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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 시뮬레이션 해 보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몇 글에서 위기를 상상해 보라는 조언을 했다.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보지 않으면, 그 위기를 미리 알 방법이 없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낯설어 하는 것은, 사전에 그 위기를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 여러 사람이 모여 상상의 시간을 가지면 될까? 어떤 방식으로 ‘상상하는 것’이 적절한 위기 상상법일까? 답은 간단하다. 먼저 위기의 유형을 특정해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이다.

    운동 선수들은 실제 몸을 쓰는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자신이 몸을 움직인다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따라 근육과 신경의 움직임을 떠올려 본다. 이런 상상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실제 상황이 되었을 때 좀더 몸이 익숙하게 움직여 준다고 한다.

    위기 상상 훈련도 그와 마찬가지다. 다만, 기업의 위기라는 것이 개인 몸 하나를 움직여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기관리 조직이 함께 모여 실제 같은 위기를 경험하며, 각 상황에서 의사결정과 대응 방식을 연습해 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진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이 위기관리 훈련에 있어 가장 효과적(?) 방식이지만, 현실적이거나 권장할 만한 훈련 방식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특정 위기 유형을 설정해 위기 발생에서 종결에 이르기까지 많고 다양한 과정을 경험해 보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상황 변화 과정과 더불어 시뮬레이션에서는 각종 이해관계자 변수를 시나리오에 더해 더욱 현실화한다. 상황 하나를 놓고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응 까지를 연결시켜 고민하게 한다.

    한 외국 영화에서 주인공인 유부녀 셀러브리티의 불륜이 한 파파라치 언론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후 여러 가십 기사가 나오자, 그녀는 사과 기자회견을 한다. 머리 숙여 죄송하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한 기자가 질문한다. “왜 이런 문제를 일으켰습니까?” 화가 난 그 주인공은 이렇게 답변한다. “문제는 기자분들이 만든 거 아닙니까? 제 남편도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데 말이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서도 그렇다. 위의 예와 같이 ‘부정 보도’에 대한 시뮬레이션 대응은 정지된 그 ‘문제’ 자체에 대한 대응에만 머무를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위기관리 주체는 ‘부정 보도’가 발생하면 그 보도 자체만이 아닌, 그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부가 ‘문제’들과 이해관계자 반응이 더 복잡하고 중대한 관리 대상이 된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에서는 그런 광범위한 상황과 이해관계자 변수들을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관리 대응하는 방식 까지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을 다양한 위기유형에 따라 반복하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은 실제로 위기를 경험해 본 수준에 육박하는 역량을 지니게 된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다양한 상황변화를 실제 유사 사례들과 비교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이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어떤 전략으로 대응했는지를 다양하게 돌아보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의 또 다른 혜택은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기회가 생긴다는 데 있다. 시스템의 약점이나 빈 공간을 그대로 찾아 내 개선과 강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실제 위기 시 겨우 발견하는 데 비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한 기업은 평소에 시스템 문제를 집어 내, 개선 강화하게 된다. 따라서 위기 발생 이전은 물론 위기 발생 이후에도 더욱 더 안정적인 위기관리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위기관리 조직 스스로 강력한 팀워크와 개인적 역량을 키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평소 마주할 수 없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입장을 그대로 접하는 기회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대응 그룹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된다.

    위기를 상상해 보라는 말이 기업 VIP에게는 위기관리를 시작하는 동기부여의 한 방법이 될 수는 있다. 위기관리 조직 구성원 각자에게도 마찬가지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상상이 충분하다면, 그 다음은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은 곧 시뮬레이션으로 완결된다. 개인적 상상을 넘는 조직적 상상. 위기에 대한 상상을 넘어 위기관리에 대한 상상. 머릿속 상상을 넘어 대응 전반의 상상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관련 개념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란 무엇인가

  • 85. 가르쳤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우리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위기관리를 주로 강의로 배우려 한다. 한 시간의 경영진 조찬 강의나 수백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통해 자사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해 보려 하는 거다. 물론 강의를 듣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강의만’ 들으며 실질적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가끔 교회나 절에 가 마음을 순화시키고, 그 다음 날부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자들 같다. 그런 순화(?) 의례가 일상화 정기화 되면 또 모르겠다.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탄탄해 보이는 믿음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기관리 강의는 그렇게 일상화나 정기화 되지도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 중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성과 사랑은 해 보지 않은 채 처음부터 책만 보고 이러 쿵 저러 쿵 사랑을 배우고 해석 적용해 보는 아마추어를 그리 부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위기관리, 우리가 배운 위기관리라는 것도 마치 그런 스타일 아닐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과정은 실행하기 위한 준비 과정 중하나 일 뿐이다. 배우고 이후 익힌다는 말의 의미가 합해져 학습(學習)이 된 것이다. 우리 기업에서는 실질적인 학(學)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더 중요한 습(習)의 기회를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강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위기관리 개념은 대략 “우리도 위기에 대비해야 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다. 많은 기업의 실제 위기관리 사례를 강의에서 듣는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 역량이 느는 것은 아니다. 강사의 정리된 위기관리 인사이트를 열심히 받아 적고 사진을 찍어 보관한다 해서 실제 위기관리를 잘 하게 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에 대해 아예 강의 수준 조차도 진행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에는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실제 이미 위기관리 역량 강화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을 위해 몇가지 조언을 해 본다.

    첫째, 정기적으로 이슈 트래킹 미팅을 가질 것. VIP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 상위 1%가 위기관리의 99%를 한다. 흔히 위기관리 강의를 일선직원을 대상으로 듣게 하는데, 위기관리 역량 강화 차원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대상이다. 실제 위기관리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지휘관이다. 전쟁을 모르거나 전투에 익숙하지 않는 지휘관들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매주 또는 매월 자사 관련 이슈들을 경영진이 함께 모여 들여다보는 미팅을 먼저 해보자.

    둘째, 경영진이 먼저 훈련 받을 것. 조찬강의나 인문학 차원의 위기관리 강의는 그만 듣자.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경영진은 어떤 의사결정에 내 몰리게 되는지 정확하게 배워야 한다. 다른 기업이 쉽게 관리한 것처럼 보이는 위기유형을 자사에 적용해 처음부터 실행해 보자. 경영진이 정확하게 훈련되어 있으면 초기 위기 대응은 훨씬 빨라지고 안정화된다.

    셋째. 훈련 받았으면 시뮬레이션을 해 볼 것. 훈련은 단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싸우는 방법을 일부 배운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유사한 스파링 파트너와 함께 실전을 치러 보는 것이다.  진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이야기하지만, 위기관리를 위해 실제 위기를 경험해 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와 가장 가까운 위기관리 경험을 제공한다. 시뮬레이션 해 보아야 자사의 취약성과 수준을 알 수 있다.

