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전략적 대변인론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이슈나 위기 시 더욱 빛을 발하는 기업의 대변인(代辯人,spokesperson)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단순히 기업인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중립적 입장의 전문가로 보아야 하는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수사학인가? 전략적 사고인가? 아니면 기업에 대한 충성심인가? 기업을 넘어 정치분야, 정부기관, 공공기관의 대변인들은 공히 어떤 역할과 책임을 지는가?

    대변인에 대한 이런 다양한 궁금증과 개념을 이번 글에서 정리해 본다. 일선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업과 협업하다 보면, 이 대변인 개념과 기능에 대해 오해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우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현장에서 흔한 대변인에 대한 오해 또한 포함해 정리해 본다. 현장에서는 대변인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그 대변인들은 실제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대변인은 기업 오너/대표의 복심이다?

    기업내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생각, 의도, 의지 및 전략을 완전하게 파악하는 것은 대변인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대변인이 정치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복심(腹心)이라면 그보다 좋은 대변인 환경은 없다.

    실패한 대변인의 경우 대부분은 자신이 대변하는 최고의사결정자 그룹의 정확한 의중과 그들이 합의한 핵심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메시지는 기업의 메시지라 보기 보다는 대변인 개인의 메시지라고 보아야 한다. 대변인은 개인인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스타일의 대변인은 정확한 의미로의 대변인은 아니다. 개인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정도로 볼 수 있다.

    대변인은 전략가다?

    대변인의 역할은 단순히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배달자의 역할만은 아니다. 만약 그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이 현재 마주한 상황, 맥락, 여론, 환경, 분위기 등에 기반해 판단했을 때 유효하지 않은 것이라면, 대변인은 그 본래 생각을 적절하게 재디자인(재편집)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사결정자에게 전략적 상황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조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전략적으로 다자인 된 생각과 메시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를 정리해 전달해야 한다.

    실패한 대변인의 경우 대부분 자신은 기계적, 기술적인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믿고 이를 그대로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최고의사결정자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옮기기만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그런 날 것에 대해 반박하고 비판하면, 그런 대변인은 제대로 정리된 답변을 하지 못한다. 성공적인 대변인은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기획자이며 기획된 것만 전달하는 준비된 전략가다.

    대변인은 온전히 기업의 편이다?

    물론 기업에 속해 기업에게 급여를 받는 대변인은 태생적으로 기업의 편일 수 있다. 기자들을 비롯한 대부분 이해관계자도 그런 전제에 기반해 대변인의 메시지를 해석하고 이해한다. 비판자들은 대변인의 메시지 속에 있는 숨겨진 의도와 사실을 캐내려 노력한다. 대변인이 거짓말하거나 최소한 무언가를 숨기고 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변인은 기업 내부에서 외부 시각과 입장에 기반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내 최고의사결정자가 향후 예측가능한 상황을 미리 경험하게 해야 한다. 당연히 대변인은 제3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그 예측 상황에 기반한 입장과 메시지를 새로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실패한 대변인은 대부분 자신이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의 편이라는 사실을 항상 강조한다. 메시지와 커뮤니케이션 태도에 있어서도 자신이 누구의 편인지를 확인시키고, 이를 활용하려 애쓴다. 맥락이 맞지 않거나, 논리가 부족하거나, 메시지 자체가 부실한 경우에도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이 곧 자기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의 뜻이라 강조한다. 이런 대변인은 결국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를 최종적으로 실패하게 만든 이적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내외부로부터 받게 된다. 대변인은 누구의 편이라기 보다는 진실과 신뢰의 편인 사람으로 내외부에 비춰져야 한다.

    대변인은 레토릭에 능수능란해야 한다?

    대변인이 태생적으로 달변이고 커뮤니케이션을 즐기는 경우라면 좋은 자질을 가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태생적 자질만으로 성공적인 대변인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태생적 자질을 전혀 가지지 못한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수사학(레토릭)은 태생적 자질보다는 집중적 배움과 연습에 더 중점을 둔다. 무엇을, 어떻게, 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복적 배움과 연습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흔히 우리가 립 서비스, 애드립, 창조적 말장난, 궤변 등을 레토릭으로 혼동하고 있는데, 대변인에게 그런 기술은 대부분 잡기술로서, 최대한 경계해야 할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실패하는 대변인은 대부분 잡다한 말 기술로 대변인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을 구성하려 한다. 자신이 나름대로 고안한 창조어를 쓴다거나, 극단적 사례나 문구로 여론을 자극하려 한다거나, 일부는 극적 기법을 활용하여 시(詩)나 연극적인 커뮤니케이션까지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해관계자가 실제로 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자. 대변인은 연예인이나 예능인이 아니다. 말로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니다. 신뢰에 기반하지 않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대변인의 것이 아니다.

    대변인도 자신의 말에 책임져야 하나?

    대변인의 역할이 기업 메시지의 단순 전달자, 배달자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대변인의 말에 대해서는 대변인이 책임져야 할 것이 없다는 오해를 한다. 대변인의 말은 기업을 대변하는 것임과 동시에 외부를 향한 공식 메시지로서 대변인 개인에게도 다양한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다. 그 메시지의 영향에 따라 그에 합당한 책임은 필수적이다. 만약, 그 메시지가 기업 내부에서 합의된 것이 아니라 대변인의 개인적 메시지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더욱 과중하다. 대변인의 메시지가 단순 말실수를 넘어 사회적 공분을 조성해버리는 결과까지 이어지게 되면, 해당 대변인은 내외부에서 그 역할을 지속 수행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법적 책임이나,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실패한 대부분의 대변인은 실제로 존재하는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가능한 벗어나려 한다. 자신의 말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기업의 말이라 강조한다. 자신은 단순한 전달자일 뿐,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항변한다. 하지만, 대변인의 커뮤니케이션 대상인 이해관계자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변인의 말이 문제라면, 그 대변인은 당연히 그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고, 그와 동시에 기업도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경우 기업에서는 ‘이번 논란은 대변인 개인의 문제일 뿐,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유효하지 않다. 성공적인 대변인은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 표현 한조각에도 무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과 자세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대변인에게는 말하기 대신 듣는 것도 중요한가?

    사실 듣는 것이 말하기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변인의 역할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변인은 기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기자들이 전하는 정보와 분위기를 통해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하게 리스닝 의미를 너머, 내부적으로 대응 전략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주춧돌을 모으는 과정이 된다. 기자나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등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듣고, 묻고, 토론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야 진정한 대변인의 역할이 수행 가능해진다.

    실패하는 대변인의 경우 우선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듣지 않는 척한다. 일부는 기자의 이야기를 자르거나, 못하게 한다. 자사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는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자를 폄훼하거나, 공격한다. 어떤 대변인은 그런 외면과 압박을 대변인의 중요한 기술이라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변인은 듣고 새기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대응전략을 구성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변인은 절대로 기술자가 아니다.

    대변인은 통제자다?

    대변인은 단순하게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의 메시지를 대변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업 전사 차원에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전반을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만약 이런 통제관리력이 없다면, 대변인은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창구 중 하나로 그 위치와 가치가 전락된다. 대변인의 메시지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기타 임원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일선 직원이 정리되지 않은 회사의 생각과 분위기를 여러 루트에 공개한다고 생각해 보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굳이 대변인을 거치지 않아도 필요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 대변인은 무슨 의미가 될까?

    실패한 대변인은 대부분 내부 통제력을 온전히 지니지 못한 스타일이다. 자신의 역할도 단순 대변의 활동에만 국한하기 때문에, 자신의 통제 범위를 스스로 축소한다. 일부 대변인은 스스로도 소위 ‘터진 입은 못 막는다’는 이야기까지 하며, 전사적 통제와 관리는 불가능하다 자조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대변인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통제에 기반하며, 그 통제력을 완전하게 보유하지 못한 대변인은 대변인이라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내부적으로도 정치적 권한을 최대한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대변인은 충성심이 있어야 한다?

    그 충성심이 누구에게 또는 무엇을 향한 것이냐 하는 게 문제다. 단순하게 무조건 자기 기업이나 최고의사결정자에 대한 개인적 충성심이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속한 기업과 최고의사결정자가 관여한 이슈나 위기관리의 성공을 위한 충성심이어야 할까? 아니면, 순수하게 자신의 개인적인 입신양명 또는 이익을 위한 충성심이어야 할까? 일선에서 여러 대변인이 보여주는 실행과정에서는 위의 다양한 충성심들이 이합집산 하며 기반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해당 대변인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대한 목적 의식을 제대로 세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패한 대부분의 대변인은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대한 생각을 충분하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자신의 심중에 정한 목적이 자유롭게 바뀐다. 때에 따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대변인의 모습도 나타내게 된다. 마치 자신이 유명인이 된 것처럼 뽐 내거나, 이후를 기약하려 애쓰는 경우도 보인다. 상황에 따라 최고의사결정자만 바라보며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최고의사결정자만 바라보며 충성을 커뮤니케이션 한다. 성공적 대변인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항상 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실익을 취해야 하는 것인가를 반복 고민한다. 온전하게 자신보다는 기업 자체를 위해 그리고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충성심으로 일관한다.

    이상으로 전략적인 대변인이 갖추어야 할 자세와 역할에 대하여 정리해 보았다. 일선에서 많은 대변인을 만나다 보면,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후배들의 본이 되는 멋진 대변인도 많고, 그 반대로 큰 반면교사를 주는 분과도 같이 일하게 된다. 그분 한 분 한 분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인간적으로 친근하고, 참 괜찮은 스타일이다. 흔히 우리가 사람이 이상해 말을 저렇게 한다는 선입견과는 다른 현실인 것이다.

    그 중에는 대변인의 역할을 자신이 적극 원해서 대변인이 된 경우가 아닌 경우도 있고. 대변인은 되었지만, 대변인으로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공부와 훈련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대변인의 자질로서 중요한 수사학, 법 상식, 여론적 정무감각,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와 관계 형성, 내부 정치력 강화, 최고의사결정권자와의 거리, 순발력, 기획력, 관리능력 등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떤 제약이 있더라도 대변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어야 한다. 제한된 환경과 자질, 정치적 구도에도 불구하고 자신 스스로 가능한 대변인의 역할을 찾아 충실 수행하는 의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아무나 대변인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대변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직업으로서의 자긍심도 상당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대변인으로 신뢰와 상식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좋은 대변인이 많아야 좋은 기업도 많아진다. 훌륭한 기업이 많으면, 훌륭한 대변인들도 많아질 것이다. 다 같이 노력하자는 이야기다.

