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의사결정 구조

  • VIP 위기관리는 왜 힘들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 및 조직 위기 유형들 중 고질적이며 가장 위해성이 큰 유형이 바로 ‘VIP 관련 위기’다. 작게는 VIP의 사회 일탈적 행동으로 인한 해프닝으로부터 사법기관의 조사까지 연결되는 중대 사안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한번 발생하면 사회적 반향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모든 국민들이 기억하는 부정적 상처로 기업이나 조직에게 오래 남게 된다.

    사실관계 확인이 잘 안돼서 힘들다

    기업 및 조직 내부 위기관리팀에서도 가장 핸들링 하기 힘든 위기 유형으로 ‘VIP 관련 위기’를 꼽는다. 핸들링 하기 어려운 이유들 중 첫 번째는 해당 위기 유형들이 일반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이다. VIP 개인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비서실이나 홍보실 차원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대부분 쉽지 않다. 특히 홍보실에서는 외부 언론 대응을 해야 하는데,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 보니 대응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제한된다. 전략적 침묵처럼 보이려 애쓰지만, 실제로는 아는 것이 없어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경우들이 꽤 된다.

    일부 핵심 고위 임원들도 대부분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정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고위임원이라도 그 팩트들을 사내 대응 그룹에게 그대로 옮기는 것을 불경스럽다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응 그룹에게는 정해진 간단한 메시지만 전달하라 지시하는 선에서 초기 대응이 진행된다. 비교적 VIP관련 이슈는 내부적으로 감지가 미리 되는 위기들 중 하나인데, 대응 방식이 제한적인 걸 보면 미리 알아도 별반 수가 없는 위기관리 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의사결정이 잘 안되니 힘들다

    두 번째 VIP 위기관리가 힘든 이유는 관련 위기에 있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핵심 주체가 VIP 자신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왜 신속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들을 가지는데, 사실 내부로 들어가보면 아무런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그런 경우들이 많다. VIP가 왜 의사결정에 주저하고 힘들어 할까를 생각해 보면 이해는 간다. 사업적 위기에 대한 결단이라면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개입되어 있는 이슈인지라 의사결정은 어렵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내부적으로 임원들이 모여서 VIP에게 의사결정을 내려달라 압박하기도 힘들다. VIP의 의중을 일단 살피는 활동이 진행될 뿐이다. 민감한 시기에 누가 나서서 “회장께서 직접 나가서 사과하시고, 회장 직책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전략적인 대응으로 보입니다”는 조언을 할 수 있을까? VIP가 스스로 “내가 어떻게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것이 해당 위기의 특성이다. 이런 경우 외부 자문그룹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내부적으로 VIP께 하기 힘든 말을 외부 자문들의 입을 빌려 한다는 의미가 있다.

    법무와 홍보간 공유가 잘 안 되니 힘들다

    해당 위기유형이 관리되기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법무라인의 정보 독점’ 때문이다. 일단 사법기관의 조사와 연결되는 경우 대부분 가용정보와 법적 대응 전략들이 법무라인에만 집중된다. 로펌의 경우도 VIP와 면대면 진행 하거나, 법무팀을 거쳐 일하는 형식으로 위기대응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외부 이해관계자 대응을 하는 그룹에게는 별반 유의미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VIP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들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 공유 되어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서는 전략적 메시징이 가능하고, 타이밍 설정을 비롯한 입장 정리들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는 아주 제한된 정보만 뒤 늦게 공유된다. 자칫 법무라인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엇박자라도 나게 되면 그 여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니 문제다.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서 힘들다

    네 번째로 VIP 위기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상당 수준의 관리 예산이 필요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VIP와 관련된 위기는 사회적 주목도가 폭발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언론들이 이에 편승해 지속적으로 기사화를 한다. 온라인에서도 그 전파 범위와 속도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이에 대응하면서 추가 여론화를 방지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는 예산이 필요하다. 초기 보도는 방지하기 힘들다고 해도, 언론들이 다루는 해당 이슈의 지속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힘들다. 대형 그룹사처럼 예산에 있어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면 모르겠는데, 중견이나 중소기업 수준에서는 가용 예산이 매우 한정적이라 힘들어진다. 부정적 사내 분위기에서 충분한 예산 배정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 탓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인력들의 밤낮 없는 헌신으로 일선관리가 시도되는데 그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극히 저조해 진다.

    VIP 주변의 훈수로 더 힘들어진다

    다섯 번째 어려운 이유는 ‘VIP와 그 주변인들의 단편적 개입’ 때문이다. VIP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조언자들이 VIP 주변에 포진한다. 전직 관료나 기관장, 전직 국회의원에서 전직 언론인들까지 다양한 지인들이 각자 훈수를 둔다. VIP는 개인적으로 이들의 조언들을 듣게 되는데, 그 조언들이 일관되지 않아 문제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들이 전체적 조망을 통해 중장기적인 위기관리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조언 내용이 매우 단편적이다. 감정적인 분도 있고, 개인 시각에 따라 자의적 해석이나 대응안을 조언하는 분도 있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노련한 VIP께서 잘 추려 판단 하시겠지만,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의식의 제한이 수반되는 터라 추림이 힘들어진다. 여기 저기 취합한 조언들을 내부 실행 그룹에게 하달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기존 대응 전략이나 방식들에 문제가 생긴다. 그나마 제한된 정보들로 기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았는데, 사공이 많아지다 보니까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꼴이 된다. 실행 그룹들이 하달된 지시사항에 대해 ‘왜 실행이 불가능한가’ ‘왜 그런 실행이 위험한가’ 하는 내부 보고 논리를 만들고 있으니 실제 실행이 잘 될 턱이 없게 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을 죽 놓고 보면 VIP관련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실제로 VIP관련 위기를 제대로 관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케이스들이 극히 제한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일부 대기업들의 VIP관련 위기관리 체계 트렌드를 보면 약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변화가 VIP 개인과 조직을 분리하려 하는 시도다. VIP 관련 위기 발생시 VIP가 개인적으로 외부 위기관리 회사 (또는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활용하는 케이스들이 보인다. 물론 해당 기업의 지휘와 조정을 거치지만, 외부적으로 창구를 조직과 분리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내부 사실관계 확인의 효율화를 위해 통합 대응 그룹을 만들어 로펌과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함께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전에 이 두 그룹간 일사불란한 협업이 어려워 실패한 많은 케이스들이 있어 이에 대한 반면교사와 개선이 있었던 것 같다.

    일부 기업에서는 VIP관련 위기 발생 시 내부 대응 그룹이 외부 위기관리펌과 협업한다. VIP관련 위기에 있어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가능한 내부에 투영하는 역할을 주문한다. 내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향후 상황 전개 즉, 블라인드 스팟을 찾아 달라는 주문도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관리펌에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주문 하면서 대응 논리와 메시지에 안정성을 더하기도 한다.

