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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를 없앨 수 있을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알려진 바로 티벳에는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도 ‘걱정을 해서 위기가 없어지면 이세상에 위기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앞의 속담에서는 걱정해서 해결되지 않는 걱정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데 비해, 뒤의 해석에서는 걱정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좀더 강하게 담고 있는 것이 다르다.

    전문가들을 그에 따라 단순 걱정만 하지 말고, 필요한 대비와 개선을 하라는 조언을 한다. 철저하게 대비하면 위기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철저하게 대비한다고 해서 위기 자체가 사라지거나,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우리는 최대한의 대비를 통해 해당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계속 관리해 가고 있을 뿐이다.

    기업 경영진과 위기관리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위기관리 매뉴얼이 효과가 있을까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하면 효과가 있을까요?” “시뮬레이션은 효과가 있나요?”같은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의 실제 의미는 매뉴얼이나, 트레이닝, 시뮬레이션을 하면 위기가 미연에 사라지거나, 발생한 후에도 곧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로 해석된다.

    그에 대한 답은 물론 아니다 뿐이다. 이는 환자의 병을 고친다는 생각을 하는 의사와 병든 환자를 돌본다는 생각을 하는 의사의 경우와 같이 서로 다른 생각을 전제로 한다. 여기에서 병은 위기다. 그리고 하나의 상수(常數)로서 역할을 한다. 그 상수를 없애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는 치료되지 않거나, 병이 악화되는 환자를 계속해서 돌보는 것을 힘들어 하게 된다. 이내 의사라는 직업이나 역할에 대한 자괴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수로서 자신은 병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의사라면, 환자의 다양한 상황에서 보다 환자를 위한 치료와 배려에 계속해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자신의 업과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위기관리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위기라는 상황을 사전과 사후에 다루는 (돌보는) 것이다. 발생되지 않도록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정성껏 그 위기를 다루어 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많은 기업은 평시와 비상시 계속해서 위기를 다루고 돌보는 노력을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다루고 돌보는’ 관점에서 어떤 노력이 보다 위기관리에 효과적인지를 이야기해 본다. 공통적으로 기업이 생각하고 추진하는 위기관리 노력에 대한 오해나 습관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위기관리 매뉴얼은 따끈할 때만 의미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몇 십년간 만들어 본 경험에 따르면 기업 위기관리 매뉴얼의 수명은 6개월을 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면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가 잡힌 것이라고 믿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수개월에 걸쳐 만들어 완성(?)하고 나면 그 직후부터는 날이 갈수록 구식이 되어 버린다.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누가?’라는 섹션이 계속해 바뀌기 때문이다. 조직의 구성이나 편제도 바뀐다. 그에 더해 매뉴얼은 아무도 읽어 보지 않은 채 회사 캐비닛과 몇몇 직원의 하드드라이브 속에 숨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의미나 가치를 가지려면, 기업 차원에서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위기관리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방치되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현장에서 작동될 수 없다. 현재 자사의 위기관리 매뉴얼 최종 업데이트 일자를 한번 확인해 보자.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강의를 들어 위기관리 하는 기업 없다

    위기관리 강의를 정기적으로 자주 듣는 한 회사가 있다. 그렇게 고위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를 초청해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 데도, 회사에서 발생되는 위기는 끝이 없다. 계속해서 유사하거나 동일한 위기가 반복된다. 경영진이 강의를 그렇게 열심히 듣는데도 왜 똑 같은 위기는 반복  발생될까? 그에 더해 사후에도 위기를 잘 관리해 내는데 어려움을 느끼기까지 할까?

    강의를 듣고 위기관리를 하려는 생각이 문제다. 비행기 조종사가 강의만 듣고 비행기를 조종한다고 생각해 보자. 수영을 해서 바다를 건너가야 하는 사람이 강의만 듣고 깊은 물 속에 뛰어 든다고 생각해 보자. 학습은 학(學)과 습(習)이 합쳐진 말이다. 배움과 익힘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관리 관점에서는 오히려 ‘습’ 부분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직원과 경영진의 위기관리 마인드 배양, 위기 의식 고취 등과 같은 목적을 내세우는 강의는 사실 적절한 ‘학’이라 보기도 어렵다.

    위기관리에 대한 학습이 의미나 가치를 가지려면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구성원의 고민과 활동 그리고 의사결정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그것도 한 번에 큰 돈을 써서 위기관리를 하겠다는 구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루고 돌본다는 생각이 기반이 되는 꾸준한 익힘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팀 없으면 위기관리 없다

    위기관리 체계에서는 ‘누가?”라는 개념이 핵심 중 핵심이라고 했다. ‘누군가’ ‘누구든’ ‘모두가’ ‘아무나’ 등의 개념이 회사에 공유되어 있다면, 위기관리는 절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개념은 ‘아무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위기관리팀’이라는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완화하고, 대비하고, 대응하고, 활동한다는 것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백에 구십구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게 될 것이 뻔하다. 물론 모두가 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위기가 언제 발생될지도 모르는데, 상설조직을 보유하라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는 기업도 있다. 맞다. 위기관리 체계에서 조언하는 위기관리팀이란, 위기관리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는 부서별 담당자들과 그들 각각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의미다. 상설조직의 성격이라기 보다는, 위기 시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실행하기 위한 비상조직을 의미한다.

    어떤 형식이든 위기관리팀이 지정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는 기업은 위기관리에 분명히 실패한다. 만약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인 위기관리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실패한다. 그 위기관리팀 구성원이 계속해서 바뀜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업데이트 하지 않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시뮬레이션 해도 위기는 막지 못한다

    시뮬레이션의 전제는 해당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발생되지 않을 위기 유형을 놓고 시뮬레이션 하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이 위기의 발생 자체를 막거나, 사라지게 하는 효과는 있을 수 없다. 또한 예를 들어 고객정보유출 상황을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한 기업도, 그 직후 제품안전 관련 위기가 발생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비한 많은 부분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결과를 얻는다. 위기 유형이 다르니, 대응 조직과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사전에 특정 위기를 대비한다는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깊이 해 본 기업은 실제 그 위기가 발생하면 시뮬레이션 해 보지 않은 경우보다는 훨씬 더 잘 대응한다. 여러 상황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파악, 선제적 상황 이해, 돌발변수 분석, 커뮤니케이션 준비, 대응책에 대한 마련과 예산 산정 및 확보, 인력 편제 등등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조직 역량이다.

