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봉창 두들기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여러 경험상 ‘위기관리는 기업의 철학이 한다’는 사실을 자주 반복적으로 깨닫게 된다. 위기를 통해서 기업은 성장한다. 그러나 어떤 기업은 위기를 통해서 더욱 교묘해져 간다.
시민단체나 블로고스피어의 많은 사람들은 위기 시 해당 기업의 진정성에 자주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저 기업이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잘못을 사과하고 있는가?” 하는 궁금함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 내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 지 일반 공중들은 모르고 결코 알 수도 없다. 그들이 오직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기업이 위기에 처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가가 전부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기업들과 기업내 홍보실무자들이 위기관리를 ‘기술(skill)’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공중을 바라보는 철학은 1970년 PR학자 “Pearson’이 언급했던 것처럼 ‘Damn the public (공중들에게 엿이나 먹으라고 해)’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아무리 위기관리의 기술(skill)을 연마한 듯 진정한 위기관리가 가능 할까 하는 게 의문이다.
자사의 제품에 문제가 발견돼 정부기관으로부터 리콜 명령을 받았다고 치자.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해서 1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홍역을 치르고 나니 시장점유율이 그만 반 토막 나버렸다. 전문경영인 CEO에게는 내심 이런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하필 왜 내가 CEO로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긴담. 타이밍이 아주 나빴어…” 또는 “이게 다 언론 때문이야. 그것들이 조금만 조용 했어도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말이야…” 또는 “어느 시민단체들이나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인 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걸 통제를 못 했어…”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기업철학에 기반한 성실한 접근 문제는 이런 생각이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지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CEO는 위기가 닥쳤을 때 기업의 철학을 쳐다 보아야 한다. 수십 년 간 우리가 외부 공중과 내부 식구들에게 공유해 온 ‘우리만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기억해야 한다.
사실 진정성만 100% 통한다면 자잘한 위기관리의 기술(skill) 따위야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우리 회사의 기업 철학이 그 동안 ‘소비자를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소비자 중심 철학이었다면, 위기관리는 그 철학에 충실하게 그냥 행동하는 것 자체다.
별도의 고민과 의사결정이 무슨 필요가 있나? 성실하게 기업의 철학을 따라 의사결정을 내린 후 ‘우리는 위기에 임해 우리의 철학을 따랐을 뿐’이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 철학에 기반한 성실한 접근은 해당 기업을 공중들에게 ‘친숙한 친구 또는 같은 편’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흔히 위기시에 기업은 공중들을 관리의 대상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敵)으로 생각하곤 하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이미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이 입으로는 ‘소비자’를 이야기 하면서도 ‘손익계산서’를 들여다 본다. ‘소비자에게 믿음이 가는 기업’이라고 외치면서 막상 위기가 닥치면 ‘신뢰’를 저버린다. ‘품질’을 지상명제로 한다는 기업이 ‘잘못된 제품’을 그냥 덮으려고 한다.
여러 위기관리와 미디어 트레이닝 세션을 진행하면서 안타까운 것들이 이것이다. 가엾은 홍보실무자들은 잠을 줄이고, 시간을 쪼개가면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아 위기관리 일선에서의 사소한 실수들을 없애려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철학이 제대로 발휘하지 않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일선 홍보담당자의 분식(粉飾) 커뮤니케이션이 무슨 의미가 있고, 어떤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는 항상 의문이다.
정 용 민
–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애플의 스티브잡스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그의 외모가 너무 말랐다는 근거다. 2004년 그의 췌장암 수술 전력도 그 설을 지원하고 있다.
마르쿨라센터의 커크 핸슨은 “어떤 기업에든 CEO의 건강이 중요하지만, 잡스의 건강은 애플에 더욱 중요하다”며 “그의 부재는 주가는 물론 회사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잡스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이후인 12일과 13일 애플의 주가는 하락했다.
한편 애플이 잡스의 건강 상태를 감추기만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잡스의 건강에 대한 애플의 정책은 과거 크렘린 수준”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잡스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깡마른 잡스, 건강악화설, 중앙일보]
홍보 실무자들에게 항상 양면의 칼과 같은 딜레마를 주는 이슈가 바로 이와 같은 PI 전략이다. 물론 CEO가 전략 그대도 완전해 주기만 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인간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러 변수들이 많아서 참으로 힘든 작업이다. 스티브의 건강에 이상이 없기를 빈다.
많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위기는 타이밍이다. 초기 몇시간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빨리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게 자연인으로 생각할 때는 참 편하고 당연하다…그런데 조직에 속한 실무자들 즉, 조직인들에게는 이렇게 허망한 요청이 없다.
우리 햄버거 제품에서 닭벼슬이 나왔다고 치자. 일선 프론트에서 한시간에 몇천원 받고 일하는 20살짜리 여학생에게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초기..초기..” 해보았자 제대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매니저를 불러도 여러가지 복잡한 조직인으로서의 입장과 한계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에는 주저하기 마련이다.