    관련 개념 · 대변인이란 무엇인가

  • 사전 준비 vs. 사후 준비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한 기업의 경우, 초기 대응과 그에 연결된 이후 대응 실행 시점이 이해관계자들의 예상보다는 늦다. 그런 ‘늦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상황 발생 직후부터, 상황파악, 상황분석, 대응조직 구성원 집합(취합), 대응방식 논의, VIP의 의견 청취, 실행안 확정, 실행준비, 실행에 걸친 여러 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겨우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 발생 이후 바로 대응 실행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사전에 미리 해당 상황을 예상하여, 대응에 대한 준비까지 완료하고, 대응 시점만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제는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다. 그런 경우 대응 실행 시점은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기업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 개념은 ‘준비’라 볼 수 있는데, 이 ‘준비’ 개념은 실무진에게 종종 혼란을 주곤 한다. 예상 못했던 부정 이슈나 위기와 맞닥뜨려 혼란스러워진 회사 내부에서 실무그룹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조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실무그룹에게는 “빨리 대응하라” “뭐라도 하라” “어떻게 든 막으라” “적극적으로 빼라” 등의 급한 주문이 떨어진다. 반면 실무그룹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대응 가능합니다.” “우리가 어떤 입장과 메시지를 할 수 있는지 먼저 결정되어야 합니다.” “대응 예산은 얼마나 가능한가요?” 등과 같은 대화가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뭐든 하라!”라는 주문은 실무자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아무것도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 곧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인데, 그 현실과 무엇이든 하라는 주문 사이에서 곤란을 겪는 것이다. 그에 더해 ‘준비’되어 있는 실무그룹이 왜 이렇게 무력한가?라는 핀잔까지 더해지면 실무그룹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준비’의 개념을 정리해 본다. 실무그룹은 진짜 쉽게 준비될 수 있는 것일까?

    준비는 사전에 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자면,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된 이후 시작되는 준비는 사실 준비가 아닌 것이 된다. 사후에 하는 준비는 제대로 된 준비가 아닌 것이라는 의미라서다. 위기관리 아포리즘에서도 “진짜 카우보이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공강하를 하면서 낙하산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아도 사전 준비와 사후 준비의 개념적 차이를 알 수 있다.

    대부분 준비 문제는 사전이 아니라 사후에 준비를 시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대응 시점이나 품질은 사전 준비된 그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일정 시간이 흘러 그때 그때 준비되어진 실행이 반복되면 어느 정도 정상성을 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사후 평가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조용하니 시끄러워지면 다시 준비하자?

    일단 첫 불은 껐다는 판단이 생긴 의사결정그룹과 실무그룹은 사전 준비가 가능한 시간을 다시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그렇게 허둥지둥 했으면서도, 조만간 다시 불씨가 되살아 날 것을 예상했어도 그 때가서 보자는 생각을 다시 하는 것이다. 신발 끈을 묶고 있어야, 부저가 울리면 뛰어나갈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전의 시끄러웠던 경험과 기억을 일단 잊고 싶어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스스로 사그라지는 것을 희망하며 조금(일정기간) 지켜보자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운 좋게 이내 소란이 잠잠해지면, 이슈대응을 잘했고, 마무리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다시 불씨가 타오르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대응 ‘준비’를 강하게 외치니 문제다. 대응 준비에는 허비나 불필요함은 있을 수 없다. ‘지켜보자’는 준비가 완료된 이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준비했다가 상황이 발생 안되면 어쩌나?

    실제로 회사에게 중대 부정 이슈를 예상하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준비를 했던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일정 기간 많은 인력과 투자를 투입해 대응을 상정하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응 준비를 다 했다. 운이 좋게 발생을 예상했던 기간이 아무 일 없이 지나자, 사내에서는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준비하고 호들갑 떤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준비작업을 리드했던 실무그룹과 임원은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다른 한 클라이언트에게는 예상되는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이고 과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하는 실무그룹이 있었다. VIP가 결심하고 지원한 준비 과정에서도 그 실무그룹만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실제 예상했던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 의사결정그룹이 준비된 대로 움직이자, 준비 자체에 부정적이던 실무그룹은 그들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리드하기 보다 따라 움직이는 실무그룹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내부 생각과 우려는 실무그룹에게는 상당히 현실적인 위협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준비’라는 것이 당연하고 아주 중요한 상식이라 이야기하지만, 현장에서 ‘준비’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조직역학적 부분이 기반 되는 행위다. 그러한 부담 때문에 실무그룹이 정확하게 리더십을 쥐고 있지 못하다면, 진정한 ‘준비’는 항상 조심스러운 것이 돼 버린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준비하면 물론 좋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범위의 준비가 필요한가는 실무그룹에게 항상 골치거리다. VIP께서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면, 실무그룹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게다가 VIP 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으셨다면, 패닉은 더욱 커진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일단 대규모 대응 매뉴얼 작업을 해야 하겠다 생각한다. 다른 기업 실무그룹은 대응 인력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예산을 먼저 확보해야 하지 않는가 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협력사나 대행사를 구하며 경쟁 비딩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그들 각자에게 그 각각은 ‘(일단) 준비’라는 정의를 가진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의 ‘일단’ 준비는 대부분 소모적일 뿐이다.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준비라는 실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분석이 전제되는 것이 맞다. 정확하게 어떤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제대로 된 준비도 가능하다. 그 준비의 범위는 실무그룹의 경험과 전례에 따른 수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면, 준비되지 않는 것이고, 그 수준을 넘어선다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준비의 정의는 의사결정그룹이, 준비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실무그룹의 고민에 기반해야 한다.

    누가 준비해야 하나?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직내 가치 중 하나는 ‘누가?’라는 행위 주체의 개념이다. ‘누가?”라는 개념 없이는 대응 조직을 편제 할 수 없다. 누구든, 아무나, 관련자들이, 전사적으로 등과 같은 개념은 오히려 대응 조직을 무력화한다. 조직 내에서 이 ‘누가?’의 지정을 하고,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준비만을 위한 조직내 리더십을 누군가에게 부여해야 한다.

    당연히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직급과 직책의 리더십이 정해지겠지만, 그 리더십에 의한 준비 작업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누가?’라는 질문과 답변의 정리는 중요하다. 먼저 ‘누가?’라는 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어야, 그 다음에 ‘무엇을?”이라는 실행 전략과 방식이 정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누가?’라는 계속되는 현장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즉흥적 또는 관례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협조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리더십도 존재한다. 이는 평소 이슈나 위기관리가 비즈니스 실행 우선순위에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그 속에 부정적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소모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리더십은 흔히 목격된다. 이 부분에 주목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투입하는 기업이 보다 나은 대응관리와 준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나?

    준비를 했는데도,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준비한 해당 상황이 올해 안에 발생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시 다른 상황이 예상되면, 그건 또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가? 예산과 인력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다른 핵심 업무를 다 제쳐두고 준비하라 하시는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이런 현실적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조언도 위의 것들과 마찬가지다. 가능한 구체적 준비 대상과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실무그룹의 경험치에 맞는 준비 범위를 상정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예상되는 준비 기간과 소요 시간을 필히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해보면,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준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A라는 이슈 대응을 준비하게 되면, B라는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패닉에 빠지지 않게 된다. 비슷한 실무그룹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을 달라진 유형과 실체에 따라 일정 부분 변형하면 되기 때문이다. 수십 개 예상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다시 수십 개의 대응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핵심은 이런 준비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자산화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준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이상의 여러 조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실은 종종 상식을 거부한다. 반대로 상식적인 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결과에는 현실적 이유가 그 기반이 된다.

    사전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절대 실무자그룹에 대한 비판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준비라는 개념이야 말로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기본 품질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한 VIP의 관심과 지원, 강력한 리더십의 투입, 정확하고 적절한 역할과 책임의 배분, 실무그룹의 경험에 대한 존중, 성실한 준비실행과 반복이 함께해야 겨우 가능한 경지가 된다. 일개 실무그룹이 준비를 하거나 하지 않고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전 준비는 그래서 어렵다고 한다. 상식은 참 어려운 것이다.

  •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 잘 되고 있나요?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과 함께 그리고 그들을 위해 이슈관리에 참여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보면, 어떤 기업은 안정된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다른 어떤 기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 거의 동일한 성격을 가진 이슈인데, 어떤 기업은 안정된 실행을 하고, 왜 어떤 기업은 불안정한 실행을 하게 될까? 심지어 불안정한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기업이 훨씬 더 규모가 큰 기업이고, 연륜도 긴 기업인데 그런 현상은 왜 반복되는 것일까?

    몇 년 전에는 안정되게 이슈를 잘 관리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던 기업이었는데, 최근에는 비슷한 이슈를 아주 불안정하게 핸들링 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들쑥날쑥 하게 된 경우도 보게 된다. 왜 이 기업은 일관성이라던가, 쌓였던 역량이 사라져 버린 것일까?

    상대가 있는 이슈관리에서 어떤 기업은 차분하게 합리적 이성적으로 대응 하는데 비해, 다른 어떤 기업은 왜 일희일비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일까? 만만한 상대를 만났을 때에는 압도적으로 상대를 관리해 버리던데, 조금 더 강한 상대를 만나니 왜 스스로 더욱 흔들리고 우와좌왕까지 하게 되는 걸까?

    기업 내부에서 만약 이런 이상현상이 발생된다면,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일종의 진단 킷인데, 이 질문에 대해 적확한 답을 스스로 할 수 없다면, 해당 이슈관리는 제대로 된 트랙에 올라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답을 가지고 있는데도, 이슈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때 그 원인은 실무그룹의 역량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적확한 답을 이미 가지고 있는 의사결정그룹 아래 그런 실무그룹이 존재한다는 건 사실 현실적이지 않다. 그런 의사결정그룹이 평소 실무그룹을 그렇게 방치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이상증상이 보여 질 때 점검해 보아야 할 질문들이다.

    첫째, 왜(why)?

    기자회견을 해야 한 단다. 그렇다면 그 기자회견은 왜(why)해야 하나? 기자회견 대신에 입장문을 발표하고, 홍보실이 적극 커뮤니케이션하면 왜(why) 안되나? 기자회견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회견을 정해진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기자회견에 VIP가 참석하셔야 하는 이유는 무언가? 기자회견에서 VIP가 사과하고 대표에서 물러 나겠다고 커뮤니케이션 해야만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그렇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면 왜 향후 상황이 좋지 않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나?

    이슈관리 주체가 스스로 이런 왜(why), 원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할 수 있어야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한다. 아주 사소하고, 당연하고, 기본적인 주제라고 해도 왜(why)라는 질문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거대한 댐은 아주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왜 해야 하는 거지? 이 질문과 그에 적절한 답을 찾아야 거대한 댐을 유지해 가며 지을 수 있다.

    둘째, 목적이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현재 당면한 이슈를 관리하여 우리가 다다르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정확하게 그려보아야 한다. 현재 당면한 이슈를 관리해서 궁극적으로 자사가 성취하고 싶은 것이 사업의 정상화인지? 대표이사의 보호인지? 상대측의 괘멸인지? 이탈고객의 최소화인지? 기업 명성의 재확보인지? 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현재 이 이슈관리 실행들을 모두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굳이 세네카의 말처럼 “정해진 항구가 없는 배에게는 어떤 바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이슈관리 주체들은 이슈관리 목적을 뚜렷하게 세워 내부 공유하지 못한다. 그냥 이심전심, 당연한 상식, 한마음 한 뜻 이런 개념으로 퉁 친다. 정해진 이슈관리 목적을 내부에서 적극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는 어떻게 이슈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나?

