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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천군만마와 같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3]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천군만마와 같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 이후 이해관계자 대부분은 그 위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였는지 보다 해당 기업이 그 위기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더 기억한다. 모든 상황관리가 이상적으로 되어 위기가 소멸되었어도 적절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면 전혀 실패한 위기관리가 된다. 이를 위해 훈련된 대변인은 위기 시 엄청난 힘이 된다.

    위기관리는 세부적으로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뉜다. 많은 사례에서 보면 위기 시 기업이 상황관리만 잘해 성공한 위기관리가 없고,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관리만 잘해 성공한 위기관리가 드물다. 두 관리 부분이 서로 협업해 완전함을 이루어야 제대로 성공한 위기관리로 기억되는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또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그 중 가장 핵심인 역할과 포지션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대변인(spokesperson)’이다. 간단히 그 역할을 정의하자면 ‘기업을 대표 해 위기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전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사람’이다. 대형 위기 시에는 대변인이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인 오너나 CEO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위기를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대변인’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놓는다. 꼭 한 명이 아닐 수도 있고, 위기 유형에 따라 각기 서로 다른 부문의 대변인들이 그룹을 이룰 수도 있다. 평시 회사의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담당하던 대변인이 위기 시에도 일관되게 그 역할을 연장할 수도 있다.

    대변인은 기업을 대표하는 커뮤니케이터다. 이 표현에 기반해 보면 해당 대변인은 기업 자체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있는 사람이어야하는 동시에, 전문적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부 위치로는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의중과 방향성을 완전히 이해하는 위치의 사람이어야 한다. 위기 시 발생하는 모든 상황과 이해관계자 반응들을 통합적으로 들여다 보며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에 더해 해당 위기의 특수성을 완전히 파악 할 수 있는 실무 전문성까지 보유한 사람이면 더욱 더 이상적이다.

    물론 이렇게 완벽한 자질과 경험과 정치력을 가진 사람을 지명하기는 힘들다. 어쩌면 사내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스펙일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각각의 자질에 맞게 대변인 그룹을 운용한다. 홍보실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기 때문에 위기 시에도 일종의 대변인 그룹 역할을 하곤 한다. 하지만, 위기의 중대성, 위기의 특수성과 전문성 등으로 인해 대변인 그룹은 여러 부문 책임자들의 그룹으로도 업그레이드 되기도 한다.

    문제는 홍보실 외 여러 부문 책임자들이 평소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 경험에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문 이해관계자들 즉, 정부, 규제기관, 조사기관, 시민단체, 소비자단체, 연구 단체, 언론, 국회, 투자자, 고객, 거래처, 직원등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해 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부문 책임자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위기 상황에 처해 급박하게 전략성을 발휘하는 압력을 경험 해 본 책임자들은 더더욱 희귀하다.

    해외 선진 기업들은 이미 여러 위기를 경험하면서 사내에서 주요한 직책 이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문적 대변인 훈련을 제공 해 오고 있다. 임원에 오르려면 최소한 언론과 대화하는 전략을 훈련 받는다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 트레이닝’이라고 불리는 대언론 대변인훈련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그룹사와 기업들은 핵심 부문 임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대변인 훈련을 실시한다. 이는 사내 위기관리 매뉴얼 상 역할과 책임에 기반한 전문적 대변인 훈련이다.

    위기매뉴얼 상 상무급 공장장에게는 위기 시 지역 정부, 시민단체, 언론, 공장주변의 주민 그리고 공장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대변인 역할이 맡겨지고 이에 기반한 전문 훈련이 제공되는 식이다. 정부규제기관과 국회를 담당하는 대관 부문 임원에게는 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훈련이 제공된다. 고객과 거래처들을 담당하는 부문 임원에게도 그에 맞춘 대변인 훈련이 제공된다.

    이런 시스템에 있어 핵심은 해당 기업이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대변인들을 얼마나 보유하는가 하는 것이다. 훈련 받은 대변인 한 명은 위기 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훈련 받은 대변인 하나 하나가 통합되어 성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당 위기를 잘 관리한 기업으로 영원히 이해관계자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천군만마는 하루 아침에 마련되지 않는다. 이를 기억하는 CEO들이 많이 지기를바란다.

  • 홍보임원들은 전사적 위기관리라는 의미를 새기자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정용민 대표 컨설턴트

    스트래티지샐러드

    홍보임원들에게 필요한 ‘경영적 언어’

    홍보임원들은 전사적 위기관리라는 의미를 새기자

    클라이언트사의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회사 내로 들어가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상황들이 펼쳐진다. 홍보부문이 리드하는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실행 할 때 홍보부문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지원 업무는 어떤 것일까? 홍보부문이 가장 난색을 표하는 지원 업무는 바로 실무 부서들을 하나로 모으거나, 실무부서들과 면담을 잡거나 하는 스케쥴링 업무들인 경우들이 제일 흔하다.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잘 살펴 보자. 홍보부문이 만들려 하는 것이 ‘위기 시 홍보 업무 매뉴얼 또는 체계’가 아니라면 이 ‘전사적’ 이라는 의미는 위기 발생 시 관여돼야 하는 모든 부서들을 하나로 모으는 체계라는 의미다. 근본적으로 기업 위기라는 것은 홍보부서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기업 홍보부서가 위기를 관리 해 나가는 해결사의 역할을 수행했었던 것은 기업의 진화수준과 위기관리 철학을 그래도 보여주는 예전 현상이었을 뿐이다.

    아주 작은 제품관련 위기가 발생해도 홍보부문은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를 움직이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핵심이다. 제품관련 부서인 생산, 기술, 영업, 고객관리, 마케팅, 기획, 재무, 인사, 법무 등등의 부서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업무 경험을 기반으로 하나로 모여 상황 관리 체계를 굴리게 된다. 이를 코디네이션 하면서 내부와 외부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함께 하는 역할이 홍보부문의 역할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할 때 각 관련 부서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에 부담을 느끼는 곳이 홍보부문이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

    기획부서와 같은 핵심 경영지원 부서들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리드할 때에는 홍보부문들이 리드할 때와는 약간 다른 형식(ritual)이
    있다. 일단 기획부서들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때에는 그 시작과 함께 CEO로부터 시작해 핵심 부서들의 최고 임원들과 프로젝트 추진 컨설턴트들과의 상견례 자리들을 만들어 추진한다. 자신 회사의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최고경영진들의 생각과 조언들을 청취하고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 공감대와 인식을 고취하는 활동도 같이 진행하는 형식이 되겠다.