    핵심은 그러한 시뮬레이션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기적이거나 다양한 위기유형을 전재로 한 시뮬레이션을 위기관리팀이 지속 경험하게 기업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는 노력에 대한 조언이다.

    트레이닝도 위기를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고,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일부 기업에서는 신임임원이나 대표를 위한 교양 차원의 트레이닝을 실시하기도 한다. 언론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해 달라는 주문을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트레이닝을 하자고 한다.

    그러나, 트레이닝은 말 그대로 ‘훈련’이다. ‘훈련’은 항상 피훈련자의 적절한 고통과 인내를 필수로 한다. 훈련이 재미있고, 간단하기만 하면 그것은 제대로 된 훈련이 아닐 수 있다. 그에 더해 훈련은 최악과 돌발적인 여러 상황을 전제로 하고, 그에 대한 실질 대응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 부분이 단순 강의와 훈련이 다른 점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훈련이라면, 우리 회사에 대한 다양한 문제 그리고 대비 차원의 깊은 고민을 함께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실적 논의와 대응 방식을 고민하는 ‘활동’이 뒤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트레이닝은 위기를 방지할 수 없다. 단,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훈련된 경영진은 훈련되지 않은 경영진과는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다.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이고 의사결정 해 내려 노력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려 하고, 메시지를 다듬는데 익숙해져 있다. 상황을 보는 눈이 다르고, 위기관리에 있어 목적과 목표를 배분하는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밟는다. 이는 계속해서 다루고 돌보아야만 이를 수 있는 역량인 것은 확실하다.

    위기를 없애려 하는 기업이 실패한다

    이 세상에 단박으로 해결되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문제란 없다. 집이나 사무실에 생긴 단순한 벌레도 단박에 영원히 사라져 버리지는 않는다. 위기는 없애려 해서는 관리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위기는 마치 죽음과 같이 언젠가는 온다는 생각을 하며, 그 때를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조언은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에서는 그렇게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현실적이지 않다며 반론 한다. 수십년에 한번 발생될까 말까 하는 위기를 설정해 계속 대비하며 시간, 인력,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교과서에서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지, 계속 위기관리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은 물론이고,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그렇게 장기간의 돌봄은 불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래서 한 번 이런 것이라는 경험 정도만 제공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조직적인 입장에서, 그리고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이 회사의 현실일 수 있다.

    그러나, 딱 한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바로 위기를 없애려 하는 생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마음속에서 위기라는 생각 자체를 없애고(잊고) 싶어하는 것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돌보고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우리 회사의 현실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타협은 위기를 조직내에서 잊히게 만들고, 그런 상태만 일정기간 지속되면 위기는 사라지지 않고 되레 찾아오고 만다. 지속적으로 돌보고 다루는 것은 숙제를 제때 한다는 의미다. 엄청나게 밀린 숙제는 언젠가는 복수를 한다. 무서운 말이지만, 실제 현실에 대한 말이기도 하다.

  • VIP의 위기관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가 쓴 위기관리책 ‘원 퍼센트(1%)”에서도 위기 시 기업 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이슈와 위기상황을 가까이 지켜보며 함께 관리 활동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1퍼센트를 대표하는 VIP의 위기관리 역량만큼 기업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 실제 경험했던 기업 내 1퍼센트 중 핵심인 VIP의 위기관리 방식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전문가들이 VIP가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백시간의 고민을 한시간만에 해결한 VIP

    판매한 상품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모 기업. 최초 한 언론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를 단독 보도한 직후부터 경영진은 대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후 대응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고객센터와 영업 등 관련 임원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량이나 가격 때문에 임원들의 고민은 깊었다. 가능한 회사의 재정적 피해까지 줄여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상황은 점차 더 심각 해 졌다. 그때 그 회사 VIP께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에 직접 참석하셨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과 대응 옵션을 들으신 VIP께서는 “전량 리콜하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고객 보상 해 주십시오”라는 결정을 내려 주셨다. 이후에는 고객센터와 관련 부서들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고객관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이내 시장내 소음은 줄어들었다.

    만약 VIP께서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셔서 즉각 결정을 내려 주셨다면, 해당 이슈는 훨씬 빨리 해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임원들에게 늦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려 주신 VIP때문에 결국은 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찾으신 VIP

    의도치 않게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었다. 몇몇 징조는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이어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수년에 걸쳐 가끔씩 논란이 되었던 전례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 해당 기업은 바로 곤경에 빠져 버렸다.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위원회에 임원들이 모여 머리를 싸맸다. 사회적 이슈인지라 관련 전문가들도 모여 조언을 했다.

    홍보실에서는 직접적으로 VIP께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라는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것 밖에 문제를 풀 대응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옵션 중 하나로 홍보실의 의견을 담아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조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IP는 끝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내부에서는 VIP께서 여기저기 사회적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신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권에도 연결 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하신다고도 했다. VIP께서는 해당 이슈를 자사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모라 정의를 내리신 것 같았다. 왜 자사가 그렇게 까지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회사의 부담과 데미지는 최대화되었다. VIP는 결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하셨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께서 당면한 이슈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가에 따라 관리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와 함께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직접 VIP가 누구를 만나시고, 발로 뛰시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주제다.

