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 : 89편]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경험 한 기업은 대부분 억울해 한다. 위기 관리 초기에는 그와 더불어 황당해 한다. 이건 위기로 까지 불릴 수준의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흘러 결국 위기가 되었다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음모가 있었을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이렇게 시끄러워진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런 감정이나 느낌은 위기관리를 해 본 기업에게는 어느 정도 일반적이고 당연한 것일 수 있다.미리 그런 위기를 예상하고 상당부분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덜 할 텐데, 그런 예상과 준비가 부족했다면 그런 당황스러움이나 억울함은 극대화 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런 감정이나 느낌이 기존 위기관리나 추후 다가올 다른 형태의 위기관리에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다. 이상했다. 아주 나쁜 음모에 걸려 버렸다. 그런 음모만 없었다면 이번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위기관리 역량이나 체계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위기를 경험한 기업이 스스로 해당 사건을 주요 이해관계자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다 문제가 아니다 하는 판정은 문제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 여부에 대한 판정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내리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판정이 팩트에 기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의 주관적 감정이나 느낌이 주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그들의 판정이 의미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그런 판정이 우리 기업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력의 흐름이 사회적 여론이 되어 우리 기업을 위기 속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해당 판정이나 흐름이 비합리적이다 비이성적이다 하는 푸념은 해 보았자 라는 이야기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을 자사 입장이나 시각으로 바라보기 전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으로 먼저 챙겨야 한다. 그들이 문제라 한다면 그 상황은 문제의 상황인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것이 현재로서는 진실인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이 현 상황을 달리 보고 있다면 그들을 설득 시키는 대신, 그들의 현재 입장과 시각을 상당부분 수용하는 과정을 거친 후 우리의 시각을 가미하는 순서를 밟을 필요가 있다. 그들의 입장과 시각이 ‘틀렸다’는 기업의 태도로는 관리 행위가 진행될 수 없다. 일단 이슈나 위기가 발달해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에 맞서서는 안 된다. 성장한 이슈나 위기에 맞서는 일처럼 무모한 시도가 없다.

    만약 해당 상황이 우리 기업의 판단처럼 문제 없고 하찮은 것이라면, 그에 대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초기에 단호하게 행해지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이를 사실관계 확인이라 한다. 사실관계를 확인시키고 수정해 이해관계자 초기 입장과 시각을 교정시키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 또한 중요한 사실관계에 대한 것이지, 그들의 입장이나 시각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상위의 교정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들은 왜 현재 상황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런 챙김이 이슈나 위기 초기에 매우 중요하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기업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관리는 보다 쉬워질 수 있다. 그에 대해 해당 기업이 공감할 수 있다면 상황은 좀 더 쉽게 풀릴 수 있다.

    이슈나 위기관리 실패 케이스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은 해당 기업이 그러한 초기 공감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라 이야기하는 상황을 보며 기업은 그것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다른 생각을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왜 현재 화를 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다. 더 나아가 이해관계자들의 그런 이상한 반응 뒤에는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 추측 한다. 이런 다른 생각들이 해당 위기관리를 실패로 이끈다.

    글로벌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보여지는 클리쉐 메시지 중 한 종류가 이런 것이다. “저도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저의 아버지께서도 병마와 싸우고 계시기 때문에…” “제 자신도 그런 아픔을 입었던 사람으로서…” 사과나 해명을 할 때 사용되는 이런 클리쉐 표현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위한 목적에서 사용된다.

    내 자신도 당신들과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순진하거나,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센티멘털 해서 그런 클리쉐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강력한 공감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전략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88. 시뮬레이션 해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글에서 위기를 상상해 보라는 조언을 했다.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보지 않으면, 그 위기를 미리 알 방법이 없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낯설어 하는 것은, 사전에 그 위기를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여러 사람이 모여 상상의 시간을 가지면 될까? 어떤 방식으로 ‘상상하는 것’이 적절한 위기 상상법일까? 답은 간단하다. 먼저 위기의 유형을 특정해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이다.

    운동 선수들은 실제 몸을 쓰는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자신이 몸을 움직인다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따라 근육과 신경의 움직임을 떠올려 본다. 이런 상상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실제 상황이 되었을 때 좀더 몸이 익숙하게 움직여 준다고 한다.

