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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일본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The PR 기고문]

    2019 일본기업을 위한 위기관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올 여름은 일본 때문에 국내가 뜨겁다.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후 한국을 향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가시화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반일 무드가 살아났다. 이내 반일 무드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일본기업들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추었다. 대대적 불매운동이 이어져 일부 의류 및 주류 업체는 이미 상당한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 졌다. 다른 일본 기업들도 그 피해의 차이만 있을 뿐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0여년간 주기적으로 발생한 한일간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양국 기업들의 피해. 이 유형을 위기로 설정한다면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일본기업은 어떤 전략과 실행에 주목해야 할까? 꼭 일본기업에만 한정해 이런 류의 위기관리를 이야기 한 다기 보다는 기업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해외 국가에서 이와 같은 공격을 받게 될 여러 글로벌 기업을 위한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 한국 기업도 언제든 일본이나 중국 또는 다른 우방국가에서 적성 기업이 될 수 있다. 사람 일을 모르듯 기업 일도 모르는 것이니 한번 생각을 정리해 보자.

    일단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현재의 일본기업들을 위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현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본 일본기업 경영진들을 공감하겠지만, 일본기업 자사 차원에서 현 상황은 전혀 관리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평시 다른 종류의 이슈 또는 위기관리에서는 자사가 무엇을 어떻게 든 하면 자사로 향한 피해를 방어 또는 최소화할 수 있을 텐데,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한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다. 무엇을 한다 해서 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딜레마다.

    하지만 위기관리 관점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을 때라도 자사가 최소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찾아 대응 기조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 상황에서 자사가 그나마 관리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첫째, 회사(본사)의 입장은 통제할 수 있다.

    회사(본사)의 입장은 이미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 입장을 현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거나, 그에 대해 한국 지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통제불가능 한 일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해져 있는 회사(본사)의 입장을 꿋꿋이 지켜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공식 입장을 일관되게 지켜 나가고, 그에 반하는 활동을 하지 않으며, 필요시 그 입장에 대해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체계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고, 필수적으로 관리 통제해야 한다.

    물론 이는 회사(본사)의 입장이 현상황을 정상적으로 해석한 뒤 세워졌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그 입장이 한국의 현 상황에 반하거나 충돌하거나 현 상황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그에 대한 관리 통제는 예외가 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본사의 위기관리 의지를 의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논의에서 예외로 한다.

    정상적 글로벌 기업이라면 사업을 전개하는 국가와 국민들을 존중하기 마련이다. 현지 국가에서 어떠한 정치적 역사적 인종적 사회적 이슈에도 관여되지 않으려 스스로를 통제한다. 그럼에도 불행히 문제나 갈등이 불거지게 되면 본사의 가이드와 현지의 여론에 따라 정상적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첫번째 통제 가능성이란 그런 정상적 본사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관리 통제를 의미한다.

    둘째, 직원들은 통제할 수 있다.

    일부 경영진은 요즘 직원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 평소에도 통제할 수 없고, 통제되지도 않는다는 하소연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원들을 통제하려 하는 주제를 들여다보면 경영진이 왜 요즘 직원들을 통제할 수 없다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직원들을 위기 시 통제하려면 기업은 원칙을 이야기하며, 그 원칙을 기반으로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부탁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그 요청 사항 자체가 완전히 회사의 원칙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사 직원들을 충분하게 이해시킬 수 있고, 자발적으로 협조 유도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직원들을 통제할 수 없고, 통제 되지 않는다라 이야기하는 경우는 해당 협조 요청 자체가 평시 자사 원칙에 근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직원들은 그런 회사의 요청을 이해하기 힘들다 한다. 이후 자발적인 협조는 전혀 불가능 해 진다.

    일본기업에서는 현재와 같은 민감한 상황에 대해 자사가 가진 원칙을 정확하게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 그들을 먼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그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자사 직원들도 이해시킬 수 없는 원칙이나 메시지라면 외부의 어떤 이해관계자를 이해 시킬 수 있을 까 먼저 생각해 보자.

    셋째, 자사의 메시지는 통제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대부분 일본 기업들은 만약 기자들이 자사에 전화를 걸어와 현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하거나, 최근 사업 분위기, 본사의 입장이나 메시지 등에 대해 문의 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미 어떻게 답변해야 하겠다는 방향도 설정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사 현황과 본사의 입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준의 메시지들을 개발했을 것이다. 그에 대해 내부적으로 본사로부터도 컨펌 받았을 것이고, 해당 메시지 팩을 직원들과 대행사측과도 공유해 놓았을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메시지는 정확하게 관리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고, 끝까지 관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관련된 여러 케이스를 보아도, 현 상황에서 일본 기업의 메시지 한 줄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트리거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모든 메시지를 통제할 수 없다면, 자사로부터 나갈 수 있는 메시지라도 통제하자는 것이 이롭다.

    민감한 이슈와 위기 시에는 메시지는 물론 단어 하나와 표현 한 조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민족 감정 또는 국가 갈등과 관련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흔히 말하듯 오얏 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항상 기억하자.