    넷째, 그 다음은 자사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개선할 것.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자사가 보유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취약하고 부족하고 유효하지 않은 지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개선을 전제로 하는 과정이다. 평시 위기관리 핵심은 개선이다. 개선된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일선을 움직인다. 그 준비를 해야 한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투자할 것.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고, 위기 방지 및 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 모두에는 예산이 든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 만으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한다 볼 수는 없다. 진짜 위기관리는 상황관리 부분에서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기하는 것이다. 예산은 그 변화의 리트머스다. 임직원들을 지속 훈련하고, 준비시키는 노력 자체도 예산이 기반이다.

    위기관리를 더 이상 강의로만 배우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위기관리는 왜 그렇게 잘 안되느냐고 임직원들을 비판해서도 안된다. 더구나 위기관리 강의는 일선 직원들이 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자리를 뜨는 경영진이 대부분인 기업은 현 상황이 위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그래야 위기는 관리할 수 있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59. 좀 더 두고 보자 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위기관리에서 평시 가장 위험한 내부 정서를 꼽으라면 ‘잘 되어 있습니다’ 같은 자신감이다. 물론 확실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라면 훌륭하다. 하지만, 잘 되어 있다 종종 이야기하는 임원들의 경우 그런 근거가 희박하거나, 막연한 경우가 있으니 문제다. 이런 경우 실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버린다. 그때 가서 어떤 핑계를 대도 신뢰가 가지 않게 된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내부 정서가 위기 발발 직후 ‘좀 더 두고 봅시다’ 같은 입장이다. 항상 모든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입장을 주장하는 임원들이 나타난다. 물론 상황이 아직 상당히 유동적이고, 상황 파악이 완전하게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일단 좀더 시간을 두고 상황변동에 대비하자는 주장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주요한 상황변동은 예측하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마련해 놓는 노력은 중요하다. 핵심은 예측과 최소한의 대응책 마련이다. 모든 예측 가능한 상황을 전부 정리하고, 그 각각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끝까지 수립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동적인 상황 변화속에서 자사가 어느정도 상황을 통제 가능하다는 느낌을 스스로 가질 수 있는 수준 정도는 최소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 더 두고 봅시다. 이런 입장은 최소한의 대응 준비가 완료되어 있는 상태일 때 그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좀더 두고 보자는 입장은 그렇기 못해 위험하다. 좀더 상황이 변화되어 뚜렷해지면 그 때가서 대응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니 그렇다. 그때가면 이미 대응의 골든타임은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미리 준비해 대응 시점을 선택하는 대응이 이상적 위기관리 자세다. 그와 달리 대응 시점이 오면 그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니 대부분 위기대응이 늦었다는 평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대응준비’라는 단계에 대한 사전적 인식이 적은데, 어찌 보면 대응준비 시간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평시 가능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도 가능해지다고도 볼 수 있다.

    위기관리는 대응 준비 시간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사전적으로 평시에 반복적 대응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모든 자산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놓는 것도 대응준비 시간을 최소화 해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빠르고 신속한 대응이라는 것은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했기 때문에만 가능한 경지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군에서도 이런 대응 준비 시간의 최소화 노력은 핵심 중 핵심이다. 전방에서 전쟁 발발 시 즉각 적의 종심을 정찰하기 위해 정찰 병력을 최대한 전선에 가깝게 배치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동시간인 대응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적의 종심에 침투할 수 있도록 정찰병력들은 부단히 훈련 받는다.

    위기관리 또한 시간과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그런 현실에서 근거나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는 입장은 위기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서라 경계해야 한다. 만약 그런 주장을 하는 임원들이 있으면 대표이사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상위 임원들이 “좀 더 두고 보자” 한다 해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최대한의 예측과 그 각각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은 그리고 있어야 한다. 상황 변화가 생기더라도 일선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그냥 좀 더 두고 보면서 관망하는 자세는 실무자들에게도 위험한 것이다.

    물론 예측만을 가지고 다양한 상황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그에 대해 최소한의 대응책들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 사후에 보면 괜한 것이었다 생각 하게 될 수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 때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하는 평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그리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대응준비 시간의 단축과 관리 개념이 상시화되는 것이다. 많은 준비를 미리 하고 대응 시점을 기다렸기 때문에 그나마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낫다. 아무일 없이 마무리되었더라도, 자칫 위험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우리 회사가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자사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고, 결국은 통제했다는 자신감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일관되게 반복되면 아무 준비 없이 ‘좀 더 두고 봅시다’라고만 말하는 임원이 오히려 더 힘들고 이상해 보일 것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위기관리, 맷집을 키워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현장에서 여러 케이스들을 마주하며 반복적으로 깨닫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맷집’에 대한 가치다. 어떤 기업은 짧은 위기에도 휘청대는데, 어떤 기업은 폭풍 같은 위기에서도 꼿꼿하게 잘 견뎌낸다. 어떤 기업은 위기 시 내부적으로 패닉을 경험하는 반면, 다른 어떤 기업은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그 차이가 바로 ‘맷집’이다.

    경영학 분야에서는 회복력(resilience)라고도 불리는 이 맷집은 위기 시 기업 스스로 시종일관 전략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 한다. 맷집이 강하면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된다. 위기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무리수를 두지 않게 되며, 준비한대로 실행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여유로움까지 보여줄 수 있다.

    얼핏 위기 시 맷집이 중요하다 하면, 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 변화 자체를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쏟아지는 이해관계자들의 질문이나 비판에 귀를 막고 돌아 앉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런 아랑곳하지 않음이나 소통단절은 맷집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반대로 패닉 증상이라 볼 수 있다. 맷집이 약해 바로 패닉에 빠져 버리면서 스스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단절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성공적 위기관리를 위해 필요한 맷집. 어떻게 해야 맷집이 키워질까?

    첫째, 많이 경험하라

    권투나 격투기에서도 맷집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맞아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단,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펀치와 킥을 여러 번 맞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무리한 맷집 기르기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골병만 든다.

    위기관리도 그렇다. 경험은 가장 좋은 위기관리 역량이다. 실제 같은 기업 내에서 일하는 임원들 중에서도 실제 위기를 여러 번 경험하고 위기관리를 해 본 임원은 그렇지 못한 임원들 보다 훨씬 노련하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에 대한 관점이 뚜렷하다. 프로세스를 알고 있기 때문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문제는 위기관리 맷집을 키우기 위해 자꾸 위기를 만들어 보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를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경험한다. 정기적으로 새로운 이슈와 위기 주제를 가지고 위기관리를 실질적으로 시뮬레이션 해 본다. 실제와 아주 유사한 간접경험을 반복하는 것이다.

    군인들이 실제 전쟁터에 파병되어 보거나, 전쟁을 일으켜 보지 않았어도 적절하게 훈련 되어 있는 것을 기억해 보자. 끊임 없이 훈련을 통해 전투를 시뮬레이션 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수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유명 미식축구 감독인 빈스 롬바르디는 이렇게 말했다. “연습이 완벽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확실한 연습만이 완벽함을 보장한다.” 맷집도 그렇다. 확실한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 맷집이 보장된다.

