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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곧 통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You Can not NOT Communicate”라는 명언을 남긴 학자가 있다. 한국말로는 “누구도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도로 직해가 되겠다. 쉽게 이야기하면 “세상 모든 것들은 항상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존재하고 있는 그 자체가 곧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논란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나 조직이 스스로 ‘침묵’을 선택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래서 사실 ‘침묵 할 것이냐? 커뮤니케이션 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별 효과 없는 고민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신 위기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제(control)’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상황에 대한 통제가 그 첫 번 째다. 위기나 이슈를 관리하는 주체가 해당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해당 상황 자체를 통제하고 있는가? 이 첫 번째 통제에서 대부분의 위기관리 성패가 갈린다.

     

    스트래티지샐러드의-위기관리-6대-통제론

    상황에 대한 통제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던 경우들은 수 없이 많다. 우리가 기억하는 상당수의 위기관리 실패 사례들이 상황을 우선적으로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말로는 ‘원점 관리’라고도 하는데, 항상 실패하는 케이스들을 보면 해당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대신 그 외 주변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회사의 오너가 자신의 운전사를 폭행 해 놓고, 그에게 향한 사과 대신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원점관리 실패 케이스다.

    생산시설이나 기타 인명사고 등에 있어서도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나 조직이 “현 상황을 우리가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다(under control)”는 메시지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그러지 못하다면 “현 상황을 빠른 시간 내에 통제해서 추가 피해 확산을 막겠다”는 확신이라도 주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창구에 대한 통제

    그 다음 중요한 통제 대상은 바로 ‘창구’다. 흔히 말하는 ‘창구 일원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위기나 이슈가 발생 했을 때 해당 관리 주체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들이 여럿 존재하게 되면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은 그 만큼 커진다.

    실제로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 해 보면 같은 레벨의 임원들끼리도 한가지 이슈에 대해 메시지가 서로 서로 다르다. 상호간에 해당 이슈에 대한 이해와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상호간 메시지가 많이 다른 것을 발견한 임원들이 이렇게 묻는다. “이런 이슈에 대해 우리 회사의 공식 메시지는 어떻게 되는 것이 좋을까요?”

    “위기가 발생하면 전 조직원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조언은 실제로는 실행 불가능한 조언이다.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라 수준의 의미로 받아 들여질 순 있겠지만, 조직원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조직 내에서 단 두 사람이 창구 역할을 해도 서로 말이 안 맞을 가능성이 높을 정도다.

    위기관리에 실패한 케이스들을 분석해 보면 조직 내에서 여러 개의 공식 및 비공식 창구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정리되지 않은 내용들이 조직 구성원 개인들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함부로 전달 된다. 루머가 루머를 낳고, 설화가 설화로 이어진다. 홍보실보다 외부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이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결국 공식 창구로 정해진 홍보실은 아무 쓸모가 없는 창구가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이해관계자별 한 개씩으로 일원화 시키는 것이 맞다.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이 창구가 된다. 규제기관이나 정부 커뮤니케이션은 대관그룹이 창구가 된다.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인사부서가 창구 역할을 한다. 이런 창구들을 정해 놓고, 창구에서 대변인 역할을 할 분들을 훈련 하는 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화 작업이다.

    메시지에 대한 통제

    메시지에 대한 통제 또한 매우 중요하다. 흔히 핵심 메시지라고 불리는 정리 된 메시지가 바로 그런 통제를 가능하게 한다. 위기 시 메시지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메시지 몇 개로 문제를 해결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문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통제하려면 우선 앞에서 제시한 모든 통제 기능들이 정상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그런 전제 없이 메시지만 통제하려고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에서는 성공 확률이 매우 희박해진다. 결과적으로 메시지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있지 못하면 메시지도 통제할 수 없다. 오락가락한다. 우왕좌왕한다. 함구령을 내린다. 거짓말 한다. 말을 번복 한다. 이런 평가들이 모두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 채 메시지를 통제하려고 하다 보니 일어난 결과들이다.

    확실하게 창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도 유효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들이 충돌하게 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공식적으로 정리된 메시지가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언론이나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심리적으로 비공식 창구를 좀더 신뢰한다. 공식 창구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어느 정도 ‘필터링 되고, 팩트를 가공했으며, 자신이 유리한 논리를 포함한다’는 의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식 창구 외에 비공식 창구들이 여럿 존재하는 기업이나 조직이 메시지를 통제하긴 힘들다.

    위기 지속 기간의 통제

    어느 기업이나 조직이 자신을 괴롭히는 위기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겠나? 하지만 실제로 많은 곳들이 스스로 위기 지속 시기를 연장시키는 우를 범하곤 한다. 사과를 여러 번에 나누어서 길게 한다. 크게 한번에 사과 하고 털면 이내 잊혀질 이슈를 지속적으로 되살린다. 한번에 끝내 버리면 될 리콜을 여러 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한다.

    수없이 걸려오는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에 하나 하나 다 대응하면서 반복 해명 한다. 해명에 해명이 다시 붙는다. 더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반복 해명을 한다. 그러니 기사 보도량은 하늘을 찌른다. 자꾸 논란이 이어지다 보니 결국 위기의 지속기간이 몇 주에서 몇 달을 넘어가게 된다.

    이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의 지속 기간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다. 신속 대응하라는 조언들이 이래서 나온다. 기업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위기 지속 기간이 길어 질 수록 맨 마지막에 결정 해 전달했던 위기관리와 메시지가 ‘정답’인 경우들이 많다.

    위기 지속 기간 동안 정답을 찾아 왔던 셈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그 정답을 초기에 정리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오래 끌어 피해를 더 크게 키운 후 결국 정답을 정리하는 우는 더 이상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이내 잠잠해 질 꺼야’ 이 포지션은 모든 상황에서 유효한 전략이 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으면 신속하게 전략을 결정해서 대응해 위기 지속 기간을 최소화하는 게 맞다. 일종의 전격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곧 ‘통제’다. 상황을 통제하고, 창구를 통제하고, 메시지를 통제해야 위기 지속기간의 통제가 가능하다. 이 각각의 통제는 상호간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어느 하나만 부실해도 전체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상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 기업이나 조직들은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이상의 것들을 통제하기 보다 대신 다른 것들을 통제하려 노력한다. 언론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고 시도한다. 메시지가 아니라 다른 논란을 만들어 이번 논란을 덮으려는 시도를 한다. 권모술수가 곧 잘하는 위기관리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로 이해관계자들에게 접근하려도 한다.

