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포지션 설정

  • 100% Sure vs. 100% True

    해태제과 역시 “미사랑 제품은 쌀과자로 소량의 분유만 들어있는 데다 멜라민이 검출된 분유를 사용하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큰 소리를 쳤으나 불과 1주일도 안돼 상황이 뒤집어졌다. 이처럼 국내 식품업체들의 허술한 안전관리 수준이 드러나고 신뢰도 마저
    땅에 떨어짐에 따라 멜라민 공포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뉴스]

    보통 이런 경우에 홍보팀에서 이렇게 답변하는 이유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1. 기자의 주장대로 어떻게든 (거짓말을 해서라도) 소비자의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경우
    2. 실제로 사내에서 알아본 결과 문제없다는 공식적 결론을 내렸던 경우
    3. 사내에서 누군가가 홍보팀에게 잘못된 정보를 준 경우
    4. 홍보담당자가 개인적으로 전술적 애드립을 한 경우

    보통 1번과 4번 같은 경우는 이번과 같은 민감하고 중차대한 이슈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그러므로 해태제과가 그런 포지션을 가졌을찌는 상식적으로 의문이다. 이런 경우 2번과 3번 중간쯤에 그 원인이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사 위기 시 거의 대부분의 문제들이 이 두가지 케이스에서 발생한다. (최근 동원F&B 케이스 참조)

    따라서 홍보담당자는 100% sure와 100% true를 확실히 구분하고, 검증 재검증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더라도.

  • 완벽한 위기 시나리오가 존재 하나?

    매뉴얼이나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면서 위기 시나리오를 개발하다 보면 줄 곳 하나의 공통된 장벽에 부딪히곤 한다. (위기 시나리오라는 것은 특정 위기 발생을 예상해보고, 그 위기가 실제 어떤 전개 파장을 일으킬 것인가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스토리 전개 라인) 시나리오가 과연 실제 위기 발생 시 정확하게 그 파장의 방향과 소스를 예측해 낼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기란 혼돈(chaos)인데 어떻게 수천 수백의 변수들을 예측해 정확한 시나리오를 개발할 수 있나 하는 부분이 한계다. 그러나 많은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은 위기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보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위기를 하나의 정형화 된 무생물 조각 덩어리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실제로 위기관리를 많이 해 보지 않은 실무자들이 종종 이런 시각들을 견지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위기는 절대로 정형화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종종 이런 비유를 들곤 한다.

    “끓고 있는 기름에 갑자기 찬 물 컵을 부었다고 생각해 봐. 기름방울들과 물방울 수천 수만 개가 사방으로 튀겠지. 위기가 발생한 이후 확산이 바로 그 모습이다”

    사실 위기가 관리의 대상인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변수들 대부분을 전혀 예측 통제할 수 없는데 관리라는 의미가 존재하기는 할까?

    위기 시나리오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위기 시나리오는 실제 위기 발생과 그 이후의 전개 방식을 ‘일부’ 경험해 보기 위한 하나의 샘플 (맛보기)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다. 아주 일부를 실제 환경에서 한번 시뮬레이션(모의실험) 해 본다는 의미다.

    매뉴얼에 제시된 위기 예상 시나리오들은 하나의 큰 그림일 뿐이다. 확률상 그대로 전개되는 위기도 없고, 그대로 관리되는 위기도 없다.

    이렇게 예측이 불가능한 위기 확산 형태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자산들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위기를 일부라도 관리할 수 있다.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자산들은 우리의 포지션, 조직, 역할과 책임, 그리고 메시지다. 시나리오는 하나의 그러한 자산들을 관리하는 경험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 독특하다

    삼성전자는 16일(현지시간) 오후 5시 미국 샌디스크사를 주당 26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서 전문을 미국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국내에서 이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삼성전자는 국익을 위해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말을 순진하게 믿었던 국내 언론은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외신 보도 후 국내 언론이 보충취재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는 전문 공개는커녕 사실조차 제대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국내 언론 무시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기업이라 국내 언론쯤은 얼마든지 입맛대로 다룰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일까. [매일경제, 기자24시, 국내언론 홀대하는 삼성전자]


    매일경제 이성원 기자께서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삼성전자 IR팀이 ‘갑’이라는 것은 원래 애널들에게는 상식이다. 그런 삼성의 포지션이 전략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이 기자가 이야기 한대로 ‘국내 언론쯤은…’하는 자신감에 근거한 것인지 알 길은 없다.

