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CEO·최고경영진

  •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0]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대응의 핵심은 신속성이다. 모든 위기는 시간이 해결 해 준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더 나중엔 재가 되더라도 무언가 되긴 된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결과는 이런 참담함이 아니다. 적시에 위기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각각의 대응 기능 스스로 준비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준비가 없으면 항상 느리다. 예외는 없다.

    우리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기업 대부분이 위기 상황 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인다. 물론 기업은 개인보다 느리다. 기업은 환경보다 느릴 수 밖에 없다. 상황 감지에 여럿이 관여 하다 보니 상황 파악도 느릴 수 밖에 없다. 의사결정그룹도 한 개인이 아니라면 의사결정이 빠를 수가 없다. 위기 대응에 나서는 사람들이 여러 준비에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뒤일지도 모른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전방 군인들을 생각 해보자.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지하면 이에 대응하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들은 항상 노력한다. 심지어 일선에게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적이 도발하면 반사적으로 먼저 응징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신속한 초기 대응을 주문한다. 우리 군이 즉각 반격에 나설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대비 또는 준비라고 불리는 체계가 필요하다.

    준비(準備)라는 단어는 사전에 의하면 ‘미리 마련하여 갖추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마련해 하나 하나 미리 갖추어 나가는 것이 위기관리에서 ‘준비’의 의미가 되겠다. 개념적으로는 당연하고 간단한 주문 같아 보인다. 하면 되지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예측되는 위기에 있어서도 별반 세부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거의 매번 별반 실제적 준비 없이 위기를 맞으니 그에 대한 대응은 반복적으로 늦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왜 그럴까?

    서로 만나 마주 앉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같이 일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부서간 사일로(silo)가 위기 때는 더욱 강해진다. 흡연실에 옹기종기 모여 대응을 논하는 일부 팀장들이 위기관리를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체계적으로 모두 함께 이음새 없는 대응 계획을 세우기 힘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법무, 기획, 대관, 홍보, 영업, 마케팅 각각이 예측되는 동일한 위기에 대해 각기 자기들만의 대응 계획을 세운다. 실제적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준비체계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개념적으로만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위기대응을 위한 준비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간은 문서작업을 위한 업무라고 실무자들은 토로한다. 문서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문제는 보고를 위한 문서에 시간을 과도하게 쏟아 부어 실제로 인적, 물적, 경험적, 네트워크적인 준비를 할 여유가 부족하게 된다.

    일부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전문성을 요한다. 평소 담당실무에만 집중하던 부서들이 생소하고 특수한 유형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정확하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사내에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언을 요청하는 전화를 극비리에 돌리다가 때를 놓치고 위기를 맞는다.

    위기관리 성공을 원하는 CEO는 하루 빨리 ‘정리된 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고민 이전에 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 프로세스 구축’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평시 가능한 여러 위기 유형에 대한 대비 체계를 점검하고, 부족한 면이 있으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체계 보수를 진행해 보자. 세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주 사소한 준비들에 대한 니즈를 발견하고 이에 부서들의 실제적 고민을 요청해 보자. 이를 위해 CEO는 시나리오를 넘어 각본까지를 상상하면서 하나 하나 질문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욱 이상적인 것은 회사 내부에 이런 시나리오와 각본을 미리 고민하고 계속 질문하는 관제탑 기능을 설치 운용하는 체계가 되겠다. CEO는 이 관제탑 기능을 하는 임원이나 부서장과 함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준비 체계를 이해하면 된다. 위기관리란 ‘위기에 처한 기업이 꼭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여기서 기업이 ‘제 때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곧 준비다. 준비 없이는 뭐든 제 때 하기가 힘들다. 위기관리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평소 미리 고민하던 CEO가 위기관리에 곧 잘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준비’다.

  •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 받고 질문하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9]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 받고 질문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발생 시 실시간 상황 보고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고경영진이 우두커니 워룸에 앉아 실시간 보고를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살아 움직이는 위기 상황을 지속 트래킹하고 그 결과들을 ‘정기적’으로 공유 받는 것이 현실적이다. 새롭게 변화해 가는 상황에 대해 계속 질문하는 것이 CEO의 역할이다.

    위기 발생 시 대부분 최고의사결정그룹은 빠르게 의사결정 한다. 위기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프로세스는 보고와 공유 단계다. 이 프로세스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상상을 뛰어 넘는 변수들이 개입한다. 당연 프로세스 진행 시간은 때때로 과도하게 소비되고,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인 정확성은 반대로 허무하게 사라지곤 한다.

    위기가 발생하면 해당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지속 변화한다. 한 시간 전 보고 공유 받은 상황이 지금의 상황과 전혀 달랐던 것일 수도 있다. 아마 한 시간 후의 상황도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어차피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은 시차를 극복할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계속 뒤쫓아 가며 한발 늦은 의사결정에 만족할 수만도 없다.

    많은 기업들이 이 때문에 실시간 상황 보고 체계를 마련하려 한다. 상황 모니터링을 실시간 화 해서 직접 CEO와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상황판이나 여러 공학적 프로그램들을 통해 구현된 상황을 들여다 보려 욕심 내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 과정에서 그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의미 없는 것인가 하는 깨달음을 곧 가지게 된다.

    중요한 것은 실시간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이 위기 상황을 들여다 보는 것 자체가 아니다. 해당 상황이 변화해 가는 방향성에 대해 정기적으로 공유 받는 것만으로도 최고의사결정그룹은 필요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정기적’이라는 것이다. 그 간격은 각 사 체계와 해당 위기의 형태 또는 휘발성 등 여러 변수들에 따라 내부적으로 결정된다. 1시간 단위가 될 수도 있고, 4시간 단위가 될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변화의 방향을 최고의사결정그룹이 인지하고 이에 대해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될 것인지 예측 가능하게 되면 성공이다.