    실패한 많은 위기관리에서 배우자. 그들 각각이 어떤 통제 기능을 상실했었는지 분석해 보면 답이 나온다. 이는 곧 경영의 품질하고도 맞닿아 있는 이슈다. 위기 발생 후에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되거나, 창구 관리가 엉망이거나, 메시지 품질과 위기 지속 기간 관리 전략이 없다는 것은 경영의 품질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수 많은 관련 케이스들이 떠오르지 않나?

  • 저희 위기관리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희 회사에도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여서 위기관리 매뉴얼도 교육하고 하긴 했었는데, 그게 몇 해 뜸하면서 거의 위기관리팀이 유명무실 해 졌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실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명무실하다는 자평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찌 보면 위기관리팀을 사내적으로 ‘방치’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부 위기관리팀원들은 이제 회사 직원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모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 예산 부분을 한번 살펴 보시죠. 회사에 정해진 위기관리 예산이 얼마나 될까요? 너무 광의의 개념이라 찾기가 어렵다면,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보시죠. 그리고 그 예산을 가장 먼저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특별하게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임직원들에게 의식 고취 차원에서 한 두 시간짜리 ‘위기관리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일반교육예산 몇 십만 원~백만 원 정도를 보유한 회사들은 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액수나 방식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의 기능적 개선을 위한 수준은 아니죠.

    몇 천만 원대의 예산을 임원교육예산으로 잡아 신임임원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 같은 임원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그룹사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위기관리팀의 기능 강화와 직접적인 연결을 짓기는 힘들겠습니다.

    실제로 아주 일부 자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같은 훈련 예산을 책정한 기업들도 있지만 그 예산의 규모는 천차만별입니다. 매출이 수 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에서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시뮬레이션 예산을 약 천만 원 정도로 잡아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매출이 몇 천억 원 정도인 어떤 중견 기업은 앞 대기업의 그것보다 몇 배의 예산을 위기관리팀 기능 강화 프로그램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매출과 위기관리팀 훈련 예산은 상호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행 간격도 해당 위기관리팀 강화 프로그램을 매년 반복 실시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2-3년에 한번씩 잊혀질 만하면 진행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정기나 부정기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내부 위기관리 마인드가 어느 수준 이상 존재하는 곳들입니다.

    한 시간에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명강사들을 초청해서 ‘인문학’ ‘척추 건강법’ ‘커피 브루잉 기법’ 등의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기업 임원 프로그램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임원들에게 풍부한 감성과 삶의 여유를 찾게 해 주는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위기관리 팀을 훈련하는 기회와 예산과 비교해 보면 상호간 균형이 맞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 같은 어렵고 따분한 주제는 임원들이 싫어합니다.” “가능하시면 오늘 임원 조찬 위기관리 강의는 재미있게 해주셨으면 해요. 나중에 재미없으면 저희가 힘들어 져서요.” “임원분들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강의는 40분 정도로 마무리 해주시고, 나머지는 질문을 받아주세요” 뭐 이런 사전 요청들이 임원 대상 단순 강의에도 쏟아집니다. 실무자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나 비중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해 집니다.

    한번 회사 내에서 ‘위기관리팀을 위한 교육 훈련 예산’이 얼마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팀이 어떻게 작동될지도 상당부분 미리 예측 가능할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실제 업무 기능입니다. 교양이나 재미로 배울 주제가 아닙니다.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업데이트 되어야 하는 실무 역량 훈련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살펴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평소 관련 예산을 잘 살펴 보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보고 체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 전 공장에 수해가 발생했는데요. 이 사실을 공장 총무팀장이 바로 대표이사에게 보고해 버렸습니다. 총무팀장은 주말이고 공장장이 부재중이라 바로 신속 보고 한 건데요. 본사 위기관리팀은 대표이사 보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아서 문제였죠. 보고 체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위기관리 체계를 설계할 때 가장 고민 되는 부분들 중 하나가 위기 시 보고 체계입니다. 위기 시에는 해당 상황을 감지 한 최초 감지자가 생기게 되는데요. 그 최초 감지자가 위기 상황을 발견하고, 판단해서, 내부 전파 보고 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최초 감지자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많은 직원들에게 해당 상황을 전파 보고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고민은 첫째, 최초 감지자가 감지 발견 한 상황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 알바생이 공장 뒤쪽 뜰에 물이 흥건하게 스며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알바생은 그 곳에 원래 물이 고여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 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원래 물이 고여 있는 곳인데 그 상황을 재해라 생각하고 여럿에게 전파 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알바생은 정확한 상황 판단기준을 가지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불가능한 것이죠.

    여기에서 원칙은 모든 이상 상황 또는 이상으로 판단되는 상황은 상위자에게 ‘일단 보고’한다는 것입니다. 판별 경험이 있는 상위자가 현장에 가서 상황을 점검하고 판별 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해당 상위자가 판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관련 판별이 가능한 상위자들이 함께 판별 할 수 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보고’입니다.

    두 번째 고민은 최초 감지자나 판별자가 해당 상황을 누구 누구에게 전파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질문과 같이 총무팀장이 바로 휴대폰을 들어 대표이사에게 보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상위자에게 먼저 보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동시에 상위자를 비롯해 위기관리팀 전원에게 보고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생깁니다. 어떤 게 더 나은 보고 체계일까요?

    여기에서 핵심은 ‘가능한 동시에 많은 대상으로’ 입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들이 위기 보고 체계에 활용되기 때문에 단체카톡방이나 메신저, SMS 등등으로 동시 보고 가능합니다. 단선 보고 시 장점은 보다 안정적인 보고 내용에 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동시 보고의 경우 보고 내용에 있어 정리된 안전성은 담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표이사를 비롯한 위기관리팀이 해당 상황을 신속히 공유 받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감지 발견된 상황을 현장 상위자가 즉시 판별 하고, 그 상황발생 내용과 최초 대응 내용을 1보 형식으로 ‘동시 전파’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 대상은 우선 위기관리팀에 규정된 임직원들이 됩니다. 그 1보를 접한 위기관리팀장은 현장 담당직원들을 통해 해당 상황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필요 시 대표이사 보고와 허락을 얻어 위기관리팀을 소집하는 프로세스를 따르곤 합니다. 1보 전파는 현장, 2차 대표이사 보고와 대응팀 가동은 위기관리팀장이 실행하는 단계적 체계입니다.

