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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게 합법적인데 왜? [기업 위기관리 Q&A 21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건 그저 의혹일 뿐입니다. 저희가 확인해 본 결과 모든 부분이 합법적이에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저희 보고 사과하라 하고, 책임을 지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비합리적이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몇 가지 기본적 이슈 및 위기관리 환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대부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기업의 관점은 절대 아닙니다.

    가장 먼저 합법적인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하셨는데, 아닙니다. 합법적이어야 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본 중 기본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별하거나 대단하거나 훌륭한 것이 아닙니다.

    합법적으로 행동했다 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도 현실과는 다른 해석입니다. 세상에는 법이라는 최소한의 기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을 지켰다 해도 공중의 감정을 해쳤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구식 관행이 그 기반이 되었다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꼭 법을 안 지켜야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왜 공중이 이번 이슈나 위기 상황에 대해 우리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꾸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빨리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셔야 상황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두번째로, 공중이 비합리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도 않은 채 감정에 의해 상황을 판단하고 회사를 욕한다는 의미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공중은 비합리적입니다. 감정적입니다.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책임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공중은 빨리 잊습니다. 공중은 원래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공중이 문제다? 공중이 마치 동물처럼 우둔하니 자각해야 한다?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역사적으로도 그렇게 존재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수(constant, 常數)로 보아야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전 대항해 시절에도 무역풍을 문제라 하고 무역풍의 방향을 억지로 바꾸어 보려 했던 사람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무역풍을 거슬러 내 나름대로 배를 몰아 보겠다 무모하게 먼 길을 떠나는 선장은 없었을 것입니다. 노련한 선장과 뱃사람들은 무역풍을 그대로 이해하고 오히려 활용했을 뿐입니다.

    공중은 원래 비합리적이다는 것을 그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 시 필요하다면 더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더욱 더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고, 더욱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을 문제라 하기 보다는 그 감정을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공중은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만 하기 보다는 그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현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 나은 방법입니다. 공중이 빨리 잊는 것이 차라리 우리 회사에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상책입니다.

    역사상으로 얼마나 많은 케이스가 합법적이었음에도 이슈관리에 실패했는지 모릅니다. 공중의 비합리성과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였습니다. 공중에 스스로를 맞추어 활용하는 것을 창피해 하거나, 저급한 방식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이 더 창피한 것입니다. 그런 이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 상황을 관리할 적절한 자격이 없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잘한 위기관리, 홍보해도 괜찮겠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그 유명한 타이레놀 위기관리 케이스는 이미 40년전에 존슨앤존슨이 했던 위기관리인데, 아직도 성공사례로 회자 되더군요. 저희도 이번 위기관리를 잘 했으니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 볼까 합니다. 성공사례로 만들려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자사가 실행한 위기관리가 성공했다고 판단될 때,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홍보와 연결시켜 성공사례화 하려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일부 내부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걸 극복하면서 결국에는 성과를 냈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 공감대가 있으니 이를 활용해 홍보해 보자 하는 것이겠지요.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위기관리는 그 자체로 홍보의 주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위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성공한 위기관리입니다. 일단 위기가 만들어졌다면 그 위기관리는 성공이라 평가하기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는 평소에 그 성패를 판단해야 합니다. 위기가 (관리되어) 발생되지 않고 있다면 그 자체가 위기관리의 성공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었다면 그 때는 위기관리라기 보다는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발생된 위기로 인해 자사가 받을 수 있는 피해를 여러 관점에서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전과 다른 위기관리 정의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말씀하신 성공한 위기관리에 대한 홍보라는 것은 ‘발생된 위기를 우리가 잘 관리해서 데미지를 성공적으로 컨트롤 했다’는 수준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잘 살펴야 하는 부분은 ‘발생된 위기’라는 표현입니다. ‘발생시킨 위기’ 영역에 들어가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만약 해당 위기가 자사의 부주의와 이상한 활동으로 인해 자사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라면 그에 대한 데미지 컨트롤은 별반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하지 않아야 하는 거대한 분식회계를 지속했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다가 발생시킨 위기 케이스를 보시죠. 그에 대한 회사의 사후 데미지 컨트롤이 아무리 잘 되었다 해도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그에 대해 박수를 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이사가 여러 성추행과 갑질을 지속하다 결국 위기를 발생시킨 내부고발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자사 제품의 품질관리나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떻습니까? 환경이나 안전 관리를 게을리하고, 그에 대한 조사를 무마하려 다 발생시킨 위기는 어떨까요? 여러 소비자 불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그에 맞서 싸우다 발생시킨 위기의 경우는 어떨까요? 진작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발생되지 않았을 위기 말입니다.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를 가지고 사후에 데미지 컨트롤을 잘했다 홍보한다면 대부분 그런 노력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위해 소위 말하는 바이럴 활동을 하고, 언론사 유가 기사를 통해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성공사례 버즈를 일으켜 제3자 인증을 받으려 하는 시도는 자칫 위험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케이스는 존슨앤존슨이 ‘발생시킨’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 위기는 외부 범죄 의도에 의해 ‘발생된’ 위기입니다. 존슨앤존슨도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자신도 피해자였지만, 더 중요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해 과감한 의사결정을 했기에 박수를 받는 것입니다. 이는 철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이 사후 데미지 컨트롤을 잘 해 박수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됩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상황 브리핑은 얼마나 해야 하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얼마전 한 사고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니, 해당 회사가 상황 브리핑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하면서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더군요. 저희 대표님께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냐 질문하시던 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하면 자사는 물론 주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엄청난 정보 수요의 폭발을 경험합니다. 아무 유효한 정보가 없는 상태라서 이해관계자의 정보 수요는 폭발하죠.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 스스로도 획득한 정보가 없어 커뮤니케이션 못하는 것인데,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서 정보를 숨기거나 변형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게 문제입니다. 전반적으로 기업이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 못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하게 되는 것이죠.

