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협력사·유통망

  • 가치 중심의 빌링 vs. 시간 중심의 빌링

    얼마 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에스코토스 강함수 대표와 함께 저녁을 하면서 빌링(billing)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주제는 위기관리
    서비스를 가치 중심의 빌링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 시간 중심 빌링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맞느냐 하는
    것이었다.

    일반적 리테이너 PR의 경우는 담당 AE와 그
    팀의 시간투여량을 기반으로 하는 시간 중심 빌링 시스템이지만 위기관리 서비스는 이렇게 단순하게 시간 중심 빌링 시스템으로 가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를 들어 위기시 전혀 준비되 있지 않던 클라이언트사 대변인께서 위기 커뮤니케이션 코치들에게 짧고 핵심적인 인터뷰 전략과 메시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전수 받고 아주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실행했다 치자.

    위기 커뮤니케이션 코치들이 투자한 시간을 3-4시간이라고 해 보자. 여기서 클라이언트사는 성공적인 인터뷰 실행으로 잃을 뻔 했었던 고객 대부분을 다시 리테인 할 수 있었고, 수십억 이상으로 예상되던 손실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일종의 대가로 위기 커뮤니케이션 코치들에게 몇 백만원만 돌아간다는 게 적절한가 하는 이야기다.

    또한 시장 내에서 위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정확한 의미와 판매 가능한 수준과 품질로 제공하는 플레이어들이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단순한 시간
    중심 빌링이 과연 누구에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오늘 우연히 미국의 맥관련 메거진 Macworld가 잡지 표지를 만드는 바이럴을 구경하게 되었다. 우리 같이
    디자인에 비전문가인 사람들은 잡지의 표지를 그냥 0.5초 정도 훑어보고 만다. 그리고는 “만약 이렇게 만들 수 있겠어? 당신?” 하면 아마 이렇게 답변할꺼다. “그거…뭐…사진
    한 장 찍고 포토샵에 앉혀서 그냥 텍스트 집어넣고 색깔 맞추면 되는 거 아냐? 반나절이면 충분하겠네
    뭐…”

    디자이너들이 들으면 얼마나 속이 탈까?

    앞으로 내 주변의 모든 전문가들 하나 하나를 다시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들이 생산해
    내는 가치를 중심으로 그들을 평가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그들의 겉모습이나 그들의 생산물에 집착하기
    보다…그리고 그들의 빌링액수에 입을 벌리기 보다…그들이
    생산해 내는 진정한 가치를 사야겠다.

    우리 코치들도 주변에서 우리를 빛내주는 모든 파트너사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이 생산하는
    가치들을 존경하면서 구입하는 습관을 훈련해야 하겠다.

    세상 모든 것은 역지사지 아니겠나…

  • 미국 PR 선수와의 업무 후기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업무를 하다보면 몇가지 우리나라와 다른 점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재미있어 한다. 최근에 모 미국계 제약 회사의 Crisis management project를 뉴욕의 파트너PR사와 함께 진행했다. 뉴욕에서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선수는 젊은 미국 여성이다. 직급을 추정할 수 있는 타이틀명을 보면…년차수가 몇년되는 중급 매니저다.

    몇달전 토요일 아주 이른 아침. 주말 강의차 이른 아침에 차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휴대폰으로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급한일이니 도움이 필요하단다.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한국에서 큰 위기를 당했는데 도와줄수 있겠냐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리 복잡한 스토리는 아니다. 한국에서는 어느정도 ‘감’이 잡히는 스토리인데…태평양 건너 PR실무자에게는 굉장히 한국 상황이 낯설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소연을 한다.