    셋째, 실익이 무엇인가?

    그걸 실행하는 것은 좋다. 무언가를 해야 하고, 어떻게 던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 실행을 통해 자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과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상대를 마구 비판하는 기사를 만들어 공격한다? 그렇다면 그런 부정 기사들을 통한 공격으로 자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 새로운 비판 논리를 만들어 온라인 버즈를 극대화한다? 좋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자사가 성취할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

    실익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실행은 불필요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익이 아니라, 다른 주변적 요소들만 떠 오른다면 그 실행은 문제다. 가장 대표적 실행이 이런 것이다. “현재 구도에서 왜 상대측을 비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루머나 유언비어까지 퍼뜨리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VIP가 원하십니다.’ 또는 ‘우리의 속이라도 시원하고 싶어서요.’ 같은 답이 마음 속에 떠오른다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사업적 목적으로 그런 심리나 감정을 대신 충족시켜 주곤 하지만, 근본적 이슈관리 관점에서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는 현상이다.

    넷째, 어떤 최악을 예상하는가? 그 예상은 합리적인 것인가?

    최악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기업은 이슈관리 전반에 흔들림이 적다. 최악을 그냥 어렴풋하게 상상하는 기업은 그에 비해 흔들림이 크다. 최악의 상황을 바라보는 기업은 신중하다. 가능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향을 주로 선호한다. 눈 앞의 닭을 잡기 위해 수 백 미터 벼랑에서 닭을 향해 점프하는 늑대가 되지 않으려 많은 것을 그때 그때 재며 달린다. 닭은 못 잡더라도, 내가 죽으면 절대 안 된다는 공감대를 가지기 때문이다.

    최악을 예상하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최악을 상상만 하고, 정해 놓지 않으면 바람에 따라 흔들리게 된다. 또한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경계하면서 게임을 진행하지 못하게 된다. 마구 여론전을 벌여 난타전을 장기화하다가, 자사와 경쟁사 모두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VIP들이 고초를 치르는 현상은 이런 이유 때문에 반복 발생한다. 최악을 정확히 예상하지 못하면, 중간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관성 때문에 계속해서 끝까지 가야만 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다섯째, 원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나?

    폭행당한 운전사에게 찾아가 깊이 사과하고 피해를 압도적으로 보상하는 것. 그 피해자인 운전사를 두고 생긴 비판여론 때문에 기자회견을 해서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 이 둘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둘 다 실행한다면 어떤 것이 우선이어야 할까?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

    문제는 그 정해진 답을 싫어하는 의사결정그룹이 있다는 거다. 원점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불편 해 하고, 싫고, 화가 나서다. 더욱 문제는 그런 의사결정그룹의 순수한(?) 감정 때문에 회사의 상당한 실익이 사라지고, 지속가능성까지 훼손되는 경우다. 원점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없이, 성공하는 이슈관리는 극히 드물다. 만약 원점 관리 없이 이슈가 관리되었다면, 그 이슈는 진짜 이슈가 아니었던 것이다. 해프닝이다. 많은 경험상 전략적 원점관리가 생략된 이슈관리 성공은 없었다.

    여섯째, 역량을 집중해서 대응하고 있나?

    VIP가 이슈관리 대응회의에 참가하고 있는가? 아니면 간접적으로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나? 이슈관리팀은 제대로 구성되어 있나? 아니면, 관련 부서와 사업부분이 각자도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나? 자문그룹은 통합적으로 꾸려져 지원받고 있나? 아니면, 누가 어떤 자문을 하고 있고, 누가 그 자문을 받아 실행에 연결하고 있는지 서로 모르고 있나? 실무자그룹은 존재하나? 아니면, 누가 대응 실무를 하는지 서로 모르고 있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매우 모멸적 표현 중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이 있다.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秩序) 없이 모인 병졸(兵卒)’이라는 뜻으로, 임시로 모여 규율(規律)이 없고 무질서(無秩序)한 병졸이 이슈를 관리하는 상황을 묘사한 말이다. 그보다 훨씬 더 모멸적이고 위험한 이슈관리 시스템은 ‘중구난방(衆口難防)’과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시끄럽기만 하여 결론이 없고, 짙은 안개속에서 서로 모르며 이슈관리를 하는 느낌이라면 문제라는 의미다.

    일곱째, 현재 이슈관리를 통합적으로 누가 리드하고 있는가?

    “다 같이 하고 있다”는 답은 오답이다. 위험한 답이다. 전사적, 통합적, 협력적, 보완적 등과 같은 표현도 적절하지는 않다. 대체 누가 현재 이슈관리의 리더십을 쥐고 끌어가고 있는가? 그 딱 한 분이 누구인가? 만약 그 분이 VIP라면, 그 VIP를 중심으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직접 연결되어 있는가? 중간에 고리나 접합 관절이 있는가? 그에 따라 이슈관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거기에 더해 비선이 있는가? 계속해서 VIP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지시사항을 번복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가? 이슈관리를 리드하고 있다는 부사장은 실질적 권한을 가진 분인가? 아니면, 행정적인 지원 리더인가? 케이스는 아주 다양하지만, 내부 리더십 체계는 몇 가지 형태로 단순 유사하다. 당연히 이슈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리더십 체계가 어떤 형태인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째,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과연 어떻게 될까?

    모든 이슈에 항상 상시 대응하고, 대응할 때 마다 강력하게 하이프로파일로 대응하고, 매번 끝까지 대응해서 마지막을 장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에 참여하는 데에도 깊은 고민과 전략과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중간에 전쟁을 끝내는 것에도 신중한 고민은 필요하다. 아예 처음부터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을 수 있겠지만, 초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전쟁을 조기에 마감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일단 시작한 전쟁이라도 상황을 보다 선제적으로 중단해 버리는 과감함도 의미는 있을 수 있다.

    ‘무조건’이나 ‘항상’같은 개념은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 적절한 개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의식에 따라, 조건에 따라, 원점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 여러 순리에 따라 그 때 그 때 이슈관리 방향성을 재고한다는 개념이 보다 유익하다. 대응하지 않는 것도 이슈관리다. 아주 전략적인 고민만 기반이 된다면.

    아홉째, 가용할 자산은 얼마나 되나?

    사실 이 주제는 논의할 가치도 없는 주제다. 너무 당연해서다.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는 돈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잃을 게 많은 기업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잃을 게 없는 (아주 가난하고 취약한) 기업에는 이슈나 위기가 없다. 그냥 재앙뿐이다. 어쩌다가 이슈나 위기가 지나가서 살아 남았다고 해도, 그 후유증으로 고사하는 기업이 태반이다.

    잃을 것이 많은 기업이라면, 이슈나 위기관리에 항상 투자를 하려 한다. 그도 사업의 일종으로 보기 때문이다. 굳이 예산 같은 것만 자산은 아니다. 인력, 전문성, 자문그룹, 팀워크, 리더십, 명성 등이 중요한 자산이다. 가용 자산과 확보가능 자산에 대한 적절한 가늠과 관심이 있는 기업이 이슈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아무 자산도 없는 기업은 그 만큼 힘든 것이 당연하다.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이다.

    마지막, 같은 이슈관리를 반복할 것인가? 개선할 것인가?

    맨 땅에 헤딩이라는 시쳇말이 있다. 맨 땅에 헤딩도 한두번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있다. 기업의 어떤 분야도 한번 두 번 그리고 서너 번 경험했다면, 그로 인해 얻은 인사이트가 생기고, 개선이나 강화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식적인 개선의 사이클에서 열외 되는 분야가 바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 분야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수십년 된 기업도 별것 아닌 이슈로 고생을 한다. 몇 년 전 겪었던 부정 이슈를 올해 다시 만나곤 한다. 이해관계자들은 그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평소 수 십 수백억을 들여 기업 광고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기부금을 내고, 국가정책에 참여하고, 많은 유명인사들과 언론들을 통해 제3자인증을 받아 놓았음에도. 부정 이슈를 제대로 만나면 바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본다. 그간 쌓아 놓았던 명성 자산이 오히려 위선적인 이미지로 변질돼 버리기도 한다. 이 이유가 뭘까? 왜 개선이나 역량 쌓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평시에 그 자산 점검과 관리 강화를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과연 이슈관리를 잘 하게 될까? 아니면 다시 똑같이 땅에 헤딩을 반복하게 될까? 상식에 대한 이야기다.

    관련 개념 ·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른가

  • 위기 커뮤니케이션, 응급조치 가이드라인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에게 위기나 대형 이슈가 발생되었을 때, 그 기업은 자사 스스로 어느 정도는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도 상당기간 업력이 있는데, 위기가 발생했다고 자사가 전혀 체계 없이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 듯하다. 그러나 이내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구성원들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대응을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평시 그런 믿음이 실제가 아니라 막연한 상상이나 기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조금은 단언적인 이야기 같지만, 준비 없는 기업은 위기관리에 무조건 실패한다. 평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적절한 위기관리 조직을 교육하고 훈련하지 않았던 기업은 위기와 마주하면 항상 쓰러진다. 이는 아무 준비나 훈련 없던 일반인이 숙련된 복싱 챔피언과 싸우려 링에 올라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승패는 아주 확실하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된 직후부터 준비를 시작하려 한다. 이것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려 한다.’ 실제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 내부에 들어가 보면, 이렇게 준비를 시작하려는 논의를 하다가 초기 대응 기회를 상당부분 놓쳐 버린다. 위기가 일단 발생되면 시간은 관련 기업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가서 깨닫는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는 기업은 대부분 대응이 늦다. 내부에서 부랴부랴 시작한 준비와 의사결정이 실행으로 연결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늦게라도 실행을 하는 기업은 나은 편이다. 그보다 더한 기업은 영원히 초기 대응 기회를 놓치고, 별 대응을 하지 못한다. 외부에서는 해당 기업이 침묵(무시)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여론은 더욱 악화된다.

    그러한 침묵이 혹시 전략적 침묵일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전략적 침묵과 때를 놓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간에는 아주 정확한 다름이 있다. 전략적 침묵을 하는 기업은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으며, 대응 준비를 해 놓는다.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대한 관리도 확실하다. 잡음이나 이견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때를 놓쳐 그냥 입을 닫고 있는 기업은 상황 파악이나 대응준비가 의미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창구가 여기저기 뚫려 자사가 원하지 않는 정보와 의견이 술술 새 나간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비슷하지 않는 내부 상황이 전개된다.

    안타깝게도 평시에 준비하지 않았고,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나 경험도 없었고, 위기관리 조직이라는 것은 당연히 처음 듣는 이야기인 기업의 경우는 위기 발생 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망연자실하게 최악의 상황을 기다리면서 전전긍긍하는 것이 전부일까? 이번 편에서는 아무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응급조치 사항들을 정리해 본다. 이는 ‘응급조치’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해했으면 한다.