    둘째, 정확한 여론관을 키워라

    위기 때 경영진이 가장 낯설어 하며 힘들어 하는 것이 여론으로부터의 공격이다. 평소에는 여론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위기가 발생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폭포수처럼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여론을 감당하긴커녕 제대로 견뎌내지도 못한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욕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당연히 정신적으로 패닉에 빠지고 이내 그로기 상태가 된다. 의식의 마비 속에서 무리수를 두거나, 준비되지 않은 실행을 산발적으로 벌이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엉망이 되고,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기만 한다.

    정확한 여론관을 평소 키워 놓은 경영진은 위기 시 최대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려 애쓴다. 여러 채널을 통해 여론을 균형감 있게 바라본다. 스스로도 중립적 입장에 서서 자신의 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가 칭찬이나 지지를 받는 상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위기관리를 하며 여론의 비판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질책은 하나의 통과의례라는 맷집 강한 생각을 한다. 당연히 맞아야 하는 매라는 생각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간다.

    이렇듯 어떤 위기 속에서도 정확한 여론관은 맷집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자산이 된다. 여론관은 평소에 키워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위기 시에는 어떤 맷집 강한 경영진이라도 제대로 된 여론관을 단박에 키울 수는 없다. 그런 시도는 마치 폭풍 속에서 촛불을 켜는 것과 같다. 평소 등대를 제대로 만들어 폭풍 속에서도 바다 위를 꿋꿋하게 비출 수 있게 하자.

    셋째,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워라

    여론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대한 관점도 매우 중요한 맷집 자산이다. 보통 여론과 언론을 혼동하고 일부 경영진은 언론의 반응이 곧 여론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언론의 반응은 여론과 전혀 다르다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둘 다 정확한 생각은 아니다.

    언론은 언론대로, 여론은 여론대로 따로 보고 교차 분석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일부 상관관계는 있을 수 있지만, 그 뿐이다. 그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인지도 그 때 그때 다르다. 정확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운 경영진들은 언론을 있는 그대로 접하고 해석한다. 기사의 배경을 이해하고, 의미를 간파한다.

    위기관리팀에서 위기 시 가장 힘든 업무를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언론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고하는 업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기업에서는 위기 시 자사를 대서특필 한 기사와 보도들만 들여다 보고 있는 경영진도 있다. 위기 대응에 몰두해도 힘든 시기에 언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반응을 무시하라거나 폄하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 시 언론을 분석하는 팀은 절대로 필요하다. 그러나, 경영진 상당수가 위기 상황을 중계하는 언론 보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부정 비판 기사가 몇 개인지는 사실 위기 시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삐딱하고 강한 논조로 기사를 쓴 유력지에 섭섭함을 나타내 보았자다. 더구나 그 유력지를 찾아 다니며 기사를 내려 보려 노력하는 것도 우습다. 그런 활동을 위기관리라 부르며 환호하던 시대는 지났다.

    언론의 반응은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이 참고해야 할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다. 잘 활용하고 핸들링 해서 기업의 위기관리 전략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평소에 반복적인 기사 읽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그에 대해 함께 대화하기를 통해 키워진다. 위기 시 뚝딱 만들어 지는 맷집 자산이 아니다.

    넷째, 일희일비 습관을 버려라

    일희일비하는 경영진이 이끄는 위기관리팀은 항상 위기관리에 실패한다. 일희일비라는 감정 기복만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일희일비가 위기 대응 기조를 무너뜨린다. 위기관리팀으로 하여금 덜 중요한 것에 매달리게 만든다. 경영진의 분노 자체를 위기라 정의하는 위기관리팀원들이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서 이상하고 무리한 실행을 하는 모습이 보이면, 그 회사에는 일희일비 하는 경영진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회사는 또 얼마가 지나지 않아 다른 기괴한 실행을 해서 더욱 상황을 안 좋게 만든다. 왜 그런 실행을 했는가 물으면 답하기 어려워한다. 내부적 일희일비를 잠재우기 위해 해야 했던 실행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최대한 위기 시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좋다. 큰 바람 속에서 배를 지탱하는 거대한 닻처럼 깊고 무겁게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여론에, 언론에, 온라인 댓글에, 소셜 미디어 반응에, 가족이나 비선들의 속삭임에 일희일비 해서는 크게 실패한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다섯째, 검증 안 된 비선과 단절하라

    비선들은 위기 시 특히 자신의 가치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무언가 특별하다 생각되는 생각이나 정보를 경영진에게 계속 속삭인다. 이렇게 하시라 저렇게 하시라부터, 이렇더라 저렇더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고, 저런 이야기도 들린다 한다. 여러 비선 라인들이 이런 엇갈린 속삭임을 해 오면 경영진은 대부분 정신적으로 침몰한다. 맷집이 풀려 그로기 상태에 놓인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그러한 그로기 상태에서 비선에게 실행을 맡기는 것이다. 공식 실행 라인들은 비선의 존재도 모른다. 최소한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한다. 이내 실행은 현장에서 충돌하고, 상황은 꼬이면 꼬이지 풀리지 않는다. 비선은 한 두 어려움은 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일 수 있지만, 회사를 위해 전반적이고 세세한 실행은 담보하지 못한다.

    일단 이들 비선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자기 생각대로 진행하다 문제가 생기면 숨어 버린다. 공식 실행 라인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아무리 맷집이 좋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자해지라도 하면 좋은데, 비선은 떠나간 뒤다. 맷집을 허무하게 무너뜨리는 것이 비선이다. 경계하자.

    여섯째, 로드맵을 그리고 목적지를 바라보라

    최종적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맷집이 생긴다. 목적지를 정하거나 제대로 알아야 배도 운항을 잘 할 수 있다. 그냥 일단 파도만 헤쳐 나가보자 해서는 제대로 된 운항은 불가능해 진다.

    최종적인 상황이 정확하게 예견 된다면, 현재의 풍파는 말 그대로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목적지를 상상하면 없던 맷집도 생겨난다. 어려움을 견뎌 낼 수 있는 실질적인 기반이 생겨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있어 로드맵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거나, 로드맵 자체가 없는 위기관리는 항상 아슬아슬하다. 눈에 보인다. 일관성이 없다.

    실제로 VIP나 셀럽 위기관리에 있어 로드맵이 없는 경우들은 공통적인 결과를 맞이 한다. 자전거를 피하려다 트럭에 깔리는 형국이라 이야기 한다. 어차피 법적으로 경미한 판결이 예상되는 논란에도 그 최종 판결을 기다리지 못하고, 초반부터 무리수를 둔다. 오버 대응하면서 상황을 다른 쪽으로 악화 시킨다. 결국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을 대단한 일로 만드는 우를 범한다. 로드맵이 없어 그렇다.