    기업 차원에서는 아무리 극심한 정보 공급 수요의 불균형 상황이라 해도 자사가 해당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은 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 발생 초기 충분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기업에서 일단 커뮤니케이션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라 합니다.

    최초 충분한 정보를 자사가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보를 획득하면 추가로 커뮤니케이션 하겠다”는 자사의 의지를 먼저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한 마디로 “기다려 달라”입니다. 이런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홀딩(holding)이라 합니다.

    그 후 실제 정보가 하나 둘 취합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정리된 위기 상황 관련 정보를 일단 정리해 자사의 입장 및 대응 사항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앞에서 홀딩하면서 약속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부터는 자사의 입장과 대응 사항들이 함께 전달되게 됩니다. 기업에서는 이 시기까지 대략적인 위기관리 전략과 대응 방안을 만들고, 실행을 개시해야 합니다.

    그 후 추가적으로 정보가 계속 들어옵니다. 기업은 그 전과 같이 일정 기간 종합된 정보를 정리해 기존 자사 입장과 대응 방안과 함께 다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합니다. 만약 변화된 상황이 있다면, 그에 따른 자사의 변화된 입장과 대응 방안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브리핑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그 기준은 상황의 변동성 그리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자의 정보 수요 여부에 따라 정해질 것입니다. 상황이 계속 변동되고 있다면, 그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시기까지는 브리핑을 제공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정보 수요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기 상황이 이미 초기 마무리된 경우라면, 해당 건에 대한 브리핑은 한번이나 최대 두 번 정도로 진행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고 상황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으로의 브리핑은 제한적으로 한 두 번에 끝납니다. 위기 유형마다 다른 기준이 있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정보 부족을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위기 시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정보의 진공’ 상태입니다. ‘정보의 진공’ 상태가 되었는데도 기업에서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그 진공 상태는 다른 비공식적, 적대적 이해관계자들의 무책임 한 정보들로 곧 채워지니 문제가 됩니다.

    일단 그렇게 다른 정보들로 최초 공간이 채워져 버리면 그 다음에는 기업에게 상당히 힘든 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런 환경에서 싸우기 때문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합니다. 소위 말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것이죠. 그 때문에 일부 기업은 지속적으로 브리핑을 시도합니다. 전략적인 것이죠.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상상 못했던 일이 터졌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세상에 이번 위기는 정말 저희가 상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이게 한번이라도 저희 회사 전례가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이런 위기는 처음이었거든요. 이렇게 상상할 수도 없는 위기에 대한 위기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발생한 위기에 대해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말씀하시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이 계십니다. 물론 해당 위기가 매우 낯설고, 독특하게 발화가 되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상할 수 없었다’는 말은 좀 실제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상상할 수 없었다’라기 보다는 ‘상상해 보지 않았다’는 말이 좀 더 맞는 말 아닌가 합니다. 평소 제대로 상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위기가 발생할 것을 몰랐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장기간 위기관리 업무를 해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대부분의 위기는 예상 가능합니다. 정확한 발화 시점이나 계기만 모를 뿐,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위기라는 것은 언제(when)에 관한 이야기다”라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상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일반적이지 않게 보입니다. 누구나 죽지만, 그 죽는 시점이 언제고, 어떻게 죽는가를 우리는 모를 뿐입니다. 위기와 위기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위기이건 언젠가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에 맞추어 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입니다.