    넷째, 창구는 통제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평시나 위기 시 공히 일원화되는 것이 당연하다. 평시 관리 통제되지 않는 창구가 위기 시에 관리 통제될 리는 없다. 그러나, 창구 일원화가 중요하고 지금이라도 창구는 필수적으로 일원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사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창구를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해서는 어떤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위기 시 대표이사의 말이 그대로 흘러 나가고, 임원들 각자의 생각이 여기 저기 퍼져 나가고, 일선 직원들은 각자 나름대로 여러 지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상상을 해 보자. 섬뜩하지 않은가?

    기자들로부터 오는 문의는 홍보실로 창구를 일원화한다. 이 원칙은 언제든 지켜져야 한다. 홍보실은 이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창구 일원화 원칙을 지속적으로 상하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전 직원이 백가쟁명 하는 회사 체계를 가져서는 안된다. 창구는 완벽하게 관리 통제하자.

    다섯째, 이해관계자 접점(Point of Connection)은 통제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해관계자 접점이라면 매장에서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는 매장 직원을 의미한다. 고객의 전화를 받아 이야기 나누는 고객상담센터 직원을 의미한다. A/S를 의뢰하러 센터를 방문하는 고객과 상담하는 A/S센터 직원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 상담하거나, 문의에 답글을 다는 담당 직원들을 의미한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일상적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모두 접점이다.

    이 접점들이야 말로 정확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이 접점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영향력은 대표이사가 일으킨 문제와 그 파괴력이 유사하다. 그 접점에서 자사 입장이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사를 포함한 자사 전반에 미치게 된다.

    일부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들은 현 상황에 대해 일본 기업의 이야기가 궁금할 수도 있다. 일부는 악의적으로 특정 업체를 찍어 공격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대응을 하는 자사 직원(접점)이 적절하지 않은 대응을 하거나, 문제가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바로 최악의 상황이 된다.

    어떻게 자사의 다양한 접점을 관리 통제할 수 있겠느냐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해야 한다. 하려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가이드를 내려주고 훈련을 시키고 관제를 해야 맞다. 그런 사전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아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통제할 수 있다 믿고 통제하려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 자사의 실행은 통제할 수 있다.

    대표이사가 결심해서 하지 말자 할 수 있는 실행들이 있을 것이다. 현 상황을 분석해 매일 보고 받고 있는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현 상황의 민감성을 그대로 이해한다. 하지만 내부 일선에서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피로감을 느끼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제안을 많이 할 것이다. 경영진은 그 하나 하나를 여러 각도로 들여다보아야 관리 통제할 수 있다.

    그 실행이 자칫 다른 여론의 관심을 끌지는 않을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상한 방향으로 현 상황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보수적인 시각으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와는 다른 실행 기준을 세워야 한다. 단순하게 재미있는 이벤트. 즐거운 프로모션. 눈길을 끌 수 있는 대형 행사와 프레스 대상 활동. 이런 모든 실행들을 정확하게 관리 통제해야 한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신제품 론칭 행사라던가, 예정되어 있던 대규모 프로모션을 최소하기도 했다. 예정된 사업 확장을 당분간 중지하기도 한다. 양국간 이루어지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조용히 치르려 노력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현 상황에서 자사의 실행을 관리 통제하려 하는 정무적인 노력이다. 스스로 하는 실행은 통제 가능한 것이다. 관리하고 통제하자.

    일곱째, 스스로의 피로감은 통제 할 수 있다

    현 반일 및 불매 이슈가 장기화될수록 일본 기업 내부에서는 지속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이제는 마케팅 활동을 개시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올라올 것이다. 보도자료나 기획기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보고가 올라올 것이다. 영업 프로모션을 지금 시작해도 올 해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내부 피로감과 실적에 대한 부담간 때문에 일부 기업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풀리면 먼저 치고 나가 평소와 같은 사업 활동을 하려 준비하고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상황에서 먼저 튀어 불행한 마지막 희생양이 된다 거나, 다시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사려 깊지 못한 기업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대표이사가 자신의 전략적 일관성을 스스로 관리 통제하는 것도 핵심 중 핵심이다. 대표이사가 피로감을 통제하지 못해 일희일비 하거나, 조급함을 토로하며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이슈가 완전하게 사라질 때까지 전략적 일관성을 보여주는 대표이사가 성공한 경영자라는 생각을 해 보자.

    이렇게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돌아보고, 제대로 관리하고 통제해 일관성 있게 대응 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고민해 보자. 무엇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든 해 보았으면 하는데. 이와 같은 관점은 조금 내려 놓자.

    대신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어떻게 하면 안되는 지에 대한 생각을 주로 해 보자. 조직을 스스로 민감하게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럴 때 일수록 원칙을 이야기하자. 창구를 일원화하고, 이해관계자 접점을 잘 관리해 유지하자. 실행에 있어 튀거나 흔들리거나 일희일비 하지 말자.

    해야 할 때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이사가 리드해서 피로감을 극복해 나가고 임직원들의 피로감을 해소시키는 방법을 고민하자. 이렇게 보면 자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오히려 산더미 같이 많아 보일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조용하게 로우 프로파일 하는 것. 몇 달 동안 참선에 침묵 수행을 하는 명승을 떠올려 보자. 그 명승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모든 것을 해 내고 그 대로 있는 것이다. 현 상황과 같은 민감한 이슈관리에 처한 일본기업들도 그런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 위기관리를 위한 메시지 전략?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 전략에 대해 평소 훈련을 좀 했으면 합니다.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항상 어떤 메시지로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대략적 메시지 전략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정해진 원칙이나 규정을 찾기 보다는 해당 위기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가 꼭 필요할 것인가를 먼저 주의 깊게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상황 기반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위기를 둘러싼 채 의견을 개진하는 이해관계자들 하나 하나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그와 관련해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찾는 작업이 가장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게 됩니다.