자연인으로서 한 인간이 아니라 (아마 자신에 관한 위기라면 바로 대응이 가능하겠다…) 조직인으로서의 인간의 관점에서 위기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1. 전례 2. 권한위임 3. CEO 또는 상사의 특별 요청 4. 시스템 5. 맨트라(Mantra) – Shared Key Values
1. 전례
예전에 우리 햄버거에서 철사심이 나왔을 때 우리 동료들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처리 했던 전례가 있으면 조직인으로서 나는 초기 대응이 비교적 쉽다. 당시에 우리 햄버거 무료 시식 쿠폰을 10장 주면서 미안하다고 해서 처리했으니…나도 그렇게 해 보면 되겠다 하는 것이다. 보통 많은 기업들의 위기관리가 이렇게 행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전례가 없던 위기상황이나, 위기상황이 전례 보다 크고 심각하거나, 전례에 따른 처리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는 다시 난감해 진다.
2. 권한위임
프론트에서 일하는 시간제 직원은 고객의 모든 불만에 대해 “최대 1만원 가치 까지의 무료 시식 쿠폰을 제공해 관리 할 수 있다’는 권한 위임이 되어 있는 경우다. 어떤 주제의 위기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직인으로서 상황을 판단해서 적절하다 싶으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대응하는 것이다. 이는 전례에 비해서 비교적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자신의 권한을 넘는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위기상황이나, 자신의 권한한계에만 의지하는 경우 도리어 나몰라라 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초기대응 이후 상사와 권한의 행사 폭에 대한 사후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해석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3. CEO 또는 상사의 특별요청
회사 캠페인이나 본사의 요청등으로 각별하게 위기를 잘 관리해서 문제 0% 발생을 당분간 유지해라 특별히 명령 받은 케이스다. 비교적 전례가 없는 위기상황이나 권한위임의 폭을 약간 넘는 위기상황에도 유연하게 일선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문제는 단기간적인 이런 요청들이 마감을 하게 되면 그 때 부터는 다시 아무 대책없는 실무자들로 돌아 온다는 것이 문제다.
4. 시스템
이 경우 각 레벨의 권한위임이 아주 과학적으로 짜여져 있다. 유기적으로 조직 부문간에 책임과 임무들도 짜여져 있고 이에 따라 위기상황을 관리하도록 교육받고, 트레이닝도 받는다. 조직에서 매우 이상적인 체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중심의 이러한 위기관리 체계는 개인의 유연적 사고를 제한한다. 분명히 가만히 들여다 보면 위기가 될 상황이라서 일선의 내가 잘 관리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있으면서도…이건 내 임무와 역할에 지정되어 있지 않아. 그러니 그 관련 부서로 이임을 해야지…하면서 실기를 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 영혼을 빼앗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5. 맨트라(Mantra) -Shared Key Value
이 경우에는 기본적인 시스템에 영혼을 입힌 경우다. 회사가 수십년간 일관되게 주문 외워 온 가장 핵심 가치들을 전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되겠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공통된 의지들을 하나로 모은 형태가 되겠다. 햄버거 프론트에서 일하는 시간제 어린 여학생들의 마음에도 ‘우리 회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완벽한 햄버거를 만들고 있어. 그러니 어떤 품질상의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설명하고 사과하고 배상을 하고 상부에 보고해서 개선해야 하는 게 당연해…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 최고의 햄버거를 만드니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러운 형태다. 이런 시스템은 고객들이 자신의 불만 그 이상의 사과와 배려를 일선으로부터 받게 되므로 극단적인 위기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일선에게 지휘관의 의도(CI)가 완전하게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CEO가 프론트에서더라도 그 여학생의 대응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대응하게 된다. 유기적인 이런 시스템이 향후 조직에게 가장 효과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광화문에 컨테이너 장벽을 쌓은 경찰청장의 위기대응 방식은 상기 몇번의 시스템에 근거 한 것일까? 아마 1번 전례에 근거한 대응이 아닐까? 가장 기초적인…무시스템의 전형이겠다.
한 기업 내에서 외부와의 ‘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을 매일 매시간 하고 있는 부서는 어딜까? 바로 홍보 부서다. 홍보 부서가 외부로 전달하는 모든 정보는 공식적이면서 정확한 정보다. 그리고 그 정보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은 기업 전체가 진다.
반면 다른 부서들은 어떨까? 기획, 인사, 생산, 마케팅이나 영업부문의 정보는 대부분 외부 공유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내부 공유를 위한 것이다. 더욱 이 정보가 외부공유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은 그 정보에 기업 스스로의 ‘주관성’이 많이 개입해 있다는 것이다.
