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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를 위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이 있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는 여러 해 동안 위기관리위원회 중심으로 다양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을 진행했습니다. 기본 트레이닝은 거의 다 받아 봤고요. 시뮬레이션부터 현장 대응, 시나리오 워크샵 등 다양하게 경험 했습니다. 근데 정작 CEO 대상으로 한 트레이닝이 좀 부족해서요. 어떤 게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인하우스 실무진들과 일부 에이전시에서 혼동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위기관리 트레이닝’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미디어트레이닝이 회사의 위기나 이슈를 전제로 해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진행 될 때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의 범주에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CEO를 위한 위기관리 트레이닝이 곧 미디어트레이닝이다” 라는 시각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CEO에게 무엇이 가장 절실할까요?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기법에 대한 갈증은 아마 한참 뒤에 위치할 것입니다. 위기 시 CEO에게 가장 큰 고민은 쏟아지는 상황 정보들을 어떻게 해석 평가해야 할까, 그 기준은 무엇이고, 최종적으로 어떤 정보들을 취해 의사결정 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위기가 일단 발생하면 수많은 소스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 들어 옵니다. 주변 임원들마다 각자 자신의 해석과 솔루션을 쏟아 냅니다. 아니면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임원 모두가 CEO만 바라보면서 자신은 입을 닫아 버리는 경우입니다. 두 경우 모두 CEO는 외롭게 됩니다. 위기에 대응하는 아주 중요하고 심각한 결정을 자기 홀로 해야 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죠.

    이런 CEO를 위해 인하우스의 위기관리 위원회는 평시 CEO를 대상으로 ‘위기관리를 위한 의사결정 트레이닝’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방식은 전문가들의 어프로치에 따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해 아주 핵심 적인 의사결정 주제를 던지고, 이에 대해 CEO가 전문가들과 토론 하면서 의사결정을 경험 해 보는 훈련도 괜찮습니다. 다른 여러 실제 케이스들을 같이 분석해 보면서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 고민과 옵션들을 전문가들과 같이 살펴보고, 반면교사 또는 타산지석을 찾는 훈련도 도움이 됩니다.

    CEO를 위해 또 다른 훈련을 제안하자면, ‘우리 회사에게는 대체 어떤 형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하는 CEO의 평소 의문을 해소해 주는 훈련도 좋습니다. 위기요소진단이나 취약성분석 등과 같은 체계 진단 작업을 하게 되면, 그 결론이 나옵니다. 그 결론은 앞에서 언급한 ‘어떤 위기들?’에 대한 큰 그림입니다. 그 그림을 놓고 CEO와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하면서 훈련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그 큰 그림 속에는 CEO가 이미 알고 있던, 예상할 수 있던 형태의 위기도 있을 것입니다. 또 그 반대의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각 형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 없이 ‘만약에(what if?)’를 질문하는 전문가들에게 CEO가 해결책을 설명해 보는 일종의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식음료 회사를 설정해 보시죠. 회사 일부 음료 제품에 독극물을 풀어 넣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를 가정해 보자는 것입니다. 범인은 일정 금액의 돈을 달라고 합니다. 돈만 준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경우를 식음료 회사 CEO 스스로 상상해 보는 것입니다. CEO의 생각이 정리 되면 전문가가 질문을 합니다.

    “대표님, 만약 이런 경우 범인에게 돈을 주시겠습니까?” “얼마까지 가능 하실 까요?” “만약 돈을 준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주지 않는다면?” “만약 그 사실이 소비자나 경찰에게 알려진다면?” “돈을 주고도 독극물로 상해 받는 소비자가 나온다면?” “독극물을 풀었다는 제품의 유통 채널을 어떻게 확인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 안전 확보를 위해 해당 제품을 일단 매장에서 철수 시킨다면?”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을 합니다. 그에 대해 CEO는 자신의 전략과 생각을 정리 해 보면서 해결책을 같이 찾아 나가는 게임입니다.

