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유연해야 한다

    주니어 시절 이슈나 위기관리 프로젝트로 클라이언트 회의에 들어가 시니어들간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개인적으로 심적 갈등이 생긴 적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 컨설턴트들의 의견이 A로 모아져서 그에 대해 조언 하고 전문적 의견을 피력하면 이상하게도 종종 클라이언트는 B라는 다른 선택을 해 우리에게 그대로 따라 달라는 주문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왜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너무 문제를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

    “우리에게 숨기는 것이 너무 많고, 탐욕스러운 것 같은데…”

    클라이언트에게 했던 조언 A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은 어처구니 없는(?) 전략인 B를 선택한 클라이언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의 의견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 다는 건 우리가 무능하다는 의미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자괴감과 무능력함을 극복해 보고 싶어서 더 많은 케이스를 다루어보고, 더 많은 이론서들을 읽어보자, 더 많은 훈련에 참가해 보자 등의 자구책을 강구하기도 했었지요.

    시간이 가고, 경력과 경험이 쌓이면서, 더 많은 클라이언트들과 대화 하고, 내가 그 클라이언트가 되어 밤새워 고민 해 보고 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에 있어 클라이언트들이 컨설턴트들에게 원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 ‘의견’이라는 것이죠.

    나를 비롯해 우리 컨설턴트들은 클라이언트들에게 ‘의견’을 준다 생각하면서 ‘답’을 전달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답’을 따르지 않는 클라이언트는 ‘오답’을 선택한 것으로 보았던 것이 그래서 였던 것이죠. 그건 ‘조언’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 조차 망각했었던 것입니다.

    ‘의견’은 절대로 ‘답’이 아니고, 직접 ‘답’이 될 수도 없습니다.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풀기 위해 기본적으로 자신이나 팀의 ‘의견’을 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의견’은 상당한 논리와 경험으로 백업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자체는 ‘조언’이 됩니다. 훌륭한 컨설턴트는 훌륭한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그 훌륭한 ‘조언’조차도 스스로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답’을 내리는 자는 클라이언트입니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는 클라이언트사의 최고의사결정권자(책임자)들입니다. 외부에서 온 컨설턴트가 ‘조언’이라 포장 해 ‘답’을 제시했을 때 그 ‘답’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요? 근본적으로 현실적이지 않은 거래죠.

    컨설턴트는 훌륭한 ‘조언’을 하는 것이 역할과 책임의 전부입니다. 해당 조언을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각의 논리를 세워 구조화하는 노력을 선행하는 거죠.

    그 훌륭한 ‘조언’을 듣고 클라이언트가 그에 합치된 의사결정을 하고, 예상대로 성공적인 결과가 맺어 졌다면 해당 프로젝트는 컨설턴트 차원에서 ‘성공적’인 것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더 정확히는 ‘운이 좋은’ 프로젝트였다고 볼 수 있죠.

    반면 그 ‘조언’을 듣고 클라이언트가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는 컨설턴트 차원에서 ‘실패’라 볼 수는 없습니다. 나름대로 ‘훌륭한’ 조언을 했다면 그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 단계에서 이런 의문이 드는 컨설턴트들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컨설턴트는 조언만 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하던 실패하던 그냥 운에 맡기고만 있으면 되는 건가?’ 당연히 아니죠. 그렇게 운에만 맡길 수는 없지요.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컨설턴트의 ‘논리 지원’이라는 것입니다. 컨설턴트들이 A 전략을 ‘조언’했지만, 클라이언트가 여러 고민을 거쳐 B라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하면, 훌륭한 컨설턴트는 그 B라는 전략에 그 때부터 몰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비록 현실적 차선이나 차차선이라는 이 B전략도 가능한 최선에 가깝게 되도록 지원 해야 하는 거죠. 그를 위해서 컨설턴트들은 B전략의 성공을 위한 ‘논리화’ 작업에 들어가는 겁니다.

    ‘왜 B여야 하는가?/왜 B가 최선인가?’

    ‘B전략으로 가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B전략으로 갈 때 예상되는 비판이나 공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떻게 각각에 대비해야 할까?’

    ‘만약에 B전략이 중간에 실패한다면 그에 대한 플랜 B-B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런 논리화 작업을 지원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선택을 최선의 선택으로 만드는 길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1. 주니어 컨설턴트들은 자신들이 자꾸 답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욕심을 경계하라.
    2. 답은 줄 수도 없고, 줘서도 안된다.
    3. 일부는 감히 누구에게 답을 제시하는가 하는 말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4. 스스로 훌륭한 의견을 만들어 논리를 더해 훌륭한 ‘조언’을 제시하는 데 1차 만족하는 습관을 들여라.
    5. 그리고 그 다음 클라이언트의 결정을 받아 추가 논리를 지원하는 데 2차 만족 해라.
    6. 컨설턴트와 클라이언트가 한팀이라는 공감대만 기반으로 한다면 그 어떤 선택도 컨설턴트에게 불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1. 만약 1차적인 조언 그 자체가 상황 파악과 논리 등이 부실한 상태에서 나왔다거나.
    2. 그 조언의 수준이 일반적인 상식에 반하는 것이었거나.
    3. 그것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2차적 선택지에 대한 논리 작업을 게을리 하거나 하는 사람은 컨설턴트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4. 또한 1차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낙심하고 괴로워하면서 클라이언트를 원망하는 컨설턴트는 시니어들이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것은 중장기적으로 컨설턴트의 자세와 관련 된 것이라 더더욱 중요하다.
    5. 컨설턴트는 독립운동가나 의를 위해 목숨을 내 놓는 지사(志士)같으면 안된다. 유연성에 대한 이야기다.

    참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하는 일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 사내 1%의 인력이 곧 위기관리 경쟁력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천명 정도의 임직원을 가진 회사가 있다고 치자. 그런 회사 내에서 실제 발생할 위기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대비하면서 평시 위기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상위 1% 가량의 고위경영진들이다. 약 십여 명 정도 된다. 여기에는 물론 대표이사도 포함된다.

