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위기관리 원칙

  • 62.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는 원래부터 통제 가능한 대상이 아니다. 인간이나 조직, 기업이 그러한 위기의 특성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위기를 관리 해 보려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이 두 축이 위기관리를 위한 노력의 주제다.

    평시에는 ‘해야 하는 것’을 성실하게 적시에 해 나가는 것이 위기관리다. 준법하고, 철학과 원칙을 가다듬고, 돌아보고,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교육하고,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 해 기업 구성원들에게 위기관리 역량을 키워주는 이 모든 활동이 사전적 위기관리다. 어쩌면 이 부분이 진짜 위기관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이제부터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처음부터 가르고 나누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낯설고, 위기관리에 대해 평시 준비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를 헷갈려 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흔해진 기업의 사회적 논란에 대해 살펴보자. 평시에 임직원들에게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를 공유하고, 그에 대한 회사의 원칙을 강조했다. 교육을 하고, 일부 문제가 감지되면 즉각 원칙에 따라 처리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살피지 못했던 문제가 드러났다.

    사회적으로 갑자기 우리 회사가 몹쓸 회사가 되어 버렸다. 이 시기에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현재 부정적인 상황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는 불가능하다. 현 상황을 그 이전과 같은 평화로운 시기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로 향한 부정적 사회 여론들은 어떨까? 그 여론을 단박에 없애 버릴 수 있을까? 부정 여론을 바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단,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부정적 여론을 잘 다스려 점차 그들의 공분을 감소시키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부정 여론을 관리할 수 있는 대책과 적절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적절한 대책과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대책과 메시지를 실행에 옮기는 활동도 우리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이 위급한 시기에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찾아내 실행하는 것이 사후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위기관리에 어러움을 겪는 기업들은 대부분 ‘할 수 있는 일’을 등한시하는 반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려 무리수를 둔다. 왜냐하면 ‘할 수 없는 일’이 위기 시 더 커 보이고 탐이 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우리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은 무언가 위대해 보인다. 누군가 나타나 그 ‘할 수 없는 일’을 해주겠다 하면 대단한 일이 라는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종종 무리수를 둔다.

    앞의 예와 같이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회사를 다시 예로 들어보자. 사회적 공분을 잘 관리해 차차 그 위세를 감소시키자 말하는 임원이 있다. 그 임원은 말 그대로 자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대부분 임직원들은 그 건 당연한 것 아니냐 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공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차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공분이 계속되고 제대로 된 회사의 대응이 없으면, 관련 기관의 수사나 조사가 시작된다. 경찰이나 검찰 등에서 압수수색을 하게 되고, 국회나 NGO등의 단체가 움직여 대표를 괴롭히게 된다.

    사내적으로 당연하다 했던 공분에 대한 관리가 실제로는 향후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막아낼 수 있는 노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신 그 와중에 어떤 임원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번 건과 관련한 경찰과 검찰의 움직임을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임원들은 솔깃해 한다.

    “더 나아가서 경찰과 검찰 내사를 무마할 수도 있다 이야기합니다. 한번 위기관리를 맡겨 보시죠” 자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제대로 할 생각도 하기 전에, 자사가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에게 맡길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무리수를 두는 경우다.

    자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 빠짐없이 제대로 하자. 그 과정을 건너뛰거나 대충한 채 ‘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고, 그에 애 닳아 하는 행동은 그만하자. 평시에 위기 상황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위기 발생 시 자사가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자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다’ 생각되는 일을 제대로 찾아 정리해 보자. 그리고 그 ‘할 수 있는 일’에 미리 시간과 인력과 예산을 투자 해 보자. 위기 때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 질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0. 아군을 절대적으로 믿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영 어구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 이 같은 철학은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통하는 매우 중요한 조언이다.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은 한 마음을 중심으로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현실적 이야기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를 둘러싸고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먹게 마련이다. 이 현실은 그들이 악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다. 인간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위기 시 이러한 구성원들의 다른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원칙과 프로세스를 평소 강하게 강조하라 조언한다.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을 원칙과 프로세스라는 기준을 들어 그 범주에 머무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위기 시 위부터 아래에까지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을 먹는 기업은 아무런 유효한 원칙이나 프로세스도 보유하지 않았던 기업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위기 시 기업 구성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다. 필자도 수 십년간 그렇게 위기 시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조직적으로도 그렇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렵다는 상황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것은 걷지 못하는 아기에게 마라톤을 뛰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때문에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위기 시 기업에게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도 일원화하라 조언한다. 차선책이지만, 어찌 보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창구를 일원화하게 되면, 기업이 내외부적으로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그 이전보다 높아진다. 문제는 또 구성원 각자가 창구일원화라는 원칙을 준수해 주는가 여부다. 누구 하나라도 창구일원화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창구일원화 효과 자체가 단박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구일원화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니 중요한 개념이다.

    일단 창구일원화가 되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스스로 전략적 메시지를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만약 그 창구가 그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전략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여론 감각을 발휘 해 필요한 메시지를 적시에 전달한다는 개념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창구일원화 실패라는 개념 자체를 넘어 위기는 절대 관리되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창구 일원화가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킬 것이다. 심지어 상황관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사회적 공분까지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창구 역할과 책임을 맡은 커뮤니케이션 인력들은 평시 스스로를 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 하라 조언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조직과 기업의 대변인들은 대부분 극도로 훈련된 전문 인력이다. 심지어 기존 전문가들도 실수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복 시뮬레이션을 해 예상치 못한 실수도 줄여보려 노력한다. 그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이 몇 가지 위기관리 개념과 과정에만 비춰보아도 경영자들은 위기 시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까 불안 해 할 수 있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이 위기 시 하나의 마음을 갖게 될까? 우리가 위기 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적절한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

    위기 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경영자들의 이러한 현실적 불안이 종종 위기관리 자체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신의 조직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선 조직이 가동되거나, 외부 인력들에게 자신의 위기관리를 맡기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자문이나 협업 형식을 넘어 내부 인력들은 기술적으로 무력화시키고, 경영자가 외부에서 위기관리 역량을 사거나, 활용하는 데 모든 집중을 하는 경우가 그렇다. 당연히 이런 방식의 위기관리는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다. 그에 대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다음 기회에 다루어 보기로 하자.

    다시 앞의 “사람을 못 믿겠으면 절대로 쓰지 말고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라”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자.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이 말 앞에 이런 생각이 생략되어 있다. “믿을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을 훈련하고 지원하고…”라는 말이다. 그런 평시 노력이 있었음에도 믿지 못한다면 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기반으로 일을 맡겼다면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성공책이다. 아군인 내부 인력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자. 그리고 믿자. 그 전에 먼저 살펴 라도 보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을 위한 조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 있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핵심 중 핵심이 되고 있다. 그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대변인(spokesperson)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정당의 대변인처럼 공기관을 대변하는 사람들만 대변인이 아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대외 언론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을 상대하며, 그들을 대상으로 공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임무가 맡겨진 자들을 모두 대변인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홍보실과 그 홍보실에서 주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사람이 대변인이 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위기 시 회사를 대변해야 할 대변인 직위와 대상을 지정하고도 있다. 더불어 그 대변인이 평시와 위기 시 따라야 하는 원칙들도 적시하고 있다.

    이에 기업과 조직을 살리는 대변인들을 위한 중요한 원칙들을 한번 정리 해 본다. 부디 대변인이 오히려 설화(舌禍)를 만들거나, 불필요한 갈등의 주체가 되거나,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제대로 된 대변인의 역할을 방기하는 모순이 없기를 바란다.

    미국의 한 퇴직 기자가 기업 대변인의 자세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을 무는 강아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우편배달부는 항상 강아지들을 조심하며 다닌다.” 여기에서 강아지는 곧 기자를 의미한다. 자사를 직접적으로 해하는 질문을 하거나, 공격적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대변인(우편배달부)은 기자들의 질문이나 취재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이다.

