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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후 명성 회복은 어떻게? [기업 위기관리 Q&A 26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작년에 저희 회사가 큰 위기를 겪고 나서 이제야 좀 상황이 나아져 가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이제 명성관리를 해서 훼손된 명성을 다시 재건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데요. 위기 이후 명성은 어떻게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많은 기업들이 위기 이후 명성관리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사업 연속성 차원에서 훼손된 명성을 보유한 채 아무렇지도 않게 이전과 같이 비즈니스를 영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은 종종 ‘우리 회사는 원래 그런 회사가 아니었다. 지난 위기 때문에 회사가 그런 식으로 비춰졌을 뿐이다. 실체를 똑바로 알리면 다시 명성이 재건될 것이다’는 확신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런 기업은 대부분 위기 이후까지도 내부에서 억울함이나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위기관리를 잘 못 해서 자사의 명성이 훼손된 경우라도, 실제로는 공중들이 인식하는 것 보다 훨씬 좋은 회사인데 실수도 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성에 금이 갔다고 보는 것이죠. 위기관리 실패를 위기의 핵심이라고 보는 셈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명성회복 활동이 실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완전하게 지난 위기 상황에 대한 내부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사가 경험한 위기관리 실패의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명성회복은 더욱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위기에 대하여 ‘우리가 운이 나빴다’ ‘참 억울했던 위기였다’ ‘우리는 희생양이었고 마녀 사냥의 대상이었을 뿐이다’는 식의 정의를 사후까지 가지고 있다면 정상적인 명성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의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도 ‘그런 실수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그렇지, 준비만 되어 있었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경우에는 제대로 위기관리를 하지 못했을 것인다’는 식의 공감대가 내부에 존재한다면 명성회복은 정말 어렵습니다.

    성공적인 명성회복이 기획되고 실행되려면 가장 먼저 지난 위기를 정확하게 복기하고 내부적으로 건강한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그 위기가 정확하게 어떤 것이었다는 정의 내리기가 필요합니다. 그 정의가 내려져야만 기업 구성원들은 그 위기와 올바르게 마주하게 됩니다. 지난 위기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 명성회복의 핵심과 주제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과정에서의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 원인 또한 정확하게 짚어 내야 합니다. 내부 정치적이거나 상호 관계에 의한 자의적 원인 규명이 아니라, 왜 지난 위기관리가 유효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객관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명성회복을 위한 실행 방식 결정도 가능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사후에 필요 한 올바른 정의와 원인에 대한 규명 단계가 생략된 채 명성 회복에 나서는 경우입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지난 위기의 핵심 주제는 외면한 채 ‘이미지’ 중심의 분 바르기가 시도됩니다. 공중이 왜 그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보다는 앞으로 어떤 이미지로 비춰져야 할지를 더 고민합니다. 이후 공감대가 생략된 채 다양한 창조성이 실행과 연결됩니다. 이는 마치 중병을 앓고 난 환자가 그 병의 원인을 찾아 완전 치유하려는 노력은 생략 한 채 다시 화장을 하고 새롭게 멋진 옷을 걸치려 하는 모양새와 같습니다. 일의 순서를 생략하면 다시 문제가 돌아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다르죠? [기업 위기관리 Q&A 256]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 전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의사결정 시에도 전략성에 대한 논의를 자주 하는데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이 말에서 딱 떠오르는 구체적 개념이 없어 고민입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한마디로 설명 드리면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여러 맥락과 환경 그리고 해당 상황을 미리 분석하고, 그와 관련된 논점들과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고민해서 준비한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커뮤니케이션은 여러모로 전략적인 것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 일정기간 이상의 준비가 선행되기 때문에, 그 커뮤니케이션 실행 결과의 안정성이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옵니다. 기업이나 조직이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제대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은 실행 이후의 반응과 구체적 결과가 예상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잘 준비된 보도자료를 보면 기사화될 제목과 핵심 메시지가 정확하게 예상됩니다. 잘 준비된 인터뷰는 기사화될 쌍따옴표들이 예상되지요.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직원들이 환호하고 박수 칠 메시지에 대한 예상이 가능해집니다. 기자회견도 그렇고, 사과나 해명광고 또한 그렇습니다. 결과와 반응이 상당부분 예상된다는 것이죠.