    한국 기업들의 위기 유형을 한번 살펴보자. 몇 가지 유형에 있어 특징이 있다. 첫째 특징은 스스로 만드는 위기가 많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최고 수준의 위해성을 나타내는 기업 위기로 대략 세가지 유형을 꼽는다. 1. 오너나 최고경영진관련 2, 내부고발 3. 기업 범죄나 규제 적발. 이 세가지 유형을 보면 종종 해당 기업이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해당 기업의 상위 1%에게 완전한 책임이 있는 유형이다. 흔히들 ‘대표이사는 몰랐었다’며 한발 물러서고는 하지만 여론에서는 그런 주장을 쉽게 믿거나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기업 내 1%의 경영 철학과 준법경영 마인드는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국내 기업 위기의 둘째 특징은 유사한 위기를 반복 경험한다는 점이다. 재작년과 작년에 경험했던 유사한 위기를 올해 다시 경험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던 위기지만, 다른 경쟁사나 동종 업계에서는 빈발하던 위기를 그대로 따라 경험할 때도 있다. 왜 유사한 위기를 반복해 맞고, 다른 기업에게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위기를 자사도 그대로 따라 맞는 걸까? 평소 회사가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그렇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내 1%인 핵심 인력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게다. 그러다 보니 바깥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는 반복과 답습이 계속된다.

    셋째 기업 위기 유형의 특징이라면, 기업 오너나 CEO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는 위기관리 케이스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야 일부 기업 오너들이 위기 발생 후 공개적 석상에서 사과 하고 재발방지와 배상책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곤 한다. 큰 변화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최상위 0.1%는 바깥으로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실제로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은 그보다 하급자들이 담당 한다. 일종의 권위주의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그것이 전략적인 결정이라면 이견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관습적인 것이라면 재고의 여지는 있다.

    넷째 기업 위기 유형의 특징이라면 사내에 강력한 기업 경영 철학이나 위기 시 따를 의사결정의 기준 가치가 별반 존재하지 않아 벌어지는 실패사례들이 많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 품질과 관련된 부분이다. 평소 사내 1%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던 기업 철학은 무엇인가?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라 했을 수도 있다. 품질이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도 한다. 환경과 커뮤니티가 최고 가치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막상 그와 관련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말이 달라지니 문제다. 사내 1% 임원들 중 대부분이 ‘평소 우리의 가치는 가치이고, 이번 위기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좀 더 영리하게 헤쳐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다른 공감대를 가지게 되면 문제다. 평시와 위기 시 각기 다른 입장과 행동을 보이는 이중적인 기업을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평소 위기에 대해 대응하는 고민과 훈련을 했었다면 비교적 쉽게 큰 문제 없이 관리될 수 있는 위기들이 많다는 점이다. 평소 대비와 훈련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위기대응 훈련 예산은 사내 1%가 소위 ‘인문학’ 강의를 듣는 수준의 예산보다도 적은 게 현실이다. 필자는 모 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워크샵을 마치고 그 회사를 30년째 다닌다는 고위 임원의 말을 기억한다. “제가 그렇게 오래 이 회사를 다니는데, 오늘처럼 하루 종일 우리 회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겠는지를 같이 모여 고민해 본 경험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사내 1%가 한번도 같이 모여 회사의 위기를 생각해 보거나 훈련해 보지 않았다면 과연 그 회사에게 위기란 수 십 년간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일까?

    이런 한국적 기업 위기관리 환경에서 가장 핵심 중 핵심은 사내 1%의 위기관리 경쟁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평소 그 1%가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는 활동들을 직접 해야 한다. 하다못해 관심이라도 지속적으로 표현해 아래 직원들이 그렇게 움직이도록 독려해야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라”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하기 보다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같이 만들어 보자” 해야 맞다. 그 과정에서 1%가 얻을 수 있는 배움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99% 위기는 예상 가능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아’라는 말이 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흔히 말하는 ‘상상치도 못했다’는 말은 변명일 가능성이 많다. 평소 예상을 전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상상치도 못한 것’일 뿐이다. 만약 예상할 수 있다면 사전 관리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된다. 이 기회를 1%가 직접 잡아야 한다.

    상위 1%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경쟁사에게 이런 위기가 발생했는데, 우리에게 유사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겠는가?” “우리는 최대한 준비되어 있는가?” “어떻게 하면 그런 위기가 우리에게만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를 1%는 직접 계속 물어야 한다. 상위 1%가 질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고려되지 않는다. 직원들은 상사의 질문에 움직인다. 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어떻게 이런 위기가 우리에게 발생할 수 있지?”라고 묻는 1%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상위 1%는 평소 질문을 많이 해 둘수록 위기 시에는 스스로 답을 낼 수 있게 된다.

    상위 1%가 먼저 훈련 받아야 한다. 위기관리 워크샵이, 트레이닝, 강의에 상위 1%만 빠지면 안 된다. 멋지게 소개나 축사를 하고 강의장을 나서서는 안 된다. 1%가 스스로 제대로 훈련 받아야 전사적으로 개념 잡힌 훈련과 대비 독려가 가능하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과 위기 대응을 해야 할 사내 1%들이 완전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위기관리가 경험지(經驗知)냐 학습지(學習知)냐 하는 논란이 있다. 위기관리는 평소에는 학습지이지만, 위기 발생시에는 경험지로 관리된다. 우리 사내 1%가 위기를 관리하기에 충분한 학습지와 경험지를 갖추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책무다. 그렇지 못하다면 당장 지금이라도 그런 학습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자신을 포함해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비유가 담긴 우화를 하나 소개한다. 아주 옛날. 산속에서 마을로 내려온 야생 호랑이에게 큰 피해를 입은 ‘위기(危機)’라는 마을과 ‘관리(管理)’라는 마을이 있었다. 출몰한 호랑이는 각각의 마을에서 사람들 여럿을 물어 죽이고 달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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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危機)’ 마을 사람들과 이장은 고민 끝에 평생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던 사냥꾼을 불렀다. 호랑이 사냥꾼은 ‘위기(危機)’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놓고 호랑이 그림을 보여 주며 조심하라 이야기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호랑이를 조심해야 하겠다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관리(管理)’ 마을에서도 이장과 마을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대책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을 모두 힘을 모아 마을 주변에 돌담과 가시나무 덩굴을 쌓았다. 무기를 만들어 나누어 주며 호랑이 잡는 법을 훈련했다. 밤마다 횃불을 들고 순시를 돌았다. 크게 짖는 사나운 개들을 사왔다. 아낙네들과 어린이들에게는 호루라기를 나누어 주었다. 호랑이가 무서워한다는 쑥향과 모닥불들도 마을 군데 군데 펴 놓아 호랑이 접근을 막았다. 모두가 다음 호랑이의 출몰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하는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이 두 마을의 대응을 자사의 그것과 비교해 보자. 둘 중 어느 마을이 다시는 피해를 입지 않을까도 한번 상상해 보자. 기업 내 핵심 인력인 1%들의 ‘실천’을 위한 사고 전환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실천하자. 지금 바로.