    당연히 최고임원들이 해당 프로젝트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되고, 이는 곧 그 아래 핵심 실무 임원 및 팀장급들의 인식과도 연결이 된다.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부서의 미팅 어랜지 요청이나 준비 워크샵등의 일정 확보와 협조가 좀더 손쉬워 지게 된다. 홍보부문이 이러한 내부 스케쥴링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업무를 셀링(selling)하는 방법과 정치적인 형식에 스스로 일부 낯섦이 있어서가 아닌가 한다.

    또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서 성공적인 리드 부서들은 중간 업데이트 보고들을 정확하게 어랜지 하면서 시간관리를 해 나간다. ‘전사적’이라는 의미에서 공유와 피드백을 제하고서는 절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활발하고 다양한 공유 세션들은 프로젝트의 원래 가치를 강화시키게 마련이다.

    내부 정치적으로는 이런 과정에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소극적으로 협조하거나, 비생산적인 불만을 가진 일부 부서들에 대한 압력도 가능하게 된다. 정기적으로 최고경영진들에게 업데이트 되는 프로젝트 경과에 있어 일부 부서들의 비협조는 금새 표시가 나게 마련이다. 해당 최고임원들은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정기적인 공유의 힘이다.

    바쁘지 않은 부서는 없다. 정신 없이 일하지 않는 실무자들도 없어 보인다. 매일 연이어지는 미팅스케줄들을 뚫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미팅에 참석을 권유할 때에는 사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일부 부서들의 경우 자신들의 ‘힘’을 기반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홍보부서라면 이를 피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평시에도 이렇게 협조가 안되고 협력이 불가능하다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더더욱 협조와 협력은 불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평시에도 함께 마주앉을 시간과 공감대가 없는데, 어떻게 위기 시에 마주 앉아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협력들이 가능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몇 분 몇 초를 다투게 되는데 부서 상호간에 서먹함이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면 그 위기관리 결과는 뻔하다. 적시 대응은커녕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많은 기업들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마주 앉으라’는 조언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즉각 주관과 유관 부서들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특정 장소에 마주 앉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도록 어려워 보인다. 시뮬레이션등을 통해 평소 마주 앉는 연습을 많이 한 기업들도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하루 이틀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곳들이 태반이다. CEO가 배석하시는 자리라면 더더욱 어렵고 난해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이란 그냥 구호에만 그칠 뿐이다. 하나의 희망사항일 뿐 실행 가능한 체계는 절대 아니다. 근본적으로 ‘전사적 체계’라는 의미를 유지하고, 이를 실제 실행 가능한 체계로서 활성화 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홍보부문이 리더십을 좀 더 강화해 멀티 부서들과의 관계 맺기가 정상화 되어야 한다.

    전사적으로 위기를 바라보는 위기관(危機觀)을 좀더 정확하게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실무에 바쁘고 지쳐 시간이나 틈을 낼 수 없지만, 중요한 위기가 발생하면 각각의 실무 부서들이 우선 순위를 조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런 통합된 위기관의 공유는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위기라는 것은 단순히 골치 아픈 것이며, 이를 처리(?)하는 부서는 따로 있고, 가능한 이와 연계되지 않는 것이 자신을 위해 최선이라는 생각을 최대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위기관리에 협력할 각각의 주관과 유관 부서들을 한자리에서 훈련해야 한다. 간단한 미팅도 불가능할 정도로 스케쥴링이 힘든데, 어떻게 그들을 대상으로 훈련과 토론을 할 긴 시간을 마련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러한 필수적인 준비의 시간을 ‘뽑아’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최고경영진의 정치적인 지원도 받아 낼 수 있어야 한다.

    앞 부분이 가능하다면 더 한발 나아가 이를 반복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자신의 부서들이 진행해야 할 대응 업무에 대한 인식고취와 실행 연습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각 부서들의 대응 업무들이 전사적 환경에서도 운용이 되며 상호 갈등이나 중복이 없는지 확인하는 시뮬레이션도 반복하고 반복해야 한다. 일부 홍보부문에서는 이를 연례적인 기본 트레이닝과 시스템 강화 사업으로 연간 비즈니스 플랜에 삽입 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단히 전략적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의 부서 내 리더는 팀장급 이상의 핵심 인력들이 맡아야 실제 프로젝트 완성과 성공이 가능하다. 임원들이 리드하면 더더욱 훌륭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험한 내부 인하우스 홍보 담당자의 어려움들은 그 담당자의 직급이나 사내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인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어떻게 주임이나 대리급 홍보담당자가 기획, 인사, 생산, 영업, 마케팅 부문의 실무임원들과 팀장들의 스케쥴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가능한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내부 리더는 핵심 직급의 인력이어야 한다.

    기업의 홍보부문이 사내에서 경영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채널이 바로 위기관리다. 많은 전문가들이 홍보담당자들은 ‘경영적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경영적 언어란 CEO를 비롯한 최고임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회사의 업무 주제와 연결된 것이어야 한다. 성공하기를 원하고 최고경영진들에게 더욱 인정받기 원하는 홍보 임원들은 절대로 위기관리 시스템이라는 주제를 놓아서는 안 된다. 이에 더해 ‘전사적’이라는 개념을 추가해 전사적 코디네이터로서 자신과 자신 부서의 역할을 강조 할 필요가 있다. 사내 협력과 협업 그리고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을 리드하는 전략적인 입지를 ‘스케쥴링’과 같은 단순한 골치 아픔 때문에 포기 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40]

    준비하지 않으니 빠를 턱이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대응의 핵심은 신속성이다. 모든 위기는 시간이 해결 해 준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더 나중엔 재가 되더라도 무언가 되긴 된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결과는 이런 참담함이 아니다. 적시에 위기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는 각각의 대응 기능 스스로 준비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준비가 없으면 항상 느리다. 예외는 없다.

    우리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기업 대부분이 위기 상황 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인다. 물론 기업은 개인보다 느리다. 기업은 환경보다 느릴 수 밖에 없다. 상황 감지에 여럿이 관여 하다 보니 상황 파악도 느릴 수 밖에 없다. 의사결정그룹도 한 개인이 아니라면 의사결정이 빠를 수가 없다. 위기 대응에 나서는 사람들이 여러 준비에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뒤일지도 모른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전방 군인들을 생각 해보자. 북한의 도발 징후를 감지하면 이에 대응하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들은 항상 노력한다. 심지어 일선에게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적이 도발하면 반사적으로 먼저 응징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신속한 초기 대응을 주문한다. 우리 군이 즉각 반격에 나설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대비 또는 준비라고 불리는 체계가 필요하다.