    만약 예상했던 결과와 반응이 전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나타난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준비된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어떤 분석이나 이해 그리고 준비 작업에 이상이 있었는지, 혹시 실행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사후 분석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추후에 다시 제대로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하다 보면 항상 건너야 하는 큰 강이 있습니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바로 그것입니다. 시나리오는 문서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고, 경험 있는 컨설턴트와 경영진의 머릿속에 공통되게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변수를 기반으로 하는 어떤 상황들이 발생 가능할까 하는 시각의 공유입니다.

    그러한 공유된 시각들이 곧 실행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예측 가능한 주요 상황별로 준비된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결과와 반응을 예상해 가면 하나 하나 실행하는 것이 전략적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모습입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현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 했을 때 상대 반응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예상 가능한지가 핵심입니다. 예상되면 곧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기업이 특정 메시지를 가지고 내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사 제목, 소셜미디어 주요 반응, 댓글의 대체적 분위기, 블라인드에서의 포스팅 분위기, 고객 접점에서의 반응, 그 외 규제기관이나 이해관계자들 반응 등을 미리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선 실행 후 관찰이 아니라, 선 예상 후 실행이 전략적인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저희 홍보팀이 그게 될까요? [기업 위기관리 Q&A 250]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컨설턴트께서 평시나 이슈발생 시 대외 언론창구를 일원화하라 하시며 창구일원화를 강조하시는 데요. 사실 저희 홍보팀이 그 정도로 전문적이지가 않습니다.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경험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요. 홍보팀이 그런 수준인데 창구일원화가 어떻게 가능한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어떤 계기로 자사 홍보팀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정해졌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물론 홍보팀과 좀더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홍보팀에 기능적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함께 해결 개선하려는 노력은 빨리 해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창구일원화 관련해서 홍보팀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셨습니다. 물론 홍보팀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외부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그 보다 훌륭한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 홍보팀이 그런 창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적 의문이 있고, 그렇게 해본 경험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발생되는 것 같습니다.

    이슈발생 시 기자들이 여러 임원에게 전화 취재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시죠. 임원들이 예전에는 개인적 생각을 기자에게 다양하게 전달해서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이후에는 자사에서 깨달음이 있어서 이제부터는 어떤 임원도 ‘개인적으로’ 기자와 커뮤니케이션 하지 말자. 앞으로는 홍보팀을 공식 창구로 정해 기자에게 그 창구를 통해 회사의 공식 메시지를 전달받게 하자. 이런 창구일원화 체계를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홍보팀은 불안합니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여러 임원이 홍보팀에게 계속 언론사 기자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질문 내용을 받아 보내오는 것입니다. 홍보팀장도 사실 자신이 그런 질문 하나 하나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홍보팀 차원에서는 그냥 실무 부서에서 해당 이슈를 잘 아니까, 답변을 대신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이제까지는 실무 부서에서 해 오다가 왜 갑자기 창구일원화라는 이야기를 해서 홍보팀에게 부담을 주는 건가?’하는 불평도 생겨납니다.

    그러나,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공적 커뮤니케이션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창구일원화는 기업이나 조직에게 가장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실행이지요.

    창구일원화의 유용성과 가치는 비록 자사 홍보팀이 전문성을 미처 지니지 못했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부서 임직원이 창구일원화를 통해 기자의 질문을 홍보팀에 전달하고 기자가 홍보팀을 통해 답을 받게 하는 체계에 있어 중요한 기업측 이점 중 하나가 ‘시간을 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의 질문을 받은 임원이 기자에게 창구일원화를 설명하고, 홍보팀으로 창구일원화 요청을 하는 순간부터 해당 기업은 보다 좋은 답변을 마련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해당 임원이 홍보팀과 함께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할 시간이 일정수준 주어지는 것입니다.