    이미 150여년전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은 이렇게 말했었다. “나의 발언은 낱낱이 인쇄됩니다. 내가 어쩌다 실언이라도 하면 그것은 나 자신과 여러분 그리고 이 나라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때문에 나는 나의 실수가 최소한에 머무르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굳이 대통령 뿐 아니라 조직의 리더 또는 대변인들도 언론을 대할 때 필히 기억해야 할 교훈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대변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첫째, 대변인은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다.

    평시나 위기 발생 시 내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임직원은 스스로 이런 자문(自問)을 해 보아야 한다. “내가 공식적으로 이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허락되어 있는 자인가?” 만약 그렇게 공식적으로 허락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커뮤니케이션 해서는 안된다.

    대변인은 공적인 임무다. 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의 임무가 아닌 자가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대변인을 사칭해서는 안된다. 이는 모든 임직원은 물론 대표이사 또한 물론이다. 현 상황에서 내 자신이 회사를 대변하여 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가? 해야만 하는가? 항상 답변전에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둘째, 대변인은 개인적인 입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이 대변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이 가끔은 자신의 개인적 입장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다름은 대변인 개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더욱 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의 입장을 대변인이 과도하게 지지하고 감정 이입 해 열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대변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공적 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 대상인 이해관계자의 관점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된다. 일방적인 자랑이나 개인적 감동을 전달하는 대변인이 되어서도 안된다.

    셋째, 대변인이 단순한 스피커(speaker)는 아니다.

    소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기계가 스피커다. 대변인이라는 영어 표현으로 ‘Spokesperson’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있다. 사람(Person)이 붙는 이유를 생각 해 보자. 단순히 기계적인 신호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역할이 아니라는 의미다.

    공적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이 취합되고 정리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많은 사람 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여러 사전 정리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대변인은 충실한 취재자이어야 하고, 조정자여야 하며, 전략가이어야 한다. 대변인의 메시지 하나 하나는 그 역할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넷째, 대변인은 조직이 인간화 된 형태다

    기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대변인을 바라보며 그 기업이나 조직을 느낀다. 대변인의 생김새, 행동방식, 목소리, 답변 자세, 메시지, 논리, 신뢰감, 인간미 등 여러 인간적 특성이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변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에 대한 가치는 수 백 번이라도 강조해야 하다. 대변인이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신뢰를 잃는 것이다. 대변인이 공격적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기자들을 공격하는 셈이다. 대변인이 전략적이지 못하고 아마추어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형편없다는 증표다. 대변인은 스스로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다섯 번째, 대변인은 기업이나 조직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단순히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대변인이 종종 기자들과 질의 응답을 하며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대변인은 주로 답변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언론과의 질의 응답에 있어 기자의 질문 목적은 무엇인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질문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대변인은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어떤 목적을 가져야 하는가? 그렇다. 좋은 기사가 나 올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 답변이나 질문에 반응하는 행위로서의 답변이 아니다. 여기에서 물론 기자가 바라는 ‘좋은 기사’는 대변인이 생각하는 ‘좋은 기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 다름 때문에 대변인은 전략화라는 과정을 거쳐 메시지를 정제한다. 그렇게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여섯 번째, 성공적인 대변인은 만들어 진다.

    현장에서 기업이나 조직을 대변하는 많은 대변인들을 둘러보자. 그들 중 태어날 때부터 대변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그리고 한두 해 경험을 가지고 대변인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타고난 사람도 없다. 훌륭한 대변인은 장기간 끊임없는 경험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전세계 많은 대변인들은 항상 스스로를 관리하고, 훈련한다. 반복해 연습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다. 메시지의 중요함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다. 함부로 우쭐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이유없이 비굴해지지도 않는다. 많은 대변인의 특성은 부단한 후천적 노력에 의한 것들이다.

    이상과 같은 원칙이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것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단순한 것 같은 이런 원칙들이 실제 현장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는 가는 또 다른 문제다. 대변인이 대변인 답지 못한 모습으로 비추어 지거나, 대변인으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목격되는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창구일원화가 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이 많다.

    기자들은 안다. 대변인에게 질문해도 그들이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대변인이 아닌 내부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한다. 문제는 여기부터 다. 분명히 사내 규정에는 ‘창구일원화’라는 문구가 써 있다. 기자를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판단하기 이전에 대변인을 통해 창구를 일원화하라는 아주 간단한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임직원들은 그 원칙을 망각한다. 일부는 원칙을 강조하다가 결국 그 원칙을 스스로 포기한다. 기자의 기술적 질문에 위험한 답변으로 호응한다. 대부분 사후에 후회하고, 자신에게 로 향한 책임 추궁을 억울 해 한다. 자신의 전략적이지 못했던 답변으로 회사와 조직이 망가졌다는 지적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대변인의 역할은 점점 모호해진다.

    둘째, 스스로 일방적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대변인이 많다.

    대변인 개인의 생각 뿐만 아니다. 일부 VIP는 대변인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어디에서 월급을 받고 있는지 항상 기억하십시오” 회사와 조직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라는 압력이다. 물론 반조직적인 대변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존재해서도 안된다. 문제는 대변인의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는 것이고, 어떤 자세가 조직을 위하지 않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대변인은 일방적 커뮤니케이터로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흔히 대변인이 홍보(selling)를 한다는 지적을 한다. 입 발린 수사학을 기반으로 말장난만 한다고도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기자들과 흔히 언쟁을 벌이고 하소연을 하는 대변인도 일방적인 생각에 편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변인은 먼저 공감하는 자가 되려 노력해야 한다. 그 공감을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꾸며 전달하려 노력하는 중간자이어야 한다. 대시 한번 생각 해 보자.

    셋째, 대변인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대변인이 사전에 먼저 취재를 해야 하고, 조정을 해야 하고, 메시지를 정제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들다. 힘들어 한다. 개인이 홀로 하는 작업이 아니라 서다. 문제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많은 부서들을 모아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하다.

    일방적 편향적인 정보들만 사내 도처에 깔려 있다. 대변인에게 전달되는 내부 정보는 상당부분 진짜 팩트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정보는 내부적으로 디자인된 정보뿐이다. 상호검증이나 외부 검증을 하려 해도 대변인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 대변인이 정확하게 모른 채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흔하다. 당연히 백전불태 (百戰不殆)해야 하는데, 대신 백전백태(百戰百殆)한다. 불안 불안하다.

     넷째, 신뢰받지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기자들이 대변인을 두고 하는 말은 두 종류가 있는 듯하다. “O상무는 대단한 사람이야. 존경할 만 해”와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는 반면, “O상무는 사람만 좋아…” 같은 평을 받는 대변인이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기자들이 그렇게 신뢰할 만하다 기보다는 그냥 함께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술 한잔 같이 하고, 골프 한번 치기 좋다는 경우다.

    그 외에 그 대변인이 이야기하는 내용은 재차 검증이 필요할 때도 있고, 바로 받아 기사화하기에는 종종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기자들이 가진다. 가끔은 그 분이 내용을 잘 알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좋아 그리 부정적으로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제대로 된 메시지나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그 대변인을 안타까워한다.

    다섯 번째, 의미 있는 메시지가 없는 대변인이 있다.

    답변도 어쩔 때는 하지 않는다. 답변을 하더라도 빙빙 돌려 가면서 기자들을 헷갈리게 한다. 어디에서 배운 기술인지 모르지만, 알맹이 없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을 자신의 필살기라 생각하는 대변인도 있다. 기자들과 거리를 두는 것도 모자라는지, 대변인이 상당히 딱딱하고 권위적이다.

    인간미는 없어도 제대로 된 정보를 메시지에 담아서 회사의 입장을 대변 해 주면 좋겠는데, 그 걸 못하는 대변인이 있다. 그 대변인은 스스로 ‘전략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내부 원칙이 창구를 일원화 해 ‘닫아 걸자’는 담합의 의미가 아니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여섯 번째, 훈련받지 않는 대변인이 있다.