    그와 관련 해 몇 가지 전략적 기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기조는 잘못한 부분을 보다 정확하게 스스로 정의하라는 것입니다. 기업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정의해 커뮤니케이션 하면 초기 여론 부담은 상당부분 줄어 들게 됩니다. 이 부분이 부진하거나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 논란은 지속됩니다.

    둘째 기조는 문제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해결책과 개선책에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언론이나 반대 그룹들의 경우에는 문제와 책임을 중심으로 공격하고, 압력을 행사하려 할 것입니다. 그에 기업이 끌려 다니며 반복 해명에 사과를 거듭하게 되면 상황은 계속 악화될 것입니다. 그들이 문제와 책임을 이야기할 때마다, 기업은 해결책과 개선책을 중심으로 답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셋째 과거에 대한 이야기 보다 기업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야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왜 이 일을 방지하지 못했는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런 문제가 이어져 왔는가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과거의 것입니다. 기업은 이러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것들을 실행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입니다. 그 속안에 기업의 강한 의지가 포함되면 더욱 더 좋겠습니다.

    넷째 기조는 약속과 신뢰 그리고 리더십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뼈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누가 이야기하는가? 어떻게 하는가? 그리고 그 이야기가 믿을 만한 것인가? 이런 부분이 사실 메시지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신뢰 잃을 만한 언행을 한다 거나, 거짓말이나, 얕은 생각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업을 대표하는 VIP의 가시적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도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메시지는 곧 실행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위기 시에는 다양하고 많은 개선책을 쏟아내 놓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도 그 실행을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사한 위기와 문제들이 일정기간 후 반복되고 반복됩니다. 당연히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가지는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는 지속 하락하게 됩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더욱 더 어려워 지기만 합니다.

    여러 기업들이 위기관리라는 것을 하지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그들의 가장 공통된 문제와 유의점은 맨 마지막 기조입니다. 말씀하셨다면 꼭 실행하십시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곧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성패는 회자되는 일부 전략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기업의 신뢰수준에 주로 좌우된다는 사실을 명심 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일선에서 이상한 대응을 하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위기가 발생 해 전직원이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매장이나 영업직원들이 계속 고객이나 언론에 맞서 추가 이슈를 만들고 있어 골치가 아픕니다. 본사에서는 절대 언론이나 고객 대응 그리 하지 말라 하는데도 잘 따라주지를 않네요. 이걸 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는 일단 조직내에서 ‘통제’라는 개념이 정확하고 강력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대부분 지는 게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통제’ 개념은 ‘일사불란’이라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방향성과 대응 방식이 일선까지 디테일하게 일관성을 가지고 유지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당히 많은 기업이 본사 위기관리위원회와 일선대응라인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 때문에 고민을 합니다. 위기관리위원회 전략과 대응 지시를 정확하게 일선이 이해 해 이를 그대로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는 것입니다. 일부 상황에서는 위기관리위원회 전략과 지시사항이 실제 현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일선에서 하기도 합니다. 상호간 불협화음이 나는 것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은 통제되지 않는다’는 개념을 평시 반복적으로 기억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 조직은 통제 가능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 실제 위기 시 상당한 장애와 마주하게 됩니다. 실제 조직은 그리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일사불란 한 객체가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통제되지 않는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성공적 기업은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먼저 강화합니다. 위기 시 일선을 비롯 전직원이 지켜야 할 행동 가이드라인과 실행 원칙을 지속 강조합니다. 신속하라. 창구를 일원화하라. 사적개입 절대 하지 마라. 모든 직원이 공식 대변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신중하라. 허락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은 금하라. 선 공유하고 후 실행하라. 이런 다양한 원칙들을 반복 교육합니다.

    이런 단순 교육과 강조를 넘어 일선을 훈련시키기도 합니다. 다양한 위기 상황을 설정 해 이해관계자들과의 여러 상황을 평시 연출해 경험하게도 합니다. 일선의 여러 생각을 미리 듣고, 그를 시스템에 반영할 때도 있습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일선 직원들은 현실감과 실전적 대응 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질문 주신바와 같이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일선에서는 각자 사적 대응을 하고, 본사 위기관리 위원회의 공식적 방향성과 배치 또는 충돌되는 대응을 해 문제를 키운다면. 그 가장 큰 원인은 평시 교육과 훈련의 부재 또는 부실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직원들은 위기 시 사적 개입에 대한 유혹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욕구도 생깁니다. 공중의 비판이 억울해서 개인적으로 과격한 대응을 해서라도 한을 풀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눈 앞에서 과격한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나 일반인들에게 좀더 강한 대응을 하거나 현란하게 애드립 해 그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취재하러 오는 기자나 PD들을 어떻게 든 막아내고 취재를 방해해서라도 회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수룩해 보이는 기자에게 10년 경력의 자신이 허심탄회하게 상황을 설명해 오해를 풀겠다는 각오를 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일선의 본능적 생각과 움직임을 평시 가이드하고, 교육하고, 훈련하지 않는 본사에게 있습니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을 ‘통제’하는 노력을 평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선의 문제는 반복됩니다. 일선을 비판하기 전 본사의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얼마나 중요하게 일선을 교육 훈련했는지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알려지지 않아 억울합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최근 위기로 저희 직원들이 불철주야 위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잘 모르며 비판만 합니다. 전부 대응 해 제대로 처리 해주고 있는데, 자꾸 언론이나 온라인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지적을 합니다. 억울한데 원래 이런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좀 더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외국에서 사용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Crisis Communication)이라는 표현에서는 더욱 직접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한국적 생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한다’ ‘위기 시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 선별해 커뮤니케이션 한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하는 사과나 책임의 표현’ 또는 ‘위기 때 실행하는 입체적 언론관계’와 같은 아주 단편적이고 일방적 개념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개념입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 해당 기업이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이라고 종합하면 어떨까 합니다.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 의미를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먼저 해당 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 주체인 자사의 관점이 포함되게 됩니다.