    일단 홍보팀은 기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해 답변 드리겠다는 홀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해당 임원팀과 홍보팀이 상의 해 답을 마련하고, 체계에 따라 홍보팀이 기자에게 답을 전달하는 프로세스를 거치면, 이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됩니다. 창구일원화의 핵심은 홍보팀의 단순 역량이기 보다는 실무팀과 홍보팀의 신속한 협업체계일 것입니다. 협업을 먼저 해보시지요. 홍보팀의 역량은 커질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요즘 TV보도에 힘이 빠진 것 같은데요? [기업 위기관리 Q&A 237]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예전에는 TV 뉴스로 부정 보도가 나가면 여러 파장이 즉시 전해지고,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사후 압력이 들어오고는 했습니다. 위력이 대단했지요. 근데 최근 모 TV 방송에서 저희 회사를 부정 보도했는데 사후 파장이 아주 미미합니다. 이게 왜 그런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구체적으로 해당 부정 보도를 보고 말씀드려야 할 사안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최근 여러 클라이언트로부터 비슷한 의견과 궁금증을 접하고 있습니다. 공통 의견들은 TV 뉴스 보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말씀처럼 예전 같은 사후 파장이나 위해성이 감소되고 있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 원인을 몇가지로 정리해 보면, 일단 TV 시청률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작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TV뉴스 시청률은 예전과 비교해 천치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방송사에서 자사 주요 뉴스를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는 작업도 하고 있지만, 본방 시청률이 하늘을 찌르던 예전과는 달라졌습니다.

    두번째 요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이미 기업 부정 이슈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되고 확산되는 경로로 굳어진 지 오래 라는 사실입니다. 최근 유투브나 페이스북 같은 채널을 빼고는 기업 이슈나 위기관리를 진행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중요하고 심도 있는 부정 보도를 초기 진행하던 권한을 이미 TV는 온라인에 빼앗겨 버렸습니다. 반대로 온라인 상 논란을 재보도 하는 형태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세번째 요인으로는 TV특성상 구체적 보도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TV보도는 화면이 있어야 하고, 시간에 맞추어야 합니다. 사람을 여럿 만나 취재해야 하고, 실제 가시적 근거들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런 한계 때문에 부정 보도가 매번 매력적으로 제작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TV가 유일한 영상 보도 매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독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여럿 중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극적이고 무책임한 부정보도를 하는 유투브 같은 곳과 달리 기존 게이트키핑 프로세스가 발 목을 잡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입니다.

    부정 보도의 주제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TV를 통해 예전 같은 위해성이 기업에게 전해지려면, 해당 주제는 ‘아주’ 자극적인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아주 자극적인 주제이면서도 여러 공중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형태의 것이어야 해당 기업에게 예전 같은 위해성을 일부 끼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최초 보도이고,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증거들이 다양하게 제시되는 형태이어야 하지요.

    그렇지 못하고, 일부만 자극성을 띠거나, 그 주제가 여러 일반 공중에게 정확한 피해를 끼친다고 보이지 않거나, 최초 보도도 아니고,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증거 대신 편향적인 ‘카더라’ 풍의 보도로는 이제 더 이상 영향력을 키우기는 힘들게 되었습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려 되는 것은 TV 보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스로 위기관리 민감성이나 대응 전략에 힘을 빼는 상황입니다. 이슈나 위기가 사라진 것인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매체 한 그룹의 유력성이 감소되고 있는 것 뿐이라 보아야 합니다. 자사 관련 한 이슈나 위기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자가 팩트를 무시하네요? [기업 위기관리 Q&A 23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모 방송 기자가 저희 내부 정보를 가지고 취재하면서, 여러 질문을 해 왔습니다. 저희는 법무법인과 위기관리 컨설턴트 의견을 받아 팩트를 정리해 답변서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기자는 다시 전화를 해 와 그건 회사측 주장일 뿐이라 하더군요. 이건 기자가 팩트를 무시하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선 현장에서 이런 고민은 매우 빈번합니다. 기자 취재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 답변서를 꼼꼼하게 만들고, 회사에서 증거라 생각되는 자료도 같이 첨부해서 어느 정도 해명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자는 ‘내가 취재하고 있는 팩트가 틀렸다는 반박 증거를 내 놓으라’는 겁니다. 만약 회사측이 제대로 반박 가능한 증거를 내 놓지 못하면 자신이 취재한 팩트가 사실이거나 사실과 가깝다고 간주해 버리겠다는 것이죠.

