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경제민주화 시대, 기업의 위기관리

    from James Chung

    지난 24일 The PR이 주최한 경제민주화 시대의 PR전략 세미나에서 제가 발표했던 ‘경제민주회 시대의 기업 위기관리’ 슬라이드를 공유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제민주화,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칼날을 두려워 하라
    • 1987년 직후 대형 그룹사들은 최초 디케의 오른팔을 잘라버렸었다.
    • 그러나 그 이후 25년간 왼손의 천칭(balance)에 대한 관리에 좀 더 통합적인 관리 전략이 있었어야 했다.
    • 이는 PR기능에만 그 관리를 맡겨 해결 될 일이 아니었다.
    • 전략적 이해관계자 관리 개념을 통해 사업부문 모두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360도의 사려깊음이 있었어야 했다.
    • 사실 경제민주화는 우리 대기업들에게 전례가 존재했고, 예측가능한 분야에서 갈등을 발생 시키고 있고, 그에 대한 해결책도 알고 있는 이슈다.
    • 그러나,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분야가 오너의 강력한 의중과 전략에 기반한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완전한 갈등해소는 불가능해 보인다.
    • 단, 그외에 경제민주화 개념과의 갈등이 해당 기업이 사려깊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된 갈등이라면 그 부분은 하루 빨리 사전 해결되어져야 한다.
    • 대기업들은 최근 경제민주화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필요성은 강조해 지나치지 않다.
    • 컨트롤 타워가 중심이 되어 경제민주화 개념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진단과 각각에 대한 대응 로드맵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또한 핵심적인 부분이다.
    • 이에 더해 아직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경제민주화 정의(definition) 규정 담론에 대기업들을 대변해 뛰어들 전위그룹(front group)들을 개발하고, 지원하고, 관리하며, 그들로 부터 도움받아야 한다.
    • 하루빨리 경제민주화 정의 규정 담론에 뛰어 들어야 한다.
    • 1987년 당시 한국적 경제민주화 여신 Dike의 오른쪽 손에 대한 관리에만 집중했었다면, 이제는 Dike의 왼쪽손에 달린 천칭(이해관계자들의 여론)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왼손과 오른손에 대한 통합적인 기업 대응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 Relentless Pursuit of Balance!
  • 군의 위기관리, 사일로(Silo) 시스템을 개선해야

    위기관리 시스템상으로 전형적인 사일로(Silo) 시스템의 증상을 보여준다. 합참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작전본부장에게 오류보고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위기시 정보 공유 시스템이다.

    “6번을 물었는데도…6번 모두 CCTV라고 답변했다”는 이야기가 약간은 비 현실적으로도 들리지만, 사일로 시스템에서는 일부 그럴 수도 있으니 문제다.

    실제 기업 내부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사일로 시스템에 대해 하단에 예전 글 내용 일부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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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일로 시스템 관련 참고]

    위기 발생시 목격되는 (평시에도 그러리라 예상) 기업들의 대표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구분된다.

    1. Silo System

    시스템 측면에서는 가장 불완전하다. 각각의 부서들간에 다른 곳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진다. CEO께서는 모든 부서의 보고를 받아 전체적인 상황을 그림 그리시는 반면, 부서들끼리는 서로 우리가 어디까지 위기 대응을 하고 있는지 큰 그림이 없다.

    주요증상(대화)

    1)
    마케팅 팀장: “우리 이 상황에서 법무법인은 쓰고 있는거야? 어디 쓰는 줄 알아?”

    홍보 팀장: “글쎄, 원래는 율촌을 썼었던 것 같은데…지금은 모르겠는데?”

    2)
    홍보 팀장: “사장님에게 이건 빨리 보고해서 대응 지시 받아야 하는 사안 아닐까?”

    사장 비서: “팀장님, 아까 오전에 마케팅에서 그거 관련해 보고 드린 것 같은데요?”

    [Want More? : 위기시 의사결정 시스템 3 가지 유형 : Where are you?

  • 위기 시에는 인사(人事)를 건드리지 말라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 시에는 인사(人事)를 건드리지 말라

    기업이나 조직들 중 인사(人事)를 통해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곳들이 있다. 책임자나 실무자들을 몇 명 정리 해버리면 위기가 관리된다 믿는 듯 하다. 일부 경영자 입장에서는 가장 쉽고 간편한 위기관리 방식일 수도 있겠다. “당신은 홍보임원씩이나 되서…이런 위기 하나 관리를 못합니까? 책임지고 물러나세요!”하는 식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나 조직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주문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위기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었으면 가장 좋겠지만,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그 다음 제일 우선순위는 해당 위기를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론 실무책임자들이 사전에 정교하게 위기를 모니터링하고 대응방안들을 잘 짜 놓고, 지속적으로 훈련 해 위기의 발생을 억제하는 능력들이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런 준비와 대비에 안이한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실무책임자들을 인사 평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런 평가를 할 적기는 아니다.