    하지만, 기업 커뮤니케이션 101 중 하나인 ‘언론을 차별하지 말라’는 원칙과 ‘숨김없이 완전하고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원칙에는 분명 어긋난 독특한 포지션이다.

    확실한 건 만약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기업이 이런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면 (눈에 거스릴 정도로 명확하게) 아마 기자들로 인해 엄청난 고생을 했거나 생존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을꺼라는 거다. 기자가 기자 칼럼을 통해 하소연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외에 다른 견제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기자들이 이 정도 칼럼으로 가늠 하지는 않겠다. 소리없이 조용히 시리즈 기사를 쓰면 되지…)

    아무튼, 삼성전자 같은 기업에서 이런 방식으로 한번 일해 봤으면 좋겠다. 독특한 경험이겠다.

  • 같은 결정 vs. 다른 대응

    한편 업계는 공정위 이번 조치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여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신세계는 “잘못을 인정하며 이번 조치가 유통질서 확립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수긍의사를 밝힌 반면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물게 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대해 이견이 있으며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해 향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고문 변호사와 협의를 통해 공정위 결정에 승복할지 항소할지 논의중이며 추석 이후 구체적 액션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법정소송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국일보, 백화점 3사 ‘도둑 정보 장사’, 입점업체 강요해 경쟁사 매출정보 알아내, 공정위 13억여원 과징금]

    공정위측의 거의 유사한 결정에 대해 신세계와 롯데 백화점의 반응이 180도 다르다. 대응 메시지만을 그대로 놓고 보면 신세계는 아주 잘못 했다는 것이고, 롯데는 억울하게 당했다는 표정이다. 어떤 포지션과 전략에 의해 이렇게 각기 다른 대응이 실행됬는지 내부적인 원인은 모르겠지만…

    오디언스들이 공정위가 발표한 해당 업체들의 불법적인 행태 하나 하나를 보면, 생기업을 때려잡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따라서 롯데의 대응은 법률적이거나 대정부 대응은 될찌 모르지만, 일반 공중, 소비자, 납품업체등을 향한 메시지는 아니라고 본다. 만약 “왜 우리만 7억대고 신세계와 현대는 3억대 과징금인가?”하는 과징금 액수에 관계된 항소라면 더 어처구니가 없다고 본다.

  • 왜 조직은 위기시 비이성적인가?

    (참고: 상당히 긴글입니다)

    지평의 mu님께서 위기관리와 평판에 대한 아주 과학적이고 또한 현실적인 멋진 포스팅을 해 주셨습니다. 제 이전글과 mu님의 글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하나 드는 추가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왜 삼성 같이 이성적인 조직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좋습니다. 삼성을 빼고 다시 질문을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굳이 삼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왜 이성적인 조직들이 위기시에는 비이성적으로 행동할까?”

    mu님께서는 그 원인을 인간의 뇌구조별 역할에 촛점을 맞추셔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참 insightful한 설명이십니다. (항상 멋진 정보들을 주셔서 아주 고맙습니다.)

    저는 조직적인 원인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보통 CEO에게 보고가 됩니다. 특히 회사 내외부의 큰 문제는 CEO 보고가 최우선 대응 절차가 되겠습니다. CEO는 보고를 받고나면 일단 기분이 나쁩니다. 가뜩이나 처리할 많은 문제들이 많은데 이렇게 중대한 사안들이 자꾸 보고 되니 마음도 불편하고, 짜증도 나겠지요.