    위에서 잠깐 설명 드린 바와 같이 CEO를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트레이닝은 간단히 말해 ‘위기 대응 의사결정 훈련’이 주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CEO에게 가장 좋은 위기관리 훈련은 CEO 스스로 실제 위기를 다양하게 자주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현실적이지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EO는 차선책으로 다양한 위기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해 보아야 합니다. 각 형태의 위기를 놓고 깊이 있고 실제적인 의사결정을 해 보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다른 기업 CEO와 임원들이 했던 여러 고민과 옵션을 둘러 보면서 스스로도 의사결정을 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훈련을 받은 CEO는 달라집니다. 실제 위기 시 스스로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다가오는 위기, 딱 하나만 준비해야 한다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새해가 오자마자 큰 일이 하나 터질 것 같습니다. 최고경영회의에서 예측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몇몇 부서에서는 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이런 경우 부서 차원을 넘어 전사적인 차원에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사적 대비 체계를 미리 다잡지 못한 기업들에게 사후에 “왜 예상되던 위기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이 “처음에는 내부적으로 비밀스러웠다”는 이유를 댑니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전사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던 이유라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리는 문화도 있겠습니다만, 예상되는 단계에서 여기저기 정보를 공유하고 대비한다 준비를 시키고 하다 보면 관련 정보들이 여기저기 새나가서, 위기가 훨씬 더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전사적’ 대비를 통해 다가올 위기를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응대’할 것이냐? 아니면, ‘제한적’인 대비를 통해 다가올 위기에 초기 ‘대응’해 볼 것이냐? ‘전사적’이라는 의미는 관련된 모든 부서들이 각각의 역할과 책임에 따라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제한적’이라는 의미는 일부 부서 또는 임원들이 중심이 된 소규모 조직 또는 개인적으로 대응을 준비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물론 해당 위기유형이나 예상되는 규모와 파장에 따라 ‘전사적’ 또는 ‘제한적’ 대응 체계에 대한 선택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일단 어느 체계라도 선택이 되었다면, 공히 대응 체계를 준비하는 인력들은 ‘비밀준수’ 의무를 가지게 됩니다. 철저하게 비밀준수 역량이 검증된 인력들이 대응 체계를 준비하는 한 그 형태가 ‘전사적’이건 ‘제한적’이건 다름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다음 핵심은 해당 준비 조직의 역량입니다.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한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하부조직에게 ‘위기 대비’를 지시합니다. 그렇다면 그 지시를 받은 조직은 ‘우리는 이런 류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시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조직은 이런 지시를 받으면 그 때부터 애꿎은 위기관리 매뉴얼을 개정합니다. 일부는 미디어트레이닝이나 위기관리 워크샵 같은 전혀 다른 솔루션을 찾아 어랜지 합니다. 일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니 모니터링에만 더욱 더 힘을 씁니다. 일부는 비밀준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여기저기 전문가들을 만나 선문답(?)을 하고 조언을 청취합니다. 시간은 가는데, 적절한 대응 체계는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만약 지시를 받은 조직이 이런 활동들만 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조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을 하나 꼽으라면 ‘위기관리팀이 주축이 된 시뮬레이션’ 작업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선 지시를 받은 조직들이 함께 모여 앉습니다. 그리고 각 부서에서 파악한 정보들과 향후 상황 변화 내용들을 상호간 공유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은 기존에 존재하던 사일로(silo)를 깨서 우선 원팀(one team)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 스텝은 각 부서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 위기 상황이 어떤 형태로 도래할 것이고, 어떻게 초기 전개 될 것인지 같이 예상해 보는 것입니다. 그 예상되는 상황에 따라 각각의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어떤 반응들을 보일 것인지도 함께 예상합니다. 자사의 대응은 어떤 것들이 가능할 것이며, 각각의 대응들이 진행되게 되면 재차 예상되는 상황변화는 어떤 방향 일지 예측 해보아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처음 가는 먼 길을 운전하기 전 네비게이션으로 갈 길을 미리 쭉 훑어보고 길을 익히는 습관과 유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들이 있을 것인지, 어떤 대응이나 활동들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세부적인 실행 부분에 있어서 제한이나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을 살펴 보고 공유해야 합니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면 그에 따라 성실하게 하나 하나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런 활동들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대비 방법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매번 깜짝 놀라는 기업은 C급입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예상하고 대비한대로 차분히 대응하는 기업은 B급입니다. 위기가 예상되었을 때 해당 위기를 수면 하에서 해결해 버리는 기업이 A급입니다. 이 세가지 급의 핵심에는 공히 ‘대응 조직’이 있습니다. 그들의 역량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위기는 예상되는 데, 대응 준비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의문이 든다면 빨리 대응 조직끼리 마주 앉으십시오. 그리고 시나리오를 짜보고 시뮬레이션 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실제 준비를 해 나가십시오. 그 수가 가장 상수(上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왜 “모른다, 기억 안 난다”만 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도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을 앞두고 계신데요. 다른 기업 회장님들의 이전 출석 답변들을 분석 해 보면 ‘모른다. 기억 나지 않는다’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게 법적으로 전략적인 것이라 그런 건가요? 왜 이런 답변들이 많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특정 기업 경영진에게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요청이 왔다면 그건 대부분 해당 기업에게‘법적 여론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청문회’니까요.

    당연히 회장님께서는 법적 취약성을 적절히 커버하면서 동시에 여론의 합리적 의심까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지시게 됩니다. 이 부분이 경찰이나 검찰 조사 환경과 다른 점입니다. 이를 위해 로펌이나 법무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보다 전략적인 답변을 준비 하시는 것이죠.