    일곱째, 해야 할 것 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에 주목하라

    위기의 경험이 있는 경영진들은 일반적으로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현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일들을 빠짐 없이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뭐라도 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경영진도 흔하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건가 라며 심란해 하는 경영진도 있다.

    문제는 덜 된 무언가를 해서 생긴다. 제대로 준비 안된 실행을 하니 문제가 생긴다. 하지 않아야 할 대응을 해버리니 문제가 커진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맷집이 사라진다. 만약 회사 스스로 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 회사의 위기관리 실행에는 일관성이 드러난다. 무언가 차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커뮤니케이션 말고 지속적으로 로우 프로파일 하기. 사적 지인들에게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소문 내지 말기. 기자들의 전화 연락은 일단 받지 않기. 사과를 했다면 또 사과를 반복하려 하지 않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개선안과 대책을 발표 말기. 예단 말기. 아랑곳 말기. 이런 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한 체크리스트는 아주 훌륭한 위기 시 가이드라인이 된다. 맷집의 기반이 된다.

    여덟째,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under control) 믿어라

    상황에 끌려 다니는 회사는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회사다. 상황의 맥을 짚어 상황을 이끄는 회사가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회사다. 위기관리의 목적도 위기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함이다. 위기의 지속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감정도 관리해야 한다. 회사 내외부를 잇는 창구들도 통제해야 한다.

    메시지도 통제의 대상이고, 커뮤니케이션 톤앤매너도 통제의 대상이다. 위기관리를 위한 거의 모든 자산은 빠짐 없이 통제를 전제로 한다. 중구난방. 우왕좌왕. 오락가락. 오리무중과 같은 위기관리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통제되지 않는 조직 때문이다.

    성실하게 가이드를 주고, 훈련을 시키고, 시뮬레이션으로 피부에 와 닿는 준비를 시킨 조직도 특정 위기 시에는 일사분란 함을 잊는다. 그렇다고 이전의 노력이 다 소용 없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상황과 조직과 그 외 많은 것들을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지속적인 통제 노력이 예외와 열외를 줄인다. 그래야 맷집도 생긴다.

    아홉째, 위기 중 공포를 조성 말라

    위기관리 도중에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말라 하는 이야기를 알면서도 위기관리 관점에서 리더를 경질한다. 위기관리팀은 이런 상황이 오면 일단 자신만의 위기관리 목적을 따로 세우게 된다.

    일단 내가 살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위기관리 목적이 생겨나는 것이다. 회사 위기관리는 그 다음 우선순위로 자리가 바뀐다. 이해관계자들과 여론과 언론으로 향하고 있어야 할 위기관리팀의 눈이 자꾸 최고경영자의 얼굴 표정을 향한다. 위기관리가 곧 심기관리가 되는 것이다.

    두 가지 목적이 공존하는 위기관리는 절대 실패한다. 옛 전쟁에서도 장수가 앞으로 나아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기를 꾀하고 싸우면 결국 죽는다” 이야기 하며 병졸들을 이끄는 모습을 기억해 보자. 병졸 스스로 죽기를 각오해도 이기기 어려운 전쟁이다. 병졸 스스로 어떻게든 나 혼자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다. 맷집이라 불릴 기회도 없이 무너진다.

    마지막, 위기 후를 꿈꿔라

    어떻게 다시 회복 시킬 것인지를 위기관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조언은 중요하다. 당면한 상황관리에만 몰두하다 보면 위기가 사라진 후의 상황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진다. 일단 중대하고 급한 위기관리를 우선순위에 따라 해 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위기 그 후 상황을 계속 미리 내다 보는 선견지명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최종적인 상황을 그린 로드맵. 그 로드맵이 끝나는 지점 뒤편까지를 바라볼 수 있어야 더 큰 맷집이 생긴다. 많은 것이 미리 준비된 상태에서 예측에 따라 위기관리를 해 나가는 맷집이 생긴다. 위기 후를 꿈꿔야 위기관리팀이 길을 만들며 나가는 기분이 아니라, 놓여진 길을 걸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맷집이 공유된다.

    한 포털사이트에 ‘얼굴 맷집 키우는 법 좀 알려 주세요’라는 질문이 있다. 이종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한 초년생인 듯 하다. 이 흥미로운 질문에 달린 아주 의미 있는 답변을 보고 한참 웃었다. 그 답변은 질문자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있다. “얼굴 맷집을 키울 시간에 얼굴을 안 맞는 연습과 가드를 확실하게 연습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렇다. 위기관리 맷집을 키우기 전에 필요한 더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 위기와 맞닥뜨리지 않는 돌아봄과 개선이 우선이라는 조언이다. 평시의 위기관리가 진짜 위기관리라는 상식이다. 그것들만 제대로 된다면 구태여 맷집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의 열 가지 조언이 불필요 해 진다는 이야기다.

  • 17. 바뀐 사람은 가르쳐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7편] 바뀐 사람은 가르쳐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종종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에 대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이나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은 얼마마다 업데이트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은 사실 없다.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답은 다르다. 위기관리와 관련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해당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필요 할 때’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단, 경험상 위기관리 매뉴얼의 경우 그 수명은 약 6개월 전후로 본다는 답을 추가해 준다. 그 이야기를 듣는 분들은 놀라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그렇게 비싸게 오랜 시간을 두고 마련한 위기관리 매뉴얼은 왜 고작 6개월 정도의 수명만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위기관리라는 것은 사람이 한다.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더구나, 그렇게 취약한 사람이라는 위기관리 자산은 수시로 바뀐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기준 임원의 임기를 2-3년 단위로 볼 때도 그렇다. 중견이나 중소기업에서 일부 부서 임원들은 한 해에도 몇 번이 바뀌기도 한다. 위기관리 조직은 그래서 영원히 완벽할 수 없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대표이사를 비롯 여러 임원들은 많은 워크샵과 트레이닝에 참여하고, 시뮬레이션에서 고생을 한다.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 1-2년후 그 회사를 방문해 보면, 새롭게 명함을 주는 분이 꽤 된다. 그 중 일부는 자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다.

    대표이사가 바뀌었거나, 기획이나 홍보실에서 이전에 위기관리 체계 프로젝트를 담당했었던 담당 임원이 바뀐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제대로 된 업무 인수 인계가 없는 경우에는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과 그 체계에 대해 컨설팅사가 다시 설명 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위기관리 체계는 바닷가에 세운 모래성과 같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 어디 위기관리 하나뿐일까? 사람이 모여 위기관리 조직을 만드는 데 그 조직 또한 어떻게 일관될 수 있나? 가르치지 않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알고 있는 신입이 오히려 희한한 게 아닐까? 위기관리 체계를 지속 살아 움직이게 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신임 임원들과 팀장들을 대상으로 자사 위기관리 체계 교육과 기본 트레이닝을 제공한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위기관리 체계 업데이트 프로젝트와 동시 또는 별개로도 그 노력을 반복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라 해도, 각 부서를 대표하는 부서장과 핵심 실행 팀장들이 이해해야 하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 페이지 수는 십여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설명과 그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 실행 트레이닝도 몇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해 보지 않은 기업들은 이를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하소연 한다. 지레 겁을 먹고 자신 없어 하는 것이다.