    위기 상상 훈련도 그와 마찬가지다. 다만, 기업의 위기라는 것이 개인 몸 하나를 움직여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기관리 조직이 함께 모여 실제 같은 위기를 경험하며, 각 상황에서 의사결정과 대응 방식을 연습해 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진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이 위기관리 훈련에 있어 가장 효과적(?) 방식이지만, 현실적이거나 권장할 만한 훈련 방식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특정 위기 유형을 설정해 위기 발생에서 종결에 이르기까지 많고 다양한 과정을 경험해 보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상황 변화 과정과 더불어 시뮬레이션에서는 각종 이해관계자 변수를 시나리오에 더해 더욱 현실화한다. 상황 하나를 놓고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 까지를 연결시켜 고민하게 한다.

    한 외국 영화에서 주인공인 유부녀 셀러브리티의 불륜이 한 파파라치 언론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후 여러 가십 기사가 나오자, 그녀는 사과 기자회견을 한다. 머리 숙여 죄송하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한 기자가 질문한다. “왜 이런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화가 난 그 주인공은 이렇게 답변한다. “문제는 기자분들이 만든 거 아닙니까? 제 남편도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데 말이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도 그렇다. 위의 예와 같이 ‘부정 보도’에 대한 시뮬레이션 대응은 정지된 그 ‘문제’ 자체에 대한 대응에만 머무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위기관리 주체는 ‘부정 보도’가 발생하면 그 보도 자체만이 아닌, 그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부가 ‘문제’들과 이해관계자 반응이 더 복잡하고 중대한 관리 대상이 된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런 광범위한 상황과 이해관계자 변수들을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관리 대응하는 방식 까지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을 다양한 위기유형에 따라 반복하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실제로 위기를 경험해 본 수준에 육박하는 역량을 지니게 된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변화를 실제 유사 사례들과 비교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이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했는지를 다양하게 돌아보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혜택은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기회가 생긴다는 데 있다. 시스템의 약점이나 빈 공간을 그대로 찾아 내 개선과 강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실제 위기 시 겨우 발견하는 데 비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한 기업은 평소에 시스템 문제를 집어 내, 개선 강화하게 된다. 따라서 위기 발생 이전은 물론 위기 발생 이후에도 더욱 더 안정적인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기관리 조직 스스로 강력한 팀워크와 개인적 역량을 키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 마주할 수 없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입장을 그대로 접하는 기회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대응 그룹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위기를 상상해 보라는 말이 기업 VIP에게는 위기관리를 시작하는 동기부여의 한 방법이 될 수는 있다.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 각자에게도 마찬가지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상상이 충분하다면, 그 다음은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은 곧 시뮬레이션으로 완결된다. 개인적 상상을 넘는 조직적 상상. 위기에 대한 상상을 넘어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 머릿속 상상을 넘어 대응 전반의 상상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관련 개념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란 무엇인가

  • 82. 상상할 수 없던 위기는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모든 위기는 상상 가능하다. 상상 뿐 아니라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위기는 발생하느냐 하지 않느냐 보다는 언제 발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주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위기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범위에서 발생하며, 절대로 그 자체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많은 기업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치 그 위기를 이전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행동할까? 왜 기업은 위기를 낯설어 하며 매번 허둥지둥 대응할까? 그들은 진짜 그 위기에 대해 평소 아무것도 몰랐던 것일까? 그래서 아무 준비도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도 잡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다. 필자의 경험상 기업은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발생 이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상상할 수 없었다는 말은 일단 사실이 아니다.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위기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면위로 떠 오를 것이라는 것은 몰랐던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위기 자체가 낯설거나 상상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내부 이야기를 들어보면 위기 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올 것이 왔다” “언제쯤 문제가 될까 했는데, 이제 되는 군.” “이 문제가 언제 적 나왔던 것인데, 세상에 아직도 해결이 안되었군.” 이런 이야기를 보면 해당 위기는 이미 그 뿌리가 깊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진짜 이런 위기가 발생할지 몰랐다” 주장한다면, 그것은 평소 어떤 위기가 자사에서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이 없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미 인지하고 있던 위기에 대한 상상의 기회도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상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소에 생각해 놓지 않은 위기는 매번 새롭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타사에게 이미 발생된 위기였다 해도, 그 때 그 때 살펴보지 않았으니 항상 낯설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게 낯설기만 한 위기가 실제로 눈 앞에 발생하니, 상상하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반사적으로 나온다. 그런 무관심의 결과는 곧 위기관리 실패로 이어진다.

    일부 기업에서는 언론이나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이런 위기를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겠나? 이 위기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다”라 해명한다. 누구도 상상이나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사의 대응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 달라는 요청이다.