    이미 국내 대형 그룹사들은 한 두 번 이상씩 VIP와 관련된 초대형 위기들을 경험했다. 당연히 그들 내부에는 경험 있는 인력들이 포진해 있고, 대응 체계 또한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다. 경쟁력 있는 위기관리 자산과 예산이 뒷받침된다.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중견과 중소기업들이다. 최근 VIP 위기의 상당 부분을 중견과 중소기업 VIP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VIP관련 대형 위기관리 경험이나 역량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및 위기관리 체계도 대기업의 십수년전 체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당히 취약성이 많다. 이상과 같은 위기관리 제한점들을 가능한 미리 인지하고 그 제한과 제약을 넘어서기 위한 사전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 대상들이 이들이라고 본다. 미리 준비하자.

  • 문제유발 의지 vs. 위기관리 의지, 누가 이길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나 조직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무엇일까? 위기관리 역량이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 철학이나 원칙을 꼽기도 한다. 누구는 위기관리 예산이 중요한 자산이라 이야기 한다. 훈련된 조직이나 비상연락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평소에 잘 배양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절대적 자산이라 평하기도 한다.

    여러 자산들 중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자산은 내부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신입직원에 이르기 까지 공유되어 있는 몇 개의 ‘굳건한 공감대’일 것이다.

    1.문제를 일으키면 안된다

    그 공감대란 ‘(비즈니스와 활동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라도 일으키면 절대 안 된다’가 첫 번째다. 비즈니스나 기업활동 중 어떻게 문제가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나? 하지만, 조직 내 공감대를 통해 ‘문제는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이나 일선직원들이 세부적으로 개개 실행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를 항상 우려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비즈니스 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난리들인가?”하는 위기 시 문제성 있는 의식 또한 경계할 수 있다.

    2.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

    두 번째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공감대는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기관리의 정의에서 이런 정의가 있다. ‘위기관리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는 정의다. 이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최고경영자나 일선에서나 문제를 발견하면 당장 그 문제를 고쳐 해결해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가능해진다.

    3.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된다

    세 번째 소중한 공감대는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는 발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위기를 한번 겪은 기업이나 조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얼마나 고생 했는지 혀를 내두르는 직원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의지는 한 두 달을 못 넘긴다. 그런 개인적 의지가 조직의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전의 고통은 반복된다. 개인들의 의지도 반복된다. 반면 조직의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수들 또한 반복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공감대가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이상의 공감대들 즉,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의 자산들이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를 제대로 이끄는 가장 소중한 가치들이다.

    이런 훌륭한 위기관리 자산이 부족한 기업들의 경우 어떤 현상을 보일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커녕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들이다. 살기 위해서는 사소한(?) 문제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문제는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자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격담합 논란을 보자. 업계에서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큰 법적 처벌을 받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과 임원들간에는 별반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일선직원들의 마음 속에는 ‘우리만 그러는 것도 아닌걸 뭐’ 또는 ‘이런 협의는 업계의 관행인데 무슨 문제인가?’하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

    일부는 ‘정기적으로 몇 년마다 나오는 논란인걸 뭐…법적으로 다투다 보면 상당부분 감면도 되고, 모두 정상적 사업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니 어차피 남는 장사’라는 생각까지 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깔려있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큰 문제가 되기까지야 하겠어?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기업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최고의사결정자나 일선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게 실제 큰 문제로 곪아 터지기야 하겠어? 내가 십 년간 이런 걸로 문제 된 적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걸…’하는 생각을 한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기업이나 조직이다.

    ‘이 문제를 내가 발견해서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자칫 내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처럼 인식되면 어쩌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보신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 특히나 전문경영인 하의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런 보수적 생각에 익숙하다. ‘문제’라는 말 조차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이를 ‘문제시’하는 것을 조직에 대한 반동이라 본다. 위기관리는 커녕 위기에 대한 정의 조차 불가능하니 위기관리가 잘 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문제가 된 사업활동에 대해 언론이나 사법기관이 조사하며 “이런 문제가 언제부터 발생했습니까? 이 문제를 최초 인지한 것이 언제입니까?”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있다. “십 여 년 전에 최초 인지했지만, 그 때는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겁니다. 답이 없거든요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자주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국내 기업이나 조직들에게 발생하는 위기들을 분석해 보면 그 중 상당 수가 자주 반복되는 아주 익숙한 위기다. 왜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가 하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쩔 수 없는 위기”라거나 “답이 없는 위기”라는 답을 한다. 진짜 그럴까? 진짜 조직 내에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정확한 공감대가 있는데도 그럴까?

    식품업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위기를 꼽으라고 하면 이물질, 품질, 성분논란,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등의 유형을 꼽는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로 발생하는 위기들을 꼽으라면 제품하자, 안전논란, 가격논란, 규제 위반,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등의 유형을 꼽는다. 이들의 대부분은 유사하게 반복되는 것들이다. 해당 위기 유형의 반복적 발생을 완전하게 재발방지 할 수 없다면, 그 발생 빈도나 심각성을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그것이 올바른 공감대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세가지 공감대 형성이 사내에 필요하다. 셋 중 어느 하나에 대한 공감대만 부족해도 위기는 계속 발생되고, 어처구니 없이 관리된다. 시스템을 갖추자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예산을 퍼부어도 유사한 위기는 반복된다. 아무리 역량 있는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위기를 이기지 못한다.

    위기 유발 의지는 항상 위기 관리 의지를 무력화 한다

    위의 세가지 공감대가 전혀 없는 기업은 말 그대로 ‘위기 유발 의지가 강한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발생 시켜야 하겠다. 언제든 발생 할 수도 있다. 계속 문제는 발생 될 것 이다는 조직의 암묵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미다. 당연히 위기관리 의지는 문제 유발 의지를 이기지 못한다.

    문제 유발 의지를 공유하는 기업이나 조직에게 위기관리란 ‘기술적으로 발생한 위기를 무마 또는 모면하는 스킬’로 정의된다. 똑 같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도 이런 기업이나 조직은 그 트레이닝을 ‘말을 고묘하게 해서 언론의 취재를 무력화 시키는 기술’로 이해한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 또한 ‘전사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는 대비 해 이를 일사불란하게 무마 모면하는 훈련’으로 받아들인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위기를 감쪽같이 넘기게 해주는 마술사’로 착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아예 모든 위기관리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매뉴얼, 컨설턴트들의 존재를 부정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만드는) 문제를 그런 것들로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거야? 순진한 이야기 하지마!”라는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에 다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일견 이해는 간다. 자신의 회사나 조직을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근원적인 위기관리란 있을 수 없다는 토로라고도 보여진다. 이렇듯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힘든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본능적인 ‘문제유발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위기관리 의지’가 답이다.