    대응 의견의 중재자가 되신 VIP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감을 잡고 있었고, 사전 위기관리를 했던 위기 대응팀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는 여러 의견들이 유사했던 자문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후 대응 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기 시작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문제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송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관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든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 전문가들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적대적 의도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메시지로도 의미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다른 시니어 전문가들은 일단 쏟아지는 부정기사를 어떻게 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어지럽게 대응 회의가 장기화되고, 의사결정은 지연되었다. 각각의 조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각자가 보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때 일부 시니어 전문가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VIP가 침묵을 깨고 모든 자문 내용을 하나 하나 복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을 하나 둘 셋으로 정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VIP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후로도 VIP는 계속해 정기 미팅에 참석하시어 공유된 대응활동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으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고, 일관된 방향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했지만, 자신을 다잡으며 위기관리 전반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리드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자사 VIP가 쥐고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소중하고 의미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거나, 그들 중 한쪽이 의사결정을 리드해 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내부 중재자로서의 VIP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하신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내부컴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해 몇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던 VIP께서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께서 개인적으로 쓰신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 명 한 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위원회에 공유하셨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 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도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만하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 되었다.

    몇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시간 후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함,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감각의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되겠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자 시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께서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기치 못했던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 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께서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 하셨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 했다. 이후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께서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시어 의사결정 훈련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어떻게 든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은 위기관리위원회측에 제공되었다.

    그 이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되었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시뮬레이션을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하셨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년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 주시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일부 VIP께서는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시켜 보려 동분서주하시는 분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하시고 고민만 하시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감각이 충분하지 못하셔서 현장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시키려 하시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기 원하시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 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내셨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수행하시면 위기관리 전반이 성공에 가깝게 전개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께서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하셨기 때문에,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관리는 일단 빠르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관리처럼 좌충우돌, 오리무중 또는 갈팡질팡 같은 내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시는 위기관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 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 다니, 일단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는 무조건 제대로 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이다.

  • 소통으로 문제해결이 될까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가 얼마 전 큰 논란의 중심에 있었을 때, 언론과 전문가들이 소통을 열심히 해야 논란도 해소되고, 문제가 해결된다는 조언을 하더군요.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소통이란 것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진짜 위기가 관리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소통으로 문제 해결이 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회사가 겪은 위기 상황의 유형이나 맥락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적절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소통을 잘 해야 위기가 관리된다거나 문제가 있을 때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언은 현장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조언은 마치 머리가 아플 때 진통제를 먹으면 낫는다는 상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배가 아플 때도 진통제, 어지러울 때도 진통제, 경련이 일어날 때도 진통제로 치료하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소통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또한, 소통이 문제 해결이나 위기 해결을 위해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특효약도 아닙니다.

    반대로, 소통은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효과를 발휘합니다. 불필요한 논쟁이나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소통의 노력입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정적인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급히 소통을 시작하는 것보다 평소에 일관성 있게 소통에 힘쓰는 것이 훨씬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중대한 이슈 또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소통은 현장에서의 상황 관리를 지원하고 그 관리 효과를 높여주는 보조 기능을 합니다. 대규모 이슈나 위기를 맞은 기업이나 조직이 감당해야 할 피해를 일부 또는 상당 부분 경감시킬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이를 ‘데미지 컨트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소통만으로 중대한 이슈나 위기를 직접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믿고 이슈 및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주로 신경을 쓰는 기업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런 관리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상황 관리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입니다. 소통(communication)은 그러한 생산적인 노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관계자와 피해 당사자들의 이해(understanding)와 수용(acceptance)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소통으로만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엄격하게 보아 중대한 이슈나 위기가 아닐 것입니다. 중대한 이슈나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소통을 잘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언을 한다면, 이는 소통을 통해 상황 관리 현황에 대해 적극 커뮤니케이션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소통을 통해 향후 추가될 데미지를 사전에 관리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소통은 중대한 이슈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중요한 노력입니다. 사전적인 소통 노력은 실제로 문제 해결과 위기 방지에 큰 역할을 합니다. 적절한 소통이 전제되어 있다면 이슈나 위기가 발생해도 그 피해는 그러한 노력이 없었을 때와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가벼운 이슈나 위기를 소통으로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중대한 이슈와 위기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소통은 문제 해결의 중요한 도구이지만,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소통의 역할은 주로 상황 관리의 지원 역할을 하며, 평소의 일관된 소통이 위기 발생 시 효과적인 데미지 컨트롤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는 상황 관리와 함께 소통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설마 그렇게 되겠어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전문가들이 다양한 위기유형과 시나리오를 개발해 놓아서 그 내용을 보면 설마 그런 위기가 발생될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사실 기업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설마 설마하는 모든 상황들에 주목해서 꾸준히 투자하기는 어렵지요. 가능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어야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말씀대로 우선순위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우선순위 없는 단순 나열이나 분류는 실제 위기나 이슈관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백과사전식 유형 나열일 뿐이지요. 예전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도 중요한 기출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이미 여러 번 출제되었던 문제들이지요. 그게 우선순위입니다.

    또한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발생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되, 발생시 예상되는 데미지를 두번째 기준으로 삼아 입체적 우선순위를 부여하셔야 합니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일단 발생된다면 회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 유형에는 상당한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된 위기 유형들을 보면 또 의외로 미연에 방지 또는 해결해 버릴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 많습니다. 최소한 위기 유형별로 관리 임무를 담당 부서에 배분시킬 수도 있습니다. 전사적으로 매달려 관리해야 할 수준이 아닌 것은 과감하게 해결해 버려야 조직적 부하가 해소됩니다.

    질문에서 설마라고 하셨습니다만, 우리 옛말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설마라는 개념은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 낮은 사건이 발생되어 ‘사람을 잡게’되는 결과는 발생 시 데미지가 대단히 크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을 잡을 수 있는 설마의 위기 유형은 필히 관심을 두셔야 합니다.