    첫째, 핵심 의사결정자들을 한자리에 모을 것

    전화, 메신저, 이메일, 내부통신망, 화상미팅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오프라인 장소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이 모임에는 필히 최고의사결정자가 위치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한자리에 동시에 모여야 하는 이유는 정확하고 신속한 상황파악을 위해서이다. 상황파악 이후에야 대응 전략이 세워지고, 실행안이 정리된다. 위기 직후 대부분 한자리에 신속하게 모이지 못하거나, 최고의사결정자가 그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위기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은 90프로 실패한다.

    둘째, 외부 전문가들을 그 모임에 조인 시킬 것

    이런 경우 회사와 전문가간 통화는 콜드콜(모르는 상대에게 연락해 문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최대한 신뢰할 수 있는 인맥을 통해 가용한 외부 전문가들을 모임에 참석시켜야 한다. 이 전문가들은 상황을 처음부터 파악하고 있는 경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외부 시각에서 현재 상황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절대로 처음 미팅에서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묻지 말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상황과 관련해 내부에서 공유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문가들을 관상가나 점술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셋째, 초기 커뮤니케이션은 일정기간 홀딩 할 것

    준비되고,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쌓아 놓은 기업은 보다 신속하게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자사는 그런 준비와 투자가 없는 회사라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 직후 언론으로부터의 전화를 누가 받아야 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고, 어떤 말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경험도 없다면 더욱 더 홀딩(시간을 버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며,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회사 입장을 알려드리겠다.”면서 연락처와 기자 정보를 정리해 놓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서 다시 강조할 것은 답변하지 말고, 질문을 접수해 내부 의사결정 그룹에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넷째, 홀딩 한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먼저 의사결정해 대응할 것

    기자들이 어떤 사안을 궁금 해 하는지 알았고, 이를 적절하게 홀딩 해 놓았다면, 그 다음은 그 질문에 대한 회사의 답을 마련하는 것이다. 초기 입장문을 길고 장황하고 구체적으로 쓰고 싶어하는 본능은 조금 미뤄 놓자. 일단 초기대응에서는 간단하게 핵심 메시지 몇 줄이면 충분하다. 이후에 바로 입장문이나 해명문 같은 조금 장문의 메시지를 공유하거나 게시할 수도 있으니 초기 메시지는 짧게 정리하자. 일단 기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짧은 문장에 회사의 핵심 입장과 계획을 제대로 담아야 한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에도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소요된다. 빨리 정리해야 한다.

    다섯째, 대변인을 한명으로 임명해 대응에만 투입할 것

    내부에 홍보실이 없다면, 가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고위임원이 회사의 대변인(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일단 대변인 역할을 맡았다면,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언론 문의 대응에만 집중해 임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기자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함께 정리해 준다면 더 좋다. 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기자와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대변인의 임무다. 기자들이 새로운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해서는 일단 홀딩해서 다시 시간을 벌어 답을 정리하자. 많은 부분 겹치는 질문은 준비된 답변으로만 갈음하자.

    여섯째, 상황이 변화해 간다고 전선을 넓히지 말 것

    일단 아무 준비가 없고, 별 대응 자산이나 네트워크가 없으니, 커뮤니케이션 창구와 전선(frontline)은 한두개로 집중해야 한다. 이를 늘리면 꼭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효과가 배가되지 않는다. 경험적으로 아무 준비 없는 기업이 창구를 늘리면 그에 대한 효과는 반감한다. 선택해서 집중한다고 생각하자. 일반적으로 그와 같은 기업은 언론을 선택해 집중한다. 일부 스타트업이나 셀럽들은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는데, 일반 기업은 언론이 보다 우선이다. 신뢰와 제3자인증이라는 여러 가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초기 대응 과정과 동시에 실행을 준비할 것

    앞에서 이야기한 조치들이 한 줄 바톤 달리기 식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의사결정자들이 앞 단계를 바라보면서 하나씩 의사결정 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 마치 8명이 단체로 바톤 달리기를 하듯 언론 문의를 접수하는 팀은 팀대로, 상황분석에 참여하는 팀은 팀대로, 대변인과 대변인을 지원하는 팀은 그 팀대로, 동시에 상호지원하면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 앞의 프로세스들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특정팀은 실제 어떤 실행을 해야 할 것 인지 의사결정해 준비해야 한다. 앞의 프로세스는 그 진짜 실행의 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주는 활동이라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서 진짜 실행이란, 위기상황과 관련된 기자회견이 될 수도 있다. 해명문이나 반박문, 사과문을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법적으로 준비해 대응하는 것도 실행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일사불란 한 실행을 준비하는 것이 포함된다. 대응 주체는 CEO가 될 수도 있고, 홍보실이나 (홍보실 부재 시)관련 부서, 법무부서, 인사부서, 영업부서, 생산부서, 마케팅부서 등도 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핵심은 동시 실행이 함께 이루어져 실행 개시 까지의 시간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덟째, 만약 어떤 실행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면, 전략적 침묵으로 갈 것

    초기에 핵심 메시지를 정해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그것으로 초기대응을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상황이 상당히 복잡하고, 자주 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자사가 제대로 스탠스를 취하기 어렵다면 일단 정리 될 때까지 전략적 침묵을 선택하면서 시간을 벌어 보는 것이다. 이는 링 위에 올라간 선수가 상대측 역량을 떠 보고 난 뒤, 풋워크를 통해 계속 빠지면서 아웃 복싱을 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전략적 침묵 기간 동안에도 기본적 대응방안에 대한 정리와 실행준비들은 다양하게 완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침묵은 단순하게 입을 닫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대응을 위해 시간을 벌며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과정에서 창구 관리/통제는 필수다.

    아홉째, 가능한 정보 라인을 확보해 관리할 것

    기억하자. 자사는 평소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담당기자들에 대한 개념도 없었을 것이다. CEO나 임원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기자들이 전부일 수도 있다. 갑자기 친한 기자를 만들 수도 없고,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도 의문일 것이다. 이렇다 해도, 가능한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기자를 몇 명이고 확보해 접촉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도 되고, 어떤 접근을 해서라도 유의미한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확보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이 경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신뢰다. 해당 라인을 통해 전달하는 정보는 절대 정확하고 거짓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 만약 그런 정보 선별과 정리가 어렵다면, 이런 접근 방식도 포기하는 것이 낫다.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의 전달은 더욱 더 회사를 그로기 상태로 몰 수 있다. 여기 저기 신뢰 할 수 없는 기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불완전한 한 정보를 흘리고 뿌리게 되면 아주 크게 실패한다.

    열 번째, 한 숨을 돌렸다면 이때라도 조직을 완성시킬 것

    대응 조직을 빨리 제대로 갖추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위기관리는 하루 이틀 싸움이 아니다. 길게는 수개월에서 한 해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뭐든 빨리 빨리 하다가도 시간이 며칠 지나면 대부분 구성원의 긴장감은 풀어진다. 그럴수록 빨리 위기관리에 필요한 전문가들(로펌, 위기관리 회사, 커뮤니케이션 회사, 각종 자문사)을 사내 의사결정그룹과 한 팀으로 공식화해야 한다. 창구 대변인을 재훈련시키고,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함께 다듬어야 한다. 법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대응은 하나로 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회사와 로펌 및 자문사들이 함께 모여 정보와 의견 그리고 실행 조율을 상의해 나가야 한다. 경험상 이런 대응팀의 안정화는 위기 발생 이후 최소 1-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빨리 시작할수록 결과는 낫다.

    앞의 열 가지 응급조치들은 아무 준비가 없었던 기업에게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이다. 대부분이 당연하고 간단한 것처럼 느껴 질 수 있겠지만, 도입부에서 언급한 대로 그 조차도 절대 쉽지는 않다.

    현실에서는 위기가 발생되면 상황 파악을 못하며 시시각각 구성원의 감정만 오르락 내리락 반복한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어려워한다. 특히 최고의사결정자가 첫 미팅에 참석하지 않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다. 가장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주원인이다.

    외부전문가들을 콜드콜로 모아 한자리에 앉힌다는 것도 사실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처음 본 그들을 어떻게 믿고 이해할 것인가? 반대로 그 전문가들은 회사분들을 어떻게 보고, 적응할 것인가? 언론 창구도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 초기 창구가 여기저기 뚫려서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들이 흘러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때문에 공분을 더욱 자극해 버린 케이스도 수없이 많다. 창구단속이 쉽다면 왜 그 회사들이 고통받았을까?

    그 와중에 훈련받지 못한 채 투입된 대변인은 어떨까? 노련한 기자들의 압박성 질문을 끝까지 견뎌내면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만 해 낼 수 있을까? 그 외 상당수 의사결정과 실행준비는 팀별로 잘 배분되어 진행될까? 그에 대한 컨트롤타워 형식의 감독은 어떻게 하고?

    앞의 열 가지 조치는 말 그대로 응급조치일 뿐이다. 초기 상처를 악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하며 시간을 벌어 제대로 된 치료를 기대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미다. 그 조차도 하나 하나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런 응급조치는 한번이면 족하다. 매번 위기마다 응급조치로만 대응하는 기업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다.

  • 전략적 침묵에 대한 아포리즘들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침묵은 일견 절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곤 한다. 일부 미디어트레이닝 서적에서도 ‘노 코멘트는 코멘트다(No comment is a comment)’는 말을 쓰기도 한다. 사실 미디어트레이닝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노 코멘트라는 것은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함부로 노 코멘트라는 표현이나 대응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줄인 것이다. 이번 글에서 다룰 전략적 침묵에 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분야라고 봐야 한다.

    미디어트레이닝에서 노 코멘트라는 표현이나 대응을 하지 말라는 조언에 대해 좀더 설명하자면, 만약 화자가 기자의 질문에 답할 것이 없거나, 답해서는 안 되는 주제인 경우에는 자신이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코멘트 할 수 없는 적절한 이유를 함께 설명하라는 조언이 뒤따른다. 주로 사용되는 노 코멘트성 메시지는 “현재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또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하게 확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는 류를 의미한다. 조금 자신감 넘치는 정치권 대변인은 기자 질문에 “답변(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식으로 노코멘트 아닌 코멘트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 다룰 주제는 전략적 침묵에 대한 것이다. 전략적 침묵과 관련된 대표적 아포리즘을 정리해 보면서 어떤 것이 전략적인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인지를 다시 살펴보자.

    침묵은 자신 없는 사람의 가장 안전한 방책

    프랑스의 작가 라 로슈푸코가 한 말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전략적 침묵과 비전략적 침묵간 서로 다른 기준을 의미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야 할 기업이 일단 침묵한다는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에게 의심을 받게 되는 단초가 된다. ‘당신네 회사가 떳떳하면 무언가 해명을 하거나 반박을 해야지 왜 가만히 있는가?’하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런 경우 해당 기업에서는 왜 자사가 전략적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 침묵을 깨야 할 시기(right timing)를 준비하는 것이다. 준비된 침묵이 일단 전략적 침묵의 기본 형태다.