    특히 오너 그룹사들의 CEO들이 전문경영인일 경우에는 자신의 프로파일하고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민감합니다. 자칫 노조문제나 산재처리 문제로 자신의 사내 입지가 불투명해지면 향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CEO들이 위기에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생각은 ‘조용한 무마’가 일반적입니다. 그룹 오너에게 소리가 안들어가게, 사내외로 안알려지게…조용히 사건 당사자들과 실무선에서 적당히 처리하는 것 만큼 이상적인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가 그렇게 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일 때 CEO가 다음 선택으로 하는 포지션이 무엇일까요? 조용한 무마가 힘들다면, 그 다음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한 강력한 대응’으로 대상을 무력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왕 벌어진 위기를 자연 소멸시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주 강력한 리더십(?)으로 해당 위기를 인위적으로 소멸시켜야 사후에 어느정도 정상 참작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이런사례들은 예전 70-80년대 그룹사 리더들이 보여준 대노조정책, 대직원정책, 대정부정책, 대언론정책에서 많은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대응 포지션에서 재미있는 점은 그러한 대응이 성공하면 사내외적으로 강력한 리더로 재포지셔닝이 되고, 여러가지 무리를 일으켜 실패하게 되면 아주 악독한 깡패가 된다는 것입니다.

    CEO들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위기관리 과정에서 더욱 더 냉철하고, 압도적이며, 안전한 방법들을 강화하게 합니다. 이를 위해 법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지원을 받습니다. 또한 각종 stakeholder들로 부터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실무진들을 움직입니다. 그 예가 홍보팀과 대관업무팀, 그리고 HR의 노무팀들이 되겠지요.

    여기서 또 재미있는 부분은 CEO의 위기대응 포지션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협조한다는 것이지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항상 조직을 뒤로 하고 (멀리 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디언스 즉, 공중들을 바라보고 살펴야 하는 사람들인데, 반대로 CEO를 바라보고 공중을 등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죠. 일종의 타협이라고 하는데…글쎄요.

    정확하게 말해서 해당 CEO의 그러한 포지션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서 옳은 포지션이다 하면 그보다 더 좋은 카운슬링 환경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CEO의 경직되고, 인간미없고, 오만한 포지션이 절대 해당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판단되면 전문가들은 CEO를 설득해야 합니다. 조직이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설득의 결과는 항상 뻔합니다.

    왜냐하면 CEO는 해당 위기가 ‘회사의 위기’ 이전에 자신의 인생이 걸린 ‘개인적 위기’이기 때문에 조직적인 차원의 중장기적 접근이 별로 강력한 소구점을 찾지 못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죠. 일종의 방어기재이기도 합니다.

    담배를 피다 걸려 당장 학교에서 짤릴 것 같은 학생에게
    방과후 자율학습을 해야 대학을 가니 같이 공부하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학생에게 제일 시급한 건 일단 정학이나 퇴학은 면하고 봐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그 다음에 대학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거죠. 절대 소구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CEO의 강력한 포지션은 당연히 아래 모든 실무자들에게 정확하게 투영 됩니다. 특히나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들은 그 파급력과 alignment가 더욱 강하죠. 사실 실무자들에게는 공중관, 즉 공중을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이 부족합니다. 회사의 중차대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내외부 공중에 대한 시각을 반영해 interactive한 자율성을 발휘한 경험이 부족하고, 그런 시스템도 없기 때문이죠. (그나마 외부 공중을 interactive하게 모니터링하는 곳은 마케팅과 홍보쪽이 아닌가 합니다)

    한마디로 실무자들은 시키는데로 하면 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상당히 내부적인 시각이지만 그게 실무자에게 맡겨진 역할이자 임무죠. 외부공중과의 접점에 있는 이 실무자들이 내부시각을 100% 반영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외부 공중들은 그 실무자들의 대응을 보면서- 인간미-를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기계로 보는거죠.

    위기관리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분들이 ‘사과를 진정성을 가지고 해라’ ‘오디언스의 편에 서라’ ‘공감을 표하고 care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라’ ‘단어 선택을 잘해라’ ‘그들의 마음을 읽어라’ ‘충분히 배상하고 용서를 빌어라’ ‘앞으로 나와라. 숨지마라’ ‘인간적인 얼굴을 보여줘라’ ‘빨리 대응해라’…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하는데 사실 이 모든 조언들은 ‘기업을 사람으로 간주할 때 주문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겁니다.