    이 선수와 여러 이메일을 주고 받고, 보고서를 꾸미고, 모니터링과 결과 이메일들을 쏟아 붓고 받고 하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미국 PR선수들의 업무 타입들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이번 그 선수도 그렇지만 미국의 파트너 선수들은 대략 이런 경향이 있었다. (뭐..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예외도 물론 있겠지)

    • 빠르다. 일단 유럽이나 아시아계 선수들 보다 평균 이메일 답변이라던가 의사결정이 빠른편이다. 안되면 안된다는 답변도 빠르고 정확하다.
    • 이메일을 되도록 간단하게 여러번 쓰려 노력한다. 처음 상황을 깊이 있게 설명하려는 이메일은 비교적 길지만, 그 이후 업무 이메일은 간단하게 핵심 요소들로만 Yes or No 중심이다.
    • 한국 상황과 한국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현지 컨설턴트들을 일단 존중한다. 일부 원칙론적으로 잘난척 하는 선수들도 있지만…대부분은 현장을 존중한다. 사실 존중 안 해 봤자 자기만 고달프니까 그러겠지.
    • 한국 선수들의 스피드와 정보력(사실 한국은 작은 시장이다) 그리고 열중하는 모습에 상당히 놀라워 한다. – 사실 주말에 몇시간동안 협력(collaboration)해서 리포트를 뚝딱 해 치우는 나라 선수들이 몇 없다. 그 리포트를 아마 뉴욕에서 만들어야 했다면 사설탐정을 써서 일주일 걸렸을 수준이다.
    • 미국 선수들은 주말 포함 가능한 하루 20시간 가량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시차를 극복하면서 커뮤니케이션에 열중할 수 있다. 블랙베리와 다양한 툴을 활용하는 건 기본. 특히 위기관리 프로젝트에서는 그렇다. (이번에는 덕분에 오랜만에 휴대폰 넘어로 들리는 뉴욕의 생생한 퇴근시간 트래픽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 리더십이 강하다. 클라이언트 본사 그리고 클라이언트 지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션에 있어서 전문성을 가지고 꼼꼼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준다
    • 칭찬을 많이 한다. 보통 외국선수들과 일을 많이 안해 본 선수들은 그들이 이메일 앞뒤로 던지는 찬사 어구들을 오버해서 해석하고 스스로 감격해 한다. 그 반 정도로만 이해 하길.
    • 미국선수들은 일단 시원 시원하게 인보이스를 받는다. 아시아쪽이나 유럽쪽 선수들 보다 예산부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원한 것 같다.

    각국 선수들마다 특성이 있지만…일반적으로 같이 일하기 쉽고 시원 시원하게 선수끼리 일한다 느낌이 나는 경우는 미국 선수들과 일할 때다. 인종차별까지는 아니지만…내 경험이 그렇다.

    P.S. 말 통하고 정서 통하는 같은 한국사람끼리는 왜 이렇게 같이 일하기가 느리고 내심 답답할까? 이유가 뭘까…

  • 유명회사 고추장이었다면 차라리…

    식약청에 따르면 남제천농협은 내용물이 변질돼 용기가 부풀어오르는 등 제품에 하자가 있어 반품된 고추장과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을 새로운 원료와 섞어 유통했다. 특히 항공사에 납품된 쇠고기볶음고추장의 경우 변질되기 쉽고 식중독 발생 우려가 있어 철저한 소독과 살균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거꾸로 정상적인 원료를 살균 처리한 후 변질된 반품제품과 섞어 포장해 판매했다. [중앙일보]

    식약청에서는 모 농협의 불법적인 생산판매사실을 적발했는데, 해당 농협보다는 모 유명 항공사가 더 위기를 맞았다. 해당농협이야 뭐 생산 그만하고 접으면 그만이지만 얼떨결에 당한 항공사는 어쩌란 이야기인가?

    기내식이라는 것이 해당 항공사에게는 여러 마케팅적인 도구이자 프라이드인데 그것도 그 중심에 있는 (비빕밥용) 고추장이 치명타를 입은거다. 당장 지금 이시간 기내식에 딸려 나오는 고추장을 먹을려는 승객들이 있을까? (해당농협제품이 아니라 해도 찜찜하겠다)

    생산주체가 대형 식품기업이라면 그 나마 논란의 촛점이 양분되거나 하겠지만 완전 독박을 쓰게 생겼다. 골치 아프겠다.