    문제는 그렇게 기자가 취재한 팩트를 단박에 반박해 버릴 수 있는 증거가 회사측에 존재하지 않으면 발생합니다. 사실 사회 갈등이나 소송에서는 어느 한편에서 다른 한 편을 완전하게 반박할 수 없는 구도가 대부분입니다. 일종의 회색지대가 존재하는 것이죠. 그 때문에 양측 해석이 달라지고, 그 해석이 주장으로 이어져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법원도 존재합니다.

    기자는 그런 구도 속에서 어느 한 편의 주장을 일단 팩트라 상정합니다. 그리고는 강자로 보이는 회사측에 그 팩트를 반박하라는 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회사측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해명은 단박에 그 팩트를 반박할 수 없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그런 해명은 말 그대로 주장으로만 받아들여 집니다. 마치 법정에서 검사나 변호사가 주장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기자는 자신이 법관이 된 것처럼 결론 내립니다. 기자가 취재한 주장을 회사측에 검증해 보았더니, 회사측에서 제대로 정확하게 반박하지 못하더라. 그러니까 취재한 주장은 사실과 유사한 팩트라 결론내는 것입니다. 회사측에서는 매우 불만스러운 판결이 내려 지는 셈입니다.

    이런 경우 회사측에서 최대한 자사 해명을 주장이 아닌 팩트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공식 판결문이나, 상대방 자술서, 제3자인 경찰 등으로부터 확보된 증거, 녹취록 등이 필요합니다. 그런 직접적 반박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기자에게 자사 해명이 주장으로만 받아들여진다 생각 해야 합니다.

    또한 일부 상황에서는 뚜렷한 증거를 회사측이 가지고 있다 해도, 현재 진행 중인 경찰이나 검찰의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기자에게 전달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법정으로 가야 할 증거들이 그 이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공개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회사측에서는 불리한 게임입니다. 기자는 항상 회사와 맞서는 상대 개인이나 조직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확하게 반박 못하면 그들의 주장은 곧 팩트와 비슷한 성격의 것으로 보도됩니다. 이후 그 보도에 의해 여론은 형성됩니다. 말 그대로 여론의 판결이 내려져 버립니다.

    회사측에서는 이런 경우 어떤 전략과 대응 채널의 다각화를 꾀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감정은 빨리 관리하고, 데미지 컨트롤 차원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해당 보도의 사후 영향과 확산을 주시하며 이후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보도 자체 보다는 보도에 의한 이해관계자개입이 위해를 끼칩니다. 지진으로 사람이 죽기보다는 지진으로 인한 빌딩의 붕괴로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를 해결해 준다던 데요? [기업 위기관리 Q&A 23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민감한 이슈가 있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고위임원분 지인 분이 회사로 오셔서 위기관리 전략과 방법론에 대해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분께서 상당히 파격적인 위기관리 방안을 제시하시더라고요. 이렇게만 하면 위기관리가 될 거라 하던 데요?”

    컨설턴트의 답변

    여러 회사에서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시는 데요. 대부분 오너나 고위임원 지인분이 회사의 위기를 해결(?)해 주겠다면서 조언해 오는 경우 같습니다. 그 중 일부는 실제 내부 위기대응 미팅에도 참석이나 배석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하시지요.

    위기관리 실무 팀에서는 윗분 지인이고, 소개로 들어와 일을 해 주는 분이라서 그분 조언에 토를 달거나, 반대 의견을 내기가 사실상 힘듭니다. 문제는 그분의 조언이 종종 실무그룹 관점에서는 상당히 위험하고, 무리수가 되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대로 실행하게 되면 분명히 후폭풍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실무 예측이 가능한 경우입니다.

    일단 실무그룹에서는 조언을 듣기만 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지는 않는 미지근한 자세를 보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게 ‘좋은 말씀 들었다’ 수준에서 마무리되면 좋은데, 위기 상황이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으니 또 골치가 아픕니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다시 윗선에서 얼마전 지인의 조언을 왜 아직 실행하지 않느냐 하는 채근이 돌아옵니다. 실무그룹에서는 사실 그렇게 실행하게 되면 이러 저러한 문제가 새로 발생하고,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 보고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외부에서 조언하신 그 분은 아마 이후 ‘회사 실무그룹이 너무 소극적이다. 일을 잘 못해서 그렇다. 문제다’라는 평을 하실 겁니다. 실무그룹은 더욱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죠. 이런 골치 아픈 딜레마의 악순환을 위기 시 종종 겪어야 하는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위기 시 외부 조언을 판별하는 기준을 몇 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 기준은 실무그룹을 넘어 의사결정의 핵심을 쥐고 계신 고위임원께서 기억해야 하는 기본입니다.