    준비(準備)라는 단어는 사전에 의하면 ‘미리 마련하여 갖추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마련해 하나 하나 미리 갖추어 나가는 것이 위기관리에서 ‘준비’의 의미가 되겠다. 개념적으로는 당연하고 간단한 주문 같아 보인다. 하면 되지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예측되는 위기에 있어서도 별반 세부적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거의 매번 별반 실제적 준비 없이 위기를 맞으니 그에 대한 대응은 반복적으로 늦고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왜 그럴까?

    서로 만나 마주 앉지 않기 때문이다. 웬만해서는 같이 일하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부서간 사일로(silo)가 위기 때는 더욱 강해진다. 흡연실에 옹기종기 모여 대응을 논하는 일부 팀장들이 위기관리를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체계적으로 모두 함께 이음새 없는 대응 계획을 세우기 힘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법무, 기획, 대관, 홍보, 영업, 마케팅 각각이 예측되는 동일한 위기에 대해 각기 자기들만의 대응 계획을 세운다. 실제적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준비체계는 이런 모습이 아니다.

    개념적으로만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위기대응을 위한 준비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간은 문서작업을 위한 업무라고 실무자들은 토로한다. 문서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 문제는 보고를 위한 문서에 시간을 과도하게 쏟아 부어 실제로 인적, 물적, 경험적, 네트워크적인 준비를 할 여유가 부족하게 된다.

    일부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전문성을 요한다. 평소 담당실무에만 집중하던 부서들이 생소하고 특수한 유형의 위기에 당면했을 때 정확하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사내에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못한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언을 요청하는 전화를 극비리에 돌리다가 때를 놓치고 위기를 맞는다.

    위기관리 성공을 원하는 CEO는 하루 빨리 ‘정리된 준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고민 이전에 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 프로세스 구축’을 먼저 할 필요가 있다. 평시 가능한 여러 위기 유형에 대한 대비 체계를 점검하고, 부족한 면이 있으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체계 보수를 진행해 보자. 세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아주 사소한 준비들에 대한 니즈를 발견하고 이에 부서들의 실제적 고민을 요청해 보자. 이를 위해 CEO는 시나리오를 넘어 각본까지를 상상하면서 하나 하나 질문해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욱 이상적인 것은 회사 내부에 이런 시나리오와 각본을 미리 고민하고 계속 질문하는 관제탑 기능을 설치 운용하는 체계가 되겠다. CEO는 이 관제탑 기능을 하는 임원이나 부서장과 함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준비 체계를 이해하면 된다. 위기관리란 ‘위기에 처한 기업이 꼭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여기서 기업이 ‘제 때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곧 준비다. 준비 없이는 뭐든 제 때 하기가 힘들다. 위기관리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평소 미리 고민하던 CEO가 위기관리에 곧 잘 성공하는 이유가 바로 ‘준비’다.

  •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8]

    제대로 된 관제탑에 투자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들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 하면 필자는 관제탑의 부재를 꼽을 것이다. 사내에 위기관리를 리드, 관제, 통제하는 부서가 평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는 최고의사결정그룹과
    관제탑을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결정과 관제는 전혀 다른 의미다.

    인천국제공항에 한 해 내리고 뜨는 비행기들은 2010년 기준 약 20여만대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평균 500~600대의 비행기들이 드나드는 셈이다. 이곳에는 어떤 비행기가 언제 어떤 활주로에 착륙 또는 이륙해야 하는지를 24시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비행기 조종사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관제탑이다.

    관제탑은 컨트롤타워라고도 한다. 현장과 직접 연결이 되어 있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모니터링 가능하다. 또한 비행기들은 관제탑의 지시와 지원 커뮤니케이션을 그대로 준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비행기 조종사가 자신의 비행기를 아무 때 공항 아무 곳에나 착륙 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다. 자신의 사정에 따라 관제탑의 지시를 거부하고 독단적인 기동을 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모든 비행기들의 흐름은 관제탑에 의해 계획되고, 결정되고, 지시된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일선에서 대처하여 비행기 조종사들과 함께 대응하는 역량도 관제탑은 가지고 있다.

    기업 내 위기관리 시스템을 들여다 보자. 우리 회사 내에 위기가 발생하면 이와 같은 관제탑의 역할을 하는 부서는 어디인가? 위기 발생 시 실제 현장에서 위기 대응 활동들을 하는 수많은 부서들과 더 많은 실무자그룹들을 한눈에 모니터링 하는 부서가 존재하는가? 셀 수 없이 많아 평소에도 그 활동 내역들을 잘 알기 힘든 수많은 이해관계자 접촉면들에 대해서는 관제나 통제가 가능한가?

    예를 들어 대기업으로서 우리 회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기업 공식 SNS채널들을 한번 세어 보자. 각 계열사별, 사업부별, 브랜드별, 캠페인별 등 생각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큰 위기 시 이들 모두가 하나의 입장과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필요한데 이런 체계를 사내에서 어떤 부서가 책임지고 있는가?

    많은 CEO들이 위기 시 ‘대응 명령과 함께 즉시 실행이 이루어 지리라’ 기대하곤 하는데 현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의도적인 지체가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각 대응 부서와 실무자들의 사정과 역량에 따라 지시된 대응 업무의 실행은 천차만별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천차만별의 실행 조차 어느 부서도 지정되어 관제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위기 시 많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우리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스스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마케팅이 홍보부서에서 대응하는 위기관리 활동들을 잘 모르고, 생산과 기술 부서는 서울에서 영업부서들이 위기관리 하고 있는 내용들을 알지 못하는 꼴이다. 회사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에 대한 관제탑 역할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혼돈이다.

    위기관리 성공을 바라는 CEO라면 하루빨리 위기 발생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는 사내 관제탑 기능을 정의하고, 가장 최선의 부서를 지정 해 이 역할과 책임을 부여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위기관리를 위한 관제 부서의 사내 통제력을 지원하기 위해 관제탑 협업에 대한 관련 규정을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제 지정한 관제탑 기능의 부서가 정확한 역할을 실행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다. 많은 위기 대응 협력 부서들이 관제탑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지 점검도 필요하다. 규정에 따라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관제탑의 리드를 잘 따라주고 있는지도 CEO는 꼼꼼히 살펴야 한다.