    위기 시 보고 체계에서 세 번째 고민은 대표이사의 위기 상황 인지 이후 단계입니다. 위기 상황 정보를 접한 대표이사는 대부분 고위 임원들에게 해당 상황에 대한 내용과 대응 방안들을 묻게 됩니다. 이 시점에 충분히 해당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임원들이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윗 질문에서도 그랬던 상황이고요.

    여기에서 대표이사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개인적 1대 1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시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팀이 이미 내부에 체계화 되어 있다면, 위기관리팀장을 통해 위기관리팀을 소집하게 하고, 그 위기관리팀의 파악 내용을 대표이사가 360도 청취 이해하는 것입니다. 1대 1로 진행하는 부분적 파악 노력보다 안정적일 뿐 아니라 대응을 위한 공유에 있어서도 물리적 시간이 절약 됩니다. 한마디로 ‘재빨리 마주 앉기’를 실행하는 것이죠.

    위기 가 발생되면 그 이후 모든 대응 활동은 ‘정치적인 활동’으로 그 성질이 변화합니다. 보고라인에서 소외된 임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알고 있는 사항을 중요 임원들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반대 상황도 가능하고요. 일선 직원이 무지하게 별 것 아닌 상황을 최상위까지 전파해 버려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상황은 대표이사가 ‘체계가 안정화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속 개선관리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을 사후 또 다른 정치적 위기들로 양산할 수 있는 내부 문화가 있다면 그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흡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뉴얼, 워크샵,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등으로 계속 위기관리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내부 조직 변화 속에서 시스템을 계속 살아 움직이게 하려니까 힘이 듭니다. 예산도 그렇고 계속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 점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느낌이 나네요. 다른 수가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공감합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업무를 시작한 실무자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처음 시작 때에는 매뉴얼만 한번 만들어 놓으면 되겠다 싶었다고 하지요. 왠걸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었더니 그 매뉴얼에 대해 사내 대부분이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 발견된 겁니다. 황급하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위기관리팀에게 이해시키는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그 후 실제 위기가 발생해도 그 이전과 별반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왜 저번에 공유했던 위기관리 시스템을 따르지 않느냐?”고 여러 부서들에게 물어봤답니다. 그랬더니 “한번 워크샵 한 내용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있나?”라는 당황스러운 답변들이 돌아 왔답니다.

    그래서 그 실무 담당자는 얼마 후 다시 해당 매뉴얼을 기반으로 한 위기관리 대응 훈련이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후로 대부분의 부서들은 ‘이제야 위기관리팀의 역할이나 프로세스를 이해했다’는 반응들을 나타냈지요.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나자 부서 변동과 조직개편이 있었답니다. 임원들 몇 명이 퇴사를 했고, 위기관리팀에 소속된 인원의 절반 가량이 새로 임명 된 거죠. 그랬더니 이제는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반도 채 되지 않게 돼 버린 겁니다. 해당 실무자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사실 비단 위기관리 시스템만 그런 건 아닙니다. 대기업들의 경우 매해 새로 임명되는 신임 임원들이 수십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인사교육 부분에서는 지속적으로 임원 훈련을 제공합니다. 이를 가지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생각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어떻습니까? 사내 준법교육은 어떻습니까? 성희롱방지 교육들은 어떻습니까? 안전이나 품질관리 교육들은 어떻습니까? 다른 대부분의 사내 교육과 역량 개발 시스템들도 원래부터 그렇게 반복성과 지속성을 바탕으로 관리되어 오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관리 작업이라고 해서 그리 별다른 특성이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위기관리 시스템 관리 작업이 반복될수록 실제 위기 발생 유형과 빈도에는 이내 변화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위기관리 워크샵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에서는 위기 현상을 미리 발견하고 감지하는 직원들의 역량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부문을 담당하는 팀장이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는 메시지를 정리하고 있는 일선 직원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작년에 경쟁사에서 지금 그 내용하고 아주 비슷한 포스팅을 기업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한 일주일 고생했던 거 기억 안나요? 그 사진이랑 내용 이렇게 바꾸세요” 이미 발생한 유사 케이스를 기억하고 미연에 문제를 방지하게 된 겁니다.

    영업팀장이 이런 지시를 합니다. “거래처들하고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들 하면 안됩니다. 회사 지시사항에 대해서 그대로 옮겨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만 사용하시고,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허락되지 않은 부연설명 최소화 하세요” 혹시나 모를 거래처 문제를 방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려주는 겁니다.

    공장장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워크샵에서 조언 들었던 것 같이 공장 사고가 발생되면 지역 언론들이 사고현장을 방문 할 텐데,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떤 팀에게 담당시켜야 할까? 만약 기자실이나 브리핑 공간이 필요하면 공장 내 어디에 설치 해야 하지? 공장 내 회의실은 위치가 좋지 않은데…어쩌나…”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해당 계획을 보강하라는 지시를 하게 됩니다.

    지속적인 위기관리 시스템 마인드 고취는 분명하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닙니다. 위기 예방 비용은 반복될수록 하향하고, 위기 후 복구 비용은 반복될수록 상향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후진국들과 일부 기업들은 매번 대비 없이 위기를 겪고 사후 복구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잘 유지 관리된 위기관리 시스템만큼 위기 시에 소중한 자산은 없습니다. 이는 실제로 경험해 본 분들이라면 모두 동의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VIP 위기관리는 왜 힘들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국 기업 및 조직 위기 유형들 중 고질적이며 가장 위해성이 큰 유형이 바로 ‘VIP 관련 위기’다. 작게는 VIP의 사회 일탈적 행동으로 인한 해프닝으로부터 사법기관의 조사까지 연결되는 중대 사안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한번 발생하면 사회적 반향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모든 국민들이 기억하는 부정적 상처로 기업이나 조직에게 오래 남게 된다.

    사실관계 확인이 잘 안돼서 힘들다

    기업 및 조직 내부 위기관리팀에서도 가장 핸들링 하기 힘든 위기 유형으로 ‘VIP 관련 위기’를 꼽는다. 핸들링 하기 어려운 이유들 중 첫 번째는 해당 위기 유형들이 일반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이다. VIP 개인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비서실이나 홍보실 차원에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대부분 쉽지 않다. 특히 홍보실에서는 외부 언론 대응을 해야 하는데,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렵다 보니 대응 할 수 있는 메시지가 제한된다. 전략적 침묵처럼 보이려 애쓰지만, 실제로는 아는 것이 없어서 기자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경우들이 꽤 된다.