    새로운 핵심 인력들이 대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첫째, 우리 회사에게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그와 관련한 규정이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우리 회사에게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위기가 발생하면 정해진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 정해진 장소에 집합 한다는 규정이다. 셋째, 다양한 위기유형에 따라 약간의 다름은 있을 수 있지만,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게 맡겨진 주된 역할과 책임은 어떤 것이라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 세가지가 핵심이다.

    많은 기업은 자사의 위기관리 체계를 장기간 업데이트 하며 이상과 같이 신규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업데이트를 기본으로 한다. 정기적으로 모든 위기관리 조직이 함께 시뮬레이션 하면서 간접 경험을 강화시켜 나간다.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한번 만들어 방치한다. 그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은 오래된 기억으로만 남겨 놓는다. 대표이사가 몇 번씩이나 바뀌고, 위기관리를 구성하는 임직원들 대부분이 바뀌어도 위기관리 매뉴얼은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오래된 위기관리 매뉴얼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미디어리스트에는 이미 사망한 기자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실려져 있다. 관계기관은 이미 이전 정부 때 사라지거나 이름을 달라진 곳이 남아 있다. 자사 부서명도 이미 사라지거나 새로 만들어진 부서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더 많은 기업 내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열심히 자랑해도, 그 매뉴얼이 어디에 있다거나, 매뉴얼에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은 해당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냐면서, 매뉴얼 무용론까지 주장한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일견 일리 있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위기가 실제 발생하게 되면 그런 한가한 주장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전쟁 때 작전계획을 탓해서 뭐하겠나? 작전계획은 전쟁을 준비하는 데 가치가 있다. 그 계획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업데이트도 하지 않고, 그에 따른 훈련도 하지 않은 군대에게는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사람이 바뀌면 우선 가르치자. 미리 쓸모 없다 논하지 마고, 우선 그 것부터 하나 하나 해 나가보자.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15. 역할과 책임을 확정하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5편] 역할과 책임을 확정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주어가 빠진 지시는 제대로 된 지시가 아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매뉴얼 문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부서를 지칭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의 이 ‘누가?’는 매뉴얼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뼈대가 된다.

    반면 ‘누가?’가 확정되어 있지 않은 매뉴얼이나 구두지시는 위기 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빨리 합시다!” “최선을 다해 봅시다!” “각자 해야 할 일을 찾아서 제대로 해 주세요!” 이와 같이 ‘누가’가 빠져버린 지시는 종종 제대로 된 실행에 연결되지 않는다.

    위기관리 과정에서 대부분 조직 구성원은 정치적 입장을 가지게 된다. 전사적으로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가 하는 것 이전에, 이번 위기로 인해 내가 입을 수 있는 피해나 책임의 영역은 어느 정도인가가 더욱 중요해 보이게 된다. 따라서 ‘누가’라는 확정 없이 내려온 지시에 대해 “내가 하겠다!”하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인력을 기대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위기관리 이후 해당 위기관리 전반을 평가 할 때에도 ‘누구’의 개념은 큰 의미를 가진다. 위기를 맞아 무엇을 했는지는 그 실행 ‘주체’가 사내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다. ‘누가’ 위기에 대응했는지 알지 못한 채 평가를 진행하게 되면 분명 의미 없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 뻔하다.

    각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을 배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실제로도 평시 경영 주제에 있어서 각 부서는 자신만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각 부서별로 담당분야가 있고, 내외부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이 부분들을 그대로 모아 구조적으로 정리하게 되면 어느 정도 위기관리 매뉴얼상의 역할과 책임의 가르마는 타지게 된다.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을 가르는 것은 위기 발생 시 부서별로 자신들이 해야 할 위기대응 업무를 스스로 신속히 이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같이 협업해야 하는 부서가 어느 곳인지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위기 시 어떤 부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매뉴얼상에서 확인 할 수 있게 되므로, 같이 협업하는 데 있어서도 불필요한 중복이나 반복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최대한 사일로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최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가 누구인지도 미리 정해 놓아야 제대로 된 역할과 책임이 완성된다. 기업별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면, CEO와 같이 평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위기관리 리더십을 총괄하고 있는 곳도 있는 반면, 위기관리위원회 수장을 정해 놓아 어느 정도 수준 이하의 위기 시에는 그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위기관리를 하게 정해 놓은 곳도 있다.

    어떤 리더십 구조가 좋다 나쁘다를 논의하기 이전에, 위기관리 조직을 이끌면서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포지션을 정확하게 정해 놓는 것은 필수적 위기관리 체계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는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가시성(visibility)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일단 역할과 책임을 배분한 뒤에는 지속 시뮬레이션 해 각 부서별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해와 실행 숙련도를 점검해야 한다. 매뉴얼상 적혀 있는 역할과 책임과 실제 해당 부서가 생각하는 그것 그리고 숙련도는 전혀 다른 의미다. 적혀 있다고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평시 업무 진행에는 익숙하지만, 위기 시 주어진 실행에는 어려움을 겪는 부서가 있을 수 있다. 위기 시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실행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에 있어 부족함이 있는 부서도 있을 수 있다. 예산이나 인력문제로 인해 매뉴얼에서 정한 역할과 책임이 버거운 부서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일선의 문제점들은 매뉴얼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다.

    시뮬레이션 해 보아야 숨겨있거나 알지 못했던 문제들이 드러난다. 그래야 그 부분을 평시에 주목해 전사적 투자나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부서도 그래야 찜찜함이나 부담스러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 진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반복적 숙련을 기대함에 앞서 이러한 문제점을 찾아낸다는 것도 나름 큰 의미가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부서별로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의 배분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다. 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권을 가진 정확한 주체가 명기되어 있지 않는 경우다. 위기가 발생한 뒤 부서별로 각자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난상토론을 하는 경우다. 더욱 위험한 것은 각 부서가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로 각자 무언가를 하는 경우다. 각 부서별로 대응이 중복되고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러 부서가 무언가는 하고 있는데, 딱히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난상토론만 이어지는 경우라면, 이미 이번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 생각해야 한다. 각자 역할은 없이 축구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 다니기만 하는 동네 축구팀이 포지션에 따라 훈련된 프로 축구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상상해 보면 된다. 확실한 건 우리와 맞서는 위기는 항상 프로라는 사실이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6.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기업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6편] 위기관리 조직을 만들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지난 2007년 여러 번 제품 유해성 논란에 휘말렸던 세계적 완구 회사 마텔(Mattel). 연이은 리콜속에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던 과정에는 당시 마텔의 회장이자 CEO였던 밥 에커트(Bob Eckert)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밥 회장은 이듬 해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한 초청 강연에서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위기 당시 우리 위기관리팀의 팀워크는 강했고, 그것이 우리 기업에 대한 테스트였다 생각한다. 지금도 100여 페이지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소중한 한 페이지를 고르라 한다면 나는 위기관리팀의 연락처 정보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자사의 위기관리팀을 치하했다.

