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법적 분쟁·수사

  • 위기는 항상 유사하다. 기업이나 조직도 서로 그렇다.

    Bhopal gas tragedy 1984 [유투브 동영상]

    보팔 가스 사고(Bhopal disaster)는 1984년 12월 2일에서 3일 사이에 인도 보팔에서 화학약품 제조회사인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유니언 카바이드(다우케미컬이 인수)의 현지 화학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이다. 이 사고는 농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42톤의 아이소사이안화메틸(MIC)이라는 유독가스가 누출되면서 시작되었다. 사고가 발생된 지 2시간 동안에 저장 탱크로부터 유독가스 8만 파운드(36톤 상당)가 노출되었다. 아직까지 공장을 관리하던 유니온카바이드사의 책임 문제나 소송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위키피디아]

    최근 구미지역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 사고를 보면 1984년도 인도에서와 유사한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아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주목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28일 시민과 구미소방서 등에 따르면 119소방대는 사고 당시 불산 중화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물만 뿌려 희석시키는 데 그쳤다. 맹독성 화학물질인 불산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소석회 등을 뿌려야하지만 이를 구하지 못한 것. 이후 구미시가 사고 발생 2시간20여분 만인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소석회 14포대를 확보했으나 교통통제로 현장에 공급하지 못했다. [영남일보]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위해가스를 관리하는데 있어 둔감했다.

    1. 불산가스를 중화시킬 만한 소석회를 공장내에 적절하게 배치 관리하지 않았다.

    2. 소방대는 일단 소석회 대신 물을 뿌려 희석 시켰다.

    3. 시간이 흐른뒤 구미시는 소석회 14포대를 확보 했다.

    4. 하지만, 교통통제로 인해 현장에는 공급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들이 ‘준비하지 않아’ 발생한 상황들이다. 예상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방지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초기에 관리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통합적으로 시뮬레이션 해 보고 현실적인 제약들을 감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아무도 그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1984년 유니언카바이드도 그랬었다.

    1. 당시 아무런 사이렌이나 경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입과 코, 폐를 찌르는 듯한 고통 때문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2. 참사가 일어난 날 밤에 어떠한 안전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3. 유니언 카바이드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유해한 시설을 설치해두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설계방식을 도입했으며, 치명적인 메틸이소시안염을 안전한 시설에 보관하지 않았고, 안전 체계를 방치했으며, 안전관리 직원 숫자와 교육을 줄였습니다.

    4. 유니언 카바이드와 현 소유주인 다우 케미컬은 그들의 책임을 부인하며, 이름 모를 근로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6. 다우-카바이드는 자신이 배출한 가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인 정보를 공개하여 의료진이 희생자를 살리게 해야함에도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7. 유니언 카바이드는 인도를 떠나며 보팔의 공장을 방치했습니다. 그 결과 버려진 수천 톤의 유해한 화학물질이 20년이 지난 아직도 주민들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다우-카바이드는 여전히 오염 정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8. 유니언 카바이드는 이러한 대재앙을 유발한 이유로 기소되었지만, 인도 법정에 서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니언 카바이드는 인도 법령에 의해 국제적으로 수배중인 도망자입니다.

    [Source: 네이버 오픈백과]

    위기는 항상 유사하다.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도 서로 유사하다.

  • 기업정보보안 위기, 한국에서 진정한 위기가 될 수 있을까?

    얼마전 KT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또 발생헀다. 반복적인 사례로 부터 얻는 반복적인 생각을 예전 포스팅을 끌어와 다시 정리 한다.

    최근 들어 기업정보보안 전문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몇몇 대기업 CISO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 해 몇 가지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본다.

    과연 Corporate Korea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는 진정한 위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모르겠다’ 또는 ‘다른 기업 위기류처럼 진정한 위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1. 기업 위기라는 것이 내부적으로 공통된 정의(definition)을 전제로 하는데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이 전제가 아직은 미비하다.

    기업정보보안을 IT팀 또는 정보보안팀의 소관일 ‘뿐’이라는 뿌리 깊은 전제가 존재한다. 이는 Bad Press가 홍보팀의 소관일 ‘뿐’ 나의 이슈나 전사적인 이슈는 아니다라는 오래된 전제와 유사하다.