  • 문제가 생겼을 땐 임원들끼리도 통화가 안 되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조금 큰 문제가 터진 적이 있었는데요. 하필 그 때가 주말 아침이었거든요. CEO께 보고 드리고 상황을 여기 저기 확인하고 하는 임원들이 여럿 엉키면서 서로 통화가 안 되는 거에요. 몇 시간 동안 계속 상대방들이 통화 중이더라고요. 그게 정말 더 큰일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갑갑해지죠. 위기 발생 시 좀더 효과적인 보고 공유 방식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운(down)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1급 위기가 아니다.’ 여기에서 ‘다운(down)’이란 기계나 채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만큼 망가지거나, 부하가 걸려 제 구실을 못한다는 거죠. 한번 생각해보세요. B2C 기업 대표님들은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제품에 어떤 큰 문제가 있어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면 그 후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요?

    일단 대표 상담 전화에 불이 납니다. 갑자기 수천에서 수만 명의 고객들이 항의와 반품 등을 동시 요청하는 거죠.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은 어떻게 됩니까? 말 그대로 다운이 됩니다. 접속량 폭증으로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 거죠. 회사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건재할까요? 글쎄요.

    홍보실을 비롯 영업 부서들의 전화는 어떻게 되나요? 말 그대로 불 난 호떡집이 되죠. 아마 주요 임원들과 CEO 개인 휴대전화에도 상당한 부하가 걸릴 겁니다. 그 중 상당수는 개인적 전화들로 ‘걱정된다’ ‘힘내라’ ‘도움이 필요하면 이야기해라’ 등 지인들로부터의 위로 전화가 되기도 하죠.

    문제는 이런 다운(down)현상 때문에 진짜 중요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일선 상황은 업데이트되어 보고 되어야 합니다. 매뉴얼에 따라 일선에서는 20-30분마다 팀장 보고를 합니다. 해당 팀장은 또 임원에게 보고 하는데 임원이 전화로 연결 안 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겁니다. 그 임원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네 맞습니다. 다른 임원의 문의 전화에 답을 하고 있는 겁니다. 가끔 CEO의 급한 문의 전화에도 답을 하고요.

    급하면 일선에서는 동시에 문자나 각종 메신저들을 통해서도 보고 기록을 남기죠. 한참 전화를 받다가 여러 전화를 놓치고, 뒤 늦게 메신저를 확인한 임원은 다시 해당 일선 팀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내용을 재 확인 하는 거죠. 시간은 더 지나 가고 상호간 통화는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됩니다. CEO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죠. 여기 저기에서 산발적으로 정보는 올라오는데, A임원의 말이 다르고, B임원의 말이 다릅니다. C임원에게 크로스체킹을 하려 하니 통화는 안되고.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 것은 같은데 정확한 현재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 겁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현상입니다. 핵심은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선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에 지시된 대로 특정장소에 모든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체계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자그룹간에는 가능한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 하시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자리에 모이는 대응활동에 집중하시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의사결정그룹과 상황파악 정리 그룹간 기능을 분리하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더라도, 개인적으로 현장 상황 보고를 받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통화 하는 임원들이 많아지면 대책회의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한자리에 모인 의사결정그룹은 종합적인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역할 분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종합상황실을 통해 취합되는 정보는 의사결정그룹이 머무르는 워룸(위기대응센터, 비상대책실)에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워룸에 공지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가장 업데이트된 동일한 정보를 ‘함께’ 얻고 의사결정 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호간 전화통화로 발을 동동 구르며 골든타임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신속히 한자리에 모여 함께 듣고, 이야기하고, 의사결정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위기대응 방식입니다. 일이 지나고 돌이켜 보면 이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게 됩니다.

    질문 주신 임원께서도 이미 한번 그런 난감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매뉴얼을 찾아 그에 따르는 훈련을 몇 번 더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신속하게 한자리에 모여 마주 앉는 것. 이것이 위기대응의 가장 첫 단계라는 생각을 반복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일선에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취합 보고하라는 가이드라인도 다시 공유해 보십시오. 상황판을 만들고 상황을 정리하는 훈련도 필요하면 담당자들을 모아 진행하시면 좋습니다. 위기관리 체계 업무의 90%는 교육과 훈련입니다. 90%를 생략한 채 10%의 본능만 가지고 대응 하는 반복적인 우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기업도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항상 ‘시뮬레이션’을 해보라고 하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정부기관 같은 데에서 보통 하는 훈련을 시뮬레이션이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형태를 알아보니 정부기관에서는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하는 기업들이 있나요? 어떻게 하고 있죠?”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만큼 다양한 정의와 유형을 가진 훈련방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라는 의미는 사전적으로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하여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모의실험’으로도 표현하죠.

    이 정의에서 중요한 포인트라면 ‘실제와 비슷한 모형’ 부분과 ‘모의적으로 실험’이라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여럿이 함께 예상 해보고 머리에 그려 보는) 학습 미팅’의 경우 ‘실제와 비슷한 모형’과 ‘모의적으로 실험’이라는 정의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또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기술적 모의실험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위기관리 분야에서 군사 분야를 빼고는 기업에게 적용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듯 합니다. 실제 현장에서 시뮬레이션 해보면 ‘이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하는 한계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진행되는 기업 대상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대부분 기업 최고의사결정그룹(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실제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스스로 위기관리 해법을 찾아나가게 하는 모의 실험 즉, 게임(game) 형식을 띕니다.

    각 컨설팅사 마다 자체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의 범위와 대상 그리고 실행방법론에 대한 차이들은 있지만, 핵심적 부분은 ‘시나리오’ ‘문제해결’ ‘집단사고’ ‘역할과 책임 확인’ ‘위기관리 매뉴얼 검증 및 평가’ ‘제한된 실행 연습’이라는 공통점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다시 설명하면 CEO를 중심으로 의사결정그룹이 한자리에 모여 하루 종일 또는 반나절 이상 ‘실제와 유사한 위기 발생 시나리오’를 가지고 상황파악, 의사결정, 실행을 집중 경험 해 보는 훈련이라 보시면 됩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종이 문서를 가지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형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대부분의 정부 공공기관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의 경우에는 미지의 시나리오를 직접 수령한 뒤 의사결정그룹이 전문성을 발휘해 비정형적으로 위기 대응을 진행하는 방식을 따릅니다. 여러 의사결정상 변수들도 그 과정에서 떠오르게 되고, 상황도 비정형적으로 지속 변화되어 현실성을 높이게 됩니다. 특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이(언론, 정부, 국회, 규제기관, NGO, 소비자, 피해자 등) 각 상황변화에 따라 해당 의사결정그룹에게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해오면서 그 시뮬레이션의 현실성은 극대화 됩니다.