    백 번 이해해서 그런 새로운 위기에 불가항력이라는 처지를 이해한다 해도, 해당 기업이 어떤 대응을 기본적으로 실행했는가는 다른 이야기다. 이 경우 해당 기업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위기대응을 제대로 하고 나서 그 이외 대응에 대한 불가항력을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본 대응 없이 일방적으로 불가항력에만 의지한다면 그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핵심은 평시 고민과 준비다. 위기관리의 비중은 그 ‘평시’에 대부분 존재하며, 실행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 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다. 위기관리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인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어떤 노력을 했는 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해당 위기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려지지도 않고, 실질적 피해를 끼치지도 않는 결과를 생산한다. 우리가 모르는 위기라면, 그 위기는 이미 제대로 관리된 것이다. 반면 우리가 이미 발생 사실에 대해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위기라면, 일단 그 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알려진 위기를 두고 어떤 위기관리가 잘 된 것인지, 아닌 것인지 논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아기들이 먹는 이유식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가지 않게 평시 꾸준하게 관리하고 모니터링해서 해당 유해 성분을 미연에 제거해 버리는 것이 위기관리다. 반면 평시 해당 유해 성분 혼입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다가, 유해 성분 논란이 발생하니 즉각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사과하고 재발방지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해당 유해물질 혼입을 상상하지 못했다는 주장까지 해서는 안된다. 미처 그 부분을 몰랐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불가항력적이니 정상을 참작해 달라며 위기관리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만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생각 해 보자. 진짜 위기를 몰랐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모른다 할 것인지.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74편] 배상을 위기관리라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항상 그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기와 관련 된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피해를 입었거나 입었다 주장한다. 흥분 해 있거나 화가 나 있고, 아파하고 슬퍼한다.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싸우려고 한다.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그런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에게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해당 위기를 바라보라 조언 한다. 그들의 관점에 서서 보는 것이다. 어떤 감정일지 계속 공감해 보라는 것이다. 공감되는 감정이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큰 피해를 받아 화가 나고, 슬프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그 안에 위기 해법이 존재한다. 위기관리 실행을 통해 그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해 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한가지 착각을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에 대해 단순히 배상만 해 주면 그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100만원의 피해를 보았다고 하니까 그 100만원을 이해관계자에게 배상 해 주면 더 이상 문제는 없어지고, 그들의 감정도 이내 사라질 것이라 단정 한다.

    기업 스스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배상을 내부에서 논의한다. 빨리 배상 해 버리자는 이야기를 한다. 배상을 하면 곧 위기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을 한다. 그러나 이후 해당 기업은 배상에 대한 계획이나 액수를 밝힌 후에도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기업측에서는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한다.

    만약 배상에 대한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했음에도 해당 위기가 관리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에 변화가 없다면 그 위기관리는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배상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가 아니다. 기업의 문제로 입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전 손해나 피해액을 다시 되 갚아 주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기업이 했어야 할 일일 뿐이다.

    일정기간 위기가 발생 지속되었다면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전 손해나 피해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고통의 시간과 감정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기 때문에 일반적 배상 계획은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상 분야가 추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배상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했음에도 위기관리와 이해관계자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기업은 이때부터 이해관계자들을 적대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지적한다. 정신적 피해 배상까지는 어렵다 이야기한다. 배상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해관계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다. 우리니까 그 정도라도 배상 하지 다른 기업이었으면 어림도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번 배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영원히 손해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으름장도 놓는다.

    다시 생각해 보자. 배상은 아주 최소한의 피해 회복 노력일 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피해’에는 금전적 부분을 넘어 자신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던 불필요한 것들이 상당부분을 차지 한다. 그 비가시적 피해들은 배상을 통해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러한 비금전적 배상 분야를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법적으로 배상액을 정해 배상해 주겠다는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그에 불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과 또 다른 갈등과 충돌을 야기해 보아도 아무 것도 마무리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배상의 이전, 과정, 이후에 이르기 까지 이해관계자들이 가진 감정을 적절하게 케어 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선제적이고 사전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통해 물질적인 배상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하는 역할을 한다.

    배상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순순히 그 과정에 합의하고 계획에 호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감정적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후에도 지속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지나간 위기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남은 기억과 감정과 잔존 피해들까지 케어한다.