    2. 정보보안에 대한 내부 구성원, 특히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CEO 또는 C-suite의 이해와 경험이 상당히 희박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CEO와 C-suite이 알아야 위기를 관리하는 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CISO/CIO의 의견과 평가가 곧 초기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크로스체킹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하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어프로치를 리드하진 않는다.

    3. 평소 거의 모든 CISO/CIO는 자사의 기업정보보안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100%에 가까운 보안 개런티를 견지한다.

    물론 그분들이 제시하는 개런티의 이유는 합리적이고 구조적이다. 문제는 이런 개런티 마인드와 스페셜티 업무 기조가 평소 진단과 실제적인 보안 평가를 일부 형식화하거나 어렵게 한다. 이는 평시 국방부 및 군에 대한 제3자들의 평가를 경계하는 모습과 같다.

    4.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전사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많고, CISO/CIO에 대한 문제 지적은 제한될 가능성이 많다.

    일단 정보보안위기가 발생하면 그 원인이 평소 기업정보보안 시스템의 문제로 내부에서 규정되는 경우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2번의 이유와도 연결되는 데 “이번 위기는 우리의 완전에 가까운 기업정보보안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인 해킹과 시스템 이외의 부분에서 방어 실패의 원인이 있었다”라는 자기합리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기업정보보안 위기의 실패 사례들을 보면 위기발생 이후의 늦장대응, 상황파악 미비, 거짓말, 커뮤니케이션 데드라인 관리 부실,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 실패, 기타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직원관리부실, 거래처관리 부실, 사내의사결정그룹의 무능함, 전사적인 비밀주의,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공조부실 등등에서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정보보안 위기를 CISO/CIO의 영역이 아니라 전사적 위기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최근 빈번한 기업정보보안 위기의 반복으로 일개 기업의 단독책임 여부에 대한 규명이 이미 힘들어졌다.

    기업들이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하여 실패를 두려워하는 ‘실질적’ 부분은 일단 두 가지 영역이 아닐까 한다. 기업 경영진의 보호와 집단소송에서의 생존.

    앞의 기업 경영진의 보호장치는 일단 평소 진행해 왔던 기업정보보안 시스템 대비 기록들이 존재하고, 기업정보보안 위기발생시 적절한 CEO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의 범위를 제한하는 전례를 보여주고 있다.

    남은 문제는 집단소송에 대한 것인데 이 부분은 해당 기업의 단독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들의 극히 드물어 기업에게 치명적 판결로 이어지기는 힘들지 않나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실제 판례들이 나오면 의견이 변경될 수 있겠다)

    또한 이 소송 대응 부분은 기업 내에서 법무팀과 로펌의 책임소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내부 평가/환경 때문에 기업정보보안이 기업에게 치명적인 위기로 해석될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이다.

    난감하고 시끄럽기는 해도 기업에게 별반 피부에 와 닿는 피해를 가져오지 못하면 기업 위기로 정의 되지 않는 Corporate Korea의 위기관(危機觀)이 이 기업정보보안 위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한다.

    [추가]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1천32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 운영업체 넥슨에 대해 최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검찰 스스로 “최고수준의 보안장치를 가동하더라도 해커의 침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어느 정도 수준의 예방 조치가 적절한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檢, 1천320만명 정보유출 넥슨 무혐의 [2012-08-03]] 언급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검찰측에서도 처벌 의지가 없다. 결국 고객정보보안 관련 사건은 아직까지 심각한 기업 위기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P.S. 이 의견은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과 입장이 아니라, 기업위기관리시스템적인 시각과 입장에 근거합니다. 세부적인 기업정보보안 관련 논의는 아님을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들에 대하여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시나리오가 핵심이다. 잘 짜인 현실적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 이후에도 상당한 위기대응 체계로 남는다. 필자의 경험상 심도 있게 많은 스터디와 조사를 거쳐 개발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가 시뮬레이션 후 몇 달이나 몇 년 내 똑같은 실제 위기로 발생되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클라이언트사 입장에서는 섬뜩한 일이 되겠지만, 일단 해당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기 때문에 그 클라이언트사는 좀 더 나은 대응과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데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는 현실성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한다. ‘OO년 OO일 OO시 경기도 모처에…’라는 시나리오보다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오전 7시 28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제 2공장에서…’라는 표현이 더 낫다. 사건사고를 비롯해 시뮬레이션에서 서술되는 모든 상황들은 실제 발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사건이나 사고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기술적 과학적 상황적인 사전 스터디가 충분해야 한다. 이런 시나리오는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면서 관련 전문가나 사내외 전담 실무자들에게 리뷰를 받기도 한다. 그들 대부분이 ‘발생가능성은 낮지만 논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절대 발생하면 안되지만 말입니다’라는 조언을 끌어 낼 수 있는 현실성이면 된다.