    대신에 이런 이야기는 하는 대변인이 있다. “저희 회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좀 교육해야 합니다. 기자들에게 함부로 이야기하고, 문제를 만들어 내서 제가 죽겠습니다.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좀 알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도 선진적이긴 하다.

    그러나, 대변인은 스스로도 계속 훈련해야 한다. 부족하다면 계속 시뮬레이션 하며 연습해야 한다. 자신 스스로 대변인 훈련이나 사내 미디어트레이닝에서 열외 하면 안 된다. 향후 대변인 역할을 물려줄 직원이 있다면 그 또한 지속적으로 훈련 기회를 주어야 한다. 자신의 다양한 경험에만 의지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이 성장한 대변인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지속해서 훈련하고 연습하는 대변인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훌륭한 대변인을 위한 원칙들이 자주 위협받는다. 단순하고 쉬워 보여도 현장에서 제대로 원칙이 구현되지 않는다. 기업 경영진이 바뀌는 것처럼 대변인도 계속해서 바뀌어 간다. 기업이나 조직을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이해관계자들은 그대로인데, 대변인이 계속해서 바뀐다. 당연히 메시지가 들쭉날쭉하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결과들이 일희일비 한다. 전략적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얼마전 이와 비슷한 상황에 고통받던 이낙연 총리가 장관들을 대상으로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는 것은 사회적 감수성으로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됩니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에게 나설 수 있습니다.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하는 것입니다.”

    이는 딱히 장관들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대변인들이 필히 반복해 기억해야 하는 조언이다. 사회적 감수성, 본능, 준비라는 이런 가치는 아무리 반복해 강조해도 지나침이 있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평생 기자와 앵커를 하며 인생을 보낸 미국의 유명 언론인 샘 도널슨(Sam Donaldson)의 조언으로 마무리한다. 모든 대변인들에게 주는 그의 소중한 조언이다. “항상 기자들의 질문보다는 그에 대한 답변이 문제를 일으키더라… ”

  • 44.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바를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평소 사업을 영위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적인 이해관계를 스스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시민 의식이라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경영 개념이 나온 기반이 그 때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사회 환경적 이해관계자들은 고객, 직원, 언론, 정부, 시민단체, 지역 커뮤니티, 온라인/오프라인 공중, 투자자, 거래처 등 각 기업 특성에 따라 그 수와 범위와 다양성에 많은 차이가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평소 자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각각의 특성을 잘 분석 해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는 것이 좋다. 모든 위기에는 그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난다. 평소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던 이해관계가 아닌, 새롭고 충격적이고 부정적인 이해관계가 생겨나 일부 또는 전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기업 위기관리는 해당 상황이나 문제를 풀기 위한 직접적 상황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에 걸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제대로 관리하는 이해관계자 관리 또한 중요하다. 다양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노력은 그 기반이다. 해당 위기로 손상, 변형, 악화되는 이해관계자들과의 이해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이해관계자 관리가 되겠다.

    예를 들어 최근과 같이 연이은 자동차 발화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게 주요한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그룹이 될까? 우선 발화사고를 경험한 고객이 최우선 이해관계자가 될 것이다. 그 외 모든 고객들이 그 다음 이해관계자가 되고, 해당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던 잠재적 고객들이 그 다음 이해관계자가 될 것이다.

    그 외 위기관리 관점에서 부가적 이해관계자들이라면 해당 이슈를 다루는 정부와 수사기관, 국회,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 일반 공중 등이 될 수 있다. 그에 더해 딜러사들과 본사 그리고 직원들도 내부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적으로 자동차에 화재로 인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 집중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은 ‘고객’이다. 그 중 특히 화재 사고를 당한 고객들은 위기관리에서는 ‘원점’이라 불리며 가장 시급하게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된다. 원점에 대한 정확하고 사려 깊은 관리 없이는 위기는 절대 짧은 시간 내에 관리되어지지 않는다. 그 원점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후 대응을 고민해 신속 실시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원점관리의 첫걸음이다.

    그 다음은 혹시나 자신의 자동차도 위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주차장 진입까지 거부당하며 당황 해 하는 일반 고객에 대한 관리가 두 번째가 되겠다. 그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 그들의 우려와 당황스러움을 해소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잠재 고객들에게는 어떤 관리가 필요할까? 자사의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던 잠재 고객들의 마음 속을 이해해 보려 노력해야 한다. 이 위기와 관련 해 자사가 어떤 대응과 정책 그리고 원칙을 보여주어야 잠재 고객들이 고개를 끄덕일지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위기에는 이해관계자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그들에 대한 관리의 우선 순위와 시급성이 정리될 수 있다. 그에 따라 관리 순위나 비중을 배분해 신속히 실행하는 팀워크는 그 다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 시 그들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세세하게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들은 주로 모니터링과 인터뷰, 소프트사운딩과 같은 다양한 방식과 채널을 통해 주요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한다. 직접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언론이나 온라인 상에서 주장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분석 해 듣는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핵심을 제대로 챙겨 위기 대응에 기반을 삼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자동차 화재 위기 케이스에서도 이런 전략은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사고를 입은 고객과 사고를 입을까 우려하는 많은 고객들, 그리고 아직도 자사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잠재 고객들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들어야 위기는 관리 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회사가 따라 하면 문제는 상대적으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들어서 행하는’ 이런 간단한 위기관리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다른 내부적 이해관계가 간섭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추가적인 이익 손실에 대한 우려, 실행 예산의 제한, 내부 정치적 갈등, 딜러사와의 사후 이슈, 법적인 고려 등에 의해 ‘들었지만 행하지는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원칙은 원칙이다.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바대로 문제를 해결하면 위기는 잘 관리될 수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34. 해야 할 때만 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위기관리 케이스를 공부하고, 위기관리 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에 대해 상호간 마치 지상명령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이다. 상당한 발전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지상명령 같은 원칙에는 또 다른 위험이 숨어 있다.

    암묵적으로 ‘무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전략에 있어 ‘무조건’이라는 전략은 진짜 전략이 아니다. 대신 중요한 것은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것이 더 전략에 맞는 원칙이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 지’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하는 딜레마다. 위기가 발생했더라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위기관리는커녕 위기를 더욱 키우는 결과가 얻어진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고 있으면 결과는 똑같이 부정적이 된다. 따라서 언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고민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전략이라는 것은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은 매우 다양하게 정리될 수 있다. 기업 마다 자사 특성에 따라 그 기준은 좀더 다양하고 유연하게 형성될 수 있다. 그런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은 평시에 이루어지는 위기관리 체계 작업의 일환이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포함 해 위기관리 활동 하나 하나를 ‘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 결정에 대한 기준은 몇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 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의 비교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압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고 크다면 당연히 그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무조건이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같은 전제보다는 이런 옵션의 이익 비교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

    둘째는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인가를 따져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실행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다. 만약 어떤 실행을 하더라도 위기상황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다른 실행 방식을 찾아야 한다. 어떤 실행으로도 현 상황을 관리하기 힘들다면 아무 실행도 하지 않고 일단 상황변화를 예측하며 향후 추가적 준비를 행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셋째는 위기관리를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하는 상황인가를 따져야 한다. 위기관리 주체가 정확하게 우리인가? 우리가 유일한 위기관리 주체인가? 이해관계자들이 우리에게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이런 여러 내부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홀로 튀거나, 황당하게 나서거나, 갑작스럽게 무언가 하고 나서는 모습은 위기관리에서 권장되지 않는다.

    넷째는, 실행 대상과 타이밍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관리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정확하게 설정 정의되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또한 그 실행의 타이밍은 적절한 것인가 살펴야 한다. 무조건 신속하라 신속하라 하니까 준비 덜 된 채 잘못 설정된 이해관계자 앞에 나가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계속 경계하라는 의미다.

