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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른다고 하면 창피한 거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한 기자가 저희 대표께 직접 전화해 민감한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표께서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르셔서 아는 범위 내에서만 답하셨다고 합니다. 홍보실에서는 그 답도 하지 않으셨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대표께서는 잘 모른다 답하면 창피하지 않느냐 하시는 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대표라고 하셔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 더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에는 아는 부분을 전부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맞고요. 이는 정직함이나 성실한 질문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업의 수장으로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이지요.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허심탄회’입니다. 허심탄회라는 말은 전략이 없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대상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부부나 가족끼리도 허심탄회가 통하는 기회는 극히 드뭅니다. 언론에게 허심탄회 한다면 더욱 말이 안 되지요.

    대표께서 자신이 모른다고 하면 기자가 자신을 무능력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아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기자에게 창피를 당하기 싫다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시 생각 해 보시지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언론에 말씀하셨다가 겪을 수 있는 창피와 모르는 것을 모른다 말씀하셔서 겪을 창피 중 어떤 창피가 더 심각한 것일까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기자들도 대표께서 잘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칫 그 말을 믿고 기사를 썼다가 추후 오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아는 것처럼 했던 대표의 답변이 곧 골치 아파지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좋아할 기자는 없습니다.

    기자는 대표의 답변이 좀 의심스럽다고 하면 다른 소스를 통해 크로스체크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최초 대표의 답변이 잘 모른 채 대충 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진짜 대표께서 우려하셨던 창피함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해당 대표의 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지요.

    기자에게 하는 답변은 정확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변입니다. 창피 당하지 않고 싶다면 미리 다양한 팩트를 숙지해 모르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없애 가면 될 것입니다. 그 때에도 기억하셔야 할 것은 아는 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는 원칙이고요.

    알면서 답변을 피하는 것과 몰라서 답변을 못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신중한 대표님들은 대부분 알면서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습니다. 그 준비를 위해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해야 할 메시지과 하지 않아야 할 메시지를 나누어 관리해 놓기도 합니다.

    이를 포함해 모른다는 말씀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시거나 창피 해 하지 마십시오. 기자의 질문을 잘 듣고 모른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이런 메시지를 기억하십시오.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깊이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기자가 계속 답을 원한다면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저에게 조금 시간을 주시면 좀더 확인해 보고 추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라도 벌어 놓으시면 성공입니다. 전략적인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적인 통화를 기사화해도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고위 임원분이 지인 기자와 통화를 하다가 최근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짧게 코멘트한 것이 있었는데, 그게 오늘 아침 기사화되어 회사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분께서는 그 기자에게 소송을 하겠다면서 대노하셨는데요. 기자가 그렇게 사적 대화를 기사화해도 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자와의 대화에 대하여 여러 번 강조 드렸지만, 해당 임원께서 현재 대노하시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확인해 보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기자에게 한 말이 정확하지 않게 기사화되었기 때문에 화를 내시는 건가요? 아니면 굳이 그 말을 왜 기자가 기사화 했는지에 대해 화를 내시는 건가요?

    질문을 들어보면 임원이 대노하시는 이유는 두번째 이유 때문인 듯합니다. 자신이 기사 내용을 그대로 말씀하시기는 하셨지만, 기자가 그걸 그대로 기사화 할지는 몰랐다. 어떻게 기자가 그럴 수 있으냐, 분명 그 대화는 사적인 것이었는데 개인적 신의나 공적 윤리를 저버린 것이다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입니다. 회사는 왜 그 분의 말이 기사화되니 발칵 뒤집혔나요? 그 기사가 부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기사에 담긴 말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서 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여기에서도 회사가 위험에 처한 것은 두번째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종합해 보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내용의 메시지를 해당 임원이 기자에게 전달했고, 그것이 기사화되는 바람에 회사가 곤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회사가 실질적 피해를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요. 그 피해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사 고위임원이 기자에게 문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번 이슈의 핵심 원인일 것입니다.

    그 외에 기자가 어떻게 사적 대화를 기사화 할 수 있느냐고요? 그것은 언론 윤리나 법적 분야에서 따져야 할 주제일 뿐, 회사가 현재 따져야 할 금번 이슈의 핵심 원인이 아닙니다. 그 시시비비를 따진다 해서 자사가 앞으로 회사가 받게 될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킬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자가 국민이나 이해관계자 알권리를 내세우게 되면 이의를 제기해서 얻는 득보다 실이 더 많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정 이슈가 발생되면 정확하게 핵심 원인과 관리 방식을 확인해 정의해야 합니다. 이번 이슈에서는 해당 임원의 부적절한 행동이 회사의 피해를 초래한 핵심 원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정의해야 다시는 유사 이슈가 발생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해당 임원은 문제가 없고, 기자가 문제 있었던 이슈라고 내부에서 정의한다면 비슷한 이슈는 재발되고 반복될 것입니다.