    최근에는 발달된 시뮬레이션 방법론으로 최고의사결정그룹과 일선 실행그룹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연결하여 동시 시뮬레이션 해 보는 ‘풀 스케일 시뮬레이션’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최대한 위기 시 의사결정그룹과 실행그룹간 격차를 줄여보자는 목적이 이런 진화된 시뮬레이션의 동기가 되고 있지요.

    재미있는 건 한국 기업들의 경우 이런 형식의 비정형적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때 CEO가 참석하지 않는 경우들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내일이라도 위기가 발생하면 의사결정과 실행전반에 대해 개입 관제 해야 할 CEO께서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실제 발생하는 거죠. 이런 경우 당연히 위기관리 경험이나 훈련 수준에서 CEO와 임원들간 갭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아주 위험한 케이스죠. 어떻게 보면 한국적 현실이라고도 볼 수 있고요.

    더욱 위험한 케이스는 일선 실행 부서들만을 대상으로 실행 시뮬레이션만 진행하는 케이스입니다. 이 또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의사결정그룹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 경험과 훈련 수준을 높이지 못한 채 경험 있는 실행만 따로 돌아가게 되는 엇박자가 실제 위기 시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경험 해 본 기업 최고의사결정그룹은 대부분 해당 경험을 통해 자기 조직의 약점과 개선점들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곤 합니다. 이를 정확하게 보게 되고, 이에 대한 토론을 통해 위기관리 체계를 더욱 개선하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이런 거창한 결과물 보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추천합니다. “입사 후 언제 하루 종일 회사의 위기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볼 기회가 있으셨나요? 그럼 한번 해보시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로펌 변호사들도 언론을 잘 알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민감한 이슈가 있어서 우리 회사와 계약 되어 있는 로펌 변호사들을 불러 회의를 했었습니다. 근데 담당 변호사가 그 로펌에서 언론을 잘 아는 변호사와 함께 왔어요. 방송통신위나 언론중재위쪽 경험이 있으시다 하더군요. CEO께서는 그쪽 변호사들과 함께 이슈관리 해 보라 하시는데요. 이슈관리에 있어 대응 자문을 이 분들에게 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망치로 나사를 박으려 하시는 것 같군요. 국내 기업 위기들 중 법적 판단에 의해 관리 방향을 정해야 하는 유형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만큼 기업 내 준법(compliance) 마인드와 문화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경영진 및 오너의 권한남용(management override)이 그 기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 때문에 로펌들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수준이 낮은(당연한) 기준은 ‘법적 기준’입니다. ‘우리 회사가 이 이슈에 있어 법적 문제가 있는가 없는가?’ 점검 해야 한다는 거죠. 그 다음 한층 높은 기준이 ‘여론적 기준’입니다. ‘우리가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론이 이 문제를 부정적으로 받아 들이지는 않을까?’하는 고려를 하는 거죠. 가장 높은 기준은 ‘윤리적 기준’이라고도 하죠. (이 논의는 다음 기회에…)

    우선 앞의 두 기준을 두고 보면 율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역할과 전문범위가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나 언론중재위 같은 기관은 법에 의거한 언론 규제기관입니다. 이런 훌륭한 규제기관에서 위원 등으로 활동하신 저명한 율사분의 개인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에 기반한 위기관리 전략과 여론에 기반한 위기관리 전략간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의심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언론’이 ‘여론’과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을 주로 관리하려 노력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기 힘듭니다. 지금 같이 투명한 ‘여론 관조’가 가능한 환경에서 직접 ‘여론’을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 대신, 간접적으로 ‘언론’을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과연 이상적인가 하는 것은 의문입니다.

    혹시 CEO께서 여론을 읽고 있다면서 언론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여론을 듣는다면서 기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여론에 따른다고 하면서 기자들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닌지요? 여론이 무섭다 하면서 언론사에 대해 대대적 스폰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나요? 여론이 무지하다 여기면서 언론과의 관계를 거부하거나, 통제가 필요하다고 정부에게 탄원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정확하게 사내 위기관리팀이 여론과 언론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건가요?

    언론에 대한 관리에는 종종 법이 필요할 수 있지만, 여론에 대한 관리에는 항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구분 정의된 여론을 정확하게 읽고, 빠르게 분석하여, 적절한 ‘여론의 법정’ 논리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이 사내에서 누구인지 돌아보시죠. 바로 기업의 홍보실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를 대변하며 여론의 법정에서 생존을 다투어 온 홍보실 임직원들이 그 전문가입니다.

    여론의 법정 경험이 실제 법정에서 완전하게 통하기 힘들 듯, 실제 법정 경험 또한 여론의 법정에서 완전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힘듭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리다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전문성을 지닌 사내외 전문가들이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좀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여론 커뮤니케이션 전문성을 규제기관에서 언론을 다루던 율사들에게서 찾는 것은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 하게 됩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일선 기업 위기관리 자문에 투입되어 일하며 여러 좋은 변호사분들로부터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이 법적 관점을 존중하듯이, 그 변호사분들도 여론에 기반한 관점을 존중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함께 일하되 상호간 전문성을 인정하고 완전히 협업 했을 때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 협업에 있어 핵심적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하는 분이 바로 CEO입니다. CEO께서 양쪽의 전략을 듣고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최선의 위기관리입니다. 그 과정에서 CEO 스스로의 각 전문성에 대한 존중은 기반이 되야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CEO께서는 나사를 박는데 망치를 쓰지 마시라는 조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자들에게 소송 하라시는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오늘 아침 OO일보 기사를 읽고 상당히 화가 나셨습니다. 그 기자에게 직접 전화 걸겠다 하시는 걸 겨우 말렸습니다. 법무임원을 불러 ‘당장 해당 기자하고 데스크까지 다 소송하라’하시는데 제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습니다. 근데 이 기사를 가지고 언론중재위 제소나 별도 소송을 걸면 좀 효과가 있을까요? CEO 의지가 강해 안 할 수는 없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이지요. 아무 소용 없는 일이라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런데도 왜 여러 기업들에서 부정적 기사에 대해 사후약방문과 같은 언론중재위 제소나 소송이 이어지고 있을까요? 제가 본 그런 대부분의 대응은 ‘최고의사결정자의 격분’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홍보담당을 비롯 여러 임원들의 경우 최고의사결정자의 이런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격분해 있는 최고의사결정자 앞에서 ‘제소나 소송을 해 보았자 별반 소득이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감한(?) 임원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임원들이 종종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그런 질문을 통해 조력을 구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측에서 주의하셔야 할 포인트는 이렇습니다. 제소나 소송은 기업에게 법적으로 정해진 일종의 권리입니다. 그런 권리를 포기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하지만, 해당 기자와 데스크를 묶어 제소나 소송을 한 이후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는 필히 검토해 보셔야 합니다.