    물론 정기적으로 공유되는 상황 변화는 통합적인 것이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보고 내용들은 일선에서 실제 위기대응을 하고 있는 실무 그룹들과도 100% 공유 되어야 한다. 산발적 보고와 다른 공유들이 무질서하게 이루어지면 실패다. 관제센터의 역할을 하는 특정 부서가 지속적으로 변화해 가는 상황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직 각 부분에서 올라오는 첩보들과 정보들을 전문적으로 정리 해 정기 보고하는 형식이 이상적이다.

    정기적으로 상황 보고를 받는 CEO는 항상 질문을 통해 추가의사결정에 필요한 나머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필요 시에는 변화해 가는 상황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는 전문가그룹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CEO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질문 해 정확한 시각만 가지고 있다면, 위기 대응을 하고 있는 일선 실무그룹들도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르고, 역량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동기를 가지게 된다. 일종의 내부 압력으로 공유 된 상황 자체가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CEO가 경계해야 할 것은 CEO 자신이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거나, 그 반대인 경우들이다. CEO가 위기관리 실행 그룹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CEO의 전략이 정확하게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극대화 된다는 의미다. CEO가 상황 정보에서 일부 또는 많은 부분 소외되어 있다면, 절대적으로 정확한 전략을 도출 할 수 없게 되어 문제다.

    위기 상황에서 해당 상황 변화에 대한 보고와 공유에서는 절대적으로 상호균형적인 정보 보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 균형이 정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하고, 업데이트 되어야 한다. CEO와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의사결정이 일선 위기관리 실행 그룹에게 완전하게 이해 되어야 하고, 일선에서의 보고 내용들이 CEO와 최고의사결정그룹에게 정확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 역학을 해야 하는 ‘관제탑’ 그룹은 평시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된 바 대로 움직인다. 정기 보고되는 상황들에 대한 CEO의 지속적 질문은 이러한 상호균형적인 정보 보유 가치를 도출하기 위한 전략적인 위기관리 방식이다.

  •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8]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들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필자는 관제탑의 부재를 꼽을 것이다. 사내에 위기관리를 리드, 관제, 통제하는 부서가 평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는 최고의사결정그룹과
    관제탑을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과 관제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인천국제공항에 한 해 내리고 뜨는 비행기들은 2010년 기준 약 20여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평균 500~600대의 비행기들이 드나드는 셈이다. 이곳에는 어떤 비행기가 언제 어떤 활주로에 착륙 또는 이륙해야 하는지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비행기 조종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관제탑이다.

    관제탑은 컨트롤타워라고도 한다. 현장과 직접 연결이 되어 있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모니터링 가능하다. 또한 비행기들은 관제탑의 지시와 지원 커뮤니케이션을 그대로 준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비행기 조종사가 자신의 비행기를 아무 때 공항 아무 곳에나 착륙 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다. 자신의 사정에 따라 관제탑의 지시를 거부하고 독단적인 기동을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모든 비행기들의 흐름은 관제탑에 의해 계획되고, 결정되고, 지시된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일선에서 대처하여 비행기 조종사들과 함께 대응하는 역량도 관제탑은 가지고 있다.

    기업 내 위기관리 시스템을 들여다 보자. 우리 회사 내에 위기가 발생하면 이와 같은 관제탑의 역할을 하는 부서는 어디인가? 위기 발생 시 실제 현장에서 위기 대응 활동들을 하는 수많은 부서들과 더 많은 실무자그룹들을 한눈에 모니터링 하는 부서가 존재하는가? 셀 수 없이 많아 평소에도 그 활동 내역들을 잘 알기 힘든 수많은 이해관계자 접촉면들에 대해서는 관제나 통제가 가능한가?

    예를 들어 대기업으로서 우리 회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기업 공식 SNS채널들을 한번 세어 보자. 각 계열사별, 사업부별, 브랜드별, 캠페인별 등 생각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큰 위기 시 이들 모두가 하나의 입장과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한데 이런 체계를 사내에서 어떤 부서가 책임지고 있는가?

    많은 CEO들이 위기 시 ‘대응 명령과 함께 즉시 실행이 이루어 지리라’ 기대하곤 하는데 현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의도적인 지체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각 대응 부서와 실무자들의 사정과 역량에 따라 지시된 대응 업무의 실행은 천차만별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천차만별의 실행 조차 어느 부서도 지정되어 관제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위기 시 많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마케팅이 홍보부서에서 대응하는 위기관리 활동들을 잘 모르고, 생산과 기술 부서는 서울에서 영업부서들이 위기관리 하고 있는 내용들을 알지 못하는 꼴이다. 회사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에 대한 관제탑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혼돈이다.

    위기관리 성공을 바라는 CEO라면 하루빨리 위기 발생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사내 관제탑 기능을 정의하고, 가장 최선의 부서를 지정 해 이 역할과 책임을 부여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관리를 위한 관제 부서의 사내 통제력을 지원하기 위해 관제탑 협업에 대한 관련 규정을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제 지정한 관제탑 기능의 부서가 정확한 역할을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다. 많은 위기 대응 협력 부서들이 관제탑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지 점검도 필요하다. 규정에 따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관제탑의 리드를 잘 따라주고 있는지도 CEO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

    흡사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관제탑 없이 운영되는 시골 공항들과 같았다. 활주로에는 온갖 종류의 비행기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엉켜 있거나 접촉 사고를 내고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들간에 오가는 고성들이 관제기능을 대신했던 것이다. 우리 비행기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각각 정확한 이착륙들을 하고 있는지 관제탑을 만들어 관리하자. 이 또한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CEO가 리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관리(management) 체계가 되겠다.

  •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이코노믹 리뷰 기고문]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는 항상 책임을 동반한다. 이런 특성을 다루는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은 관리를 강조하는 기업과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으로 나뉜다. 관리를 강조하는 기업은 우선 주요 핵심 임원들이 원팀 마인드를 형성한다. 반면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은 누가 말에서 올 것인지에 주된 관심을 쏟아 사후 수습만 가능하게 된다.