    이에 더해 여러 기업에서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자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을 수십개에서 수백개 뽑아 우선순위에 따라 분류하고, 다시 그 각각의 대응 프로세스와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가 입니다. 우선 간단하게 답을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특성과 우선순위에 따라 분류된 위기 유형A,B,C,D가 있다고 해 보시죠. 그 각각에 대해 대응하는 프로세스를 각각 정리하다 보면 대부분 실무자들은 그것들이 상당부분 서로 유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위기 유형의 대응 주체가 일정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유형이라도 대응하는 프로세스는 일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유형별로 전혀 다른 주체나 프로세스 그리고 대응방안이 수없이 다양하게 준비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핵심은 어떤 위기 유형이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관리 대상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리 주체인 위기관리팀이 그 다양한 위기 유형을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해서 관리해 보는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됩니다. 그때 그때 유형에 따른 변수들을 놓고 의사결정 해 보자는 것입니다. 대응 주체, 프로세스와 대응 방식은 거의 유사하지만, 변수에 따른 의사결정 내용은 천차만별일 수 있으니 그에 대한 경험과 투자를 좀 더 해 보셨으면 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M&A는 어떻게 답변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몇 달 내에 딜이 끝날 것 같은데요. 기자들이 어디에서 정보를 들었는지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자는 입장인데, 일선에서는 침묵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어떻게 답변해야 위험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 M&A는 딜이 종결되기 이전에는 어떠한 관련 내용도 외부로 공지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NDA(기밀유지협약)을 체결하여 어느 한쪽이라도 정보 유출을 하는 경우 해당 딜을 중단하거나, 상대에게 큰 책임을 묻는 조건을 걸기도 합니다. 딜 양측에서 공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지요.

    회사의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팀, 딜을 지휘하는 담당 임원 그리고 대표이사는 M&A 관련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을 아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이 생기지요.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일정 수준 이상 경험 가진 핵심 임원의 경우 M&A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응하는 방법과 자세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일관성을 가지고 “M&A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반복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자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M&A 가능성을 언급할 때 회사 임원이 “M&A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그대로 내놓게 되면, 기자는 실제로 모종의 딜이 진행되고는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질문의 맥락을 잘 확인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일부 임원은 기자가 “현재 A와 M&A를 진행중인가?” 라는 구체적 질문을 해 왔을 때, “아니다”라는 회피성 답변을 하는 것을 고민합니다. 실제로 A와 딜을 마무리 짓고 있는 단계에서 아니라고 답변하면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될 것이고, 이후 딜을 발표했을 때 자신이 신뢰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M&A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예” 또는 “아니오”라는 답변도 피해야 합니다. “확인드릴 것이 없다”는 답변이 최선입니다.

    한 임원분은 기자가 “현재 귀사가 인수 검토하는 회사가 A,B,C 중 하나인가?”라는 업계 소스 기반 질문을 해 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 합니다. 실제로는 그들이 아니라 D사와 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자칫 자신이 “확인 해 드릴 것이 없다” 답변한다면, 기자는 임원이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 세 회사 중 하나일 것이라 확신하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그렇다고 임원께서 “그 회사들은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을 하는 것은 추가적 취재 동기를 제공할 수 있어서 민감합니다.

    M&A에서 잘못된 정보나 확신을 가진 기자의 오보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에 대해 교정이나 사실관계 제공을 하려 하면 더욱 더 자사는 민감한 상황에 빠지게 될 뿐입니다. 창구는 일관되게 침묵하는 것이 낫습니다. M&A에서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딜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 이익에 우선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혼란을 주는 어떤 메시지도 창구를 통해 흘러 나가면 안 됩니다. M&A와 관련한 회사의 공식 메시지는 그래서 전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모른다고 하면 창피한 거 아닌가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한 기자가 저희 대표께 직접 전화해 민감한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표께서 해당 내용에 대해 잘 모르셔서 아는 범위 내에서만 답하셨다고 합니다. 홍보실에서는 그 답도 하지 않으셨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대표께서는 잘 모른다 답하면 창피하지 않느냐 하시는 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대표라고 하셔도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 더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에는 아는 부분을 전부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맞고요. 이는 정직함이나 성실한 질문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업의 수장으로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것이지요.

    기업의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허심탄회’입니다. 허심탄회라는 말은 전략이 없고,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열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대상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부부나 가족끼리도 허심탄회가 통하는 기회는 극히 드뭅니다. 언론에게 허심탄회 한다면 더욱 말이 안 되지요.

    대표께서 자신이 모른다고 하면 기자가 자신을 무능력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아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기자에게 창피를 당하기 싫다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시 생각 해 보시지요.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언론에 말씀하셨다가 겪을 수 있는 창피와 모르는 것을 모른다 말씀하셔서 겪을 창피 중 어떤 창피가 더 심각한 것일까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기자들도 대표께서 잘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칫 그 말을 믿고 기사를 썼다가 추후 오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아는 것처럼 했던 대표의 답변이 곧 골치 아파지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좋아할 기자는 없습니다.

    기자는 대표의 답변이 좀 의심스럽다고 하면 다른 소스를 통해 크로스체크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최초 대표의 답변이 잘 모른 채 대충 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진짜 대표께서 우려하셨던 창피함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해당 대표의 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지요.

    기자에게 하는 답변은 정확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변입니다. 창피 당하지 않고 싶다면 미리 다양한 팩트를 숙지해 모르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없애 가면 될 것입니다. 그 때에도 기억하셔야 할 것은 아는 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는 원칙이고요.

    알면서 답변을 피하는 것과 몰라서 답변을 못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신중한 대표님들은 대부분 알면서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습니다. 그 준비를 위해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해야 할 메시지과 하지 않아야 할 메시지를 나누어 관리해 놓기도 합니다.