    기자와 데스크 개인을 괴롭힐 수는 있습니다. 특히 정확하지 않은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크라면 더욱 더 괴롭겠지요. 조사를 위해 왕래해야 하는 시간이 그들의 일과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소송이라면 그들 스스로 법적 비용도 감수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를 통해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소득은 별로 찾기 힘듭니다.

    오히려 해당 기자와 데스크에게 ‘추가적인 악감정’을 품게 하는 것이 현실적 결과입니다. 제소 과정에서 합의 해 회사측의 반론이나 정정보도가 받아 들여 졌다 해도 그 결과는 그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홍보임원은 그 기자와 데스크를 수면하에서 다독여야 하는 추가 임무까지 얻게 됩니다. 겉으로는 이긴 것 같지만, 실질적 원상회복과는 거리가 멀지요. 게다가 ‘추가적인 악감정’을 가지게 된 기자와의 관계회복을 위한 작업과 예산까지 들어가야 하니 더욱 밑지는 장사가 되고 말지요.

    따라서 부정적 기사에 대한 법적 대응은 ‘감정’ 보다는 ‘해당 기사로 인해 실제 받게 된 손해’라는 엄격한 잣대를 기반으로 극히 제한되어야 하겠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부정적 기사로 회사가 엄청난 매출하락을 경험했다. 고객들이 상당수 떨어져 나갔다. 사업 유지가 힘들게 되었다 하는 중차대한 손해가 있었다면 당연 언론을 향한 기업의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

    컨설턴트로서 재고를 요청 드리는 경우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기분 나빠서’ 하는 법적 대응입니다. 차라리 고위임원이 해당 데스크와 기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 허심탄회한 해명을 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통해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전략입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실제로도 그렇게 대응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존속되는 한 언론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영원할 것입니다. 비즈니스를 하루 이틀하고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면, 언론과의 관계를 부정기사 몇 개와 바꾸어 버리는 행동은 전략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관계는 쌓아가면 갈수록 자산이 됩니다. 당연히 불필요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부정기사의 가능성은 감소하게 마련입니다. 단기적인 감정으로 대응할 이슈는 원래부터 아니라고 봅니다.

    ‘사전약방문’이 ‘사후약방문’보다는 훨씬 나은 노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당연히 그런 노력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후 받은 처방’이라도 남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처방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전약방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즉, 소주 한잔의 힘이 소송보다 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우리 회사내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는?

    정부의 메르스 위기관리를 두고 ‘컨트롤타워’가 누구냐? 하는 논란이 있다. 위기만 발생하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논란이다. 누구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하고, 누구는 부처나 대책본부, 센터등을 컨트롤타워로 꼽는다.

    정부의 위기관리에서 컨트롤타워의 모호함과 이를 둘러싼 논란들은 사실 일반 기업에서도 종종 목격되는 해프닝들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되어 있건 되어 있지 않건간에 실제 가동되는 컨트롤타워를 구경해 보면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규정되는 컨트롤타워는 우선 해당 위기의 심각도에 따라 컨트롤타워를 달리 설정하는 방식을 따른다. 위기심각도를 보통 Yellow-Orange-Red-Black 등으로 차등을 두거나, 관심 →주의→경계→심각 단계로 나누거나 하는 방식이다.

    기업에서 위기 심각도에 따라 컨트롤타워가 상승하는 형식은:

    • Yellow인 경우에는 해당 이슈 관련 부서 팀장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관리 한다.

    • Orange인 경우에는 부서장(임원)이 컨트롤타워가 된다.

    • Red인 경우에는 위기관리 위원회가 컨트롤타워가 된다.

    • Black인 경우에는 CEO를 포함한 위기관리위원회가 컨트롤타워가 된다.

    이런 형식으로 컨트롤타워를 단계별로 정리하는 기업도 있다. 심각도에 따라 컨트롤타워를 정리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현실적 질문을 전제로 한다. “일선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위기상황들을 모두 CEO에게 보고하고 CEO가 직접 관리 지시하고 리드하는 것은 좀 비현실적이지 않을까요?”

    따라서 일정수준 이상의 심각도를 보일 때만 CEO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지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실무자들이나 임원들이 각각 현재 상황이 Yellow인지 Orange인지 헷갈려한다. 매뉴얼에 상세하게 서술이 되어 있다 해도 실제 상황이 그렇게 무자르듯 정확하게 정의되기 힘든 경우들이 많다.

    2. 언제 현재의 Orange상태가 Red로 전이 되는 것인지 헷갈린다. 이전 등급에서의 컨트롤타워가 등급을 올려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이양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이전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일을 못해서 일을 키운거 아니냐 하는 평가를 싫어하기 때문.

    3. 갑작스럽게 초기부터 Red나 Black으로 뛰어 오르는 심각도를 가진 위기가 오면 주저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CEO 방문을 제끼고 들어가 논의를 시작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 CEO가 위기관리위원회와 컨트롤타워를 담당한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에 실무라인에서는 준비할 것이 너무 많다. 그것도 부담.

    이런 현실적 문제들이 종종 목격된다. 그래서 대부분이 매뉴얼상 심각도와는 상관없이 중차대한 위기시에도 핵심 임원들과 관련 임원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한다. 그러다가 심각도가 극에 달하고 해당 상황이 공개되어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이 오면 그 때 CEO에게 문제를 공유하고 지금까지의 위기관리 활동들을 설명한다.