    필자도 항상 기업 대표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을 사전에 보유하라는 것이다. 위기관리라는 것은 원래 ‘누가(who?)’라는 개념이 항상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 ‘누가(who?)’라는 개념이 없다면 위기는 절대로 관리되지 않고, 관리 될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기업 오너와 대표이사들은 위기 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논의한 방향으로 잘 대응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말을 들은 임원들은 그 부탁에 ‘누가(who?)’가 명시되지 않았던 것에 주목한다. 임원들간에 그 ‘누가(who?)’라는 주체에 대해 역할과 책임을 다시 나누게 되고, 정치적 정리가 되면서 결국 실제 대응은 지연되거나 생략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원래부터 ‘지는 싸움’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예민한 임원들은 그 과정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오너나 대표이사가 정하는, 그리고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적시되어 있는 강력한 개념 ‘누가(who?)’는 위기관리의 핵심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누가(who?)’와 관련된 부분이다. 그 부분을 우리는 ‘위기관리 조직’이라 부른다. 그 조직에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이 따라 붙게 된다. 정확한 책임과 역할(Role & Responsibility)이 제시된다.

    평시에는 마찬가지로 그 정해진 역할과 책임에 따라 해당 조직 구성원들이 훈련 받는다. 예상되는 위기 유형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기억해 내는 훈련이다. 그 구체적 상황에서 자신과 자신의 부서에게 필요한 대응 자산 또한 확인한다. 필요한 자산이나 역량이 있다면 그 훈련 과정을 통해 보강에 보강을 거듭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도 그렇다. “잘 훈련된 대변인 하나라면 천군만마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다. 평시와 위기 시를 넘나들면서 정제된 전략적 메시징에 능숙한 대변인 또한 위기관리 조직 내에 위치한다.

    최고 의사결정자인 오너와 대표이사도 마찬가지다. 위기 시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의사결정 사안들에 대해 평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간접 경험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이다. 적시에 내려지는 전략적 의사결정만큼 일선에서 목말라 하는 지원이 없다. 위기관리 자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법무, 대관, 홍보, 기획, 재무, 마케팅, 영업, 기술, 생산, 인사, 총무 등 수 많은 조직 내 부서들이 각각 위기 시 그들의 역할과 책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매뉴얼에 적시되어 있다는 사실로만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평시 반복되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습지가 아닌 경험지로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익숙해 져야 한다.

    훈련된 강력한 위기관리 조직이 생겨난 뒤에야 기업에게는 일사불란 한 위기대응이라는 가치가 생겨난다. 평시와 위기 시를 거쳐 이어지는 사일로를 파괴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협업의 가치 속에서 외부에서 볼 때 조직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도 그 후에 빛나게 된다.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강한 군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강군(强軍)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을 보면 기업의 강한 위기관리 조직과 상당히 유사한 면을 보이기 때문이다. 역할과 책임이라는 개념, 그에 따른 전문성과 역량이라는 개념. 지속적인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개념. 지휘자의 리더십이라는 개념에 이르기 까지 강군과 강한 위기관리 조직의 유사점은 한둘이 아니다.

    위기관리 성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준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야기했다. 그 다음은 위기관리 조직에 대한 관심이다. 위기관리 조직의 구성과 인식 개발, 훈련과 시뮬레이션의 지원 등은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탐내야 하는 것들이다.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이 왜 백여 페이지 매뉴얼에서 비상연락망 딱 한 장을 그리 소중하게 여기는지는 실제로 강한 위기관리 조직을 운영해 본 리더라면 누구나 공감 할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게임이 위기관리다.

    필자소개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 조직 내 상위 1%가 위기관리를 성공시킨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의 요청을 받아 위기관리 강의나 워크샵에 참여해 보면, 그런 교육 훈련에 참석한 직원수의 99%는 팀장급과 그 이하 직원들이다. 물론 계약을 맺고 실제 위기관리 서비스가 진행될 때에는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하게 되지만, 평시 위기관리 교육과 훈련에 상위 1%인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참여해 열심을 보이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직원을 모아 놓고 하는 위기관리 강의에 대표이사가 참석해 강의 전 마이크를 들고 잠시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대표이사께서 직접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인사이트를 직원들에게 설명하시는 것이 참 보기 좋다. 그러나 그런 경우 대부분의 대표이사께서는 강의 직전 자리를 뜨신다. 핵심 임원들 다수가 대표이사를 따라 움직인다. 결국 위기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남아있는 99% 일반 직원들이다.

    클라이언트를 위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할 때 필자는 클라이언트사 대표이사와 핵심 임원들과 마주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분들 상당수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일선 직원들이 위기 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좀 알아야 하니 잘 부탁 드립니다.” “이번 기회로 우리 직원들이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으면 합니다.”

    그분들은 회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역량에 주로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최근 사례를 들면서 “A회사 같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B회사 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그런 짓을 저질러서 큰일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이 좀 스스로 깨쳐야 위기가 관리될 것 같습니다.”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이런 생각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 팀장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실행하는 일선 직원들과의 이야기다. 회사 조직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에게서는 위기관리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상황이 발생되면 일단 저희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추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잘 안 서는 게 문제입니다.” “매뉴얼에 따라 상황 보고를 하고 대응 방향이 정해지길 기다리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립니다. 어떤 때는 끝까지 대응 전략이나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결정만 해주시고 포지션만 확실하게 정해주시면 실행은 저희가 하죠. 실행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다른 생각이다. 상위 1%의 위기관리 관심과 우려는 나머지 99%에게 있는 반면, 반대로 위기관리에 대한 99%의 관심과 우려는 상위 1%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 왜 이런 다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상위 1%의 시각이 정답일까? 아니면 나머지 99%의 시각이 정답일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매번 마주하는 딜레마다. 하지만, 여러 기업과 함께 위기관리 업무를 해 오면서 그런 유사한 딜레마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하나다. 상위 1% 리더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검증 되고도 있다.

    왜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란 업무는 상당부분 ‘정치적’ 행위다.