    모 기업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자문에 들어가 임원들을 만나보니 상당히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그 책임을 지는가 하는 것 때문에 요즘 임원들간에 신경전이 날카롭습니다.” 앞다투어 위기를 관리해야 할 일선 임원들이 인사조치를 두려워하면서 의사결정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어떤 기업에서는 임원들 사이에서 이런 반응이 나온다. “막상 위기가 발생하니, 누가 주도권을 쥐고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고 상당히 민감합니다. 오너께서 부재하신 상태에서 함부로 리더십을 가져가는 것 자체가 반란이죠.” 그렇다. 평소 기업 오너께서 의사결정의 리더십을 쥐고 계셨던 기업들은 막상 오너께서 여러 이유로 유고 상황을 맞게 되면 누가 그 주도권을 이어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결정이 나지를 않는다. 오너께서 “OOO부사장이 위기관리 위원회를 이끌어 주세요”하는 하명이 없는 이상 임원들간 지루한 논의만 계속될 뿐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어떤 기업의 임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차피 크게 벌어진 일, 일부 유관 임원들은 벌써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는 이야기도 돌아요. 걱정이 많습니다.” 사후 책임을 추궁 당할게 뻔한 임원들의 마음이 벌써 떠나버린 것이다. 위기를 관리해야 할 임원들의 마음이 다른 회사로 향해 있으니 위기관리가 성공할 리가 없다.

    위기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책임이 따라야 하는 위기에 대한 사내 차원의 재정의도 필요하다.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이 위기관리 체계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무임원들이 모두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에 기반한 의사결정들을 차곡차곡 잘 해 왔다면, 위기의 대부분은 미연에 방지되거나, 최소화 될 수 있는 법이다.

    심각한 위기의 원인을 한번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미 정해져 있는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무시하고 내린 의사결정 때문에 발생한 경우들이 많다. 회사의 범법행위들이 그렇다. 제품 품질이나 안전의 문제도 그렇다. 직원들의 불법적인 행위들도 그렇다. 내부고발 케이스들도 그 때문이다. 소비자들에 대한 갈등 문제들도 그러고 환경이나 커뮤니티관련 위기들도 모두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도외시 한 의사결정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기발생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에 대한 관리 및 강화, 공유의 책임은 분명하게 CEO 및 오너에게 있다. 이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책임은 회사의 철학과 미션 그리고 가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CEO와 오너가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내적으로는 이에 대한 책임이 CEO와 오너에게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와 오너의 책임을 누군가는 대신 짊어져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기가 발생한 그 와중에 벌써부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누가 인사조치를 당해야 마땅한지 등에 대해 언급이 나오게 되면 위기관리는 이미 물 건너 가게 된다. 이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직원들은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게 되는 불안한 일은 하지 않으려 하게 마련이다. ‘아무리 다급한 위기라 해도 사내 분위기가 안 좋은데 나서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 때는 해결책이 없어요. 그냥 조용히 몸을 사리고 다른 임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게 보신책이죠’하는 생각들이 팽배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CEO나 오너는 위기 시 책임론을 부각시키거나, 인사조치를 의미하거나 실행하는 등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이미 발생한 위기를 협력하여 잘 관리한 실무임원들을 포상하는 것이 더 낫다. 그 과정에서 그들을 치하하고, 지원하고, 격려해 주는 편이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더 나은 전략이다.

    위기 시 인사에 손을 대는 기업에는 평소 위기관리 실무에 복지부동하고, 위기 시에는 정치적으로 복지부동 하는 임원들만 남게 된다. 위기는 반복되고, 위기관리는 실종된다. 기업들이 크나큰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별반 전략적인 위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들 중 상당 부분이 이 위기 시 인사에 대한 문제에 기인한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황을 만드는 아주 나쁜 위기관리 습관이다.

  • 위기 시 메시지는 권력이다

    위기 발생 시 메시지(message)는 곧 권력(power)을 의미한다. 당연히 메시징(messaging)은 권력을 기반으로 하며, 배경으로 한다.

    대선 후보들 주변의 대변인들을 해당 후보의 복심(腹心)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메시지의 권력적 특성 때문이다.

    [참고] 복심 (腹心) : 마음속 깊은 곳. 또는 그곳에 품고 있는 심정. 마음 놓고 부리거나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

    기업이나 조직 그리고 개인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용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생성 절차를 거치게 마련이다.

    1. 상황파악 — 2. 전략적 대응 고민 — 3. 의사결정/메시지 개발 — 4. 상황관리 실행 및 위기 커뮤니케이션(메시지 전달)

    대부분의 기업/조직/개인의 대변인들은 이 전체 프로세스에 직접 관여하고 이를 통제하며, 통합해야 한다. 반대로 어떤 프로세스에서도 소외되거나 분리되면 성공적인 위기관리 메시징은 불가능해진다.

    1. 상황파악

    즉, 위기관리 메시징과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대변인은 위기 발생 직전/후부터 전방위적 상황파악이 가능한 위치에 있는 자여야 한다. 또는 상황관련 정보들을 강제적으로 취합할 수 있는 강제력을 가진 자이어야 한다.

    상황관련 정보를 부분적으로 접하는 위치에 있거나, 취합을 강제하지 못해 주변에서 구경하는 대변인은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이런 위치에 있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을 거느리는 기업/조직/개인의 경우 위기 시 종종 ‘무조건 부정’ ‘오락가락’ ‘말 바꾸기’ ‘조변석개’ ‘왔다리 갔다리’ ‘오리무중’ 등 같은 여론 평가를 받는다.

    2. 전략적 대응 고민

    전략적 대응 고민 프로세스에서도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의 관여는 성패를 좌우한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은 여론의 동향과 추이에 대한 취득정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상하게 되고, 최고의사결정자에게 건의하게 된다.

    즉,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오프라인 및 온라인 상의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의 여론 특성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프로페셔널한 전략적 대안들을 최고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권력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채,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특정 분야에 기반한 직관적 인사이트를 가진 기능적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분명 한계를 보인다. 최고 의사결정자와의 사전 공감대나 상호존경의 관계 설정이 되어 있지 않는 대변인은 성공적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결정 받을 가능성이 희박해 진다.