    그렇다면 배상 자체가 핵심이라기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적절한 배상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옛말에 천냥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 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절대로 단순 배상과 법적 의무에 따른 배상만을 가지고 위기관리라 하지 말자.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에 기업이 시종일관 공감하면 정답이 나온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제대로 된 배상도 존재한다. 제대로 된 배상이 있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존재할 수 있다. 위기관리란 이처럼 A and B의 개념이 자주 요구된다. 흔히 생각하듯 A or B라는 개념은 좀처럼 유효하지 않다. 뭐든 최대한 제대로 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71. 병 자랑하듯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다. 병이 들었을 때는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을 자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여 고칠 길을 물어보아야 좋은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말은 어느 정보 이해가 가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컨설팅이나 자문을 컨설팅사에게 요청할 때는 기업이 일종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중 대부분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서 어떤 형태로든 발생 가능한 위기를 좀 더 잘 관리하자 하는 광범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그 다른 일부는 특정 위기를 내심 예상하고 있는 경우다. 곧 다가올 위기를 빨리 대비하고 대응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은 특정 컨설팅사와 NDA(비밀준수계약)를 맺고, 자신이 예상하는 위기와 그 배경을 같이 공유한다.

    이는 자신의 병을 주치의나 전문의에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치료나 수술 방법을 논의하는 것과 유사하다. 병을 ‘제한된 의사’에게 자랑하는 셈이다. 이는 일반적이며 합리적인 프로세스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는 자신의 병을 ‘동네방네’ 자랑하는 경우다. 자사에게 발생될 위기나 이미 발생한 위기를 관리할 컨설팅사를 찾는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는 것이다. 평상시 같이 일반 대행사를 고용하듯 구매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거치는 기업들이다.

    위기관리 컨설팅사들에 대한 롱 리스트를 뽑고, 그들 하나 하나를 면접하고, 그 중 쇼트 리스트를 정리한다. 심지어 그들에게 현재 상황에서 어떤 위기관리가 가능할지 제안서를 요청한다. 연 이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최종적으로 함께 일할 위기관리 컨설팅사를 뽑는다.

    일단 이와 같은 경우 앞으로 발생할 위기에 대한 정보는 외부 유출에 있어 통제가 불가능 해 진다.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내용을 이미 인지하고 그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게 된다. 이로 인해 예상되던 위기의 본격적 발발 시점을 당기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위기 대비 대응 시점에도 큰 실기를 하게 된다. 위기관리에서 준비와 실행 타임라인이 매우 중요한데 이와 같이 장기간의 지루한 ‘병 자랑’은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대비와 준비 작업에 있어서도 일정한 물리적 시간과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 아침 뚝딱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위기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병을 자랑해 해당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구매 프로세스의 준수와 예산의 절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가치들은 위기관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확한 가치가 아니다. 여기저기 새는 위기관련 정보들과 놓쳐버린 타이밍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감내하면서까지 꼭 챙겨야 하는 가치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해당 위기관리 컨설팅사가 정확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단박에 제시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설팅팀이 일정 시간을 집중해 관련 정보들을 해석하고, 시나리오와 대응안을 설계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며칠내에 이루어지는 인사이트나 아이디어 중심의 위기관리 제안은 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위험한 피상적 제안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예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 컨설팅 예산을 싸게 부른 컨설팅사가 상대적으로 피(fee)가 비싼 컨설팅사가 제공하는 가치에 버금가는 결과를 내 놓으리라는 법은 없다. 예산이 보기에 합리적이라고 컨설턴트들이나 결과가 분명 합리적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극소수 신뢰할 만한 위기관리 컨설팅사와 일한다. 물론 평시부터 위기관리 컨설팅사와 지속적으로 케이스들을 공유하고 상시적으로 자문을 받아 협력 체계를 만들어 놓는다. 미리 필요한 진단과 훈련과 매뉴얼과 시뮬레이션 작업을 함께 하기도 한다.

    병을 자랑하라는 이유는 자신의 병에 좋은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병이 매우 수치스럽거나 인식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라면 병에 대한 자랑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또한 그 자랑의 대상이 치료 방법을 제공하지 못할 대상이거나, 더 큰 병을 선물 할 대상이라면 병 자랑은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대상과 은밀하게 병을 제대로 치료하는 노력만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70. 정보의 진공은 항상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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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은 정보의 진공상태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정보의 진공상태는 주변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이 특정 이슈에 관해 가지는 합리적 의문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위기를 맞은 기업 자신의 정보가 외부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충분하게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흔히 자사에게 불리해 보이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 스스로 입을 다물어 버리는 현상을 상상해 보면 된다. 함구령이라던가 노코멘트를 통해 해당 위기에 대해 합리적 의문을 던지는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에게 아무런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다.

    이 정보의 진공상태는 대체로 장기간 유지되지는 않는다. 정보의 진공상태는 어떤 형태로라도 여러 정보를 신속히 흡입해 진공상태를 해소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빌어 유입되는 정보들은 상당 부분 위기관리 주체에게 불리하거나 위해성이 있는 정보들이다.