    둘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첫 번째 시나리오부터 마지막 시나리오까지 완전하게 선후 및 인과관계가 확보되어야 한다. 어느 한 시나리오도 홀로 동떨어져 존재하면 안 된다. 마치 일일 연속극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져야 한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들 각자의 상황해석과 입장 정리부분들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전 준비를 하면서 이해관계자 역할을 담당한 컨설턴트들은 각자에게 맡겨진 이해관계자의 시각으로 완전하게 빙의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시나리오 각부분과 단계에 있어 확실한 이해관계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돌발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가능 한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초기 시나리오에 ‘공정위가 A사와 B사간 가격담합에 혐의를 두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상황이 하달되면 대부분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자신들의 실제 원칙에 기반 해 ‘우리회사는 가격담합등에 관련한 어떠한 불법적인 행위를 한적이 없으며, 공정거래관련 법률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설정하기 마련이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은 불확실성과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한까지 경험하게 된다. 어느 하나도 정확한 것이 없게 느껴지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악으로 치닿는 상황전개들과 예상못했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변화들이 구성원들을 괴롭힌다. 이를 견뎌내는 것 또한 시뮬레이션의 목적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는 추후 시나리오를 통해 이런 최초 위기관리 위원회 포지션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 상황을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가 가격담합의 증거로 A사와 B사 영업임원 및 팀장들간에 오고 간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증거들을 입수했다고 알려졌다’는 상황이 더해지는 것이다. 분명히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위원회는 최초 입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새로운 상황변화에 따른 해당사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수정 요구해 오게 된다.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 후 새로운 시나리오가 또 더해진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최대경쟁사인 B사가 내부적으로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져다. B사는 A사와의 가격담합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들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 등을 면제받으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새로운 상황이 주어진다. 위기관리 위원회는 더욱 더 큰 압력을 받게 된다.

    이후 추가되는 시나리오에는 또 이에 더해 ‘내부고발자’를 등장 시키기도 한다. 더 새로운 돌발이슈를 제시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하나의 상황을 하나의 입장으로 간단히 마무리하게 하지 않는데 키가 있다. 위기관리 위원회 스스로 입장을 정리할 때 여러 가능성들을 시나리오별로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대응 준비하게 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나리오는 지속적으로 압력을 상승(escalating)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시나리오는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좋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 다다른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을 제시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전략적 대응이 있었음에도 회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결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 닿게 되는 일시 ‘좌절감’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시뮬레이션 진행에 있어 적절한 압력을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제공하면서 주목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가능한 메인 컨설턴트가 전략적으로 판단해 모든 문제가 풀리면서 마무리 짓도록 하는 게 좋다. 하루 종일 함께 고민했던 공정위 관련 이슈들과 노조파업관련 이슈들, 블랙컨슈머의 블랙메일(협박)등의 어지럽고 복잡한 이슈들이 최종단계에 가서는 공정위로부터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아내고, 노조파업이 최종 타결 되고, 악성 블랙컨슈머가 경찰에 검거되는 상황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좋다. 이는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성취감을 제공하기 위한 전술적 장치가 되겠다.

    이 모든 시나리오들은 클라이언트사 실무 담당자에게만 리뷰 및 공유되고 시뮬레이션 이전에는 절대 다른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공유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은 모든 시나리오에 따른 다양한 입장들을 사전에 정리하고 다른 컨설턴트들과 공유해 통합적인 외부 이해관계자관을 구성한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된 이해관계자들과 전혀 준비되지 않은 위기관리 위원회간의 전투를 상상해 보라. 얼핏 보면 백전백패일 것으로 예상되는 위기관리 위원회도 실제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기업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힘과 위기관리 위원회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의 오전 진행 방식에 대하여’을 다루겠습니다.

