해 창피나 오해를 산 경우가 있으실 겁니다.

    그런 경우 VIP 대부분은 해당 언론이 맥락을 생략했다 합니다. 예의 없고 악의가 있다 합니다. 해당 매체가 다른 생각이 있어 그런 오점을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기자가 나쁘니 소송을 하자 결심하기도 합니다. 보다 선진적 VIP라면 그런 사후약방문이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미 이해하고 계실 것입니다.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은 열 번 잘해도 단 한번의 실수나 오해로 그 이전의 명성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말 그대로 전투장입니다. 준비나 훈련 없이 나가서는 당연히 패배하는 구도입니다. 더구나 미리 상의 되거나 고려되거나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를 무기로 해 나서는 것은 무모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나서는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홍보실에게 질문하십시오. “내가 이런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문의하십시오. 홍보실은 언론을 넘어 여론 전문가들입니다. 분명히 그 메시지를 듣고 여러 생각과 관점을 말씀드릴 것입니다. 그 피드백이 내심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력한 메시지가 희석되는 것을 싫어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한번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생각해 보십시오. 회장님 스스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인가? 회장님 개인이 공개적 창피나 비난을 당하는 것이 목적인가? 회장님 이미지나 명성이 설화를 만드는 경영자로 인식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홍보실 조언을 사전에 필히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못 할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그 상황과 그 맥락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니 문제가 발생합니다. 갑갑하고 억울해도 사전에 메시지를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털어서 먼지 안 나는 회사가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사실 최근 기업 위기사례들을 보면, 좀 웃긴 게 있습니다. 예전에는 별 것 아니었던 이슈가 문제가 되고요. 지금 봐도 별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문제라고 하네요. 한 두 회사만 그런 것도 아니고,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회사가 몇이나 있겠어요?”

    컨설턴트의 답변

    그렇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개인이나 회사가 어디 있느냐는 말을 종종 하긴 합니다. 여기 저기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그래서 ‘털리지 않으려’ 그렇게 평소 애를 쓰는가 봅니다. 일단 언론이나 공중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들의 주목을 받게 되면 해당 기업이 ‘털리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기업 마인드의 핵심은 ‘털면 털린다’는 마음가짐이라기 보다는, ‘털려도 가능한 많은 먼지를 뿜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가짐 아닐까 합니다. 앞의 마음가짐이 그냥 ‘내려 놓음’이라 한다면, 뒤의 마음 가짐은 ‘부단한 노력’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말 그대로 회사를 털 때 그 회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 털리느냐?’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들이 수 없이 털려 나오느냐, 아니면 털었는데 별 큰 먹잇감 없이 자잘한 것들만 털려 나오느냐 하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A라는 회사와 관련해 이미 문제가 되었던 이슈가 B사에서도 유사하게 털리고, 이어 C사에서도 여지없이 털리고, D사에서는 더욱 더 황당한 형태로 털리는 것이 돌며 반복되니 문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털면 털린다’는 안일한 마음가짐은 회사에 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최소한 A사가 발생시킨 이슈와 비슷한 이슈는 우리 회사에 없어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이 최근 위기관리를 위한 기본 태도여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회사들이 모두 동일 또는 유사한 이슈로 털리더라도 우리는 그러지 않아야 하겠다 각오하며 개선 교정하는 실제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문제는 털린 이슈가 또 털리고, 여기저기에서 다시 털리고, 이어 털리고,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어 털리는 기업 내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내부에서는 ‘올게 왔다’라던가, ‘그럴 줄 알았다’라던가, ‘우린 사실 더 한데 그 정도라서 다행이다’라던가 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니 더욱 더 암울합니다.

    “왜 우리만 가지고 그래?” “우리만 그런 줄 아나? 다 그런데?” “저 회사가 더 할걸?” 이런 내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한 해당 기업의 개선이나 교정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무차별적으로 이슈화를 하는 언론이나 공중이나 규제기관을 비판하며 문제라고 손가락질 하게 될 것입니다.

    질문에서도 잠깐 표현 하셨지만, 예전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이제는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셔야 합니다. 만약 지금에도 그것이 어떤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도 스스로 내부 변화의 분위기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기업은 그 누구보다도 더 빨리 변화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기업이 스스로 나서서 사회적 이슈를 개선해 나가지는 못할 망정, 사회적 논란에 반복적으로 발목을 잡혀 끌려 다니는 장면은 연출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적 논란에 대한 이해도 기업 내부에서는 계속 업데이트 해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지속 개선하고 교정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더 이상 도매금으로 다른 곳들과 엮이는 논란에 휘말리지 않아야 합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기업이 있느냐며 자위하는 것은 회사를 위해 이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언제든 똑같이 털릴 수 있으니 미리 개선하자 해야 합니다. 제대로 털리더라도 큰 먼지는 없게 만들어야 하겠다 각오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가장 위 VIP의 결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VIP가 결심하면 뭐든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