    위기관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많은 학자들은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한 위기관리라 강조한다. 그것이 사후 위기관리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러나 사실 정확한 의미로 보자면, 부정적 요인들을 사전에 감지하고 관리해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모든 활동들은 그 자체가 경영(management)이라 볼 수 있다. 경영자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그 경영 말이다.

    경영적 노력의 실패 또는 실수들로 인해 발생하게 된 위기를 적절히 관리하는 활동이야 말로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라고 부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관리를 사전적 노력과 사후적 노력으로 나누어 이해하려 하지만, 이런 분절적인 시각보다도 평소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들이 곧 경영(management)이라는 개념을 형성하는 것이 좀 더 발전적인 위기관리관이라고 본다. 당연 그 경영의 책임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기들을 분석 해 보면 그 위기 특성에 있어 조직 자체가 상당 부분 부주의했거나, 사려 깊지 못했거나, 일정부분 의도적이었거나, 형편 없는 의사결정으로 인한 것들인 경우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위기관리의 실패가 아니라 경영의 실패라는 지적을 해도 딱히 다른 할말들이 없어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더욱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분은 위기가 발생하게 된 이후다. 많은 기업들이 해당 사건/논란의 ‘책임’을 물어 관련 임원들을 경질한다. 기본적으로 위기 발생 직 후 ‘위기관리의 책임’을 지는 임원들을 경질하는 것은 위기관리 자체에 대한 기업의 낮은 관심과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해당 위기를 발생시킨 책임을 묻는 다면 책임 질 사람은 ‘경영’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어야 맞다.

    위기관리를 해야 할 임원들을 경질하는 것은 해당 위기를 관리해야 할 중요한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다. 새롭게 임명되어 그 책임을 물려 받게 된 임원들은 그러면 어떤 활동이 가능할까? 수습뿐이다. 새 임원들은 위기관리 보다는 수습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문제의 원인과 발생 프로세스 그리고 대응 방식들에 대한 돌아봄과 분석 개선 보다는, 신속한 수습과 사후 처리에 몰두하게 되니 동일한 위기 재발 시 더 나은 위기관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새롭게 책임 지게 된 임원들 스스로도 일단 수습이 끝나면 다시 조마조마 해 지게 마련이다. ‘전임 임원도 이런 일로 경질 되었는데, 앞으로 재수 없이 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나도 경질을 당 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위기 발생을 억제 예방하는 경영(management) 활동 보다는 운(運)에 의지하거나 위기 사실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는 시도(try)들이 조직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옛말에도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했다. 이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수가 그 전쟁을 가장 잘 아는 장수이며, 어떻게든 그 전쟁에 이겨 나라를 구할 책임을 진 사람이라는 의미다. 또한 장수에 대한 일관된 지원을 통해 그 장수가 국가의 신뢰에 힘입어 더욱 더 큰 충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기업 위기관리에서도 이 지혜는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 오너나 CEO들은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안팎으로 창피해 하기 보다는 위기를 적절하게 관리 하지 못한 것을 좀 더 창피해 해야 한다. 위기는 경영적 원인으로 언제나 발생 가능하다. 창피 해 하기 보다는 위기를 관리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제대로 된 조직은 그러한 경영적 실수와 문제들을 적절하게 관리해 위기관리에 성공한다. 그러나 어딘가 부족한 조직은 위기가 발생하면 매번 장수를 바꾸고 수습에만 집중한다. 위기관리에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임원들은 그저 소방수들로 전락하고, 그 와중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된다.

    위기관리에 성공을 원하는 CEO라면 평소 경영적 시각으로 위기를 바라보자. 핵심 임원들로 하여금 그들의 전문성과 평소 구축한 체계에 따라 해당 위기를 즉각 관리할 수 있게 배려하고 지원하자. 그들을 말에 내려오게 하기 보다는 말에 오르게 하자.

  • 한국기업들의 위기, 경영의 문제? 위기관리의 문제?

    한국기업들의 위기, 경영의 문제? 위기관리의 문제?

    기업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들을 스트래티지샐러드에서는 총 87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121개 유형으로 또 분류한다. [출처: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매뉴얼 체크리스트 2013]

    이 유형들 중 한국 기업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위기 유형들의 특성들을 분석 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3가지 특징을 보인다.

    1. (기업이) 의도적으로 발생 시키는 위기

    2. Guilty성 위기

    3. 구조적인 위기

    많은 학자들과 실무 전문가들이 위기관리를 사전 위기관리와 사후 위기관리로 구분하곤 한다. 하지만, 위기관리라는 개념하에 사전적 위기관리를 집어 넣는 것이 실제로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평소 위기 유형들을 분석 해 자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미연에 발견하고, 완화 시키고, 억제 방지하고, 대비하는 모든 활동들. 즉,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 또는 요소들에 대한 사전적 관리는 위기관리 이전에 곧 경영(management)의 영역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위기관리는 평소 경영 활동에 의해 감지, 억제, 완화, 방지 되던 위기가 실제로 발생 해 가시적 영향을 미치게 된 상황을 관리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보면 위기 발생 이전에는 경영의 영역이고, 위기가 실제 발생한 시점 이후가 바로 위기관리의 주요 영역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실무자들의 입장에서도 위기 발생 이전에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방지, 극복 활동들은 경영의 영역으로 구분되는 것을 원한다. 위에서 제시했던 한국기업들의 주요 위기 유형들의 특성을 보자.

    1, (기업이) 의도적으로 발생 시키는 위기

    예를 들어 시장 내에서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 해 불공정한 사업 관행을 전개해 이득을 취하는 기업의 경우를 보자. 이런 사업 구조는 경영진의 관리 대상이고 책임이다. 이를 위기관리 관점에서 실무자들이 경고 해 불공정성을 해소 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의 결단에 의한 개선이 없이는 해당 이슈는 곧 위기로 발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미봉이나 모면, 발화 지연 전략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위기관리 전략이 성공했다 치더라도 해당 위기는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의미의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책임은 위기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최고경영진의 경영 영역에 한정되어야 한다.