  •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문제

    삼성은 휴대전화 관련 부서 직원의 건물 출입 기록을 요청받자, PC 교체작업을 수행한 직원의 이름을 삭제해 제출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삼성은 외부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둔 사전 시나리오에 따라 조사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번 조사 방해 이후 ‘비상 상황 대응 관련 지침’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침에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바리케이드 설치 내용까지 담겼다. 공정위는 또 “삼성 내부적으로 비상 상황에 대응을 잘했다는 칭찬이 회의 중 나오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삼성그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와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가 중요한 이유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그 자체가 기업 스스로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해당 위기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외부 이해관계자와 해당 기업이 함께 성공이라 판단하는 위기관리가 진정하게 성공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과 해당 기업이 각기 다른 위기에 대한 정의를 보유하고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이해관계자들과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공유된 평가체계를 가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해관계자들이 ‘문제 있다’ 평가하는 기업의 대응이 내부에서는 ‘잘했다’로 평가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라던가 기업의 사회성 등은 평가들은 상당부분 생략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기업들이 평시에는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하고 상호 배려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과 성패기준을 지키는 것은 분명 문제라는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 그것이 성공하는 위기관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믿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조직이라는 것이 그럴 수 밖에 더 있느냐 하는 합리화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조금만 더 그랬으면 한다…

  • CEO가라사대….로 보는 기업 위기 관리 수준 진단

    재미로 보는 감별법입니다. 현장에서 자주 들었던 실제 말씀들을 단순하게 분류해 모아 놓은 것입니다.
    절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간편하게 확인 할 수 있는 기업 위기관리 수준 감별법

    위기관리 수준에 따라 CEO들은 위기발생 직후 이런 말씀들을 하곤 하신다…

    위기관리 수준 상급 레벨

    1. 위기관리팀 빨리 모이라고 해야지 그럼?
    2. 김상무, 우리 위기관리 카운슬도 좀 들어오라고 하지
    3. (CEO 출장 중 위기 발생) 저는 우리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을 존중합니다. 최선의 방안이라면 일단 진행하세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4. 필요한 부분들을 말하세요. 필요하다면 가능한 다 지원해 줍니다. 어떻해서든 대응해야죠.
    5. 제가 기자들 앞에 서겠습니다. 시간을 잡아주세요.
    6. 소비자가 그렇게 본다는 데 우리가 어쩔까? 인정할 부분은 우리가 인정해야지…
    7. 내가 기자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지? 홍보실하고 위기관리 카운슬을 좀 내 방으로 오라고 해줘요.
    8. 홍보, 기획, 대관, 재무, 인사, 영업, 마케팅…오케이. 그리고 화상회의 연결했나? 로펌하고 위기관리 카운슬? 오케이. 자 시작합시다.
    9. 자, 빨리 빨리 대응합시다.
    10. 계속 연락해줘요. 제가 새벽이라도 전화 받습니다.
    11. 다들 고생했습니다. 잘 했습니다.
    12. 이번 위기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스템을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 보고 하도록 해요.

    위기관리 수준 중급 레벨

    1. 지금 어떤팀이 상황관리를 하고 있나?
    2. 왜 이런 부분 보고가 안 올라오고 있지? 이 부서는 뭐하는거야?
    3. 우리가 지점 직원들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준 적이 있나? 우리 잘 못이지…
    4. 매뉴얼에 문제가 있구나…
    5. 왜 김상무는 자리에 없어? 지금 뭐하고 있는데?
    6. 언론쪽을 좀 커버 할 수 없어? 기사를 빼라는 건 아닌데…그쪽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잖아?
    7. 공정위에는 누가 좀 들어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8. 이번 기회에 털기에는 약간 부담이 좀 있고…어떤 다른 차선책이 없을까?
    9. 지금 이 로펌은 내가 보기에는 능력이 없어보여. 다른 로펌을 빨리 좀 찾아보도록 해요.
    10. 위기관리 자문 해 주는 회사가 있어? 빨리 컨택해 봐. 한번 회사로 들어와 보라고 하지?
    11. 일단 내가 외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일단 상황이 크게 문제가 되면 문자를 주도록 해요.
    12. 잘 했어 잘했어. 그만하면 이정도 준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거네. 이제부터 시스템을 좀 만들어 보자구.