    일부 핵심 고위 임원들도 대부분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정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고위임원이라도 그 팩트들을 사내 대응 그룹에게 그대로 옮기는 것을 불경스럽다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대응 그룹에게는 정해진 간단한 메시지만 전달하라 지시하는 선에서 초기 대응이 진행된다. 비교적 VIP관련 이슈는 내부적으로 감지가 미리 되는 위기들 중 하나인데, 대응 방식이 제한적인 걸 보면 미리 알아도 별반 수가 없는 위기관리 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의사결정이 잘 안되니 힘들다

    두 번째 VIP 위기관리가 힘든 이유는 관련 위기에 있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핵심 주체가 VIP 자신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왜 신속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들을 가지는데, 사실 내부로 들어가보면 아무런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그런 경우들이 많다. VIP가 왜 의사결정에 주저하고 힘들어 할까를 생각해 보면 이해는 간다. 사업적 위기에 대한 결단이라면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개입되어 있는 이슈인지라 의사결정은 어렵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내부적으로 임원들이 모여서 VIP에게 의사결정을 내려달라 압박하기도 힘들다. VIP의 의중을 일단 살피는 활동이 진행될 뿐이다. 민감한 시기에 누가 나서서 “회장께서 직접 나가서 사과하시고, 회장 직책에서 물러나시는 것이 전략적인 대응으로 보입니다”는 조언을 할 수 있을까? VIP가 스스로 “내가 어떻게 의사결정 해야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것이 해당 위기의 특성이다. 이런 경우 외부 자문그룹을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내부적으로 VIP께 하기 힘든 말을 외부 자문들의 입을 빌려 한다는 의미가 있다.

    법무와 홍보간 공유가 잘 안 되니 힘들다

    해당 위기유형이 관리되기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법무라인의 정보 독점’ 때문이다. 일단 사법기관의 조사와 연결되는 경우 대부분 가용정보와 법적 대응 전략들이 법무라인에만 집중된다. 로펌의 경우도 VIP와 면대면 진행 하거나, 법무팀을 거쳐 일하는 형식으로 위기대응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외부 이해관계자 대응을 하는 그룹에게는 별반 유의미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VIP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들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 공유 되어야 한다. 그래야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서는 전략적 메시징이 가능하고, 타이밍 설정을 비롯한 입장 정리들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는 아주 제한된 정보만 뒤 늦게 공유된다. 자칫 법무라인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엇박자라도 나게 되면 그 여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니 문제다.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서 힘들다

    네 번째로 VIP 위기관리가 어려운 이유는 ‘상당 수준의 관리 예산이 필요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VIP와 관련된 위기는 사회적 주목도가 폭발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언론들이 이에 편승해 지속적으로 기사화를 한다. 온라인에서도 그 전파 범위와 속도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다.

    이에 대응하면서 추가 여론화를 방지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대응 그룹에게는 예산이 필요하다. 초기 보도는 방지하기 힘들다고 해도, 언론들이 다루는 해당 이슈의 지속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힘들다. 대형 그룹사처럼 예산에 있어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면 모르겠는데, 중견이나 중소기업 수준에서는 가용 예산이 매우 한정적이라 힘들어진다. 부정적 사내 분위기에서 충분한 예산 배정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 탓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인력들의 밤낮 없는 헌신으로 일선관리가 시도되는데 그 성공률은 상대적으로 극히 저조해 진다.

    VIP 주변의 훈수로 더 힘들어진다

    다섯 번째 어려운 이유는 ‘VIP와 그 주변인들의 단편적 개입’ 때문이다. VIP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조언자들이 VIP 주변에 포진한다. 전직 관료나 기관장, 전직 국회의원에서 전직 언론인들까지 다양한 지인들이 각자 훈수를 둔다. VIP는 개인적으로 이들의 조언들을 듣게 되는데, 그 조언들이 일관되지 않아 문제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들이 전체적 조망을 통해 중장기적인 위기관리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조언 내용이 매우 단편적이다. 감정적인 분도 있고, 개인 시각에 따라 자의적 해석이나 대응안을 조언하는 분도 있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노련한 VIP께서 잘 추려 판단 하시겠지만, 자신과 관련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의식의 제한이 수반되는 터라 추림이 힘들어진다. 여기 저기 취합한 조언들을 내부 실행 그룹에게 하달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기존 대응 전략이나 방식들에 문제가 생긴다. 그나마 제한된 정보들로 기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놓았는데, 사공이 많아지다 보니까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꼴이 된다. 실행 그룹들이 하달된 지시사항에 대해 ‘왜 실행이 불가능한가’ ‘왜 그런 실행이 위험한가’ 하는 내부 보고 논리를 만들고 있으니 실제 실행이 잘 될 턱이 없게 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들을 죽 놓고 보면 VIP관련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실제로 VIP관련 위기를 제대로 관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케이스들이 극히 제한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일부 대기업들의 VIP관련 위기관리 체계 트렌드를 보면 약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변화가 VIP 개인과 조직을 분리하려 하는 시도다. VIP 관련 위기 발생시 VIP가 개인적으로 외부 위기관리 회사 (또는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활용하는 케이스들이 보인다. 물론 해당 기업의 지휘와 조정을 거치지만, 외부적으로 창구를 조직과 분리하는 시도를 한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내부 사실관계 확인의 효율화를 위해 통합 대응 그룹을 만들어 로펌과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함께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전에 이 두 그룹간 일사불란한 협업이 어려워 실패한 많은 케이스들이 있어 이에 대한 반면교사와 개선이 있었던 것 같다.

    일부 기업에서는 VIP관련 위기 발생 시 내부 대응 그룹이 외부 위기관리펌과 협업한다. VIP관련 위기에 있어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가능한 내부에 투영하는 역할을 주문한다. 내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향후 상황 전개 즉, 블라인드 스팟을 찾아 달라는 주문도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관리펌에게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주문 하면서 대응 논리와 메시지에 안정성을 더하기도 한다.

    이미 국내 대형 그룹사들은 한 두 번 이상씩 VIP와 관련된 초대형 위기들을 경험했다. 당연히 그들 내부에는 경험 있는 인력들이 포진해 있고, 대응 체계 또한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다. 경쟁력 있는 위기관리 자산과 예산이 뒷받침된다. 위기관리에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중견과 중소기업들이다. 최근 VIP 위기의 상당 부분을 중견과 중소기업 VIP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VIP관련 대형 위기관리 경험이나 역량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및 위기관리 체계도 대기업의 십수년전 체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당히 취약성이 많다. 이상과 같은 위기관리 제한점들을 가능한 미리 인지하고 그 제한과 제약을 넘어서기 위한 사전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 대상들이 이들이라고 본다. 미리 준비하자.