  • 위기관리가 힘든 이유

    위기관리가 힘든 이유

    얼마든지 전체 가전시장의 불황을 탓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간의 자만을 반성하고 스스로 고개를 숙였다. 한순간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대리점 사장단은 뜨거운 박수와 눈물로 협력과 단결을 약속했다. 이 사건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의 수많은 전설 중 백미로 꼽히는 ‘아타미 회의’ 장면이다. 이를 계기로 본사 영업본부장으로 복귀한 마쓰시타는 전사
    차원의 논의를 거쳐 지역별 판매회사망을 조직하는 등 회사를 부활시켰다. [중앙일보]

    위기관리와 관해 일본의 마쓰시다의 위기경영을 본받자는 움직임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다가 실행한 위기관리 사례에 대해 중앙일보에서 하나의 예를 들었다.

    일본기업들의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국민성과 비슷하게 상당히 사과에 익숙(!)하고 사과 이후에 관대함을 느낀다. 반대로 우리는 사과에 상대적으로 인색하고 사과를 해도 그리 관대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에서 위기관리가 좀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사과의 효력은 사과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사과 이후 개선 활동의 품질과 진정성에서 효력이 나오기 마련이다. 흔히들 사과 하면 됐지…뭘 더 바래…이런 식으로 사과에 임하니까 효력이 의심되는 거다.

    또 사과의 효력은 사과 주체의 무게감(명성)과도 비례한다. 문제는 무게감 있는 인사(오너 또는 CEO)는 절대 사과하려 하지 않는 다는 게 딜레마지만. 그래서 어렵다.

  • 더욱 궁금하다…

    빙그레는 며칠 전 홍보실장이 나서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에 비해)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는 물을 많이 타서 맛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다른 언론매체를 통해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는) 품질이 낮은 우유가 아니라 원유 함유량이 다소 낮은 것일 뿐”이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거대 대형마트가 제조회사들에 횡포를 부린다고 항변했습니다. [동아일보]

    2개의 우유회사와 하나의 유통사가 서로간에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동아일보에서 보도했다. 이전 포스팅에서 과연 이 우유회사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적대적인 강력한 메시지를 가져갔는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사실 아직도 궁금하다.

    분명히 PL문제에 대해서는 납품업체들이 메시지상으로 선을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이 있는데…그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에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에서는 특히 우유업체들이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는데….메시지를 바꾼것도 사실 아니다.

    위 기사 부분을 보아도 이전의 ‘물을 많이 타서 맛이 없다’는 메시지와 ‘원유 함유량이 다소 낮은 것’이라는 메시지가 서로 뭐가 다른가. 표현상에서 완화된 것이지 주장하는 실제 내용은 같다.

    아직도 우유회사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유통업체와 맞서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해당 유통업체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PL우유제품들을 일단 퇴출시켰다. 유통업체와 우유업체간에 심각한 사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우유업체들이 PL납품가의 약한 마진때문에 납품 포기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이슈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그외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건지…소비자들은 헷갈린다. (사실 기자도 헷갈려 하는 것 같다) 일부 홍보담당자들의 말실수들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 전략이 궁금하다

    빙그레는 자체 브랜드 ‘바나나맛 우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마트에 납품하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 빙그레 제품의 원유 함량 비중이 86%인 데 비해 이마트 제품은 80%로 원유 대신 물을 많이 섞는다는
    것.