    “내일 아침 신문기사로 잃기 싫은 이야기는 기자에게 하지 말라.” “우리의 의사결정 내용이 자세하게 내일 신문에 실려도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오프더레코드(off-the-record)란 없고, 기자에게 한 모든 메시지는 모두 온더레코드(on-the-record).” “경영자는 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명언들이 있습니다.

    기자를 탓하지 마십시오. 기자는 기자가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한 것뿐입니다. 반대로 해당 임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 내지 못했습니다. 고위 임원으로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위험하게 기자와 말을 섞었던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원인과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유사한 이슈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재발방지 대책이 어때서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공장에서 하도급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예전부터 간간히 일어났던 산재 사고인데요, 이상하게 이번에는 사회적 주목을 끌어 회사가 상당히 곤란 해 졌습니다. 이후 저희 나름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는데, 반응이 안 좋습니다. 저희 대책이 어때서 그럴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질문에 일부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간간히 발생했던 유사사고라고 하셨는데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어떤 대책을 당시 각각 마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띄엄띄엄 이라도 지속 발생하는 안전사고라면 그때 그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셨을 텐데요, 이번에도 그런 사고가 재발했다면 이전 대책들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위기관리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번 케이스에서도 그 정의는 적용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이전 십년간 유사 안전사고가 10회 있었다면, 유사 재발 방지 대책도 최소한 10회 이상 계획되어 발표되었을 것입니다. 일부는 발표되지 않았더라도 내부적으로 개선책을 실행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번의 유사 사고가 계속 반복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살펴보아야 해결책이 보일 것입니다. 왜 11번째 사고가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 이전 10회의 재발방지책 각각에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10여년간 회사에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 실행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물론 ‘적시에 실행’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지요.

    이번에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셨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번 대책이 지난 10번의 대책과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지도 살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전에도 그와 같은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되었다면 이번 대책 또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번 대책이 이전과는 완전하게 다르다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다시 이렇게 반응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10회에 걸친 대책은 결국 모두 엉터리였다는 의미 아닌가?”하는 것이죠. 다르게 말하면 지난 10여년간 회사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이제야 겨우 찾아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사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회사의 경우 내부에서는 이런 마인드가 굳어져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고는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일선을 아무리 교육 훈련해도 엉터리 같이 일하다 사고가 발생되는 경우도 있지요.” “사실 하도급 회사 직원의 사고는 저희 회사에게 책임이 있는 사고는 아니지요.” 등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이제는 고쳐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딱히 법의 강화로 인한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사 사고의 지속 발생은 기업의 위기관리 품질을 넘어 경영 품질과도 연결된 아주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 관리가 필요합니다. 사전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내 ‘적시’에 했으면 될 일을 비극적인 사고가 터진 후 부랴부랴 살피는 그 습관이 문제입니다. 그리고는 새롭게 사고를 맞아 ‘마땅히 해야 했을 일’을 재발방지대책이라고 발표하고 위기관리를 했다 하는 모습은 더더욱 문제입니다. ‘적시’에 실행하지 못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위기관리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대부분 기업은 문제가 생기면 사과를 해서 위기를 관리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부 케이스를 보면 사과를 했는데도 상황이 더 악화될 때가 있고, 사과 자체로 인해 또 다른 이슈가 생기기도 하더군요. 사과를 하면 위기가 관리되어야 하는 것 같은데. 사과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정확하게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관리에서 사과는 위기관리의 툴이나 위기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응의 개념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사과는 위기관리의 시작을 의미하는 기본적인 대응 옵션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모든 위기 상황에 사과가 필수로 적용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과가 위기관리의 시작일 뿐이라 말씀드리는 이유는 사과를 통해 대두되어 있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확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과 더 나아가 개선 및 재발방지 방안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과라는 단편적 이벤트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궁극적인 위기관리 성공에는 절대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사과를 했는데도 왜 위기가 관리되지 않는가? 이런 질문이나 의문은 사과에 대한 중대한 오해에서 발아된 것입니다. 사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질문하셨는데, 사과를 해서 자사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고, 일단 사과를 실행했던 것이 더 문제일 것 같습니다.