  • 이해관계자 모니터링에 위기관리 답이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의 기업은 ‘모니터링(monitoring)’이라는 활동을 개시한다. 평시 진행하던 ‘모니터링’ 활동을 더 강화하고, 그 대상을 확장하고, 보고 공유 빈도를 늘리는 조치들을 취한다. 현장에서 위기관리 활동을 진행하다 보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들 중 절반은 모니터링이라 느껴질 정도다. 모니터링 없이 위기관리 없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최근에는 위기관리팀에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업무까지 더해졌다. 상황발생 시 정확하게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여론을 읽어 내지 못하면 상황을 오판해 헛다리를 짚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홍보실 직원들이 하루 종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을 돌아다니면서 자사 이슈관련 내용들을 수동으로 수집해 정리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는 에이전시를 활용하거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계해 기계적인 자동 수집과 분석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사람(실무자 또는 전문가)의 손은 필요하다.

    위기 발생시 매우 중요한 모니터링 업무. 어떻게 업그레이드 되어야 더욱 더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몇 가지 조언을 정리해 본다.

    첫째, 모니터링은 ‘감시’ 목적을 넘어 ‘리스닝’ 목적으로 업그레이드 하자

    “현재 시간 기준으로 부정기사 12건, 중립기사 10건으로 부정기사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그 중에는 OO일보, OO경제 등 주요 일간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런 보고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보고를 받는 CEO와 임원들은 항상 그렇듯 별반 반응이 없다. 그리고는 이렇게 코멘트 한다. “왜 OO일보를 못 막았지? 거긴 좀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대화가 오갈 뿐이다. 위기관리에 별반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는 나오지 않는다.

    모니터링은 지금까지 수십 년간 그런 목적과 용도로 활용되어 왔다. 어떤 매체가 부정기사를 썼는지, 그리고 그걸 홍보실은 어떻게 핸들링 했는지 보고하기 위해 모니터링 해 왔다. 단순하게 그 목적을 이야기 하자면 ‘감시(watch)’가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좋게 말해서는 ‘경보(alert)’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결국은 그것도 ‘개입하기 위한 감시’가 원래 목적이었다.

    이제는 예전과 같이 감시 목적의 모니터링만으로는 충분한 위기관리 활동으로서의 업무 가치를 발휘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를 비판 하는 언론들의 주요 논점은 무엇인가?” “이번 상황 발생 후 온라인에서 우리를 주로 비판하는 공중들의 주장들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관리 해 나갈 수 있을지 모니터링을 통해 좀 옵션을 정리해 볼 수 있을까?” 이런 경영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기존 감시 목적의 모니터링은 시급히 리스닝 체계로 개선되고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둘째, 모니터링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변화를 따라가 보자

    위기관리 현장에서 CEO가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개입 싯점의 확정’이다. “현재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우리 회사가 공개적으로 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언제로 확정해야 하는 건가요?”하는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렵다. CEO에게 실무자들은 어떻게 답해야 할 것인가? ‘바로 지금’이라 답할 것인 것인가? ‘내일 아침 정도’라고 답하면 될까? ‘그냥 일단 좀 더 두고 보시죠’라고 조언할 것인가? 고민이 될 것이다.

    물론 위기관리에 있어 정확하게 이상적 ‘개입 시점’을 확정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CEO가 알고 싶은 것은 ‘현재 좌표’다. 공중이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의견을 수립하고, 그것이 사회적 공분 형성과 여러 적대적 활동으로 전개되는 프로세스 상에서 현재 자사가 어느 지점에 처해 있는가 하는 ‘좌표’ 말이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조짐이 보이면 자사가 전략적 침묵을 깨고 전격 개입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온라인 및 오프라인 이해관계자 트레킹은 이런 CEO의 질문에 대한 많은 답을 제공해 줄 수 있다. 공중들의 관심과 의견들 그리고 부정적 의견 표출 빈도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를 트레킹을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 분석결과를 보고 이전과 현재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증가세를 나타내는지, 그리고 이 추세로 간다면 언제쯤 유의미한 개입 환경에 다다를 수 있는지는 트레킹이 없으면 정확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오전부터 부정 댓글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안 좋게 흘러가고 있는 건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주관적 보고는 실제 현장에서 별 쓸모가 없다. 대신 “지난 6시간 동안 매 시간 별로 부정 댓글 수가 평균 5%P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자연증가 추세로만 보아도 오늘 정오를 지나면 위험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시간 만에 30%P 가량 부정 의견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이유는 OOO때문입니다. 이후 1-2시간내의 추이 변화를 더 보고 오후 3시경 개입 활동 개시를 결정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런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수치를 베이스로 한 의사결정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운용되어야 하겠다.

    셋째, 모니터링을 통해서 위기를 풀어 나갈 정답을 찾자

    위기 시 모니터링은 ‘위기라는 시험에 대한 답안을 찾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일단 자사에게 부정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그 상황을 둘러싸고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들이 1차로 모니터링 된다. 그 후 직간접적으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과 공중들의 의견들이 수집된다.

    그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여론 속에서 하나 둘씩 답이 제안되기 시작한다. “이건 리콜 해야 하지 않나요?” “빨리 피해자들을 만나야 할 듯” “회사에서 사과해야죠” 이런 주문들이 모니터링을 통해 취합 되어야 한다.

    그 주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주문은 회사에서 특별하게 주목해야 하는 해결책이라는 의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어떤 형식으로 풀어 내는가 하는 것이 기업의 위기관리 숙제인 셈이다.

    자칫 오해하기로 위기관리는 ‘(자사 스스로 답을 내야 하는) 주관식’이라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다. 모니터링을 통해 이해관계자들과 공중들의 주문을 분석해 읽다 보면 위기관리의 답은 ‘(공중들이 제안하는 답을 고르는) 객관식’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모니터링 해석 체계에 대한 업그레이드 또한 필요하다.

    마지막,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평가 또한 모니터링을 통해 가능하다.

    CEO들은 위기관리 중반이 넘어가면 항상 이런 질문을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는 건가요?” “우리가 취한 조치가 적절한 것이었을까요?” “언제쯤 이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정할 수 있을까요?” “이 상황이 종료된 이후 언제쯤 다시 정상적 마케팅 및 영업 활동 개시가 가능할까요?” 이 모든 질문 또한 모니터링에서 답을 내 주어야 하는 주제다.

    위기관리 활동 직후부터 언론의 논조가 좋게 바뀐다거나,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상에서 자사의 대응에 대한 평가가 일부라도 반전된다거나 하는 변화를 모니터링 해 분석해 나가야 한다. 이런 평가 목적의 모니터링이 없다면, 위기 관리는 가는 지팡이 하나만을 의지하고 험한 돌 밭을 걸어가는 장님의 형상이 되고 만다.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감(感)’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최고의사결정자는 그 이전에 나름 스스로 감(感)을 잡기 위해서 수 많은 의견들을 청취하고 분석 하게 마련이다.

    모든 모니터링 작업과 그 결과는 그러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감을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밑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스닝 체계, 여론 트레킹 체계, 정답을 찾는 체계, 평가와 상황종결 판정 체계로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모니터링 체계 업그레이드 없이는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점점 힘들게 되어 가기 때문이다.