    위기관리 수준 하급 레벨

    1. 난장판에 오합지졸이구먼..
    2. 이 XXX 같은 XX들….(언론, 불만고객, 검찰, 정부, NGO, 직원, 노조 등등의 대상에게 붙이는 표현).
    3.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4. 왜 다들 손발들이 안맞아? 서로 지금 다들 뭐하는지는 알아?
    5. 마케팅에서는 다 끝난 이슈라던데? 당신네는 또 아직까지 난리야?
    6. 다 가만히 있어….전에 검찰총장 지낸 내 친구에게 한번 전화를 넣어 볼테니.
    7. 홍보팀에서 그런 기사는 좀 빼야하는거 아냐?
    8. (위기 발생 이 후) 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9. 나쁜 이야기는 나에게 보고하지도 마. 일선에서 알아서 처리하고 결과만 내게 이야기 해.
    10. 이거 누가 책임질꺼야?
    11. 소송해
    12. 가만있어. 잦아 들때까지…

    자가 진단 리스트 다운로드

    1577145340.pdf

  • 위기시 로펌과 일하기

    위기 시 클라이언트들께서는 거의 대부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과 로펌을 함께 불러 대응책을 논의하시고 조언을 청취하시는 게 일반적이다. 여러 로펌들과 함께 클라이언트 이슈를 함께 바라보면서 일을 해 보면 항상 로펌측과 부딪히는 포지션들이 생기곤 한다.

    물론 각 변호사와 상황과 이슈에 다라 다른 부분들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상 충돌되었던 공통적 부분들을 정리해 본다.

    1. 로펌은 해당 이슈에 대해 선제적 커뮤니케이션이나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라 종종 조언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펌에서는 위기 시 ‘노코멘트는 곧 코멘트’라 칭하면서 가능한 해당 기업이 해야 할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전달하자 하곤 하지만, 로펌들은 대부분 ‘도망치고, 그 이후에는 부정하라’는 조크처럼 가만히 있는 게 전반적인 위기관리에 도움이 된다 보는 듯 하다.

    2. 로펌, 더욱 정확하게 말해 담당 변호사들은 직접 외부로 나서기를 꺼린다. 대변인 역할을 의뢰하면 더더욱 난감해 한다. 연예인들이나 개인 소송 등에 있어 대외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해달라 의뢰인들이 요청하면 대부분 로펌들은 고사한다. 이를 잘해주는(?) 변호사들이 일부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가 되겠다.

    3. 로펌은 법정에서의 승리 및 정상참작을 통한 감형에 중점을 두지만, 여론에 대한 고려 비중은 그리 균형적이지 않아 보인다. 사실 그 부분을 로펌이 깊이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계약서에 쓰여진 대로만 일하면 되는 법.

    4. 그러나 일부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들은 자신이 경험한 언론관계 (검찰 재직 시절, 법조출입기자들과의 밀땅 경험)를 기반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석하거나 적용하려 한다. 일부는 방통위 재직/자문경험 등을 가지고 여론관리 전문가라 생각한다.

    5. 로펌의 변호사분들은 기업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계 및 입장들에 대한 통합적인 부분에는 사실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세부 시각을 가질 이유가 없다. 계약서에 명기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

    6. 로펌 변호사들은 안전함을 주로 추구한다. 어찌 보면 전문업무 성격상 당연하다. 위기 시 risk taking이라는 부분에서 협상의 여지가 적다는 게 문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risk를 감수하고 베팅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를 상당히 거북해 한다. 특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많이 갈등을 겪는 이유다.

    7. 대부분 로펌의 변호사들은 기업 오너 및 CEO의 신뢰를 기반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따라서 그들 대부분의 포지션과 메시지들은 오너 및 CEO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이 부분은 위기 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에 있어 상당히 큰 장애물이 되곤 한다. 순수 내부의 시각과 의중이 대부분 여과 없이 또는 안전성을 가미했다는 이유로 실제 실행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로펌이 과연 여론 측면에서 devil’s advocate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까는 의문이었다.

    이상은 로펌들과의 위기관리 협업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이다. 어느 로펌이나 변호사분들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다. 단, 클라이언트들께서 위기 시 의사결정을 하실 때 좀더 균형 있는 시각과 큰 관점의 높이를 가지셔야 한다는 부분을 말하고 싶다. 하나 확실한 것은 로펌과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펌이 이음새 없이(seamless) 협업을 해 지원하게 되면 해당 클라이언트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이다.