    기업은 위기 시 사과를 통해 공중 및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여러가지 즉각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그들의 이해, 대응하는 회사의 자세와 입장 확인, 회사의 원칙 확인, 회사의 대응 방안, 개선 방안, 재발방지 방안에 대한 이해 등이 대표적 기대 반응일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 시 기업은 이와 같은 기대 반응을 훨씬 넘어 자사가 사과를 하게 되면 상황이 마무리되고, 공중이 자사를 이해 공감하게 되고, 용서하게 되며, 문제보다 자사의 전향적 사과에 더욱 주목해주고, 이내 자사의 위기관리에 박수를 치며 지지 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사과를 통해서는 일단 상황의 진정 이외에는 직접적 반응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더 간단히 이야기하면 사과는 생존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 일 뿐입니다. 과도해 보이는 공중의 반응은 사과 이후에 얼마나 그 사과 내용을 기업이 약속한 대로 실천했는가에 따라 겨우 기대 가능한 반응입니다. 사과 자체로는 그런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 낼 수는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어떤 사과가 진짜 성공한 사과인가 하는 질문을 합니다. 사과의 목적과도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성공한 사과를 현실적으로 정의하면, 사과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계속 생존할 수 있게 또는 지속 가능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거나,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사과는 실패한 사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 사과가 사과라는 이벤트만으로 끝나고, 사과 속에서 약속한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공중 및 이해관계자로부터의 긍정적 반응은 결코 끌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위기관리에도 성공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비슷한 사과를 정기적으로 반복하는 기업이 있을 것입니다. 약속했던 개선과 재발방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업이 그들입니다. 그들이야 말로 사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과해도 난리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다른 기업 케이스를 보면 사과 이후에도 계속해 비난을 받는 경우가 꽤 되더군요. 그래서 이번 저희는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해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평가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물론 지지하는 그룹도 있지만 반대로 여러 지적이 나오네요. 사과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는 타겟이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합니다. 사과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보았을 때 그 ‘사과’를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는 정확하게 설정이 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어떤 실수를 범했을 때 사과 대상을 설정함에 있어서 그 기업의 실수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게 사과할 것인가? 아니면 그 실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사과할 것인가? 또는 자사의 실수에 별로 관심이 없거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과할 것인가? 이런 타겟의 선택은 아주 중요한 성패 요인이 됩니다.

    사과해야 할 상황에 놓인 기업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분류해 보시지요. 기업의 실수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는 적대그룹은 항상 존재할 것입니다. 반대로 기업의 실수에 대해 우호적으로 해석하고 어느 정도 정상참작과 지지를 포기하지 않는 우호그룹도 존재합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 그룹 간에 주류와 비주류라는 규모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만약 우호그룹이 주류를 이룬다면 그 상황은 사과가 필요 없거나, 상당히 간략한 사과 표명으로도 이슈관리가 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반면 심각하게 사과해야 하는 경우라면 적대그룹이 주류에 가깝거나 주류인 상황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종종 현재 주류인 적대그룹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상당히 위험한 착각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적대그룹은 자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손가락질합니다. 반대로 우호그룹은 그 경우 박수를 칩니다. 자사가 어떤 이슈나 위기 대응을 하더라도 그 두 그룹은 태도 변화가 크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태도 변화를 예상할 수 없는 대상을 타겟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주된 커뮤니케이션 타겟은 중립그룹이어야 합니다. 자사의 실수나 문제에 대하여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고 있거나, 관심이 적거나, 별 의견이 없는 부동층(floas, 浮動層)이 사과 커뮤니케이션의 주된 타겟이 되는 것이 전략적으로 맞습니다.

    사과의 내용이나 형식에서도 그 중립그룹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 사과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아가 그 중립그룹을 우호그룹으로 전향(?)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적 사과가 있다면 더 훌륭한 시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립그룹으로부터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중심이 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그 중립 그룹은 주변 언론과 적대그룹, 우호그룹들의 사후 평가에도 2차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양한 해석들이 중립 그룹에게 공감이 가는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잘된 사과는 중립그룹의 공감을 절대적 기반으로 하여, 적대그룹의 비판에 대한 공감을 저하시키는 것인 동시에, 우호그룹의 지지에 대한 공감성을 높일 수 있는 형태의 것입니다. 그러니 먼저 중립 그룹을 타겟으로 정해 그들에게 사과를 맞추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빨리하는 사과가 효과적인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이번 건으로 공식 사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그 사과를 언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건으로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에서는 신속하게 사과하자 하고, 일부에서는 좀 더 상황을 보고 하자는 데요. 사과는 항상 빨리해야 효과가 있는 것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모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행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히 확인해야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입니다. 질문에서는 이번 이슈로 인해 회사가 책임을 느껴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과라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인해 회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정리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목적과 목표가 되겠습니다.

    그 사과의 목적이 ‘더 이상 이번 논란을 끌고 가지 않겠다. 빨리 논란을 종결해 회사의 부담과 피해를 줄여 나가겠다’고 정해졌다면 사과는 가능한 빨리 그리고 단호하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대로 사과 목적이 ‘점차 강해지는 여론의 비판을 어느 정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계속 가만히 있어서는 회사에게 너무 부담이 크다’ 로 정리되었다면, 사과 시점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상황 변화가 심해 사과를 한 번에 끝내지 못할 수도 있고, 변화에 따라 사과 주체가 점차 고위급으로 격상되어야 하는 경우까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사과는 빨리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과를 신속하게 하는 경우 같은 사과를 뒤늦게 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예후가 나은 것이 당연합니다. 문제는 ‘뒤 늦은 사과’입니다. 그 시점을 정하는 데 있어서 ‘이미 늦었다’는 인식이 상대방에게 있다면 그 사과는 유효성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시점 선택이 중요하다 하는 것입니다.