    김기현 빙그레 홍보실장은 “유통회사가 시장점유율 1위 회사에 PL 제품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건 ‘제 살 깎아 먹으며 죽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보다 ‘맛이 없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를 소비자들이 완전히 별개의 제품으로 인식하도록 용기와 용량을
    다르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최근 롯데와 샤넬간의 이슈는 유통사와 제조사간의 갈등이 그 근간이었다. 오늘 동아일보에서 이슈화 한 이마트와 우유업체들간의 이슈도 이와 구도가 같다. 특히, 이 기사에서 Quotation을 제공한 제조업체인 빙그레의 메시지는 상당히 강력하다.

    기자가 기사를 통해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고 전제하면서 빙그레의 비교적 정확한 quotation을 받아 썼다. 그 표현이나 직접적인 메시지가 매우 공격적이다. 이 회사가 유통업계에서 이마트와 공개적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 근간인건지…다른 맥락이 존재하는 것인지…아니면 그냥 off-the-record가 기사화 된 것인지 상당히 궁금하다. 예전 다른 기사들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 비딩을 통해 기업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오래전 내가 담당하던 토요타의 쇼이치로 회장이 한국을 방문 했을 때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자동차에 대해서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그 정도의 가격에 그 만큼의 품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연구 중이다.”

    쇼이치로 회장의 야마는 “어떻게 그렇게 싸게 잘 만드는 지 놀랍다”라는 거였다. 부품 단가를 관리하는 소싱 기술이 주요한 게 아닌가 한다.

    이전 직장에서는 글로벌 소싱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것은 최초 소싱 단가 기준부터 시작을 하면 전세계 서플라이어들이 실시간으로 납품가들을 베팅을 하는 역경매 방식이라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5달러로 시작된 POS 포스터를 장당 50센트까지 납품가를 떨어 뜨리고는 했다. 중국의 어떤 프린트 업체는 25센트에 낙찰을 맏고 난 뒤…도저히 이 비용에 맞출 수 없다면서 생산포기를 해서 전세계 담당자들이 발칵한 적도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역경매를 통한 아웃소싱은 불법이라고 들었다. 아무튼 기업들의 비용관리 노력은 이토록 눈물겹다.

    문제는 비용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소싱 업무의 목적이 무엇이냐다. 소싱의 목적은 ‘서플라이어들이 자신들의 마진을 최소화해서 자사에게 이상적인 비용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 이상적인 비용수준이 해당 서플라이어 제품의 품질 하락과 맞물리면 안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라 ‘같은 다홍치마면 싼걸로’다.

    그러나 실제적인 문제는 ‘같은 다홍치마들 중 싼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싼 다홍치마중에는 입다가 가져온 다홍치마도 있겠고, 검정 색깔 나일롱을 저질 염료로 염색한 다홍치마가 있을 수도 있겠다.

    이전 직장에서도 소싱담당자들과 실무자들간에는 항상 갈등이 존재해왔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아니 우리 브랜드의 색깔이 제대로 포스터에 반영이 안되잖아. 이게 무슨 빨간색이야…핑크색이지?”한다. 하지만 소싱담당자들은 “우리가 포스터를 중국에 소싱을 해 년간 1억을 세이브했습니다. 사장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딩은 망쳐도 소싱을 통한 1억 세이브는 박수감이다.

    회사가 이렇게 가면 소싱의 원래 목적이나 의미가 없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소싱이 기업 스스로를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무리한 소싱의 인프라에는 탐욕스러운 서플라이어들도 한 몫을 한다. 경쟁업체가 이기는 것을 보지 못하는 서플라이어, 어떻게 되든 납품 수만 맞추면 된다는 서플라이어, 품질은 무슨 개뿔이냐면서 자기합리화 하는 서플라이어들이 한몫들을 한다.

    소싱이 잘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 탐욕스러운 서플라이어들
    • 가격 중심의 소싱 원칙
    • 소싱 담당자의 실적주의
    • 전사적인 품질 지상 주의 부재

    등이 소싱 업무를 반기업적 업무로 진화시킬 충분한 인프라가 된다는 게 문제다.