    이런 류의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 위기 시 대부분 ‘황당한 전략’ ‘당황스러운 반응’ ‘이해관계자 분노’ ‘맥을 잘 못 짚었다’ ‘갸우뚱’ 같은 여론 반응을 생성하곤 한다.

    3. 의사결정/메시지 개발

    앞의 프로세스와 같이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직접 의사결정을 하지는 못하지만, 최고 의사결정 그룹에게 정확한 전략적 대안들을 인식시키고, 반영시킬 수 있는 권력을 보유해야 한다.

    만약 최고의사결정자가 부재 시 위기가 발생해도, 평소 사내 공감대와 전문적 위치 권력에 근거 해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리드하거나 부분적인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 주요 역할은 결정된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위한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또한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며, 여러 번의 경험과 축적된 인사이트들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사내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 권력을 기반으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렇지 못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을 보유하는 기업/조직/개인의 경우 위기 발생 시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메시지’ ‘말도 안되는 괘변’ ‘앞뒤가 맞지 않음’ ‘변명인가 해명인가?’ ‘때 늦은 입장 표명’ 등으로 여론 반응이 형성되곤 한다.

    4. 상황관리 실행 및 위기 커뮤니케이션(메시지 전달)

    일반적으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만 담당할 뿐, 상황관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항상 상황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는 일체형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 기능적으로 이 둘을 분리해 상호간 관여도를 제한하다가는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힘들어 진다.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상황관리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관여 권력을 보유해야 한다. 위기 발생 전후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적절한 상황관리 활동들에 인풋이 가능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메시징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권력을 지녀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통합적인 권력을 보유하지 못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들의 기업/조직/개인은 대부분의 위기관리를 기능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한다.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에만 충실할 수 밖에 없는 단절된 위치로 인해 마이크로 한 위기관리 대응에만 몰두한다.

    위기를 조명한 신문기사를 빼려고 노력한다거나, TV 방송사에 가서 사정을 한다거나, 온라인 댓글을 밀어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달걀계정들을 돌려 이슈를 덮으려 시도한다. 당연히 이러한 기능적인 위기관리 활동 그 이상에 관여하거나, 통합적으로 메시징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

    최근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과 관련 한 검증 논란들이 발생하면 대응하는 패턴들은 이런 현실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사실을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하지 못하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 전략적인 고민에 충실하지 못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 의사결정과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개발에 둔한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 상황관리와 통합된 위기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한계를 보이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들이 있다면 이에 해당한다.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마찬 가지다.

    반대로 이 모든 프로세스에 있어 완벽함을 보여주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은 즉 강력한 권력을 보유한 자다. 위기 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 중 하나인 기자들의 평가를 보면 해당 대변인이 성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그 여부를 알 수 있다.

    “그 (대변인/홍보담당) 양반은 업(業)에는 관심이 없어…”

    “그 쪽 대표가 홍보담당들을 별로 높이 사질 않아. 차라리 대표 자기에게 먼저 전화하라 하더라고”

    “그 선수는 아주 밥 맛이야. 별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평이 좋질 않아”

    “사람은 좋은데…별로 일은 못 해”

    “그 쪽은 대변인/홍보담당자가 아무 파워가 없어…조직이 원래 그래. 차라리 거기 OOO이가 더 실세야”

    “거기에도 대변인/홍보담당자가 있었나? 근데 왜 아무 연락도 없었지??”

    “그쪽 선수들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연락도 안되고…”

    위기를 관리하는 대변인(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니져)에 대해 이런 반응과 평가가 기자들로부터 나온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지 않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에 관한 이야기인 셈이다.

  • 위기 직후 언론 응대- 취약성을 점검해 보자!

    위기 직후 언론 응대- 취약성을 점검해 보자!

    특별한 형태의 미디어트레이닝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위기 유형별 취약성 패턴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일반적 위기유형의 경우 최초 위기발생 직후인 Phase 1 기간 동안 언론으로부터의 정보 수요는 증폭된다. 이때 일정 시간 동안 일정 분량까지는 기존 홍보팀에서 핸들링 할 수 있는 수요가 되지만, 급격하게 증폭되는 언론의 정보 수요는 금새 홍보팀의 최대 수용 가능치를 넘겨 버리고, 일선이나 유관부서에게까지 정보 수요가 전이된다.

    문제는 Phase 1 구간에 노란색으로 칠해진 홍보팀 핸들링 구간에서는 좀 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홍보팀들의 경우 평소 많은 경험과 일정 수준 이상 준비가 되어 있어, 초기 언론 정보 수요 핸들링에 있어서는 큰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

    반면 취약성이 존재하는 부분은 Phase 1 구간내에 오렌지색으로 칠해진 ‘일선 및 유관부서 핸들링’ 구간이다. 위기발생 직후 몇 시간내에 언론으로부터의 인터뷰나 취재요청이 일선 매장이나, 공장, 현장, 지점, 지사, 기타 부서들에게 전이되는 상황인데, 이 상황 이전에 홍보팀이 전사적으로 one voice 체계를 전파하지 못하면 오랜지 구간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구간에서는 사실 Holding Statement만 가지고도 충분한 구간)

    그 이후 Phase 2상황에서 적절한 시간내 홍보팀과 주관 및 유관 부서들이 위기관리통제센터를 만들게 된다. 이후 곧 집단 의사결정을 통해 언론 정보 수요에 적극대응(e.g. 기자회견 등)하게 되면 Phase 3과 4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더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적어진다.