    일단 신속한 사과는 불필요한 논란 생성을 선제적으로 제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신속한 사과는 언론이나 공중으로부터 ‘언제 사과하나?’ ‘사과를 준비 중인가?’ ‘사과 의향이 있는가?’ ‘무엇을 사과할 것인가?’와 같이 이어지는 질문과 논란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신속한 사과는 일반적으로 품질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를 신속하게 했다는 것은 이미 사과를 일정시간 ‘준비’해 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럽게 하는 신속한 사과도 있겠지만, 준비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사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사과할 수 있다는 것은 평소에 사과의 의미나 형식에 대한 고민이 있던 기업입니다. 준비된 상태에서 신속한 사과를 했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수준 이상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속한 사과는 사과 이후 좀더 실질적 위기관리를 가능하게 합니다. 좀더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다양한 상황관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일단 사과했으니 그에 대한 실천을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많은 전략적 이점 때문에 사과는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 조언에서도 전제는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결정을 잘 못하고, 물리적 시간을 허비하는 기업에게 나타납니다. 사과해야 할 것인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그 때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문제입니다. 부랴부랴 사과했지만 그 사과가 적절하게 준비되지 않은 경우 문제는 더 커집니다. 뒤 늦은 사과라는 평가가 따라붙으면 더 이상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완성되지 않은 사과를 하는 기업은 항상 사과를 여러 번합니다. 상대가 그만해도 된다 말하는 반복된 사과는 없습니다. 상대가 짜증 내며 돌아서는 반복적 사과만 있을 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가 안되는 이유? [기업 위기관리 Q&A 33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워크샵을 해서 기존 저희 위기 사례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컨설턴트께서 각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주로 고민하라 해서 그렇게 해 보았고, 다양한 이유가 취합되었습니다. 그 다음엔 뭘 해야 하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멋진 시도를 하셨습니다. 이전 자사에서 발생된 위기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그 각각에 있어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은 이유에 주목해 보셨다고 하니 더욱 멋집니다. 좀더 들여다보면 그 이유들을 유형별로 재 구분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위기가 사전에 발견 또는 방지되지 않았던 이유는 크게 나누어 몇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제일 많은 이유가 ‘평소 자사 위기 유형에 대한 관심의 부재’입니다. 해당 위기를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위기 요소를 없애거나 개선하지 못했던 이유로 ‘예산의 과중함’, ‘내부 의지 결여’, ‘경쟁적 관행으로 인한 포기 불가’, ‘실무자들에 의한 방치’, ‘개선 필요성 내부 공유 부재’ 등 다양한 이유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고 내부 임직원 대부분이 예상하는 위기라고 해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 백 억원의 비용이 드는 경우에는 예산의 과중함이 위기관리 실패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해당 문제가 심각한 위기 형태로 발생되지 않게 하기 위한 차선책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아예 위기 발생을 염두에 두고 사후 데미지 컨트롤 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해당 위기는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상당부분 편입되게 됩니다. 다른 유형들도 그 각각의 솔루션을 찾아 최대한 관리 가능 영역으로 편입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후에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경영진의 위기관리 리더십 부족’, ‘내부 사일로로 인한 정보공유 부실’, ‘의사결정 경험 부족’, ‘실행 역량 부족’, ‘잘못된 의사결정’, ‘내부 의지 부족’, ‘예산 및 시스템 부족’ 등의 이유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후 실패 원인의 경우 VIP가 정확한 의지만 가진다면, 위기관리팀의 조직과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 경험 제공 등을 통해 상당부분 개선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전 실패 원인들이 제대로 개선되어진다는 전제하에서 전체적인 위기관리 역량은 강화될 것입니다.

    내부 워크샵을 통해 지난 실패의 원인들을 꼽아보고, 이를 유형화해서 개선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는 노력은 그래서 아주 중요합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몸을 다각도로 진단해 병의 원인을 세부적으로 찾아내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후 그에 필요한 치료를 진행하면 병은 이내 치유되고 건강한 몸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 상당수 기업에서는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은 이유를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자사 임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마인드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거나, ‘(직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몰라서 그렇다’고 하거나, ‘(직원들이) 위기관리를 못해서 걱정’이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대략적으로 간주해서는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임직원들에게 매번 위기관리 강의만 반복해 듣게 하는 기업이라면 이제는 좀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사전에 하는 준비 vs. 사후에 하는 준비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처한 기업의 경우, 초기 대응과 그에 연결된 이후 대응 실행 시점이 이해관계자들의 예상보다는 늦다. 그런 ‘늦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상황 발생 직후부터, 상황파악, 상황분석, 대응조직 구성원 집합(취합), 대응방식 논의, VIP의 의견 청취, 실행안 확정, 실행준비, 실행에 걸친 여러 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겨우 실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 발생 이후 바로 대응 실행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사전에 미리 해당 상황을 예상하여, 대응에 대한 준비까지 완료하고, 대응 시점만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문제는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경우다. 그런 경우 대응 실행 시점은 사전에 해당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던 기업과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 개념은 ‘준비’라 볼 수 있는데, 이 ‘준비’ 개념은 실무진에게 종종 혼란을 주곤 한다. 예상 못했던 부정 이슈나 위기와 맞닥뜨려 혼란스러워진 회사 내부에서 실무그룹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조직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실무그룹에게는 “빨리 대응하라” “뭐라도 하라” “어떻게 든 막으라” “적극적으로 빼라” 등의 급한 주문이 떨어진다. 반면 실무그룹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대응 가능합니다.” “우리가 어떤 입장과 메시지를 할 수 있는지 먼저 결정되어야 합니다.” “대응 예산은 얼마나 가능한가요?” 등과 같은 대화가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뭐든 하라!”라는 주문은 실무자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아무것도 (당장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 곧 부정 이슈나 위기 상황인데, 그 현실과 무엇이든 하라는 주문 사이에서 곤란을 겪는 것이다. 그에 더해 ‘준비’되어 있는 실무그룹이 왜 이렇게 무력한가?라는 핀잔까지 더해지면 실무그룹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준비’의 개념을 정리해 본다. 실무그룹은 진짜 쉽게 준비될 수 있는 것일까?