    가장 좋은 답변은 이 둘을 동시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법적 취약성 커버에 더 현실적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둘 다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답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순서에 있어서 법적 논란이 먼저 해소되어야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여유가 생깁니다. 반대로 여론 관리를 우선으로 두게 되면 법적 대응 여지가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완전한 유죄를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혁명적 개선을 하겠다며 선처를 구하지 않는 이상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특수 환경에서 대부분의 답변자가 택하는 포지션은 ‘바보(fool)’와 ‘악당(bad guy)’의 양대 포지션 중 ‘바보(fool)’의 포지션입니다. 이 포지션은 유효 시 법 및 여론상 비판과 책임을 두루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보(fool)’ 포지션에 의거한 핵심 메시지들은 답변자인 경영자분들이 암기 전달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답변자가 최대한 질의자의 의도를 통제할 수 있어서 선호됩니다. 주로 이런 포지션에 의거한 답변 메시지는 “아닙니다”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가 됩니다.

    단, ‘바보(fool)’ 포지션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자들이 그 포지션에 대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기술적으로 ‘바보(fool)’ 포지션은 공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다면 모를 수도 있겠군’ ‘저것까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공감이 있을 수 있으면 이 포지션은 유효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답변자들이 ‘바보(fool)’ 포지션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그 포지션에 대한 상식적, 합리적 이해를 도모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무조건 모르쇠’나 ‘꼬리 자르기’ 등등으로 비추어지게 되니 문제가 됩니다. 아주 위험한 답변 결과죠.

    질문자인 국회의원들은 이 포지션을 흔들기 위해 여러 질문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답변자들을 단순한 ‘바보(fool)’로 비추어 지게 하기 보다는, ‘악당(bad guy)’ 또는 최소한 ‘바보인척 하는 악당’으로라도 보여지게 만들려 애를 씁니다.

    청문회란 항상 이렇습니다. 답변자 입장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준비된 핵심 메시지에서만 머무르고, 끝까지 체력과 멘탈 관리에만 이상이 없었으면 최소한 ‘지지 않은 게임’ 이라 평가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은 사전에 준비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합니다. 예상되는 주요 핵심 질문들을 답변자인 경영진들에게 이해시키고, 쟁점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를 위한 전략적인 핵심 메시지와 그 기반이 되는 논리에 대하여 충분한 숙지가 진행됩니다. 이와 더불어 실제 청문회장 분위기와 유사하게 질문자들이 질문 하고 답변자들이 답변 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시청하는 청문회 답변은 이런 준비에 의해 전달되는 ‘연출’입니다.

    단, 한가지 전략적인 답변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논란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인 경영 정보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적절한 팩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략적 ‘바보’ 포지션은 결코 ‘무능’과 동의가 아닙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내년에는 뭘 해야 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올 해에는 조금 힘들 것 같고요. 내년에는 저희 회사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위기관리 매뉴얼도 업데이트 했으면 하고요.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받았으면 하고요. 다른 기업들은 보통 무엇부터 시작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자사의 현황을 좀 더 정확하게 체크하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다른 회사 각각에는 다양한 현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냥 따라서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PT를 받을 때도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 몇 킬로 덤벨을 가지고 훈련하나요?” 물어서 덤벨의 무게를 정하지 않습니다. 일단 들어보고 힘들면 무게를 줄여서 시작하고, 너무 가볍다고 느끼면 그 이상의 덤벨을 선택 해 운동을 하죠.

    “남들이 요즘 필라테스라는 걸 많이 하던데, 저도 필라테스를 먼저 해야 하나요?”하는 질문도 좀 우습습니다. 각각의 사람에 따라 필요하고 유효한 운동 타입들이 있는 거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그냥 따라 시작해서는 반대로 몸을 망치거나,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회사의 업종을 볼 때 어떤 취약성들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에 발생해 왔던 이슈나 위기 유형들을 검토 해 보았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체계라는 것이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감도 내부에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취약성 진단작업은 사내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분들이라면 누구든 고민이 가능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에서 보는 취약성들도 청취 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여러 시각들과 자체적인 평가들 그리고 정보들을 취합해서 내부 논의를 시작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새해부터 이 피트니스 센터에 다니며 열심히 운동 하면, 연말에는 이런 이런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 거야. 몸무게, 체지방, 근육은 이렇게 변화시켜야 하겠어. 나아가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등등에도 이런 효과가 나타났으면 좋겠군” 이런 그림이 회사 내부에서 그려져야 좀더 발전적인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가 개시되고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만약 위기관리 체계 강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내부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면 무언가 방향이나 절차를 잘 못 수행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트레이닝은 갑자기 왜 하게 된 거지?” “이 작업은 누가 지시한 거죠? 바빠 죽겠는데…” “이걸 해서 뭐하게요? 이런 거 예전에도 몇 번 했었는데? 효과가 없었거든요?” 내부 공감대가 없다는 의미죠.