    2. Guilty성 위기

    예를 들어 생산시설 내 안전 조치나, 교육 그리고 사고 대응 장비들의 미비에 의한 안전사고 발생 경우를 들어 보자. 분명히 법적 규정에 따른 모든 제반 준비 체계를 갖추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이다. 분명한 기업의 Guilty성 위기다.

    이에 대한 관리도 경영의 영역이다. 최고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철학과 그 구현 의지가 핵심이었다. 위기관리 실무자가 진단작업을 통해 생산시설에서의 안전 체계 미비를 지적한다 해도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 한 즉각적인 개선은 힘들었던 것이다.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이에 대한 사후 위기관리도 똑같이 반복된다. 미봉, 무마, 모면 등이 최선이다. 끝까지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경영 노력이 없다면 위기관리의 성공은 불가능한 것이다.

    3. 구조적인 위기

    가장 흔한 예가 기업 경영진이나 오너에 의한 문제다. 한국적 지배구조상에서 기업 경영진 및 오너의 management override에 대해 기업 내 어느 누가 사전 감지, 억제, 완화, 방지가 가능할 수 있겠나?

    이 또한 경영 그 자체의 영역이고 책임인 부분이다. 위기관리 실무자, 즉 예를 들어 감사팀 등이 오너의 management override를 감지했다 해도 이를 근본적으로 사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실무진들에게는 없어 보인다.

    이상 같이 한국적 위기 특성들에서 위기관리 활동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은 모면, 무마, 미봉, 발화지연 등이 전부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럼에도 반복적인 동일 또는 유사 위기의 발발은 당연하게 된다. [위기관리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아노미(anomie) 상태의 지속]

    한국 기업이나 조직들의 위기는 위기관리의 부실이나 실패가 문제 핵심이 아니라, 경영의 부실과 철학 부재, 낮은 품질을 핵심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매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옵션 속에서 고민한다. 또, 근본적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선을 그어 실행에 엄두 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사진 출처: Flickr [http://www.flickr.com/photos/53370644@N06/4975888229/sizes/m/in/photolist-8zGJdn-bWf8Ud-bWf9d1-bWf965-85hsb8-bWf8Zj-bWf8Cw-bWf8MU-bWf8JC-bWf8Fd-dD7gsM/]

    경영이 그대로 인데, 위기관리가 더 나아질 순 없다.

    근본적으로 위기 발생의 책임은 최고경영자에게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는 현실에서 웬만해서는 위기발생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신 위기관리가 잘 못되었다고 책임자들을 비판한다. 최고경영진들이 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한국 기업이나 조직에서 위기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위기 시, 직원들의 생존본능에 주목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생존본능. 자신의 생명을 방어하고 싶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모든 직원들은 각자 생존본능을 자극 받는다. 문제는 이 생존본능이 조직 차원의 집단본능으로 승화되지 않을 때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다른 개인적 생존본능을 발휘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간다. 힘들어 진다.

    기업은 많은 개인들의 집합체다. 평소 경영에 있어서도 이 많은 구성원들이 하나의 생각과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경영자들은 이해한다. 위기 시에는 어떨까? 위기 시에는 항상 생존본능이라는 이슈가 떠 오른다. 생존본능이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위기 시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적 생존본능과 함께 하게 되면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는 더욱 단단해 지게 마련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과 목표에 모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기업에게 위기가 다가오면 구성원들은 각자 두 개의 생존본능을 가지게 된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조직에 대한 생존본능이 하나이고, 이 혼돈 속에서 내가(또는 우리 부서가) 살아 남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존본능이 또 다른 하나다. 아주 우연히 조직 생존 본능과 개인적 생존본능이 일치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만, 기업 구성원들 중 그런 두 본능이 일치하는 개인들은 최고경영진들 극소수뿐인 경우들이 많다.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행위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조직이 경험한 부정적인 임팩트들의 수준과 범위에 따라 사후 많은 책임들이 거론 되기 마련이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 처해 개인적인 본능을 내려 놓고 조직의 생존본능에만 자신의 노력을 집중할 수 있는 개인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위기 시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즉각적인 보고를 꺼린다. 정확하게 빠짐없이 보고하고 공유하는 것에 주저한다. 때로는 개인을 위해 전술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해당 상황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최고 경영진의 눈과 귀에 주로 신경 쓴다. 다른 부서들의 책임을 자기 부서의 것보다 크게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사후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전략적인 부분보다 가시적인 부분을 위해 더 활발히 움직인다. 최선을 다했다는 결과보다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고자 하는 CEO는 이런 갈등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이해 속에서 이 두 가지 갈등을 가능한 제한하고 조직적인 생존본능으로 규합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감지에서 보고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때에도 일선 직원들의 생존본능을 감안하여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하는 원칙과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그에 기반해 실행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생존본능을 극도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혼동시기에 막연한 개인적인 생존본능은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규정과 책임에 의해 대부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개인적 생존본능에만 매달리고 있는 임원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최소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세부 원칙에 대해 훈육된 (disciplined) 구성원들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 개인들은 막연한 생존본능에 의지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집중하게 되고, 그에 따라 규정된 책임을 나누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의지하게 된다. 규정된 대로 이렇게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스템적인 신뢰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신뢰는 일관되고 예외 없는 사후 논공행상에 기반한다. 위기를 두려워하고 창피해 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결과를 두려워하고 창피 해 하도록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CEO가 위기 시 구성원 개개인들 마음속에 있는 생존본능과 두려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면 항상 실제 위기 시 큰 충격에 빠진다. 자신과 다른 생각들을 하는 직원들을 마주하게 된다.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발이 따로 노는 극도로 불편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뛰어 넘어 관리(management)하자.