    말이 쓸모가 없을 때에는 순수하고 진지한 침묵이 흔히 사람을 설득시킨다

    영국의 작가 셰익스피어가 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전략적 침묵을 의미한다. 회자되는 사회적 논란에 있어 자사의 책임이나 관여가 없을 때, 그 논란에 대하여 커뮤니케이션 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 경우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서 기업이 알러지를 일으켜 여러 해명이나 반박을 하게 되면 오히려 전시효과가 생겨 불리한 처지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케이스에서는 적용되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은 조언이다.

    시의적절한 침묵은 말보다 설득력 있다

    영국의 작가인 마틴 파쿠아 터퍼의 말이다. 이 조언에서 가장 핵심은 ‘시의적절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회사가 지금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인가? 일단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고 상황을 바라보아야 하는 상황인가? 이에 대한 분별은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첫 단추를 여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 단계다. 여러 기업들의 실패 케이스를 보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야 할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시기에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거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시의적절한 침묵이란 적절하게 계산되어진 시기에 행해지는 전략적 침묵을 의미한다.

    침묵하고 있기 보다 말하는 것이 좋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나는 말한다

    고대 로마의 명연설가 카토 (小 카토)의 말이다. 아주 훌륭한 연설가였던 그는 언제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기본값이라기 보다는 침묵을 기본값으로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침묵의 기본값을 깨기 위한 가장 중요한 판단은 자신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침묵하고 있을 때 보다 더 났다는 확신이 있을 때로만 전제했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최초 상황이 혼란스럽고,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 보다 ‘훨씬’ 나은 선택인가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확하게 전략적 침묵의 기본 전제에 대한 이야기다.

    말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은 침묵해야 할 때도 안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인 아르키메데스의 말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때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야 할 때를 정확하게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각 때를 알고 있는 자(기업)가 성공한다는 의미도 전달하고 있다. 실제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과 침묵의 때를 가리고, 각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의사결정그룹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한다. 경험 많고 노련한 의사결정자들과 정무적 감각이 발달된 조언자 그룹이 협업하여 그런 경지를 만들어 내곤 한다. 이 과정에서 때를 아는 것만큼 훌륭한 역량이 없다.

    오직 침묵만이 침묵을 완벽하게 한다

    미국 시인 A R 애먼즈의 말이다. 이 또한 이슈 및 위기관리 관점의 전략적 침묵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핵심을 설명하고 있다. 일단 상황적 판단에 의해 전략적 침묵을 의사결정 한 기업에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실행은 완전한 침묵의 유지다. 얼핏 보기에는 침묵이 단순하고 쉬운 대응 방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 실행해 보면 이슈 및 위기 발생 상황에서 전략적 침묵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업내 또는 기업과 관련한 구성원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완전한 침묵을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기본값일 수도 있다. 특히 요즘 같은 개인 미디어와 다채널 시대에서는 완벽한 침묵은 과도하게 이상적이다. 어떤 이유에서 든 중간에 깨져버린 침묵은 전략적 침묵이라 하기도 어렵다. 모든 이후 대응의 기반이 함께 깨져버린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혀는 정신의 맥박이다

    스페인 작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이다. 이는 전략적 침묵을 깨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본격 실행할 때에 명심해야 할 조언이다. 여기에서 혀로 비유된 것은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준비된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기업의 메시지를 보고 들으며 해당 기업의 생각을 읽는다. 그 메시지가 제대로 된 메시지인지, 문제 있는 메시지인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상황을 소멸시킬지 악화시킬지 결정한다.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메시지의 중요성은 전략적 침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화룡점정의 역할을 한다. 일정기간의 전략적 침묵을 깨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실행 프레임을 바꾸었을 때에는 더욱 더 잘 준비된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기업이 처한 환경에서 기업 정신의 맥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바보는 말로 알고, 현명한 사람은 침묵으로 안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말이다. 앞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제대로 준비된 메시지가 부재하거나 부족할 때 상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화자인 기업을 결국 ‘바보’로 여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실패했기 때문에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자체가 성공할 가능성도 줄어 든다. 차라리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침묵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의 케이스도 현장에는 많다.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래서 중요하다. 메시지를 보고 기업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메시지의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침묵하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겠는가?

    분노하는 사람에게만 정보제공은 필요하다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가 에릭 데젠홀의 말이다. 기업이 이슈 및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침묵을 깨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때 명심해 볼 조언이다. 에릭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분노하는 사람에게만 정보제공은 필요하다. 반면에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 제공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비난만 하는) 그들에게 정보를 주면 또 되받아 칠 것이고, 메시지를 전달하면 비꼼을 당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여론을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에만 열중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을 것이다. 상황 자체에 단순 분노하는 사람들에게는 준비된 정보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유효하지만, 그 외에는 그렇게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조언이다.

    계획 없는 삶은 변덕스럽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세네카의 명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 관점에서 볼 때 이 조언은 전략적 침묵의 일관성 있는 실행에 연결되어 있다. 전략적 침묵은 정해진 기간 동안 완벽하게 유지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중간에 깨져버린 침묵은 전략적 침묵이 될 수 없다고도 앞에서 이야기했다. 심지어 최초에는 침묵하다, 이내 침묵을 깨뜨리고, 이후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변하자, 다시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그 후에도 상황에 따라 침묵과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다시 침묵을 반복하는 경우까지 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변화되며 장기화된다. 그 와중에 해당 기업의 여러 생존 자산들은 파괴된다. 실적은 곤두박질 치고, 각종 소송과 조사가 이어진다. 경영진들이 소환되고, 소비자들은 돌아선다. 직원들이 곤궁 해 지며, 거래처들이 사라진다. 계획은 결심이다. 계획 없는 삶이 변덕스러운 것은 제대로 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계획이 이슈와 위기를 관리한다.

    이와 같이 전략적 침묵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개인적 그리고 조직적 조언들이 존재한다.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전략적 침묵의 구성 요소들은 적절한 상황판단, 계획으로 굳어진 결심, 준비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침묵 중 마련된) 전략적인 메시지, 일관성 있는 침묵 유지 실행, 그리고 건전한 기업 정신과 철학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략적 침묵이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적극적 대응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훨씬 힘들고 어렵다는 점이다. 절대 쉽게 생각해 의사결정해서는 안 되는 대응 방식이다. 전략적 침묵은 중간에 어떻게 든 깨질 수 있다는 전제를 기억하며 의사결정하고 유지 실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전략적 침묵 기간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을 봉하는 함구령의 기간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응 프레임을 전환시켜야 하는지를 미리 계획하고 실행을 준비하는 기간이어야 그 의미가 있다. 전략적 침묵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완성을 위한 전략적 지연 또는 이상적 시점 선택의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관련 개념 · 전략적 침묵이란 무엇인가

  • 위기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당면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 지 기업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 활동을 실행하지 ‘않아서(did not)’ 위기관리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could not)’의 의미인 경우도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위기관리를 공부해야 한다 알아야 한다. 위기관리를 알면 좀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기업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위기관리를 임직원이 모르고 있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기업내에서 임직원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왜 위기관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와 하지 못했는 지에 대한 이유다. 몰라서 못했다면 차라리 문제 해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그랬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은 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까? 알면서도 왜? 그 몇 가지 대표적 이유를 꼽아보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기 때문

    나의 담당 업무는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생산기술쪽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임직원에게 “그렇다면 위기관리는 누가 담당하고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서로를 쳐다본다. 딱히 정해진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에 더해 다른 기업은 어떻게 담당부서가 정해져 있는지를 묻는다. 위기관리는 누가(who)에 대한 규정이 체계 구축의 가장 첫 단추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담당업무가 아니 라서 라면 문제다. (사실 반대로 아무나 애사심으로 나서서 위기관리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평소 위기관리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 부실

    어떻게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은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생된 위기 유형은 생전 처음보는 기괴한 것이라 위기관리를 하지 못 했다 거나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 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기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전례나 유사사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사에게 다가온 위기의 모습이 항상 새로워만 보인다면 그게 문제다.

    그때 그때 다른 회사의 대응 기조

    정해져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잘 된 체계의 특징이다. 회사 철학과 원칙이 이슈나 위기 시에도 일관성을 품고 공유된다면 그 보다 잘될 관리 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때 그때 위기에 따라 회사의 대응 기조와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A/S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관리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기준이 달라지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임직원들이 주저한다. 이해관계자와 공중들은 더욱 더 이해를 어려워한다. 어리둥절 하면서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미리 이슈나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회사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했던 뿌리 깊은 관행과 경쟁우위, 경쟁력의 비밀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그 문제성 관행 등의 뿌리를 사전에 뽑아 낸다면, 그것이 회사에게는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몇 년에 한번 위기를 넘기면서 생존하는 것이 사전적으로 무리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경영적 판단이 있기도 하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함께 하지는 않음

    체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함께 만들어 합을 맞추며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관리 체계를 들춰보면, 어느 한두 부서만 위기를 관리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 부서들이 명목상으로는 지원 또는 협업하게 되어 있지만, 그렇게 체계가 쉽게 가동되지는 않는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에게는 항상 의사결정 지연,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정보 부족, 시간 부족의 현상이 고질적으로 주어진다.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를 스스로 귀찮아 하고, 과잉 체계라고 생각하는 한은 알면서도 하지 않고, 못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위기대응을 하기는 하는데, 한 것은 없음

    이상한 현상이다. 무언가 위기관리라고 해서 열심히 여럿이 실행을 하기는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실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효과적 실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비유 중 ‘목욕탕 욕조가 넘치려고 할 때, 가장 시급한 대응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넘칠 물을 닦아낼 마대자루를 준비하거나, 물을 덜어 낼 바가지들을 구하러 다니는 실행이 일어난다. 대응의 우선순위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비선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한 혼동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어디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직간접적으로 VIP와 관련되어 있는 비선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그들의 특징은 심각한 이슈나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인 접근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조언한다는 점이다. 경험 있는 실무진들이 우려할 만한 대응 제안을 하고, 그 중 일부는 VIP의 지시에 의해 실행에까지 옮겨 지게 된다. 실무진에게는 외부 이슈나 위기에 더해 역으로 내부 위기까지 발생해 버리는 상황이 추가되는 셈이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실무진은 이런 경우 무리한 실행으로 인해 실질적 실행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한 의사결정의 연장

    실무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 인력의 개인별 경험에 따라 전문성이나 역량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할지 몰라 어리둥절 만 하는 실무진은 그리 많지 않다. 단,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정해져 내려올 때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결정이 신속 정확하게 하달되어진다면, 실무진은 그에 따른 실행을 즉각 해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의사결정이 길어지고, 자주 번복되며, 지연된다면 실무진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타이밍을 완전하게 놓친 대응은 대부분 사후에 무능이나 무력함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 주체의 실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결정 주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내부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평시에는 자유롭게 의사결정 하던 VIP께서 위기시에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시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 하시는 VIP께서 공개된 방식 보다는 매우 한정적인 대상을 통한 일방 하달에 익숙하신 경우도 있다. 실무진에서는 VIP의 의도나 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 한다.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 해 진다.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이 VIP가 보실 때 정확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대부분의 실행에 자신 없어 한다. 사후에도 내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각자가 각자의 위기관리를 함

    부서들이 함께 체계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이고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체계라고 해서 여러 부서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하고 싶은 위기관리를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 또한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일부 경우에는 부서의 역할까지 침범하며 중복된 실행을 각자가 하기도 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화 속에서는 컨트롤타워도 그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누가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스스로 모르는 현상이다.