    이를 포함해 모른다는 말씀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시거나 창피 해 하지 마십시오. 기자의 질문을 잘 듣고 모른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이런 메시지를 기억하십시오.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깊이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기자가 계속 답을 원한다면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저에게 조금 시간을 주시면 좀더 확인해 보고 추후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간이라도 벌어 놓으시면 성공입니다. 전략적인 메시지를 구성할 수 있는 시간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VIP의 위기관리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필자가 쓴 위기관리책 ‘원 퍼센트(1%)”에서도 위기 시 기업 내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의 위기관리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기업의 이슈와 위기상황을 가까이 지켜보며 함께 관리 활동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1퍼센트를 대표하는 VIP의 위기관리 역량만큼 기업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자산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오래전 실제 경험했던 기업 내 1퍼센트 중 핵심인 VIP의 위기관리 방식들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위기 시 VIP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전문가들이 VIP가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백시간의 고민을 한시간만에 해결한 VIP

    판매한 상품에 대한 논란이 생겼던 모 기업. 최초 한 언론에서 해당 제품의 문제를 단독 보도한 직후부터 경영진은 대응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홍보실이 중심이 되어 여러 사후 대응 활동을 하고는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었다. 고객센터와 영업 등 관련 임원이 모여 고민에 고민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량이나 가격 때문에 임원들의 고민은 깊었다. 가능한 회사의 재정적 피해까지 줄여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상황은 점차 더 심각 해 졌다. 그때 그 회사 VIP께서 위기관리위원회 미팅에 직접 참석하셨다. 지금까지의 전개 상황과 대응 옵션을 들으신 VIP께서는 “전량 리콜하고, 묻거나 따지지 말고 고객 보상 해 주십시오”라는 결정을 내려 주셨다. 이후에는 고객센터와 관련 부서들이 합심해 일사천리로 고객관련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었고, 이내 시장내 소음은 줄어들었다.

    만약 VIP께서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위기관리위원회에 참석하셔서 즉각 결정을 내려 주셨다면, 해당 이슈는 훨씬 빨리 해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하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임원들에게 늦었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려 주신 VIP때문에 결국은 더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해결 방식을 다른 곳에서 찾으신 VIP

    의도치 않게 사회적으로 공격을 받게 된 기업이 있었다. 몇몇 징조는 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이어서 터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더구나 수년에 걸쳐 가끔씩 논란이 되었던 전례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서 해당 기업은 바로 곤경에 빠져 버렸다. 대응을 위해 위기관리위원회에 임원들이 모여 머리를 싸맸다. 사회적 이슈인지라 관련 전문가들도 모여 조언을 했다.

    홍보실에서는 직접적으로 VIP께 기자회견을 자청하시라는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내심 그것 밖에 문제를 풀 대응 방안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옵션 중 하나로 홍보실의 의견을 담아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조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IP는 끝까지 위기관리 위원회 회의석상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내부에서는 VIP께서 여기저기 사회적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신다는 말이 돌았다. 정치권에도 연결 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어하신다고도 했다. VIP께서는 해당 이슈를 자사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모라 정의를 내리신 것 같았다. 왜 자사가 그렇게 까지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예상보다 장기화되었고, 회사의 부담과 데미지는 최대화되었다. VIP는 결국 당국의 조사를 받기까지 하셨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께서 당면한 이슈나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시는가에 따라 관리 예후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와 함께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의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거리도 던져준다. 직접 VIP가 누구를 만나시고, 발로 뛰시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주제다.

    대응 의견의 중재자가 되신 VIP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전부터 감을 잡고 있었고, 사전 위기관리를 했던 위기 대응팀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이전에는 여러 의견들이 유사했던 자문그룹 전문가들의 의견이 사후 대응 부분에서는 여러 갈래로 갈리기 시작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문제 핵심 이해관계자에게 소송까지는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대관 전문가들은 일단 강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어떻게 든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보 전문가들은 핵심 이해관계자의 적대적 의도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메시지로도 의미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다른 시니어 전문가들은 일단 쏟아지는 부정기사를 어떻게 든 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어지럽게 대응 회의가 장기화되고, 의사결정은 지연되었다. 각각의 조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각자가 보는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때 일부 시니어 전문가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그 때 VIP가 침묵을 깨고 모든 자문 내용을 하나 하나 복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주었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실행방안을 하나 둘 셋으로 정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VIP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그 후로도 VIP는 계속해 정기 미팅에 참석하시어 공유된 대응활동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으셨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불안하고, 일관된 방향을 준수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시는 듯했지만, 자신을 다잡으며 위기관리 전반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리드하셨다. 결국 해당 이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리더십은 분명하게 자사 VIP가 쥐고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은 물론 소중하고 의미 있지만, 그들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거나, 그들 중 한쪽이 의사결정을 리드해 나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다. 내부 중재자로서의 VIP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이 직접 해명문을 작성하신 VIP

    회사 제품에 대한 정부의 문제 적발이 알려졌다. 여러 언론에서 일차적으로 해당 사실을 기사화해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다. 여러 전문가들이 위기관리위원회 일원으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향후 상황 변화 시나리오가 만들어 졌고, 각각에 대한 발생 가능성과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홍보실을 비롯해 대관, 법무, 영업, 마케팅, 내부컴 등의 부서들이 각자 해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대응 작업을 위해 몇시간이 지났을 때까지 위기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시던 VIP께서 종이 몇 장을 들고 임원들을 개인적으로 부르셨다. 문제는 그 종이가 VIP께서 개인적으로 쓰신 해명문이었으며, 그 종이를 건네는 방식이 임원 한 명 한 명을 VIP 사무실로 따로 불러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위기관리 위원회에 공유하셨다면, 그 해명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메시지 검증이나 윤문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이 생략된 채 VIP의 해명문은 그대로 회사 커뮤니케이션 창구에 게시 공유 되었다.

    심지어 부서 임원 간에도 사일로가 있어 상호 공유나 협력이 없었다는 것도 놀랄만하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는 VIP의 메시지에 일부 공격적이고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회사 창구를 통한 공유에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창구에서는 VIP의 메시지가 그대로 공유, 공개 되었다.