  • 우리 회사 온라인/SNS 채널이 50개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에게 위기가 발생 할 때 마다 두려운 영역이 이제는 온라인하고 소셜미디어쪽 같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개설해서 관리하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약 50개 정도 되거든요. 위기 때 이 모든 채널들을 대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소 통제가능 한 자산과 통제불가능 한 자산을 잘 구분해 놓고 있어야 합니다. 통제 가능한 자산들은 크게 자사의 정보력, 상황파악역량, 보고체계, 의사결정체계, 전략, 메시지, 자사 실행 채널과 인력들 그리고 예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분야가 회사에게 공포로 다가온다고 하셨는데, 맞습니다 최근 위기관리에서는 일반 언론보다 무서운 영역이 바로 그쪽입니다.

    위기시나 평시 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기업은 언론은 통제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든 여러 통제가능 한 자산들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라는 주문이 가능합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그 영역을 통제가능 한 자는 없습니다. 그 영역에서 기업에게 그나마 통제가능 한 핵심 자산은 무엇일까요? 자사가 가지고 있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공식 채널들입니다. 이들을 통해 전달하는 자사의 메시지입니다.

    전략적으로 하이프로파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전달하고 논란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기조가 세워지면, 자사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공식 채널들을 활용하여 대응 할 수 있습니다. 공식 채널들에는 그 각각의 개설 및 운영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에 따라 위기 시 회사가 공식 커뮤니케이션 창구화 할 수 있는 채널들을 미리 선정해 놓아야 합니다.

    또한 그 채널을 운영하는 운영자 또는 대행사에게 위기나 이슈 발생시 그에 대응하는 회사의 기조와 규정을 정확하게 가이드라인으로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십 개의 공식 채널들이 각자의 생각에 따라 각개전투를 하는 현상은 결코 막아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그 운영자 그룹을 대상으로 위기 및 이슈 발생을 상정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대응 훈련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위기 시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내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해서 모든 가용 채널들이 하나의 목소리와 동일한 대응 프로세스에 따라 일사불란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에 더해 성공적인 온라인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회사를 위한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자사 공식 채널들과 온라인 공중들이 어떤 대화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문제나 우려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중앙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여러 체계들은 궁극적으로 자사의 위기관리위원회(위기 시 가동되는 사내 최고위 의사결정기구)와 이음새 없이 연결 되어야 합니다. CEO와 핵심임원들이 여론을 감지하고 판정하는데 있어서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채널들에서의 대화분석만큼 중요한 기준이 흔치 않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생생한 대화들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위기 시 상황관리 활동들과 기존 언론매체 그리고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상황의 분석 결과들이 통합적으로 의사결정에 반영되도록 체계를 디자인하자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자사의 온라인 및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고만 있기 보다는, 그들을 어떻게 통제가능 한 자산의 영역으로 정리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들에게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두 번째 노력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평시나 위기 시 통제할 수 있는 중앙집권식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기존의 위기관리위원회와 연결되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 전체적인 체계가 위기 발생 직후부터 온라인상 여론에 대한 센서(sensor)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계획 된 위기관리 실행을 위한 전초기지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평시와 위기 발생 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언론매체들을 모니터링하는 것과 같은 선상의 노력에만 머물러있다면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다 적극적인 위기관리 체계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선진적인 기업이라면 그래야 하고 그들 중 일부는 현재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팀은 어느 곳에 모여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위기관리 매뉴얼에 보면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를 관리하는 팀이 소위 말하는 ‘워룸’ ‘상황실’ ‘통제센터’ 등과 같은 특정 장소에 집합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어디로 어떻게 모여야 하는지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요. 이에 대한 조언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으로 추측하건 데, 아마 회사에서는 해당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반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한번도 해보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매뉴얼에 나와있는 특정장소 즉, 워룸(war room)등으로 불리는 그 장소는 위기관리를 직접 실행하는 인력들이 집합해야 하는 장소는 아닙니다. 실행 인력들은 일단 실행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위기관리 일선 업무를 해야지요. 그 곳은 해당 위기관리를 통합적으로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임원들과 핵심팀장급들의 집합 장소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위기관리 위원회라고 하죠.

    일반적으로는 기업 내부의 특정 장소를 워룸으로 명명 해 미리 매뉴얼에 정해 놓습니다. 대회의실이 있다면 그곳을 해당 장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몇 가지 워룸을 설치하고 운용하는데 팁을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체 비상연락망에서 실행 중심인 위기관리팀 보다 상위 개념으로 의사결정그룹인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 리스트를 보십시오. 워룸은 그들이 일상업무를 보는 공간과 가장 가까운 곳이어야 합니다. 본사건물에 대부분의 멤버들이 보여 있다면 건물 내에 위치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가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의 본사건물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극대로 사내 대외비를 다뤄야 하는 경우에는 본사 건물 외 특정 장소를 미리 선정해 놓기도 합니다. 이 또한 위치로 가장 효율적인 접근이 가능한 곳이어야 하겠습니다.

    해당 장소는 장기간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이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그에 적절한 회의, 공유 보고, 통신, 숙식관련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거나, 즉시 구비가능 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대회의실을 워룸으로 선호합니다. 만약 대회의실이라고 해도 리스트상 집합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 집합 시 공간적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가능한 본사 건물과 가까운 곳에 대회의실 수준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는 넓은 시설을 미리 정해 놓습니다. 여기에서 기억하셔야 할 것은 매뉴얼상에 해당 워룸 시설에 대한 설치, 운영, 지원 업무를 총무나 행정부서의 역할로 부여 해 해당 부서내에서 실제 관리하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규정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실제 위기 시 핵심 멤버들이 즉각 집합 하더라도 워룸 설치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시설상의 여러 문제를 보이게 되면, 오히려 워룸이 효율적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환경이 돼 버립니다. 각자 사무실에서 의사결정 하는 것이 낫겠다는 불만들이 나오게 되죠.

    워룸에 집합하는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해당 장소에서 장기간 위기대응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 해 집합해야 합니다. 사무용 개인물품은 물론, 노트북, 휴대폰, 각종 충전기와 공유장비 등을 소지해야 합니다. 해당 장소에는 크게 세 가지 업무가 핵심 축입니다. 수집된 상황의 통합 보고와 공유가 첫 번째 축입니다. 해당 정보들을 기반으로 한 대응의사결정이 두 번째 축입니다. 마지막 축은 의사결정 상황을 효율적으로 실행 그룹에게 전달하고 지시하는 업무가 됩니다.