    일반적으로 기업들에서 잘 못된 처방을 받아 들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과의 접촉이 전혀 예상되지 않는 임직원들이 미디어트레이닝을 받습니다. 매장이나 지점 등의 일선 창구들이 취약하게 열려 있는 상태에서,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에 집중합니다. 최고경영자그룹의 위기관리 경험 수준이 비교적 낮아 실제 위기 발생 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지역 일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만 실행합니다. 어렵게 만들어진 본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에 핵심 의사결정권자들이 빠집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홍보팀에서 과장 하나와 대리 두 명이 모여 만듭니다. 그나마 과장도 타사에서 입사한지 3개월된 분입니다. 실제 위기 대응 역량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관리 의식 고취를 위한 조찬 강의를 6개월마다 어랜지 합니다. 온라인 이슈관리 체계를 강화하라고 하셔서 포탈에서 밀어내기 대행사와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체계 강화 결과 보고를 합니다. 위기 발생 시 내부 알러트와 상황공유를 위해 모바일 알러트 시스템을 만듭니다. 그런데 그 알러트를 받는 분들이 대응 의사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그 알러트에 매번 홍보팀만 움직입니다.

    요즘 종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누가 만드냐고 하면서, 사내 인트라넷에 연결된 쌍방향식 위기관리 매뉴얼을 디자인합니다. 그러나 견적이 너무 많이 나와서 몇 년째 프로젝트 개시가 지연됩니다. 매뉴얼에 대한 교육이라도 먼저 시켜야 하겠다고 생각해서, 예전에 만들어진 매뉴얼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실무자들도 이해가 잘 안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런 이유들로 프로젝트를 하면서 고통 받습니다. 자사에 대한 정확한 사전 진단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때문입니다. 내년 플랜을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까(what)’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 ‘왜 해야 할까(why)’를 먼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저희 위기관리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희 회사에도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여서 위기관리 매뉴얼도 교육하고 하긴 했었는데, 그게 몇 해 뜸하면서 거의 위기관리팀이 유명무실 해 졌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실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명무실하다는 자평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찌 보면 위기관리팀을 사내적으로 ‘방치’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부 위기관리팀원들은 이제 회사 직원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모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 예산 부분을 한번 살펴 보시죠. 회사에 정해진 위기관리 예산이 얼마나 될까요? 너무 광의의 개념이라 찾기가 어렵다면,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보시죠. 그리고 그 예산을 가장 먼저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특별하게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임직원들에게 의식 고취 차원에서 한 두 시간짜리 ‘위기관리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일반교육예산 몇 십만 원~백만 원 정도를 보유한 회사들은 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액수나 방식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의 기능적 개선을 위한 수준은 아니죠.

    몇 천만 원대의 예산을 임원교육예산으로 잡아 신임임원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 같은 임원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그룹사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위기관리팀의 기능 강화와 직접적인 연결을 짓기는 힘들겠습니다.

    실제로 아주 일부 자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같은 훈련 예산을 책정한 기업들도 있지만 그 예산의 규모는 천차만별입니다. 매출이 수 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에서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시뮬레이션 예산을 약 천만 원 정도로 잡아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매출이 몇 천억 원 정도인 어떤 중견 기업은 앞 대기업의 그것보다 몇 배의 예산을 위기관리팀 기능 강화 프로그램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매출과 위기관리팀 훈련 예산은 상호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행 간격도 해당 위기관리팀 강화 프로그램을 매년 반복 실시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2-3년에 한번씩 잊혀질 만하면 진행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정기나 부정기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내부 위기관리 마인드가 어느 수준 이상 존재하는 곳들입니다.

    한 시간에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명강사들을 초청해서 ‘인문학’ ‘척추 건강법’ ‘커피 브루잉 기법’ 등의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기업 임원 프로그램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임원들에게 풍부한 감성과 삶의 여유를 찾게 해 주는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위기관리 팀을 훈련하는 기회와 예산과 비교해 보면 상호간 균형이 맞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 같은 어렵고 따분한 주제는 임원들이 싫어합니다.” “가능하시면 오늘 임원 조찬 위기관리 강의는 재미있게 해주셨으면 해요. 나중에 재미없으면 저희가 힘들어 져서요.” “임원분들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강의는 40분 정도로 마무리 해주시고, 나머지는 질문을 받아주세요” 뭐 이런 사전 요청들이 임원 대상 단순 강의에도 쏟아집니다. 실무자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나 비중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해 집니다.

    한번 회사 내에서 ‘위기관리팀을 위한 교육 훈련 예산’이 얼마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팀이 어떻게 작동될지도 상당부분 미리 예측 가능할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실제 업무 기능입니다. 교양이나 재미로 배울 주제가 아닙니다.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업데이트 되어야 하는 실무 역량 훈련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살펴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평소 관련 예산을 잘 살펴 보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매뉴얼은 수명이 얼마나 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요. 사내 조직변경도 빈번하고, 임직원들의 입퇴사가 잦아서 그때마다 매뉴얼을 바꾸는 게 참 힘듭니다. 조금만 내버려두면 완전히 쓸모 없는 문건이 되어 버리거든요. 어떤 묘안이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선에서 보면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6개월 가량인 듯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잦은 조직 변화들과 인력 변경들이 매뉴얼을 금새 현실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버리죠.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매뉴얼을 온라인화 해서 인트라넷과 연동해 관리하기도 합니다.