    준비는 사전에 하는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자면,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된 이후 시작되는 준비는 사실 준비가 아닌 것이 된다. 사후에 하는 준비는 제대로 된 준비가 아닌 것이라는 의미라서다. 위기관리 아포리즘에서도 “진짜 카우보이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공강하를 하면서 낙하산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해 보아도 사전 준비와 사후 준비의 개념적 차이를 알 수 있다.

    대부분 준비 문제는 사전이 아니라 사후에 준비를 시도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대응 시점이나 품질은 사전 준비된 그것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일정 시간이 흘러 그때 그때 준비되어진 실행이 반복되면 어느 정도 정상성을 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사후 평가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은 조용하니 시끄러워지면 다시 준비하자?

    일단 첫 불은 껐다는 판단이 생긴 의사결정그룹과 실무그룹은 사전 준비가 가능한 시간을 다시 허비하는 경향이 있다. 초기 그렇게 허둥지둥 했으면서도, 조만간 다시 불씨가 되살아 날 것을 예상했어도 그 때가서 보자는 생각을 다시 하는 것이다. 신발 끈을 묶고 있어야, 부저가 울리면 뛰어나갈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상식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부적으로 이전의 시끄러웠던 경험과 기억을 일단 잊고 싶어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스스로 사그라지는 것을 희망하며 조금(일정기간) 지켜보자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운 좋게 이내 소란이 잠잠해지면, 이슈대응을 잘했고, 마무리하자는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다시 불씨가 타오르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대응 ‘준비’를 강하게 외치니 문제다. 대응 준비에는 허비나 불필요함은 있을 수 없다. ‘지켜보자’는 준비가 완료된 이후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준비했다가 상황이 발생 안되면 어쩌나?

    실제로 회사에게 중대 부정 이슈를 예상하고 내부적으로 상당한 준비를 했던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일정 기간 많은 인력과 투자를 투입해 대응을 상정하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응 준비를 다 했다. 운이 좋게 발생을 예상했던 기간이 아무 일 없이 지나자, 사내에서는 우리가 너무 민감하게 준비하고 호들갑 떤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준비작업을 리드했던 실무그룹과 임원은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다른 한 클라이언트에게는 예상되는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 없는 것이고 과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하는 실무그룹이 있었다. VIP가 결심하고 지원한 준비 과정에서도 그 실무그룹만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실제 예상했던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 의사결정그룹이 준비된 대로 움직이자, 준비 자체에 부정적이던 실무그룹은 그들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리드하기 보다 따라 움직이는 실무그룹이 돼 버린 것이다.

    이런 내부 생각과 우려는 실무그룹에게는 상당히 현실적인 위협이다. 교과서적으로는 ‘준비’라는 것이 당연하고 아주 중요한 상식이라 이야기하지만, 현장에서 ‘준비’는 상당히 정치적이고 조직역학적 부분이 기반 되는 행위다. 그러한 부담 때문에 실무그룹이 정확하게 리더십을 쥐고 있지 못하다면, 진정한 ‘준비’는 항상 조심스러운 것이 돼 버린다.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나?

    모든 것을 세세하게 준비하면 물론 좋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범위의 준비가 필요한가는 실무그룹에게 항상 골치거리다. VIP께서 ‘준비하라’는 지시를 하면, 실무그룹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게다가 VIP 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으셨다면, 패닉은 더욱 커진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일단 대규모 대응 매뉴얼 작업을 해야 하겠다 생각한다. 다른 기업 실무그룹은 대응 인력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업 실무그룹은 예산을 먼저 확보해야 하지 않는가 하거나, 위기관리를 위한 협력사나 대행사를 구하며 경쟁 비딩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그들 각자에게 그 각각은 ‘(일단) 준비’라는 정의를 가진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의 ‘일단’ 준비는 대부분 소모적일 뿐이다.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준비라는 실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분석이 전제되는 것이 맞다. 정확하게 어떤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제대로 된 준비도 가능하다. 그 준비의 범위는 실무그룹의 경험과 전례에 따른 수준에 맞추는 것이 좋다.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면, 준비되지 않는 것이고, 그 수준을 넘어선다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준비의 정의는 의사결정그룹이, 준비의 범위는 기본적으로 실무그룹의 고민에 기반해야 한다.