    흡사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은 관제탑 없이 운영되는 시골 공항들과 같았다. 활주로에는 온갖 종류의 비행기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엉켜 있거나 접촉 사고를 내고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들간에 오가는 고성들이 관제기능을 대신했던 것이다. 우리 비행기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이 각각 정확한 이착륙들을 하고 있는지 관제탑을 만들어 관리하자. 이 또한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CEO가 리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관리(management) 체계가 되겠다.

  • 위기 시, 직원들의 생존본능에 주목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생존본능. 자신의 생명을 방어하고 싶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모든 직원들은 각자 생존본능을 자극 받는다. 문제는 이 생존본능이 조직 차원의 집단본능으로 승화되지 않을 때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다른 개인적 생존본능을 발휘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간다. 힘들어 진다.

    기업은 많은 개인들의 집합체다. 평소 경영에 있어서도 이 많은 구성원들이 하나의 생각과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경영자들은 이해한다. 위기 시에는 어떨까? 위기 시에는 항상 생존본능이라는 이슈가 떠 오른다. 생존본능이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위기 시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적 생존본능과 함께 하게 되면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는 더욱 단단해 지게 마련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과 목표에 모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기업에게 위기가 다가오면 구성원들은 각자 두 개의 생존본능을 가지게 된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조직에 대한 생존본능이 하나이고, 이 혼돈 속에서 내가(또는 우리 부서가) 살아 남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존본능이 또 다른 하나다. 아주 우연히 조직 생존 본능과 개인적 생존본능이 일치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만, 기업 구성원들 중 그런 두 본능이 일치하는 개인들은 최고경영진들 극소수뿐인 경우들이 많다.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행위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조직이 경험한 부정적인 임팩트들의 수준과 범위에 따라 사후 많은 책임들이 거론 되기 마련이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 처해 개인적인 본능을 내려 놓고 조직의 생존본능에만 자신의 노력을 집중할 수 있는 개인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위기 시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즉각적인 보고를 꺼린다. 정확하게 빠짐없이 보고하고 공유하는 것에 주저한다. 때로는 개인을 위해 전술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해당 상황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최고 경영진의 눈과 귀에 주로 신경 쓴다. 다른 부서들의 책임을 자기 부서의 것보다 크게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사후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전략적인 부분보다 가시적인 부분을 위해 더 활발히 움직인다. 최선을 다했다는 결과보다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고자 하는 CEO는 이런 갈등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이해 속에서 이 두 가지 갈등을 가능한 제한하고 조직적인 생존본능으로 규합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감지에서 보고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때에도 일선 직원들의 생존본능을 감안하여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하는 원칙과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그에 기반해 실행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생존본능을 극도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혼동시기에 막연한 개인적인 생존본능은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규정과 책임에 의해 대부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개인적 생존본능에만 매달리고 있는 임원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최소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세부 원칙에 대해 훈육된 (disciplined) 구성원들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 개인들은 막연한 생존본능에 의지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집중하게 되고, 그에 따라 규정된 책임을 나누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의지하게 된다. 규정된 대로 이렇게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스템적인 신뢰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신뢰는 일관되고 예외 없는 사후 논공행상에 기반한다. 위기를 두려워하고 창피해 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결과를 두려워하고 창피 해 하도록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CEO가 위기 시 구성원 개개인들 마음속에 있는 생존본능과 두려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면 항상 실제 위기 시 큰 충격에 빠진다. 자신과 다른 생각들을 하는 직원들을 마주하게 된다.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발이 따로 노는 극도로 불편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뛰어 넘어 관리(management)하자.

  • 일사불란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에 성공하기 바라는 CEO라면 ‘일사불란’ 한 대응을 미리 상상 또는 기대하지 말자. 아무리 준비하고 연습해도 일사불란함이란 요원하다. 개인 스스로도 갈팡질팡하는데 어떻게 큰 조직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기대 대신 위기대응에 문제를 일으킬 구멍을 찾는데 먼저 힘쓰자. 그게 더 현실적이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이라는 말이 있다. 한자 뜻 그대로 한 오라기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질서나 체계가 잘 잡혀 있어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는 의미다. 기업 CEO들은 위기 시 누구나 일사불란한 대응을 조직원들에게 기대한다. 하지만, 이 일사불란이라는 표현은 상상이나 기대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기 대응에 있어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들은 무얼까? 왜 모두가 일사불란 함이 큰 가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실행하지 못할까?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 때문이다. 평소에도 서로 대화 하고 협의 하고 미팅 내용을 공유하는데 있어 많은 누락과 오해들이 존재한다. 시각을 다투고 조직원들의 개인적 관여가 높은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평소 커뮤니케이션 오류들이 수십에서 수 백배 더 증가한다. 정확하게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하니 하나의 위기대응은 불가능해지게 마련이다.

    둘째 문제는 일사불란하게 대응 하려 해도 기존 대응 체계가 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A와 같은 위기 발생 시에는 기획부서가 대응 주체가 되어 대응 지원그룹인 홍보, 법무, IR, 총무등과 협업하여 초기 대응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상에는 ‘협업하여’라 되어 있을 뿐 누가 누구를 리드하라는 지시는 생략되어 있다. 기획부서장이라고 매뉴얼상에서 명기한 지원 그룹 부서장들을 통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지원부서장들을 빼고, 또는 그들의 승인을 득해 하위 팀장그룹들과 협업하게 되도 문제는 생긴다. 협력 수위와 협력 승인 기간들이 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각 지원 부서 팀장들이 각자 부서장에게 기획부서장으로부터의 협조요청사항들을
    전달 브리핑 하다 보면 시기적으로 일사불란 한 의사결정이나 대응 퍼포먼스는 이내 사라지게 된다.

    셋째 문제는 일사불란함이 조직 내 개인들에게는 극도로 부자연스러움이며 제한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함이란 지시사항에 대한 규격화된 실행을 의미한다. 물리적 대응 방식과 대응주체 그리고 대응 시간대에 정확한 제한을 두고 지정된 결과를 예상 그대로 도출해 내야 하는 부담을 내포한다. 당연히 일사불란함에 대한 강조가 실무자 개인들로서는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왜 IR팀에서는 오전 12시 이전에 문제를 해결했는데, 홍보팀에서는 지시 사항을 오후 3시가 되도록 실행하지 못하고 있나? 이렇게 해서 일사불란 함이라고 할 수 있겠나?”하는 핀잔을 듣게 되는 걸 실무자들은 내내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렇듯 CEO에게는 일사불란함에 대한 막연한 추구보다 차라리 평소 위기대응에 있어 어떤 빈 구멍이 있을까를 발견해 하나 하나 그 구멍을 메워 나가는 체계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하겠다. 매뉴얼상에 있는 문제를 발견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개선 활동들에 시간을 투자해도 좋다. 실행 부서 별로 실제 대응 역량들을 세부 점검해 부족한 부분들을 강화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도 좋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 위기 시 외부에서 우리 회사를 지원해 줄 이해관계자 그룹들을 고민하고 그들을 위해 투자해 보는 활동도 좋겠다. 평소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좋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가장 공통적 문제점이다. 이에 대한 오너십 부여와 강조도 좋다.