  • 일사불란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바라는 CEO라면 ‘일사불란’ 한 대응을 미리 상상 또는 기대하지 말자. 아무리 준비하고 연습해도 일사불란함이란 요원하다. 개인 스스로도 갈팡질팡하는데 어떻게 큰 조직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기대 대신 위기대응에 문제를 일으킬 구멍을 찾는데 먼저 힘쓰자. 그게 더 현실적이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 뜻 그대로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는 의미다. 기업 CEO들은 위기 시 누구나 일사불란한 대응을 조직원들에게 기대한다. 하지만, 이 일사불란이라는 표현은 상상이나 기대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기 대응에 있어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들은 무얼까? 왜 모두가 일사불란 함이 큰 가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실행하지 못할까?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때문이다. 평소에도 서로 대화 하고 협의 하고 미팅 내용을 공유하는데 있어 많은 누락과 오해들이 존재한다. 시각을 다투고 조직원들의 개인적 관여가 높은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평소 커뮤니케이션 오류들이 수십에서 수 백배 더 증가한다. 정확하게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니 하나의 위기대응은 불가능해지게 마련이다.

    둘째 문제는 일사불란하게 대응 하려 해도 기존 대응 체계가 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A와 같은 위기 발생 시에는 기획부서가 대응 주체가 되어 대응 지원그룹인 홍보, 법무, IR, 총무등과 협업하여 초기 대응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상에는 ‘협업하여’라 되어 있을 뿐 누가 누구를 리드하라는 지시는 생략되어 있다. 기획부서장이라고 매뉴얼상에서 명기한 지원 그룹 부서장들을 통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지원부서장들을 빼고, 또는 그들의 승인을 득해 하위 팀장그룹들과 협업하게 되도 문제는 생긴다. 협력 수위와 협력 승인 기간들이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각 지원 부서 팀장들이 각자 부서장에게 기획부서장으로부터의 협조요청사항들을
    전달 브리핑 하다 보면 시기적으로 일사불란 한 의사결정이나 대응 퍼포먼스는 이내 사라지게 된다.

    셋째 문제는 일사불란함이 조직 내 개인들에게는 극도로 부자연스러움이며 제한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함이란 지시사항에 대한 규격화된 실행을 의미한다. 물리적 대응 방식과 대응주체 그리고 대응 시간대에 정확한 제한을 두고 지정된 결과를 예상 그대로 도출해 내야 하는 부담을 내포한다. 당연히 일사불란함에 대한 강조가 실무자 개인들로서는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왜 IR팀에서는 오전 12시 이전에 문제를 해결했는데, 홍보팀에서는 지시 사항을 오후 3시가 되도록 실행하지 못하고 있나? 이렇게 해서 일사불란 함이라고 할 수 있겠나?”하는 핀잔을 듣게 되는 걸 실무자들은 내내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렇듯 CEO에게는 일사불란함에 대한 막연한 추구보다 차라리 평소 위기대응에 있어 어떤 빈 구멍이 있을까를 발견해 하나 하나 그 구멍을 메워 나가는 체계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뉴얼상에 있는 문제를 발견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 활동들에 시간을 투자해도 좋다. 실행 부서 별로 실제 대응 역량들을 세부 점검해 부족한 부분들을 강화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도 좋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위기 시 외부에서 우리 회사를 지원해 줄 이해관계자 그룹들을 고민하고 그들을 위해 투자해 보는 활동도 좋겠다. 평소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좋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가장 공통적 문제점이다. 이에 대한 오너십 부여와 강조도 좋다.

    물론 기업 CEO로서 일사불란함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는 없겠지만, 위와 같은 소소한 준비와 체계 개선 및 투자들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기초 체력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뒤를 바꾸어 생각해 일사불란함을 해치는 체계적인 부분들을 먼저 개선해 장애물들과 험로들을 미리 개척해 놓는 것이 이롭다는 이야기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이야기를 한다. 진정한 일사불란함을 위해서는 그 일사불란함을 훼손하는 디테일들을 찾아 하나 하나 개선 해 나가는 준비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막연한 기대만큼 위기 시 큰 상처를 주는 것이 없다.

  •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

    기업이나 정부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재’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곤 한다. 그래서인지 기업 경영진들은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어야 위기관리 체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도 사회적으로나 업계에 어떤 큰 사건이 있으면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이런 질문을 실무그룹들에게 하곤 한다. “우리도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경영진들이 가지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가치의 핵심은 ‘심리적 안정감’으로 보인다. 회사 직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면서 나름 많은 고민들을 하고, 체계를 돌아 보았으니,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때문인지 실무그룹들은 경영진들을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의 분량과 부피를 극대화 하려는 노력들을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모든 위기 유형에 맞추어 세부 대응안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두툼함을 넘어 여러 본의 별책들로까지 구성된 백과사전식 위기관리 매뉴얼은 바라보고만 있어도 든든함이 생긴다.

    실무 그룹들의 생각은 어떨까?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 경영진들이 가진 것과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반응들이 많다.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에게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 보유 사실을 설명하며 잠시 홍보목적의 자신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무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신뢰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믿음이 없다기 보다는 ‘좀 찜찜하다’는 느낌들이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실무그룹들은 일선에서 위기관리 업무를 해본 경험들이 있고, 앞으로 위기관리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처음 위기관리 경험을 했을 때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고 이에 따라 대응 했다기 보다 부서의 경험과 본능들을 가지고 대응 했었다. 이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위기대응 경험 때문에 이후 만들어 진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해서는 부정적 태도들을 보이곤 한다. 한마디로 “매뉴얼대로 해서 위기관리가 되는 줄 알아?”하는 생각이다.