    기업들 중 실제 정치권과 같은 수준의 사내 정치로 조직 내 군웅할거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정치적 행위’란 그런 의미의 정치는 아니다. 위기관리 실행팀 차원에서는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기관리 목적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이번 위기를 통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잃을 수 있는 부분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따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위기 시 위기관리의 목적에 있어 조직의 것과 실행하는 개인의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해서 같은 조직 내에 있는 자라면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 같은 목적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같은 의사결정과 지시에도 반응하는 실행 직원들의 격차는 다양해 진다.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위 1%의 역량이다. 그들 스스로 정확한 위기관리 목적과 그에 기반한 실행의 원칙들을 강하게 강조해야 위기관리에 그나마 성공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그 목적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조직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사후 평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또한 상위 1%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실행팀이 있으니 제대로 할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가 실제 위기 시에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 이유 대부분이 위기관리 시 직원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주목과 관심이 부족한 상위 1%의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둘째, 위기관리는 고품질의 정보와 첩보가 기반이 돼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물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있어 상황과 관련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의 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그러나 현장의 문제는 그러한 강력한 정보 자산 대부분이 상위 1% 그룹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 안에 고여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대응을 위한 큰 의사결정을 하는 의사결정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런 귀중한 정보 자산을 일선 실행팀과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하고, 이 자산을 실제 실행 역량으로 연결시키게 만드는 주체 또한 상위 1%여야 한다.

    상위 1% 그룹에서 “왜 일선에서는 이런 내용도 알지 못하고 그런 실행을 했는가?” “직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하라고 했는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거나.

    반대로 나머지 99%에서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진작에 그 내용을 알았으면 그렇게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 정보를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하는 푸념이 나온다면 그것은 대부분 상위 1%의 사려 깊지 못한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셋째,  저품질 의사결정그룹을 이기는 고품질 실행팀은 없다

    상황관련 보고를 얼마나 빨리 받아 처리하는가에 위기관리 초기 성패가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일선이라 해도 느린 의사결정그룹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풍부한 정보를 취득해 보고했다 해도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조직에서 위기관리는 잘 되기 힘들다.

    조직 내 상위 1%로 이루어진 의사결정그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다 절차가 있고, 책임이 있는 것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상황과 관련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모두 취합되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맞는 것인지 숙고의 시간과 리스닝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위기관리의 신중함에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시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은 ‘일선에서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적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는 싯점을 가르는 기준이 ‘이해관계자들이 질문하는 싯점’이라는 원칙과도 유사하다. 일선에서 절실하게 원하는 싯점에 내려오는 의사결정이야 말로 위기관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최대 자산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이런 말들이 일선에서 나온다. “최초 보고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무 지시가 없는 거지?”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되기는 된 건가?”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 상황 또한 지속 보고 해야 하는가?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의사결정그룹의 느린 스피드는 물론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도 위기관리 실패를 이끄는 큰 이유다. 일선에서 “이런 지시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을까?” “지시 받은 그대로 하게 되면 더욱 더 상황은 악활 될 텐데 어쩌나?” “이건 문제가 있는 방향인데, 담당임원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는 반응들이 있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저품질의 의사결정그룹 만큼 위기관리 시 실무자들에게 무서운 대상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넷째, 비행기 사고 후 컨트롤 타워 개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

    평소 공항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수백 대라 치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제탑인 컨트롤 타워는 그 모든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의 시종을 관제한다. 그들이 평시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위기관리인 것이다.

    만약 평시에는 관제탑이 정규 운영 되지 않고 있다가, 비행기들끼리 활주로에서 엉켜 사고가 나면 그 때 가서 관제탑이 운용되는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자. 불타오르는 비행기와 활주로를 뛰어 다니는 승객들과 구조요원들을 관제한다는 목적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 타워가 분명 아니다.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도 한번 그에 비유해 보자.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려면, 평시에도 위기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관리하는 활동을 하는 컨트롤 타워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슈와 위기 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트래킹 하면서 문제 발생 자체를 사전 관리하는 활동처럼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컨트롤 타워는 그래서 평시 규정된 활동을 지속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구성원이 더욱 더 지속 훈련 받고, 토론하고, 시뮬레이션에 참여 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실제 공항의 컨트롤 타워에서 일하는 전문 관제사들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평시 교육 받지 않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경험이 부족한 상위 1%의 경우에 실제 위기 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조직 내 상위 1%의 교육, 훈련,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경험의 양과 수는 나머지 99%의 그것을 훨씬 압도해야 맞다. 상위 1% 위치에 오르기 위해 20-30년을 노력한 핵심 임원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그들 스스로 완전하게 훈련되어 있어야만 위기 시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지시를 하달 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급조된 컨트롤 타워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다섯째, 위기관리는 예산과의 싸움이다

    예산은 조직 내에서 곧 힘이다. 위기관리는 어떻게 보면 예산과의 싸움이다. 산속에 고립된 등산객을 찾기 위해 수백억 원짜리 구조전용 헬리콥터를 여러 대 띄우는 조직과 헬리콥터 운영 예산이 없어서 구조팀을 도보로 몇 시간씩 등산하게 하는 조직간에는 분명 상황관리 결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왜 위기관리가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예산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또는 “저희에게 정해진 예산이 부족해서 그나마 그것이 최선입니다.” “저희 일선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예산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위기관리를 이끄는 상위 1% 의사결정그룹의 예산 지원과 결심이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이 적극 챙겨 확보 해야 한다.

    예산 지출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추후 내부 감사 주제로서의 우려가 있거나,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룹은 조직 내 상위 1%뿐이다. 이런 실제적인 개념과 노력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그 시뮬레이션 과정에는 필히 상위 1%가 존재해야 한다.

    여섯째, 평시 관심과 투자 또한 1%의 몫이다

    위기관리는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 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다. 평시에 과연 우리 기업이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해야 하는가? 어떤 예산을 가지고 해야 하는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위해서는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일사불란함을 유지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다.

    이런 모든 중요한 관심과 노력과 투자는 기업 내에서 누구에 의해 결심되는가? 당연히 상위 1%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위기관리 성패는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에 따라 갈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관심, 주목, 투자,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위 1% 처럼 취약한 위기관리 주체가 없다. 나머지 99%가 아무리 훈련되어 있어도 위기관리 전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이는 딱히 기업만이 아닌 모든 조직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진리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역량을 보면 상위 1%가 좀 더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99%는 그 다음이다.

  • 저희 회장님 설득이 가능하실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임원인 저와 일선에서는 전사적으로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회장님이 아직 관련해서 관심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당장 관련 예산도 좀 책정 받아야 하고 해서, 저희 회장님을 좀 직접 설득해 주실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우선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인하우스 임원들이 회장님을 직접 설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학문적으로도 ‘설득’이라는 것이 진짜 효과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있을 정도로 ‘설득’이라는 것은 어렵고 복잡다단한 행위입니다.