    물론 기업 CEO로서 일사불란함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는 없겠지만, 위와 같은 소소한 준비와 체계 개선 및 투자들이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기초 체력이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뒤를 바꾸어 생각해 일사불란함을 해치는 체계적인 부분들을 먼저 개선해 장애물들과 험로들을 미리 개척해 놓는 것이 이롭다는 이야기다.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이야기를 한다. 진정한 일사불란함을 위해서는 그 일사불란함을 훼손하는 디테일들을 찾아 하나 하나 개선 해 나가는 준비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막연한 기대만큼 위기 시 큰 상처를 주는 것이 없다.

  • 직원들의 입을 하나로 만들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 시 가장 간과되는 이해관계자가 바로 내부 직원이다. 직원들이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자사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직원들이 몰라도 문제다. 창구 일원화와 함께 조직의 입을 하나로 만들자. CEO는 위기 시 직원과 가장 먼저 대화하자.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창구를 일원화 하라’ 조언한다. 훈련 받지 않고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직원들이 위기 시 타인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전 직원이 입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시스템은 없다. 기업 위기는 예방하기 무척 힘들다. 하지만, 기업의 입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준비만 하면 상당부분 가능하다.

    이를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직원 가이드라인을 교육하고 임직원들이 공히 트레이닝 받는다. 대두되는 이슈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면서 그에 대해 입을 하나로 모으는 훈련을 반복한다. 직원이 1만명인 기업이 1만개의 입을 모두 통제할 수 없으니, 그 차선책으로 훈련 받은 대변인(대부분 홍보임원)을 내세워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하겠다는 전략은 기본이다.

    그렇다면 대변인 외 회사의 메시지를 모르는 직원 1만명은 어떤가? 잠재적인 지뢰밭이다. 이들에게 최소한이라도 공식 메시지를 이해시키고, 이를 전달하는 훈련을 제공 해 ‘(공식 대응은 하지 않더라도) 하나로 입을 모으는’ 체계를 함께 만들어 나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은 대응 보도자료를 낸다. 홈페이지에 팝업을 올려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다. 해당 위기에 대해 흔히 질문되는 FAQ를 만들어 자사 답변을 전달하기도 한다. 기업 SNS 채널들을 총 동원 해 자사의 입장을 적극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작업 중 가장 흔히 간과되는 대상들이 ‘내부 직원’이다. 본사 일부 임원들과 팀장들이 위기를 관리하면서도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자사 직원들에게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리지 않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궁금해 한다. 무언가 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신문과 뉴스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리고 불안 해 한다. 우리 회사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갈 것인지 알지 못해서다. 누군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직원인 자신에게 아무도 무엇을 어떻게 해라 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다는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방지해 보자는 것이다.

    직원들이 외부에서 회사 관련 위기 정보를 찾아 다니게 하면 안 된다. 외부에 퍼져있는 반기업 메시지들을 먼저 이해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힘들어 진다. 각종 루머와 억측들을 사실로 받아 들이는 직원들이 많아 지면 더 큰일이다.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계속 직원들에게 질문한다. 그에 답하는 직원들이 내부에 공유된 정보가 없어, 외부의 루머와 억측들을 확인 또는 동조하게 되면 이미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 일이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고지하자. 그들에게 정확한 회사의 입장을 전달하고 FAQ 정보들을 공유하자. 그들에게 공식적 대변인 역할을 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이 먼저 이해하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바라보게 만들자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근거 없는 루머인지, 어떤 것이 말도 안 되는 억측인지 가려 낼 수 있는 혜안을 주자는 것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질문 할 때 정확하게 회사의 입장과 논리를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주자는 것이다. 나아가 1천에서 1만명의 직원들을 살아 움직이는 비공식 대변인으로 사회 여론 형성에 이바지 하게 하자 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며 기업 위기 시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알리라는 이 원칙은 더욱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 기준이 되었다. 기업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면 이제는 불과 몇 분 만에 소셜미디어에 해당 사실들이 공개된다. 이런 최근 상황에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해 소셜미디어들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 하자는 전략들을 세우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위기 발생시 직원들에게 이심전심만을 기대하면 안 된다. 가장 먼저 알리고 공유하고 이미 훈련된 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 간과되었던 ‘내부 직원들’을 하나로 모아 일사불란 함을 더하자. 위기관리 성공을 원하는 CEO라면 위기 시 직원들과 가장 먼저 대화하라는 조언이다.

  • 수억장의 매뉴얼보다 빨리 마주 앉는 것이 위기관리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때 일부 기업들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들을 담아 완전하게 대비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힌다. 하지만, 실제 위기관리 매뉴얼들을 분석해 본 경험이 있고, 실제 위기관리 업무에 있어서도 많은 경험이 있는 경우들에는 이런 개념을 추구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상황과 사니라오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최대한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리고 그 각각에 대해 아주 세세한 것들을 모두 예상하여 준비시키고 마련해 놓을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멋진 체계가 어디있을까?

    그러면 왜 매뉴얼에는 그런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없을까? 한번 아주 간단한 개념을 통해 살펴 보자.

    기본 위기 상황 설정

    “______A____가 _____B____를 폭행했다”

    이런 기본 위기 상황 서술이 있다. 이에 대한 ‘기본 위기 유형 제목’은 ‘임직원에 의한 폭행 케이스’가 되겠다. 제목은 아주 간단하다. 상황 서술문도 주어와 대상인 목적어를 포함 해 무척 간단 해 보인다.

    변수 1: 주체

    하지만 A에 들어가는 주어들이 상당히 다양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일단 각각의 수와 동일하거나 더많은 상황의 갈래들이 파생된다.