    운 좋게도 다른 정보 제공자들이 긍정적 정보를 상당 수준 유입시켜 준다면 그 정보의 진공상태는 결과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해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발생 초기 정보의 진공상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전해지는 통제할 수 없는 정보들로 메워진다. 사실관계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 실제 사실이 아닌 정보, 부정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정보가 판을 치게 된다.

    일단 정보의 진공상태가 해소된 그 공간에서는 더욱 부정확하고 부정적인 정보들이 지속적 세포분열을 통해 극도로 다양화된다. 이 수준이 되면 위기관리 주체는 손을 쓸 수 있는 것들이 없어지는 결과를 맞게 된다. 사실이 아닌 부정적 정보들이 이미 위기상황을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전략적 기업들은 위기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애쓴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정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업데이트 하며 최선을 다한다. 이런 노력의 목적은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켜 부정확하고 부정적인 정보들이 다양하게 유입될 기회를 지속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런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한 노력은 아무 기업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보의 진공상태를 효과적으로 해소 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체계를 보유해야 한다.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분석 정리 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부주의하게 전달했다가는 정보의 진공상태 해소는커녕 또 다른 새로운 정보의 진공상태를 조성하게 된다.

    정보의 진공상태 해소를 위한 기업의 창구도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훈련 받지 못한 창구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되면 아무리 정확한 팩트와 상황분석이 존재하더라도 효과적인 정보의 진공상태 해소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야기하는 가도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효과적으로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 시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그 자체로는 멋지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실무자들은 그에 대한 실행을 매우 어려워한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평소 구축되어야 했던 체계가 부실하거나 부재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또한 제대로 훈련 받아 효과적인 창구 역할을 일사불란하게 실행할 인력들이 부족하다는 것도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시 기업 내부에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분절적 정보들만 주어진다. 자꾸 잘못된 상황 정보들이 공유된다. 부서간 사일로가 생겨난다. 일부 부서에서는 주장인지 팩트인지 분간되지 않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 와중에 외부의 위기 상황 변화는 지속된다. 시간은 흘러가는 데 유효한 커뮤니케이션은 시작되지도 못한다. 이미 정보의 진공상태는 위험 수위에 육박해 버렸다.

    긴급한 마음으로 일단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키기 위한 첫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또 다른 정보의 진공상태가 생겨난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자사의 커뮤니케이션을 듣고 또 다른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 더욱 더 많은 숙제가 안겨진다. 이 상황이 일정 기간 반복되면 위기관리에서는 대부분 손을 놓아 버린다.

    정보의 진공상태를 해소시키자. 말처럼 쉬운 것이 없다. 그러나 준비 없이 결과만 탐하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없다. 무조건 정보를 유입시킨다고 정보의 진공상태는 해소되지 않는다. 왜 많은 기업이나 셀러브리티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입을 다물고 뒤돌아 앉아 귀를 막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일부에서는 전략적 침묵이라 칭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준비되지 않았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돌아 앉아 있는 것뿐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지 말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8. 위기관리조직에 권한을 주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강한 위기관리조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위기를 잘 관리할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의 핵심 중 핵심이 바로 위기관리 조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흔히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관한 것이라 이야기 한다. 평소에서 위기 시까지 ‘누가’ 위기를 관리하는 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단 ‘누가’ 위기를 관리할 것인지가 정해지면, 위기관리는 그 주체에 의해 준비되고 실행되어진다. 위기관리에 서툰 기업 대부분은 이 ‘누가’라는 규정이나 책임 부여가 미비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다. 모두가 위기를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실제로는 아무도 위기를 관리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 된다.

    기업 내에서 이처럼 위기관리를 위해 ‘누가’라는 책임 부여가 된 그룹이 바로 위기관리조직이다. 위기관리팀이라고 명기하는 기업도 있고, 위기관리위원회라 칭하는 곳도 있다. 해당 조직은 대표이사가 이끌기도 하고, 따로 지명된 고위임원이 이끄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러 핵심 부서들과 그 장들이 속해 있으며, 위기 발생 유형에 따라 대응 시 부서간 가감이 이루어진다.

    위기 발생 직후 최대한 관련 부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속하게 상황을 분석 공유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위기대응 프로세스를 밟는다. 이후 각자 정해진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협업을 개시한다.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위기관리 조직이 한자리에 모여 워룸(war room) 형식으로 회의체를 운영하기도 한다.

    해당 위기관리조직에 대표이사가 포함되어 있건 되어 있지 않건 간에 위기관리조직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는 것이다. 보통 위기관리 매뉴얼에 해당 조직의 구성과 권한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게재되는 데, 그 이상으로 실제 권한은 주어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일선 직원들로부터의 상황 보고와 공유 프로세스에서도 위기관리조직이 직접 전사적인 보고 의무를 강조하고, 활발한 보고를 독촉할 수 있어야 한다. 누락되거나 부족한 정보 보고에 대해서는 추가적 보고 명령도 가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선 매니저나 임원의 간섭이나 충돌은 미연에 정리되어야 한다.