    또 실무그룹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비현실성과 두리뭉실함에 대해 반감을 표하기도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너무 정형화 되어 있어서, 그때 그때 대응을 달리해야 하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들을 종종 표현한다. 일부는 “불이 났다고 칩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는 ‘불을 정해진 담당자들이 최단시간 내에 꺼야 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근데 그걸 누가 모릅니까?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말고 불을 세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야 꺼지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하면서 답답해 한다. 백과사전 분량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두고도 그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에 목말라 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심리적 안정’의 도구로, 실무자 그룹들은 ‘경영자들을 위한 보고 문건’으로 간주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에서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 매뉴얼’을 찾지 않고 다시 종전의 단발적 위기대응으로 이어지는 이유들이 대부분 이 때문이다. 놀랍게도 많은 기업들이 위기 시 위기관리 매뉴얼을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러면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대신 평시에 위기관리 그룹이 위기관리 매뉴얼 내용들을 머릿속에 넣어 완전 숙지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분량도 아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금처럼 위기관리 매뉴얼을 몇 년마다 경영진들의 지시가 있을 때 한번씩 개정해 주는 공식 문서로만 그냥 보유 하고 있는 것이 최선일까? 현실적으로 쓸모 없다는 의견이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어쩌면 좋을까?

    기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으면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 해당 매뉴얼의 수명은 어느 정도될까? 여기에서 수명이란 최초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경영진들과 위기관리 실무그룹들에게 브리핑 해 그들이 어느 정도 매뉴얼 윤곽을 기억하고 매뉴얼 존재를 기억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의 실제 수명은 6개월에서 1년을 채 넘지 못한다. 실무자들이 바뀌고, 팀장들과 임원들이 바뀐다. 조직이 개편되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수록된 위기관리 조직도가 옛 것이 된다. 새롭게 자리가 바뀐 직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존재 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흔히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이 있었어? 그걸 어떤 부서에서 만들었지?”하는 이야기들을 사내에서 하곤 하는데 이 때문이다.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을 살아있게 하기 위해서 위기관리 실무그룹들은 정기적으로 매뉴얼에 기반한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경험해야 한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따르고 있는 아주 당연한 기업 위기관리 체계와 프로세스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가만히 놓아두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짧은 생명력을 가진다. 그렇다고 실무자들이 매일 매일 보고 묵상 하고 반복 학습 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 내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가진 위기관리 매니저 그룹들이 리드해서 진행하는 정기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체계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명심해야 하는 것은 해당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기반하지 않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마치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자칫하다가는 일선의 본능과 직관에 의한 경험들을 강화 발전 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위기관리 훈련과 시뮬레이션은 기본적으로 기존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현실적인 검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실제적 위기상황을 설정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위기 대응 업무들을 실행해 보는 것이 핵심이다. 위로는 경영진들이 중심이 된 위기관리위원회의 가동에서 일선으로는 상부 보고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등 전사적 대응 체계를 위기관리 매뉴얼에 적시된 그대로 세세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관리 매뉴얼상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 이 또한 이상적인 결과다. 발견된 문제점들을 개선 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수정하면 된다. 위기관리 조직상의 변화가 있으면 그에 따라 다시 위기관리 조직을 구성 운용 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업데이트 된 조직도로 매뉴얼을 수정하는 식이다. 미처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에 수록하지 못했던 새로운 위기유형이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 해 보고 그 결과를 분석해 기존 위기관리 매뉴얼을 강화 할 수도 있다.

    지속 검증되고 수정되고 업데이트 되어 강화된 위기관리 매뉴얼보다 효과적인 기업 위기관리 체계가 없다. 이런 류의 매뉴얼은 ‘공식 문서’의 의미를 넘어 ‘전사적으로 체득화 된 위기대응의 뼈대’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경영진을 비롯한 위기관리 그룹들은 정기적인 위기관리 매뉴얼 기반 훈련과 시뮬레이션들을 통해 실질적 경험도 가지게 된다. 이는 비단 개인적 자신감을 넘어 조직적인 믿음으로 까지 발현된다.

    점차 이 과정이 지속되면 실무그룹들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불신과 불만들이 줄어들게 된다. 훈련과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의견들을 개진 하게 된다. 그 의견들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정리를 거쳐 위기관리 매뉴얼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된다. 스스로 만들어 운용하는 진짜 매뉴얼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위기관리 매뉴얼을 귀찮은 보고용 문서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활용하는 친근한 게임북의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경영진들은 기존 가졌던 막연한 ‘안정감’보다는 더욱 강력한 ‘신뢰감’을 가지게 된다. 위기관리 조직과 역량에 대한 신뢰감이 배가 되는 것이다. 어떤 특정 위기가 경쟁사들에게 발생했을 때 예전처럼 ‘우리에게도 저런 위기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우리 조직은 저런 위기가 발생하면 최소한 저 회사보다는 훨씬 나은 대응을 하도록 훈련되어 있다’는 자신감이 기반이다.

    “우리 위기관리 매뉴얼을 믿습니까?”라고 직원들에게 물어보자. 지금 보유하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진짜 믿고 신뢰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돌아보자. 조금이라도 마음속에 찜찜함이 있다면 그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더욱 정확하게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관리하는 방식과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진들과 실무 그룹들에게 신뢰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위기관리는 실행이다. 빨리 실행하자.