    그 다음은 해당 위기를 어떻게 관리 하는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입니다. 자사가 어떻게 이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지, 관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위기관리 주체인 자사의 위기관리 원칙과 책임 그리고 노력이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당 위기를 앞으로 관리해 나갈 것인지, 재발이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개선안이나 재발방지 플랜이 주요 주제가 됩니다. 여기에는 위기관리 주체인 자사의 의지와 약속이 들어갑니다.

    질문 내용을 보면 회사에서는 위와 같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여러 대응을 하고 있음에도 외부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라는 말의 의미는 자사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관점의 차이가 되겠습니다.

    평소 회사에서는 어떤 중요한 이벤트나 정책이나 신제품 출시와 관해서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집중해서 커뮤니케이션 하곤 합니다. 타겟으로부터 최대한의 인지와 이해를 이끌어 내려 노력합니다. 그 초기 노력의 효과가 좋지 않다면, 두 세 번 다시 여러 다양한 채널과 메시지들을 투입해서라도 타겟의 관심을 좀 더 이끌어 내려 노력합니다. 이런 노력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노력과 그 노력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평소 집중 반복했던 그 만큼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당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지 열심히 설명하고 자주 업데이트 된 자료를 내고 있습니까?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된 위기관리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까? 광고, 기사, 인쇄물, 포스터, 레터, 이메일, 홈페이지 팝업 또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사가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고 있는지 만족스럽게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습니까?

    문제는 위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서 발생합니다. 위기란 것을 대부분 감추려 하고, 축소하려 하고,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을까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커뮤니케이션을 주저합니다. 당연히 외부에서는 회사가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사실까지 챙겨가며 이해해 주지는 않습니다.

    만약 자사가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하게 이해 받고 싶으시다면, 현재보다 10배~100배 더 활발히 커뮤니케이션 하십시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니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관점을 바꾸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103. 이번만 넘기자 하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임직원이 모여 앉으면 주어진 상황에 대해 여러 해석과 대응 아이디어가 나오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원칙이나 회사의 철학에 근거해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을 피력한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번 상황은 이런 이런 아이디어로 해결 할 수 있으니 너무 크게 일을 벌일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피력한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원칙과 철학을 따르자니 회사의 비용이나 부담이 크고, 아이디어로 해결해 버리자니 사후 후폭풍이나 비판이 두렵다. 적당한 중간 선에서 상황을 관리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묘안을 찾는다.

    이런 고민의 순간에 전문가들이 나선다. 법적으로 그렇게 큰 부담까지 감수해야 할 수준은 아니니 걱정 말라는 전문가 의견이 들려온다. 여러 케이스를 경험해 본 결과 이번과 같은 경우는 그냥 일부에서 이야기한 아이디어를 통해 상황을 넘기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의사결정자는 마음이 놓이기 시작한다.

    법적으로도 큰 문제 없고, 다른 케이스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니 그러면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렇게 해서 상황은 운이 좋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했던 그 생각이 ‘이번 상황이 넘어갔으니 끝난 것’이라는 마음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이번 상황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라는 지난 생각은 이번 상황만 별 문제 없이 처리되면, 그 후 좀더 시간을 가지고 해당 문제를 개선하고 재발 방지책을 함께 마련해 보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고통과 고민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런 생각은 눈 녹듯 사라진다. 언제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 대부분 잊어버린다.

    누군가 지난 문제를 언급하면서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한다는 비판이 돌아온다. 위기라는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자꾸 화제를 만들어 위기관리 타령을 하는가 하는 핀잔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번만 넘겨보자. 이번만 모면해 보자. 이번만 어떻게든 해 보자. 위기관리에 있어 이만큼 위험한 생각이 없다.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이번이 마지막인 듯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 전반에 있어 진정성이 드러나게 된다. 이번만 이번만 하는 생각이 기반이 되면 어떤 위기관리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된다.