    이상과 같은 일반적 전략적 기준에 따라 ‘필요하다’ 느껴지면 그에 따라 실행을 결정하고 진행하면 문제는 최소화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 전략이 정해졌다면, 일정기간 타임라인에 따라 일관된 전략 유지 실행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동종 유사 업계에 어떤 특정 논란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해 보자. 주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 A는 완전하게 여론의 폭격을 맞고 있다. 그러나 그 외 같은 논란과 관련된 기업들은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아주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만 접수하고 있다. 그 불행한 기업 A는 대대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리콜 하면서 위기관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경우 다른 기업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나? 차례대로 공개 사과하고 여론의 재판에 따라 참여해야 할까? 날 좀 보세요! 하면서 언론을 모아 그간 자사 책임을 공개 인정해야 할까? 일부 소비자의 컴플레인을 넘어 신문광고를 해 리콜을 선언해야 할까?

    이 경우 다른 많은 기업들은 나서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나서지 않아 얻을 수 있는 것을 비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나서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고민할 것이다. 우리가 새로 나서야만 하는 상황인지도 돌아볼 것이다. 그렇게 나서는 것이 소비자 대부분이 원하는 것인지, 그리고 타이밍이 하필이면 지금이어야 하는지 살필 것이다.

    이런 모든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결론이 내려지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가만히 있을 수도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 것이 전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해야 할 때만 하라는 조언은, 하지 않아야 할 때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 준법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편] 준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기업 역사상 여러 위기를 목도했다. 기업이 위기를 겪고 사라지기도 했다. 어떤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잃었다. 기업의 오너와 대표가 굴욕적인 상황을 감수해야만 했다. 죄 없는 직원들이 잘려나가고, 사업부분이 팔려버리는 아픔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리더들은 정치권과 규제기관의 부름에 여기 저기 끌려 다녀야 했다. 심지어 인신이 구속되기도 했다. 언론과 공중들로부터의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했다. 엄청난 과징금과 배상액을 뱉어내기도 했다. 전임직원이 가진 창피를 감내하면서 그 동안 쌓아 왔던 기업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위기.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관리는 현재 이 시간에도 수 많은 기업 내부에서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많은 기업의 임직원들이 쉬지 않고 위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간간히 불거지는 위기 정도로 그 숫자가 관리 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기(危機)라는 글자에 기회(機)가 숨겨있다 말한다. 위기를 맞은 기업을 위로하기 위함이거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해 기회로 삼으라는 덕담이라고만 생각하자. 실제 위기는 그냥 위기다. 기회라고 생각하며 자위하거나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잉태된다. 대부분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차라리 위기는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트머스 지표라 할 수 있다. 경영품질이 높은 기업의 위기는 경영품질이 높지 못한 기업의 위기와 그 성격이 다르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과 위기관리 전문 서적들은 기본적으로 경영품질이 정상이거나 매우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과 전문 서적들의 가이드라인이 실제와 많이 다르다 느껴지거나, 실행 가능성이 없는 공염불이라 느끼는 경우라면, 자사의 경영품질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자사의 경영품질이 그 조언과 가이드라인을 실행하지 못할 만큼 뒤쳐져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주 기업 위기관리를 위한 체질개선책을 108수(手)로 나누어 기고하기로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경영품질과 관련된 뼈아픈 조언들을 108번 반복할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해서 사업연속성을 훌륭히 보장받기 원하는 기업이라면 앞으로 108수(手)의 조언들을 새기고 실제 실행에 참고하기를 바란다.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중 첫 수(手)는 바로 ‘준법’이다. 기업 위기에는 여러 유형이 다양하게 있지만, 위기관리 자체가 어렵고 힘든 유형 중 가장 으뜸이 기업 스스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우다. 결국 이 위기관리의 결말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정의 최종 판결이 나기 전에 이미 상당수준 큰 피해를 입는다.

    소위 말하는 여론의 법정(Court of Public Opinion)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시피 여론의 법정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존재한다. 실제 법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기업은 그 ‘유죄추정의 원칙’하에서 자사의 무죄를 주장하려 애쓴다.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런 노력이다. 변호사들을 영어로 ‘Attorney at Law’라고 부른다면,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서직원을 여론의 법정에서는 ‘Attorney at Public Opinion’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훈련 받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터라고 할지라도 자사가 명확하게 불법을 저지른 경우에는 변호 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제한된다. 여론의 비판을 온전히 감내하며 견뎌야 하는 아주 중대한 위기를 겪게 된다. 당연히 여론의 법정에서도 정상참작이나 무죄를 감히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실제 법정에서는 최악의 판결을 받게 된다. 위기를 관리하고 싶어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것만큼 당연한 경영이 없다. 경영의 기본이다. 이런 기본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경영품질이 형편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여러 기업들이 근래 수년간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강화하고 있다. 윤리경영실을 만들어 법적 문제는 물론 여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들까지 예견 방지하려 노력한다. 당연하고 긍정적인 위기관리 노력이다.

    준법하면 발생 가능한 위기의 약 절반은 줄어든다. 예기치 못하거나 타의에 의해 법적 논쟁이 발생해도 정상적 준법노력을 해 온 기업에게는 여론의 법정에서 정상참작의 기회라도 주어진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포지션으로서의 선택지가 열릴 수도 있다. 만약 자사의 팬덤이 있었거나, 지지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다면 이들을 위기관리를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모든 가능성들은 준법을 지향해왔을 때 가능한 것들이다.

    앞으로 전개될 위기관리의 백팔수(百八手)를 관통하는 개념은 이와 같이 ‘여론의 법정’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수로 ‘준법’을 조언했다. 준법한 기업만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준법하고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지 준법하지 않아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많은가? 아주 간단한 반면교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진정성이라는 건 대체 뭘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진정성. 진정성. 위기관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 ‘진정성’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저 대표이사의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어” “좀 더 진정성 있게 공식입장을 꾸며주세요.” “위기관리에는 진정성이 곧 핵심이지” 사람들은 이런 표현으로 위기관리와 관련 해 ‘진정성’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그러나, 그리 말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성? 그게 무슨 의미지?”라고 물으면 딱 부러지게 답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거 있잖아…뭐…지금 저 사람이 진짜로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어?” 이런 식의 정의가 대부분이다.

    원래 국어사전에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없다. 우리가 쓰는 ‘진정’이라는 말에 ‘성’이라는 말을 붙여 만든 조어이기 때문이라 한다. 헷갈림은 이 진정성 단어가 두 가지 한문 표현으로 존재한다는 데에서부터 온다. 첫 번째 개념의 ‘진정성’은 ‘眞正性’으로 쓴다. 그 의미는 간단히 ‘진짜’라는 의미다.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두 번째 개념의 ‘진정성’은 한자로 ‘眞情性,’으로 쓰인다. ‘참된 마음. 애틋한 마음, 정’ 이런 의미다.

    진정성(眞正性)은 일치에 관한 의미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인 “진정?”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마 첫 번째 개념의 진정성인 “진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진정성 없다’는 의미는 ‘진짜가 아니다’ ‘가짜다’라는 의미와 통한다 볼 수 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보면 위기관리 주체가 ‘내부적으로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이 이 진정성 (眞正性)이라 본다. 그렇게 보면 이 진정성(眞正性) 개념은 ‘내부적인 합치’나 ‘생각과 행동의 일치’를 뜻한다 볼 수 있다.

    또 다른 진정성(眞情性)은 느낌에 관한 의미

    두 번째 ‘진정성(眞情性)’이란 개념을 보다 알기 쉽게 풀어보면 무슨 의미일까? 가운데 ‘정(情)’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진짜 그런 마음이 있느냐?’ ‘진짜 그런 감정이 있느냐?’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마 위기관리 관점에서 “저 대표이사의 사과를 보면 진정성(眞情性)이 없어”라고 하는 의미는 “저 대표이사의 사과를 보면 스스로 진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지 않아 보여”와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되겠다. 즉,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대표이사인 화자의 표정이나, 행동이나, 목소리나, 말투나, 메시지를 포함한 모든 이미지를 통 털어 해석해보니 그 사람의 마음속에 진실한 감정이 있지 않아 보인다는 ‘감정에 대한 이미지’로서의 ‘진정성(眞情性)’이다.