    대응 기조를 계속 변경함

    이는 대부분 VIP의 의중이 자주 변화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전격 사과를 했으나, 계속해서 논란이 커져가자, 법적 대응을 발표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에서 일관성 없는 대응 기조에 대해 비판을 하니, 자사 대응 기조를 다시 바꾸어 기자회견을 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려 다른 실행을 더 한다. 그 이후에도 공격적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도 하고, 창의적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하며 말그대로 누더기 관리를 실행한다. 내부 임직원은 어떻게 해야지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를 알고는 있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회사의 의사결정 때문에 침묵한다.

    내부 정치적 현실 때문

    위기관리에 있어 VIP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해결 의지 그리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그분의 의중을 정확하게 내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반면, VIP의 그러한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생산된다. 아무리 효과적인 위기 대응 전략과 방식이 도출되더라도 VIP께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 그 실행이 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시더라도 회사를 위해 꼭 하셔야 한다”고 다시 조언할 수 있는 내부 임직원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의지 없음

    평시의 위기관리도 그렇고, 위기 시 위기관리에 대해서도 사내에서 특별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의 케이스들도 있다. 이를 선해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임에도 위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운이 좋아서 해당 위기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사라져 버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이런 경우의 문제는 위기관리를 운에만 의지한다는 것과, 아무런 대응 체계나 준비 없이 바라만 볼 때의 경우다. 전략적으로 로우 프로파일한 대응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외면하는 위기관리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문제 가능성은 알지만 대부분 침묵한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우는 것도 사람이다. 이에 맞서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사람끼리의 일이라는 것만 보아도, 우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전혀 모를 수는 없다. 공감이나 역지사지 같은 개념도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문제가 풀릴지 조금만 함께 예측해 보면 답은 낼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논의를 하다 보면 위기는 관리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그렇게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하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의 기업문화, 철학, 원칙, 리더십, 투명성, 체계, 역량, 정무감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능한 평소에 위기관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것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을 이유를 빨리 빨리 찾아내자.

  • 위기관리를 AI가 할 수 없는 이유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된 기업의 의사결정그룹에 들어가 여러 논의를 하다 보면, 임원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언제까지 이런 언론의 비판이 이어질까요?” “지금 대응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할까요?” “이런 유사 케이스를 다루어 보셨으니까 아실 것 같은데요. 이번 저희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는 임원들은 위기관리를 일종의 과학이라 생각하는 분들이다. 위기관리 이론과 원칙에 의해 많은 부분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고, 판별 가능하며, 심지어 통제까지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관리가 과학이라면 요즘 화두인 AI가 위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관리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Art)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여러 전문적 의견이 엇갈리는 근본적 이유가 위기관리의 예술적 성격 때문이다. 위기상황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주제들이 가변적인 혼동 그 자체다. 그런 여러 혼동을 관리하는 위기관리가 어떻게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위기상황을 두고 대응 결정을 할 때 종종 충돌하고, 의사결정자들을 갈등하게 만드는 대표적 주제들을 정리해 본다. 과학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예술로도 문제를 푼 다기 보다는 문제를 다룬다(manage)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신속한 대응 vs. 타이밍을 기다리는 대응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신속성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 상황에 있어 관련 기업이 신속한 대응을 하라는 의미의 조언은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 시 신속하게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에 빠진다. 빨리 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위기 상황은 그 유형과 변화 방향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일정 기간 지켜보며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여러 변수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간단하게 원칙 비슷한 것을 만들자면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조언이 될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그렇다면 바로 그 ‘적시’는 언제인가?”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다시 예술이 돼 버린다.

    VIP가 나서야 vs. 담당 책임 임원이 나서야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 있어 VIP의 가시성을 강조하고 조언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뒤로 숨는 VIP는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가능한 신속하게(여기에서도 예술성이 필요) VIP가 앞으로 나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고, 질의 응답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위기상황에 직접 관리책임이 있는 고위임원이 먼저 나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서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비장의 카드로 VIP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조언을 한다. 양쪽 시각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임원이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이고, VIP가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인가?”다. 의사결정이 그래서 어렵다.

    사과해야 한다 vs. 반박해야 한다

    비교적 사과를 해야 하는가 반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으로 보면 어떤 경우 사과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반박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생겨난다. 어떤 부분까지는 사과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따라온다.

    위기상황에 대하여 회사에 심각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직접적 책임성이 일부 부족하거나 (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경우), VIP 판단이 사과할 수 없다는 것인 경우에는 사과를 하지 않기도 한다. 상당히 여러 예술적 요소들이 관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해야 한다 vs. 위기관리팀이 해야 한다

    이 주제도 전형적인 예술적 주제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어떤 기업 대표께서는 위기관리라는 것이 우리의 핵심 사업이 아닌 관계로 전사적으로 모든 직원이 평시에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고 준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 하신다. 대신 부서의 특정 인력을 모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여 그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관리하게 해야 한다고 하신다.

    두 시각 모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체계와 관련되어 있는 이 누가(who)에 대한 주제는 아주 복잡한 예술성에 기반한 토론 주제다. 위기의 규모, 형태, 심각성, 부서 관련 양상, 전사적 데미지 유무 등이 다차원적으로 관여되기 때문이다. 위기 규모에 대해 모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예상되는 데미지가 매출의 OO% 이상 일 때, 이하일 때”를 나누어 대응 조직 범위와 수위를 정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도 사실 과학적이지는 않다.

    언론에 위기관리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vs.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위기관리 상황에서는 내부적으로 항상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저널리즘과 언론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의미를 강조하며 언론을 상대로 기사를 매수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않다 주장하는 임원도 있다. 그에 대해 회사가 입을 데미지를 예상하면 언론에게 위기관리 예산을 어느 정도 쓰는 것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현실적 주장을 하는 임원도 있다.

    이 경우에도 어김없이 예술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어떤 기사에는 예산을 써야 하고, 어떤 기사에는 쓰지 않아야 하는가?” “어느 매체에는 예산을 쓰고, 어떤 매체에는 쓰지 말아야 하는가”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대응 예산을 써야 하는가?”하는 여러 고민 주제가 쏟아진다. 이런 경우 확실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십시오 조언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한번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누구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모든 변수에 대한 입체적 검토와 분석 없이 정해진 조언을 해서는 안 된다.

    우호 언론을 활용해야 한다 vs.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주제 또한 흔하게 논의되는 주제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상황이 우호 언론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인가?” “우호 언론이라는 곳이 현재 상황에서 우리를 위해 나서 줄 것 인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인가?)와 같은 예술적 질문이 이어진다. 우호 언론을 활용한다면 과연 어떤 논리를 가지고 우리 회사를 감싸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나오곤 한다.

    어떤 노력을 기해서라도 특정 언론을 우호적으로 활용한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 반전이 생길 것인가 하는 것도 검토 주제다. 자칫 우호 언론들이 나서서 불완전 한 논리로 상황에 개입하는 경우 이해관계자(주로 규제기관)를 자극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심지어 기관의 수사나 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 우호언론의 섣부른 개입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모든 변수들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계량할 수 있을까?

    위기 지속 기간을 줄여야 한다 vs.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야 한다

    골치 아픈 주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에 있어서 위기의 지속기간을 최단기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을 한다. 하루 이틀에 적극 관리해 끝낼 수 있는 위기를, 몇주간 끌지 말라는 것이다. 위기 지속 기간이 짧을수록 이해관계자나 공중의 기억은 적어지고, 부정적 인식의 수준도 줄어 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에 가능한 상황을 견뎌가며 장기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규제 및 수사 기관의 개입이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조사 및 수사 기간이 장기화 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추어 최대한 관리 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일단 초기 상황은 적극관리 해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인식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놓고, 장기적인 조사나 수사 대응을 하는 것은 어떤가?”하는 질문이다. 예스나 노 또는 A or B로 답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련되어 있는 변수들을 먼저 보고 고민해야 하는 질문이다.

    위기상황이 이제 끝났다 vs. 아니다 아직 좀더 자중해야 한다

    언제쯤 다시 광고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찬 난감하다. 현재의 상황이 아직도 불타고 있는데, 마케팅 부서에서는 광고의 재개 일정을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영업부서에서도 여러 미래 예측 질문을 해 온다. 최초 상황이 어느 정도 관리되었고, 언론기사가 줄고, 온라인에서의 관심도 상당수 사라진 것 상황이 되면 그런 질문들을 더욱 더 잦아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여론 상황이 아직도 불안정하다는 지표와 수치들을 보여주며, 일정 기간 좀 더 자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예술적 질문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다음주부터는 어떤가? 다음 달 초부터는 어떤가?”같은 질문들이다. 일부에서는 전문가의 예상과 예언을 혼동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여러 예술적 위기관리 주제들은 거의 모든 위기관리 현장에서 반복되고 반복된다. 유사해 보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기업에 따라, 때에 따라, VIP의 의중에 따라, 임원들의 내부정치적 입장에 따라, 규제나 수사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그 외 더 많은 자잘한 변수들에 따라 대응방식이나 방향까지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 때 그 때 마구 쏟아지는 예술적 고민 주제들을 다루어 가며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를 과학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예술적인 질문에 대해 적확한 답을 바로 내놓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한심스러울 것이다. 전문성 자체에 대한 의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속이 시원하기는 커녕 위기상황 보다도 더욱 답답할 수 있다.

    그래서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모든 위기관리를 관통하는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해답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예술적인 이야기다. 지금도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위기관리를 공부하려 하는 여러 실무자들에게는 위기관리를 과학이라 생각하지 않는 습관을 먼저 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바라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때로는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정답 보다 해답을 찾는 노력이 현실적일 수 있다.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지 완전한 방안을 찾으려 해서는 힘들기만 할 뿐이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하더라도 실행해야 할 대응도 있을 수 있다. 윤리적이거나 도의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는 대응 방식을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선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극약 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입은 데미지가 생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대응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 모든 결정 속에는 사람이 있고, 예술이 있다. AI는 과연 그런 현실을 사람보다 훨씬 잘 이해할 수 있을까?

  • VIP의 위기관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가 쓴 위기관리책 ‘원 퍼센트(1%)”에서도 위기 시 기업 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이슈와 위기상황을 가까이 지켜보며 함께 관리 활동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1퍼센트를 대표하는 VIP의 위기관리 역량만큼 기업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 실제 경험했던 기업 내 1퍼센트 중 핵심인 VIP의 위기관리 방식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전문가들이 VIP가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백시간의 고민을 한시간만에 해결한 VIP

    판매한 상품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모 기업. 최초 한 언론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를 단독 보도한 직후부터 경영진은 대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후 대응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고객센터와 영업 등 관련 임원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량이나 가격 때문에 임원들의 고민은 깊었다. 가능한 회사의 재정적 피해까지 줄여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상황은 점차 더 심각 해 졌다. 그때 그 회사 VIP께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에 직접 참석하셨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과 대응 옵션을 들으신 VIP께서는 “전량 리콜하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고객 보상 해 주십시오”라는 결정을 내려 주셨다. 이후에는 고객센터와 관련 부서들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고객관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이내 시장내 소음은 줄어들었다.