    위기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중견기업의 경우 위기 최초 발생 후 최소 2-3일에서 1주일가량 CEO 보고나 공유가 지연되는 경우들이 이 때문이다. 매뉴얼상 정해진 단계라던가 컨트롤타워의 상승 개념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초부터 모든 사안들에 CEO가 직접 컨트롤타워가 되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심각도에 따라 컨트롤타워를 상승개념으로 정해도 종종 매끄럽지가 않고 하니 어쩌면 좋을까?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의 유형별로 컨트롤타워를 설정하는 곳도 있다. 재무적인 유형, 인사사고 유형, 규제기관관련 유형…등등에는 CEO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맡는다. 이런 형식이다. 이 경우도 유형별이라고 말은 하지만, 유형내에서 심각도 분류가 없을 수는 없다.

    이 유형별 컨트롤타워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1. 정해진 유형 이외의 폭발적 위기 유형 상황이 오면 또 혼란이 생긴다.

    2. 유형별로 다시 심각도가 설정되다보니 더 복잡하고 매끄럽지 못한 복잡하기만 한 권한이양과 공유가 된다.

    3. CEO가 컨트롤타워를 맡는 특수 위기 유형들에 대해서만 상대적으로 사전 관리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 외 유형들에서 발생하는 취약성이 증가한다.

    이런 시스템도 이런 문제가 있다. 어떡해야 하나?

    세번째 유형은, 좀더 복합적인 형식이다. 심각도와 유형별로 정리를 하고, 일정 단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CEO에게 공유하는 형식을 택하는 경우다. 실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CEO가 상황의 발전 전반을 계속 보고 받고 있는 형식이다. 이전의 형식들이 심각도나 유형별로 단계별 공유라면, 이 형식은 지속적 공유 형식이 특징이 된다.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1. 정보 부하를 거북해 하는 CEO의 경우에는 보고 공유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메일을 안 열어 보는 CEO, 미팅에서 보고 받은 상황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않는 CEO.

    2. CEO가 상황을 보고 받다가 갑작스럽게 개입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무선에서 잘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인데 일이 커지게 되어 버리는 경우.

    3. 상황 발전을 지속 보고하다보면 일선으로 부터 정치적으로 보고 내용상 가감이 생겨난다. 운이 나쁘면 그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을 가지고 CEO가 컨트롤타워를 지휘하게 되는 상황까지 연결 된다.

    이 시스템도 그러면 문제 같아 보인다.

    이렇게 컨트롤타워와 CEO를 연결하다보니 CEO의 위기관리 참여 횟수와 전문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일부 CEO는 아예 위기관리에서 자신을 분리한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임직원들이 갖추어야 하고 그들만이 숙련되어야 한다고 까지 생각한다.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에 정작 CEO는 참석하지 않는다. 일부 CEO는 ‘참관’을 하려 한다. (제3자 관점이 생겨나는 이유)

    기업 내에서 상위 1%그룹의 경쟁력이 위기관리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는데, 1% 중 핵심인 CEO가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빠져 있는 체계들이 기업들에도 많이 목격된다. 기업문화적인 기반도 영향을 미치고, CEO 개인의 성향에도 영향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CEO의 관심과 스스로의 참여 그리고 직접 훈련받아 Know How and What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순서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 다음이다. 솔선수범이 먼저다.

    정용민 씀. 2015.6.22.

  • 히드라의 9개 머리 중 진짜 컨트롤타워는?

    헤라클레스 전설에 보면 ‘히드라’라는 가상의 동물이 등장한다.

    히드라.

    히드라(올바르게는 휴드라)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위대한 공적으로 알려지는 ‘헤라클레스 12업’ 속에 등장하는 큰 뱀이다. 아홉 개의 목을 가졌으며 그 중의 하나는 죽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설에 따르면 다섯 개에서 1만 개의 목이라고 하는데, 아폴로도로스의 설에 따르면 아홉 개가 맞다. [네이버 지식백과] 히드라 [Hydra] (판타지의 주인공들, 초판 1쇄 2000. 1. 20., 초판 8쇄 2010. 8. 20., 도서출판 들녘)

    Hydra

    어린 시절 헤라클레스와 히드라의 싸움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다.

    “머리가 여러 개인데 몸은 어떻게 움직이지? 어떤 머리의 지시를 받아 몸이 움직이는 걸까?”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런 궁금증이 종종 들곤 한다.

    이번 메르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컨트롤타워라고 부를 수 있는 대책반/TF는 대여섯개에 이른다. 세월호 위기관리 때도 물론 그랬다. 문제는 몸은 하나인 조직이 머리를 여럿 달고 있는 이 ‘히드라’ 구조에서 어떻게 위기관리가 되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우선 현재 정부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 – 멀티시스템과 히드라간에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1. 히드라의 9개 머리는 모두 실행 조직이다. 그 전부가 의사결정 조직은 아니다. vs. 정보의 모든 컨트롤 타워는 대부분 순수 의사결정 조직이다.

    2. 히드라의 경우 9개 머리 중 의사결정 조직은 유일하게 죽지 않는 머리 단 하나였다. vs. 현재 정부의 모든 컨트롤 타워에는 상호간 세부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죽지 않는 머리’란 없다.

    3. 히드라의 8개 머리는 단 하나 유일하게 죽지 않는 머리-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를 방어하기 위한 들러리 실행 조직 이었다. vs. 정부의 현 컨트롤 타워는 모두 ‘실질적 컨트롤 타워’를 대행하기 위한 의사결정/지원 조직이다.

    즉, 정부 컨트롤 타워 구조는 현재 머리가 5~6개 달린 채 각자 비슷하거나 다른 의사결정을 몸 쪽으로 마구 내려보내고 있는 유사 히드라의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보인다. 의사결정의 중복이나 충돌, 그리고 과부하로 인해 몸이 움직이는 데 많은 제약이 걸리는 구조다.

    이런 경우 몸은 처리되지 못한 정보들로 인해 움직이지 않는 편을 택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머리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만을 전달한 채 움직이지 않는 반응을 한다. 과부하로 움직임이 중지되거나 간섭을 받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는 구조다.

    컨트롤 타워는 단 한개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컨트롤 타워는 위기관리를 위한 모든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룹이어야 한다.

    공항에 컨트롤타워가 5~6개 설치되어 이착륙하는 비행기와 동시 교신하는 체계. 이 체계가 훌륭할리 없다.

    정용민 씀. 2015.6.10.

  • 원점관리(原點管理), 성공적 이슈관리를 위한 첫 단추

    대한항공 회항 이슈관리에 있어서도 뚜렷하게 목격되는 상황이지만, 항상 ‘원점관리’라는 개념은 이슈관리 성공을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첫 스텝이 됩니다. 특히나, 이슈가 사람 개인이 그 원점이 될 때는 더 더욱 해결이 필수가 되죠.