    PR도 마찬가지다. 품질을 희생하면 손해보는 쪽은 ‘클라이언트’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좋다. 앞에서 남는 몇백이 남는게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 브랜드의 추억

    브랜드의 추억

    80년대초였다. 시장에 가시는 어머니를 조르고 졸라 운동화 한켤레를 사러 운동화 가게에 들어갔다. 그 운동화 가게에서 한 500m 떨어진 곳에는 그 당시 부잣집 아이들의 상징이었던 ‘나이키’ 대리점이 있었고, 그와 경쟁하려고 노력했던 매스티지(?) 브랜드 ‘프로스펙스’ 대리점이 그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나이키나 프로스펙스가 아닌 일반 운동화 가게에 나를 데리고 오신 어머니에게 불만이 많았다. 아주 어려서 부터 그곳에서 운동화를 사서 신었었으니 어머니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를 그곳으로 데리고 오신거다.

    나는 잔뜩 볼멘 얼굴로 진열대를 두리번 거렸다. 당시 기억나는 대화들.

    어머니: 얘가 신을만 한 운동화 좀 줘보세요. 너무 자주 신발이 닳아서…

    가게 주인: 흠…너 발이 몇이냐? 음…그러면 이거 어떠세요. 요즘 애들 많이 신는건데 이거 잘나가요.

    나: 이게 어디꺼죠? (당시 이는 브랜드를 의미함…)

    가게 주인: 응. 이게 페가수스라고. 좋은 신발이야. 너 프로스펙스라고 알지? 그거하고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거야. 신발천이랑 밑창 거의 똑같아. 신어 봐. (이 주장이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름…)

    나: 아뇨. 저는 이건 싫구요. 저건 뭐예요? (많이 본 듯한 유명 브랜드 디자인의 신발을 가리켰다)

    가게 주인: 응? 어…이건 프로월드컵이라고 요즘 새로나온 신발이야. 사실 이게 나이키나 프로스펙스 보다 낫다. 재질도 그렇구…디자인도 좋잖아.

    어머니: 아니 뭐가 그렇게 까다로와? 둘중에 골라 어떤거 살꺼야?

    나: 에이…나 신발 안살래.

    그리고 나는 그 가게에서 그냥 돌아 나왔다. 어머니가 따라 나오셨고. 그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이러셨단다.

    “요즘 애들이 이름있는 신발만 신을라고 해서 문제예요. 사실 이 신발들이 나이키니 프로스펙스니 하는 것들 보다 품질은 훨씬 낫거든요. 애들이 겉멋만 들어서 그래요 요즘…쯧쯧.”

    이 대화는 1880년대의 대화가 아니다. 당시에는 브랜드가 그냥 품질의 상징이었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인식되었다. 괜히 브랜드를 찾거나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는 회사는 허파에 바람 든 녀석이거나 사기성 있는 기업이었다.

    품질 좋은 상품만 만들면 팔린다…이게 당시 상점이나 기업 주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아주 오래된 추억이다.

    그러나 놀라우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그 운동화 가게 아저씨 같은 분들이 2008년 현재에도 계시다는 거다. 그것도 큰 회사나 브랜드를 이끌면서 활발하게 활동들을 하시고 계시다는 거다.

    PR 에이전시에서도 극소수 일부만 이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심지어 브랜드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듯 하다. (말씀은 안하셔도…)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에이전시들은 왜 클라이언트가 행복하게 pay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우리 활동의 가치를 몰라줘도 한참 몰라 주신다 불평을 한다. 품질은 다 똑같은데…왜 글로벌 에이전시만 찾느냐 한다. 우리가 그네들 보다 훨씬 일을 잘하는 데 왜 우리는 그들보다 pay를 적게 주시느냐 반문한다. 우리가 뭐가 빠지냐고 소리친다.

    그 조그만 운동화 가게 아저씨는 지금쯤이면 그 이유를 아셨을까? 살아계시다면…

  • 공항에서 항상 느끼는 불합리

    처음 국외발 비행기를 탔던 게 약 15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그 흔한 배낭여행 한번 가보지 못하고 군대 다녀와서 유학길로 허겁지겁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탔었다.