    화자와 청자간 다른 진정성 의미

    위기관리 관점에서 사용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과연 둘 중 어떤 것일까에 따라 그 실행에는 큰 차이가 생겨버리기 때문에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골치 아파한다. “우리는 진정성이 있는데, 공중들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여기에서 보면 문제의 원인이 보인다. 앞의 진정성과 뒤의 진정성이 각각 다른 의미로 쓰이니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회사와 공중이 사용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공히 ‘진정성(眞正性)’으로 동일한 것이라면, ‘우리의 진정성(眞正性)을 공중들이 신뢰하게 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라는 간단한 해답이 보인다. 순수하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나 PR 등의 활동이 이런 해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회사 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소비자단체 조사 결과 발표가 나왔다. 회사에서는 수년간 수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했어도 그런 인체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진정성(眞正性)

    대표이사가 앞에 나서서 기자회견을 한다. “저희 회사의 모든 기술 연구 역량을 믿어 주십시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절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회사를 믿고 제품을 사용해 오신 여러분 저희가 여러 공인 시험 기관에 재 조사 의뢰를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발표문을 읽었다.

    이 메시지에는 진정성(眞正性)이 들어 있을까? 들어 있다. 진짜 회사 내부에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강력한 전략과 메시지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를 진정성(眞正性) 있다 믿는 공중들이 많으면 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하게 된다. 소비자들 대부분이 “그러면 그렇지. 나는 저 회사를 믿어. 다시 공인기관들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믿고 기다릴 거야”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위기관리는 일단 성공인 것이다. 회사의 진정성(眞正性)을 공중이 신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소비자 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해당 회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 몇 명이 모여 이런 논의를 한다. “큰일이네. 하필이면 그 제품만 딱 뽑아 안전성 조사를 했지? 그거 중금속 수치가 좀 나온다는 게 몇 년 되었죠? 그래도 그 동안 내부적으로 많이 줄인다고 줄인 건데 … 이번에 딱 걸려 버렸네. 어쩌지?” 이런 상황에서 해당 회사가 진정성(眞正性)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정말 잘 못했다. 우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를 했다. 중금속 함유량을 줄인다고 했는데 완벽하지 못했다”라고 공중들에게 사과한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이 자체도 또한 ‘진정성(眞正性)’이 있는 것이다. 진짜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이런 경우에 이렇게 이야기 할 것이다. “아주 일부 제품에서 소량 논란의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체에는 유해하다 볼 수 없지만, 소비자께서 걱정하시지 않게 일단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지속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 왔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경우 이 회사는 ‘진정성(眞正性)’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한다. 진짜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진정성 (眞情性)

    다시 돌아가서 반대로 회사와 공중이 사용하는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진정성(眞情性)으로 동일한 것이라면, ‘우리가 더욱 진실한 감정을 실어서 공중들이 우리에 대해 진정성(眞情性)을 느끼게 하자’하는 해답도 가능하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측면에서는 훈련되고 리허설 되어 완벽하게 연출하고 전략적인 레토릭을 사용하면 위기가 관리 될 것이다 라는 주장이 이런 개념에 어울린다.

    위와 같은 예를 들어 보자. 해당 제품 유해성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발표하는 대표이사의 모습에 강한 자신감이 들어있는 경우다. 대표이사가 당당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자세한 조사결과들을 여러 개 공개하고, 신뢰감 가게 행동하는 것을 여러 국민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저 대표이사의 설명을 들으니 왠지 믿음이 가는 걸. 저렇게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데 설마 문제가 있겠어?”하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진정성(眞情性)이 통했다는 개념이 이런 것이다.

    반대로도 예를 들 수 있다. 유해물질 함유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쉬쉬하면서 판매를 계속해 오고 있었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대표이사가 전문 컨설턴트의 자문을 얻어 기자회견을 준비한다. 여러 번 반복되는 리허설을 통해 아주 절절한 표정과 고개 숙임을 각도까지 재가면서 연습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대표이사가 “우리가 잘 못했다”하면서 고개를 한 없이 숙이면서, 눈물을 떨군다. 손을 덜덜 떨면서 “다 내 부덕의 소치”라 하면서 사죄와 사죄를 구한다. 회견장에 앉은 기자들 조차 ‘세상에 참 딱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진짜 사죄를 하는 것으로 보여졌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전까지는 그런 나쁜 생각을 했었어도, 아마 이제부터는 이번 교훈을 발판 삼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지..”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 공중은 이 회사가 ‘진정성(眞情性)’ 있게 사과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적인 진정성(眞正性)과 표현으로서의 진정성(眞情性)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대표이사가 사죄해야 하겠다 생각하면서도 아무런 기자회견 준비 없이 달랑 사과문 메모만 가지고 단상에 올라가 버린 경우를 보자. 딱딱하게 “사과 드립니다”는 말 몇 마디로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려 하려 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임원들에게 답변 하라는 제스츄어를 한다. 포마드 발라 정갈하게 탄 가르마와 빤짝 빤짝한 시계가 공중들의 눈에 들어 온다. 기자들이 화를 내고, 회견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된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알면서도 유해물질을 그대로 섞어 팔았으니 정부에서는 최대한 처벌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 이런 반응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내부적인 진정성(眞正性)이 미처 표현으로 연결되어지지 못해 공중들이 진정성(眞情性)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이다.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한 것이다.

    평소 철학과 원칙에 문제가 있으니 진정성(眞正性)이 문제

    정리해 보자. 사실에 근거한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진정성(眞正性)이라고 볼 때,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니 진정성(眞正性)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는 사과하고 싶지 않는데도 어떨 수 없이 기자들 앞에 나가 고개를 숙이는 대표이사의 경우. 진정성(眞正性)을 의심받게 된다. 사과하고 싶지 않다면 왜 자신이 사과할 수 없는지를 밝히는 것은 개념 측면에서 차라리 진정성(眞正性) 있는 선택이다. 진정성(眞正性)을 일부에서는 선과 악으로 개념을 나누곤 하는데, 실제 진정성은 그 차제만으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 여부에 관한 것이지, 그래서는 된다 안 된다의 주제는 아니다.

    물론 기업 위기관리 측면에서 대표이사 개인의 생각과 감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관점도 있을 수 있다. 기업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하는 의미일 것이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는 기업 전체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대표가 온전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의 핵심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홍보담당자라면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면 회사 이미지가 남아 나겠나?” “회사 내부의 생각을 어떻게 그대로 전달을 하나?” 질문 할 것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회사의 철학과 원칙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회사다. 투명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반사회적, 반시장적, 반소비자적인 철학과 원칙이 지배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꺼려지는 것이다. 위기관리 이전에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경영품질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맞다.

    평소 경험과 훈련이 없으니 진정성 (眞情性) 문제

    이 진정성(眞情性) 개념으로 보면, 자사의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니 매번 진정성(眞情性)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숙련의 문제일 수 있다. 일부는 진짜 자신의 숨은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해 진정성(眞情性)을 의심받기도 한다.

    앞의 개념을 빌어 자사의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면, 해당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되지 않는 경우라면, 자사 스스로의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하고 있는지 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일부 홍보담당자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마음은 굴뚝 같은데, 이게 표현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대표께서는 진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데, 이분이 원래 웃는 얼굴상이라서 덜 심각하게 보여지는 게 문제지요” 이런 경우가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힘든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경험과 훈련이 답이다. 리더로서 만인에게 호감 가는 자세와 외모 표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 복잡하고 헷갈리는 여러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다. 영어로 풀어보면 생각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진정성(眞正性)은 ‘Authenticity’라는 단어를 쓴다. 반면 생각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얻는 진정성(眞情性)은 ‘Sincerity’라는 단어를 쓴다.