    첫째, 정상적으로 주류영역에 있는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놀랄 만한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깨진 유리창을 복구해 주겠다. 마른 우물에 물이 샘솟게 하겠다. 해를 서쪽에서 뜨게 해 보겠다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위기상황이 아무리 급박해도 들어서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하는 조언이라면 한번 더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둘째, 그 조언자가 실제 위기관리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 조언을 해 보았는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이는 그분이 실무진과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고, 실무진을 이해하고, 그들과 머리를 맞대며 도움을 주는 전문가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명함이나 타이틀, 현란한 직함과 소속을 자랑하는 분은 일단 조심해야 합니다. 몇몇 업계분에게 레퍼런스를 구해 보아도 좋습니다.

    셋째, 갑작스럽게 조언을 던지는 분은 진짜 전문가가 아닙니다. 컨설턴트들은 바로 답을 던지지 못합니다. 정해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상황을 고민하면서 차근차근 분석합니다. 여러 다양한 시각과 변수들을 꼽아 아주 신중히 조언합니다.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은 듯 이렇게 저렇게 하라 설파하는 분은 회사를 위한 분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더 큰 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시고 위의 기준을 그분들에게 투영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요? [기업 위기관리 Q&A 232]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내부에서는 뭐든 어떻게 든 빨리 대응해 보자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전문가께서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시니 중간에서 입장이 곤란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무엇인지요? 그냥 상황을 두고 만 보라는 건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먼저 가장 위험하고 흔한 전제를 하나 교정했으면 합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뭐든 해야 한다’는 강박이 전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상황이 가장 중요한 전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상황에 따라 대응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대응하고 하지 않고의 기준은 그럼 무엇이 될까요? 일단 해당 상황이 어떠한 대응에 의해 통제될 상황인가 통제되지 않을 상황인가가 가장 첫번째 기준이 될 것입니다.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면 쓰나미를 마주해 싸울 노력을 하기 보다는 쓰나미를 피해 일단 높은 곳으로 피해 있는 것이 위기관리입니다.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것이 무슨 위기관리냐? 너무 수세적이다. 이런 이야기는 그런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여러 대응을 하더라도 상황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대응을 멈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그 다음 상황을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전략적 대응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다음 상황에 대한 대응 준비입니다. 막연하게 바라보고만 있다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 다음 기준은 현 시점에서 특정 대응을 했을 때 의미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인가 여부입니다. 무조건. 어떤 것이라도. 뭐든. 이런 실행은 위험합니다. 특정 대응이 의사결정 라인에 떠 오른다면, 그 실행 목표와 방식을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의미 있는 효과 여부입니다. 그냥 이것이라도 해 보자 하는 식으로 하는 대응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중요한 질문은 “왜?”라는 질문 일 것입니다. 그런 대응을 현 상황에서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정확하게 존재해야 합니다. 일부 이런 ‘왜?”라는 질문이 효과적 대응을 방해하는 질문이라 간주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시에 하는 “왜?”라는 질문은 일단 실행을 전제로 해 그 전략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실행을 막기 위한 장애물 같은 질문이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일단 무엇보다 상황이 가장 중요합니다. 상황을 분석했을 때 어떠한 대응을 통해서라도 현 상황이 통제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보다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특정 대응이 실행되더라도 의미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보다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심지어 내부적으로 특정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발전적 답변이 여의치 않다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통제불가능 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예상하지도 못하면서, “왜?”라는 답변을 생략하고 진행하는 위기관리 실행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이런 비전략적 실행에는 종종 ‘무조건’이라는 전제가 따라붙고는 합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 ‘무조건’이라는 전제는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시는 것이 더 안전할 것입니다. 뭐든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다시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관리 비용을 어떻게 아끼죠? [기업 위기관리 Q&A 23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가 발생해서 위기관리를 해 보면 예산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항상 고민이 많습니다. 어디에서 예산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예산을 끌어 사후 위기관리에 투입 하는데, 이 작업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위기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원래 위기관리는 비쌉니다. 역설적이지만 만약에 위기관리가 값싸다면 어떤 기업도 위기관리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갑이 싸게 먹힌다는 것은 관리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 위해도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죠. 따라서 어느 정도 대형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이상의 대형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핵심은 그런 일정 수준의 예산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배분하는 가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예산 운용 방식은 사전에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사전 준비를 하는 업무에 상당 비율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위기발생 수나 위해도를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사전 투자가 없었으면 가래로 막아야 했을 위기를 호미로 사전이나 초기에 막을 수 있게 됩니다.