    이렇게 준비된 채로 의사결정 하는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많은 업무들이 단순화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됩니다. 부서간 불필요하게 중복되거나, 반복되거나, 허비되는 업무와 시간들이 상당부분 줄어듭니다. CEO 입장에서도 한자리에서 해당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하나의 시각으로 파악 공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여러 대응 의견들을 취합 청취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CEO 지시사항들이 한자리에서 전방위적으로 전달되는 장면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CEO가 해당 워룸에서 의사결정을 리드하지 않거나, 워룸 회의에 참석조차 않는 경우에는 워룸 운영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옥상옥(屋上屋)이 생기면서 의사결정 권한이나 신속성이 제한되고 효율성 기대가 어려워지죠. 그래서 실제로 비밀준수 문제, 권한 이양 문제, 협업 문제, 정치적 문제 등으로 워룸의 실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규정은 규정입니다. 위기관리 위원회 멤버들은 실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확하게 알고는 계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막상 일이 벌어지면 대응이 느려지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평소 위기관리 체계를 보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요. 막상 일이 벌어지니 전혀 물 흐르듯 대응이 안되더군요. 여러 의사결정들과 협업들이 참 복잡하고 어려워서 말이죠.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매뉴얼이나 이를 기반으로 하는 ‘체계’라는 것은 실제로는 ‘정적인 실체’입니다. 있느냐 없느냐로 갈리는 대상이죠. 그 정적인 실체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진짜 위기관리입니다. 정적인 실체인 ‘위기관리 체계’가 실전에서 가용 한가 여부는 무엇으로 갈릴까요? ‘해봤느냐 해보지 않았느냐’로 갈립니다. 해당 위기관리 체계를 실제로 운용해 본 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극명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를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매뉴얼이 실전에서 유효한 실행의 지침이 되는가? 매뉴얼에서 정한 역할과 책임이 정확하게 직원들에게 인식되어 있고, 적절한 역량까지를 담보로 하고 있느냐? 정해진 프로세스는 실제 위기 대응에 있어 유효한가? 정해진 것 이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개선과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이 많은 것들을 점검해 보는 활동이 바로 ‘시뮬레이션’입니다.

    이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는 기업이나 조직은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 질문과 같은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연애를 책으로 배웠다’는 사람 같이 ‘위기관리를 매뉴얼로 배운 조직’이 되는 셈이죠. 실전에서는 여러 통하지 않는 문제들이 나타나는 데, 그걸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미리 개선해 놓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패닉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여러 조직간 협업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위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조직에게는 해당 조직이자체적으로 만든 매뉴얼이 다른 조직과 협업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단독으로 진행해 보았자, 실제 위기 시 필요한 타 조직들과의 협업이나 통합적 의사결정 준비에는 별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국가적 위기가 그런 유형입니다. 수많은 관련 기관들이 위기 발생 직후부터 하나 하나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 해 나가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그 해법은 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통합적 시뮬레이션’뿐입니다. 특정 위기 상황을 상정해 놓고 관련 조직들이 다 함께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입니다.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대응들에 대해서는 조직장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나 하나 이해 하고, 그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리 해 놓아 매뉴얼에 명시해 놓는 것도 좋은 준비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실행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거나, 예산이 필요하다거나, 자원이 동원되어야 하는 실행들이 주요한 사전 의사결정 주제들입니다. 미리 여러 수장들이 의사결정을 통해 그에 대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규정해 놓으면, 실제 위기 발생 시 초기 대응이 훨씬 수월 해 집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효율적 보고와 토론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위기라는 속성 상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상황을 미리 이해하고, 그런 비효율적 보고와 토론들을 건너 뛰거나, 신속하게 단축시키는 연습을 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 시 우왕좌왕하거나, 의사결정에 과도한 시간을 보내거나, 협업이 안되어 실행되는 대응들이 변변하지 않는 경험을 한번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개선 의지가 생겨나고, 개선 포인트를 잡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필요한 준비가 더 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훈련들이 이루어지는 실제 조치들이 없다면 그건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동일하고 유사한 해프닝들이 거의 매번의 위기 때 마다 목격된다면 이는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미리 관심 가져 보십시오. 미리 살펴 보시고,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보십시오. 필요하다면 통합적으로 여러 조직들이 모여 통합적으로 실제 대응이 정해진 시간 내에 가능한지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의사결정이나 자원확보 등을 미리 해 놓자는 마인드를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한번은 창피를 당했지만, 다음엔 훨씬 더 자연스럽게 대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각오를 최고의사결정자들이 먼저 다져야 합니다. 위기관리는 기업이나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그 성패를 좌우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를 해결해 주겠다고 하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회사에 큰 일이 생겨 언론에서 난리가 났는데요. 기사를 보고 도와주겠다는 회사와 전문가들이 연락을 많이 해 오더군요. 기사를 빼주겠다. 온라인을 깨끗이 청소 해 주겠다. 여러 군데서 위기관리를 해 주겠다고 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런 제안은 어떻게 하죠? 믿을 만 한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에 위기가 발생해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르면 당연히 많은 에이전시나 컨설턴트 심지어 변호사들과 로펌들로부터도 연락이 쏟아집니다. 평소 다양한 위기관리 경험을 가진 분들 개인도 최고의사결정자들과의 인맥을 동원 해 출사표를 던지지요. 아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보입니다.

    일정 기간 위기관리를 경험 해 본 실무자분들은 경험했겠지만, 위기 속성도 그렇고 위기관리라는 것 자체가 그리 장기전의 성격을 가지지는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 즉 하루나 이틀간의 의사결정, 대응과 실질적 움직임이 전체 위기관리 성패의 90%를 좌우합니다.

    즉, 이 타임라인을 본다면 언론 기사를 보고 연락 해 오는 에이전시, 로펌, 컨설턴트들의 경우는 적절한 초기 조언이나 실행의 골든타임이 일단 지난 뒤 움직이는 전문가들인 셈입니다. 회사 실무자들이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 후 팀워크를 만들고, 그들의 전략을 받아, 의사결정 하고, 실행에 연결 시키다 보면 이미 버스는 지나고 난 뒤가 되는 거죠.

    일단 환자와 병원의 비유를 한번 들어 볼까요?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 해 언론을 통해 해당 사실이 불거져 버렸다는 것은 환자로 이야기하면 특정 질환이 중해져서 수술대에 오르지 않으면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 돼 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때 환자 식구들은 여러 병원을 고민합니다. 당황하고 여기저기 좋은 병원과 의사 선생님들의 정보를 찾게 되지요. 시간은 계속 갑니다.

    한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연락이 와서 자기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 하겠다고 합니다. 다른 병원도 그러고요. 여기저기에서 앰블런스를 보냅니다. 여기저기 의사들을 만나보고 상담 해보고 하는 데 그 과정에서 진작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져 버립니다. 큰일이죠. 일단 급한 마음에 한 병원이 괜찮은 것 같아서 환자를 실어 보내 수술을 준비하는데요. 이때부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여러 사전 검사를 하고, 의사들끼리 수술 준비를 하고요. 수술 시간을 잡아서 메쓰를 쓰는 시간까지도 꽤 긴 시간이 흐릅니다. 환자는 더욱 더 혼수상태로 빠져듭니다. 근데 이 의사가 해당 수술을 잘하는 분이면 모르겠는데요, 사실은 잘 하지 못하는 분인 경우도 있습니다. 수술을 대충 마무리하거나, 중간에 못하겠다고 손 들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병원의 다른 의사를 수술실에 조인시켜 볼까요? 중간에 다른 앰블런스를 불러 더 나은 병원으로 옮겨야 하나요?