    위 유형보다 홍보팀이 주관이 된 전사적 one voice 시스템이 더욱 더 신속히 전파되어야 하는 위기 유형은 사건 및 사고시가 되겠다. 일단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본사 홍보팀은 사건 및 사고 지역과 물리적 거리, 시간적 거리, 심리적 거리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 및 사고 발생 직후 언론으로부터의 정보 수요를 현장과 홍보팀이 동시에 해소시켜야 하는 부담을 떠 안는다.

    이 상황에서 홍보팀과 현장이 one voice로 동시 통합되지 않으면, 해당 위기는 상당히 심각한 국면으로 전환되곤 한다. 이전의 일반적 유형의 위기시에는 홍보팀–>일선 및 유관부서의 순서였지만, 이 경우는 일순간에 동시 체계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 점이 다르다.

    앞서의 유형이 홍보팀이 정리한 holding statement를 일선 및 유관부서에 하달 공유하는 형태의 시스템이라면, 이 사건 및 사고 유형은 홍보팀과 일선 및 유관부서가 함께 상황분석 및 holding statement 개발을 동시 진행 공유해야 해서 훨씬 더 힘들고 어렵다.

    일반적으로 위기 시 ‘오락가락’ ‘좌충우돌’ ‘왔다리 갔다리’라는 언론으로부터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이 경우 Phase 1에서의 업무공조 실패, 통합적 상황파악 부재, holding statement의 부재 또는 부실한 공유가 그 이유가 된다.

    부정적 이슈나 논란이 위기화되는 경우에는 또 다른 취약성을 목격할 수 있다. 본격적 이슈화 이전에 홍보팀의 핸들링 가능 영역에서의 언론 정보 수요가 형성될 때 빨리 홍보팀이 주가 된 이슈관련 holding statement와 위기통제센터 구성 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타이밍을 흘려 버리는 경우들이 많다.

    왜냐하면 홍보팀 스스로 ‘이 이슈는 산발적이어서 우리가 핸들링 할 수 있다’라는 감을 가지고, 관련하여 공유에 대한 빠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 이슈화가 지속되면서 일선 및 유관 부서에게 까지 언론의 어프로치가 시작되면, 그 때부터 홍보팀은 일선 및 유관 부서 공유를 시작하곤 한다. 위기통제센터 구성에 대한 결정도 이 경우 당연히 늦어진다.

    즉, 앞의 두 유형과는 달리 가시적이고 위협적인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거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유형이기 때문에 미리 미리 폭발적 정보 수요에 대비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체계에 대한 논의에 있서, 위의 세가지 유형상 공히 발견되는 취약성은 ‘빠른 상황파악 및 의사결정, 그리고 그에 기반한 입장 정리와 핵심메시지 공유의 실패’에 기인한다. 이런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평소에 발생가능한 위기를 예측하고 반복적으로 통합적 상황분석, 빠른 의사결정, 전사적으로 빠른 입장정리와 핵심메시지를 공유하는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는 수 밖에 없다.

    빨간색 구간을 보라. 위기관리는 홍보팀의 영역보다 전사적 의사결정의 영역이 훨씬 크다. 이것이 빨리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

  • 원전 위기관리,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고리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연합뉴스, 2012. 5. 30.]

    오랫만에 위의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위기관리 시스템 관련 인사이트를 정리 해 본다.

    1. 지침서(매뉴얼)에는 이를 위반할 때 가해지는 명확한 불이익을 조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운영기술지침서상 비상발전기를 즉시 수리해야 함에도 이들은 2월13일부터 예정된 정기점검때까지 고장상태를 방치했다.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정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일반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강제조항’이 부족하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참고서일 뿐 중요한 법전이 아닌 형식의 매뉴얼이다. 강제 조항 또는 사후 처벌규정이 없는 매뉴얼은 일반 사용설명서와 다름이 없다.

    2.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사내에서 다시 규정해야 한다

    이번 케이스에서 이 ‘강제조항’의 부재 보다 더 문제인 것은 매뉴얼에서는 ‘즉시 수리’를 명령하면서도, 담당자들은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담당자들의 자세의 문제로만 한정할 수 없다. 조직 전반적으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 조직 전반이 정의하는 ‘위기’라는 것이 ‘원전사고로 인한 인류 재앙’인 것인지 ‘고장이나 사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인지 확실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모든 조직원들은 위기시 자신에게 가장 큰 위기를 ‘인사상 불이익’으로 본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정전사고 당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사고 발생시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보고 인사상 불이익 등을 두려워해 보고를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심지어 화사가 망하거나, 브랜드가 망가지거나, 매출이 고꾸라지거나, 소비자들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일단 조직내에서 조직원들이 정해진 방향대로 원할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라도 일단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난 망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아무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 또한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반복적으로 고민해 체계를 개선 해야 한다.

    4. 위기 모니터링에 있어 수집(collecting)이나 감지(sensing)나 바라보고 있기(observing)이 곧 모니터링은 아니다. 위기 모니터링은 ‘위사결정 실행’을 전제로 한다. 의사결정으로 연결되고 실행되지 않는 수집, 감지, 바라보고 있기는 오히려 가장 위험한 관리 방식이다.