    누가 준비해야 하나?

    이슈관리나 위기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직내 가치 중 하나는 ‘누가?’라는 행위 주체의 개념이다. ‘누가?”라는 개념 없이는 대응 조직을 편제 할 수 없다. 누구든, 아무나, 관련자들이, 전사적으로 등과 같은 개념은 오히려 대응 조직을 무력화한다. 조직 내에서 이 ‘누가?’의 지정을 하고,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기 위해서는 준비만을 위한 조직내 리더십을 누군가에게 부여해야 한다.

    당연히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직급과 직책의 리더십이 정해지겠지만, 그 리더십에 의한 준비 작업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누가?’라는 질문과 답변의 정리는 중요하다. 먼저 ‘누가?’라는 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어야, 그 다음에 ‘무엇을?”이라는 실행 전략과 방식이 정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누가?’라는 계속되는 현장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절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즉흥적 또는 관례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협조 지시를 할 수밖에 없는 리더십도 존재한다. 이는 평소 이슈나 위기관리가 비즈니스 실행 우선순위에 있지 않고, 근본적으로 그 속에 부정적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소모적이고, 반복적이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아쉬운 리더십은 흔히 목격된다. 이 부분에 주목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투입하는 기업이 보다 나은 대응관리와 준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나?

    준비를 했는데도,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준비한 해당 상황이 올해 안에 발생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준비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가?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시 다른 상황이 예상되면, 그건 또 언제까지 준비해야 하는가? 예산과 인력이 제한되어 있는 현실에서 다른 핵심 업무를 다 제쳐두고 준비하라 하시는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이런 현실적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조언도 위의 것들과 마찬가지다. 가능한 구체적 준비 대상과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정의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에 따라 실무그룹의 경험치에 맞는 준비 범위를 상정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에 따라 예상되는 준비 기간과 소요 시간을 필히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특정 이슈나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해보면,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준비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A라는 이슈 대응을 준비하게 되면, B라는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크게 패닉에 빠지지 않게 된다. 비슷한 실무그룹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책임을 달라진 유형과 실체에 따라 일정 부분 변형하면 되기 때문이다. 수십 개 예상되는 이슈나 위기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다시 수십 개의 대응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핵심은 이런 준비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자산화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 내에서 상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준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이상의 여러 조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실은 종종 상식을 거부한다. 반대로 상식적인 것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결과에는 현실적 이유가 그 기반이 된다.

    사전에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 절대 실무자그룹에 대한 비판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준비라는 개념이야 말로 아주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한 기본 품질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한 VIP의 관심과 지원, 강력한 리더십의 투입, 정확하고 적절한 역할과 책임의 배분, 실무그룹의 경험에 대한 존중, 성실한 준비실행과 반복이 함께해야 겨우 가능한 경지가 된다. 일개 실무그룹이 준비를 하거나 하지 않고의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전 준비는 그래서 어렵다고 한다. 상식은 참 어려운 것이다.

  • 위기관리에서 ‘공감’의 의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이 경험하는 부정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응 조언이 있다면 바로 ‘공감(共感)’일 것이다. 공감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도 쓰이지만, 심리학이나 신경학, 철학 등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대략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감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이슈나 위기는 어느 하나도 스스로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흔히 우리는 “위기가 터졌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위기는 스스로 터진 것이 아니다. 위기는 ‘사람이 터뜨린 것’이다. 모든 이슈나 위기에는 ‘사람’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이 있으니 그 문제는 문제가 된다. 그 이후에는 그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의견을 가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나니 그 문제는 더 큰 문제로 자란다. 말 그대로 사회적 공분이 조성되어 버리면 특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해관계자)이 개입된다. 이 정도 사람들의 상황이 되면 실제 위기가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사람들에 의해 기업이 타격 받게 되는 구도에서, 공감이란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의 무기가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 컨설턴트들이 ‘공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 대부분 경영진은 그 컨설턴트가 아카데믹하거나, 아마추어라는 시선을 보낸다. 일부 경영진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감만 해주면 무슨 사업을 벌 일 수 있는가?”하며 순진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서 기업과 경영진이 가지는 ‘공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공감이란 과연 어떤 의미이고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공감’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 가면서 위기관리에 있어 공감의 효과를 들추어 보자. 잘 못 알려진 공감이란 어떤 것들일까?

    첫째, 같이 눈물을 흘리고 슬퍼해 주는 것이 공감이다?