    사전에 위기관리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 위기관리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자, 가장 저렴하게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별 준비나 투자 없이 위기 발생 이후에 사용되는 예산에만 신경을 쓴다면, 그 이후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큰 돈을 쓸수록 위기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수억에서 수백억을 쏟아 부어 사후 위기관리를 하면 뭐합니까? 이미 해당 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이미지 그리고 여론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텐데요. 엄청나게 많은 물을 쏟아 부어 불을 껐지만, 이미 집은 탈 때로 다 타버리고 기둥만 남은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런 위기관리를 위해 쏟아 부은 물은 또 얼마나 아까운 것입니까?

    사전에 미리 위기관리 체계 수립에 예산을 쏟아 부었다면, 그런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화재가 쉽게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소화를 위해 쏟아 부어야 하는 물은 그 양이 훨씬 적을 수 있습니다. 일부는 소실되었더라도, 금새 회복 가능한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예산 배분이 지혜로운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혜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발생할지 말지 모르는 위기에 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가?’ ‘그렇게 예산을 장기간 투입한다고 해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자꾸 조직이 바뀌고, 사람이 이동하는데, 이렇게 위기관리 예산을 쏟아 부어 훈련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 소모적 아닌가?’ 같은 일부 내부 반론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위기가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른다는 전제처럼 위험한 생각이 없습니다. 이는 회사를 운명론에 기반해 경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좀 더 올바른 전제입니다. 평소 예산 투자가 위기를 완전하게 방지할 수 있는가 묻는 것도 기본적 고민의 부족에 의한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조금이라도 위기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위기발생 자체를 완벽하게 방지한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가변적 조직과 인력에 쏟아 붇는 위기관리 예산이 소모적이라 생각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어떤 예산 투입이 영원성을 담보로 합니까? 한번 예산을 투입하면 영원히 효과가 발휘되는 분야가 어디 있습니까? 왜 현재 이 시간에도 60만 대군은 소모적(?) 훈련을 거듭하겠습니까? 왜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며 그 큰 국방 예산을 사용합니까? 위기관리 예산은 사전에 써야 가장 효율적입니다. 위기를 제대로 경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모종의 음모가 있다네요? [기업 위기관리 Q&A 226]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께서 이번 이슈는 정치권과 연결된 모종의 음모 때문에 우리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 하십니다. 별 문제거리도 아닌데 그렇게 크게 이슈화 되고, 그로 인해 저희가 엄청난 피해를 보았거든요. 이 음모론이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종종 내부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그런 음모론에 대한 것입니다. 경쟁사의 음모다, 일부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에게 잘 못 보여 그렇다. 정치권에서 반대 진영이 음모를 꾸민 것이다. NGO나 여러 단체들이 작당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위기의 원점인 직원이 모측의 사주를 받았다. 이런 시각이 대부분 음모론을 구성하고는 합니다.

