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평소 홍보예산을 존중해야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홍실장 휴대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전화건너편에서 기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홍실장님, 저 OO경제 조OO입니다. 잠깐 통화 괜찮으세요?” 기자가 회사의 중국시장 진출건에 대해 물어본다. 대외비인데 이걸 어떻게 알았지? 홍실장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조기자님. 그 소식은 아직 제가 듣지 못했는데요. 한번 내부적으로 그런 움직임이
있는지 알아보고 전화 다시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기자가
한마디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빨리 알려주세요. 사실 알려주시지
않아도 이건 나갑니다. 다 저희가 알아봤어요. 후후”
지난주 경영진 회의 때 이번 중국 진출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개할 때까지는 절대 외부 누설하면 안 된다 CEO께서 신신당부하셨는데 이게 어떻게 조 기자
귀에 들어갔을까? 진짜 세상엔 비밀이라는 게 없다.
홍실장은 CEO에게
올라갔다. 회의 중 쪽지를 들이밀어 겨우 면담을 가질 수 있었다.
CEO께서 “무슨 일이야? 또 왜 얼굴이 사색이
되서…” 홍실장은 OO경제의 현재 취재사항들을 설명해드렸다. CEO께서 얼굴이 굳는다. “그게 어떻게 기자 귀에 들어갔지?” 마치 홍보실을 의심하는 듯한 눈치다. 홍실장은 고개를 저으면서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증시쪽에서 나갔는지…어디서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돌았는지…”
CEO께서
물으신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야 해? 이게 지금 나가면
중국쪽 파트너랑 다 계약이 흔들리는데……그것 좀 막을 수 없어? 한 2-3주만이라도? 공식 발표 그 때 해야 하는데 말이야” 홍실장은 여러 생각을 하고 일단 해보겠다 하면서 자신의 사무실로 내려왔다.
홍실장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데스크를 만나봐야 하나? 조기자를 일단 찾아가서 사정을 해 봐야겠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지 이번 건을 그냥 넘겨줄까? 비즈니스 사항이라서
지금 기사가 나가면 사업이 완전 무산되니 양해해달라 해야 하나? 지난달 OO경제와 광고지원건으로 얼굴 붉힌 적이 있는데 이게 영향을 미치겠지? 생각이
마구 복잡해진다.
조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조기자님, 제가 해외사업쪽에게 알아봤습니다. 이게 전화로 할 건은 아닌 것 같고, 어디 계세요?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홍실장은 차를 몰고 여의도로 향한다. 조기자가 바쁘니 차나 한잔 하면서 빨리 끝내라 한다. 홍실장은 조기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엠바고를 부탁한다. 조기자는 세부 계약사항에 대해 설명을 듣고는 “흠…그래요? 제 기사 욕심
때문에 사업이 망가지면 안되죠. 그 대신 제가 정보보고를 올려놓았으니까, 홍실장이 우리 데스크에게 설명을 좀 자세히 해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설명하겠지만” 홍실장은 감사하다 이야기 하고 OO경제
신문사로 향한다.
“어이…홍실장. 웬일이야? 오랜만에
회사에 다 들어오고?” OO경제 강부장이 반갑게 인사 한다. “네, 다름이 아니고요. 조기자에게 이야기 들으셨을지 모르겠는데, 저희 해외사업관련해서…” 강부장은 단박에 얼굴색이 변하면서 한마디
한다. “그렇게 큰 건을 우리가 그냥 알면서 넘길 수가 있나? 아무리
당신네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 뭐다 해도 말이야.” 홍실장의 얼굴도 굳어간다.
“당신네
얼마 전에 우리에게 뭐라고 했어? 아니 창립기념이라서 특집 몇 개 한다 했는데 뭐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면서? 당신이 소위 실장인데 홍보예산이 얼마야? 그 까짓
특집 광고 치맛단 하나 못 달 정도야? 우리가 지금까지 당신네 도와준 게 얼만데? 이건 자세가 안된 거지…”
홍실장은 올게 왔구나 하면서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사실 그 때 광고지원은 홍보실 내부적으로 충분히 가능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CEO께서 홍보예산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셔서 갑작스럽게
모든 광고지원 예산이 일시 정지된 거다. 당시 홍보실에서 강력하게
OO경제의 광고지원만은 진행해야 하겠다 의견을 개진했으나 CEO께서 이런 단 한마디로 잘라내셨었다. “광고 지원 가지고 홍보하려면 홍보하지 마세요. 다른 회사들은 광고예산
한푼 없어도 홍보만 잘 하더구먼…”
홍실장은 강부장에게 급작스럽게 홍보예산에 문제가
있어서였지, 우리가 OO경제를 가치 있게 보지 않는 것이
아니다는 의미로 설명을 하고, 선처를 구한다. 강부장은 자신은
그냥 기사를 만드는 사람이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 하면서 자리를 뜬다. 강부장의 뒤통수를 바라보면서
한참을 서있는데, 저쪽에서 광고국장이 다가온다.
“홍실장님, 이쪽으로 잠깐 와 보세요. 홍실장님. 이번에 우리가 OO경제 OOO행사를
하는데 거기 메인 스폰이 필요하거든요? 혹시 홍실장님께서 힘 좀 발휘해 주실 수 있습니까?” 홍실장은 또 고민에 빠진다. ‘이걸 가지고 강부장에게 어필해 기사를
좀 연기할 수 있을까?’ 광고국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 약속
한다.
홍실장은 잠깐 신문사 복도로 나와 CEO에게 전화를 건다. CEO께서 “흠…할 수 없지 뭐. 예산을
써서 막을 수만 있다면, 그래 얼마 정도면 될 거 같아?” 홍실장이
지원할 예산대를 이야기한다. CEO께서는 “할 수 없지 뭐. 큰 액수지만 그렇게 합시다. 지원해 주세요. 대신 그 기사는 일단 공식발표 이전까지는 나가면 안됩니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해 지니 CEO께서는 체념 하신 듯 예산을 풀어 주신다.
홍실장은 회사로 들어오면서 생각한다. “최초 광고지원을 했었으면 이런 일을 잘 풀 수라도 있잖아. 그
때 아껴보겠다고 한 금액이 지금 스폰 지원 금액의 10분의 1도
안 되는데, 뭐가 도대체 예산활용의 효율성이겠어? 단순히
눈 앞의 몇 푼 아껴보려고 하다가, 수억이 날라가는 상황 아닌가? 이렇게
기준 없이 홍보예산을 변덕스럽게 가져가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나…” 홍실장은 담배연기를 뿜어 내면서
한숨을 쉰다.
# #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