    외부 전문가 그룹과의 협업에 있어서도 위기 시 위기관리 조직의 권한은 강력해야 한다. 신속하게 외부 전문가 그룹을 섭외하고 그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바로 개시할 수 있도록 계약이나 예산 권한도 주어지는 것이 좋다. 일단 선조치하고 후 컨펌하는 비상 프로세스를 밟게 해주는 것이다.

    내부나 외부적으로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현재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되어져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일사불란 함이 위기관리조직을 중심으로 구현되어져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창구로서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역할을 전담해야 한다.

    만약 해당 위기관리조직이 충분하고 강력한 권한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위기관리조직은 유명무실한 상황실로 변한다. 상황실은 위기 상황을 그 때 그 때 관전하고 보고하며 정리하는 수준을 의미한다.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관전하는 셈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조직에 권한이 없으면, 그들은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할 것도 없는 기괴한 조직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내부적으로도 위기관리 협조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위기관리라는 골치 아픈 업무를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권한이 없는 위기관리조직은 아무리 협조를 부탁해도 뭐든 제대로 되지 않는다.

    외부에서 볼 때도 권한 없는 위기관리조직은 충실한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인정받기 힘들다. 해당 조직이 상황과 관련 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 있다. 제대로 상황을 파악도 하지 못하고, 관리조차 하지 못하는 위기관리조직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외부 이해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로마 시대에는 독재관(獨裁官)이라는 관직이 있었다. 로마 건국 초기부터 있었던 직책이지만, 상설직이 아닌 임시직이었다. 이 독재관은 외적의 침략 등 비상시 국론 일치를 위해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맡기어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책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독재관 출신이었다.

    기업에서도 그러한 강력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가진 독재관과 같은 위기관리조직이 필요하다. 그 조직에게 위기 시에는 모든 권한을 강력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해 비효율적인 평시의 프로세스들은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어야 한다. 일사불란 함은 그런 권한 하에서만 겨우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6. 일희일비(一喜一悲)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 시 회사내 위기관리팀은 얼핏 보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대응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경험 있는 위기관리팀 소속 직원들은 위기 시 외부 보다 사내 이해관계자들에게 대응하고 그들을 관리하는 것이 더 힘들다 토로한다.

    다 같이 한마음으로 주어진 위기 상황에서 일사불란함을 가져도 힘든 것이 위기관리인데, 말 못할 속사정들이 다 있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VIP를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상황변화와 이해관계자 반응에 계속 일희일비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기 시에는 그 누구도 대범함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기는 힘들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그 때 그 때 감정이 흔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리더의 일희일비는 그러한 사전적 상식적 수준의 개념을 넘어서는 결과를 낳게 되니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리더는 위기 시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낯설고, 두렵고, 경황이 없어지는 것은 위기 시 당연하다는 사실을 평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위기 시에는 절대 불필요하게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강한 결심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책임소재에 대한 다툼이 시작된다. 각종 근거 없는 이야기들과 루머들이 쏟아진다. 부정 기사들이 셀 수 없이 쏟아진다. 온라인을 비롯해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이 회사에 손가락질을 하는 듯 느껴지게 된다. 정부기관과 각종 규제기관 및 단체들이 이를 갈며 달려든다.

    위기 시 이런 상황이 내게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을 리더는 미리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태풍 속에서도 담담히 나침반을 지켜볼 수 있다. 리더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어야만 겨우 가능한 것이다.

    전략적으로도 그렇다.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하게 되면 리더는 스스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내부인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숙연하고 침통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 내적 일관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응하는 위기관리팀 모두도 일관되게 고개를 제대로 숙일 수 있다.

    반대로 팩트를 가지고 여러 반박이 가능한 건에 대해서는 리더 스스로 확신을 가지는 모습을 내부에 보여주어야 한다. 완전한 확신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검토와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일관성 있게 리더가 확신을 가지고 반박해야 하겠다 강조하면 위기관리팀은 그에 따라 확실한 반박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된다.