    조직은 절대 사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적 주문이 먹힐리 없습니다. CEO는 개인적인 방어가 가장 큰 니즈이며, 실무자들은 CEO의 의중에 부합하게 잘 움직여야 한다는 개인적 니즈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니즈들이 조직의 포지션을 구성하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미가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죠.

    개인적 니즈 + 개인적 니즈 = 기계적 실행

    그래서, 위기관리에 성공한 조직들이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거지요.

  • 우리 입장도 있는데…

    [질문]

    그러니까 위기시에 대다수 오디언스들의 편에 서라는 말씀이잖아요. 그걸 포지션이라고 하는데, 그들하고 적대적인 관계에 서지말고 무조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해결책을 모색 하라는 것 아닙니까. 근데 문제는 말이지…그렇게 오디언스들 말만 듣고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우리의 입장은 뭐가 되는 겁니까. 진짜 이건 아니다 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는거 아닙니까?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숙이고 들어가면서 미안하다 잘 봐달라 해야 하냐 이거죠…

    [답변]

    그건 포지션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위기시 기업의 포지션을 오디언스 대부분의 포지션과 일치 시켜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무조건’ 일치시키라는 말이 아니다. 큰 줄기에서 같은 라인에 서있되,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교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같은 라인에 서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오디언스에게 먼저 충분히 주어야 다음 단계의 부분적인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수인 적하고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가? 적과는 싸움이 전부다. 대화는 타협이고 굴복이다. 불필요하게 적이 되지 말라는거다.

    우리 회사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인 오해들이 있다고 치자. 그 오해들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라는 거다. 아무런 이유가 하나도 진짜 하나도 없다면 그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밝히면 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없다. 사회적 오해들 중 원인 없이 그냥 생겨나는 오해는 없다. (처녀가 잉태하는 경우가 없듯이)

    그 원인을 알아냈으면 그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과 하라는 거다. 원인을 차치하고 오해에 대해서 비판하고 적이 되지는 말라는 거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든 원인을 제공한 사과를 하라는 거다. 그래야 일단 같은편에 설수 있는거다.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이런 위기관리의 포지션 전략을 이해하지 못해서 따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따르기 싫기 때문에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게 본능이기 때문이다.

  • 삼성의 대응 메시지 관전평

    반올림 관계자는 “백혈병에 걸렸거나 숨진 근로자 대부분이 1~3라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작업환경이 발병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 측은 최소한의 기업적 양심을 갖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측의 설명은 정반대다.

    삼성은 반도체 생산라인에는 1만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일부 근로자들이 백혈병이나 각종 질병을 앓고 있으나 작업환경 악화로 인한 산재로 단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문제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오는 10월 결과가 나오는대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반도체 생산공정에는 200여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나 ‘벤젠’ 등 질병의 원인이 되고, 의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의심물질은 없다며 피해유족이나 반올림 등에서 작업환경을 발병 원인으로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논리를 폈다.

    문제의 1~3라인과 관련해서도 삼성 측은 15개 라인을 생산전략 등에 따라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1~3라인에 대해서도 업그레이드를 마쳤거나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나 문제가 될 만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반도체 관계자는 “우리나 반올림 측 양측 모두가 증명하기 어려운 설전만 벌이고 있는 셈”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컷뉴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우연? 산재?’ 논란 가열]

    이 기사를 통해 본 삼성측의 메시지는 뭔가?

    • 일부 주장과 단정에 대한 근거 없다.
    • 이상징후 없었고, 최선 업그레이드 했다.
    •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자.

    메시지들만 놓고 보면 대응 메시지가 아주 명확하다. 삼성스럽다고나 할까? 이 메시지로 추측할 수 있는 포지션은 그럼 뭘까?

    They are wrong because we are 100% perfect 같다. 포지션 또한 강렬하다. 전혀 같은 라인에 서지 않았고 설 의향이 추호도 없다.(법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배상책임의 유무 문제이니까 선을 긋는 듯 하다)

    하지만…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효과적인 포지션은 아니다. 또한 오디언스들을 폭넓게 고려한 포지션도 아니다. 삼성은 이번 이슈에서 오디언스를 어떻게 정의한 것일까? 아마 반올림이라고 불리는 반삼성단체를 오디언스로 규정한 듯 하다. 그렇지만 삼성은 언론에게 이야기하고 있고 언론에 대한 이야기는 독자와 더 넓은 일반국민들이 대상 오디언스라는 것을 좀더 생각해야 했다.