    피해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번만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한다 상상해 보자. 심각한 사과문을 내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든’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상상해 보자. 엄청난 사고 재해 상황을 관리하면서 ‘이번만 좀 어떻게’라는 생각을 하는 위기관리 주체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

    모든 사람은 인간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일단 벗어나 보려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본능이다. 고통 속에서 그 고통을 진지하게 해석하고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일단은 벗어나고 보자 하는 본능이 기업 위기관리에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평소 원칙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든 의사결정자는 왜 양쪽의 이야기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마음이 흔들렸을까? 그 스스로도 자사의 원칙과 철학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그 기반에서 해당 상황과 위기의 핵심을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자가 평소 자사의 훌륭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면,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은 보다 쉬워진다. 어떻게든 이번만 넘겨보자는 의견을 들어도 고민 되지 않는다. 어떤 회사에서도 원칙과 철학이 ‘위기상황은 어떻게든 넘겨라’이야기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소비자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우리에게는 안전과 위생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직원의 행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다’’우리는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와 사랑 받는 회사가 되자’ 이런 기업의 생각이 위기를 관리한다. 그 속에 위기관리 해법이 들어 있다.

    위기상황은 기업이 평소 주창하던 원칙과 철학을 그대로 시험하는 순간이다. 그 회사가 소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실제 소비자 관련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안전과 위생을 중요한 가치라 해 왔던 기업에게 위생과 안전 논란이 발생되면 회사가 그 가치를 기반으로 위기를 관리하는지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겨보자는 이야기는 그런 원칙과 철학을 적용하는 중요한 기회를 넘겨보자는 이야기다. 위기관리를 하지 말자는 의미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 100편] 기록에 주의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에는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었다. 함께 일하는 직원도 미디어가 되었고, 회사에서 도움을 주는 기사나 비서도 이미 미디어다.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미디어고, 회식을 위해 들른 식당의 주인도 미디어다. 누군가가 어디에 서든 나를 지켜보고, 여러 개인 장비를 통해 나 또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록은 상당한 위험성을 지닌 위기 요소라 볼 수 있다. 물론 기존 회사가 자랑스러워하는 사규나 원칙, 미션, 비전, 밸류 같은 종류의 기록들은 위기관리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기록이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그 외 사적 내부적으로 간간히 공유되어 왔던 문제 소지가 있는 기록이다. 최근에는 그에 더해 제3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기록도 큰 위기 요소가 되어 버렸다.

    최근 가장 빈번하게 위기요소화 되는 기록은 위기 시 내부 보고 내용, 지시 사항 기록, 위기 대응을 위한 부서별 메신저 기록, 위기 대응 회의 회의록, 회의 당시 개인적 녹취 내용, 민감한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 문자, 통화 기록, 이메일, 내부 게시 내용들이다. 이에 더해 직원들의 블라인드 게시 내용과 같은 비공식적인 기록도 위기요소가 되었다.

    그로 인해 다양한 추가 위기가 발생되고 있는 데도, 많은 기업은 위기관리 체계 설계나 실제 대응을 하는 기간 동안 기록에 대한 주의를 크게 기울이지 않는다. 평시 같은 보고 체계와 방식을 고수한다. 각종 문서를 양산하고, 다양한 문자와 메신저를 주고받는다. 지시 사항을 신속하게 내부로 공유하기 위해 다시 취약한 채널과 기록을 이용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구두로 내리는 지시사항까지 녹취 당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런 환경을 접하고, 기록이 남는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려 한다. 위기대응 회의 시나 VIP 면담시에는 참석자의 휴대폰을 외부에 비치하게 한다. 위기관련 보고나 대응 회의 기록을 일체 남기지 않는다. 사후 기록이 남지 않는 특별한 메신저로 대응 지시하고, 일정 기간 후에는 기록 정리를 한다. 이런 세부 조치들로 최대한 기록으로 인한 추가적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다.

    물론 그런 고민과 체계의 적용은 그 자체로는 의미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그런 형식의 대증 치료나 예방 노력은 큰 효과를 거두기 까지는 어렵다. 기록은 아무리 통제해도 만들어 져 남는다. 그리고 사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기록은 어떤 방식으로 든 문제가 된다. 기업 차원에서 기록을 통제할 수 없고, 그 기록의 위해성을 완전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면, 좀 더 근본적인 위기관리 체계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일부 기업에서는 또 이렇게 답한다. 기록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기 대응 의사결정이나 실행 조직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부에서라 도 광범위하게 기록이 남는 것을 예방한다 한다. 최소 인력 몇 명만 제한적으로 공유하는 수준에서 위기를 관리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 위기가 발생되고,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문제를 만든다. 그런 최소 인력을 통한 위기대응 체계가 위기 시 부서별 사일로를 만들고, 대응을 위한 정보와 여러 자산 활용에 걸림돌이 된다. 누군가 무엇을 하는 것은 같은데, 확실하게 누가 무엇을 하는지 서로 알지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대응 방식은 기록을 해도 문제없을 내용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또한 원칙에 대한 주제다. 외부로 기록이 공개되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시에 고민해 구성한 의사결정 원칙을 위기 시 해당 상황에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 외 사적이거나, 비공식적인 위기관리 기법들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위기 시 자사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찾아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위기 시 자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볼 수 없는 일을 주로 하니 사후에 문제가 된다. 법을 지키는 것은 그 중 기본 중 기본이다. 비윤리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위기대응 방식은 사전에 거르는 체계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스스로 투명 해 져야만 최근 같은 투명한 사회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 스스로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명한 사회 속에서 튀며 문제가 된다. 스스로 불투명한 상태에서 겉모습이나 드러나는 방식만 바꾸어 보아도 자사의 불투명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록에 주의하라는 말은 기록 자체를 없애라는 의미라 기 보다는, 기록되어 문제될 일은 하지 말라는 의미다. 모든 것은 기록을 남기니까.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99.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사에게 평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자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자사를 출입하는 기자, 아주 충성도 높은 일부 고객, 직원과 직원 가족, 사업관계를 유지하는 거래처 및 협력업체 등 정도가 평시 자사에게 관심 가져주는 이해관계자일 것이다.