    몇시간 후 그 메시지를 접한 언론에서 추가 기사를 쏟아냈다. 다시 몇시간 후 최초 문제를 제기했던 규제기관이 발칵 뒤집혔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에는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 케이스에서는 VIP의 의사결정 미참여 및 단독 행동의 위험함, 위기관리위원회의 무력화, 임원들간 사일로의 문제, 정무감각의 부족 또는 부실로 인한 문제 등이 핵심적인 반면교사 포인트가 되겠다. VIP의 개인적 생각은 물론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의 파장은 미리 예측가능해야 했다. 그리고 그 부정적 파장을 방지 또는 최소화 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중간에 위치해야 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자 시던 VIP

    아무런 문제 없이 평소와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갑작스럽게 VIP께서 임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위기관리 및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셨다. 예기치 못했던 질문을 받은 한 임원은 부랴부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고 실제 시뮬레이션까지 해 보자는 내부 제안을 했다. VIP께서 흔쾌히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 하셨다.

    수개월에 걸쳐 여러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핵심 리더들과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대응 매뉴얼의 형식을 가다듬으며 디테일을 업데이트 했다. 이후 위기대응 시뮬레이션을 대규모로 실행했다.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조직을 본사와 해외, 지방 등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VIP께서도 직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시어 의사결정 훈련을 하셨다.

    그 과정에서 몇몇 임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고 바쁜데,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예상해 시뮬레이션까지 한다는 것은 좀 너무 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결국 어떻게 든 여러 점검과 개선 그리고 훈련을 통한 경험은 위기관리위원회측에 제공되었다.

    그 이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실제 위기상황이 발생되었다. 위기관리 위원회 임원들은 지난달 시뮬레이션을 기억하면서 물 흐르듯 움직였다. 다양한 사전 고민 부분들을 점검하면서 대외 기관과의 협업은 물론, 본사, 해외, 지방 등의 사업망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상황이 안정화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회사 내외부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위기대응 프로세스와 자세였다는 칭찬을 듣게 되었다.

    이 케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슈 및 위기관리에 대하여 항상 질문하고 궁금증을 가지는 VIP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질문하는 VIP가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역량을 키운다. 평시 아무 일도 없었을 때 하셨던 질문 하나가 그 회사가 수십년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 하는 대형 위기를 제대로 관리해 내게 만들었다. 이 VIP의 솔선수범은 그 질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실제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하다 보면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 주시는 VIP가 분명 있다. 그러나 일부 VIP께서는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있다. 또 일부는 개인적으로 상황을 개선시켜 보려 동분서주하시는 분도 있다. 여러 조언가의 말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못하시고 고민만 하시는 VIP도 있다.

    일부 VIP는 경험이나 정무감각이 충분하지 못하셔서 현장상황과 괴리되는 대응 지시를 계속하시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과 정무감각을 관련 전문가들에게 의지해 신속하게 성장시키려 하시던 VIP도 있었다. 새로운 대응 방향과 아이디어를 전달하며 계속해서 전문가들에게 검증 받기 원하시던 VIP도 있었고, 대응 방식에 자신을 빼 달라며 부담과 거부감을 나타내셨던 VIP도 있었다.

    물론 어떤 VIP냐에 따라 해당 이슈나 위기관리가 성공한다 또는 실패한다는 원칙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이슈나 위기관리에는 개입되는 변수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경험적 교훈은 VIP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역할을 수행하시면 위기관리 전반이 성공에 가깝게 전개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VIP께서 상당한 의사결정 역할과 참여를 거듭하셨기 때문에, 사후 위기관리 평가에 대한 개인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위기관리위원회 참여 임원들의 현실적인 생각이다. 성공적인 VIP가 하는 위기관리는 일단 빠르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전사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정확한 방향성과 일관성이 설정된다. 최소한 VIP가 사라진 위기관리처럼 좌충우돌, 오리무중 또는 갈팡질팡 같은 내 외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VIP가 제대로 하시는 위기관리는 성공의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VIP가 사라져 버리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해 주지 못하는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그 외 모든 변수는 운에 따라 결정된 다니, 일단 VIP가 하시는 위기관리는 무조건 제대로 되고 볼 일이다. 그게 진인사대천명이다.

  • 위기관리 비용을 어떻게 아끼죠? [기업 위기관리 Q&A 23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가 발생해서 위기관리를 해 보면 예산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어디에서 예산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예산을 끌어 사후 위기관리에 투입 하는데, 이 작업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위기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위기관리는 비쌉니다. 역설적이지만 만약에 위기관리가 값싸다면 어떤 기업도 위기관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갑이 싸게 먹힌다는 것은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 위해도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죠. 따라서 어느 정도 대형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이상의 대형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핵심은 그런 일정 수준의 예산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배분하는 가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예산 운용 방식은 사전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사전 준비를 하는 업무에 상당 비율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기발생 수나 위해도를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사전 투자가 없었으면 가래로 막아야 했을 위기를 호미로 사전이나 초기에 막을 수 있게 됩니다.

    사전에 위기관리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위기관리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자, 가장 저렴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별 준비나 투자 없이 위기 발생 이후에 사용되는 예산에만 신경을 쓴다면, 그 이후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큰 돈을 쓸수록 위기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억에서 수백억을 쏟아 부어 사후 위기관리를 하면 뭐합니까? 이미 해당 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이미지 그리고 여론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텐데요. 엄청나게 많은 물을 쏟아 부어 불을 껐지만, 이미 집은 탈 때로 다 타버리고 기둥만 남은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런 위기관리를 위해 쏟아 부은 물은 또 얼마나 아까운 것입니까?