    1. (우리 회사) 회장님_________이

    2. (우리 회사) 사장님(전문경영인)_______이

    3. (우리 회사) 회장 사모님______이

    4. (우리 회사 승계자인) 회장님 맏아들이자 현직 임원________이

    5. (우리 회사 승계자+최근 추문으로 언론 주목을 받는) 회장님 맏아들/현직 임원 _____이

    6. (우리 회사) 일반 임원__________이

    7. (우리 회사) 직원____________이

    변수 2: 대상

    이 외에도 수없이 다양한 내부 임직원 주체들로 분별 가능하다. 일단 좋다. 그러면 ‘임직원에 의한 폭행 케이스’를 이렇게 7개로만 시나리오를 도출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각각의 임직원분들이 누구를 폭행했느냐 그 대상에 따라 다시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들이 파생된다. 한번 대상을 예상 해 보자.

    1. 항공사 승무원을___________폭행했다.

    2. 호텔 발렛 파킹 직원을___________폭행했다.

    3. 내연녀(남)를 ___________폭행했다.

    4. 거래처나 협력업체 임직원을 __________폭행했다.

    5. 술집 종업원을_____________폭행했다

    6. 일반 시민을__________ 폭행했다

    7. 내부 직원을____________폭행했다.

    이 것 말고도 그 대상을 나누자면 끝이 없다. 물론 누가 누구를 폭행했는지에 따라 상황별로 심각성이나 대응 전략과 방식을 모두다 달라져야 한다. 일단 이렇게 7개 대상 타입으로만 나누면 어떨까? (주체가 7개 타입이니 대상을 7로만 잡으면 7 X 7 = 총 49개 상황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렇게 49개 시나리오에 따른 상황들을 대비하기 위해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 수만 있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여기까지는 인력 투입으로 가능한 수준이다.

    변수 3: 이유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이 49개 상황 시나리오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했다]는 상황 시나리오로 (상황 시나리오 번호 1-1) 예를 들어보자.

    이 상황 시나리오만 가지고는 세부 전략이나 메시지를 세우기가 좀 부족해 보인다. 여기에서 또 1-1-여럿의 세부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게 된다.

    먼저 회장님이 폭행을 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했다. 그 이유는 _________________________였다.

    1.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______________이유였다.

    2. 라면이 짜다는_________이유였다.

    3. 비행기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요청을 했다는__________이유였다.

    4. 시간에 늦어 탑승이 불가능하다 했다는__________이유였다.

    5. 의도적으로 회장님의 폭행을 유도했기__________때문이 었다.

    6. 해당 승무원이 먼저 폭행을 행해 왔기 __________때문이었다.

    7. 같은 비행기에 탄 탑승객과 싸움을 말리면서 비의도적으로 __________였다.

    일단 이것도 7개 정도로 가늠해 보자. 폭행의 이유에 대해서도 일단 이 것들 이상의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이유에 따라 기업의 대응 전략들과 메시지들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황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면 최초 주체 7개 X 대상 7개 X 이유 7개 =총 343개의 세부 상황 시나리오가 세워져야 한다.

    뭐 이정도도 아직까지는 괜찮다. 위기 상황들을 모듈화 해서 프로그램에 돌려서 재 유형화 하면 되지 않을까 하기 때문이다.

    변수 4: 수준

    그 다음 이 343개의 상황에 따라 또 예상해야 하는 세부 상황들이 있다. 바로 폭행의 수준이다.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시나리오 번호 1-1-1] 이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다시 세부 상황을 나누어 보자.

    1. 살짝 신문지나 잡지로 몸을 스쳤다.

    2. 뺨을 한번 때렸다.

    3. 발로 차고 마구 때렸다.

    5. 이빨을 부러 뜨리는 등 중상해를 입혔다.

    6. 불구자를 만들었다.

    7. 사망하게 만들었다.

    일단 또 이렇게만 해도 7개 세부 상황 시나리오들이 만들어 진다. 이제는 2401개의 세부 상황 시나리오들이 도출된다. 더 이상은 인력이나 기계로 관리할 수 없는 규모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또 다른 상황 변수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폭행을 한 시점과 사회 분위기도 감안을 해야 대응 전략이 나오기 때문이다.

    변수 5: 시점 및 환경

    [회장님이 항공사 승무원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실짝 신문지나 잡지로 몸을 치는 폭행을 했다.] [시나리오 번호 1-1-1-1] 이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 다시 들여다 보자. 이 상황이 발생한 시점과 사회 분위기를 보면,

    1. 종종 그러한 폭행이 이루어지고 당연시 되는 환경이었다

    2.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곧장 온라인과 언론에 알려져 큰 망신을 당하는 환경이었다

    3. 정부에서 이런 폭행에 대해서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던 환경이었다

    4. 같은 회사에서 여러 임직원들에 의해 유사한 폭행이 연이어 발생하던 시기였다.

    5. 해당 폭행자가 벌써 여러번 동일한 폭행을 가하던 상황이었다.

    6. 한번도 이런 폭행 전례가 없고, 그분 스스로 폭행 반대 철학을 대변하던 분이었다.

    7. (다른 초대형 위기가 있어) 아무도 이런 수준의 폭행에는 신경 쓰지 않는 환경이다.

    이렇게만 일단 시점과 사회환경을 꼽아보면 이로 인한 세부 상황 시나리오 수는 이제 16,807개에 이르게 된다.

    변수 6~ : 그외 세부 상황 변수들

    이후에도 해당 세부 상황 시나리오를 오프라인 언론에 노출되는지, 온라인 매체에 노출되는지, SNS에도 노출되는지, 여론들이 강하게 타는지 여부…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이 투입되는지, 여론의 프레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등등에 대해서 까지 더욱 더 자세한 세부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면 수십억 개 이상의 세부시나리오들이 나오게 된다. 즉, 상상은 할 수 있지만, 문서화를 할 수는 없는 규모와 범위가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활용적으로도 이렇게 방대한 (하나의 상황 기본 서술에도 수십억개 세부 상황 시나리오가 가능) 분량의 매뉴얼들을 누가 어떻게 열람하고 기억하며 훈련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매뉴얼의 범위는 ‘기본 위기 유형’에 따른 매뉴얼이면 충분하며, 실용적이라 말할 수 있다. 실제로도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그렇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세부적이고 각각 다른 환경적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는 무엇에 기반 해 위기를 관리해야 하나요?”