  • 문제유발 의지 vs. 위기관리 의지, 누가 이길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나 조직이 가져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무엇일까? 위기관리 역량이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위기관리 철학이나 원칙을 꼽기도 한다. 누구는 위기관리 예산이 중요한 자산이라 이야기 한다. 훈련된 조직이나 비상연락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평소에 잘 배양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절대적 자산이라 평하기도 한다.

    여러 자산들 중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자산은 내부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신입직원에 이르기 까지 공유되어 있는 몇 개의 ‘굳건한 공감대’일 것이다.

    1.문제를 일으키면 안된다

    그 공감대란 ‘(비즈니스와 활동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라도 일으키면 절대 안 된다’가 첫 번째다. 비즈니스나 기업활동 중 어떻게 문제가 하나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나? 하지만, 조직 내 공감대를 통해 ‘문제는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이나 일선직원들이 세부적으로 개개 실행으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를 항상 우려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래야 “비즈니스 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난리들인가?”하는 위기 시 문제성 있는 의식 또한 경계할 수 있다.

    2.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

    두 번째 소중한 자산으로서의 공감대는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위기관리의 정의에서 이런 정의가 있다. ‘위기관리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는 정의다. 이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최고경영자나 일선에서나 문제를 발견하면 당장 그 문제를 고쳐 해결해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가능해진다.

    3.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된다

    세 번째 소중한 공감대는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는 발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위기를 한번 겪은 기업이나 조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얼마나 고생 했는지 혀를 내두르는 직원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의지는 한 두 달을 못 넘긴다. 그런 개인적 의지가 조직의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전의 고통은 반복된다. 개인들의 의지도 반복된다. 반면 조직의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실수들 또한 반복된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공감대가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이상의 공감대들 즉,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의 자산들이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를 제대로 이끄는 가장 소중한 가치들이다.

    이런 훌륭한 위기관리 자산이 부족한 기업들의 경우 어떤 현상을 보일까?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커녕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들이다. 살기 위해서는 사소한(?) 문제란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조직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문제는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자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격담합 논란을 보자. 업계에서 가격을 담합하는 행위는 큰 법적 처벌을 받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자들과 임원들간에는 별반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곳들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고는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일선직원들의 마음 속에는 ‘우리만 그러는 것도 아닌걸 뭐’ 또는 ‘이런 협의는 업계의 관행인데 무슨 문제인가?’하는 잘못된 생각을 한다.

    일부는 ‘정기적으로 몇 년마다 나오는 논란인걸 뭐…법적으로 다투다 보면 상당부분 감면도 되고, 모두 정상적 사업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니 어차피 남는 장사’라는 생각까지 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이 깔려있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는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큰 문제가 되기까지야 하겠어?

    ‘문제가 있으면 당장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기업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최고의사결정자나 일선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게 실제 큰 문제로 곪아 터지기야 하겠어? 내가 십 년간 이런 걸로 문제 된 적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걸…’하는 생각을 한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를 하는 기업이나 조직이다.

    ‘이 문제를 내가 발견해서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자칫 내가 문제를 일으킨 사람처럼 인식되면 어쩌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보신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한다. 특히나 전문경영인 하의 기업이나 조직들이 그런 보수적 생각에 익숙하다. ‘문제’라는 말 조차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이를 ‘문제시’하는 것을 조직에 대한 반동이라 본다. 위기관리는 커녕 위기에 대한 정의 조차 불가능하니 위기관리가 잘 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문제가 된 사업활동에 대해 언론이나 사법기관이 조사하며 “이런 문제가 언제부터 발생했습니까? 이 문제를 최초 인지한 것이 언제입니까?”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이 있다. “십 여 년 전에 최초 인지했지만, 그 때는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겁니다. 답이 없거든요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없는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자주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국내 기업이나 조직들에게 발생하는 위기들을 분석해 보면 그 중 상당 수가 자주 반복되는 아주 익숙한 위기다. 왜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가 하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쩔 수 없는 위기”라거나 “답이 없는 위기”라는 답을 한다. 진짜 그럴까? 진짜 조직 내에 ‘한번 발생한 문제는 다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정확한 공감대가 있는데도 그럴까?

    식품업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위기를 꼽으라고 하면 이물질, 품질, 성분논란,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등의 유형을 꼽는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주로 발생하는 위기들을 꼽으라면 제품하자, 안전논란, 가격논란, 규제 위반, 리콜, 고객 컴플레인 등등의 유형을 꼽는다. 이들의 대부분은 유사하게 반복되는 것들이다. 해당 위기 유형의 반복적 발생을 완전하게 재발방지 할 수 없다면, 그 발생 빈도나 심각성을 관리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다. 그것이 올바른 공감대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세가지 공감대 형성이 사내에 필요하다. 셋 중 어느 하나에 대한 공감대만 부족해도 위기는 계속 발생되고, 어처구니 없이 관리된다. 시스템을 갖추자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예산을 퍼부어도 유사한 위기는 반복된다. 아무리 역량 있는 컨설턴트나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해도 그런 공감대 없이는 위기를 이기지 못한다.

    위기 유발 의지는 항상 위기 관리 의지를 무력화 한다

    위의 세가지 공감대가 전혀 없는 기업은 말 그대로 ‘위기 유발 의지가 강한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발생 시켜야 하겠다. 언제든 발생 할 수도 있다. 계속 문제는 발생 될 것 이다는 조직의 암묵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미다. 당연히 위기관리 의지는 문제 유발 의지를 이기지 못한다.

    문제 유발 의지를 공유하는 기업이나 조직에게 위기관리란 ‘기술적으로 발생한 위기를 무마 또는 모면하는 스킬’로 정의된다. 똑 같은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아도 이런 기업이나 조직은 그 트레이닝을 ‘말을 고묘하게 해서 언론의 취재를 무력화 시키는 기술’로 이해한다. 위기관리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 또한 ‘전사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는 대비 해 이를 일사불란하게 무마 모면하는 훈련’으로 받아들인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을 ‘위기를 감쪽같이 넘기게 해주는 마술사’로 착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아예 모든 위기관리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매뉴얼, 컨설턴트들의 존재를 부정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만드는) 문제를 그런 것들로 어떻게 관리하겠다는 거야? 순진한 이야기 하지마!”라는 이야기를 들어 봤을 것이다.