    사전에 미리 위기관리 체계 수립에 예산을 쏟아 부었다면, 그런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화재가 쉽게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소화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물은 그 양이 훨씬 적을 수 있습니다. 일부는 소실되었더라도, 금새 회복 가능한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예산 배분이 지혜로운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혜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발생할지 말지 모르는 위기에 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가?’ ‘그렇게 예산을 장기간 투입한다고 해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자꾸 조직이 바뀌고, 사람이 이동하는데, 이렇게 위기관리 예산을 쏟아 부어 훈련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소모적 아닌가?’ 같은 일부 내부 반론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위기가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른다는 전제처럼 위험한 생각이 없습니다. 이는 회사를 운명론에 기반해 경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좀 더 올바른 전제입니다. 평소 예산 투자가 위기를 완전하게 방지할 수 있는가 묻는 것도 기본적 고민의 부족에 의한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조금이라도 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위기발생 자체를 완벽하게 방지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가변적 조직과 인력에 쏟아 붇는 위기관리 예산이 소모적이라 생각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어떤 예산 투입이 영원성을 담보로 합니까? 한번 예산을 투입하면 영원히 효과가 발휘되는 분야가 어디 있습니까? 왜 현재 이 시간에도 60만 대군은 소모적(?) 훈련을 거듭하겠습니까? 왜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며 그 큰 국방 예산을 사용합니까? 위기관리 예산은 사전에 써야 가장 효율적입니다. 위기를 제대로 경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거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기업은 없을 것이다. 어쩌다 사회적으로 대형 위기라도 발생되면 회사 대표께서는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자”는 주문을 하신다. 어떤 대표께서는 “우리 회사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신다. 어떤 회사에서는 전체적으로 “우리는 위기에 대한 의식이 적고, 실제 위기관리를 해 본 경험이 없으니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아야 하겠다”는 공감대가 생겨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보기도 한다.

    대표께서 주문이나 질문을 하셔서 시작된 경우나,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있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시작한 경우나, 그 첫 시작 직후 엄청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은 비슷해 보인다. “자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지?”하는 거대한 질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내 어떤 사람은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매뉴얼이라 이야기한다. 또 누구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예전에 만들어 보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반박한다. 위기관리 시스템 보다는 직원이나 경영진이 위기관리 의식을 먼저 고양해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훈련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훨씬 더 실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위의 생각과 의견 그리고 조언들은 대부분 맞다. 그러나 그 하나로 충분한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우선 자기 회사가 정확하게 원하는 위기관리가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그 정의를 기반으로 어떤 형태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야 사후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 실망하거나 놀라지 않게 된다.

    이런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혼동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과 핵심적 강조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첫째, 위기관리 시스템과 위기관리 매뉴얼을 동일시하지 말자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위기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위기관리 매뉴얼 없는 위기관리 시스템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관리 시스템이 없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존재 가능하다.

    위기관리 매뉴얼만 만들어 놓고, 실제 그 매뉴얼을 기반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은 생각보다 많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원래 그것을 만든 담당자나 컨설턴트들만 읽어 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실제 현장에서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확보해 점검해 보면 대부분이 위기 발생시 활용도가 적다.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사내 최고의사결정자와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숙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자사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곧 위기관리 시스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자사 위기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기록해 놓은 것일 뿐, 그 이상이나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어떤 형태로 구축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완성된 그 시스템을 매뉴얼화 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이 프로세스를 반대로 밟아 나가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둘째,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혼동하지 말자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답을 하는 부서는 홍보실이다. 나름대로 수 십에서 수 백 페이지짜리 매뉴얼을 인쇄 상태로 철까지 해서 가지고 있는 부서다. 그러나 그 매뉴얼을 제공받아 펼쳐 보면 열에 아홉은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라는 사실에 놀라 된다. 심지어 어떤 기업에서는 홍보실무 매뉴얼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부르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전사적 위기관리 주체인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의 운용과 관련된 매뉴얼을 의미한다. 특정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해당 위기에 대한 감지, 분석, 보고, 공유, 의사결정, 대응 방안, 실행 가이드라인, 관제 평가 방식 등을 위기관리 조직 기반위에서 프로세스로 서술한 매뉴얼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 한다. 위기 대응을 위한 각 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해 놓은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위기 발생 시 해당 위기관리를 위해 누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를 정해 놓은 매뉴얼이다. 앞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기준으로 보면 그 매뉴얼의 한 챕터나 부록으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위기 시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대변인 성격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서와 부서장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없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의미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가 생략되어 있는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생략된 위기관리 매뉴얼은 관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위기관리는 말하지 못하는 성악가의 모습과 같다.

    셋째, 매뉴얼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을 아주 멋지게 만들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위기관리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꺼운 매뉴얼은 실제 현장에서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주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위기 발생 시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자사 위기관리 매뉴얼을 펼쳐 페이지를 넘기며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매뉴얼은 평소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 암기 또는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수준과 범위면 족하다. 매뉴얼이 수백에서 수천페이지가 된다면 그 매뉴얼은 일단 활용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아주 아카데믹한 경영진이라 평소에 매뉴얼을 꼼꼼하게 읽고 기억한다고 해도, 그 매뉴얼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그렇게 세세한 매뉴얼이 위기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오히려 위기관리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스스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한다. 매뉴얼은 그냥 종이 위에 쓰여진 활자의 집합일 뿐이다. 실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즉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매뉴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넷째, 위기관리 시스템은 사람이 핵심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어떤 시스템도 그 속안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이 빠진 시스템은 실체가 없는 껍질일 뿐이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그 위기에 영향을 받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사람이다. 또한 그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없으면 위기도 없다. 그 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위기라는 것이 생겨난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사람이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라는 생각을 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모든 시스템이나 매뉴얼 또는 프로세스에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매뉴얼이 두껍기만 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사람들이 그 매뉴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매뉴얼로 대변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사람들이 매뉴얼 없이도 위기관리를 제대로 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는 사람들 즉,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이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그들을 평시에도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을 주려 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위기나 이슈 요소들을 찾아내 케이스 분석을 하고, 그 경험을 한 타사들의 위기관리 방식을 벤치마킹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자사의 사람들을 시스템화 하기 위함이다. 제대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위기관리위원회가 어찌 보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 시스템이라고 하겠다.