    기업 위기관리도 이런 환자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연락 해 오는 에이전시나 컨설턴트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은 진정한 의미의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위기 때에는 항상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과만 일해야 합니다. 그래도 성공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평시 주치의와 대화하듯,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평소 함께 위기관리를 준비하고, 여러 번 위기를 함께 관리해 온 위기관리 주치의들과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믿을 수 있는 위기관리 주치의들과 일하면서 발생한 위기의 성격에 따라 그 주치의의 조언을 받아 믿을 수 있는 전문가들을 더해가는 위기관리가 더 안정적입니다.

    이런 평시 주치의 시스템이 있으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도 당황함 없이 초기 대응이 가능합니다. 아마 위기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 미리 그 상황을 예측하고 상당한 수준의 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당연히 골든타임을 제대로 활용 가능하게 됩니다. 차근차근 여론의 흐름을 읽어 가면서 이해관계자들과 평시보다 훨씬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됩니다.

    실무자들 차원에서도 위기관리 주치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위기 때 일하기 편합니다. CEO께서 처음 보는 컨설턴트를 데리고 대책회의에 들어가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CEO께 컨설턴트를 소개 하고, 다른 임원들께도 인사 시키고 하는 과정 말입니다. 그 대신 이미 CEO와 임원들이 평시 트레이닝과 여러 일선 자문들을 통해 알고 친해진 컨설턴트들을 대책회의 때 부른다고 생각해 보시죠. 자연스럽게 원팀이 됩니다. 분위기와 결과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빨리 앰블런스를 부르는 것은 좋습니다. 단, 그 앰블런스가 주치의에게 가는 앰블런스라면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2016 위기관리, 못할 이유를 하나 하나 없애보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잘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해보자. 우리가 사실 위기관리를 할 줄 몰라 못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어떻게 하면 위기가 관리될지 알면서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위기관리에 실패하니 말이다.

    “왜 이번 위기를 그렇게 잘 못 관리했는가?”에 대해 잘못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부적으로 수십에서 자세하게는 백여 가지를 꼽는다. 하지만, 그 이유들을 공공연히 이야기하긴 힘들다. 그 실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부 고위임원들 때문이다. 잘못 된 이유를 입으로 내는 것 조차 금기시 되는 경우도 많다.

    위기관리에 실패하고도 내부적으로 침묵하는 조직은 위험하다. 더 위험한 조직은 실패한 위기관리를 두고 ‘이번에 우리 부서는 이런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 냈다’ 보고하고 자위하는 조직이다. 진짜 중요한 개선의 기회를 소실시키기 때문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처벌이 우선되면 안 된다.

    위기관리 직후에는 그렇다고 치자.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할 일을 찾아보자. 첫째,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지 먼저 들여다보면 모든 일이 쉽다. 평소에 예상하지 않으니 매번 문제가 발생하면 새롭고 당황스럽다. 놀이공원의 유령집 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정신 못 차리게 무서워 소리 지르며 오금 저렸었던 곳 말이다. 그 유령집을 두세 번 들어 가다 보면 처음의 기분과는 다른 침착함과 의연함을 가지게 마련이다. 예상하고 경험해 보면 다른 게 당연한데 그리하지 않으니 고쳐보자는 이야기다.

    둘째, 해당 위기가 발생하고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펼쳐질지 그려보면 쉽다. 미리 그려보지 않으니 상황이 변할 때마다 마음이나 감정이 따라 격변한다. 의사결정이 널을 뛴다. 네비게이션도 그렇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미리 초행길을 그려보면 훨씬 낫다. 갈림길들을 유의 깊게 보고, 미리 빠지는 길도 기억 해 보자는 거다. 부산을 가는데 만약 경부고속도로가 OO지점에서 막히면 어디로 돌아갈까 미리 그려보자는 이야기다. 그걸 시나리오라고 한다.

    셋째, 매번 위기 감지와 보고가 잘못 되는 이유를 찾아보면 쉬워진다. 그게 매 번이나 종종 이라면 문제 아닌가? 좀더 전문적으로 진단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선 또는 감지부서가 감지 하고도 보고를 못하거나 늦게 한 것인지. 아니면 감지 자체를 하지 못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인지. 늘 일반적이라 간주되던 고질적 문제라 해당 문제가 위기로 발전할지 몰랐는지. 충실하게 보고가 되었는데 의사결정자들이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인지. 왜 과거에는 왜 그랬었는지,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점검해서 개선해 보자는 이야기다.

    넷째, ‘누가?’를 평소 물어보면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좋은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누가(who)?’라는 행위 주체가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다. 위기관리는 원맨쇼가 아니다. 게임인 축구도 11명이 한다. 더구나 수백에서 수천억, 몇 조를 다루는 기업의 위기관리팀이 한 두 명 일 수는 없다. 여럿이라면 그 각각의 역할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R&R(Role and Responsibility)이다. A라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영업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케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법무는? 홍보는? 기획은? 재무는? 인사는? 생산과 기술은? 이런 질문에 답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부서들이 모여 팀을 이루어야 쉽다는 이야기다.

    다섯 번째,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면 쉬워진다. 일단 역할과 책임을 부서별로 나누었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냥 놓아두면 알아서 일사불란해지는 조직은 당연 있을 수 없다. 부서별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제대로 된 위기대응을 할 수 없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예산이 없다? 인력이 없다? 인력들의 위기관리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 전에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배분이 모호하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정해진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데 장애가 될만한 원인들을 미리 알아보고 개선해야 쉬워진다는 이야기다.

    여섯 번째, 위기관리 위원회를 구성하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충분하게 훈련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면 쉬워진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임기가 짧은 조직들도 많다. 길어도 임원들이 십여 년을 가는 수는 흔치 않다. 계속 리더십과 팀워크가 바뀐다. 3년전 위기를 함께 관리했었던 임원들이 지금은 CEO의 곁에 있지 않을 수 있다. 그 위기를 리드했었던 CEO가 지금의 CEO가 아닐 수도 있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가 우리 회사의 사업특성과 현장을 속속들이 아직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임원들도 그렇다. 그런 상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의사결정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위기관리란 위기를 통제하려는(under control) 활동이다. 위기관리 위원회의 최고의사결정그룹이 그 통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다. 부족하다면 훈련해야 한다.