    백약이 무효하기 때문에 다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일견 이해는 간다. 자신의 회사나 조직을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근원적인 위기관리란 있을 수 없다는 토로라고도 보여진다. 이렇듯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힘든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본능적인 ‘문제유발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위기관리 의지’가 답이다.

  • 성공한 위기관리 케이스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저희 회사 직원들에게 위기관리 마인드를 심어주라 하셨습니다. 담당 임원으로서 제가 준비하는 데 힘든 게 많네요. 혹시 성공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아시나요? 어떤 회사가 가장 위기관리를 잘 하나요? 몇 개 알려 주실 수 있으시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한 케이스를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참 곤란해 집니다. 정확하게 말해 성공한 위기관리는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관리’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 케이스는 어떻게든 성공하고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위기가 곧 성공적 위기관리의 작품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어떤 문제를 수면 하에서 시스템적으로 방지 완화 시켰다는 의미거든요. 소리소문 없이 말이죠.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알 방법이 없는 그런 위기가 성공적이라면 성공적인 위기관리라 하겠습니다.

    공장 화재 같은 경우는 어떨까요? 화재가 일어나지 않게 평소 안전 상태를 꾸준히 점검하고 화재 발생 시 초기 진화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화재 발생 가능성은 최소화되겠지요.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초기 진화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떠들썩하게 알려지지는 않을 겁니다.

    제품 하자는 어떻습니까? 제품에 발생한 하자가 있다면 그 문제를 스스로 신속히 해결해 고객들에게 대규모 컴플레인을 받거나, 규제기관으로부터 리콜 권고를 받지 않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죠. 스스로 해결해서 고객들을 잘 관리하면 그 외 여러 사람들이 해당 제품하자 문제를 알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거래처 이슈는 어떻습니까? 제대로 된 거래처 관계를 관리하고 있으며, 간간히 발생하는 거래처들과의 갈등을 제대로 풀어 나가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갑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일부 악의적인 거래처가 시끄럽게 해도 회사를 잘 아는 다른 많은 거래처들이 문제가 커지도록 놓아두지는 않을 겁니다.

    반대로 어떤 암묵적인 의도를 가지고 발생시킨 위기에 대해서는 결코 성공적인 위기관리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사내에서 암묵적으로 업계 경쟁사들과 가격담합을 하면서 발생시킨 공정위로부터의 대형 과징금 폭탄 케이스를 상상해 보시죠. 분명히 범법의 의도가 있었던 케이스입니다. 이런 케이스에서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연이은 행정소송을 통해 과징금액을 최소화 하는 것이 성공일까요? 고객들에게 각인된 ‘나쁜 회사’ 이미지는 관리대상이 아닐까요?

    임직원들이 대규모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다 내부고발이 들어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사내 고질적 성희롱 문화를 개선하지 못하고, 가해자들을 감싸다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의해 문제가 되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요? 식중독균이 우글거리는 아이들 먹거리를 만들어 속여 팔다 걸린 회사는 어떻습니까? 이런 회사들에게 성공적 위기관리란 어떤 의미이겠습니까? 그들의 그 생각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 볼 수 있을까요?

    가장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해서 발생시키지 않는 관리입니다. 그 다음으로 그나마 성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위기관리는 위기가 피치 못하게 발생했을 때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관리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시간’입니다. 위기상황의 지속시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회자되는 연예인의 스캔들을 한번 상상해 보시죠. A라는 연예인과 B라는 연예인은 인기도 비슷하고, 발생한 스캔들도 비슷한 유형이라고 전제해 보시죠. 연예인 A는 스캔들의 상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언론과 온라인으로부터 엄청난 관심과 비난을 10일간이나 감수해야 했습니다. 수많은 공방전으로 위기관리를 지속 해 결국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부담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그간 받은 엄청난 비판과 이미지 손실로 복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겁니다.

    반면 연예인 B같은 경우에는 최초 스캔들 상대를 압도적으로 관리해서 사건이 보도된 이틀만에 문제를 해결해 버립니다. 언론에서 후속 취재를 하는데 아무도 해당 스캔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잠깐 들끓었던 온라인이 점차 잠잠해 집니다. 팬들이 해당 스타를 지원하고 나섭니다. 일부 자극적 기사는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해당 연예인은 정상적인 활동을 개시합니다.

    이 둘 중 ‘비교적’ 성공한 위기관리는 어떤 것인지는 분명합니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성공적 위기관리지만, 막상 위기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초전에 승리를 거두는 체계와 역량을 가진 곳이 성공합니다. 그것이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 목적입니다. 비교적이라도 위기관리에 성공해 보자 하는 겁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성악설과 성선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manage)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communication management)를 의미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모니터링 되고, 분석, 평가되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개선 시키려는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을 구성하고, 이를 공유하여 전사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낼 수 있도록 체계화 한다는 개념이기도 한다.

    누구든 실수 할 수 있다. 성악설. 

    실제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되어 있는 기업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 스스로 ‘누구든 자칫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기본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아무리 실무 경험 많은 임원이라 해도 숙련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칫 실수 할 수 있고, 그 실수가 결국 자사에게 큰 피해로 되돌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공유한다. 당연 일반 직원들과 각 이해관계자 창구인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대관, 법무, 생산, 지점 및 지사, 고객센터 등등이 언제든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일종의 ‘성악설’에 기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부단히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노력한다. 새로운 이슈나 문제들에 대해 매번 중앙집권식으로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구조화해 개발한다. 개발된 메시지와 근거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규정된 각 이해관계자 창구들과 체계적으로 공유된다. 평소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은 창구들은 공유 받은 메시지들을 정확하게 상호간 다름 없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경우 외부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에 그 기업은 ‘정확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지향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는 성악설에 기반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 구현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거의 빠짐없이 최고경영진과 홍보팀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공감한다. 홍보팀이 중심이 된 중앙집권식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분석 개발 공유 활동이 원활하다. 가끔 홍보팀이 적시에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공유해 주지 못하면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홀딩(안전하게 미루며 약속함)할 정도로 홍보팀을 의지한다. 그리고 각각의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철저하게 훈련되어 있거나, 지속적으로 훈련 받는다. ‘각 개인의 실수를 최소화 해서 조직이 피해를 받는 경우를 최소화한다’는 개념이 공히 체화 되어 있는 것을 본다.

    반면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일부 또는 상당부분 부실한 기업이나 조직들은 어떨까?