    기업에게 제대로 된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진정성(Authenticity)은 실현되게 마련이다. 또한 거기에 해당 기업이 제대로 훈련되고 경험되어 있다면 진정성(Sincerity)도 부여 받게 된다. 만약 자신의 회사의 위기관리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는 공중들의 반응을 받았었다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 자사에게 진정성(Authenticity)이 없었는지 아니면, 진정성(Sincerity)이 부족했던 것인지 구별해 보자. 거기에서 큰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기복이 심하면 그건 진짜 실력이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학창 시절 기억을 되살려 보자. 반에서 1등짜리도 그렇지만, 전교에서 또는 전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친구들은 매번 시험에서 그 꾸준하게 일관성 있는 성적을 거둔다는 특징이 있다. 어쩌다가 운이 좋아 단 한 번 반에서 2~3등까지를 찍어 본 20등짜리 학생과는 무언가 다른 일관성이 있었다. 성적에 기복이 없다는 것이다.

    시험 준비를 별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전교 1등짜리 친구 녀석이 바로 그랬다. 쉬는 시간에 곧잘 농구도 하고, 방과후 아이들과 라면집에서도 어울리던 그 녀석은 항상 입에 “이번엔 시험 공부 많이 못했다. 큰 일이야”라는 중얼거림을 달고 살았다. 그러나 시험 당일 방과후 함께 답을 맞추어 보면 그 녀석은 별로 틀린 문제가 없이 완벽했다. 그것도 매번.

    실력이라는 것은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그 때 하게 되었다. 시험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은 그 실력이 없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시험 범위를 잘 못 알았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이번에는 시험감독 선생님이 시험지를 너무 빨리 뺐어 갔다는 등등의 핑계도 실력이 없다는 증거였던 것이다.

    점점 시간이 가며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위기관리를 잘 하는 기업에서는 자사가 위기관리를 잘한다 이야기하지 않는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자랑하는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항상 무언가 모자라다 생각 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력 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수많은 위기 요소들 중 실제 위기로 발화되어 수면위로 떠 오르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알려져 기억되는 비율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그 외 대부분의 위기요소는 사전에 관리되고, 방지되고, 약화된다. 그런 모든 노력이 위기관리다. 이런 위기관리 활동이 꾸준히 수면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알려지는 위기의 수나 비율은 그나마 관리되고 있다 볼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일이 터졌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그건 사실 의미가 맞지 않는 말이다. 어떻게’일’이라는 것이 스스로 터질 수 있나? 일은 사람이 터뜨리는 것이다. 반대로 일을 터뜨리는 사람이 없다면 일은 터지지 않는다. 일을 터뜨리지 않게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이기도 하다.

    그러한 지속적인 위기관리 속에서도 몇몇 기업들은 반복적으로 연이어 문제를 터뜨리는 것을 보게 된다. 다른 기업이 한 개의 문제를 터뜨릴 때, 어떤 기업은 두 세 개 이상의 문제를 터뜨려 세상을 떠들썩 하게 놀라 킨다. 문제를 터뜨리지 않는 기업과 문제를 계속 터뜨리는 기업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간단히 말해 위기관리 역량에 있어 전교 1등과 전교 50등의 차이라고나 할까? 기복이 있다면 더더욱 그 차이의 원인은 궁금해진다.

    기복이 있는 그리고 심한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CEO가 바뀌면 위기관리 역량도 바뀐다.

    이런 기업의 경우 완전히 바뀐다. 매뉴얼 구조가 바뀌고,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바뀐다. 외부 자문 그룹도 바뀌고, 심지어 보고하는 포맷조차 바뀐다. 새로운 CEO의 경험과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한 위기에 대한 대응도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작년까지 쉬쉬하고 홍보실의 짧은 코멘트로 가늠하던 논란이 새로운 CEO가 오시면서 CEO가 주최하는 대대적인 사과 기자회견으로 가늠된다. 적폐라는 말이 튀어 나오고, 철저히 개선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뀌지 않은 직원들은 어리둥절해 진다.

    둘째, CEO는 그대로 인데, 위기관리 철학이 그때 그때 바뀐다.

    한번은 CEO께서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 가셔서 고개를 숙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위기 때는 움직이지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는다. 지난 번에 그렇게 하셨으니, 이번에도 그리 하심이 어떠신가를 말씀 드리지도 못한다. 그 때는 왜 그랬고, 이번에는 왜 다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홍보실도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다. 다음 번에 또 유사한 위기가 발생되지 않기만 기도한다.

    셋째, 위기관리 위원회에 경험 있는 임원들이 적다.

    대표이사가 젊다고 평소 홍보를 열심히 했다. 언론에서 젊은 대표의 성공신화를 찬양한다. 그러다가 위기가 발생했다. 대표이사가 젊어서인지 주변 임원들도 젊다. 생애 첫 번째로 경험해 보는 대형 위기다. 평소 일부 임원들이 개인적인 모임에서 들어 봤던 위기관리 전략과 대응 방식을 기억해 낸다. 각자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으로 대응하려 애쓴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집중해서 드라마틱한 결과를 얻어 낸다. 다음 번에는 어떻게 잘 해 낼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든다.

    넷째, 자사의 위기와 위기관리 히스토리를 잘 모른다.

    어렴풋이 자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다. 위기가 발생해서 알음알음으로 오래된 문서 파일을 얻어 열어보니, 예전 홍보실이 만든 부정기사 대응 매뉴얼이다. 이건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니다. 더구나 기자들이 우리 회사에게 몇 년 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내부에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래된 기사를 찾아 봐도, 무슨 일이었는지가 구체적으로 떠 오르지 않는다. 당연히 당시 누가 무슨 대응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다시 새롭게 위기대응을 한다.

    다섯째, 관리 역량 이상의 큰 위기를 그대로 방치한다.

    실제 발생되면 그 때에는 무슨 별 수가 있겠어? 그냥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지. 이런 위기를 알면서도 방치한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위기유형이다. 일반적으로 오너 관련 위기가 그렇다. 그 외에도 핵심 경쟁력과 관련된 위기 유형들도 비슷하다. 단순하게 해당 위기가 스쳐 지나가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도 가능해 보이는데, 제대로 정통으로 터지게 되면 감당이 안될 것이 뻔하다. 그 때가서 한번 생각해 봐야지 하는 마음이 평소 지배한다.

    여섯째, 매뉴얼을 따르기 보다 트렌드를 따른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주변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찾는다. 임원들이 트렌디 하게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특히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 온다. 소위 말하는 밀어내기, 물타기, 댓글 달기, 바이럴 등등 정치권 뉴스에서나 들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실질적인 위기대응은 왠지 버겁고, 일단 여론을 좀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시도한다. 매뉴얼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최근 트렌드가 그러니 따라가 보자는 거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본다.

    일곱 째, 매번 미신을 믿는다.

    위기관리에는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런 원칙이 우리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대신 여러 편법과 창의적인 어프로치가 국면을 전환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누구는 ‘가만히 있으시라’한다. 누구는 ‘대표가 앞에 빨리 나서시라’한다. 누구는 ‘내가 힘을 좀 써 줄 테니, 잠깐 기다려 보라’한다. 행동은 마비되고, 믿음만 앞선다.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상황이 관리 될 텐데, 여러 조언들이 상호 출동하고 복잡 다단하다. 일단 문제를 뒤에서 해결해 준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봐야지 하는 미신이 위기관리를 지배한다.

    여덟 째, 잘 못된 방식으로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려 한다.

    들어보니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보라고 한다. 일간지하고 방송사 출신 임원들도 좀 뽑아 놓아야 한단다. 검찰하고 국세청에 공정위, 감사원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보라고 HR임원에게 지시한다. 어떤 로펌에 관련 기관 출신 인사가 있는지를 알아 보면서, 어떤 로펌이 더 힘을 잘 써줄 수 있는지를 비교 평가한다. 관계는 구입하면 되고, 사람도 사서 쓰면 된다고 믿는다. 이번 만 어떻게 잘 넘기면 그때부터 무언가 제대로 된(?) 조직을 꾸미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홉 째, 부서 간 사일로(silo)가 강하다.