  • 회장님의 경찰/검찰 출두 위기 관리 가이드라인

    일반적으로 기업 회장님들이 경찰이나 검찰 출두 하실 때 참고하실 만한(?) 가이드라인을 한번 리스팅 해 본다. (일부는 약간 시니컬 하니 참고)

    1. 고용 가능한 최고의 로펌을 고용하라. (일단 비싼 로펌을 골라라)
    2. 전략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빨리 세워 시나리오 대로 관리 가능한 위기관리 컨설팅사를 고용하라
    3. 일반 홍보대행사 말고 검/경찰 출입 기자단과 잘 통할 수 있는 실행 대행사를 고용하라
    4. 가능한 다양한 여러 빨대를 꼽아라 ==> 법조브로커들 중 많은 수가 부정확한 정보를 딜리버리하고, 소설을 쓴다. 극히 주의해야 한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정확한 라인은 검찰 차부장들과 대면하는 법조기자들을 통해 전해 듣는 첩보.
    5. 홍보부문을 현장에 항상 파견하고, 기간 동안 대기 활동하게 하라
    6. 경검찰 관계자들을 화나게 하거나 부담스럽게는 하지 말아라
    7. 과도한 대경찰, 대검찰 언론 플레이도 삼가라. 단. 플레이를 해야 한다면 사전에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해 공손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라
    8. 지속적으로 경/검찰측과 커뮤니케이션 하라
    9. 일단 시간을 끌어라 (꼭 변호사와 상담 후)
    10. 일단 VIP를 입원시키라. 평소 지병이 있었다면 더욱 좋다. 그 지병을 확대 강화 강조하라
    11. 입원을 위해 환자와 증상에 대해 확실하게 보안을 지켜 줄 병원을 평소 선정 관리 해 놓아라
    12. 출두 일정을 고민해서 네고하라. 국내외 큰일이 있는 날로 가능한 골라라
    13. 출두 일정과 모든 사항들을 감안해 변호사와 위기관리 컨설팅 그룹이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고 그에 따라 통합적으로 움직여라
    14. 출두일정이 확정되기 전에 홍보실과 실행 대행사를 통해 출두 장면 취재 협조를 얻어라
    15. 협의 해 포토라인을 설정하라
    16. 포토라인을 지켜주면 가능한 정확하게 정해진 자리에 서서 단 한두 마디라도 하고 들어가시게 가이드하라
    17. 미리 기자들과 협의 해 질문과 답변 수준을 정리하라
    18. 출두 중 몸싸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준비를 하라. VIP의 출두 모습이 흉하게 비추어 지면 진거다
    19. VIP의 연세를 감안하고 가능한 ‘단정한 약자’로 코스프레 하라 – 각종 도구 및 복장 활용하라
    20. 단, 젊은 VIP는 가능한 소박 단정 한 양복 복장으로 출두하되 넥타이는 풀고, 표정은 담담하게 지어라
    21. 출두 시 자동차는 가능한 소박한 것으로 타라 – 평소 타던 마이바흐나 초대형 LUV는 집에 두라
    22. VIP의 폭행 관련 된 조사 시에는 가능한 단촐 하게 출두하라. 자칫 직원들을 여럿 동반하고 들어가면 조폭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니 삼가라
    23. 뒷문이나 다른 출구 등을 통해 숨어 다니지 말아라
    24. VIP가 출두하신 뒤 바로 조사관과 조우하지 않도록 배려하라. 가능한 내부 고위급 지인의 사무실에서 차한잔 하시고 직접 그 고위급 인사가 VIP를 조사관에게 인계하도록 디자인 하라
    25. VIP께서 조사받으실 때는 가능한 공손하시라고 조언하라 (조사 장소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습관을 들여라. 그 사람이 PC 수리공이라도…)
    26. 답변을 할 때에는 변호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사에서 제안하고 연습한대로 최대한 따라 정확하게 이야기하라
    27. 연세 많으신 VIP의 경우에는 너무 세세하게 기억해 답변 하려 하시지 말라 (변호사와 협의)
    28. 장시간 조사 후 돌아가실 때에는 사전에 옷매무새와 헤어 스타일링을 해서 피곤하거나 수척해 진 모습을 가능한 커버하라
    29. 조사 후 상황이 안 좋아 지면 가능한 재 출두 일정을 미루면서 (변호사와 협의) 여론을 살펴라. 기억하라. 이슈는 진행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대중의 관심은 준다. 최소한 다른 중요한 이슈에 희석도 가능하다
    30.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해법을 빨리 내 놓아라
    31. 연로하신 현직 VIP에게는 ‘경영 일선 퇴진’이 활용 가능한 가장 큰 무기다. 이 무기를 가지고 가능한 네고하라
    32. 경영 일선 퇴진을 발표할 때는 가능한 하이프로파일로 하라
    33. 경영 일선 퇴진을 통해 이미 예정된 2세 또는 3세 경영 시대를 앞당겨라
    34. 하지만, 하이프로파일 메시지로는 ‘전문경영인 체제’ 또는 ‘집단경영체제’로 전달하라
    35. 최종판결이 나면 가능한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하라. 이게 가장 이슈를 빨리 종결할 수 있는 전략이다
    36. 여러 관계 형성 이벤트(!)에 인색하지 말아라
    37. 일단 돈은 아끼지 마라. 비싼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다
    38. VIP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라
    39. 정확하게 경/검 조사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어라. 단어에 대한 이해. 법적인 규정에 대한 이해 필수.