보통 경쟁사보다 전국 시장점유율에서 뒤지는 기업의 마케팅이나 영업부문은 주관적으로 전국 권역별 판매나 브랜드별 판매를 분리해 내부 공유하는 트릭을 쓴다. 나름대로 직원들의 사기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부분적인 접근 전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오직 ‘내부 정보’일 뿐 외부에 밝힐 수 있는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큰 그림을 보기 원하는 기자들에게는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생산관리 부문은 어떨까? 이 세상 어느 회사에도 우리 생산 부문의 생산성이 경쟁사보다 떨어진다거나, 품질관리 수준이 열악하다고 홍보팀에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생산 부문은 없다. 우리의 품질 관리 수준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1000만개당 1개 이하로 품질 이상 비율을 관리한다. 절대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잘못된 제품이 출하되지 않도록 우리는 세계 최고의 적외선 검사기(inspector)를 2중 3중으로 설치해 놓았다… 이런 이야기가 생산관리 부문의 주된 메시지다.
재무부문에서도 누구 하나 홍보팀에 다가와 “사실 우리가 진행한 유상감자가 이런 이런 연유다”라는 내용을 솔직하게 알려주진 않는다. 인사부문이나, 총무, 기획 등 모든 담당자들이 홍보담당자들에게 조차 나름대로의 ‘홍보(?)’를 하고 있는 데서 정보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
홍보맨은 기업 내부의 ‘기자’
위기가 발생 했을 때 홍보담당자는 기업 내부에서 ‘기자’가 되어야 한다. 철저하게 각 관련 부문에서 전해오는 정보들을 객관성과 진실성을 기준으로 분석해야 한다. 100% sure와 100% true간에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홍보담당자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그 기업은 부도덕한 악덕 기업이 돼버린다.
홍보팀을 둘러싼 부문들이 홍보팀을 속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내부에서만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 된 정보와 외부로 공유해도 될 떳떳한 정보간의 차이를 모를 뿐이다. 이를 필터링하고, 이해하는 것이 홍보담당자의 임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가끔 일부 CEO들께서도 이렇게 객관적이지 않는 내부의 정보를 기자들에게 흘리시는 분들이 계시다. 홍보담당자들은 이런 경우 참으로 곤혹스럽다. 사장님의 화두를 가지고 달려드는 기자들에게 떳떳하게 줄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내부에서 공유하고 있는 디자인 된 정보를 제공하게 되면 당장 객관적인 정보를 들이미는 경쟁사로부터 반격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사장님께서 정확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 아니라고 발뺌을 하면 사장님은 무엇이 될까?
항상 각 부문이나 CEO로부터 나오는 정보는 다시 한번 홍보담당자들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항상 객관적이고 입증이 가능한 정보만을 선별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 홍보담당자는 그래서 바쁘다. 일단 거짓말쟁이가 되고 나서 그 정보의 소스에게 손가락질을 해 봐도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6월 09일 11:10:37 / 수정 : 2008년 06월 09일 11:19:37
일단 위기가 벌어지면 한가지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 내일은 어제 같을 것이라는 인식이다. 한번 위기가 발생하면 다시는 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는 게 사실이고 현실이다. 이 사실을 확실히 인식하고 공유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나온다. 이러한 이해는 위기관리의 성패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주는 근간이기 대문에 매우 중요하다.
방탄유리의 기능을 한번 생각해 보자. 방탄유리가 테러리스트의 총알을 막아내기는 하지만, 그 방탄유리 자체에는 그 총탄이 다시는 돌이 킬 수 없는 큰 흠집을 남긴다. 기업의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예상되는 ‘최악의 결과’만 피했다면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라고 자평하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의 위기와 그 영향들을 소비자나 중요한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머릿속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깨끗이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위기관리 서비스를 의뢰하면서 일부 클라이언트는 ‘위기 이전의 상황으로의 회귀’ 또는 ‘아무 일 없는 듯 조용한 언론 반응’을 목표로 삼아 SOS를 친다. 이 지구상 어떤 위기관리 회사도 이런 마술을 부릴 수는 없다. 어느 인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언론을 어떻게 침묵하게 할 수 있을까? 제품 내 이물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어떻게 침묵하게 할 수 있을까? 예전 군사독재 시절처럼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무력을 빌어 기사를 긁어 내기라도 하면 되나? 수백 만개의 블로그와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복제되고 논의되는 정보의 흐름을 청평댐 강물 막듯이 막아버리면 될까?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기업은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그 상처가 깊을 것으로 예상될수록 사전 예방에 더욱 힘쓰면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들은 어떤가? 우리 평생 또는 CEO 재임 기간 중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그런 ‘심각한 위기’에 대해 선뜻 예산을 들이고 싶어하진 않는다.