  •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카우보이 기업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카우보이 기업들

    기업들의 경우 다가오는 위기를 사전 감지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기업들에서 중소기업들에 이르기 까지 웬만한 기업이라면 정기적으로 시장과 사회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보고하는 업무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경찰이나 국정원 수준의 정보력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슈나 위기를 감지한다. 시장에 떠도는 정보지나 증권가 루머들도 기업들에게는 큰 예보자의 가치를 가진다.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언론 기사들만 충실히 분석 해도 앞으로 어떤 이슈나 위기가 우리 회사에게 다가올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엔 충분하다. 소셜미디어를 다각적으로 들여다보면 최소한 ‘언제’는 아니더라도 ‘어떤’ 이슈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감을 잡을 수 있다. 더 깊이 분석해 보면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그 ‘어떤’이슈가 ‘어떤 논리와 방향성을 가지고 다가 오고 있다’는 질적 근거들을 손쉽게 사전 감지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기업들이 이런 조직과 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마치 ‘너무 갑작스럽고 전혀 예상치도 않은 듯’ 이슈나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다시 표현하면 ‘그런 이슈나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라 ‘맞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보일까? 그런 대부분의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해당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의 경우들이 많다. 자신들의 관리 실패에 조금이라도 정상참작을 받기 위해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다’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업이 모르면서 당하는 위기란 극히 소수이며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위기들에 대해 기업들은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인지하고서도 별다른 실질적 대비나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왜 이럴까? 예상되는 부정적 이슈나 위기가 실제로 발생하게 되면 자사에게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무시하는 것일까? 그 대표적 원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지한 예상 이슈나 위기를 중대한 위기로 정의하지 않는 최고경영자

    기업마다 위기에 대한 유목화와 정의는 모두 다르다. 같은 업종에 있는 기업간에도 특정 상황을 위기로 보는 기업이 있는 반면, 다른 경쟁사는 위기로 까지 정의하진 않는 경우도 있다. 기업마다 기준과 상황이 달라 그런 정의의 다름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동일 기업 내에서 위기에 대한 정의가 구성원 각자에게 다르게 규정되는 경우다. 일선 직원들과 업무팀 수준에서 ‘위기’로 정의되는 상황이 본사 임원들과 CEO에게 보고되면 ‘위기’로 정의되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반대로 윗분 들이 심각하다 생각하시는 상황이 일선 실무자들에게는 ‘별 것 아닌 해프닝’으로 받아 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심각하다는 상황을 영업에서는 우습게 바라보거나 생산에서 빨간 불을 켰는데, 구매나 기획에서는 녹색 불을 켜 의견을 달리하기도 한다.

    결국 기업 위기에 대한 최종 정의는 CEO에 의해 내려지는 법이다. 다가오는 이슈와 위기를 감지하더라도 최고의사결정권 그룹에 보고되고 그들의 의사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해당 감지 내용은 종종 왜곡이나 가감 된다. 결국 CEO는 적절하게 해당 상황을 사전 대비가 필요한 ‘위기’로 정의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CEO들이 그렇지만 일정 부정적 상황이 예측되더라도 그것을 위기로 부르거나 위기로 정의해 조직을 긴장하게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이 있다. 이 때문에 감지된 이슈와 위기가 대비 없이 발생 시까지 그대로 사장(死藏)되는 것이다.

    둘째, 위기라 정의하긴 하지만 대비의 리더십을 정해주지 않는 최고경영자

    “그렇다면 우리가 무언가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모두 신경 써 대비를 합시다.” 그리고는 끝나버리는 경우다. 특정 부서나 임원에게 대비 상황을 챙기는 리더십을 공식적으로 부여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일단 CEO께서 대비 하라고는 하셨는데, 정확하게 누가 리드해 대비 업무들을 완결 지으라는 ‘역할’을 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서들은 각기 다른 지엽적 대비들을 하며 제자리 걸음을 한다.

    물론 함께 모여 상의도 한다. 일부 협업부서들끼리 대비책들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부서별 대비책들이 실제 위기 발생 시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또한 부서별로 최선을 다해 대비책을 만들더라도 그 사이 사이에 이음새와 구멍들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아무도 모른다.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모두가 어떤 수준까지의 대비책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협업이 힘들고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통합적 전략 하에서 부서들이 움직여 전사적 위기관리 목적을 쟁취한다기 보다는 각자의 생존전략들을 쟁취하고 위기관리를 마무리한다. CEO께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기업이 있다면 이런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제가 분명히 대비를 철저히 하라고 했을 텐데요? 왜 부서들이 따로 다로 움직이고 준비 안된 부분들이 이렇게 많이 드러납니까? 대체 지금까지 무엇들을 한 겁니까?”

    셋째, 예측되는 위기에 대한 대비 리더십을 감당하지 못하는 위기관리 매니저

    다음달에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는 극도로 부정적인 이슈에 대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에 대해 각 부서들을 조율하고 통합적으로 체계를 잡아 보고하라는 역할까지 맡겨졌다. 문제는 스스로 이 걸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자신이 없는 경우다. 전사적 위기관리 매니저로 임명된 자신이 평소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슈도 아닌데다, 이에 대비하려면 어디에서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는지 감이 없다. 자신이 홍보임원이라면 일단 기자들에 대한 대응안 몇 장은 만들 수 있는데, 이게 생산 이슈와 물류 이슈와 기술 안전 이슈까지 섞여 있는 이유라면 문제다. 마케팅과 영업과 기획에 인사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홍보관점에서 혼자 뚝딱 플랜을 만들어 던져주기만 해서는 반감만 살게 뻔하다.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으니 해당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해 발전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먼저 충분하게 도출 구성하라 하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도 잘 모르겠다. 10년전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좀 들쳐 보는데 이것도 이젠 업데이트가 안되어 별 쓸모가 없다. 고민을 하며 이 사람 저 사람 찾아 다니며 귀동냥을 하다 보니 시간이 간다. 리더십을 가져 큰 부담만 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 지는 것은 없고, 여러 부서들이 수근대기 시작한다. 그러다 예상되던 그날을 맞는다.

    마지막, 대비책을 세우긴 했는데 실행 하지 않는 실무그룹

    CEO께 보고 된 대비 플랜들이 실행 되지 않는 경우다. 해당 플랜이 존재하는 것도 실제 여러 부서에서는 모르고 있었던 거다. “그걸 누가 만든 거죠?”라는 질문들이 나온다. 이미 몇 달 동안 대비 플랜을 만들며 고민한 부서들이 있는 반면에, 초기 몇 번 미팅에서 들었던 단편적 대비 논의들이 전부인줄 아는 부서장들이 더 많다.