    반면,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해관계자의 수와 범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기업차원에서는 상당히 낯설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시간의 압박을 받아가며 대응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다.

    원칙을 가지고 여론을 폭 넓게 바라보려 해도,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여론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은 점점 더 강해진다. 어떤 대응을 결정해 실행하게 되면 지금의 성난 여론이 관리될 것인가도 궁금하다. 이번 대응이 효과가 없으면 그 다음엔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위기 시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평시 자사에게 향한 여론이‘주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비유하면, 이슈나 위기 시 여론은 자사에게 ‘객관식’ 질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평소 보다는 이슈나 위기 시 여론에 답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실하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또한, 기업 경영진 스스로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건강한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면, 그 객관식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이는 경영진이 여론을 그대로 느끼고 읽을 수 있는 역량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입장 바꾸어 생각하기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 등에 익숙한 경영진이 많다는 것은 큰 위기관리 자산이다.

    경영진이 자사에게 발생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하면, 몇가지로 정리된 여론 대응 선택지와 마주하게 된다. 선택지를 꼼꼼히 보면, 이상적 경영진의 눈에는 답이 쉽게 보인다. 그들에게 여론은 예측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결정이 향후 여론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까지도 미리 예측 가능하다.

    반면 여론이 계속 예측 불가능하게만 느껴지거나, 여론의 객관식 선택지를 보아도 영 결정이 어려운 경우는 기업 내 총체적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경영진이 여론을 해석하기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제대로 해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그 ‘무엇’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중대 변수다.

    예를 들어, 상당 수준의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제품 문제에 대해 경영진이 여론을 살펴보거나 예측해 보는 경우다. 의사결정그룹은 여론을 읽는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발적 리콜을 감수해야 한다는 초기 의견을 세운다.

    그러나, 중대 변수가 나타난다. 해당 제품 리콜을 결정하면 올 해 매출과 이익이 초토화되고, 그 여파가 수년을 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이사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갈수도 있다. 이런 중대 변수가 대두되면, 해당 경영진은 여론을 그대로 읽고 해석해 내기 어려워진다.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은 옆으로 치워진다. 리콜 대신 수면하에서 A/S를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그 것이 완벽한 소비자 보호 조치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여론 앞의 객관식 해답 찾기에 선택지가 더욱 더 늘어나는 형국이 된다.

    일부는 해당 제품 판매를 먼저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다. 일단 문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후 경영진은 제품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 몇몇을 잘 관리해 보자는 의견을 낸다. 그들에게 상당 수준의 대체제품을 지원해 불만을 관리해 보자는 것이다. 일부는 그와 함께 A/S를 시행하면, 추가 여론 확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처방을 낸다.

    경영진은 그렇게만 잘 되면, 올해 매출과 이익은 보장될 것이고, 대표이사 부담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공유한다. 경영진은 자신이 최선의 위기관리 방안을 찾았다 안도한다. 더 이상 여론 확산만 없게 만들면, 법이나 원칙에서 정한 소비자 보호라는 개념에 지나치게 부담 느낄 필요도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추가 문제가 없다면 그 기업에서는 이번 대응을 전략적으로 잘 한 위기관리라 부를 것이다. 반면, 이후 추가 문제가 더 불거지고, 내부 고발이 이어지고, 실제 소비자 피해가 가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그 기업은 재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론은 예측 가능하다. 단, 중대 변수들이 문제다. 중대 변수를 이기는 힘은 원칙에서 나온다. 그 때 그 때 여론을 읽고도 좌고우면 하는 이유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관리 실패는 그 때문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98. 원칙을 가지고 폭 넓게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회사의 임직원들은 자사에게 향한 공중의 여론을 읽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읽기 시작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평시에는 그 만큼 여론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임직원은 위기 시 여론을 읽기 위해 네이버 같은 포털을 찾는다. 일부에서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채널을 통해 여론을 읽는 방법이다. 네이버나 모니터링 시스템에 키워드를 쳐 넣는다. 자기 회사명, 이슈나 위기와 관련된 키워드를 쳐 넣고, 그와 관련된 기사, 대화, 게시물, 댓글을 읽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그렇게 찾아 얻은 키워드 여론(?)을 읽는다. 당연히 위기가 발생하면 그런 키워드 여론은 분량이나 심도에 있어 상당한 수준을 기록하게 마련이다. 일부에서는 그 키워드 여론 결과가 너무 많은 나머지 그 각각을 차근차근 읽고 해석하기 보다는, 숫자로 그 키워드 여론을 대신 해석한다. 부정기사 1200개. 중립기사 200개. 긍정기사 10개. 이런 식이다.