    위기 시 리더가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인지, 반박을 하고 대응을 할 것인지 판단하고, 결정된 입장에 대해 솔선수범 해 일관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과를 지시하면서도 내심 억울함을 표현하는 리더, 반박을 지시하면서도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리더, 그에 따라 입장이 좌우로 계속 움직이며 변하는 리더의 모습이 문제다. 그에 따라 더 크게 위기관리팀이 출렁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렁거리는 위기관리팀과 그들의 실행을 바라보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그에 따라 더욱 더 크게 출렁대고, 비틀거리게 마련이다. 상황은 상황대로 계속 악화되며, 새로운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불거져 나온다. 왜 리더가 위기 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리 깊이 고민해 보자.

    훌륭한 리더는 위기 시 기사나 보도 한 줄에 일희일비 하려 하지 않는다. 특정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며 시간을 허비 하려 하지도 않는다. 상대적으로 중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기사에 대한 법적 대응에 인원을 투입하려 하지도 않는다.

    경험 있는 리더는 위기 시 각종 기관들로부터의 조사와 자료 요청 및 요구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언을 들어 정확한 준비 대응을 지시한다. 그 외 세세한 분위기나 첩보에 들뜨거나, 불안해하며 불필요한 일은 벌이지 않는다.

    그런 리더는 위기 시 일부 직원의 동요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귀를 막고 눈을 감는 무시 태도를 가지지도 않는다. 가장 중요한 핵심이 무엇인지, 누가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그룹인지 정해 그에 따라 일관성 있는 대응에만 관심을 둔다.

    위기관리는 리더가 한다. 기업 구성원 중 최대 1% 이내인 상위 리더그룹이 한다. 그들의 일관성과 경쟁력이 위기를 관리한다. 시시각각 좌우로 흔들리며 흥분과 노여움과 불안함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리더와 기업에게는 성공적 위기관리란 없다. 위기관리에서 일희일비란 실패의 가장 흔한 기준이다. 절대 경계해야 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8. 균형 맞춰 들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듣는 것.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듣는 것’이다. 특히나 최근 같이 사회적인 논란이나 논쟁적 이슈들이 기업을 둘러쌓았을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함을 넘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물 흐르는 듯한 위기 대응이 위기관리를 성공을 이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위기 시 ‘듣는 것’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가다. 이 또한 평시에 해당 기업이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잘 형성해 왔는지, 그들과 어떤 신뢰 관계로 뭉쳐져 있는지, 그리도 평시에도 얼마나 제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는 지와 바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평시의 관심과 노력과 투자가 없던 기업은 위기 시 당연히 듣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다. 비즈니스 영어 표현대로 콜드 콜(cold call, 사전 아무 정보교류나 접촉 없이 낯설게 다가가는 것)을 하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핵심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일부 이해관계자에게 전화를 걸고 면담을 요청한다. 그나마 경영진들이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관계를 맺어 놓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해당 위기에 대하여 관련이 있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가 여부다.

    경영진과 관계 맺고 있는 분들은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그들이 해당 위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낮다. (만약 그들과 관련된 위기라면 경영진들과의 친분으로 위기로까지 폭발되지 않도록 사전 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일반적 외부 시각이나 객관적 조언은 가능할지 몰라도, 해당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로서의 실질적 이야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듣는 것’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처럼 균형감 없이 듣는 것이다. 일부의 이야기만 반복해서 듣는 것 또한 위험하다. 게다가 관계가 없거나 적은 일부 그룹의 이야기를 핵심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로 해석해 버리면 더욱 더 큰일이다. 운이 없게도 그 일부가 정치적이거나 과격하거나 사회적인 감수성이 적은 경우라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갈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대해 경영진들은 자신과 가깝고, 경력이 화려한 분들의 이야기를 이해관계자의 조언이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다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그들의 경력이 대단하고 화려하기 때문에 그들의 조언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안전할 것이라는 상상도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유명 정치인, 고위 공직에 있던 분들, 화려한 경력의 법조인들, 이론과 학식을 자랑으로 하는 교수들,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고위 언론인 등 그들도 종종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을 도배하는 설화나 스캔들 그리고 최악의 위기관리 케이스 중에서 그들을 빼 놓고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가 드물다는 것을 이해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골고루 듣는 것이다. 그 고른 이야기는 필수적으로 핵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자발적인 이야기여야 한다. 평시 지속적 관심, 노력과 투자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 잘 정리하려 노력해 보자.

    목소리 큰 이해관계자의 이야기에만 주목해서도 안된다. 위기관리는 청중 앞에서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하는 일종의 연극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도 어찌 보면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해관계자들의 고른 이야기 듣기가 중요하지만, 청중의 생각에 비추어 그들의 이야기를 재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은 기업이 중요 이해관계자들에게 하는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청중이 보고 좋아하고 바람직하다 생각해야 최종적인 성공인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좋아하는 데 청중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청중은 박수를 치는 데 이해관계자들은 등을 돌리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기관리가 어렵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모든 편의 공통적 이해를 구하는 복잡한 과정이라서다.