    일곱 번째, 위기 시 상황실을 운영하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위기관리 전담팀 또는 전담자를 훈련해 놓으면 쉬워진다. 이 부분이 준비되지 않은 조직은 마치 달리는 말에 서로 올라 타려고 말을 쫓아 뛰어가는 한 무리 카우보이들을 연상시킨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매뉴얼에 따라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적 전제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전담팀은 설치 운용된다. 통제하기 위함이다. 통제에는 힘이 필요하다. 권한위임 말이다. CEO는 위기관리에 있어 의사결정을 리드한다. 그 외 위기관리 모든 과정에서 각 부서들을 관제 통제하는 역할은 권한위임을 받은 위기관리 전담팀이 하는 것이 일을 보다 쉽게 만드는 방법이다. 당연 극도로 훈련되어 있는 팀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 모든 조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공유되면 쉬워진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두 읽어 암기하는 직원은 흔치 않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대신 일선 직원들이 꼭 따라야 하는 행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면 충분하다. 소위 말하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Do’s and Don’ts)다. 길이가 길 필요도 없다. 정확하게 직원들이 인지하고 따라야 하는 핵심 지침이면 충분하다. 일선 직원들을 수백 번 미디어트레이닝 시켜 대변인으로 만드는 노력보다 ‘어떠한 언론 취재에도 본사 홍보팀 이외에는 대응하면 안 된다.’는 한 줄의 가이드라인이 훨씬 더 싸고 쉽다.

    아홉 번째,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때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모든 게 훨씬 쉬워진다. 위기관리라는 게 바로 그런 일이다. ‘해야 할 일을 제때 하고 있는가?’는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이야기고, 적시성에 기반한 행동 기준에 대한 이야기다. 문제가 발생되는 품질관리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 품질이 나빠 자주 일선에서 고객과 트러블이 있다면 그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 각각의 개선에 있어 ‘예산 때문에 품질관리나 서비스 부분 개선은 2-3년후에나 가능하다’는 결론은 ‘제 때’하는 위기관리가 아닐 수 있다. 회사의 철학이나 원칙보다 우선하는 의사결정은 대부분 위험한 것들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냥 정해진 것을 따르면 많은 게 쉬워진다.

    위기관리.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면서도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다. 얼핏 위기는 중립적 현상일 수 있지만, 위기관리가 시작되면 이를 관리하는 모든 조직원들은 바로 ‘정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종종 조직의 위기관리 목표와 조직원 개인들의 위기관리 목표가 다를 수 있는 이유다. 많은 정보와 보고들이 누락, 생략, 편집, 미화된다. 의사결정은 춤을 추게 된다. 당연한 현상이다. 팀은 어떨까? 평시에는 몰랐던 오합지졸의 면모를 보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게 위기다. 막연히 믿었던 위기관리팀들과 최고의사결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다.

    위기는 관리되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런 전제를 평소 가지고 있어야 실제 위기는 관리된다. 평소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이유. 조직원들이 하지 못할 이유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 제거해 보자. 그러면 실제 위기관리가 쉬워진다. 더 나을 수 있게 된다. 눈 여겨 볼 아이러니다.

  • 위기관리 강의? 이제 그만 듣자!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람이 강의를 듣고 그 가르침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특히 몸으로 해야 하는 자전거 타기나, 수영 같은 활동들을 강의만 듣고 따라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강의를 듣는 목적은 그 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관련된 내용들을 구경(!)하고, 마음을 다잡는 정도가 전부다. 기업의 위기관리라는 주제를 한번 보자. 위기관리의 특성상 그에 관련된 강의를 듣고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강의’를 일종의 비책인 양 지속하고 있다. 위기관리 강의를 의뢰하는 실무자의 전화를 받아보면 “저희가 3년전에 전직원 대상으로 위기관리 강의를 한번 진행했었는데요, 이제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한번 강의를 받아 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 실무자의 말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지난 3년간 이 회사는 실제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거나 개선하는 등의 아무런 실천도 없이 강의만을 정기적으로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위기관리 마인드를 좀 가졌으면 해서요. 이번 강의가 중요합니다.” 사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를 고취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최고경영진의 위기관리 리더십 고취다. 일선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위기관리 강의를 듣게 한다고 나아지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강의 때 제시된 수많은 사례들을 보고 들은 다음에 남는 것이라고는 “OO회사가 참 못하더라” “XX회사는 참 대단해!” 이게 전부다. 강의가 끝난 후 직원들은 자기끼리 모여 술자리를 가질 때 필요한 안주거리로 강의 내용을 기억할 뿐이다. 강의를 통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대표님께서 최근 다른 O사에서 발생한 위기를 보시고 우리 직원들에게도 위기관리를 교육하라고 해서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고맙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그 O사에서 실제 발생한 위기유형이 자사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스스로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실제 활동’이지 강의가 아니다. 당장 오늘이라도 동일한 위기가 자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전임직원이 한가하게 강의를 듣고 있다는 것을 한번 상상해 보자. 정말 아찔하지 않나?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해서 이렇게 강의를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아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강의를 통해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주제가 절대 아니다. 다른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먼저 구경하고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설계할 거라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사람의 지문이 다르고 체질이 다르듯 위기관리 시스템은 자사만을 위해 디자인 되는 것이고, 효율적으로 짜여 있어야 한다. 남의 것을 보고 따라 복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왜 수많은 임원들과 직원들이 몇 시간 동안 위기관리 강의를 들어야 하는가 말이다. ‘위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임직원들이 있을까? 하루 하루 수 십 년간 실무를 진행하면서 한번도 ‘위기’라는 것을 겪어 보지 않는 자가 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위기관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임직원들은 몇이나 될까? 필자의 경험상 ‘위기’나 ‘위기관리’에 대해 그 의미를 전혀 모르고, 생각 하지 않던 사람들을 만나 본적이 없다. 질문을 하고 여러 사례를 같이 구경 하다 보면 “저희도 저런 사례가 예전에 있었습니다.” “저희도 사실 아니라고는 말을 못하겠네요”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이미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이나 경험들을 일정 수준 이상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왜 많은 기업들은 그저 그런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까? 왜 그리 두꺼운 위기관리 매뉴얼은 회사 책장 속에서 사장되어가고 있을까? 왜 새로 입사한 직원들과 팀장들은 자기 부서가 위기 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모르고 있을까? 왜 임원들은 한번도 실제 위기를 관리해 본 경험이 없다고 불안해 할까? 왜 CEO는 위기가 실제 발생하면 어쩔 줄 몰라 의사결정을 미루고 주저하기만 할까? 이상의 문제들이 과연 ‘위기관리’ 강의를 들으면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들일까? 아니다.

    강의는 이제 그만 듣자. 그 대신 사내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위기관리 전담팀’을 만들자. 그들을 통해 현재 우리 회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자. 그런 작은 시작이 수 백시간의 위기관리 강의보다 회사를 위해서 훨씬 나은 선택이다. ‘위기관리 전담팀’에게 최고경영진들은 지속적으로 질문 해 보자. “우리 회사의 이슈나 위기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어떤 단계와 과정을 거쳐 모니터링 결과들이 최고의사결정기구에 취합 보고되는가?” “실제 보고될 모니터링 결과들은 어떤 형식인가? 실제로 한번 구현 할 수 있나?” “이를 위해 필요한 사내 공유 체계는 어떤 것이 있는가? 혹시 필요하다면 인트라넷에 해당 모니터링 보고 내용을 연결해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줄까?” 등등 보다 실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과 강화 실천들을 해야 성공적인 위기관리 실행이 가능해 진다.