    아톰 케어 시스템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호기별로 원자로 온도, 전력공급상태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비상시 경보발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평소에 항상 ‘Why not? (왜 그러면 안되는 건가?)’와 ‘What if? (만약에 그렇게 되면?)에 대한 생각을 세부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아톰 케어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경보발령 시스템과 연동 시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왜 그러면 안되는 거였을까? 만약에 연동시켜 둔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이 발생될까? 그것이 유익한 것일까? 유해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5. 이 기사에서는 해당 원전 관리 주체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아서’라고 기술했지만, 상황적 맥락을 보면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도 적절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검찰은 고리1호기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만 267가지이며 당시 정전으로 전원공급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저장돼
    있으나,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는 않아 사고 발생 사실을 당시 바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루어 지지 않아도 일정 시간 이후에 왜 적절한 모니터링이 되지 않았는지가 문제다. 모니터링을 해 의사결정에 연결했는데도 ‘침묵과 모면’이라는 의사결정이 내부적으로 결론지어졌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이 기사를 중심으로 해당 케이스를 바라보면 아주 심각한 위기관리 체계상 문제가 존재한다. 원전관련 위기관리 철학과 위기에 대한 조직의 정의, 조직원들을 제대로 행동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 체계,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대응 방식 문제와 여러 현실적 제한들, 모니터링 및 경보 체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의사결정 체계, 은폐나 모면에 대한 내부 규정 등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다.

    해당 조직에서는 이 케이스는 ‘흔히 발생하지 않는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황들이 우연히 한꺼번에 발생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운이 나빴을 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블랙스완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빨리 문제를 규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절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위기란 그렇다.

    P.S. 뇌 수술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없다.

  •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오늘 인쇄들어간 저의 새책입니다. 블로그 친구분들과 가장 먼저 공유합니다. 서점에서는 5월말에서 6월경에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책의 순서입니다.

    프롤로그

    위기를 많이 경험해야
    위기를 이길 수 있다

    필자는 매해 평균 20~30여 군데의 기업위기에 대해 자문한다. 제품 리콜에서부터 루머, 이슈, 투쟁, 갈등 그리고 심각한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사다난한 위기관리 방법을 알려 줄 때마다 기업의 다름을 목격한다.

    유사 제품의 리콜 처리만 봐도 기업마다 대응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소비자를 운운하면서도 그들을 우선시하지 못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저렇게까지 해도 될까 싶을 만큼 소비자를 최우선 가치에 두는 기업도 있다.

    기업 내 조직의 위기관리 시스템도 각기 다르다. 수십 년간 성공적인 업적을 쌓아 온 대기업도 위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실한 면을 드러내곤 한다. 반면에 어느 젊은 대기업은 마치 탄탄한 시나리오라도 있는 양 멋있고 시스템적으로 위기관리를 해낸다.

    위기대응 인력으로 구성된 위기관리 위원회의 분위기도 저마다 다르다. 기업위기에 직면해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앉아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위기관리 조직이 있는가 하면, 근무시간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아무런 불평 없이 위기대응 방법을 찾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있다.

    CEO가 자리를 지켜야만 대응 방식을 확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며 위기관리 위원회 모두가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기업이 있는 반면, CEO가 해외 출장 중이어도 임원들이 협업해 서로의 전문적인 의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있다. 후자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서로 위기관리 방법을 효과적으로 지시하고 실행한 후 결과를 CEO나 간부들과 공유하는 역량을 보여 준다.

    기업철학, 시스템, 인력, 의사결정 역량 등에서 모든 기업은 다 다르다. 필자는 이런 다른 면을 보고 위기를 극복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하면서 ‘이런 상황을 다른 위기관리 실무자들과 후배들이 간접경험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기업의 위기와 위기관리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자신이 재직한 기업에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위기 형태를 보고 듣는 간접경험을 하게 되면 미리 자사의 철학, 시스템, 인력, 의사결정 역량 등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오래전부터 필자는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의 ‘실패학’ 강의나 워크숍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개인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어떤 위기를 맞았는가, 왜 극복하지 못했는가, 그 후 어떤 점을 개선해서 지금은 어떻게 성공적인 체계를 잡았는가에 대해 실제 위기관리 담당자가 증언해 준다면 강의를 들은 개인에게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가 경험한 위기를 더 공개해서 타 기업의 반면교사 역할을 했으면 한다. 위기관리에 대한 토론을 활발히 해 타 기업의 벤치마킹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위기관리 업무를 한 선배들이 경험을 통해 얻은 위기관리 핵심 비법을 추려 후배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

    이런 바람에 힘입어 필자는 이 책을 모아 보았다. ‘모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나온 많은 위기 상황이 필자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하나로 모아 만들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어서다.

    물론 많은 클라이언트와 NDA(Non Disclosure Agreement:기밀 유지 협약)를 맺었기에 기밀에 관련한 자세한 상황 묘사는 하지 않았다. 클라이언트명, 브랜드명, 제품명, 개인명 등도 실명을 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위기 상황에 대한 간접경험의 기회를 주고, 위기관리를 이해하게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설명하고 구성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책은 딱딱한 인문서나 경제경영서의 느낌을 탈피하고자 소설 형식을 빌렸다. 불가피하게 기업의 위기관리를 맡은 한 인물에게 닥친 수많은 사건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위기를 간접경험할 수 있다. 기업의 위기에 맞닥뜨릴 때마다 좌충우돌하는 소설 속 주인공의일상을 들여다보며 아무 생각 없이 웃기 전에 우리 회사는 어떤지에 대한 물음을 던져 보자. 그러다 보면 자사의 기업철학, 시스템, 인력, 의사결정 역량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필자의 원고를 꼼꼼하게 읽고 교정해 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여러 컨설턴트와 코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또한 주말이면 늘 골방에 들어앉아 원고 작업에 몰두했던 남편이자 아버지를 묵묵히 바라봐 준 아내 지현과 딸 다운이에게 깊이 감사한다. 전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지 않으셨는데도 필자의 삶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을 가르쳐 주신 부모님께 이 책의 지면을 빌어 존경한다는 인사를 전한다.