    균형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여러 중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자. 그리고 일반 청중들의 시각에서도 다시 균형감각을 끌어내 바라봐 보자. 기업의 가능한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그 교집합 속에 맞추어 겨냥하자. 그래야 위기관리는 그나마 잘 했다 평가 받게 될 수 있다. 균형감. 듣는 것. 이해관계자 그리고 청중.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개념들이다. 기억하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3. 정확한 숫자로 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메시지는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받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언론이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종종 특정 의도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대략적 주장을 한다. 그들이 기업에 대한 비판을 제기 할 때에도 종종 정확하지 않은 숫자들을 들어 공격한다.

    이에 대응 하는 기업은 그러한 대략적 주장이나 정확하지 않은 숫자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기업도 함께 대략적으로 정확하지 않게 넘어 가버리면 그로 인한 논란이나 위기는 피하기 어렵게 된다. 정확하지 않은 메시지는 기업이 활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위험한 메시지로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은 평소 정확한 수치를 확인 정리 활용하는데 익숙해야 한다. 사내에서만 통용되는 디자인 된 숫자나 논리는 또 다른 위기를 양산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위기 시에는 제3자에 의해 정확히 이해되고, 인정되는 수치와 논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 이롭다.

    현장에서는 일부 기업이 이런 곤란함을 토로한다. “사실 그와 관련해서는 자세하고 정확한 수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곤란해요. 그 쪽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현재 문제가 그 정확한 기준이라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쪽에서는 그래서 자신들의 수치를 심각한 것으로 강조하는 것이죠.”

    평소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다양한 논란에 그 때 그 때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수치와 논리 그리고 기준을 찾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평소 다양한 수치와 논리를 제대로 관리해 온 기업은 어떻게 해서든 기존 것을 조합 해 상대적으로 정확한 수치와 논리에 맞는 주장을 제시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혀 라던가 대충 준비 한 기업 보다는 훨씬 낫다는 뜻이다.

    또 일부는 이런 자조도 한다. “수치나 과학적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이 감정적이라 아무리 논리적 주장을 해도 먹히지 않는 것이죠” “다 필요 없어요. 과학도 숫자도 논리나 기준도 모두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사과하고 머리 숙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자조는 실제 과학이나 숫자나 논리의 문제였다기 보다는, 자사의 이해관계자 신뢰나 커뮤니케이션 기법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비합리적 주장을 지속한다 해서 기업이 합리적 주장을 포기하거나 대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신뢰받지 못하게 된 원인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기반에 문제가 있어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이지,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 자체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기시나 평시 할 것 없이 기업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와 대변인은 보다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정확한 숫자와 과학적 논리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의 기반이 된다. 대변인은 그래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항상 강박적으로 요구 받는다.

    기자들이 이렇게 질문 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정확하게 몇 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까?” 이런 질문에 이런 식의 답변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현재 사망자와 부상자를 합해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들이 약 10여명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다시 확인 질문을 할 것이다. “그 중 사망자는 몇 명입니까?”

    이에 답변자가 다시 “글쎄요. 전체가 10여명이라고만 알고 있고, 정확하게 10명인지 11명인지 12명인지도 아직 확인 중입니다. 사망자 수는 파악 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 정도 되면 기자들은 해당 회사가 현재까지도 실제로 사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보다 경험 있는 대변인이라면 “오전 08시 현재 파악된 사망자는 2명, 부상자 8명으로 총 10명이 인근 3개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경미한 찰과상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재도 상황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망자와 부상자 현황은 계속 확인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정도의 기업 메시지는 위기관리팀과 대변인이 여러 확인 작업과 자세한 상황 정리작업을 이전에 진행했었어야 가능한 것이다. 단순하게 몇몇 현장 직원에게 알음알음 전해 들은 숫자를 공식 메시지화 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 비극적인 세월호 사고를 기억해 보자. 당시 초기 위기관리 패착 또한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있었다. 구조자와 실종자를 최초부터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추정 숫자들만 쏟아 냈다. 심지어 정확하게 몇 명이 세월호에 승선했는지 조차도 확인 어려운 체계였다. 그에 더해 정부는 일선에서의 혼선으로 전원구조라는 오보까지 양산해 냈다.

    그래서 위기관리 역량과 성패를 점치려면, 메시지 속 숫자를 보라는 말이 나온다. 메시지에서 숫자가 오락가락하거나, 조변석개(朝變夕改) 한다는 것은 그 화자가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