    다른 회사들이 위기 때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 이제 더 이상 구경 하는 데만 만족스러워 하지 말자. 그들의 장점을 우리의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보자. “A사는 이번 위기 때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했다.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던 원인이 무엇일까? 상황발생이 주말 새벽에 발생했었는데, 그걸 어떻게 누가 감지할 수 있었을까?” 위기관리팀은 강의를 듣기 보다 다 같이 모여 이런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고민 해야 맞다.

    ‘A사는 알아보니 전방위적 온라인 오프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문제가 감지되면 핵심 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팀 전원의 휴대폰으로 실시간 ‘경보’가 전달되게 되어 있다.” 이런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 회사도 그런 경쟁력 있는 상황 경보 체계를 한번 만들어 보자’하는 실무 제안과 실제 활동이 있어야 한다. 그 후 일정기간과 예산을 들여 더욱 강력한 자사만의 ‘위기 경보 시스템’을 론칭 하는 것이다. 이후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밤낮을 따지지 않고 자사의 모든 위기대응 그룹 인력들에게 경보 문자가 전달되는 진짜 경험을 해 보자는 이야기다.

    강의보다는 실천이 더욱 더 중요하다. 실천하기 힘들고 실천하기 싫다고 강의만으로 스스로 위로해서는 나아짐이 없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회사들의 사례를 보고 ‘저 회사는 우리 보다 훨씬 돈이 많은 회사니까 잘했던 거겠지 뭐…’하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자. ‘저 회사는 원래 위기관리 개념이 없어서 이번 위기 때도 죽을 쑤었군……쯧쯧’하고 그냥 흘려 보내지 말자. 이제는 실천이다. 힘들고 귀찮고 어려워도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실제 활동을 같이 해보자.

    우리가 흔히 비웃는 투로 순진하게 사랑을 논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책으로 배웠구나’ 하는 말을 한다. 현실에서는 제대로 상대를 사랑해 본적이 없으면서 ‘사랑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개념들만 충만한 사람을 그렇게 이야기한다. 주변을 둘러 보자.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어떤가 한번 보자. 우리 회사의 CEO와 최고의사결정자들은 실제로 위기관리를 얼마나 경험해 보았는지 보자. 그들의 그간 경험이 전사적으로 공유되어 일사불란하게 조직화 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자. 다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누어 보자. 개선이나 강화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 내보자. 강의실에 앉아 ‘위기관리를 보고 듣고’ 이를 반복하는 이벤트는 이제 그만해 보자. 위기관리도 책으로만 배울 수는 없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만하는 것이 실천이다. 새해에는 강의보다 실천하자.

  • 미국 타이레놀의 위기관리를 배우라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전문가분들에게 들으면 항상 미국의 타이레놀 위기관리를 배우라고 하면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소개를 하네요. 근데 공부 해 봐도 우리 회사 상황하고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이 케이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과감한 리콜’ 정도 같습니다. 이걸 배우라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범하는 실수들 중 가장 경계하셔야 하는 것이 어떤 특정 케이스를 보여주면서 ‘이대로만 하시라’ 하는 조언입니다. 사실 위기관리에 정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좀더 나은 답을 찾는 것이 위기관리이고, 최악의 답을 내지 않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죠. 미국에서 80년대 초 발생한 타이레놀 케이스는 분명 성공적 동인들이 많았던 케이스 이긴 합니다.

    우리가 이 케이스를 통해 배워야 할 인사이트라면 첫째가 핵심이해관계자 눈높이에 회사의 태도를 잘 맞추었다는 점입니다. 일부 지역, 일부 타이레놀 제품에 들어있던 독극물 협박 이슈임에도 회사는 두려워하는 전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듣고 따랐습니다. 바로 모든 타이레놀 제품들을 매대에서 끌어내려 소비자들을 안심시킨 거죠. 말씀하신 과감함도 이런 눈높이 철학에서 나온 것입니다.

    둘째 인사이트는 회사가 겪을 재무적 피해보다 소비자 안전과 그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신뢰, 즉, 비가시적 자산에 더 방점을 두어 의사결정 했다는 점입니다. 참으로 어려운 결단이었을 겁니다. 투자자들이나 이사회로부터 “상당한 재무적 피해가 예상되는데 꼭 그래야만 하겠나?”하는 질문에 단호하게 답변 했던 CEO가 있었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재무적 부담 때문에 의사결정을 지연하면서 상황이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는 태도와는 다른 대응이었습니다.

    셋째 인사이트는 평소 자신들이 가진 ‘신조(credo)’를 모든 의사결정자들이 그대로 따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에 비교해 한번 생각해 보시죠. 평소 오너와 CEO께서 지속 강조하시던 여러 경영가치들이 있잖습니까? 예를 들어 ‘고객 최우선 경영’이라 해보죠. 근데 고객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기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가장 처음 최고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 기준을 떠올려야 할까요? 맞습니다. ‘고객 최우선 경영이 우리의 가치였으니, 당연 이번 상황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놓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진짜 그렇게 당연한 공감대가 형성되나요? 그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타이레놀 케이스가 대단하다고들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타이레놀 케이스는 우리의 흔한 위기 케이스와 다른 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유사하지도 않은 케이스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다른 점은 타이레놀을 생산했던 회사 존슨앤존슨은 이 케이스에서 순수한 피해자였다는 점입니다. 협박범에 의해 만들어진 엄청난 부정적 사건에 처한 피해자들 중 하나였다는 거죠. 그렇지만 우리의 많은 위기 케이스는 어떻습니까? 자사에게 전혀 책임이 없이 피해자로서만 당하는 위기 케이스들이 그렇게 많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가해자이거나 책임자인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르죠.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험하는 위기의 유형들을 보면 상당수가 스스로 위기를 만들어 낸 케이스들입니다. 실제 위기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그 수치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업 최고경영진 관련 위기, 내부고발성 위기, 기업의 규제나 범죄관련 위기들 같이 최고 수준의 위해성을 보이는 케이스들 모두가 스스로 만들어 낸 문제에 기반합니다.

    또 우리기업들이 경험하는 위기의 유형은 매번 반복되는 것들이 상당수입니다. 자사에게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경쟁사나 동종 또는 이종 기업들에게서 이미 목격되었던 위기 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곤 합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평소 위기관리에 관심을 두고 실질적 개선이나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존슨앤존슨의 경우에도 80년대 초 과감하게 자신들의 신조를 따라 성공시켰던 위기관리를 지난 30여년간 여러 차례 동일 반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회사도 제대로 반복 구현하지 못하는데, 제대로 위기를 관리 해 본일이 없는 일반 기업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따라 하기에는 부담인 것만은 확실하죠.

    타이레놀 위기관리는 기업의 오너나 CEO께서 건전한 기업 철학 구현 케이스로 귀감을 삼을 정도는 되지만, 위기관리에 있어서 예외 없는 의사결정의 기준은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게 다를 수 있습니다. 헷갈리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