    일방적으로 이렇게 해 놓고 우리보고 실행하라면 어떡하냐는 소리가 나온다. 예산은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대비 시간이 없어 이 부분 저 부분은 도저히 못하겠다 이야기가 들린다. “대표님에게 이미 보고되고 그대로 실행하라 이야기 된 플랜입니다. 협조 좀 해주세요”하는 사정이 오고 간다. 삐걱 삐걱 플랜이 일부 실행되기는 하는데 통합적이고 집중적인 실행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이슈가 발생 하니 대응은 이루어지는 것은 같은데, 외부에서 들리는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면 마치 ‘갑작스러움에 놀라 자신들의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사실은 알고 있던 상황인데 그렇다. 정확하게 발생 시점도 최근 확인되었던 위기인데도 그렇다. 여러 조직 내부 원인들로 대비의 시간을 허비하고 “올 것이 왔다”는 심정으로 위험한 상황과 맞닥뜨리는 셈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원인들을 극복하고 위기가 오기 전 완벽히 준비하라 한다.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플랜을 세우는 것은 ‘달리는 말에 뛰어 오르는 카우보이’로 비유된다. 웨스턴 무비에만 존재할 뿐 실제에선 성공하기 극히 어려운 재주다.

  • 지시한대로 실행되리라 상상 말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지시한대로 실행되리라 상상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대응 의사결정을 하는 워룸(war room)은 항상 현장과는 격리 되어 있다.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상황과는 격차가 있다. 실행 전문성이나 현실감도 현장과는 다르다. 현장으로부터 완전한 분석 보고가 공유돼도 의사결정 순간 그 현장은 다르게 변해있다. 이에 더해 지시한 대로 실제 실행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위기가 발생 해 위기관리위원회가 소집되면 얼마 후 이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게 아직도 실행 안됐어요? 이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이유가 뭔가요?” 긴급하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실제 위기 대응을 위해 지시한 사항들이 ‘적시’에 이루어지는 비율은 일반적으로 20%도 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위기관리위원회에서는 ‘몇 시까지 이런 이런 대응을 완료하도록 하세요’라는 시간관리 조차 생략하거나 챙기지 않곤 한다.

    컨설턴트들이 외부 중립적 시각으로 기업 내부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 해 있으면 이렇게 데드라인 설정이나 시간관리를 하지 않는 내부 대응 패턴에 처음에는 적잖이 놀라곤 한다. 지시 사항이 대부분 “보도자료를 내야 하겠어요” “법무팀에서는 로펌과 상의 해 이 부분 확인 해 주세요” “영업에서는 대리점주들 접촉해서 부화뇌동하지 않게 하세요” 이런 지시 형식들이 대부분이다. 몇 시까지 완료하라는 내용이 빠져있는 것이다.

    일선에서는 지시사항들을 받으면 또 이런 반응들을 보인다. “이미 늦었는데 이런 활동들을 해 무슨 소용이 있죠?” “이건 이미 했습니다. 아직 보고 못해서 그런데 일단 일선에서 진행했어요” “이 지시는 좀 위 분들이 모르셔서 그러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상황이 더 악화돼요” 상황 발생 직 후 오전 7시에 상황 보고를 했는데 대응 지시 사항이 일선에 내려온 시간은 오전 11시가량이라 그렇다. 일선의 반응이나 피드백이 다시 본사에 있는 위기관리위원회에 재 보고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또 그로부터 몇 시간 후다. 상황이 시속 100km로 변해 간다면 내부 의사결정과 지시 그리고 피드백이 따라서 대응하는 시간은 시속 10km인 셈이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관리한다’는 표현은 그냥 수사적인 것일 뿐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시는 ‘적시’에 이루어졌다고 해도 평소 준비가 없어 실제 실행은 그로부터 상당시간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다. CEO께서 “빨리 우리의 입장을 정리 해 홈페이지 팝업으로 올려 대응합시다. 가만히 있으면 안돼요”하고 지시 하셨다 치자. 홍보팀이 대응문 초안을 만들고 내부적으로 보고를 통해 확정하는 데 1-2시간 이상을 소비한다. 이 시간 동안 초안을 쓰고, 이를 법무팀에게 리뷰를 요청하고, 임원들에게 돌려가면서 컨펌과 의견을 받아 재수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완성된 대응문 초안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데 또 1-2시간 이상이 소요가 된다. 팝업 디자인을 새로 잡고, 팝업창 위치를 내부 논의해 확정하고, 이를 업로드 하는데 드는 여러 절차들을 관련 부서들끼리 통화하면서 수정과 재수정을 거치는데 몇 시간이 소비되는 것이다. 결국 CEO가 오전 8시 적시에 지시를 하셨는데, 실제 홈페이지 팝업 대응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정오가 된다. 왜 이렇게 늦었냐 물으면 이런 답변들을 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정신 없이 빨리 움직였습니다. 위기관리 참 어렵습니다.”

    CEO는 지시와 함께 그 시점에 이미 실행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하시게 마련이다. 스스로 위기대응을 빨리 했다고 자평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오전 내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회사를 바라보고만 있게 된다. 내부와 외부가 각자 서로 다른 생각과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외부의 생각과 평가는 위기관리 성공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위기관리에 실패했다면 모든 위기대응을 외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위기대응을 위한 위기관리위원회의 의사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물리적, 시간적 거리를 가능한 단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빨리 지시하는 데서 위기대응이 끝났다 생각하기 보다, 실행 데드라인을 설정해 지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행관련 시간관리를 해야 한다. 외부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이 회사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찬사가 나올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놓고 실행 시점을 기다리는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 경계해야 할 것은 언제나 CEO 자신이 지시한 사항이 적시에 정확히 실행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과 믿음이다. 위기 시 더욱 더 CEO의 관리(management)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