기업의 위기 요소 진단 (crisis vulnerability audit)을 해보면 이런 기업내의 현실의식은 뚜렷하게 그 형체를 나타낸다. 진단을 할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것은 위기의 발생 가능성과 발생시 위해성의 두 축이다. 간단히 말해서 한 기업에게 발생 할 수 있는 모든 위기 유형들을 다 끌어내서, 그 중 가장 발생가능성이 높고, 발생시 위해성이 높은 것을 중점 관리하는 활동이 이 진단이다.
위기 요소들을 진단해 보면 어느 기업이나 거의 99% 이상은 홍보담당자들이 기존에 알고 있고, 이미 겪었던 일들이 주요 위기 유형으로 대두된다. 이에 대한 기업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돈을 들여서 진단을 해봐도 딱히 별다른 게 없다”하는 축과 “우리가 예견했던 결과 그대로다. 문제가 있는데도 개선하지 못한 우리가 문제다”라고 하는 축이다.
전자의 경우 우리는 이렇게 물어본다. “그렇게 자주 반복적으로 이런 위기들이 발생했었는데, 왜 계속 재발이 되는 건가요? 사전에 대비를 해서 통제할 수는 없을까요?” 이런 경우 답변은 여러 개이지만 가장 안타까운 답변은 이런 것들이다. “예산이 없어서요” 또는 “이게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부분이거든요”
기업이나 사람은 불행히도 자잘한 위기를 통해 면역력을 기르게 된다. 어머니께서 해 주신 밥에서 머리카락이 자주 나오는 집의 경우 손님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밥 속의 머리카락도 그 집 식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뽑아 내고 먹는다.
이런 ‘부정적인 면역력’을 개선하는 첫 단추는 CEO의 의지와 결단이다. 위기가 벌어지면 결코 그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사실. 현재 우리가 예전 같다 생각을 해도 절대 그렇지 않다는 현실을 인식한 CEO의 개선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절대 어제 같은 내일은 없다. 내일도 오늘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6월 02일 10:46:43 / 수정 : 2008년 06월 02일 10:49:48
오늘 이른 아침 우리 김경해 사장님께서 경총 조찬 포럼 강연을 하시고 오셨다. 요즘 CEO들의 화두인 위기관리에 대한 그의 insight들을 구경해보자.
“위기의 99%는 예측가능”
김경해 사장, 경총 위기관리강연 全文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사장(한국위기관리전략연구소 소장)은 5월 29일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포럼 조찬 모임에서 “위기에 대비하지 않는 조직은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위기관리 사례들을 발표, 주목을 끌었다. 김 사장의 강연 내용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 한국위기관리전략연구소 소장
위기의 종류는 과연 몇 가지나 될까요? 수백? 수천? 우리가 그 수와 유형에 대해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오직 확실하게 아는 부분이 있다면 ‘엄청나게 많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유형의 위기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생각 해 봅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상’에서 광우병과 같은 괴담이 도는 상황을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20~30년 전에 미니홈피니 블로그니 하는 개인 미디어들이 나타나 위기의 진원지가 되리라는 이야기를 했었다면 아마 기업들은 그냥 미래학자의 재미난 시나리오 정도로 여겼을 겁니다.
기업이 겪을 수 있는 위기의 수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CEO를 포함한 전임직원의 수를 적어보십시오. 그 수에 자사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수를 곱해보십시오. 거기에 거래처를 비롯한 언론, 정부, NGO,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수를 곱하십시오. 마지막으로 그 결과에 소비자의 수를 곱하십시오. 그 만큼이 경험 가능한 대략 위기의 분량입니다. 엄청나게 많지요?
‘엄청나게 많은’ 위기들 많은 학자들이 위기의 유형을 다양하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적게는 십여 가지에서 많게는 백여 가지에 이릅니다. 여기에 계신 CEO분들께서 그런 학문에 관심을 두실 필요는 물론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기는 너무 많고, 다양해서 셀 수 조차 없다’는 생각은 공유 하 실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 경영자로서 위기를 크게 대분 해 보자면 예측이 가능했던 위기와 예측이 불가능했던 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위기 관리 사례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위기들은 ‘예측이 가능했던 위기’ 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예측이 불가능한 위기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이런 위기를 발생시킬 것인지는 물론 알 수가 없지요. 하지만 그 의미가 ‘예측이 불가능 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모든 위기는 예측이 가능한 것들입니다. 최근의 광우병 논란이 예측하지 못했던 위기인가요? 또 각종 먹거리에 이물질들이 들어간 사례들은 전혀 예측을 못했던 것인가요? 한번의 위기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300여 번의 전조가 선행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300여번의 전조를 그냥 무감각하게 지나쳐 버린 기업들에게 있는 것이지요.