    어떤 기업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그렇게 읽는 반면, 다른 기업은 오프라인에서 주변인들의 조언을 주로 듣고 이를 여론으로 해석한다. 지인인 전직 고위관료나 정치인 또는 지인 여론지도층 인사의 의견을 들고 여론을 유추한다.

    다른 기업은 신문이나 TV에서 보도되는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언론이 곧 여론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기사나 보도 표현 한두개에 몰입한다. 불만족스러운 기사나 보도 내용에 관해서는 기자나 데스크에게 연락하고, 수정을 요청한다. 적극적 해명을 통해 여론을 순화시켜 보려 노력한다.

    또 어떤 기업은 투자자나 멘토들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 경영이 주요 투자자들과 멘토에 의지해 결정되는 곳일 경우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투자자들이 여럿 모여 여론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을 이야기한다. 멘토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여론을 기반으로 대표이사를 설득한다.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위기 시 여론을 읽는 것처럼 낯설고, 찜찜한 것이 없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언론, 지인, 투자자, 멘토, 직원들, 심지어 주변 가족의 반응까지도 각자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부정적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는 것은 같은데, 그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형태와 수준의 관리 활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감을 잡기는 더 어려워진다.

    간단해 보이는 대응 시점을 결정하는 것에도 혼란스러움은 마찬가지다. 언제 준비된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배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에서는 상당한 토론이 진행된다. 지금 상황이 사과문을 배포해서 관리될 수준인지, 아니면 좀더 강한 사과의 표시로 기자회견을 해서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을 찾기 어려워한다.

    더구나, 특정 방식으로 여론을 읽고, 그에 대해 대응을 결정한 뒤라 해도 내부 논란은 많다. 그렇게 까지 적극 사과를 하지 않아도 풀릴 수 있던 위기 아니었을까 하는 사후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해석된 여론을 읽고 사과를 해서 불필요하게 배상의 책임까지 떠안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당시에는 꼭 그래야만 될 것 같아 위기관리를 실행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위기관리 방식이 당시 상황에 적절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대로 당시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사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자성이 나오기도 한다.

    정리해 보면 정확한 사실은 딱 하나다. 여론은 하나가 아니다 라는 점. 여론은 원래 다양하고 또 그 속에서도 다채롭다. 채널별로도 그 수준과 깊이가 다르고, 여론을 해석하는 주체에 따라서도 변수는 더해진다. 기업이 위기 시 여론을 읽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절대 안된다면, 여론을 어떻게 해석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다양한 여론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사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대부분 여론을 다양하게 읽고서도 의사결정에 좌고우면 하는 이유는, 자사에 정확한 위기관리 원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말은 곧 그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 우리가 가장 큰 우선순위로 놓는 고객에 대한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고객 보호 원칙을 따라야 하는가? 고객의 여론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에게 어떤 원칙과 위기관리를 기대하고 있는가? 그런 기대 충족을 위해 우리는 어떤 대응을 해 고객 관련 원칙을 입증해야 하는가? 회사의 원칙만 정확하게 존재한다면 여론은 방향성과 솔루션을 제안하는 가치일 수 있다. 의사결정은 원칙만 있으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85. 가르쳤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위기관리를 주로 강의로 배우려 한다. 한 시간의 경영진 조찬 강의나 수백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통해 자사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해 보려 하는 거다. 물론 강의를 듣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강의만’ 들으며 실질적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가끔 교회나 절에 가 마음을 순화시키고,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자들 같다. 그런 순화(?) 의례가 일상화 정기화 되면 또 모르겠다.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탄탄해 보이는 믿음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기관리 강의는 그렇게 일상화나 정기화 되지도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성과 사랑은 해 보지 않은 채 처음부터 책만 보고 이러 쿵 저러 쿵 사랑을 배우고 해석 적용해 보는 아마추어를 그리 부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위기관리, 우리가 배운 위기관리라는 것도 마치 그런 스타일 아닐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과정은 실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하나 일 뿐이다. 배우고 이후 익힌다는 말의 의미가 합해져 학습(學習)이 된 것이다. 우리 기업에서는 실질적인 학(學)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더 중요한 습(習)의 기회를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위기관리 개념은 대략 “우리도 위기에 대비해야 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많은 기업의 실제 위기관리 사례를 강의에서 듣는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 역량이 느는 것은 아니다. 강사의 정리된 위기관리 인사이트를 열심히 받아 적고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에 대해 아예 강의 수준 조차도 진행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에는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실제 이미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을 위해 몇가지 조언을 해 본다.

    첫째, 정기적으로 이슈 트래킹 미팅을 가질 것. VIP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 상위 1%가 위기관리의 99%를 한다. 흔히 위기관리 강의를 일선직원을 대상으로 듣게 하는데, 위기관리 역량 강화 차원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대상이다. 실제 위기관리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지휘관이다. 전쟁을 모르거나 전투에 익숙하지 않는 지휘관들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매주 또는 매월 자사 관련 이슈들을 경영진이 함께 모여 들여다보는 미팅을 먼저 해보자.

    둘째, 경영진이 먼저 훈련 받을 것. 조찬강의나 인문학 차원의 위기관리 강의는 그만 듣자.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에 내 몰리게 되는지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다른 기업이 쉽게 관리한 것처럼 보이는 위기유형을 자사에 적용해 처음부터 실행해 보자. 경영진이 정확하게 훈련되어 있으면 초기 위기 대응은 훨씬 빨라지고 안정화된다.