    이 책이 위기 없는 사회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부디 기업의 위기로 인해 고통받지 않는 사회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업과 함께 행복하기를 간절히 빈다.

    2012년 6월
    정용민

    감사합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할 때 목격되는 모든 현상들은 실제 위기발생 시에도 기업내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상황들이다. 그래서 위기통제센터(워룸)내 메인 컨설턴트는 그 목격되는 상황 하나 하나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기록한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목격되는 대표적인 이상 상황들을 정리해본다.

    첫째,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관리 그룹이 서로 엉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목격된다. 실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들여다보자. CEO와 핵심임원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실무 팀장급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둘 중 하나다. 의사결정 그룹에 머무르며 완전하게 외부상황 변화로부터 격리가 되던지, 아니면 외부상황에 맞물려 실행을 지휘하던지 둘 중 하나다. 두 유형 모두 좋지 않다. 워룸 내부에 머무르면서 의사결정을 진행하려면 절대 외부 상황 변화와 격리된 채 있으면 안 된다. 실시간으로 외부 상황 변화가 워룸 내에 공지되어야 한다. 반대로 내부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실행을 지휘하는 임원/팀장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구난방의 실행들이 이런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의사결정그룹과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의 개선과 뚜렷한 R&R등은 매우 어려운 숙제다.

    둘째, 상황판이나 위기상황 업데이트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워룸 내에 머무르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는 실시간으로 위기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공유 받아야 한다. 평소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상황 정보를 입수하는 조직력의 민감성을 수백 배 더 키워 빠르게 업데이트를 취합 정리해 한눈에 들어 올 수 있는 방식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앞에 전개되어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상황 공유를 위한 내부 포털을 개설하기도 한다. 워룸 한편의 스크린에 자사의 위기관리 포털을 띄어 놓고 실시간으로 일선에서 올라오는 상황 정보들을 열람하면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곤 한다. 옛 방식으로 종이나 칠판형식의 상황판에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업데이트 하는 기업들도 있다. 방식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상황 변화 정보를 관리 보고하는 지정 인력들이 매뉴얼상에 명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다.

    셋째, 완전에 가까운 위기대응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先조치 後공유 보고’는 위기발생시 상당히 위험한 對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정확한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메시지들이 완전하게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되도록 내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진행되지 말아야 한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연기’해야 한다. 그 기간이 길면 안되겠지만, 어떠한 상황에서건 의사결정에 선행해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워룸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들은 기록과 점검의 대상들이다. 워룸에서 적절한 개선 요인들이 상황적으로 발생하도록 만들기 위해 컨트롤룸의 컨설턴트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을 자극한다.]

    넷째, 위기 시 자기 부서와 자기 직급의 역할과 책임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인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모든 역할과 책임관련 정보를 담고는 있다. 하지만, 돌발적 위기 상황에서 모든 해프닝들이 뚜렷하게 역할과 책임에 따라 나뉘어 발생되거나 다가오지 않는 게 문제다. 위기관리 현장에서 역할과 책임의 충돌이나 부재 또는 소실 등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거나 조정해야 한다. 만약 특정 부서의 역할과 책임 부분이 매우 적절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부여 되어 조정이 필요하다 깨닫게 되면, 시뮬레이션 후 위기관리 매뉴얼상의 역할과 책임 부분을 상호 협의하여 조정 발전 시킬 필요가 있다.

    다섯째, 매뉴얼에 따른 프로세스를 건너뛰거나 무시하면서 위기관리가 이루어진다. 물론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을 매뉴얼에 묘사된 대로 그대로 토씨 하나까지 따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뉴얼상에서 제시한 프로세스는 그 나름대로 실무자들이 고민해 고안해 낸 하나의 체계다. 그 체계를 무리하게 건너뛰거나 생략해 버리는 프로세스는 그리 권장되지 않는다.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부분들과 공유해야 할 대상들 그리고 정리해야 하는 정보부분들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섯째, 규정되지 않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다른 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침범하거나 대신한다. 이해관계자들에 따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할 담당 주관 유관 부서들이 지정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별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는 상황이다. 훈련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생산임원이 직접 기자의 전화를 받아 답변 하는 형태를 생각해 보자. NGO의 상황문의에 일반 고객상담 담당자들이 무심하게 답변을 한다. 정부기관에서 온 전화를 리셉션은 별반 생각 없이 마케팅이나 영업 쪽으로 넘겨버린다. 마케팅이나 영업은 정부기관과 통화하면서 현 상황을 전략적이지 않게 묘사하고 전달한다. 이는 뚜렷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 인식이 정착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이해관계자별 대변인 체계를 사내에서 더욱 공고하게 인식 공유 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졌는데도 상황변화에 따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실행이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위기상황 발생 초기 증폭되는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는 일단 ‘연기’시키는 것으로 대응하곤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빨리 적극적이고 반복적으로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 위기 시 對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려는 의도와 함께 그들의 생각과 입장들을 취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황들이 재차 변화하고 의사결정 또한 함께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능한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서 정보의 밀물과 썰물을 잘 관리 활용해야 하는 데 그게 참 어렵다.