    [이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 될 예정임]

  • 각양 각색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필수!

    위기관리 시스템 측면에서 국내주재 외국기업들은 시스템의 기본 밑그림을 본사로부터 부여 받을 뿐 아니라, 트레이닝까지 받기 때문에 일반 국내 기업보다는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 아직 많은 국내 기업들은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현실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아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는 외국기업들에 비해 숙제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기업들은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접근에 있어 그 경험과 커넥션이 일반 국내기업들 보다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들 중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가 언론과 정부관계다. 이 부분은 반대로 국내기업들이 상당 기간 동안 경험과 투자를 통해 일구어 놓은 분야라 그들에게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또, 국내 기업들은 모든 의사결정이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 외국기업들은 외국어로 상황분석, 의사결정, 커뮤니케이션 메시징 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 대부분을 이런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소비한다. 시스템이 있어도 그 시스템이 운용되는 데 있어 현실적 장애물이 ‘언어와 의사결정그룹과의 물리적 거리(시차 포함)’라는 데 이견이 있는 외국기업 인하우스들은 없어 보인다.

    일반 국내기업들의 경우에도 단지 한국어를 함께 말한다고 해서 빠른 의사결정이 담보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상황파악과 분석, 의사결정그룹의 소집, 토론과 의사결정, 보고라인의 통합 등 여러 시스템적 요소들이 듬성 듬성 빠져있거나, 실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경험이 부족해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들로 시간을 대부분 허비한다는 게 문제다.

    시스템은 보유하고 있지만, 실행력에 있어 일부 한계를 가지는 외국기업들의 위기관리 시스템. 실행력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유리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실행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게 만드는 체계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국내기업. 둘 다 나름대로의 아쉬움과 한계를 보여준다.

    외국기업들에게 가장 위협적이고, 관리하기 힘든 위기 유형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본사 비즈니스의 부실. 국내 사업 부문의 부실 이슈
    • M&A관련 이슈 또는 한국 BU의 매각, 철수 이슈
    • 본사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 및 비판 (유상감자, 고액의 로열티, 투자금 대비 초대형 이익 구현 이슈등)
    • 본사의 감사로 인한 한국 경영진의 경질, 고발 이슈
    • 한국 정부 규제기관과의 갈등, 조사, 압수, 고발, 과징금, 소송 이슈
    • 부정적인 국내 언론으로부터의 악의적 공격 (장기간 또는 정기적 이슈화)

    국내기업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유형들이 가장 골치 아픈 유형들이 아닐까 한다.

    • 내부고발 (법무담당, 홍보담당, 영업담당, 재무담당, IT담당 임직원들의 양심선언 이슈들)
    • 오너 및 CEO 관련 이슈들 (고발, 소송, 조사, 과징금, 폭행, 구속, 탈세, 개인 해프닝등)
    • 불법적인 활동 관련 이슈들 (기업 탈세, 분식회계, 불공정거래, 법규위반, 상속 이슈 등)
    • 제품 또는 서비스 품질 관련 이슈들 (이물질, 서비스 품질 문제, 소비자 고발 등)
    • 정부 규제기관 또는 정치권과의 갈등 (규제 이슈, 정치권 압력 등 중심)
    • 대규모 고객정보유출 관련 이슈들

    이들 중 한가지 유형만 해도 상당히 관리하기 어려운 이슈들인데,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이상의 유형들이 혼합된 위기 케이스의 경우에는 기업들이 관리에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흔하다.