    조직 변경이나 인력 변동에도 각 임무 고유의 역할 값을 부여해서 자동으로 변경된 인사조직구조에 연동되게 만들어 놓는 거죠. 그러나 이 것도 완전하게 매뉴얼을 생생하게 살아있게는 못합니다. 중요한 건 변경된 역할을 개개인이 인식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온라인상에 떠있는 매뉴얼만 시시각각으로 바뀐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위기관리 매뉴얼만 지속 업데이트 하는 전담자를 뽑아 앉혀 놓는 것도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매뉴얼을 비롯한 위기관리 체계를 잘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현장에서 그런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위기관리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뭐든 ‘정기적’으로 하다 보면 형편없이 체계가 구식으로 몰락하지는 않겠지요.

    일년에 한번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 본다 생각해 보시죠.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면 그 전부터 일정기간 동안 모두가 매뉴얼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조직 변경이 있었다면 그 변경을 적용하기 위한 토론이 진행되겠지요. 최소한 새로운 인력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을 읽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 시뮬레이션 때가 되어 위기관리 활동에 참여해 보게 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자신과 전사적인 체계를 업데이트시키는 셈이죠.

    분명하게 이해하셔야 할 것은, 매뉴얼은 위기관리 체계의 단계상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많은 기업들이 안도의 숨을 쉬곤 합니다. 자사에게 위기관리 체계가 수립되었다는 자신감을 가집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과연 이 매뉴얼이 실제로 작동 할까?’하는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이게 위기관리 실무자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두려움입니다.

    매뉴얼을 살아있게 만드는 방법은 정기적으로 이를 기반으로 훈련 해 보는 것 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시뮬레이션은 가장 상위 개념으로 아주 장기간 숙련된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합니다. 만약 자사의 위기관리팀이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면, 여러 워크샵과 기본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 중 가장 권장 드리는 것이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 워크샵’입니다. 자사는 물론이지만, 동종업계와 타업계를 막론하고 최근 발생한 기업 위기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 보는 세션입니다. 자사의 위기관리팀에게 계속 질문해보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죠. “우리는 이런 류의 위기가 발생하면 이들보다 잘 관리할 수 있을까?” 그보다 잘할 수 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아주 실제적인 이유 말이죠. 만약 그들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더 잘할 수 있는 체계를 지금이라도 고안해 보자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시나리오 워크샵’도 추천 할만 합니다. 대부분의 위기관리팀은 자신에게 어떤 역할이 맡겨져 있는지를 이해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개인 역할과 책임에는 충실할 수 있지만,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팀워크와 일사불란함을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감이 없습니다. 위기관리 시나리오 워크샵은 “우리회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위기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하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그 위기가 발생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형태로 발전되고 전개될 것인가?”하는 그림을 함께 미리 그려봅니다.

    그 워크샵을 통해 자사의 위기관리팀이 보다 현실적인 위기관리관을 가지게 되고, 실제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신은 물론 전조직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외 다양한 워크샵과 트레이닝들을 위기관리팀에게 제공해 체계를 업데이트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상의 노력들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뉴얼이 노화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기 보다는, 정기적으로 그 매뉴얼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경되는 조직과 새로운 인력들에 대해 혼동을 느끼기 보다는, 새로운 훈련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신호로 그 변화를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지속적 관심으로 업데이트 해 주어야 하는 것이 꼭 위기관리 체계만은 아닐 것입니다. 회사 내 모든 기능들과 체계들은 그렇게 관리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정기적인 훈련. 어떻게 보면 쉬운 업데이트 방식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시나리오를 전혀 모른 채 시뮬레이션이 가능한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려 하는데요. 위기관리 위원회에게 미리 위기 발생 시나리오를 다 알려주고 나서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임원들이 알아야 시뮬레이션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데요. 그렇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실제 위기와 최대한 유사한 상황을 설정하여 실제와 동일한 대응으로 진행되는 훈련입니다. 실제적 위기상황에 맞닥뜨려서 실질적인 위기관리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실제 위기상황과 같은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는 개발 시 어떤 부분이 고려되어야 할까요?

    첫번째는 현실성입니다. 해당 위기 상황이 우리 회사에게 발생할 수 있겠다 하는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공감대라고 하면 흔히 ‘발생 가능성’에 많은 비중을 두곤 하는데요. 발생 가능성과는 그리 큰 관련은 없습니다. 발생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으면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주제로는 적합합니다. 물론 이왕이면 발생가능성이 큰 위기 유형을 가지고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지요.

    발생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더해 보겠습니다. 전체 위기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모든 팩트들이 ‘실제와 동일’하다면 해당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어렴풋하게 주장하는 발생가능성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일부 임원들이 “그런 위기상황은 발생 할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위기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그러면 컨설턴트는 그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팩트 하나 하나를 점검해 어떤 팩트가 현실과 다른 팩트인가를 꼽아 봐야 합니다. 만약 그 모든 팩트들이 실제 발생가능한 것들이라면, 그 총합인 전체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한 것입니다.