    작년에 한번 위기를 겪고 나서 감사부서하고 대관부서 홍보부서에게 협업체를 꾸리라고 대표이사가 지시 했다. 올해 초에 다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서 그 협업체가 챙겨서 좀 처리하라고 했더니, 감사와 대관 임원이 금시초문 처럼 이야기한다. 그나마 홍보임원이 협업체계가 가동하지 않는 것이 감사쪽 임원이 바뀌어서 그랬다고 올해 상반기 까지는 가동시키겠다고 보고를 한다. 대관 임원은 그대로 인데, 그 임원은 왜 금시초문 인 것처럼 이야기하는지는 오리무중이다. 평소에 서로 아무 커뮤니케이션도 없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한다.

    열째, 이상의 기복 원인에 대한 반면교사가 부족하다.

    사실 반면교사가 있고, 지속적인 개선과 업데이트만 있어도 기복은 적다. 최소화는 된다. 이상의 여러 기복의 원인들을 한 두 개 이상 골고루 경험하고도 새로운 위기를 맞으면 또 다른 새로운 원인들 때문에 또 다른 기복을 경험한다. 그 후에도 이는 반복되고, 반복되고, 반복된다.

    다른 회사가 위기관리를 한다고 하면서 황당한 대응을 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어 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하면서 술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삼는다. 그러나, 그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비슷한 위기를 맞아 그와 유사한 위기관리를 한다. 저번에는 우리가 이렇게까지는 하지는 않았는데, 왜 이번에는 이럴 수 밖에 없었는가 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내 사라진다. 어느 한 두 부서의 잘못이라는 평가가 너무 부담된다는 표정이다.

    기복이 있는 시험 결과에는 이렇듯 언제든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다양한 이유를 찾아 정확하게 하나 하나 개선하면 그 다음 시험에서는 기복을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러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기복이 없는 시험 결과에는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냥 예전처럼 해 왔을 뿐이라는 것이 전부다.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에서도 그런 ‘예전처럼 꾸준히 해 오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좀더 많아 지기를 바란다. 매년 그렇게 노력 하고 있다.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 열심히 훈련하고 시뮬레이션 하면서 여러 이슈를 살피고 있다.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많아 지기를 바란다.

    성적이 나쁜 것은 사실 부끄러운 것이 아닐 수 있다. 원래 학교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자기 재능에 열심인 학생도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학교 공부에 관심이 있으면서, 매번 시험 결과에 기복이 심한 학생은 최소한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다. 이전 시험에서 그리 잘 할 수 있었다면 이번 시험에서도 잘 할 수 있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전 시험에서 그리 잘 못했다면, 이번 시험에서는 잘 할 수 있게 노력했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험 성적에 있어서 빵점과 백점을 넘나드는 큰 기복을 보이는 학생들은 이상한 학생이다. 부끄러워하기 보다 진짜 무엇이 스스로에게 문제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최소한 이상한 기업이나 조직은 되지 말아야 하겠다.

  • 조직 내 상위 1%가 위기관리를 성공시킨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의 요청을 받아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에 참여해 보면, 그런 교육 훈련에 참석한 직원수의 99%는 팀장급과 그 이하 직원들이다. 물론 계약을 맺고 실제 위기관리 서비스가 진행될 때에는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하게 되지만, 평시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에 상위 1%인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참여해 열심을 보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직원을 모아 놓고 하는 위기관리 강의에 대표이사가 참석해 강의 전 마이크를 들고 잠시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대표이사께서 직접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원들에게 설명하시는 것이 참 보기 좋다. 그러나 그런 경우 대부분의 대표이사께서는 강의 직전 자리를 뜨신다. 핵심 임원들 다수가 대표이사를 따라 움직인다. 결국 위기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99% 일반 직원들이다.

    클라이언트를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할 때 필자는 클라이언트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분들 상당수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일선 직원들이 위기 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좀 알아야 하니 잘 부탁 드립니다.” “이번 기회로 우리 직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으면 합니다.”

    그분들은 회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역량에 주로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최근 사례를 들면서 “A회사 같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B회사 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그런 짓을 저질러서 큰일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이 좀 스스로 깨쳐야 위기가 관리될 것 같습니다.”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이런 생각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 팀장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실행하는 일선 직원들과의 이야기다. 회사 조직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에게서는 위기관리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상황이 발생되면 일단 저희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추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잘 안 서는 게 문제입니다.” “매뉴얼에 따라 상황 보고를 하고 대응 방향이 정해지길 기다리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립니다. 어떤 때는 끝까지 대응 전략이나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결정만 해주시고 포지션만 확실하게 정해주시면 실행은 저희가 하죠. 실행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다른 생각이다. 상위 1%의 위기관리 관심과 우려는 나머지 99%에게 있는 반면, 반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99%의 관심과 우려는 상위 1%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 왜 이런 다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상위 1%의 시각이 정답일까? 아니면 나머지 99%의 시각이 정답일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매번 마주하는 딜레마다. 하지만, 여러 기업과 함께 위기관리 업무를 해 오면서 그런 유사한 딜레마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하나다. 상위 1% 리더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검증 되고도 있다.

    왜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란 업무는 상당부분 ‘정치적’ 행위다.

    기업들 중 실제 정치권과 같은 수준의 사내 정치로 조직 내 군웅할거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정치적 행위’란 그런 의미의 정치는 아니다. 위기관리 실행팀 차원에서는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기관리 목적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이번 위기를 통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잃을 수 있는 부분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따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위기 시 위기관리의 목적에 있어 조직의 것과 실행하는 개인의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해서 같은 조직 내에 있는 자라면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 같은 목적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같은 의사결정과 지시에도 반응하는 실행 직원들의 격차는 다양해 진다.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위 1%의 역량이다. 그들 스스로 정확한 위기관리 목적과 그에 기반한 실행의 원칙들을 강하게 강조해야 위기관리에 그나마 성공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그 목적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조직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사후 평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또한 상위 1%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실행팀이 있으니 제대로 할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가 실제 위기 시에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 이유 대부분이 위기관리 시 직원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주목과 관심이 부족한 상위 1%의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둘째, 위기관리는 고품질의 정보와 첩보가 기반이 돼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물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있어 상황과 관련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의 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는 그러한 강력한 정보 자산 대부분이 상위 1% 그룹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 안에 고여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대응을 위한 큰 의사결정을 하는 의사결정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런 귀중한 정보 자산을 일선 실행팀과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하고, 이 자산을 실제 실행 역량으로 연결시키게 만드는 주체 또한 상위 1%여야 한다.

    상위 1% 그룹에서 “왜 일선에서는 이런 내용도 알지 못하고 그런 실행을 했는가?” “직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하라고 했는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나.

    반대로 나머지 99%에서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진작에 그 내용을 알았으면 그렇게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 정보를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하는 푸념이 나온다면 그것은 대부분 상위 1%의 사려 깊지 못한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셋째,  저품질 의사결정그룹을 이기는 고품질 실행팀은 없다

    상황관련 보고를 얼마나 빨리 받아 처리하는가에 위기관리 초기 성패가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일선이라 해도 느린 의사결정그룹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풍부한 정보를 취득해 보고했다 해도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조직에서 위기관리는 잘 되기 힘들다.