    그 후로 역마살 때문인지 무리다 시피 마일리지를 기록하면서 여행이나 출장들을 다니곤 하는데…매번 공항에 머무를 때 마다 흥미로운 상황들이 목격되곤 한다. 이번 연휴기간 동안 공항에서 목격한 여러 상황들 그리고 관찰 일기.

    공항 시스템을 얼핏 보면 상당히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잘 갖추어진 듯 보이는데…이게 매번 느끼지만 웃기는 소리다. 얼마 전 세스 고딘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공항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불평성 포스팅을 했었는데, 진짜 그렇다. 경험상 몇 가지 비합리적이고 일관성 없는 프로세스들을 한번 정리해 보자.

    • 티케팅을 하는 승무원들이 어떨 때는 본인 얼굴들을 전부 다 확인하려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냥 한 명이 두세 명의 티케팅을 할 수 있게 배려할 때도 있다. 솔직히 여권의 얼굴을 티케팅하려는 사람과 일치시켜 본다기보다는 몇 명이 다 있나 하는 수준인데…이럴 필요가 굳이 있을까?
    • 코트는 물론 벗어야 하겠지, 근데 두께 2-3mm 순면 짚업 후드티를 벗어야 할까? 앞에 있는 여자는 조금 더 두꺼운 캐시미어 가디건을 그냥 입고 검사대를 통과하게 하고는 나 보고는 벗어 검사대에 올리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 신발. 항상 벗어야 할까? 같은 인천공항이라도 어떨 때는 벗어서 무좀균이 득실 거릴 찌도 모르는 슬리퍼를 신게 하지만, 또 어떨 때는 그냥 신고 나간다. 어떤 여자의 굽 없는 단화 스타일의 운동화는 벗으라고 하다가도 어떤 여자의 굽 15cm짜리 운동화는 그냥 지나 보낸다.
    • 벨트. 이것도 항상 벗어야 할까? 변태도 아니고 가뜩이나 골반바지를 입고 돌려맨 허리띠를 벗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허리띠가 두꺼운 가죽재질이라면 오케이. 얇은 일본비단으로 된 허리띠에다가 폭발물을 숨기는 재주가 있다면 테러리스트 하지 말고, 특허를 내서 먹고살 테다. 어떨 때는 벗으라고 하고 어떨 때는 그냥 가라 하니 창피하고도 헷갈린다.
    • 화장품, 액체류. 100ml니 50ml 기준은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그 큰 가방에서 샘플용 로션을 빼라고 할 때는 진짜 난감하다. 25ml짜리…그 것도 다써서 정확하게는 3.74ml 가량 남아 있을 찌도 모르는 그 고무 튜브를 빼라니. 또 어떨 때는 향수병이 철렁 찰랑 들어 있어도 오케일 때는 또 뭔가.
    • 어떤 공항, 같은 공항이라도 때에 따라…노트북을 빼라고 할 때는 뭐고, 그냥 스캐너에 집어넣으라고 하는 때는 뭔가. 그 이유가 뭘까?
    • 이해안되는 금속감지기. 어떨 때는 청바지 단추나 탭에도 반응하는 이 감지기가…어쩔때는 아무 소리도 안 낸다. 내 몸에 출국할 때와 똑같은 청바지 탭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출국 때 삑삑 울리게 했던 철제 시계가 떡 하니 차여져 있는데 소리가 없다. 그럼 출국 때 그 감지기는 뭔가.
    • 외국 일부 공항에서는 티케팅을 할 때 1차 수하물 스캐닝을 한다. 어차피 핸드캐리는 출국심사 전에 스캔을 하는데 먼저 여기서 한 번 더 한다. 체크인을 한 백들도 다 2차 스캔을 하는데…줄을 100미터 이상 세워놓고 하는 이 1차 스캔의 필요는 어디에 있을까? 한 번에 확실하게 하면 안되나?
    • Duty Free에서 구입한 제품들을 어쩔때는 직접 손에 쥐여 주는 곳이나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기내 앞에서 배분한다. 출국 시에 샀던 로열 살루트는 안전하고, 입국하면서 산 랑콤 향수는 위험할까?