    대표적인 현상들을 정리해 보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목격되는 이런 현상들은 하나 하나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시뮬레이션은 점검과 개선의 기회다. 시뮬레이션을 정기적으로 실행하는 기업들이 점차 강력한 위기관리 체계를 가지게 되는 경험지(經驗知) 그룹으로 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통제’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전반부 즉, 일반적으로 오전 위기관리 상황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6시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절반은 ‘혼돈(chaos)의 시간’이다. 매뉴얼상에 명시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그냥 잘 따르기만 하면 되지 않느냐 하며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위기관리 현장은 그런 생각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전반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실무자나 메인 컨설턴트의 역할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위기관리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 즉, CEO 또는 핵심 임원의 앵커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는 차치하고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매뉴얼상에 명시된 프로세스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기억해 내고 그에 따른 실행을 시작하는 가 여부에 위기관리 성패가 갈린다.

    일단 위기관리 위원회 리더가 정신을 추스르고 프로세스를 밟아 나가기 시작하면 위기관리 위원회는 자연스럽게 그에 따라 발을 맞추어 움직이게 된다. 각자 역할을 더 빨리 기억해 내게 되고, 그에 따라 상황확인 작업을 거쳐 통합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한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임원들은 평소에도 통합적인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 본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물꼬가 트이면 비교적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다.

    문제는 토론의 주제가 매우 낯설고 위급한 ‘위기’라는 것이 좀 다르다. 평소의 의사결정과는 달리 내부와 외부적으로 상당히 흥분해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압력을 가해오고 있는 상황도 다르다. 또한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없으면 더 큰 위기가 2차와 3차 파장을 가지고 몰려 오게 된다는 심리적 그리고 시간적 압력도 존재한다. 일부 평소 의사결정 환경과 다른 이런 압력들이 존재하는 환경을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뮬레이션이 시작 된 이후 몇시간 동안은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모두가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기억해 따르는 데 소요되는 물리적인 혼돈의 시간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 과정에서 도출 된 많은 인사이트들이 곧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의 소재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일단 시뮬레이션 초기에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환경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일단 충분한 상황에 대한 정보가 딱 떨어지게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분절적인 정보들을 빨리 조합해 하나의 정확한 상(像)을 만드는 데 있어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략적으로 추가적인 정보 취득에 리더십을 가지고 적극적인 정보 취득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 무언가 상황파악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압력은 큰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두 번째 심각한 스트레스는 시간적 압박이다. 일반적으로 한 시간에 한두 개 정도의 악화되는 시나리오들이 지속적으로 하달되는데 이에 대해 적시에(timely) 이루어지는 적절한 실행이 초기에 완전하지 못 하다 보니 ‘우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자괴감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경험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위원회가 완벽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좀더 빠르게, 좀더 정확하게, 좀더 전략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고 반복적으로 경험해 구성원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되는 게 목적이다. 그런 목적을 기반으로 판단 해 보면 초기에 경험하는 이런 불완전한 대응에 대한 ‘자괴감’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가 없다.

    세 번째 스트레스는 ‘우리가 얼마나 팀워크를 가지지 못했는가?’하는 깨달음과 함께 다가오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상호간의 일시적 반목이다. 실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면 한두 부서들이 그 많은 위기관리 실행의 절반 이상을 전담하는 것을 본다. 시뮬레이션 현장을 둘러보면 실제 위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이나 책임을 찾지 못하고 다른 부서가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부서들이 꽤 존재한다. 당연히 위기관리를 이끌고 있는 실행부서들은 시뮬레이션 공간 내에서 주어진 역할 없이 앉아 있기만 하는 다른 부서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분도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남겨 놓는 것이 좋다. 추후 지나친 역할과 책임의 집중에 대하여 대안이나 개선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스트레스는 스스로 ‘자기 부서의 위기대응 역량의 한계’를 깨닫게 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결정된 전략과 위기대응 명령을 그대로 실행하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경우들 때문이다. 이러한 자체적 문제의 발견 또한 메인 컨설턴트들과 내부 핵심 의사결정자들의 공통된 평가와 함께 추후 개선의 소재가 된다. 즉, 실제 위기관리 역량이 부족한 실행부서들의 경우 부족한 역량에 대해 책임을 추궁 받는 대신, 실제 위기 발생을 대비해 미리 미리 해당 역량을 정상화 시키는 데 투자를 받고 노력을 투여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전반은 공통된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런 깨달음은 추후 개선과 투자의 소재가 되므로 메인 컨설턴트들과 클라이언트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담당자들은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고 인사이트를 꼼꼼하게 정리해 놓아야 한다. 시뮬레이션 후 보고되는 ‘위기관리 시스템 개선 보고서’에 이런 깨달음들이 빠짐없이 들어가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어랜지 하고 내부에서 관리하는 클라이언트사 실무자들이 이 시뮬레이션 전반부를 가시방석의 시간으로 생각한다는 부분이다. 전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70~80%가량이 이 전반부에 집중되는 데 이를 모니터링 하는 내부 실무자는 이 시간이 안타깝고 보고 있기 민망할 수 밖에 없다. 컨설턴트들이 미리 주지를 시키고 이해를 구하지만 지켜보는 실무자는 힘들어 한다. 시뮬레이션이 모두 지나고 나면 한숨을 돌리며 그 의미를 찾게 되지만 실무자 개인에게 그 순간은 정말 힘들다. 즉, 클라이언트 사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위기통제센터에서 목격되는 이상 상황들’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진행 전반

    자, 첫 번째 위기 시나리오가 하달됐다. 이제 위기관리 위원회가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여 줄까? 천만의 말씀이다. 움직이지 않는다. 일단 상황 시나리오만 보시고도 다들 침묵을 일정기간 유지한다. 매뉴얼상에서는 위기통제센터에 모여 있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신속하게 추가 상황을 각 부서별로 입수해 취합한다’라 명시되어 있는데도 이를 따르지 못한다. 이 블랙아웃의 시간이 시뮬레이션의 시작 그 자체다.