    반대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구성 팩트들이 현실과 전혀 다르다고 하면 (팩트가 현실에서 전혀 발생 불가능하다면), 해당 위기관리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가 될 것입니다. 이와 별개로 개념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지…’ 또는 ‘너무 황당한 시나리오군…’하는 생각으로 해당 시나리오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블랙스완(black swan)’ 현상이 실제 발생하는 이유도 그때문이라서 그렇습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용 시나리오를 위한 두번째 고려사항은 ‘관리 가능성’입니다. 만약 시나리오 전체가 발생 가능하고 현실적이라고 해도 관리가 아예 불가능 한 재앙적 시나리오로 진행되면 시뮬레이션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 재앙 같은 상황을 조성한 후 이에 대응해 보라고 한다면 훈련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뉴얼상으로 정해진 대응 방식들을 조합해서 제대로 된 관리 활동들이 일부 또는 대부분 가능해야 훈련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 중요 고려사항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이 부분이 오늘 답변의 핵심이 되겠습니다. 실제 위기를 한번 생각해 보시죠. 그 발생 시간이나 계기를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일부 전조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조를 미리 관리하더라도 완전하게 해당 위기의 발생 시기와 전개 방식 전반을 미리 알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위기관리는 훨씬 수월하겠지요. 실패할 가능성도 확실하게 줄어들겠고요.

    잘 구성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이 훈련에 참석하는 위기관리위원회 전원이 어떤 위기유형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게 될지 미리 알지 못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첫번째 시나리오 하달 후 이어지는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 될지에 대해 몰라야 합니다. 그 방향을 예상해 대응해 보는 훈련 목적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시뮬레이션상으로 어떻게 해당 위기가 결말 지어 질지에 대해서도 몰라야 합니다. 자신들의 대응으로 어떻게 결말지어야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훈련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기존 위기관리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은 미리 다 알려져 있는 시나리오로 진행되어, 대응팀이 이미 다 숙지한 대응 방식을 확인하는데 머무릅니다. 태권도로보면 일종의 약속 대련(맞춰 겨루기) 형식이죠. 정확하게 구성원들이 집중만 하고 정해진대로 따르면 대부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구조의 훈련입니다. 편하기는 하지만, 실전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위에서 설명 드린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반대로 ‘자유 대련’ 형식입니다. 올림픽이나 여러 경기에서 태권도는 모두 자유 대련으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아무것도 짜인 것이 없이, 순수하게 상대방과 맞서 자신의 실력을 겨루는 거죠. 기업에서 진행하는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은 궁극적으로 이런 형식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사의 강함과 약함을 다 같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알면 편하지만, 모르면 강해집니다.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실무자분들이 참고하여야 할 핵심입니다.

    관련 개념 ·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이란 무엇인가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해외 지사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에 해외지사가 여럿 있습니다. 본사에는 위기관리 체계가 수립되어 있는데, 아직 해외 지사에게 까지 그런 체계를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순차적으로 해외 지사 각각에 따라 현지화를 해 나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선진적인 고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멋지십니다. 본사에 위기관리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니 생각보다는 일이 쉬워질 수 있겠네요. 일반적으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관리 체계를 보면 대부분 조직은 중앙집권식, 실행은 현지식을 병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 반대로 조직은 현지식을 지향하고 실행에 있어서 중앙집권식을 적용하게 되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힘들게 되니 그런 듯합니다.

    조직을 중앙집권식으로 가져 간다는 의미는 우선 위기관리 체계를 본사에서 보유 형태 그대로 현지에 적용해 그 체계에 따라 조직과 자산을 편제해 놓는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본사에 위기관리팀과 위기관리 위원회가 갖추어져 있다면, 각 해외 지사에도 그와 동일한 역할과 책임을 가진 팀과 위원회 단위의 위기관리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해외 지사의 경우 그 규모와 역할에 따라 조직 구성원 직급이나 수를 적절하게 조정해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체계를 통해 회사가 지향하는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위기를 관리해야 할 주체’를 설정해 놓는다는 점입니다. 해외지사의 장을 비롯해 그 아래 각 부서나 기능을 책임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그 체계 속으로 들어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조직에는 해외 지사가 위치한 현지에서 위기관리 조직을 도와 함께 할 에이전시들의 편제도 포함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현지 로펌이나 변호사, 홍보대행사, 위기관리회사, 위험물관리 회사, 보험회사, 대정부관계 회사, 세무관련 회사 등등이 파트너십으로 해외지사의 위기관리 체계 속에 들어가 존재하게 됩니다.

