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BRAIN
기고문: 위기 관리 스토리
위기관리, 민감한 회사가 잘한다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홍실장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위기관리.’ 하지만 회사 직원들은 관련 의식이 희박한 것 같아 고민이다. 항상
기자가 전화해 오기 전에 사내적으로 보고되는 위기들이 없다. 일선 영업에서는 항상 지점장이나 직원들이
쉬쉬하면서 일을 처리해 무마하려고 한다.
항상 큰일이 발생하면 언론이 가장 먼저 안다. 그럴 때 마다 영업임원과 해당 일선 책임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가? 왜 홍보실에게 사전 공유하지 않았나?”하면 항상 답변은 이렇다. “매번 그런 거 다 홍보실과 공유하면 홍보실 일 너무 많아 못합니다.” 홍실장은
이래서 항상 속이 탄다.
법무실은 더하다.
가끔 검찰출입기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회사와 관련된 소송건에 대해 법무실에게 문의 하면 항상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관련 소송에 대해서 언론에게 이야기하지 마세요. 알려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이미 관련 사실을 모두 기사화 하겠다며 확인 취재를 하고 있다. 가운데에서 홍실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미리 해당 소송 정보를 홍보실과 공유했었더라면
대응이 이렇게 까지 지지부진하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 법무실과 법률자문회사쪽에서는 무슨 비밀이 그렇게도
많은지 항상 쉬쉬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도 절대 자신들은 책임을 지거나 바삐 움직이지 않는다. 번지르르 한 일은 자신들이 하고, 항상 불리하고 어려운 일은 홍보실로
보내는 미운 동료들이다.
CEO께서도
그렇다. 무슨 일이 발생해 홍보실이 갑자기 뒤집어 질 정도가 되면 전화를 걸어와 한마디 하신다. “어..? 내가 그거 홍보실에 설명 안 해 줬나? 깜박했네……최대한 홍실장이 힘 좀 써봐. 그건 언론에 나가면 안 되는 건데 말이야. 기사 빼, 광고 준다고 하고…” 홍실장은 한숨만 나온다. 아무리 언론에 대해 설명을 드려도 30년 전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신다.
전체적으로 조직이 위기에 민감하지가 않다. 큰 사건이 발생해 언론의 도마위에 올라갈 일이 생기면 그때만 왈가왈부하다 해당 사건이 지나가면 또 모든 민감성은
사라진다. 얼마 전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 한번 된서리를 맞고난 직후에는 CEO부터 일선 직원들까지 언론이 무섭다는 것을 아는 듯 하다가, 몇
달이 지난 지금은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갔다.
일선에 소비자고발프로그램 취재진이 접촉을 시도하면
항상 홍보실에 먼저 연락 후 접촉 하거나, 홍보실로 연결시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달라 수백번은
이야기했다. 공문을 보내 그렇게 하지 않은 언론접촉에 대해서는 홍보실도 책임 질 수 없고, 해당 직원을 문책할 수 있다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
몇 주 후 모TV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는 누가 봐도 우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주절 주절 하는 것이 그대로 방송됐다. 홍실장은 기겁 해서 해당 일선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강력하게
경고 했었다. 그 때 일선 직원들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랬다.
“실장님도 한번 당해보세요. 몰래카메라 숨겨 들어왔는지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몇 가지만 묻겠다 해 그러라 한 것 뿐인데…실장님이라도 우리하고
달랐겠어요? 우리도 피해자입니다.”
홍실장은 할말이 없다. 회사 내에서는 항상 언론 취재를 당하면 모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료까지 건네준 후 사후보고가 일반적이다. 그것도 취재를 당한 그날 직접 보고가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서 몇 일 후 홍보실로 흘러 들어오는 적도 다반사다. 그 때쯤이면 항상 홍보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마련이다.
홍실장이 더 황당한 것은 언론 앞에서 실수를 하거나, 사려 깊지 못한 언행을 한 직원들도 자신들은 피해자라 주장하는 부분이다.
CEO부터 일선 직원들은 언론사와 기자들을 아주 나쁜 종류의 인간들로 치부한다. 아무리
설명 하고 메커니즘을 이해시키려 설득 해도 결국은 “그래도 우리는 기자가 싫다!”한다.
CEO께서도
항상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언급하시면서 “그런 식으로 취재하는 게 언론사로서 할 짓이야? 그런 막가파식 취재는 법적으로 문제 없나? 일반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그런 프로그램들 없애기 운동이라도 해야겠어.”하신다. 우리가
잘못 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반 의견이 없으시다.
홍실장은 항상 그래서 고민이 많다. 언론은 언론의 일을 그대로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 회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 생각한다. 항상 그런 언론을 탓하기만 할 뿐 우리가 민감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누구도 회사를 위해 어떤 위기대응 시스템이 필요한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항상 벌어지는 위기를 어떻게 내부 보고하고, 공유하고, 전략을 만들어 대응 할까 하는 생각이 부족하다. 그 이전에 위기관리라는 것이 자신들이 함께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없다. 그냥
위기가 발생되면 언론에서 꼬치꼬치 캐물어 오니까 홍보실만 열심히 막아내면 어느 정도 무마 된다 간단히 생각한다.
홍보실 자체에서 만들어 내는 위기는 없는데 항상
위기가 발생하면 홍보실만 바쁘다. 이물질이 나와도, 소비자가
소송을 해도, 공정위나 국세청 조사를 받아도, 회사가 악성루머에
휩싸여도 항상 홍보실만 동분서주한다.
조직이 좀 더 민감해졌으면 한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모든 부분에 있어서 세련된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진짜 위기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홍실장은 계속 기대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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