    이 블랙아웃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클라이언트 실무자들이 있다. CEO를 비롯해 모든 핵심 임원들이 모여 앉아 블랙아웃의 시간을 몇 분 정도 겪는 것이 나중에 ‘시뮬레이션 운용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상 이 시뮬레이션 초기의 블랙아웃은 전체 시뮬레이션의 가치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지닐 수 있어 필히 권장된다.

    클라이언트들에게 항상 반복적으로 말씀 드리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은 우리 자신들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를 깨닫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라는 조언이다. 반대로 ‘우리는 아주 잘 준비되어 있다’라 자만하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시스템에서는 이를 구성하는 사람이 항상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이분들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해야 시스템이라는 것이 구현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아웃은 상당한 충격파로서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내적으로 인사이트를 찾기 시작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란 생각이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일부 임원이나 CEO께서 입을 떼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추가로 얻어야 하죠?” 일단 말문이 트이면 여러 임원분들이 각자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물론 그 상황설명이나 의견들이 그대로 전략적으로 조합되지는 않지만, 일종의 난상토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위원회가 소집된다고 해서 해당 위원회가 즉각적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원회 내에서 경험 많은 핵심 임원이 의사결정을 위한 코디네이션과 앵커링을 진행 해 주어야 한다. 내부에 경험 많은 임원이 없다면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위기관리 위원회 코디네이션을 맡기도 한다. 이런 모든 역할과 책임은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상세하고 실제적으로 정확하게 명기되어져 있어야 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한 기업의 내부에 들어가 위기관리 위원회와 함께 일하다 보면, 상당히 공통적인 상황들이 연출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상황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 각자가 계속 비슷한 이야기들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추후 사회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에게 해석과 의견을 들어봐야 하겠다 생각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심각한 블랙컨슈머 관련 위기라 가정을 해보자. 영업부문 임원이 해당 블랙컨슈머의 신상과 의도 그리고 그간의 적대적 활동들에 대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설명을 한다. CEO께서 좀더 추가적인 질문을 하신다. 그러면 또 고객관리팀장이 부연설명을 하면서 방금 전 영업부문 임원이 한 설명 내용을 비슷하게 반복한다. 홍보팀 임원은 그 내용을 듣고 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이전 임원과 팀장의 이야기를 절반이상 반복해 이야기한다. 마케팅임원은 그에 대해 반론이나 추가적 의견을 내놓으면서 또 해당 내용들을 반복해 설명한다. 이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돌면서 시간이 흐른다.

    이 상황에서 외부 로펌이나 위기관리 자문그룹이 중간에 조인하게 되면 처음부터 이 반복 커뮤니케이션이 다시 시작된다. 일선에서 이 상황을 공통적으로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사람들은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그 당황스러운 상황자체를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 가능한 정확하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동네 순이네 집에 불이 붙은 광경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커뮤니케이션 형식들과도 유사하지 않나 하는 거다. “순이네 집이지 저게?” “맞아 순이네 집이야 순이네 집” “아이구 어떻게 해 순이네 집 맞네” “순이네 집 큰일났네. 큰일났어” “어이쿠 저거 어떻게 해 순이네 집 다 타네 다 타~~” 이런 식의 상황 묘사와 이해 시도들이 초기 무한 반복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단순 상황정보 반복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어느 정도 극복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기본적인 반복 커뮤니케이션은 있어야 하겠지만, 과도한 반복은 위기관리에 있어 시간관리를 실패하게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선대상이다. 같은 정보공유를 반복하기 보다는 새로운 정보 그리고 더 세부적인 정보 획득과 공유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지향해야 한다. 컨설턴트가 하달 한 상황 시나리오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끝났다면, CEO를 비롯한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새롭고 세부적인 상황정보를 즉각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시도들을 해야 한다.

    예를 든 블랙컨슈머 이슈에 있어서도 일단 해당 블랙컨슈머의 신상과 요구내용 그리고 최근 적대 활동들에 대한 정보가 1차 공유되었다면, 2차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묻고 공유하는 단계로 빨리 넘어가 주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법무팀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홍보팀은 해당 블랙컨슈머의 대언론 활동들에 대해 어떤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나요?” “고객관리팀에서 해당 블랙컨슈머와 접촉할 때 녹화나 녹취 시도를 해 보았습니까?” 등등의 추가 상황 파악 노력들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내에서 이런 논의를 주재할 수 있는 특정임원을 뽑거나 CEO께서 이런 프로페셔널 한 앵커링이 가능하시다면 CEO께서 직접 진행하시는 것도 좋다. 즉,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사결정 코디네이터 또는 앵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코디네이터는 가능한 핵심임원들 중 기업 내에서 유사위기를 많이 경험해 본 분이 알맞다. 일부 클라이언트사에서는 트레이닝 받은 홍보임원이나 컨설턴트 출신의 기획이나 감사 임원 등이 주로 위기관리 위원회 코디네이션을 담당한다. 이런 분들을 다른 말로 위기관리 매니져 또는 위기관리 담당 임원으로도 부른다. 흔히 위기관리 매니저나 담당임원은 직접 위기를 일선에서 실행하는 포지션으로 이해하는 데, 실제로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위기관리 위원회의 운영을 리드하고 코디네이션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또한 누가(who) 역할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 실제적으로 정확하게 매뉴얼상에 명시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을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