    그런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그 음모론의 주체는 매우 전지전능한 상대일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하지 못할 것을 뚝딱 해 내는 실력이 있는 셈이죠. 그 속에는 경쟁사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온라인 인플루언서나, 정치적 반대 진영, NGO나 단체 그리고 모측의 사주를 받은 직원은 자유자재로 여론을 움직이고, 주변 이해관계자까지 끌어 들이면서 현란하게 음모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우리 회사는 움직이기 어려워하는 언론을 상대는 쉽게 움직여 우리 회사를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여론도 모종의 기법을 사용해 극대화시켜 버리죠. 미상의 그들은 정치권이나 검찰, 국세청, 식약처, 관세청 할 것 없이 가능한 규제기관을 다 동원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일단,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렇게 전지전능한 상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부 능력이 있다 해도 우리 회사를 상대로 그렇게 다양한 준비와 시나리오를 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그렇게 큰 도박이나 투자를 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별문제 아닌 것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하는데요. 실제로 별문제 아닌 것은 그렇게 크게 사회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일단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면, 별문제가 아니었던 것은 아닌 것이죠. 일부 문제가 있었다 해도, 그 일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보이게 될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별 이유 없이 큰 문제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대형 위기나 이슈에는 그렇게 음모론을 제기하게 되면 내부에서는 좀더 받아들이기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준비하거나, 대응하지 못한 위기에 대해 ‘자연재해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성격의 위기였다’ ‘이번 위기는 불가항력이었다’ 이런 식으로 평가해야 마음이 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관심 두어야 할 부분은 해당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태도입니다. 음모론을 전제하면 모든 상황이 편향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이해관계자의 입장과 메시지를 색안경 쓰고 보게 되지요.

    당연히 그런 위기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습니다. 그 위기관리로부터 배워야 하는 많은 값비싼 가치들도 흘려 보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음모론 보다 그런 부작용들이 더 무서운 것 아닌가 합니다. 위기를 관리할 수 없게 만드는 태도 그 자체 말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재미없게 대응하라고요? [기업 위기관리 Q&A 225]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문제가 크게 불거져 지금 회사가 난리도 아닙니다. 일부 임원이 크게 뭐라도 해서 논란을 잠재우라고 합니다. 광고대행사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직원들도 크리에이티브 한 대응을 많이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없게 대응하라 하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이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성격의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합니다. 위기 발생 맥락이나 상황 그리고 이해관계자 의견과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해석한다면, 대부분 그런 대응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대부분 최고의사결정권자들께서도 그런 식의 대응에는 눈을 찌푸리시지요.

    하지만 반대로 일부 스타트업 경영진의 경우 위기 시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대응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건 우리도 아는 대응’이라며 ‘그런 기본적인 것 말고 무언가 다른 대응’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 난감한 반응이죠. 위기관리에 있어 독특함과 재미있음이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위기관리에 있어 ‘순리’를 따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순리’란 알다시피 ‘순수한 이치’ ‘도리에 순종함’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 해야 할 일이라는 말 과도 같은 의미지요.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것이 순리일까요? 피해 소비자와 가장 먼저 공감해야 지요. 피해를 보상하고 환원시킬 지원 또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소비자와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사과하고 재발방지나 개선책을 이야기해 신뢰를 받아내야 하겠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회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겠지요. 이런 회사 대응은 어떻게 보여집니까? 회사의 대응을 볼 때 다른 기업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함이 있나요? 대응이 재미있나요? 아마 그 반대일 겁니다. 독특하지도 않고, 별로 재미도 없는 대응이지요. 그 대응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런 대응이 독특 해 보이지 않고, 재미도 없다 해서 위기관리의 효과가 없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여러 위기관리 원칙에도 기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그런 도리입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그래서 특별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순리를 따른 위기관리의 효과는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위기관리 원칙, 경험, 맥락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하게 제안되는 창조적인 위기대응 방식은 일단 경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심지어 다른 기업 몇이 시도했다는 창조적인 위기대응을 따라 하는 것도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다른 변수가 끼어 있다면 곧바로 실패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잘된 위기관리는 사람의 눈에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창조적이거나 독특하거나 재미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당연하다 생각하고, 상식적이라 여겨지는 위기관리가 성공합니다. 반면, 튀고 재미있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 대응은 그 자체로 상당한 취약성을 지닙니다. 위기 시 기업은 아주 심각한 시험을 받습니다. 그런 심각한 시험을 재미있는 대응으로 넘기려는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합니다.

    먼저 마땅히 자사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해 보십시오. 하고 싶거나, 일견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일들은 미루어 놓으십시오. 갑갑하고, 무언가 다르게 하고 싶고, 더 나아 보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단 위기 시에는 재미없는 순리를 따르십시오. 재미있는 시도는 평소에 해도 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