    그래도 제대로 전략을 짜 준비한 인하우스 임원들은 회장님과 인간적인 친근함이 우선되어 있기 때문에, 그 만큼 설득이라는 것이 보다 용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외부에서 온 컨설턴트에 대해서는 회장께서 최초부터 낯설음을 경험하시기 때문에, 컨설턴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회장께서 저희 임원들은 잘 믿지 않으셔도, 외부 전문가 말은 보다 쉽게 믿으십니다.”하는 하소연을 하는 임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강조 드리는 것 같이 ‘전략적으로 잘 준비한 인하우스 임원들’이라면 그 낯선 컨설턴트 보다는 더 나은 설득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 “못 하겠다” “여러 이유로 좀 컨설턴트가 나서 줘야 한다”는 이유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후 또한 몇 가지 ‘전략적 준비’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선 임원들이 정확하게 위기관리 체계에 대한 시각과 범위 그리고 필요성에 대해 굳건한 공감대를 갖추셔야 합니다. 임원들 스스로 회장님으로부터의 근본적 질문에 갈팡질팡하면 만사가 헝클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임원들이 협업하시어 컨설턴트가 회장님과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일정기간 지원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컨설턴트를 조찬 강의에 초청 해 위기관리 이야기를 회장님과 임원들이 같이 듣는다 던지, 자그마한 위기가 발생 했을 때 컨설턴트를 위기관리 미팅에 조인하게 해 조언을 들어 본다던 지 하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합니다. 결국 일정 기간 후 컨설턴트 얼굴을 회장께서 알아보시게 되는 수준까지는 되어야 하겠습니다.

    셋째로, 처음부터 큰 제안을 받기보다는 조그마한 위기관리 체계관련 실행들과 준비들을 함께 하면서 지속적으로 회장께 보고하고 회장의 의견을 듣는 전초전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장님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던지, 주요 부서별 시뮬레이션이나 일선 드릴을 진행하고 보고회를 가진다 던지 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회장께서 컨설턴트의 존재와 수준 그리고 전략의 성격들을 이해하실 수 있게 하시고 나야 임원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약간은 지루하고 오랜 노력을 경주해야 이룰 수 있는 복잡함으로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왕도는 없다는 것을 먼저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조급함 때문에 외부 컨설턴트를 불러 직접 회장님이나 주요 임원들 앞에 세우고는 무언가 억지로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는 임원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다른 임원들이 개념이나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해 회장 앞에서 여러 노이즈를 내게 됩니다. 또 다른 생각을 하시는 회장께서는 여러 기초적인 질문을 하시고, 컨설턴트의 설명을 듣고는 이내 알았다는 수준에서 그치게 됩니다.

    위기관리 체계 구축을 리드하고자 하는 임원에게도 회장께서는 깊이 있는 질문을 하실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합 답변이 컨설턴트 수준이 되어야 회장은 해당 프로젝트가 제대로 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만약 해당 임원이 ‘그것은 컨설턴트가 알아서 할 것입니다’ 같은 답변을 한다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우선 원하신다면 컨설턴트와 구체적인 전략을 짜십시오. 설득 전략이 먼저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역량을 점검해 볼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몇 년 전 이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을 했었습니다. 여러 진단도 받고, 위기관리 매뉴얼도 만들고, 훈련도 진행 해서 일단 시스템은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것은 이 시스템이 실제로 위기 시 작동을 하느냐 입니다. 실제 역량을 점검할 방법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많은 기업들이 그와 유사한 고민과 불안감을 호소하십니다. 시스템이나 역량이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실제 그것이 존재하는지, 작동은 가능할는지, 문제 있는 부분은 없는지 관리자 입장에서는 조마조마 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는 군대의 역량에 대한 의문과도 유사합니다. 수십만 명의 군대를 구성했고, 여러 군사 훈련들을 통해 군대를 단련해 놓기는 했는데,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제대로 군대가 역량을 발휘해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도 비슷합니다.

    실제 역량을 점검하는 방법도 군대 차원에서 실시하는 워게임(war game)이나 대항군을 활용한 작전훈련들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일단 ‘시나리오’와 ‘대항군’이 핵심이 됩니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는 목적이라면, 먼저 해당 기업에게 발생 가능한 유기 유형과 관련하여 실제적인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위로는 대표이사로부터 아래는 일선 직원들에 이르기 까지 시나리오를 접하면서 “실제 이렇게 될 수 있겠군” 여길 수 있는 생생한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합니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실제 위기관리 활동들을 위기관리팀이나 위기관리 위원회가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그 ‘직접 해보는 활동’이 곧 ‘시뮬레이션’입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그 다음으로 중요한 대항군은 실제로 해당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역 한 대형 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 유해화학물질이 불과 연기에 섞여 주변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라는 1차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다고 해 보시죠.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일단 공장 내 사고대응팀을 통해 문제의 화재 현장에 대한 상황관리에 돌입 할 것입니다. 지역 소방서와 유해물질 확산을 차단하고 방재하기 위한 화학물질관리기업과도 협업할 것입니다. 사고 소식을 듣고 지역주민들과 지자체 담당자들, 경찰, 지역 언론들, 지역 환경단체들, 직원 가족들 등등이 공장 주변에 모여들 것입니다. 공장 내에서 이해관계자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은 부서 담당자들을 사고대응팀과 달리 공장 바깥으로 나가 그들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시나리오 배포 이후 전개됩니다.

    이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대항군이라면, 앞에서 말한 소방서, 확학물질관리기업, 지역주민, 지자체, 경찰, 언론, 환경단체, 직원 가족의 역할을 하는 컨설턴트들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위기 상황에 따라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회사의 위기관리 방식을 점검합니다. 그들이 곧 2차, 3차 진전되는 시나리오의 뼈대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타입의 시뮬레이션 이외에 위기발생 정보를 컨설턴트들이 일선 조직에 전달하고, 그 이후 내부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실제 역량을 점검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일선에서 위기상황을 전달받은 후 얼마나 신속 정확하게 해당 상황이 위기관리 매뉴얼에 규정된 위기관리팀에게 공유되는지, 그리고 공유 받은 위기관리팀은 어떻게 상황파악과 초기대응을 실시하는지를 점검합니다.

    컨설턴트들이 특정 이해관계자 역할을 하면서 일선 조직을 접촉하는 방식의 시뮬레이션 형식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여러 관련 규정에서 정한대로 일선 직원들이 대응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위기관리팀 핵심 구성원들을 하루 정도 회사에 나오지 않게 조치한 후, 위기 상황을 실제와 유사하게 조성해 그들 핵심 구성원 부재 상태에서 차상위 인력으로 이루어진 위기관리팀의 위기대응 역량을 점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주 간단히는 위기관리팀 또는 위기관리위원회 역량 점검 방식으로 불시에 위기관리조직을 소집해 워룸 세팅과 참여에 까지 걸리는 시간과 참석률을 점검하는 방식도 몇몇 기업에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주말 오전에 위기관리조직 소집을 실행해 보기도 합니다. 몇몇 임직원들을 무리를 해서 참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해 번거롭다 사후 평가 하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유효한 시뮬레이션 방식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 방법을 통해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역량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일단 시뮬레이션을 한번 실행해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는 결심은 최고 의사결정자로부터 나옵니다. 그런 결심만 있다면 위기관리 시스템 역량은 지속 관리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