    더 나아가서 그 수 많은 일반 오디언스들과 같은 라인에 서는게 좋았다. 일반 오디언스들이 이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접하면 어떤 생각들을 할까? ‘삼성 반도체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백혈병 같은 것에 걸렸데…아이구 그런 큰 회사 생산 시설에서도 그런 몸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나보지? 그 죽은 사람들은 어떡해 불쌍해서…나이가 스무살 초반들인데…에휴…쯧쯧쯧” 이게 그들의 포지션 아닐까?

    삼성이 만약 그들과 같은 라인에 선다면 그리고 그 후에 키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이렇게 메시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일부 저희 직원분들이 원인이 불명확한 질환으로 고생하시거나 운명을 달리하신 것에 대해 회사는 같은 식구로서 매우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그분들이 어떤 이유로 그러한 질환을 겪게 되셨냐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분들의 가족들을 대신해서 저희는 최선을 다해 그 원인을 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역학조사에 모든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루빨리 그 원인을 밝혀내서, 그분들과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해당 직원분들과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드립니다.

    이 이후에 배경설명으로 생산환경에 이상징후는 없었고, 업그레이드도 잘해서 끝냈다고 잔잔하게 이야기 할 수있지 않을까. 그래야 근본적인 포지션에 큰 어긋남이 없이 흡수력있는 위기관리 메시징이 되지 않을까.

  • 오디언스의 시각에서 보는 사족

    이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본의는 아니겠지만 일부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언행이 있어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종교중립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갖게 하고 앞으로는 종교편향 오해가 없도록 인식을 시켜주기
    바란다”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중략)

    불교계의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요구와 관련해서는 “경위야 어찌됐든 불교계의 수장에게 결례를 해서 물의가 빚어진 만큼 경찰청장은 불교지도자를 찾아
    사과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BS, 李대통령 “경찰청장은 불교계 지도자 찾아 사과하라”]

    빨간 부분들이 사족이다. 사과는 토가 없는게 좋다. 그래야 진정성이 느껴진다. 토를 다는 사과는 100번해도 소용없다. 진정으로 사과(apology)한다는 포지션이 섰다면 그냥 사족없이 토없는 메시지로 가는게 좋다.

    오해. 부정적인 단어다. 특히 상대방인 오디언스를 향한 부정이다. 오해의 원인에 대해 사과를 하는 메시지에서 결과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권장 수정 메시지

    • “일부 공직자들이 종교편향적이라는 인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언행이 있어서 불교계가
      마음이 상하게 된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 “오늘 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종교중립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갖게 하고 앞으로는 종교편향적 이라는 인식을 불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 “불교계의 수장에게 결례를 해서 물의가 빚어진 만큼 경찰청장은 불교지도자를 찾아
      사과하고 앞으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

    일상의 예를 하나 사족으로 달아본다.

    엄마: 너 잘못했어 안했어? 엄마가 숙제를 빨리 하라고 했지? 근데 왜 아직도 안하고 놀기만 해? 엉?

    아이: 엄마, 사실이 어떻게 됬든 죄송해요. 제가 숙제를 안한게 유감스럽네요. 엄마가 오해하시지 않게 앞으론 최선을 다할 께요.

    엄마: 뭐야?????? 이 자식이!!!!!!!!!!!!!!!!

    항상 입장을 바꾸어 보자. 답이 있다.

  • 무엇을 가장 먼저?

    [질문]

    자. 위기가 발생했다고 쳐요. 위기관리팀 전체 회의가 있었고 긴급한 상황 개요 브리핑과 회사의 포지션이 공유되었구요. 그러면 회의가 끝난 후에 홍보팀은 무엇을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무엇을 하죠?