    해외지사의 현지 실행을 위해서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중심으로 실전 역량을 키우는 노력들이 평소 진행됩니다. 일단 조직 체계가 수립되면, 그 다음은 현지에서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에 따른 대응 훈련과 실전적인 시뮬레이션이 그 다음이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사에서 본사 체계에 따라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리드 해 본 경험이 있는 인하우스 컨설턴트가 해외 지사를 방문해 진행하는 훈련 방식이 있습니다. 본사 위기관리 체계에 익숙한 본사의 에이전시 파트너가 인하우스 컨설턴트와 함께 해외지사를 방문해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만약 이전의 형식이 여의치 않다면 해외 현지의 검증된 위기관리 회사가 해외 지사를 대상으로 독립적으로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해외 지사에서 훈련 받은 위기관리 조직이 바로 본사의 위기관리 조직과 연결 되어 본사에서 정한 위기관리 프로세스대로 대응을 진행 시작합니다. 일반적 시차나 현지 특수성들을 감안하여 여러 멀티미디어를 통해 본사와 해외지사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집니다.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본사 홍보실은 해외지사 홍보조직과 홍보대행사에게 자문 합니다. 법무팀은 해외지사 법무담당과 로펌에게 자문합니다. 그 외 본사 많은 조직들이 해외지사의 파트너들과 함께 위기관리를 진행합니다.

    여기에서 유의해야 하는 것은 본사 조직들의 역할과 책임입니다. 본사에 있는 자신들이 해외 현지에서 직접 실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사 조직의 역할은 가능한 자문과 본사 체계에 따른 프로세스 관리 및 지원 등이 주요 역할이 됩니다. 해외 지사에서 진행하는 일선 위기관리 활동들에 대해 본사 조직은 가능한 자율성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현지 실행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 문제를 조직적으로 풀어주는 역할도 본사의 역할입니다.

    아주 큰 대형 위기의 경우 본사 핵심 임원진이 해외지사에 즉각 파견되어 현지 위기관리를 직접 지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도 해외의 위기관리 실행 조직과 파트너십은 실행의 기본축이 됩니다. 본사 핵심 임원들과 동행하는 본사 조직책임자들은 현지에서 실행을 리드하는 해외지사 조직을 최대한 존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평소 해외 지사의 위기관리 조직을 제대로 구성하고, 지속 훈련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해외지사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국 본사가 먼저 체계화되고, 수준 높게 훈련 받아야 합니다. 본사 체계를 원형으로 해외지사에 복사 조직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들을 본사처럼 훈련시키는 것. 이 두 가지가 글로벌 위기관리 체계의 가장 기본이 되겠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막상 일이 벌어지면 대응이 느려지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평소 위기관리 체계를 보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요. 막상 일이 벌어지니 전혀 물 흐르듯 대응이 안되더군요. 여러 의사결정들과 협업들이 참 복잡하고 어려워서 말이죠.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매뉴얼이나 이를 기반으로 하는 ‘체계’라는 것은 실제로는 ‘정적인 실체’입니다. 있느냐 없느냐로 갈리는 대상이죠. 그 정적인 실체를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진짜 위기관리입니다. 정적인 실체인 ‘위기관리 체계’가 실전에서 가용 한가 여부는 무엇으로 갈릴까요? ‘해봤느냐 해보지 않았느냐’로 갈립니다. 해당 위기관리 체계를 실제로 운용해 본 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극명한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를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매뉴얼이 실전에서 유효한 실행의 지침이 되는가? 매뉴얼에서 정한 역할과 책임이 정확하게 직원들에게 인식되어 있고, 적절한 역량까지를 담보로 하고 있느냐? 정해진 프로세스는 실제 위기 대응에 있어 유효한가? 정해진 것 이외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개선과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이 많은 것들을 점검해 보는 활동이 바로 ‘시뮬레이션’입니다.

    이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는 기업이나 조직은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 질문과 같은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연애를 책으로 배웠다’는 사람 같이 ‘위기관리를 매뉴얼로 배운 조직’이 되는 셈이죠. 실전에서는 여러 통하지 않는 문제들이 나타나는 데, 그걸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미리 개선해 놓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패닉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여러 조직간 협업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위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조직에게는 해당 조직이자체적으로 만든 매뉴얼이 다른 조직과 협업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을 단독으로 진행해 보았자, 실제 위기 시 필요한 타 조직들과의 협업이나 통합적 의사결정 준비에는 별 도움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국가적 위기가 그런 유형입니다. 수많은 관련 기관들이 위기 발생 직후부터 하나 하나 협업을 통해 의사결정 해 나가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그 해법은 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통합적 시뮬레이션’뿐입니다. 특정 위기 상황을 상정해 놓고 관련 조직들이 다 함께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입니다.

    아주 중요하고 기본적인 대응들에 대해서는 조직장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나 하나 이해 하고, 그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리 해 놓아 매뉴얼에 명시해 놓는 것도 좋은 준비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실행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거나, 예산이 필요하다거나, 자원이 동원되어야 하는 실행들이 주요한 사전 의사결정 주제들입니다. 미리 여러 수장들이 의사결정을 통해 그에 대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규정해 놓으면, 실제 위기 발생 시 초기 대응이 훨씬 수월 해 집니다.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위기관리 위원회 내부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효율적 보고와 토론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위기라는 속성 상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상황을 미리 이해하고, 그런 비효율적 보고와 토론들을 건너 뛰거나, 신속하게 단축시키는 연습을 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위기 시 우왕좌왕하거나, 의사결정에 과도한 시간을 보내거나, 협업이 안되어 실행되는 대응들이 변변하지 않는 경험을 한번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개선 의지가 생겨나고, 개선 포인트를 잡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필요한 준비가 더 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훈련들이 이루어지는 실제 조치들이 없다면 그건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동일하고 유사한 해프닝들이 거의 매번의 위기 때 마다 목격된다면 이는 위기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됩니다.