    일부 인하우스들은 ‘이런 심각한 위기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으로 관리 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한다.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홀로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관리 실행과 함께 오는 것이며, 위기 시 기업이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준비되고, 전략적으로 실행 되야 하는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 오너와 관련된 탈세 이슈 그리고 국세청으로부터의 조사와 검찰 고발, 이와 함께 내부고발자들의 양심선언들이 이어지는 케이스를 한번 상상 해 보자. 이 심각한 일련의 상황들을 관리하기 위한 대응 활동들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까?

    법적 자문과 이에 근거한 대응, 대정부관계에 기반한 대응, 조사에 대한 전략적 협조, 조직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들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이상의 대응 활동만 수면 하에서 진행 될 뿐 전혀 그와 관련 한 대응 커뮤니케이션이 진행 되지 않는 상황이다.

    법정(courtroom)으로 가기 전 기업은 항상 리빙룸(living room)을 거치게 마련이라는 말이 있다. 법적 판결 이전에 이미 리빙룸(거실)에서 열리는 여론의 법정을 거치게 된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기업을 이해해주거나, 편들어 줄 이해관계자들은 없다. 더구나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의 훼손을 경험한 직접적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주저하는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실패 할 수 밖에 없다.

    관리하기에 골치 아픈 많은 위기 유형들에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철학 마저 곁들여지지 않는다면, 항상 그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 위험과 위기에 대한 회피 본능을 제약하지 말라

    위험 또는 위기에 대한 둔감성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면서 거의 모든 조직 내에서 넘어야 하는 장애물이다.

    위 동영상은 어제 성추행협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칸 IMF 총재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뉴욕주법원의 기자회견장. 주의 깊게 볼 부분은 단상에 있던 법원 직원들과 단상 아래에 있던 기자들의 움직임이다.

    평소 지진이 잦지 않은 동부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른 진동이 느껴지니 본능적으로 위험을 피하는 행동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예전 미국유학 시절에도 학교 내에 화재비상벨이 울리게 되면 모든 강의는 중단되고, 교수들을 비롯해 모든 학생들이 일단 빌딩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공부하기 싫은 녀석들은 화재비상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일도 있을 정도.

    한국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운 위험 회피 본능이 서로간에 우스개 거리로 여기지는 듯 하다. “뭐 그 정도 가지고 허둥 대면서 도망가기 까지…”하면서 허세를 보여주는 것이 멋져 보인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위험이나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의도적으로 제약하거나, 환경적으로 가치 절하하는 태도를 보인다. 평소 위험이나 위기를 이야기하면 나이브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한다.

    평소 제대로 된 위험이나 위기 회피 본능이 있었어야, 실제 위험이나 위기가 다가오면 ‘멋지게 침착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생각 해 본적이 별로 없는 거다.

    어찌 보면 그냥 스스로 당황스러움을 즐기고 있는 건 지도 모르겠다.

  • 위기는 함께 만드는 것,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 K리그 승부조작사건

    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도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전에 앞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면서”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만큼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도 승부 조작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도 고전을 하는 이유가 도박 문제”라면서 “검찰이 조사 중이니까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K리그에 남아있던 승부 조작 문제가 정화되길 바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승부조작 관련 이슈는 프로 축구/토토 관련 업무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가능(?)한 이슈다.

    왜냐하면,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 승부조작 관련 공중들(토토구입자 중심)의 의혹은 계속되고 있었다
    • 이전 일부 유사 사례 또는 시도가 있었다
    • 다른 나라에서 관련 사례가 여러번 있었다
    • 다른 나라에서 관련 사례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 현재도 목격되고 있다
    • 실제 축구 관련 업무나 선수 생활을 하다 보면 들리는 이야기가 있었다
    • 일부는 승부조작과 관련 한 제안을 받았던지 하는 경험을 했다

    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충분히 발생을 예측 가능했음에도 축구관련자들이 어떤 사전 예방조치나 근절 노력을 했었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단 1시간짜리 위기요소진단만 해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에 대해 적절한 예방조치와 근절 노력이 부재/부실했다면 이는 모든 관련자들이 ‘공범의식’과 guilty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위기는 함께 만드는 것이지, 스스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