관심이 중요합니다. 위기를 발생 시킬만한 이슈들에 대한 관심입니다. 여기 계신 CEO 여러분 들께 묻고 싶습니다. CEO의 가장 큰 임무가 무엇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CEO의 가장 큰 임무는 ‘회사를 잘 되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회사가 잘 되는 것은 무슨 뜻 입니까? 매출이 성장한다? 좋습니다. 주주가 만족한다. 그렇지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한다? 맞습니다. 소비자가 품질 높은 제품으로 만족해 한다? 멋집니다. 이 모든 것들이 ‘회사가 잘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위기라는 녀석은 어떤 짓을 합니까? 매출을 떨어뜨립니다. 주주를 실망시키고 직원을 불행하게 하고 소비자들을 화나게 합니다. CEO의 임무를 방해하는 것이 바로 이 위기입니다. 이 의미는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CEO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위기관리 못하는 CEO는 실패 위기는 항상 일어납니다. 믿으십시오. 위기는 꼭 일어 납니다. 단지 우리가 모르는 것은 그 위기가 ‘언제’ 일어날 지만 모를 뿐입니다. 우리가 죽음의 때를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죽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 들이듯, 위기는 꼭 찾아 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이상적인 위기대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기업의 CEO로서 위기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위기관리팀을 조직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든다? 위기관리담당 직원들을 훈련시킨다? 다 좋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런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시스템적 노력이지요.
그러나, 오늘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지요? 아주 일을 잘해도 본전 정도 밖에 못 건질 뿐이니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그런데 위기 관리는 아무리 잘해도 절대 본전을 건질 수 없습니다.
방탄유리를 예로 들어보죠. 대통령이나 주요인사들이 방탄유리가 장착된 리무진을 타지 않습니까? 이 방탄유리에 어떤 테러리스트가 총을 여러 발 쐈다고 가정 해 봅시다. 차 안에 있는 주요인사들은 방탄유리 덕에 그나마 안전하지요? 그렇지만 그 차의 방탄유리 자체는 예전과 동일합니까? 아니지요. 방탄유리를 장착한 그 차의 모습은 그 이전의 반짝이는 멋진 리무진의 모습은 분명 아닐 겁니다. 위기관리를 잘 했지만 본전은 절대 못 건지는 것이지요.
그럼 가장 이상적인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위기를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중대하건 사소하건 위기들을 각각 미연에 방지해 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기 대비라고 부릅니다. 위기 대비의 방법을 나누어 보면 완화(mitigation)와 예방접종(inoculation)이라는 두 가지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2대 위기대비 방식, ‘완화’와 ‘예방접종’ 먼저 이 완화라는 작업은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예측해서 그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작업입니다. 우리나라 매년 수해가 많이 나지 않습니까? 여름이 오면 수해가 예측 가능하지요? 또 수해 지역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 지역의 수해 전례가 있었고, 수해를 입은 방식도 이미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에는 완화작업이 가능하고 필요한 곳입니다. 이 지역을 위해 수해방지사업을 하면 되지요. 분명히 이 지역 주민들은 똑 같은 수해를 내년에는 입지 않겠지요.
기업의 예를 들어볼까요? 소비자 불만을 분석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통되는 불만들이 있을 겁니다. 제품안에 이물질들이 많이 보고가 되나요? 그러면 그 이물질 유입의 원인을 밝혀내는 겁니다. 제품 생산라인의 검수 장비가 부실하다면 강화하면 되지요. 만약 다른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밝혀내서 해결하면 되지요.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미연에 완화가 가능한 많은 위기들을 그냥 지나치는 것이 문제지요.
소비자들에게 우리 제품이 비만을 유발한다고 비난을 받을 것 같은가요? 완화시키는 작업을 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우리 제품 내 지방 비율을 개선해 보죠. 조리에 사용하는 기름을 개선해 보죠.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제품들을 만들어 보죠.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교육을 시켜보죠. 다 이런 것들이 완화의 작업들입니다. 최소한 이런 완화의 작업들이 꾸준히 진행되면, 막상 위기가 벌어져도 많은 주변의 이해관계자들은 우리의 방지 노력에 대해 이해를 해주는 경향이 조성되게 됩니다. 이게 중요한 겁니다.
소비자들은 용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용서받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용서 받을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 위기에 대한 완화작업은 미연에 위기를 방지하는 가치도 있지만 위기시 이해관계자들이 우리 회사를 용서해야 하는 큰 이유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습니다.