    원점(原點)이란 의미는 ‘시작이 되는 출발점. 또는 근본이 되는 본래의 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원점의 개념에는 몇가지 분석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공격성: 얼마나 해당 원점이 공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고, 주장이나 이슈가 부정적인지에 대한 판단. 예를들어 우리 회사 제품의 사용 불편함을 토로하며 불만을 품고 있는 ‘원점’ 소비자 A와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하다가 화상을 입어 입원 해 있는 ‘원점’ 소비자 B와는 공격성에 있어 차이가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큰 관리 중요성이 존재한다.

    2. 확산역량: 해당 원점이 해당 이슈를 현재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확산 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를 판단. 일반 주부 vs. 파워 블로거인 주부간에는 이 확산역량의 차이가 좀 난다. 일반 소비자 vs 언론사 간에도 확산역량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기존 홍보실이 언론 기사를 완화시키려 노력하는 이유가 대부분 확산역량 관리에 있다.

    3. 보유 이슈의 다양성 : 원점발 이슈가 1탄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2-3-4-5탄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따른 판단. 원점이 블랙메일을 해도 큰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협박하는 경우가 있고, 지속적으로 계속 이어지며 상승되는 부정적 이슈들을 가지고 협박을 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다양한 이슈를 보유하고 있는 원점이 더 위해도는 높다.

    4. 관리 방식 : 이 부분도 참 민감한 부분이다. 원점을 관리하는 데 있어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원점이 가장 관리하기 어렵다. 차라리 “1억을 주세요. 그러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또는 “나를 다시 복직시켜 주세요”하는 류의 원점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하다.

    이상과 같이 특정 원점이 이슈 초기 단계에서 강한 공격성과 확산역량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이슈들이 다양한데 반 해 아무것도 우리 회사로 부터 원하는 것이 없을 수록 원점관리는 실패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이런 경우에는 해당 이슈를 최악의 이슈로 판정해서 더욱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죠.ㅛ

    물론 이상과 같은 공격성, 확산역량, 보유 이슈 다양성, 관리 방식 등은 주관적이고 객관화 해 판단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내부적으로 정보 기능을 가동해 최대한 판단 기준을 만들어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됩니다. 의사결정자가 해당 원점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반감’이나 ‘적대적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절대로 그 녀석에게 손을 내 밀지 않겠어. 더욱 강력하게 대응해서 녀석을 박살 내주고 말꺼야”라는 생각을 의사결정자들이 하는 경우 문제가 커집니다. 제대로 된 객관적인 원점관리 의지가 상실되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슈발생 초기에 ‘원점관리’를 대충하거나 피하면서 이슈관리에 뛰어 들곤 합니다. 원점은 살아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기사화 하려는 언론사들을 돌며 기사화를 막으려 애쓰는 활동들을 펼치는 거죠. 원점의 확산역량이 온라인 여러곳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이에 대응한다고 밀어내기와 물타기, 블락 처리에 몰두합니다. 원점이 살아서 움직이다가 스스로 공격성을 상실하기만을 기다리는 셈이죠.

    언론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언론기사는 어떤 방법으로든 원점관리를 사전이나 사후 실시해야 맞습니다. 해당 기사가 온라인에 계속 떠 지속적으로 반복 검색되는 상황에서는 사후 이슈관리가 잘 될리가 없죠. 윗분들이 “일단 지나간 기사인데…그걸 뭐 어쩌겠어. 말도 안되는 기사인 걸. 그냥 내버려 둡시다.”해도 이 기사가 언제든 다시 새로운 기사로 환골탈태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신임 기자들이 우리 회사 이름을 검색 해 자신이 몰랐던 이전 루머 기사를 정설로 믿어 새롭게 기사화 하는 경우들도 한둘이 아니거든요.

    불만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하고,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 회사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여론의 비판이 세지니,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해서 제3자인 언론에게 고개를 숙이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활동은 사실 정확한 의미의 이슈관리가 아니죠. 기자회견에 나오려면 먼저 원점을 관리해서 상호간 문제를 해결한 뒤에 기자들 앞에 나와 그간의 시끄러움을 사과하는 편이 더 적절한 이슈관리 프로세스 아닌가 합니다.

    원점관리. 이슈관리에 있어 성패를 가르는 상당히 중요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가장 흔히 간과되고, 거부되고, 어려워 포기되는 개념입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서는 세면대 위로 넘쳐 흐르는 물난리를 관리할 수 없습니다. 세면대의 물을 퍼내거나, 마른 걸레로 바닥의 물을 훔쳐 내는 것만으로는 그 물난리를 관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하기 쉽지 않은…하기 싫어하는 그런 논제가 바로 원점관리 같습니다. 그래서 주목할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2015. 3. 17. 정용민 씀

  • 기업 위기관리 실패공식 두번째: 신속함에는 적이 없다.

    기업/조직들의 위기관리 실패 공식 6개 중 이번엔 2번.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공식에 대한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다.
    • 전략 없이 아무렇게나 커뮤니케이션 한다.
    • 아무나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 위기에 대한 정의에 있어 조직내부와 외부간 차이를 보인다.

    위기 상황에 처해 본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공감할 텐데요. 얼마나 스스로가 느립니까? 평소 같은 의사결정 단계와 속력으로는 어떤 위기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절실하게 깨닫게 되죠. 일선에서는 항상 “위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내려져야 우리가 대응을 하고 말고 할 것 아닌가?”하며 불평합니다. 반대로 위에서는 “우리가 실행을 지시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제대로 된 것이 없나?”하며 화를 내죠.

    양쪽 모두에게 랙이 걸린 꼴입니다. 의사결정을 하려면 정확한 정보들이 취합 분석되어야 하는데, 위기라는 것이 그렇게 종합선물세트 같이 단박에 충분한 정보를 허락하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단편적 정보들과 그 정보들을 딜리버리 하는 많은 관련 직원들의 해석과 의견들이 뒤섞여 취합된 채 의사결정을 종용합니다. 당연히 우물쭈물하게 되죠.

    CEO 의사결정을 앞에 두고도 일부 임원은 맞다, 다른 임원은 아니다 논쟁을 하게 마련입니다. 부서장들끼리 서로 손가락질 하면서 왜 문제를 만든 거냐 비판도 하고, 일부는 서로에게 하소연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CEO는 점점 더 두려움과 혼동의 나락으로 빠져들죠.