    만약 VIP께서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셔서 즉각 결정을 내려 주셨다면, 해당 이슈는 훨씬 빨리 해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임원들에게 늦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려 주신 VIP때문에 결국은 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찾으신 VIP

    의도치 않게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었다. 몇몇 징조는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이어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수년에 걸쳐 가끔씩 논란이 되었던 전례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 해당 기업은 바로 곤경에 빠져 버렸다.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위원회에 임원들이 모여 머리를 싸맸다. 사회적 이슈인지라 관련 전문가들도 모여 조언을 했다.

    홍보실에서는 직접적으로 VIP께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라는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것 밖에 문제를 풀 대응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옵션 중 하나로 홍보실의 의견을 담아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조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IP는 끝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내부에서는 VIP께서 여기저기 사회적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신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권에도 연결 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하신다고도 했다. VIP께서는 해당 이슈를 자사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모라 정의를 내리신 것 같았다. 왜 자사가 그렇게 까지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회사의 부담과 데미지는 최대화되었다. VIP는 결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하셨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께서 당면한 이슈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가에 따라 관리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와 함께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직접 VIP가 누구를 만나시고, 발로 뛰시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주제다.

    대응 의견의 중재자가 되신 VIP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감을 잡고 있었고, 사전 위기관리를 했던 위기 대응팀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는 여러 의견들이 유사했던 자문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후 대응 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기 시작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문제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송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관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든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 전문가들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적대적 의도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메시지로도 의미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다른 시니어 전문가들은 일단 쏟아지는 부정기사를 어떻게 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어지럽게 대응 회의가 장기화되고, 의사결정은 지연되었다. 각각의 조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각자가 보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때 일부 시니어 전문가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VIP가 침묵을 깨고 모든 자문 내용을 하나 하나 복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을 하나 둘 셋으로 정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VIP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후로도 VIP는 계속해 정기 미팅에 참석하시어 공유된 대응활동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으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고, 일관된 방향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했지만, 자신을 다잡으며 위기관리 전반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리드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자사 VIP가 쥐고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소중하고 의미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거나, 그들 중 한쪽이 의사결정을 리드해 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내부 중재자로서의 VIP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하신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내부컴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해 몇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던 VIP께서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께서 개인적으로 쓰신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 명 한 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위원회에 공유하셨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 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도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만하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 되었다.

    몇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시간 후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함,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감각의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되겠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자 시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께서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기치 못했던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 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께서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 하셨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 했다. 이후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께서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시어 의사결정 훈련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어떻게 든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은 위기관리위원회측에 제공되었다.

    그 이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되었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시뮬레이션을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하셨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년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 주시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일부 VIP께서는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시켜 보려 동분서주하시는 분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하시고 고민만 하시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감각이 충분하지 못하셔서 현장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시키려 하시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기 원하시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 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내셨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수행하시면 위기관리 전반이 성공에 가깝게 전개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께서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하셨기 때문에,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관리는 일단 빠르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관리처럼 좌충우돌, 오리무중 또는 갈팡질팡 같은 내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시는 위기관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 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 다니, 일단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는 무조건 제대로 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이다.

  • 통제할 수도 있는 것, 가능 한 것, 불가능 한 것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의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근본적 전제는 스스로에 대한 ‘통제가능성’이다. 이슈 및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이나 조직에게는 그 구성원 전체가 같은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통제가능한 범위내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이 기본이라는 의미다. 만약 그렇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면, 당면한 이슈나 위기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을 앞둔 군대를 예로 들어도 그 전제는 동일하다. 군대를 구성하는 군인 하나 하나를 지휘관이 통제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전쟁 수행 자체가 가능해지는 법이다. 만약 각 부대가 통제되지 않은 채, 개별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각자 전투를 치르며 이동한다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다.

    문제는 기업이나 조직의 이러한 기존 전제나 확신이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점차 그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이 구성원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모순적인 이야기까지 나오는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조직은 왜 그렇게 통제가능 영역을 점차 잃어가고 있을까? 일부 통제되던 기존 영역들은 왜 그리 통제가 어려워진 것일까?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또 무슨 의미일까? 왜 통제라는 것이 잘 되지 않을까?

    첫째, 의사결정 주체 자신도 통제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그룹만이라도 통제 범위내에서 움직이자 하지만, 그게 무척 어렵다. 최고의사결정자는 여러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으면 의사결정에 있어 통제력을 발휘하기를 대부분 어려워한다. 그에 더해 의사결정 그룹을 구성하는 임원은 각자 생각과 판단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 전략과 방안을 주장한다. 그룹내 어느 누군가는 각자의 주장을 조정 통합해 확실한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데, 그런 통제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 자체가 종종 좌우로 스윙 하는 현상이 발생된다. 결정 자체가 좌에서 우로 또는 우에서 좌로 급격하게 흔들리면, 그에 따라 실행을 해야 하는 실무자들의 대응은 더 많이 혼란스러워진다. 이슈나 위기 시 특정 기업이나 조직의 대응이 멈춰 얼어붙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의사결정 그룹이 흔들리며 통제되지 않기 때문에, 실행은 어디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해관계자나 공중이 볼 때에는 기업이나 조직 자체가 통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상황 자체를 통제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대한 착각은 오히려 기업 및 조직의 대응 방식을 통제 불가능하게 한다. 상황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응을 시작하니, 그 결과는 항상 아쉽다. 이후 다른 대응을 실행하고, 다시 다른 대응을 시도해 보고하면서 어떻게 든 상황을 통제하려 하다 보면 결과는 중구난방이 된다.

    이슈나 위기 상황은 평시와 달라 통제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대응에 있어 통제가능성이 늘어난다. 모든 것을 해보자, 뭐 라도 해 보자 하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다. 대신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통제가능한 대응방식에 대한 집중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슈 및 위기 대응에 있어서 모든 대응 방식은 하나 하나가 통제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우리 임직원들은 통제 가능할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 시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나 확신은 어찌 보면 희망이 전제된 것이다. 물론 그런 희망은 기업이나 조직이 지속적으로 위기대응팀 같은 조직을 훈련하고 훈련하며 생겨난 것이어야 한다. 위기 취약성 진단을 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보고, 대응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서 많은 토론을 이어 나가는 과정에서 대응조직 구성원이 정렬되는 경우, 이 조직은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개념이 우리측 사람은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생각이 확실하게 효과에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평시 그렇게 지속적으로 대응 조직 역량을 개발하고, 정기 훈련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토론을 하며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체계를 정렬시키는 기업이 드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부 체계를 정렬하더라도 그 구성원들의 변경이 지속되며 구성원이 완전히 체계에 동화되지 못하기도 한다. 일관성이 부족한 교육 형식의 산발적 위기관리 학습만 이어지는 경우 대응 조직, 즉 사람들을 통제 가능하게 만들기는 어렵다. 노력과 투자가 없으면 사람은 그냥 통제불가능 한 자산일 뿐이다.

    넷째, 새로운 유형의 이슈나 위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전까지 이슈나 위기 유형은 어느 정도 정해짐이 있었다. 특정 기업을 위해 위기 취약성 진단을 해보면, 해당 기업에게만 나타나는 취약성과 전반적으로 유사 기업과 함께 도출되는 취약성의 형태가 정해져 있었다. 오랜 기간 해당 기업에 재직한 임원들의 경우에는 이전 사례와 업계 사례들로 인해 발생가능한 이슈나 위기의 유형에 대한 익숙함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통제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임원들이 익숙한 유형보다는 낯선 형태의 이슈나 위기를 접하게 되는 빈도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상황이 발생되면, 그 상황의 맥락이나 발생 원인을 이해하기조차 어려워하는 의사결정자들이 많아졌다. 상황에 맞닥뜨려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이 상황은 대체 어떤 의미인 것인가? 이에 대해 비판하는 공중은 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등과 같은 의사결정자의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이해하기 어렵게 되면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과도 멀어지게 된다. 모르겠다는 체념이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다섯째, 이해관계자를 통제해 보려 하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적으로 정부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던 시대가 있기는 했다. 통제와 검열 등을 통해 전체주의적 사고와 체계를 심었고, 이를 전쟁에 활용한 시대도 있었다. 폭력적인 방식을 통해 사회 구성원을 통제하여 목적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국가의 역사적 사실이었을 뿐 일반 기업이나 조직이 유사하게 시도할 수 있는 방향이나 규모는 아닌 통제 방식이다. 이제는 기업이 개인 블로거나 유투버 한 명도 통제하기 어려워한다. 단순 협상이나 사정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사 기사들을 모두 빼고, 더 이상 기사가 나오지 않게 하거나. 온라인상 부정적 게시물들을 물타기 해서 다 밀어버리거나. 소셜미디어 버즈를 하나도 남김 없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공상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원래부터 통제불가능 한 영역에 있던 대상을 우리가 혼동하며 착각했던 것뿐이다. 통제가능한 이해관계자는 하나도 없다. 오직 통제가능한 것은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는 자사의 말과 행동 뿐이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전부다.

    여섯째, 심지어 여론까지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미치광이이거나 사기꾼이라는 말이 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언론이나 개인, 기관 등을 활용했던 경우는 있지만, 여론에 직접적 통제력을 발휘한 경우란 찾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여론은 통제되는 대상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도 통제되지 않는데, 어떻게 여론이 통제될 수 있을까?

    문제는 여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아직도 믿는 경우다. 더 나아가 여론을 통제해 보자 하며 여러 행동을 하는 경우다. 이는 여론을 아주 우습게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사고방식이다. 여론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존중이 있다면 함부로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어렵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슈나 위기 시 기업 및 조직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여론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려는 시도를 하는 것뿐이다. 영향을 끼친다는 자세와 통제해 보겠다는 자세는 확실히 다르다.

    마지막, 오히려 통제할 수도 있는 것에 집중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것도 통제가능한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과 통제불가능 한 것을 확실하게 판별하는 것이 이슈 및 위기관리의 시작이다. 막연한 희망이나 기대 또는 함부로 생기는 의욕이 기반이 되면 모든 관리는 실패에 가까워질 뿐이다.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자사의 말과 행동 뿐이다. 많은 경우 이것조차 통제에 실패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적절하지 않은 말을 공식화하면서 이해관계자와 공중의 공분을 만드는 것이 그런 경우다. 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며 상황을 관리하려 하다가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그렇다. 이는 기업 및 조직이 스스로 통제할 수도 있는 것에도 관심과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이나 조직은 내부에 들어가 보면 통제불가능 한 여러 대상에만 관심을 둔다. 통제불가능 한 대상에게 통제불가능 한 방식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당연히 그 결과는 통제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당연한 결과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 및 조직에게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통제불가능 한 것이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그러면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인가?’ 또는 ‘그렇다면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상황을 그냥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그나마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슈 및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 자사의 말과 행동이라면, 우선 그 말을 구성하고 전달하는 체계를 관리하여 통제가능한 범위내에 위치시켜야 한다. 의사결정 그룹의 정무감각이라는 것이 그래서 강조된다. 현 상황에서 여론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생각해 내는 능력을 키워보라는 것이다.