그 다음이 예방접종 방식입니다. 어차피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위기라면 사전에 미리 이해관계자들에게 그 위기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공유해 놓는 것입니다. 미리 백신 예방접종을 해 놓는 거지요. 예를 들어 제품의 이물질 유입 가능성을 1000만분의 1로 관리한다고 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1억개의 제품이면 10개의 이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은 있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우리는 제품하자비율을 1000만분의 1 이하로 관리할 만큼 완벽하다’고 딱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우리는 제품하자비율을 1000만분의 1로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제품하자는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제품하자가 발견되면 우리가 이렇게 잘 처리하겠다’고 미리 이해를 구해 놓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게 이 예방접종 작업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관리를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혹이라도 발생할 수 있으니 놀라지 말라는 것이지요. 만약에 그런 일이 막상 일어나면 우리는 이렇게 이렇게 사후 관리를 잘 하겠다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앞의 완화작업이 상황적인 위기관리의 개념이라면, 뒤의 예방접종 작업은 커뮤니케이션적인 의미의 위기관리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상황관리적인 개념의 완화작업이 선행되어야 올바른 예방접종 작업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1%만이 사후관리 대상
제가 사장으로 있는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의 컨설턴트들이 위기관리 클라이언트들을 위해 위기 요소 진단을 해보면 항상 각 사의 위기 요소 99%는 그 회사 직원들이 흔히 예측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예측 가능한 모든 위기 요소들이란 사전에 완화작업과 예방접종 작업을 통해 대비가 가능한 것들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체 위기 요소들 중 99%는 완화 방지가 가능하다는 뜻 입니다. 사전 대비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나머지 1%가 문제인데, 이 1%가 바로 사후관리의 대상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들은 사후관리가 차선입니다. 사후관리의 핵심은 맨 앞에서 잠깐 말씀 드린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위기관리팀을 구성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위기 관리팀 들을 훈련하는 겁니다.
일본의 대표적 백화점 중 하나인 이세탄 백화점이 가지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A4용지 총 3장 짜리라고 합니다. 이 3장에 어떻게 이렇게 큰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모두 담을 수 있냐 했더니, 이세탄의 담당자는 이 3장 이외에 더 담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더군요.
그 3 페이지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첫 페이지에는 이세탄 백화점이 겪을 수 있는 위기 요소들을 열거 해 놓았습니다. 두 번째 페이지는 전체적으로 위기관리를 실행 할 조직과 대응 프로세스로 꾸며 놓았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페이지에는 이세탄 백화점 위기관리 조직의 역할을 분장해 놓았습니다. 이게 다입니다.
제일 중요한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이 무어냐고 물어 봤습니다. 첫째가, 어떤 위기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아는 것, 두 번째가 위기를 관리할 시스템을 자주 업데이트해서 살아있게 하는 것, 그리고 셋째가, 담당자들이 위기관리를 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자, 이 곳에 계신 CEO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경영하고 계신 회사의 위기 요소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관심을 전 직원 및 구성원들과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그 관심을 그들과 ‘반복해서 커뮤니케이션’ 하시기를 바랍니다.
자발적인 위기관리 의식이 공유되어야 올바른 방향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구성됩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CEO의 임무는 여기까지 입니다. CEO의 지속적인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여러분들의 회사 각각에 진정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서 조만간 ‘큰 위기 없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입력 : 2008년 05월 29일 15:05:21 / 수정 : 2008년 05월 29일 15:10:38
위기가 발생했다. 상황을 파악했다. CEO를 포함한 사내 위기관리팀이 소집됐다. 현 위기상황에 대한 각 이해관계자들의 분석을 브리핑 받았다. CEO를 중심으로 자사의 대응 포지션을 정했다. 홍보담당자들은 그 포지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상질의응답과 핵심메시지들을 개발한다. 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한 공식입장(holding statement) 문구를 만든다. 각 일간지에 게시해 초기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해명 또는 사과 광고 문구를 이 공식입장에 근거해 작성 한다. 각종 자사 홈페이지등에도 게시할 문구들도 가다듬는다.
실무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해명 또는 사과 광고의 기본은 다음과 같다.
1. 말 그대로 사과냐 해명이냐 포지션을 정할 것
사과를 하는 것은 자사의 실수, 실패, 위법성 등을 ‘단순 인정’하는 것 만을 뜻 하지는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 진정한 사과다. 비록 자존심은 상하겠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용서를 비는 게 좋다. 실패하는 사과광고는 사과인지 해명인지 그 포지션이 불명확 해 이해관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광고다. 해명 할 때에는 깔끔하게 해명 하고 그 근거들을 논리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해명광고가 ‘뻣뻣’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해당 위기로 피해를 입은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을 감안해 아무리 해명이라도 먼저 그들의 감정에 공감(共感) 해주는 방식이 좋다.
2. 전체 메시지 톤앤매너를 논리적으로 갈 것이지 감성적으로 갈 것인지 결정 할 것
사과는 감정적, 해명은 논리적이라는 공식이 항상 적절한 것은 아니다. 이 논리와 감정의 칵테일은 전략적인 메시징 기술의 핵심이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공중들의 경우 감정적 메시징이 논리적 메시징보다 예후가 좋다. 단 감정에 호소 할 때는 이해관계자의 현재 감정을 폭넓게 이해하고, 그 수준과 깊이에 적절하게 맞추어 공감해야 한다. 어설픈 감정 표현은 ‘사려 깊지 못한 말장난’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논리적 톤앤매너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100% 정확한 수치와 증거자료들을 제시해야 하고,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충분하고 세부적 사후 검증을 예상해야 한다.