    [답변]

    대부분 기업 홍보팀들은 사건 파악에만 힘을 쓴다. 사건이 어떻게 일어 났는지, 왜 일어 났는지, 어떻게 회사에서 처리를 할 것인지 좀더 세부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답변 할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하면 홍보팀장이나 키맨 하나가 그 전화들을 다 처리한다. 기자들의 질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은글 슬쩍 답변해 넘기거나 현란하게 애드립 한다. 기본적으로 내용은 거의 같지만 이 기자의 특별한 질문에는 또 이런 답변. 저 기자의 독특한 질문에는 또 그런 답변을 한다. 나중에 기자들에게 한말들 중에 서로 상충되는 것들이 생기면 또 말을 바꾸곤 한다.

    가만히 보면 외국계 기업들은 대부분 포지션 페이퍼 또는 오피셜 스테이트먼트라고 불리는 공식 문서를 꾸민다. 국내에서 짬밥이 쌓인 홍보담당자들이 보면 ‘놀고 있네~’할 만큼 공을 들여 문구를 다듬고 다듬는다.

    그리고 나서 예상질의응답(Expected Q&A) 팩을 만든다. 이 과정도 국내 기업의 빠릿 빠릿한 실무자들이 들여다보면 ‘쩝…그걸 꼭 써놔야 아니? 끌끌…’ 할께 틀림 없다. 하지만, 외국기업 홍보 실무자들은 그냥 그렇게 한다. 그게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문서 작업을 하느냐 아니면 구두 기억을 하느냐의 차이지만…비지니스 조직 차원에서 안정성은 문서작업에 더 있다. 포지션 페이퍼 또는 오피셜 스테이트먼트를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키메시지들이 머릿속에 정리가 되는 것은 물론 그와 관련된 로직들과 표현해도 되는 것과 피해야 할 것들에 대한 아웃라인이 실무자의 머릿속에 박히게 된다.

    예상질의응답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서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할까? 하고 상상을 해보면 찰나에 기껏해야 두 세가지 핵심적 질문이 떠오르는게 전부다. 그렇지만 홍보팀이 모여서 기자들이 할수 있는 질문들을 함께 예상 해 보고 답변을 구성해 보는 것은 좀더 다양한 질문들에 완벽하게 답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사내적으로 책임 소재 및 내부 align의 측면에서도 문서화 공유 과정은 중요하다. 보통 외국기업들은 한국 지사 컨펌과 본사 컨펌까지를 득하게 되는데, 일단 컨펌을 득한 포지션과 메시지들은 홍보팀의 지정된 대변인에 의해 정확하게 전달 되기만 하면 사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인 메시지들을 가지고 나중에 책임 소재를 운운하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일이 터졌을 때 아주 동물적 본능적으로 홍보 담당자는 포지션을 생각해야 하고, 메시지를 떠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아주 정교하게 문서화해서 공유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상질의들에 대한 응답을 구성해 이 또한 공유 해야 한다.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이 겨우 1%라면? 그래도 만들어야 한다. 그게 홍보팀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냥 사건을 포지션과 메시지 무장 없이 ‘지켜만’ 보는 것은 곧 직무유기라는 뜻이다.

  • 기상청의 실패하는 포지션

    기상청 관계자는 “오보가 아니라 소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서울.경기에 50∼150㎜의 비가 온다고 예보하면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 바로 150㎜의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오해가 생긴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보에서 분명히 지역적 편차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했는데 끝까지 안 보고 판단한다. 서울.경기지역에 50∼150㎜의 비가 온다고 한다면 `서울, 경기 북부, 남부 지역에 곳에 따라 50㎜정도에서 100㎜정도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기상청 “우리도 할말있다”]


    올해 들어서 고생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면 그게 바로 ‘소통’이라는 단어겠다. 기상청이 우리도 할말 있다 하면서 “문제는 소통”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끝까지 안보고 판단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받아 들여 줬으면 한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이런 변명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오해를 해소하고, 정확한 판단을 도와주며, 수용자의 수용 패턴에 따르는 것 아닌가.

    이 또한 기상청의 포지션의 문제다. 이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있어서 국민과 ‘같은 편’에 서지 않은 포지션과 비슷하다. ‘기상청의 오보가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의 오해가 문제’라는 길 건너편 포지션이 바로 그것이다. 이슈관리의 결과는 또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