    셋째. 훈련 받았으면 시뮬레이션을 해 볼 것. 훈련은 단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싸우는 방법을 일부 배운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유사한 스파링 파트너와 함께 실전을 치러 보는 것이다.  진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를 위해 실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가장 가까운 위기관리 경험을 제공한다. 시뮬레이션 해 보아야 자사의 취약성과 수준을 알 수 있다.

    넷째, 그 다음은 자사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개선할 것.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자사가 보유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취약하고 부족하고 유효하지 않은 지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개선을 전제로 하는 과정이다. 평시 위기관리 핵심은 개선이다. 개선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일선을 움직인다. 그 준비를 해야 한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투자할 것.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고, 위기 방지 및 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 모두에는 예산이 든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 만으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볼 수는 없다. 진짜 위기관리는 상황관리 부분에서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기하는 것이다. 예산은 그 변화의 리트머스다. 임직원들을 지속 훈련하고, 준비시키는 노력 자체도 예산이 기반이다.

    위기관리를 더 이상 강의로만 배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위기관리는 왜 그렇게 잘 안되느냐고 임직원들을 비판해서도 안된다. 더구나 위기관리 강의는 일선 직원들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대부분인 기업은 현 상황이 위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래야 위기는 관리할 수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71. 병 자랑하듯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는 말이 있다. 병이 들었을 때는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을 자꾸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하여 고칠 길을 물어보아야 좋은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말은 어느 정보 이해가 가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컨설팅이나 자문을 컨설팅사에게 요청할 때는 기업이 일종의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중 대부분은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서 어떤 형태로든 발생 가능한 위기를 좀 더 잘 관리하자 하는 광범위한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그 다른 일부는 특정 위기를 내심 예상하고 있는 경우다. 곧 다가올 위기를 빨리 대비하고 대응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경우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은 특정 컨설팅사와 NDA(비밀준수계약)를 맺고, 자신이 예상하는 위기와 그 배경을 같이 공유한다.

    이는 자신의 병을 주치의나 전문의에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치료나 수술 방법을 논의하는 것과 유사하다. 병을 ‘제한된 의사’에게 자랑하는 셈이다. 이는 일반적이며 합리적인 프로세스로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는 자신의 병을 ‘동네방네’ 자랑하는 경우다. 자사에게 발생될 위기나 이미 발생한 위기를 관리할 컨설팅사를 찾는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는 것이다. 평상시 같이 일반 대행사를 고용하듯 구매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거치는 기업들이다.

    위기관리 컨설팅사들에 대한 롱 리스트를 뽑고, 그들 하나 하나를 면접하고, 그 중 쇼트 리스트를 정리한다. 심지어 그들에게 현재 상황에서 어떤 위기관리가 가능할지 제안서를 요청한다. 연 이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최종적으로 함께 일할 위기관리 컨설팅사를 뽑는다.

    일단 이와 같은 경우 앞으로 발생할 위기에 대한 정보는 외부 유출에 있어 통제가 불가능 해 진다.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내용을 이미 인지하고 그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게 된다. 이로 인해 예상되던 위기의 본격적 발발 시점을 당기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위기 대비 대응 시점에도 큰 실기를 하게 된다. 위기관리에서 준비와 실행 타임라인이 매우 중요한데 이와 같이 장기간의 지루한 ‘병 자랑’은 해당 기업으로 하여금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대비와 준비 작업에 있어서도 일정한 물리적 시간과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 아침 뚝딱 이루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위기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병을 자랑해 해당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구매 프로세스의 준수와 예산의 절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가치들은 위기관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확한 가치가 아니다. 여기저기 새는 위기관련 정보들과 놓쳐버린 타이밍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감내하면서까지 꼭 챙겨야 하는 가치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해당 위기관리 컨설팅사가 정확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단박에 제시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컨설팅팀이 일정 시간을 집중해 관련 정보들을 해석하고, 시나리오와 대응안을 설계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며칠내에 이루어지는 인사이트나 아이디어 중심의 위기관리 제안은 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위험한 피상적 제안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예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 컨설팅 예산을 싸게 부른 컨설팅사가 상대적으로 피(fee)가 비싼 컨설팅사가 제공하는 가치에 버금가는 결과를 내 놓으리라는 법은 없다. 예산이 보기에 합리적이라고 컨설턴트들이나 결과가 분명 합리적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극소수 신뢰할 만한 위기관리 컨설팅사와 일한다. 물론 평시부터 위기관리 컨설팅사와 지속적으로 케이스들을 공유하고 상시적으로 자문을 받아 협력 체계를 만들어 놓는다. 미리 필요한 진단과 훈련과 매뉴얼과 시뮬레이션 작업을 함께 하기도 한다.

    병을 자랑하라는 이유는 자신의 병에 좋은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병이 매우 수치스럽거나 인식적으로 좋지 않은 것이라면 병에 대한 자랑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또한 그 자랑의 대상이 치료 방법을 제공하지 못할 대상이거나, 더 큰 병을 선물 할 대상이라면 병 자랑은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대상과 은밀하게 병을 제대로 치료하는 노력만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