    다섯째, 위기관리 시스템의 수명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매뉴얼에 기록되어 있는 위기관리위원회 리스트를 한번 찾아보자. 아마 1년전에 만들어진 매뉴얼 해당 페이지를 들쳐 보면 낯설거나 오래된 사람들의 이름이 몇몇 나올 것이다. 인사이동이 있었거나, 퇴사나 입사로 변동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매뉴얼상 위기관리조직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당시에는 상당히 집중적인 매뉴얼 학습과 그에 기반한 트레이닝 및 시뮬레이션을 경험해 위기관리에 감을 잡고 있던 경영진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가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인력들이 새롭게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그 이전의 팀워크와 역할과 책임 개념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하는 숙제가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의 4분의 1만 바뀌게 되면 일단 그 위기관리 위원회는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내기 어려워진다. 특히나 홍보, 법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등의 위기관리 핵심 부서  인력들이 대거 새롭게 바뀌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은 다시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그에 더해 최고의사결정자가 바뀌어 버린 기업인 경우에는 기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부 새롭게 바꾸거나, 다시 시작하는 수준의 개정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또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정기적인 개정과 반복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이유다.

    여섯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면 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은 무리다

    제대로 갖춰진 위기관리 시스템은 크게 두가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평시 기준으로는 위기의 발생 빈도를 줄여준다. 지속해 주목하고 감시와 모니터링을 병행해 예상되는 위기의 발생을 현저하게 억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은 해당 기업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위기대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준비된 조직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는 빠르고 정확 해진다.

    그렇다 해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게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평소 주목과 방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것이 위기의 특성이다. 미리 준비하며 대비하여 신속 정확한 대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점점 예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도 위기다.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에게 전쟁 억제력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 위기 발생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실제 전쟁 발발 시 보다 유리한 전쟁 수행을 할 가능성도 높다. 기업도 그렇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그런 것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기업보다는 유리하다.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뿐이다.

    일곱째, 최고의사결정 그룹이 참여하지 않는 위기관리 시스템은 신기루다

    위기관리는 기업이나 조직내 상위 1%의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게임이다. 그들의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이 위기관리의 큰 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험과 역량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경험과 역량으로 바로 연결되어진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가 보이지만, 실패하는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참여해 경험을 쌓지 않은 위기관리위원회도 별 의미가 없다. 최고의사결정자가 훈련받지 않고,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의사결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위기관리에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최고의사결정자’라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속에서 최고의사결정자를 현실적으로 배제하거나, 상징적 역할로 편제하고, 실제 시스템을 운용해 보는 많은 훈련과 시뮬레이션에서 열외 시키는 이상한 의미의 의전을 하는 경우 발생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최고의사결정자는 정확하게 명기되어 있어야 하며, 그의 역할과 책임 또한 최대한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그룹의 역할과 책임을 모아 놓은 것이 매뉴얼이라 할 정도로 최고의사결정자의 가치는 중요한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 그 자체다.

    이상과 같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핵심 주제들을 정리해 봤다. 대부분 이해는 쉬우나 실행이나 구현이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두꺼운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기 보다는 실제 위기관리를 수행할 사람들을 학습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을 반복 제공하는 노력에 좀더 주목해 보자.

    그런 반복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위기관리위원회 사람들에게 문화가 된다. 새롭게 조인한 구성원들도 오래된 문화에 빨리 물들게 된다. 그런 문화를 그대로 기록해 업데이트 하면 그 자체가 매뉴얼이 된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의 문제라기 보다는 순서를 어떻게 시작해 반복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반복’이다. 위기관리 명언 ‘예방하지 못하면 준비하라(Prevent or Prepare)’에서도 ‘반복’이 빠지면 별 의미가 없다. 반복처럼 중요한 게 없다.

  • 상상과 현실은 참 다르네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그래도 오랫동안 위기관리 매뉴얼 작업을 하며 고민 해서 위기관리 일선과 의사결정 그룹 조직을 짜고 체계를 만들고 협업을 위해 교육 훈련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위기를 겪어보니 이전 상상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점들이 눈에 띕니다. 이 다른 점들은 어떻게 해야 하죠?”

    컨설턴트의 답변

    그래도 평소 위기에 대한 여러 상상을 해 왔다면 대단한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상상하지 못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말의 의미는 모든 일은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상상을 하며 그에 따라 준비를 하면 할수록 실제 발생되는 위기의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상상했던 위기가 발생했다 해도, 상상하지 않고 있었을 때보다는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할 것입니다.

    질문을 들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니 상상했던 것과 많은 다름이 있었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평소 기업들은 실제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반복합니다. 조금이라도 현실과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보고, 그 속에서 여러 문제나 한계를 찾아보려 하는 것이죠.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관리 체계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업들이 ‘우리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기관리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매뉴얼만으로는 제대로 된 대응을 보장 할 수 없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 그 자체를 넘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로 정해진 위기관리위원회 또는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자산입니다. 그들에게 위기관리 매뉴얼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노력이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시작입니다.

    교육과 훈련을 넘어 한단계 더 실질적 위기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시뮬레이션’이라고 합니다. 현실적 환경에서 위기를 함께 경험 해 보고, 이해관계자들의 변수에 따라 위기를 직접 관리해 보는 실행을 해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은 여러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과 한계를 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들을 다시 위기관리 매뉴얼에 환류관리 형식으로 개선 해 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반복된다면, 그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튼튼해 질 것입니다. 그런 노력이 지속될수록 질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상과 다른 격차나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하나 둘 씩 사라져 갈 것입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일차적으로 완성된 자동차를 시운전 해 보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공장에서 갓 나온 자동차라 할지라도 실제 도로를 운전해 보고, 여러 돌발상황에서 운행 해 보면 사소한 개선점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개선점과 현실적 기능 강화를 반복하게 되면 결국에는 아주 우수한 자동차가 탄생되게 됩니다.

    질문을 들어보면 회사의 위기관리 체계라는 자동차는 잘 연구 해 만들어 놓으셨지만, 실제 도로에 대한 시운전이 완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양한 도로와 험한 지역에서 자동차를 실제로 시운전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과 더욱 가까운 위기관리 체계를 곧 완성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