3. 총 몇 가지 메시지를 전달 할 것인지 확정 할 것
사람이 기억하고 분류하기에 가장 좋은 숫자는 3개라 한다. 상중하, 아침 점심 저녁, Small, Medium, Large 등과 같이 3개로 규정하는 게 좋다. 기승전결의 4분류도 위기시에는 너무 많다. 마음 같아서는 한가지 핵심 메시지만 충실하게 전달 됐으면 하지만 현실적으로 3개 정도가 무난하다. 깨알 같은 글씨들과 수 십 개의 단락들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전에 참기 힘든 노이즈를 선물한다.
4. 광고문구 맨 앞 부분에 키 메시지를 크게 전달 할 것
일반 광고에서는 메인 카피라고 하는데, 이 메시지 부분의 역할은 참으로 지대하다. 이해관계자라고 해도 제목 부분의 이 큰 메시지들만을 주로 읽는다. ‘Must Talk’이라고 ‘1초를 줄게 꼭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 하라’할 때 ‘꼭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적어야 한다. 화려하거나 머리를 쓸 필요는 없다. 진실성만 있으면 된다.
5. 본문에서 어떤 메시지를 앞에 둘 것인지 순서를 결정 할 것
메시지의 순서가 독자의 이해도를 가늠한다. 역삼각형 구도라고 하는 메시지 순서 전략은 위기시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필수 사항이다. 가장 중요한 사항들을 앞 쪽으로 올리는 것이 좋다. 사람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중요한 말은 빨리 하고 싶어한다. 반면에 하기 싫은 말은 빙빙 돌려 될 수 있으면 나중에 한다. 독자들에게 이런 이미지를 주지 않게 노력하자. 가능한 문제보다는 해법을 앞 부분으로 올리자. 순서는 해명광고의 경우 ‘공감 표현, 반박 대응 논리, 이해 요청’의 단락이면 된다. 사과광고에는 ‘사과 표현, 해법 제안, 재발방지 의지 표현’의 순서라고 보면 된다.
6. 누구의 명의를 사용 할 것인지 확정할 것
보통 임직원 명의로 하거나, 대표이사 명의로 한다. 또는 같이 병기를 하기도 한다. 가능한 책임 있는 최고위 대표자의 명의가 게시되는 것이 좋다. 그냥 ‘OO주식회사 임직원 일동’이라고 하면 위기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사람들이 ‘익명’으로 처리 된 듯 한 느낌을 받는다. ‘OO 주식회사 대표이사 OOO’은 이러한 익명성을 대체하고, 책임 있는 대응 및 관리에 대한 의지를 커뮤니케이션 한다. 여기에 임직원들의 수와 함께 일동이라는 명의가 들어가면 더욱 좋다. 대표이사와 모두 한마음으로 사과 또는 해명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7. 광고 게재 대상 매체들을 ‘전략적’으로 확정 할 것
아무리 메시지가 좋고 전략적으로 편집이 되었다고 해도, 광고 게재에 있어서 트러블이 있으면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다. 위기시에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화나게 하지만 않으면’ 어느 정도 성공한 법이다. 어떤 매체도 위기를 맞은 우리에게 사과광고를 하라 하지 않았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사과 또는 해명 광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몇 매체를 제외하면 이는 가만히 있는 이들을 괜히 자극하는 꼴이다. 홍보담당자나 CEO가 그 광고에서 제외 된 매체 사람들 앞에서 정당한 이유를 댈 수 있다면 아마 어느 정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다 두고 이야기 하지 못 할 이유라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불문율은 지켜야 한다. 그들을 괜히 자극하여 화나게 할 필요는 분명 없기 때문이다.
위기시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양 축은 기존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기업 주문(corporate mantra)와 진실성이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분명 절름발이가 된다. 메시지의 답은 이해관계자의 마음속에 있다. 기업 주문과 진실성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게 해 주는 능력을 준다. 그리고 나아가서 그들을 자사의 편으로 이끌어 준다. 과히 이는 위기관리에 있어서 마법과 같은 법칙이다
군대에서는 각 병사마다 전쟁 발발 시 자신이 가장 먼저 맡아 해야 할 일을 카드로 만들어 평시에 외우도록 한다. 보통 그 조그마한 카드에는 ‘최초 군장을 챙겨 OO지점에 있는 탄약고로 이동하여 탄약 OOO발과 수류탄 OOO발을 수령, OOO 지점으로 신속히 이동하여 OOO한다’ 이런 식의 최초 행동 프로세스가 자세히 명기되어 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수 많은 병사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빨리 기억해서 전체적인 상호간 혼란을 줄이고, 효과적인 방어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런 개인임무카드에 대한 학습과 암기 훈련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는 분명 연습상황에서만 유효하다. 수많은 병사들이 각자 개인임무카드에 명시된 행동 프로세스들을 완전 암기해 숙지해 놓았다 하더라도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그 행동 프로세스를 100%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자신은 탄약고로 이동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동하려는 순간 그 탄약고가 폭격을 받아 불기둥에 휩싸였다고 치자. 그러면 이 병사는 그 다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탄약이나 수류탄 수령 없이 그냥 정해진 장소로 이동 매복하고 있으면 될까? 아니면 탄약이 보충 되어 올 때까지 그 자리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나?