    알아서 잘하겠지. 성선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성선설’과 유사한 개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한 직원인데, 어떻게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어. 어느 정도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막연함에 주로 의지한다. 어떻게 보면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관심이 희박한 경우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사전적 대비나 훈련 등은 생략되거나 무시된다. 아예 관심이 없는 기업이나 조직도 있다.

    문제 직원 조치 후 다시 성선설에 기대

    이런 곳에서는 항상 문제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사의 지방 한 지점을 방문해 아주 민감한 취재와 인터뷰를 해 간 방송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사를 책임지는 매니저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인터뷰를 진행해다는 사후 보고를 받게 된다. 본사에서 실제 방송된 보도를 보니 회사와 관련 해 경악할 만한 위험한 정보들을 기자에게 다 털어 놓는 인터뷰 내용이 보인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크게 화를 낸다. 부주의 한 그 개인을 인사조치 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홍보팀에게는 왜 해당 방송을 그대로 나가게 했느냐면서 언론 통제 요구를 한다.

    회사의 공식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팀이 있다. 회사 브랜드를 위해 필요하다 해서 페이스북에 회사명을 달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어느 날 회사 공식 페이스북에 황당한 내용이 올라왔다. 자사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을 폄하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회사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지지표현을 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오프라인 언론에서 해당 해프닝에 대해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쏟아지는 수많은 연락을 받고 나면 고위임원들이 문제의 포스팅 내용을 알게 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다시 노발대발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과 팀장을 인사조치를 한다. 담당 임원이 사과문을 낸다. 곧 왜 이런 불필요한 일을 만드는 거냐고 하면서 페이스북 운영을 중단시킨다.

    선진적인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실현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런 해프닝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매번 그에 대한 개선은 개인 처벌과 사후 핑거포인팅과 혼동에 묻힌다. 기본적으로 경영진들은 해당 문제를 ‘일부 직원 개인의 문제’나 ‘일선 직원의 말실수’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니 전사적이거나 체계적인 개선이 있을 수 없다.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문제는 모두 조직의 문제. 개인적 문제 아니다

    가만히 생각 해 보자. 일선 직원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건 어느 개인 하나 둘의 문제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기업이나 조직 차원에서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야 하겠다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 아닌가? 물론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해당 논란을 ‘직원 개인의 사소한 실수’로 폄하해야 금방 논란이 진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해프닝을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 간주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개인 문제로의 처리가 반복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진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맞다. 그래야 기업이나 조직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반과 사회적 생존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기업 경영 체계라 볼 수 있다. 즉,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기업이나 조직은 대부분 실제 경영 품질도 그리 높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도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사회적 논란을 자주 만드는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 들어가보면 그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스스로 입을 통제하지 않고 왜 이해관계자들을 통제하려 하나?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입’을 제대로 관리하자.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입’을 잘 관리만 하면, 그 다음에 쓸데 없이 무리하게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론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잘 받은 창구가 공유 된 회사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기자에게 전달하기만 한다면. 무리하게 홍보팀이 사후 방송사나 신문사를 찾아 다니면서 살려 달라 하고, 광고 예산을 빌미로 언론을 통제 시도하는 무리수는 필요 없게 된다.

    규제기관에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가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만 있다면. 사후에 규제기관을 찾아 다니며 재 해명 하고, 법적으로 로펌의 자문을 받아 지루한 대응을 하는 수고들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

    기업의 공식 온라인 채널들을 매일 매일 운영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들이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사려 깊지 못한 포스팅 메시지에 기업이 사과문을 올리고, 고객 숙여 사과 하고, 더 나아가서 예산을 집행 해 만든 채널을 폐쇄하거나, 온라인 제작물을 폐기하는 비생산적 상황들은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엄격하게 해당 기업이나 조직 자체의 문제다. 경영 품질의 문제다. 최고경영진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개념의 부실이 문제다.

    더 이상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단순 실수’라고 칭하거나 ‘뭐 좋은 일이라고 개인의 실수를 자꾸 거론 하는가?”하며 사후 개선 기회를 소멸시키는 문화를 만들지는 말자.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옳다.

     

  •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는 누가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장님께서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라 하셨습니다. 들어보니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을 먼저 찾아 보는 것이 그 첫 걸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작업을 어떻게 누가 해야 하나요? 저희 부서에서 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워서요.”

    컨설턴트의 답변

    저도 처음에는 ‘우리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왜 힘들어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 해 현장에서 많은 기업들과 함께 일하면서 깨달은 답이 있습니다. 위기관리와 그와 관련된 시스템 구축은 실행하는 동시에 그 주체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질 이해가 안 되신다고요? 그러면 쉽게 설명 해 보겠습니다. 회장께서 지시하신 위기관리 시스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아마 회장 및 최고경영진은 자사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나 첩보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뭐라 구체적으로 찍어 설명해주긴 뭐하지만……’ 다가오는 그런 류의 위기에 우리 회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거죠.

    회장 및 최고경영진이 감지하고 있는 그 ‘위기’란 어떤 것일까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실무그룹이 ‘회장님 혹시 감지하신 위기라는 게 A관련 인가요?”라 물을 수 있겠습니까? 힘들죠. 한 임원이 실무그룹에게 ‘A를 포함해 봐.’라는 간접적 언질을 주지 않는 이상은 구체적으로 감지된 위기 유형을 실무그룹은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부터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시작됩니다. 사내적으로 대규모 위기요소진단을 진행하기도 하죠.

    실무그룹이 고생해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주요 위기유형을 여럿 도출했다고 치죠. 그 리스트를 정리하는 데에도 이 ‘정치적 부담’은 작용합니다. 상위 다섯 A들이 회장 및 경영진만 아는 대외비적 문제들인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내적으로도 ‘그럴 거야…그렇지 않겠어…당연하지’ 하는 주제들입니다. 실무그룹이 이 주제들을 보고하며 “이런 것들이 향후 우리에게 발생할 위기유형입니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 불가능합니다. 그런 민감한 유형들은 뒤로 좀 밀어놓고, 실무그룹에서 해결해야 할 일반적 위기유형들이 상위로 올라가곤 합니다. ‘정치적 부담’의 결과죠.

    일부 최고경영진이 회장의 감지 내용을 이해하고 “A라는 위기유형의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보도록 하세요”라 했다고 해보죠. 실무그룹은 더더욱 고민에 빠질 겁니다. 그 위기 유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서죠. 그 내용을 알아야 대응 방안과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짤 텐데 위기 자체에 대한 내부 정보가 없습니다. 실무그룹이 그 내용을 알려면 기획, 감사, 재무팀 등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진단이 필요한데, 그들이 자신의 목숨(?)과 같은 비밀내용을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맡은 실무그룹과 공유할 리 만무하죠.