    고안된 그 말을 정확하게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정하고, 그 각각을 훈련해 놓는 것은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신중하게 고안된 말들을 훈련된 창구가 제대로 전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추가적이거나 선제적인 대응 실행을 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통제할 수도 있는 모든 자산을 적절히 활용하여 결과를 도출해 내려 노력하는 것이 이슈관리고 위기관리다. 통제불가능 한 것들에 매달려 집착하고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에 더해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을 부랴부랴 찾으려 하는 때늦은 습관도 이제는 버리자.

    평소에 하는 것이 이슈관리고 위기관리다. 미리 살펴 준비해야 통제할 수도 있는 것이 그나마 보이고 그 수가 늘어난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게 되면 그 통제할 수도 있는 것들이 비로소 통제가능한 것이 된다. 통제불가능 한 것들 속에서 통제할 수도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발전시켜 통제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 VIP가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하는 이유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수많은 위기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위기관리 성공 포인트 중 하나가 ‘VIP가 직접 위기관리를 리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어느 누구도 위기가 발생되면 VIP는 물러서 계셔야 한다 던가, 위기의 책임으로부터 VIP를 자유롭게 하라는 등의 조언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마다 VIP는 직접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고, 스스로 책임지고, 어떤 것에도 자유롭지 않게 노심초사해야만 하는 걸까? 그래야만 위기가 관리되는 것일까?

    오랫동안 일선에서 기업 위기관리 케이스를 인하우스와 함께 하다 보면, 기업 간 확연하게 목격되는 다름은 VIP의 관여도의 차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심각한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VIP가 좀처럼 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평상시와 같은 의사결정 속도와 프로세스를 밟으며, VIP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상황 요약과 종합된 의견을 보고 받기 원하신다. 그러한 의사결정의 장소에도 특정 고위 임원이 단독으로 들어가 알현하고 윤허를 받는 식으로 위기대응이 결정된다. 한시가 급한 시기임에도 그러한 의전은 지켜진다. 만약 종합된 위기관리위원회의 의견이 VIP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위원회의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반면, 어떤 기업은 위기가 발생되자 마자 VIP가 위기관리위원회 자리에 착석을 한다. 구체적 상황보고를 직접 받고, 논의를 이끌어 나간다. 대응책 마련을 위해 사내 담당자들과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VIP는 계속 질문을 한다. 어떤 내용도 따로 요약을 하거나 정리해 재보고 할 필요가 없이 그 자리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 의사결정을 내린다. 일정 기간 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해 진다.

    이 두 타입의 기업 중 어떤 기업이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지는 쉽게 예상 가능하다. 뛰어난 위기관리위원회와 외부 컨설턴트 그룹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해도, VIP의 관여는 필수적이다. 우수한 위기관리 조직에서 VIP의 관여는 화룡점정의 의미를 지니고, 부족한 위기관리 조직에게 VIP의 관여는 위기관리를 위한 버스터(booster, 촉진제)의 의미를 가진다.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위기관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왜 VIP가 깊이 관여해야 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본다.

    첫째, VIP가 해야 빠르다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한다는 것은 위기관리 체계에 있어 기본 중 기본이다. 이를 위해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는 체계(Commander’s Intent)도 있는 것이고, 심지어 선조치 후보고라는 원칙도 생겨났다. 위기 발생 직후 위기대책회의에 VIP가 참석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신속한 대응 측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일선 임직원이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의 수위는 항상 제한적이다. 대리가 내릴 수 있는 위기대응 의사결정과 부사장이 내릴 수 있는 위기대응 의사결정의 수위는 다르다. 계속해서 담당 임직원이 의사결정 수위를 점검하며 주저할 때 VIP는 그 자리에서 바로 VIP 수위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려 줄 수 있다. 일선 인력이 주저하며 허비하는 물리적 시간을 없애 버릴 수 있다. 당연히 의사결정이 빠르니 대응도 빨라진다.

    둘째, VIP가 해야 하나가 된다

    위기관리를 전사적 업무라고 이해하는 기업 구성원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재무부서에서는 왜 우리가 홍보부서에서 겪고 있는 위기를 함께 해 주어야 하는지 의아해한다. 왜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 대응 회의에 영업부서들까지 들어가야 하는지 묻는 임직원도 있다. 반대로 법무부서나 홍보부서 등은 왜 거의 모든 회사 위기에 불려 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절대로 위기 앞에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VIP가 직접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착석하여 의사결정을 독려하면 구성원은 비자발적이라도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부서별로 생각과 판단을 이야기하게 된다. 이는 모든 부서가 VIP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대응을 논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VIP의 가시성이 해당 위기의 중대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부서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일단 하나가 된 의사결정그룹은 위기관리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VIP가 해야 과감 해 진다

    부실한 아파트 시공 문제를 지적 받은 건설사가 있다고 치자.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판의 여론이 생겨 회사 존립이 어려워질 수준이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보자. 수천억에 이를 수도 있는 ‘헐고 다시 짓기’ 의사결정을 사내에서 누가 나서서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하니 내가 나서서 의사결정 하겠다는 과장이나 이사가 나올 수 있을까?

    이미 대량 판매한 고급 화장품에서 법적으로 문제 있는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보도를 맞게 된 기업이 있다고 치자. 직후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소비자의 불만과 반품 및 환불 요구를 상상해 보자. 수십에서 수백억원에 이를 수도 있는 몇 만 소비자 불만에 대한 대응방안을 사내에서 누가 의사결정 할 수 있을까? VIP가 대책회의에 들어오셔서 “소비자 불만 없게 무조건 전량 환불 조치해 줍시다” 한 마디면 위기관리는 성공에 가까워지는데, VIP와 연락도 가능하지 않다면 해당 위기 상황은 어디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넷째, VIP가 해야 믿는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을 피해 숨는 VIP가 있고, 언론 앞에 나서는 VIP가 있다. 좋은 뉴스에는 자주 언론에 비춰지기를 즐기시던 VIP도 위기가 발생되면 태도를 바꾸시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평시에는 언론을 가깝게 하지 않으시다가도 위기가 발생되면 언론 앞에 나서시려는 VIP도 있다. 어느 VIP가 국민 그리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 시에는 기업 VIP의 가시성을 키우라는 전략적 조언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은 기업을 인간화 해 인식한다. 흔히 기업을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이라 칭하는 것에서도 인간화 개념은 그 기반이 된다. 기업을 인간처럼 인식한다고 했을 때 그 얼굴이 되는 것은 VIP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 기업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위기 시 기업의 빌딩이나 로고, 유리 창구, 전화 속 기계음을 마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할 때 앞으로 나서 얼굴을 드러내며 회사의 입장과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해 주는 VIP가 성공요인인 이유다. 사람들이 일단 믿어야 위기관리도 성공한다.

    다섯째, VIP가 해야 따른다

    일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상황관리 보다 먼저 가는 케이스들이 있다. 일단 VIP가 신속하게 의사결정 하셔서 과감하게 배상안을 마련해 커뮤니케이션 한 것과 같은 경우다. 사람들이 그 계획을 듣고는 이내 비판을 누그러뜨리게 되었고, 언론을 비롯한 관전자들이 해당 의사결정의 과감성에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위기관리가 이제 마무리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배상과 관련된 직접적 이해관계자 일부가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누가 실제 책임을 지고 어떻게 그 배상 부담을 나누어 져야 하는가에 의견이 갈린 것이다. 실무그룹이 서로 왕래하며 배상안 실행을 위한 논의를 이어 나가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설득과 동의가 지난하다. 이런 경우에도 VIP들끼리의 담판이나 합의가 있으면 사후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된다.

    흔히 VIP들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말을 한다고는 하는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위기관리는 성공에 더욱 가까워진다. 위기 상황에 대해 일부 실무적 책임감을 느끼는 임직원들도 이런 경우에는 VIP를 따르며 협조자와 해결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들은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위기관리의 걸림돌 또는 훼방자의 역할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VIP가 해야 일관성이 생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를 해임해 버리는 기업이 있다. 위기 발생의 책임을 묻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회사를 대표하는 누군가는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오너가 있는 경우에는 오너가 직접 그 역할을 대행하기도 한다. 해임된 전임 대표이사는 개인적으로는 불명예스럽지만, 힘들고 어려운 위기관리 과정을 이끌지 않아도 되어 차라리 홀가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위기가 발생되자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린 VIP, 이후 위기관리를 다 마친 것처럼 보여주는 회사의 태도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VIP가 위기관리 전반을 리드하는 경우 사람들은 최소한이라도 해당 위기관리의 일관성에 신뢰를 가진다. 피해자, 분노자, 비판자 등은 해결자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VIP를 보고 싶어한다. 그런 상황에서 VIP가 사임 또는 해임되어 사라져 버리고, 그 역할을 해 줄 사람은 보이지 않은 채 위기관리를 마무리하려는 회사가 있다면 그에 대한 결과는 뻔한 것이다. 끝까지 마무리해 줄 수 있는 해결자로서의 VIP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일곱째, VIP가 해야 개선과 재발방지가 된다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발생 시 원칙으로 개선을 약속하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급한 불을 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 약속은 실제로 지켜지지 않거나, 아주 일부만의 제스츄어로 마무리된다. 실제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지켜지지 않았는지가 확인되는 시기는 유사한 위기 상황이 재발하는 경우다. 그 때 가면 왜 지난 개선 및 재발방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가 하는 더 심각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그런 경우에도 다시 개선과 재발방지를 강하게 약속하며 큰 불을 끄려 한다.

    국민들과의 약속이 있었다면 그 약속은 최초부터 VIP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의지를 관철하는 것도 VIP가 되어야 한다. VIP가 직접 그 약속 내용을 기억하며 개선과 재발방지 조치를 완성해 낼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도 존재한다. 일단 그 약속을 믿어보자 하는 국민들의 생각도 VIP를 보며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중요한 책무를 완성시킬 수 있고, 시켜야 하는 사람도 VIP다. 다른 사람이 리드 할 수 있는 얼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와 같이 VIP는 위기관리를 위해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기업내 핵심 자산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위기 발생 시 해당 기업 VIP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한다. VIP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그의 입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를 기대한다. 혹시나 직면한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숨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의 눈초리로 살핀다.

    위기관리가 잘 되면 사람들은 VIP가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리드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진다. 반대로 위기관리가 잘 안되면 VIP가 적절한 역할을 해 주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비판한다. 결국 위기관리 성패에 있어 모든 사후 평가는 VIP가 홀로 지게 되는 것이다. VIP는 어떤 경우에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로워지고 싶어 할수록 문제는 더욱 더 커지게 된다. VIP가 위기관리를 직접 리드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