위기는 매뉴얼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에 자세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절차와 프로세스들을 명기해 놓았다. 그러나 그 프로세스는 매뉴얼을 위한 것이지 실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경험상 그렇지 않은 적이 더 많다.
일부 매뉴얼에서는 대응 시간대까지 정해서 신속한 행동 프로세스를 요구하고 있는데, ‘위기 발생이 감지된 후 3시간 내에 CEO가 주재하는 위기대책 회의를 소집해 회사의 공식적인 결정을 도출하고 즉각 발표한다’는 프로세스가 있다고 치자. 실제 위기가 터졌다. 사장님은 브라질로 출장을 가 있다. 그 다음 전권을 이양 받아야 할 기획 부사장은 어젯밤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있다. 지금은 새벽 2시라서 위기관리팀 구성원인 최고 경영진들 중 3분의 2가 연락이 안 된다. 이 때 실무자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보통 날이 새기까지 기다린다. 브라질로 계속 전화를 해 사장님을 찾는다. 새벽 술에 취한 경영진들의 휴대폰에 수 십 개의 문자메시지를 넣어 놓는다. 이것이 위기관리에 있어서 매뉴얼과 프로세스 중심 사고의 병폐다. 실제 위기를 일선에서 관리하는 실무자들에게 영혼을 뺏고, 자기결정에 따른 적절한 최초 조치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계획 되로만 전개되는 전쟁은 없다. 매뉴얼대로만 움직여주는 위기도 없다. 사람에게는 본능이라는 것이 있고, 조직인에게는 조직을 위한 본능이 존재한다. 이 본능을 십분 활용할 때 전쟁이나 위기관리는 성공한다.
조직의 ‘본능’을 십분 활용하라 좁다란 인도를 따라 길을 걸을 때,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미리 고민을 하고 상대방이 이렇게 피하면 나는 이렇게 피한다는 식의 수많은 시나리오들을 머릿속에서 돌리나? 그러지 않아도 우리는 그냥 상대와 부딪치지 않고 잘 걸어간다. 마주 오는 상대방의 발걸음과 눈빛으로 0.5초도 되지 않아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고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된다. 여기에서 보행자의 마음에는 ‘부딪히지 말자’는 간단한 개념만이 존재한다.
위기관리에서는 이 개념을 ‘지휘관의 의도 (CI : Commander’s Intent)라고 부른다. 이 CI는 보통 간단한 한 문장 정도의 명령문 형식으로 존재하고 공유된다. 지역 전투시에 지휘관의 의도는 ‘교전 발발 이후 OO시간 동안 이 지역을 사수한다’가 되겠다. 기업의 특정 위기 시에는 ‘소비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다’가 될 수 있겠다. 불타는 남대문을 바라보는 소방수의 머릿속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조기 진화하라’는 CI가 새겨 있어야 한다.
일선과 저 멀리 있는 의사결정자들간에는 항상 물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상당량의 시간차도 있다. 멀리서 지나간 상황을 보고받아 내리는 결정은 거의 효과를 상실한다. 일단 공유된 CI가 있다면 그냥 일선은 일관되게 그것에만 따르면 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사후에 CI에 충실했다고 벌하면 안 된다. CI에 근거한 모든 위기관리 활동들은 옳은 것이라는 믿음이 조직 내에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 교과서에서 성공한 위기관리로 회자되는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 여기에는 존슨앤존슨이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던 CI가 있었다. 신조(credo)라고 불리는 이 존슨앤존슨의 CI는 위기 시에 바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존슨앤존슨의 신조에는 분명히 ‘We believe our first responsibility is to the doctors, nurses and patients, to mothers and fathers and all others who use our products and services’ 라고 쓰여져 있고 수십년 동안 반복해서 공유되어 왔었던 것이다.
자사의 제품에 독극물이 투입되어 소비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 나자 존슨앤존슨은 그냥 이 CI에 충실했다. 소비자들을 위해 모든 제품을 다 수거해 말끔하게 다 없애버렸다. CI에 충실한 결정이었고, 이 결정에 대해 나중에 비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공유된 CI의 소중함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5월 19일 13:39:02 / 수정 : 2008년 05월 19일 13:4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