    어쩔 수 없이 실무그룹은 A라는 위기유형 ‘일반’을 상상하면서 대응 방안을 만듭니다. 타사들에게는 유사한 A 위기유형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조사하죠. 그 감지는 어땠고, 초기 대응 방식들은 어땠는지 궁금해 합니다. 마치 같은 병을 앓은 여러 타인들만 진맥 하면서 자기 자신의 병을 간접 진단하고 치료 하려 하는 것처럼 되는 거죠.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대응방안을 마련해도 이 ‘정치적 부담’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최고의 대응은 현 시점에서 A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발하지 않도록 ‘발생 방지’를 하는 것인데요. 실무그룹이 생각하는 것 보다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대응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겁니다.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들 핵심이 움직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경우죠. 이 절실하고 중요한 요청을 대응 방안이라 정리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결국 대응방안도 실무 차원에서 가능한 ‘일반적’ 방식들로만 구성 됩니다. 곧 15m짜리 쓰나미가 올걸 뻔히 알면서도 5m짜리 방파제를 쌓은 형상이죠. 실무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실제 A라는 거대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회장님 지시로 회사 실무그룹이 만들어 놓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작동할까요?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작동하더라도 효과가 모자를 겁니다. 무언가는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게 느껴집니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서 뛰쳐나온 열명의 어린 아들 딸들이 집 주변을 뛰어 다니며 불이야 소리만 지르는 모습과 같아 집니다.

    오랜 시간 후 위기가 마무리되어 내부적으로 살아남은 임직원들이 ‘왜 우리가 실패했나?’ 평가 하게 되면 어떤 의견이 나올까요? 이때도 ‘정치적 부담’은 살아 있을 겁니다. 결론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형편 없었다!”로 끝날 겁니다. 문제의 핵심인 ‘상위 1%’가 곧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그 품질이 곧 시스템의 품질입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죠. 그 부분을 먼저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시스템 구축은 그 다음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업 위기대응 시스템은 어떻게 점검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CEO께서 우리 회사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어떤 수준인지 평가 해 보라 하시는데요. 저희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있고요. 년간 정기적으로 위기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도 진행합니다. 그 정도면 위기대응 시스템은 괜찮은 거 아닌가요? 그 외에 어떻게 시스템을 평가할 수 있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기본적 위기관리 시스템은 구축되어 있는 듯 합니다. 굳이 평가를 위해 외부 컨설턴트를 부르고 여러 기준에 따라 시스템을 평가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내부적으로 간단하게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평가해 보는 몇 가지 체크 포인트가 있으니 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매뉴얼을 보세요. 매뉴얼에서 역할과 책임이 나뉘어진 페이지들이 있을 겁니다. 그 담당 임직원들의 성명과 소속, 직급, 연락처들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 일부에 퇴사 하신 분도 있고, 직급이나 소속이 변경된 정보들이 나올 겁니다. 매뉴얼의 첨부 부분에 들어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리스트들도 들여다 보세요. 현재 상태와 다른 정보의 수가 많고 복잡하게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다면 해당 시스템, 특히 매뉴얼에는 문제가 많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불시에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 위원회를 대상으로 ‘비상발령’ 해 ‘워룸(위기관리통제센터)’에 집합하는 테스트를 해 보세요. 연락 과정에서 누락이나 혼선이 있다거나, 매뉴얼 상 정해진 임직원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집합에 불응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지 확인 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긴 시간 이후에도 고위 임원들이 듬성듬성 소집되지 않았다면 그 위기대응 시스템은 문제가 있습니다.

    세 번째, 위기발생 시나리오를 하나 만들어서 일선 직원 몇 명에게 이메일과 SMS를 통해 상황 전파를 해 보세요. 그리고는 본사 최고위 임원들에게 해당 상황 보고가 어떻게 올라오는지 확인해 보세요. 취합된 그 보고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도 살펴보세요. 만약 최초 시나리오 전달 이후 최고위 임원에게 보고 되는 시간이 상당시간 소요되거나, 아예 보고되지 않거나, 그 정확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문제가 있는 시스템입니다. 아주 단순한 상황 보고 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보고 계통의 문제 때문이겠지요.

    네 번째, 워룸으로 불리는 위기관리 통제센터 장소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안에서 위기관리위원회 멤버들이 모여 원활하게 통제센터 운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해 보시는 겁니다. 통신 및 인터넷 라인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랩탑으로 다 모여서 상황을 분석하고 보고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지 (모든 인원이 데스크탑을 가지고 모일 수는 없으니.) 워룸 내 여러 수많은 설치장비들은 실제로 어디에서 어떻게 마련해 설치할 수 있는지. 상황 발생 직후 몇 시간 만에 완벽한 워룸 세팅이 마무리 되는지 측정해 보는 겁니다. 한번도 세팅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은 제대로 된 대응 시뮬레이션을 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워룸 환경 세팅에 여러 부실과 누락들이 발견된다? 문제입니다.

    이 정도 체크 해 봐서 복수 이상의 문제가 발견된다면 해당 위기 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는 좀더 심각하게 실제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겁니다. 위기 대응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핵심은 ‘사람’입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질문은 ‘누가?(Who?)’라는 질문입니다. 즉, 위기대응 시스템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누가(who) 위기에 대응하는가?’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질문은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떻게(how)?’가 되겠습니다.

    잘되어 있는 위기대응 시스템은 ‘누가?’라는 질문에 ‘제가 담당입니다’ ‘제가 속해 있습니다.’ ‘제가 대응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이런 역할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매뉴얼 상 규정된 자들이 각자 낼 수 있는 체계입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평소에는 막연히 ‘잘 될 거야’ 라고 믿던 믿음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매뉴얼상에 정해진 역할을 할 사람이 현직에 없거나, 현장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임직원들이 소집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선과 위기관리통제센터간에 이상하게도 시원하게 정보공유가 되지 않습니다. 위기관리통제센터는 그냥 황량한 장소만 덜렁 있을 뿐, 인터넷이나 휴대폰도 사용이 어려운 난감한 곳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 점검과 체크리스트 활용을 통해서 이런 ‘놀라움’을 실제 위기 시 겪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놀랄만한 일이 없는 상태가 바로 이상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