    자사 제품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생겼다고 치자. 회사에서 상황을 분석해 보니 해당 제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할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이 드러나면 상당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는 ‘대표이사께서 피해 소비자들을 만나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라”는 조언을 한다. 대표와 경영진들은 “공감? 그건 어떤 방식을 의미하나요? 궁금 해 한다. 일부는 대표가 소비자를 만나 손을 꼭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쾌차를 비는 것이 공감이라 이야기 한다. 일부는 큰 절을 해서 피해 소비자 가족에게 진정성을 보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눈물과 큰절이 곧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감을 위해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각각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그들의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의견이나 반응을 예상하게 된다. 그 전반적 이해와 예상에 따라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행동, 반응을 의사결정 하라는 의미다. 이런 생각 없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공감으로 떠올리니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둘째, 공감한다고 말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공감을 해서 법적으로 문제를 더 크게 만든 사례를 한번 찾아보라 하고 싶다. 여기에도 공감에 대한 오해가 있다. 공감을 책임 인정의 의미로 스스로 연결해 절대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는 것이다. 이후 소송이 제기되었을 때 상대로부터 ‘이전에 대표가 우리 피해에 공감한 것을 보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들을까 봐 겁을 내는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책임에 대한 인정으로 볼 수 있을까? 그 상황에서 상대가 느끼는 상황이나 기분을 비슷하게 느껴보는 것이 스스로 길티(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될까? 그에 따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제대로 했는데, 법정에서 그로 인한 문제가 생기게 될까?

    차라리 법적 우려와 공감에 대한 오해로 절대 공감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고집스럽게 하는 것이 법정에서 더 불리한 것은 아닐까? 공감 받지 못한 상대가 더욱 공격적으로 회사를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까? 공감하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바라보며 이슈를 접하는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은 과연 어떤 감정을 가지게 될까? 그런 감정이 모여 회사에 어떤 영향력으로 되돌아올까? 공감해서 얻을 것과 공감하지 않아서 얻을 것 중 어떤 쪽이 더 회사에게 유리할 것인가를 따져 봐야 한다.

    셋째, 큰 사업을 위해서는 함부로 공감해서는 안 된다?

    대체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어떤 의미인가? 공감은 정상적 인간과 정상적 인간 사이에서 당연한 것인데, ‘함부로’하는 공감이란 무슨 말인가? 잘못된 공감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못된 공감은 스스로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오류가 있었거나,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거나, 그 이후 그 잘못된 이해에 기반해 진행한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했다는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감이 잘 못된 것이 아니라, 자사의 공감 노력이나 역량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공감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성공적 사업을 위해서는 더욱 더 공감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맞다. 상당한 부정 상황이 발생해서 면밀히 분석해 이해 해 본 결과, 적절한 공감에 기반한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이 없다면 회사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고 치자.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면 전략적인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을 할까? 공감하는 것 뿐이다. 공감해서 사람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정상참작을 받고, 전략적 위기관리 실행에 대해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큰 문제는 있었지만, 회사가 저렇게 열심을 다해 공감하고 사후 문제 해결에 힘쓰는데 더 이상 회사를 비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여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곧 회사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 위기관리가 된다. 반대로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절대 공감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부린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보자.

    넷째, 공감이라는 것은 상당히 아마추어적인 것이다?

    공감 역량이 전혀 없는 사람이나 조직을 ‘공감 제로’라고 부른다. 공감제로란 크게 세가지 역량이 떨어지는 존재다. 첫째로 공감제로는 자신(자사)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기업이다. 앞의 예처럼 문제 제품을 팔았다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나왔다고 치자. 그 상황에서 피해자를 비롯해 그 가족과 여러 일반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기관리는 어떻게 될까?

    두번째로, 공감제로는 타인들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생겨버린 부정 상황에서 피해자와 각종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문제를 숨기거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공격하고, 어쩔 수 없이 겉으로 사과하고, 피해 복구나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것과 같은 기괴한 행동이 이런 부족한 역량에 기반해서 나오는 것들이다.

    세번째로 공감제로는 상대와 이해관계자의 기분 혹은 반응을 예상하는 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대응을 기괴하게 하고서도 더욱 악화되는 소비자와 이해관계자 반응에 의아 해 한다. 우리는 하느냐고 했는데 왜 저런 반응이 계속되고 심지어는 악화까지 되는지 궁금해한다. 심지어 저들이 다른 생각이 있어서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공감제로 사람과 기업의 전형적 특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공감 역량 부족이 프로다운 것인가? 공감이야 말로 제대로 훈련된 전략가들만 실행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위기관리 방식이다.

    다섯째,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 주나?

    공감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 공감하지 않거나 공감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공감을 지속하지 않으니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공감 역량이 부족한 주체들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자신의 공감부족에 주목하기 보다 사람들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며 정신 승리를 꿈꾼다.