    미리 관심 가져 보십시오. 미리 살펴 보시고, 미리 시뮬레이션 해 보십시오. 필요하다면 통합적으로 여러 조직들이 모여 통합적으로 실제 대응이 정해진 시간 내에 가능한지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의사결정이나 자원확보 등을 미리 해 놓자는 마인드를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한번은 창피를 당했지만, 다음엔 훨씬 더 자연스럽게 대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각오를 최고의사결정자들이 먼저 다져야 합니다. 위기관리는 기업이나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그 성패를 좌우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매뉴얼이 잘못 되어 있어 실패했다고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매뉴얼에 문제가 있었어요. 당시 공장이 완전 먹통이 돼 버린 이유를 알아보니 매뉴얼이 문제이더군요. 당시 시설 관제와 관리 요원들은 예비 장비를 작동하려면 ‘주 장비를 꺼야 한다’는 사용법을 몰랐답니다. 매뉴얼 자체에 그런 내용이 없었던 거죠. 이런 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매뉴얼이 문제여서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확률은 생각보다 무척 적습니다. 아마 그런 지적은 사후 책임이나 평가를 벗어나기 위한 변명일수도 있습니다. 매뉴얼에는 위기 발생 시 직원들이 실행해야 할 모든 활동 내용을 하나도 빠짐 없이 100%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매뉴얼은 위기 발생시 효과적 대응을 위해 직원들에게 대응 프로세스들을 보여주는 역할에 충실하기만 하면 됩니다.

    군인들이 총을 쏘며 전투중인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시죠. 사격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군에는 간단한 매뉴얼이 있지요. 영점을 맞추는 방식이나 과녁 조준, 탄창 삽입, 방아쇠 격발 방식 등이 일종의 프로세스로 죽 나열되어 있습니다. 군인들은 이 매뉴얼을 글자로 읽지 않습니다. 읽더라도 이후 작동 실연을 보고 몸으로 무한 반복 경험하면서 총을 실제 다루고 쏘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병사들이 총탄이 빗발치는 치열한 전투 중 상사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고 상상해 보죠. “소대장님, 매뉴얼이 잘 못 되었습니다. 매뉴얼에는 총을 쏘는 방식만 나와 있고, 탄알들이 모두 소진되면 새 탄창을 삽입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소대장의 마음은 어떨까요?

    더 나가서 “소대장님, 두 번째 탄창을 끼울 때 첫 탄창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아 우리 동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새 탄창을 삽입하기 위해서는 꼭 첫 번째 탄창을 제거해야 하는 건가요?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어떻습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죠.

    질문해 주신 현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관리는 사람이 합니다. 매뉴얼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들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위기를 관리한다면, 그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훈련이 제공되어야 맞습니다. 매뉴얼에 기반한 훈련이죠. 그 후 반복 시뮬레이션들을 통해 공장의 시설을 먹통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숙련된 직원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 숙련된 직원들이 매뉴얼에 의해 뚝딱 만들어진다고 믿는 경영진들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겁니다.

    만약 매뉴얼에 주요한 설비 작동 절차가 생략되어 있어 문제가 되었다면, 이는 해당 매뉴얼을 실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번도 제대로 검증해 보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시뮬레이션은 직원들에게 반복적 ‘익힘의 과정’도 제공하지만, 매뉴얼의 현실성과 구체성을 검증해 보는 ‘진단의 과정’도 함께 제공합니다. 그런 중요한 작동 절차 명기가 빠져 있었다면, 절대로 단순히 그 매뉴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만 안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다는 것 자체만 가지고 ‘우리 회사에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위험한 기대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마지막이나 완성이 아닙니다. 그 매뉴얼은 위기관리 시작이자 밑그림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활성화 노력이 필요한데도, 많은 기업들은 이를 결승점으로 생각하니 문제가 벌어집니다.

    이후 대부분의 매뉴얼은 낡아 갑니다.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고, 존재했다는 사실도 잊혀져 갑니다. 운 좋게도 일부 매뉴얼의 존재를 기억하는 임직원들도 그 매뉴얼이 실제 위기 시 작동 될까 하는 질문에는 자신 없어 합니다. 일부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면 그 두꺼운 매뉴얼을 한 장 한 장 펼쳐 봅니다. 마치 군인이 전장에 매뉴얼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총이나 수류탄을 사용하는 셈이죠. 의사가 환자의 배를 갈라 놓고 매뉴얼을 읽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매뉴얼에 이런 이런 명기가 빠져 있어서 전투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환자가 죽은 이유도 매뉴얼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매뉴얼이 문제의 핵심은 아닙니다. 최고경영진들은 그 부분을 정확하게 바라보셔야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