    조직 내 상위 1%로 이루어진 의사결정그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다 절차가 있고, 책임이 있는 것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상황과 관련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모두 취합되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맞는 것인지 숙고의 시간과 리스닝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의 신중함에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시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은 ‘일선에서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적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는 싯점을 가르는 기준이 ‘이해관계자들이 질문하는 싯점’이라는 원칙과도 유사하다. 일선에서 절실하게 원하는 싯점에 내려오는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최대 자산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이런 말들이 일선에서 나온다. “최초 보고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무 지시가 없는 거지?”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되기는 된 건가?”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 상황 또한 지속 보고 해야 하는가?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의사결정그룹의 느린 스피드는 물론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도 위기관리 실패를 이끄는 큰 이유다. 일선에서 “이런 지시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을까?” “지시 받은 그대로 하게 되면 더욱 더 상황은 악활 될 텐데 어쩌나?” “이건 문제가 있는 방향인데, 담당임원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는 반응들이 있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저품질의 의사결정그룹 만큼 위기관리 시 실무자들에게 무서운 대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넷째, 비행기 사고 후 컨트롤 타워 개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

    평소 공항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수백 대라 치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제탑인 컨트롤 타워는 그 모든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의 시종을 관제한다. 그들이 평시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위기관리인 것이다.

    만약 평시에는 관제탑이 정규 운영 되지 않고 있다가, 비행기들끼리 활주로에서 엉켜 사고가 나면 그 때 가서 관제탑이 운용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자. 불타오르는 비행기와 활주로를 뛰어 다니는 승객들과 구조요원들을 관제한다는 목적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 타워가 분명 아니다.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도 한번 그에 비유해 보자.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려면, 평시에도 위기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관리하는 활동을 하는 컨트롤 타워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슈와 위기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트래킹 하면서 문제 발생 자체를 사전 관리하는 활동처럼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컨트롤 타워는 그래서 평시 규정된 활동을 지속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구성원이 더욱 더 지속 훈련 받고, 토론하고, 시뮬레이션에 참여 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 공항의 컨트롤 타워에서 일하는 전문 관제사들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평시 교육 받지 않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경험이 부족한 상위 1%의 경우에 실제 위기 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조직 내 상위 1%의 교육, 훈련,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경험의 양과 수는 나머지 99%의 그것을 훨씬 압도해야 맞다. 상위 1% 위치에 오르기 위해 20-30년을 노력한 핵심 임원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그들 스스로 완전하게 훈련되어 있어야만 위기 시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지시를 하달 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급조된 컨트롤 타워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다섯째, 위기관리는 예산과의 싸움이다

    예산은 조직 내에서 곧 힘이다. 위기관리는 어떻게 보면 예산과의 싸움이다. 산속에 고립된 등산객을 찾기 위해 수백억 원짜리 구조전용 헬리콥터를 여러 대 띄우는 조직과 헬리콥터 운영 예산이 없어서 구조팀을 도보로 몇 시간씩 등산하게 하는 조직간에는 분명 상황관리 결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왜 위기관리가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예산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또는 “저희에게 정해진 예산이 부족해서 그나마 그것이 최선입니다.” “저희 일선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예산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위기관리를 이끄는 상위 1% 의사결정그룹의 예산 지원과 결심이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이 적극 챙겨 확보 해야 한다.

    예산 지출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추후 내부 감사 주제로서의 우려가 있거나,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룹은 조직 내 상위 1%뿐이다. 이런 실제적인 개념과 노력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그 시뮬레이션 과정에는 필히 상위 1%가 존재해야 한다.

    여섯째, 평시 관심과 투자 또한 1%의 몫이다

    위기관리는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 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다. 평시에 과연 우리 기업이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해야 하는가? 어떤 예산을 가지고 해야 하는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해서는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일사불란함을 유지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다.

    이런 모든 중요한 관심과 노력과 투자는 기업 내에서 누구에 의해 결심되는가? 당연히 상위 1%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위기관리 성패는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에 따라 갈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관심, 주목, 투자,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위 1% 처럼 취약한 위기관리 주체가 없다. 나머지 99%가 아무리 훈련되어 있어도 위기관리 전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이는 딱히 기업만이 아닌 모든 조직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진리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역량을 보면 상위 1%가 좀 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99%는 그 다음이다.

  • 위기관리 원칙, 뭐가 맞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원칙이라는 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쩔 때는 전략적 침묵을 하라 하고, 어쩔 때는 신속히 커뮤니케이션 하라 하구요. 공개적으로 책임 인정하고 대책을 발표하라 하더니, 또 다른 경우엔 간단하게 해명하고 마무리하라 하네요. 뭐가 맞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번에도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모든 위기관리 원칙에는 생략된 문구가 앞에 숨겨져 있다고요. “해당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또는 “해당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생략되어 있다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원칙을 실제 케이스에 적용하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목격됩니다. 위에서 말하는 ‘필요’라는 개념은 그런 많은 변수들을 정확하게 최선을 다해 분석해 전략을 세워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를 결정한 뒤 정해진 원칙을 찾아 따르라는 의미입니다.

    유사한 케이스라도 사회 파장의 수준이 각기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한 경우는 온 나라가 들썩거릴 정로로 이해관계자의 공분이 생기고 압력과 개입이 이어져 회사가 거의 망할 처지에 이른 케이스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일부 언론에서만 비판적으로 다루었을 뿐 그 이후 큰 여론의 비판도 없고 이해관계자 관심이 적은 케이스입니다. 이 두 케이스간 해당 기업의 대응은 같을 수 없습니다. 원칙도 같을 수 없습니다.

    또 유사한 두 케이스가 있어도, 한 케이스는 이슈가 직접적으로 바로 해당 기업의 사업 전반에 부정적 충격을 끼치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판적 여론의 파장이 강하고 길게 지루하게 이어지는 케이스가 있는 반면, 비판 여론이 하루 만에 사그러 드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각기 여러 다른 변수들이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각 상황에 따라 전략은 달라야 하고, 그 원칙 또한 다른 게 당연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같은 감기라 해도 어떤 사람은 특이한 고열에 시달려 해열제가 듣지 않고 의식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미열에 해열제를 먹으니 정상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질환이 있어도 체중이 과체중이고 고혈압에 당뇨가 있던 환자가 있는 반면, 정상 체중에 아무런 기저 질환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약이라도 5살짜리 아이에게 쓰지 못하거나, 용량을 줄여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성인에게는 정상 용량을 써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똑같이 수술을 해야 해도, 어떤 환자는 일정 기간 수술을 기다렸다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바로 수술을 해도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모든 다름은 각각의 상황적 변수에 따른 것입니다.

    만약 그런 모든 중요한 변수들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원칙을 고수해 적용해야 한다고 해 봅시다. 엄청난 결과가 발생 할 것입니다. 발달이 미진해 상당한 저 체중 성인에게 일반 성인 용량의 강한 약을 투약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특정 약품을 장기 복용하고 있어서 바로 수술하면 안 되는 환자를 원칙(?)에 따라 수술대에 바로 올리면 그 결과는 누가 책임 져야 할까요?

    위기관리 원칙은 다양한 변수에 기반해서 ‘필요한’ 경우 지켜져야 하는 가치입니다. 그 이전에 아주 중요한 가치 또한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를 제대로 내부 합의 공유하지 못해 대응에 있어서 오락 가락(swing)을 경험합니다.

    마치 목적지 없이 바다에 나와 태풍을 만난 돛단배 꼴이 되는 것입니다. 휘몰아치는 여론과 이해관계자들의 침범에 배는 쉴새 없이 뒤집히기를 반복합니다. 당연히 그 안에 탄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각기 쓸모 없는 대응들로 밤을 새웁니다. 선장은 스스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시 각각 명령을 바꿉니다. 당연히 그 돛단배는 목적지에 닿을 가능성이 없어집니다. 침몰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위기 시 정확한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세우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 후에야 목적과 목표에 기반해 각 상황이 파악되고 판단됩니다. 그 위에 전략이 세워지게 됩니다. 그 때쯤 모든 변수들은 그 전략에 녹아 들어가 방향성과 의미를 부여 받습니다. 대응 원칙에 있어 어느 선택을 하건 그것은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목적과 목표에 기반합니다. 성패도 그에 따라 갈립니다. 즉, 성공한 기업은 자사의 위기관리 목적에 기반한 원칙을 잘 골라 따랐던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