    “빨리 모두 모여 앉아 의사결정 하십시오”

    수천장의 매뉴얼보다 위기 발생(또는 감지) 직후 즉시 모여 마주 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마주 앉는 것이 곧 체계고 전략의 핵심 기반이다. 매뉴얼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 위기 시 100% 확실한 것은 없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㉒

    위기 시 100% 확실한 것은 없다

    이 세상 어떤 것도 100% 확신할 수 없다. 특히 기업 위기 시 100% 확신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자. 100% 확신하다 실패한 사례들은 대부분 내부 정보나 인력들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확신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에게 확신을 가지게 하는 방법. 이것이 성공적인 위기관리 기법이다.

    “양파 껍질을 벗기듯 자꾸 자꾸 캐 물어야 진짜 중요한 팩트들이 나오더군요” 어느 기업 위기관리 부서장의 하소연이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즉각 지정된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이 소집되어 통합적으로 상황 파악을 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이런 경험을 토로하는 것이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이슈나 위기의 단초가 되는 여러 정보들이 내부적으로 완전하게 분석 되어야 하는데 사실 여기에 어려움이 많다. 예로 기술적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부서들이 빠짐없이 모든 사항들을 위기관리팀에 털어 놓지 않아 초기 상황파악에 실패하는 경우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많은 외부 전문가들이 해당 문제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와중에도 내부적으로는 담당 부서가 일부 정보를 숨기거나 ‘위해 수준’을 자의적으로 평가 공유하곤 한다. 내외부간 인식의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다. 위기관리에 취약해 지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기업이 100% 확언이나 단언을 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는 극도로 신중해져야 한다. 이 세상 100% 확실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아예 확언이나 단언을 피하는 것도 위기 시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보를 쥐고 있는 해당 부서가 양파가 껍질을 벗듯 계속 추가 팩트들을 내부로 공유하면서 이전과 다른 이야기들을 할 때 이를 조정 관리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업이 위기 발생시 100% 확신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주제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해당 위기에 대응하는 자사의 원칙과 철학만이 확신의 대상이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100% 확신은 위기발생 초기 불가능 해 보인다.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100%란 없다. 앞으로 해당 위기가 언제까지 어떻게 번져 나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예측도 100% 확신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없다.

    오직 확실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해당 위기를 원칙에 따라 조속히 관리할 것”이라는 사실과 “해당 건으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이번 건에 대해)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현재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하는 회사의 생각 또는 철학 등이 확신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100% 확신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했다가 실패를 경험하는 기업들은 평소 내부 정보들이 외부에도 공유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내부에서 평소 공유되는 정보들은 보고를 위해 1차 또는
    2차 이상 가공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부서들의 이해관계와 입맛에 맞춰 다듬어진 것들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부정확 하다.

    또한 인적으로도 위기 시 조직 내 ‘생존’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한된 정보들과 자의적 해석 내용만을 공유하는 실무그룹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운이 좋아 문제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치명적인 위기 시 이러한 정치적 부정확성의 문제는 더 큰 위기를 불러오는 결과를 낳는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고자 하는 CEO라면 상황파악에 있어 100% 확신을 가지기 전 자사의 위기관리 원칙과 철학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내부적으로 평소 원칙과 철학을 100% 공유하게 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된다. 내부 인력들에게 스스로 판단 할 수 있는 기준이 주어지면 정치적 부정확성 발생 가능성이 대폭 줄게 되는 긍정적 영향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위기발생시 해당 위기를 자사가 통제가능 한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내 외부로 보여 줄 필요는 있다. 하지만, 위기 시 그들로부터의 ‘확신 수준’
    또한 일종의 ‘신뢰 수준’에 머무르면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알고 있어. 당신들이 조속히 이 건을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 해. 이 건으로 벌어진 문제를
    당신들이 최소화 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공중들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이러한 신뢰는 위기관리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힘이 된다. 스스로 확신하지 않고도,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 위기관리가 힘든 조직들의 공통된 특징들

    위기관리는 (단어 장난을 조금 가미하자면…)일단 시스템(System), 스피드(Speed), 공유(Share), 양방향 실행(Symmetric Execution)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식적이고 뻔한 가치와 원칙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많은 기업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항상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는 기업 문화와 철학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도전 또는 테스트라고 본다. 실무적으로 이런 테스트에 임하는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이 의미가 무엇인지 절실하게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기업에서 한두 명이 개인적으로 처리 완료 할 수 있는 이슈가 있다면 이미 그것은 진정한 이슈나 위기가 아니다)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없는 기업들의 증상들은 바로 이렇다. (다른 실무자 분들께서 실무적으로 추가할 insight가 있으면 언제든 추가 부탁 드립니다.)

    평소의 기업 일반 증상들과 위기시 이상 증상들을 기반으로 정리해 봤다.

    1. 평소 실무자들과 이메일이나 전화 연결이 힘들다. 이메일 답변이 없거나 상당시간 지연되고, 전화 연결시 연결되는 확률이 상당히 저조하다.
    2. 평소 회의가 무리하게 많다. 그 시간대도 일반적인 비즈니스 시간대를 무시하면서 길다.
    3. 대부분 회의와 실행이 연결되지 않는다.
    4. 위기관리 담당자들의 출장이 잦고 길다.
    5. 위기관리 부서내 담당자들간에 바톤 돌리기가 성행한다.
    6. 각 부서간의 silo thinking이 대단하다. 정보공유는 물론 정치적으로 상호 견제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7. 평소에 이슈 예측이나 그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 논의 기회가 없거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8. 평소에 구축한 효율적인 위기 대응 자료 DB나 플랫폼들이 없거나 적다.
    9. 본사에서는 상당 부분 자신들이 컨트롤 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사나 지점에 대한 통제력이나 파악이 상당히 부실하다. (보고만 번지르르 해 본사를 행복하게 한다)
    10. 본사가 일선 인력들을 과신한다. 우리는 고품질의 인력들을 채용해 수준 높게 트레이닝하고 있다고 자신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노력과 다른 실행들이 종종 벌어진다.
    11. 일부는 위기관리를 위해 본사에서 지시한 사항들이 실제로 실행되지 않고, 부정적인 보고나 핑계(excuses)만 공유된다.
    12. 심지어 위기관리를 일선에서 실행할 인력들의 역량이 전무하다. 홍보팀의 경우를 들자면 극단적인 기사나 보도들에 대해 지시 받은 일선 대응 활동에 전혀 자신 없어 하는 경우다. 그러니 당연히 회의실에서만 머무른다. 대관이나 법무, CS 등도 매일반.
    13. CEO가 일선 업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100% 이해란 힘들겠지만, 일선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
    14. CEO가 부재중인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를 대체해 의사결정을 못한다.
    15. 외국기업의 경우 저 멀리 본사의 의사결정 없이 어떠한 초기대응 조차 제한되거나,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16. 경영진이 위기관리에 대한 대응 및 실행 지시만 내리고, 그 결과와 후속조치에는 관심이 덜하다. 평소에도 지시만 있고 퍼포먼스 체크나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17. 일부 부서 또는 일부 직원에게만 위기관리 오너십을 부여한다. 당연히 해당 부서나 직원은 ‘밑질 수 밖에 없는 업무’에 불안해 하고 괴로워한다.
    18. 평소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아무런 임파워먼트도 주어지지 않는다.
    19. 평소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형성, 조사 분석 활동이 부실하다.
    20. 대행사만 내세워 일선에서 위기관리를 실행하려 애쓴다.
    21. 위기관리 대응 보다는 사후 인적쇄신 또는 자아비판 풍토가 강하다.
    22. 실무자 및 경영진이 위기관리에 대한 의욕이나 관심이 없다. 왜 B2B기업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나 하고 묻는다.
    23. 위기관리 관련 예산이 아예 없거나, 비현실적이다.