    상대가 정치적 조직이기 때문에 자칫 공감했다가는 그들의 의도에 휘둘리게 된다며 공감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상대의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주목을 받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다면 그들은 상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자사보다 경쟁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 보면 결국 회사가 공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상황을 분석해 보니, 상대측 주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사회적 공감대를 별로 얻고 있지 못하다면, 단순한 주장 수준이므로 회사가 공감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보아도 비슷한 결과라면 더욱 더 공감은 필요 없을 것이다. 공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과 이해관계자들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그 또한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더 커지겠다는 분석과 이해 그리고 예상이 계속되면 의사결정은 달라져야 한다. 공감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의미는 공감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의미와 같다.

    여섯 번째, 계속 공감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나?

    그렇게 된다면 더 큰 문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공감을 제대로 하게 되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공감만 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공감이 제대로 된 공감이 아니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하지도 않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았고, 이후 상황을 현실적으로 예상해 보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지속적 공감은 문제해결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야 성공한다. 부정적 상황에 대한 단순 모면이나 회피 형식으로 공감하는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 만들어내는 기업의 공통점이 바로 잘못된 공감만 표현하고, 문제 해결 노력은 등한시하는 것이다. 또 다시 문제가 발생되면 똑같이 공감을 표현하거나 더 큰 공감으로 퍼포먼스만 강화한다. 그 이후로 다시 문제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악순환은 반복된다.

    당연히 지속적인 가짜 공감은 공감대를 저하시키게 된다. 더욱 더 크게 공감한다고 해도 그 진의는 계속해서 의심받는다. 문제 해결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공감은 단순한 퍼포먼스 일 뿐, 진정한 공감이 되지 않는다. 회사의 사후 상황 예상 역량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문제 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문제 해결이 안되는 것이다.

    기업과 경영진의 공감 능력 또는 역량은 성공적인 이슈 및 위기관리를 위해 아주 의미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과 같은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서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기업의 핵심 역량과도 연결된다. 상품개발,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등 거의 모든 부서들에게 요구되는 경쟁력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한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이해와 배려가 회사와 경영진에게 충만하다면 어처구니없는 부정 이슈나 위기가 발생될 가능성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제대로 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를 어려워하며 힘들어 하는 기업 안에는 공감 능력과 역량이 부족한 의사결정그룹이 존재한다. 일부에는 신경학적 문제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감 부적응자들은 공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공감을 꺼려 한다.

    경영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공감은 ‘이해하고 예상하는 능력’이다. 기업과 경영진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쟁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커져야 한다. 이슈나 위기관리를 넘어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해서도 공감 능력은 꼭 필요한 자산이다. 

  • 왜 위기관리가 안되죠? [기업 위기관리 Q&A 32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새로 취임하신 회장님께서 전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 놓고 위기관리에 힘쓰라는 지시를 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계열사 각 사가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계속 위기가 발생된다는 거지요. 전사적으로 이렇게 애를 쓰는데 왜 위기관리가 잘 안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위기관리가 잘되는 또는 잘 된다 스스로 평가하고 있는 기업이 생각하는 성공의 이유는 단순합니다. 반대로 잘 안 된다 또는 잘 안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기업이 생각하는 잘 안되는 이유는 아주 다양합니다. 주된 이유들은 예산 부족, 전담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사내 협조체계 부실, 위기관리 마인드 부재, 일선 인력들의 위기관리 역량 부족, 의사결정 구조의 난맥,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 부족, 기업의 태생적 한계 등 수백개도 넘어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유사한 그런 이유를 보유하는 기업들 중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하는 곳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위기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는 일종의 사내 심리적 느낌이거나, 피상적인 핑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에 대한 적절한 고민을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위기관리를 몰라서 하지 못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위기관리가 흔히 일컫는 로켓 사이언스(어려운 과학)가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당연히 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정의해 드리면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쉬운 것을 왜 하지 못하고 있나 하는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는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분야가 아닙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위기관리 전문성이나 역량을 탓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이나 마음속에는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 적절한 시점에 자신의 그런 답을 공통된 것으로 만들어 실행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임원들과 VIP의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그 분들이 위기관리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VIP와 임원들은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위기관리에 실패한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이유가 문제일 뿐입니다.

    여러 회에 걸쳐서 유사한 조언을 드립니다만, 위기관리에 대한 답을 자사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믿으십시오. 그렇다면 왜 그 답을 적시에 찾아 실행하지 못하는지에 주목해 보십시오. 그 속에 진짜 해결책이 있습니다. 답을 알면서도 시험 때 표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을 떠 올려 보십시오.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문제를 두고 정답을 알면서도 계속 틀린 답을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문제이자 장애물입니다. 자꾸 일선의 역량이나 마인드만 탓하지 마십시오. 경영진의 경험이나 전문성 부족에 목말라 하지 마십시오. 단 하루 또는 반나절이라도 모여서 왜 우리가 정답을 알면서도 그 답을 제대로 적어내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토론해 보십시오. 왜 그렇게 이상한 오답 쓰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확인해 보십시오. 성공적인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이 보일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