    그리고…

    출국이나 입국심사시에 인천공항에서 인상을 과도하게 찌푸리고 있는 입국심사원들은 항상 왜 그런 걸까? 휴일에 일하는 게 불만인가? 해외 여행 다니는 것들에 대한 증오인가? 법무부의 위신이나 문제있는 출입국자들에 대한 경고라고 한다면…오해다. 집어 치울 것.

    또 그리고…

    모항공에서 인천공항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셀프 체크인 장비. 이 소프트웨어…특히 여권 스캐닝 소프트웨어…누가 납품했는지 모르지만 감사를 한번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주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저품질 납품을 걸어서 납품비는 반만 줘도 되겠다. 출국 기분을 항상 망치게 하는 에러 투성이다. 그 간편해야 할 기계 앞에 각각 서 있는 수많은 랜드 직원들은 다 뭔가? 중간관리자급 이상도 보인다. 그 시간에…다른 일을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이런 상황이 상당히 불합리하고 일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별로 문제제기가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내 생각으로는 해외여행을 목적으로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많은 부분들이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한다. (순전히 관찰을 통해서 그냥 떠오른 생각이다.)

    인천공항에서 한참을 바라본 많은 여행객들의 특이한 행동들…

    • 눈동자들이 빨리 움직인다. 평소보다 상당히 불안하고 빠르다.
    • 같이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시 말 속력이 약간 빠르다.
    • 목소리의 크기 또한 높다. 과도하게 높거나 여성의 경우 짜증스러운 경우들도 많다.
    • 발걸음이 빠르다. 비행기 출발시간과 관계 없이.
    • 면세지역을 이동하는 데 있어서 같은 지역을 좌우로 반복 통행한다. 목적을 둔 쇼핑이 아닌 경우가 많다.
    • 여러 가방 주머니와 바지 점퍼 주머니에 자주 손을 넣어 휴대물을 반복 점검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약간 흥분상태다. 초조함과 어색함이 보인다. 따라서 곰곰이 왜 공항의 프로세스가 이따위일까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불합리한 시스템이 도도하게 운영되는 듯하다. 세스 고딘의 포스팅 때문이 아니라…내가 지금까지 십여 년간 쭉 느껴온 스트레스라서 화가 난다.

  • You Need To Get Out, NOW!

    Wine Library TV를 운영하고 있는 와인 마케팅 전문가 Gary Vaynerchuk가 Web2.0 keynote 연설로 들려 준 아주 자극적(?)인 스토리다. 상당히 자극적이라 전염성이 있다. 이 선수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서 가장 키 메시지라면:

    “If you’re pumping out good shit, people will follow. But if
    you for a second – for a 1/2 second – don’t believe in what you are
    doing … you need to get out, now.”

    굳이 번역을 하자면…

    “만약 니가 다른 선수들보다 잘나가고 있으면, 사람들은 너를 따를 거야. 하지만, 만약 단 일 초나 2분의 1초라도 니가 하는 짓이 못 미더우면…그 짓을 때려치워야 해, 바로 지금 당장.”

    이 선수는 도미노 피자 가맹점 점주들을 위한 워크샵 기조연설에서도 이렇게 이야기했단다. “You Are Fucked!!!!!”

    이 동영상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나 스스로 믿고 있는건지. 그리고 진짜 평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만약 이 일을 때려치운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질문이 “너는 너 자신을 믿냐?”하는 건데…이런 어려운 질문을 이 녀석이 오늘 아침 던지고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