    [이상 포스팅은 2011년 포스팅]

    2013년 추가

    1. 오너나 CEO가 사적인 방식들로 위기를 관리하려 시도한다.
    2. 오너나 CEO 주변에 훈수를 두는 외부 분들이 많다. (심지어 사모님이나 아드님, 따님들이 훈수)
    3. 내부적으로 진언을 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상당히 터부시 하는 기업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4. 우리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언론, 대정부, 대검찰, 대소셜미디어, 대NGO 대응 활동 전반)
    5. 위기 시 위기관리보다는 자기 부서가 무언가 했다는 사후 평가를 받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가시화를 시도한다.
    6. 기업 내 의사결정그룹들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이해하지 못 한 채 위기관리 실행을 지시한다.
    7. 위기 발생시 의사결정그룹내에서 미시적인 것들을 주로 논의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큰 흐름을 보지 못한다.
    8. 오너나 CEO의 위기관리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는 그분들이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임원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못한다.
    9.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리스닝하지 않는다. 일선에서는 리스닝하는데 의사결정그룹에 적절하게 보고되지 않는다.
    10. 반복적으로 경험을 하고도 매번 대응 준비라던가, 대응방식에 별반 나아짐이 없다.
    11. 내부적으로 누가(who) 어떤 위기를 관리하라 지명해 지시하기보다 그냥 다같이 하자고 한다.
    12. 위기관리에 실패 한 이후 컨트롤센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13. 위기관리에 실패 한 이후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다.
    14. 실제 위기관리를 리드하셔야 하는 CEO께서 위기관리 트레이닝에 열외하신다.
    15. 자사 위기관리 후 평가에 있어 내부적으로 성공한 부분들을 주로 공유한다.
    16. 최고경영진과 일선 위기관리 실행 실무자들간에 위기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판단 기준이 다르다.
    17. 똑같은 위기인데도 매번 의사결정 기준이 바뀐다.

    임상 관찰과 컨설팅들을 통해 계속 추가 예정입니다. (last update in Jul, 2013)

    2017년 추가

    41. 대표이사에게 위기 상황을 보고를 위해, 일선에서는 PPT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42. 비싼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놓았는데, 대표이사 알현이 힘들다. 그냥 부서 임원하고 팀장들이 위기관리 컨설턴트와 일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위기관리 컨설턴트를 고영했는지도 대표이사가 모른다)

    43. 대표이사부터 모든 임원들이 각자 자기가 아는 영향력자들에게 두서 없이 전화를 돌린다. (결과적으로 자사 위기를 홍보한다)

    44. 평소에 갖추어 놓지 않고서 위기 때 급하게 만들어 무언가 할려고 한다. (말 앞에 카트를 맨다)

    45. 오너나 대표이사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변호사를 고용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46. 오너나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문이나 해명문을 쓴다. 갖가지 클리쉐가 충만하다. 종종 검찰수사나 일부 고객들에 맞서 싸우려 한다.

    47. 사내에 아직도 언론 기사를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위임원들이 있다. 홍보팀 예산은 월 100만원이다.

    48. 임원들이 심지어 포탈이나 소셜미디어도 장악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믿는다. 몇년전 국정원 사례를 든다. (3500명 댓글부대)

    49. 일선에서는 10만원을 아껴보려고 고객들과 싸운다. 그러다 온갖 부정기사나 고발, 소송이 걸린다.

    50. 일선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을 만나면 ‘창구일원화’ 개념은 약 30초 정도 기억하고, 허심탄회하게 기자에게 은밀한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51. 대표이사가 혼자 모든 결정을 한다. 다른 부서 임원들이나 팀장들은 위기 시에도 그냥 대표이사의 메신저 지시만 기다린다.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

    52. 법무나 대관과 협의 없이 홍보만 뛰어 다닌다.

    53. 홍보임원이 위기대책 회의 때 바쁘게 기자를 만나러 다닌다. 대신 회의에는 팀장이나 다른 홍보실 직원들이 대리 참석한다. 대표이사나 다른 부서 임원들은 다 참석한다.

    54. 로펌의 의견에만 충실하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한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그런 포지션 위험하다 해도, 대표이사께서 로펌을 믿으시니 그리 할 수 밖에 없다 한다.

    55. 오너나 대표이사께서 지인인 60-70대 전직 고위관료 또는 정치인들에게 위기 대응을 문의한다. 특히 여론관리(?)에 대해 그분들의 의견을 묻는다. 오래된 답변들이 주로 돌아온다.

    56. 내부고발자나 이슈 원점을 두고 ‘본때를 보여주어여 한다’는 내부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로펌이나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대신 ‘신속하고 과감한 합의’를 조언하는데도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57. 법정에서 자사의 결백함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고, 여론과 12라운드를 벌인다.

    58. 위기가 발생해서 거의 피크를 찍고 있는데, 위기관리전담팀을 만들거나, 위기관리 담당자를 뽑는다고 서치펌에게 연락한다.

    59. 현재 타오르는 타사 위기 사례를 보고도 그게 자사에게도 곧 발생할 수 있다 믿지 않는다. 당연히 개선이나 준비가 없다.

    60. 위기관리 예산을 오너나 대표이사가 대부분 쓰신다. (용도는 대외비)

    임상 관찰과 컨설팅들을 통해 계속 추가 예정입니다. (last update in Aug,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