    병목현상도 늦게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큰 이유입니다.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가 되는 과정에는 항시 병목이 있습니다. 그 병목이 긴 조직의 경우에는 보고라인도 층층입니다. 또한 보고방식이 상당히 권위적/형식적입니다. 급박한 위기 시에도 잘 정리된 보고서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쁜 폰트와 형식을 맞춘 보고서들을 놓고 수정과 수정을 반복하죠. 팀장이 임원에게 임원이 또 상위임원에게 상위임원이 최고임원에게…줄줄이 이어지며 상황은 더욱 더 왜곡되고, 시간은 시간대로 늘어납니다. 결국 상당시간이 흘러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 되었을 때는 이미 해당 보고서는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역사 기록이 되어버린 거죠.

    빠르게 대응하길 원하는 기업/조직들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워룸(war room)을 만들어 한자리에 빨리 마주 앉는 훈련을 하곤 합니다.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평시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그 역할을 상실합니다. CEO와 임원들간에 휴대전화 통화가 여의치 않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화를 돌리다 보니 출동이 쉴새 없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위기 시 물리적 공간에서 모두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은 수 백년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소중한 위기관리 체계입니다.

    자, 그러면 의사결정이 어떻게든 빨리 내려지면 상황은 금새 달라질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대응 전략이 세워지고 이런 저런 실행 명령이 담당 부서들에게 떨어 집니다. 그 다음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상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다들 인상을 찌푸립니다.

    법무팀에게 “관련해서 대응 할 로펌을 빨리 선정하세요”라는 긴급한 명령이 떨어졌다고 해보죠. 법무팀장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이슈를 가장 잘 아는 로펌을 수소문합니다. 각각 로펌에 지인들을 찾아 또 전화를 합니다. 미팅을 의뢰하고요. 미팅을 해보고 견적이나 제안을 받아보거나 하는 일상적(?)인 프로세스들이 진행됩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을 하는데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홍보팀은 어떤가요? “홈페이지 팝업으로 일단 해명문을 띄우고, 고객들의 불만사항들을 접수하도록 어랜지 하세요”라는 아주 간단한 명령을 받았다고 해보죠. 홍보임원이 홍보실에 내려옵니다. 홈페이지는 누가 관리하는지 물어봅니다. 과장급에게 보도자료 해명문을 한번 써오라고 하죠. 과장이 어떤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청취 하고 감을 잡아서 해명문 초안을 씁니다. 부장이 또 수정과 수정을 하고 임원에게 가지고 올라갑니다. 이후에도 여러분들의 의견이 포함되어 해명문이 완성되죠. 근데 불행하게도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해명문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부서에 가서 해명문을 줍니다. 디자인을 잡아야 한다고 합니다. 회사 로고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폰트는 어떻게 하고, 팝업 사이즈는 어떤 사이즈로 해야 하는지, 홈페이지 어느 섹션에 넣는 것이 좋은지 등등의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해명문을 배달했던 홍보실 대리는 수많은 질문들을 가지고 홍보부장에게 대시 보고 하죠. 또 왈가왈부가 이어집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 팝업은 어떠냐? 아니다, 게시판 속에 심자. 아니다, 고객들이 아이디를 치고 로그인 하면 그 때 팝업으로 하자…논란은 이어집니다. (읽기만 해도 지루해 지죠???)

    여기에서도 끝이 안 납니다. 일단 어떻게 해서 반나절 시끄럽게 준비 해 팝업을 올렸습니다. 근데 또 문제가 있네요. 모바일로는 팝업이 깨져 보인다는 겁니다. 또 난리가 납니다. 모바일 버전을 또 만집니다. 시간이 갑니다. 중간 중간 실행 프로세스 보고를 하곤 했지만, CEO께서 외부 미팅 나가시면서 모바일로 체크하신 바 엉터리 같은 해명문 팝업이 뜬다고 전화 하셔서 홍보임원에게 싫은 소리를 하십니다. 제대로 일하라고요. 실행 명령이 떨어지면 이렇게 실행을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니 문제입니다. 뭐든 제대로 하려면 한나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볼 때 대응 시간을 많이 체크합니다. 해당 기업이 상황 발생 이후 빠르게 잘 대응한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조직의 위기관리 역량이 발전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행준비도 최대한 사전에 가이드라인과 훈련으로 완성되어 있다는 의미죠. 불필요하게 왈가왈부하는 시간을 평소에 미리 제거해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빠르다는 건 정말 엄청난 의미를 가집니다.

    외국기업들의 경우에는…정말 이 보다 더 한 ‘참극’이 벌어집니다. 해외본사와의 시차, 사용하는 언어의 다름, 로컬에 대한 이해 부족, 대응 전략에 대한 시각차, 정치적 역학관계 등 여러 이슈들이 더해져서 한국기업들 보다 훨~~~씬 더 많은 대응 시간을 소모합니다. [참고 포스팅: 위기관리 국내기업 VS. 외국계기업]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에서는 이렇게 푸닥거리가 생기고 어느 한 명 할 것 없이 패닉에 빠져 여러 활동들을 하는데요, 밖에서 보면 해당 기업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내부에선 준비라 부르지만, 밖에서는 그걸 침묵이라고 부릅니다. 느려도 너무 느리게 보여지는 거죠.

    얼마전 해외에서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했을 때 종편의 한 앵커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OO항공은 왜 이 시간에도 아무런 발표나 상황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일까요? 언제까지 우리가 기다려야 할까요?” 이런 상황을 의미합니다. 늦는다는 것은 성공과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기타 기업/조직이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에 있어 늦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감지가 늦어서
    • 일선 정보보고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서
    •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상 병목이 있어서
    • 위기관리 위원회가 의사결정에 시간을 끌어서(경험 부족 등)
    • 실행 그룹이 여러 문제로 실행까지 준비시간을 과도하게 소모해서
    • VIP께서 침묵하셔서
    • 초기에 침묵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 해서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종종 위기관리 매니져들이 하는 질문입니다. “대응이 완벽하지 않아도 빠른 게 낫나요?” 근데 이건 전략의 품질에 대한 이슈입니다. 신속성에 대한 측면에서는 일단 최초 대응이 빠르면, 수정 대응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으니 형편없이 늦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대응이 완벽에 가까우면서 빠른 게 당연히 최고죠.

    정용민 씀. 2015.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