    상상 못했다는 말은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의 위기사례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사에 전례가 없었다 해서 타사에게도 전례가 없었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평소 타사의 사례들을 면밀하게 살피고 있었다면, 예상치 못했던 위기라도 상상도 못했던 위기라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은 스스로 터지지 않습니다. (상상도 못한) 일이 터졌다고 하셨는데요, 그 또한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일은 스스로 터지지 않습니다. 대부분 일(문제)은 사람이 터뜨리는 것입니다. 위기 속에 사람이 없는 위기는 극히 드뭅니다. 위기는 사람이 터뜨리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사람을 관리하는 것을 곧 위기관리라고도 합니다.

    정리를 해 볼까요? 상상도 못했다 라는 말은 우리가 상상하지 않았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다, 다른 기업에게 발생한 위기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십시오. 스스로 위기관리에 전반적으로 무관심 했다는 고백의 경우 이외에는 그런 말씀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이런 위기를 예상은 했는데, 이런 시기에 이런 방식으로 발생할지는 미처 몰랐다는 정도면 비교적 나은 표현이 되겠습니다. 전자와 후자의 표현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일은 사람이 터뜨리기 때문에 평소부터 사람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십시오. 어떤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에 대해 지속적으로 새롭게 상상하시고, 타사 사례들을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자사 인력들을 교육하고 훈련하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평시에 마땅히 해야 하는 위기관리입니다. 대비만 잘하면 진짜 상상 못했던 위기라 할지라도 관리할 수 있음을 믿으십시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경쟁사가 자꾸 싸움을 거는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경쟁사라고 하기에도 좀 뭐한 회사가 저희에게 자꾸 싸움을 걸어 골치가 아픕니다. 처음에는 무시하는 전략으로 갔었는데, 자꾸 소송을 하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해서 저희 회사를 못살게 구네요. 자꾸 댓구를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렇고 어떤 전략이 좋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몇 가지 분석해 볼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일단 경쟁사측에서 제기하는 논란이나 비판 내용이 팩트인지 그리고 법적 영역에 있는 것인지 여부입니다. 더 나아가 법적으로 누가 봐도 자사의 문제가 있는 경우인지 여부입니다. 누가 봐도 팩트이고 법적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적극적 관리 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법적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응의 가치는 좀 떨어 집니다. 만약 팩트가 아니라면 무시하거나 자사가 대응 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카드는 더 많아 집니다.

    그러나 경쟁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완전하게 팩트가 아닌 내용을 가지고 노이즈를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법적으로도 다툼의 여지가 최소한 일부 존재하는 건을 가지고 노이즈를 일으킬 것입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 것이 팩트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또 법적으로 완전하게 확신도 서지 않고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일 겁니다.

    경쟁사가 마음을 먹고 노이즈를 일정 수준 이상 끌고 가는 경우, 자사가 단순 대응해 해당 노이즈 행위를 격파하기는 일반적으로 어렵습니다. 만약 초기 제기된 논란을 대응을 통해 해소해도, 상대방은 추가 논란을 새롭게 제기하거나 관련 논란을 더 다양하게 풀어 놓을 것입니다. 서로 언론이나 온라인을 중간에 놓고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는 꼴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최초 논란을 야기했던 경쟁사는 소기 목적을 달성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이즈를 통해 성장하거나, 상대방의 움직임을 일정기간 무력화 또는 지연 시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잃을 것 없다는 식의 어프로치 또한 무섭습니다.

    따라서 경쟁사의 이런 도를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경쟁사가 그렇게 하는 정확한 목적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만드는 노이즈 전반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언론기사나 온라인 몇 편에 주목하기만 해서는 대응 전략을 개발하기가 어려워 질 것입니다.

    정확하게 그들의 노이즈 메이킹 목적과 전략을 간파 해야 그 다음 대응 전략이 도출 될 수 있습니다. 경쟁사의 의중을 어떻게 정확하게 알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의중을 최대한 정확히 알아내야만 합니다. 여기에서 예상이나 상상 또는 감에만 의지하는 판단 등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합리적 분석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경쟁사의 노이즈 메이킹 목적을 간파했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포인트에 주로 집중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그 다음입니다. 대부분 경쟁사는 노이즈를 통해 무언가를 이루려 합니다. 노이즈 자체가 주요 목적인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이즈를 통해 그들이 얻기 원하는 것을 찾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방식과 과정은 상황과 케이스에 따라 무척 다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핵심은 경쟁사의 실제 목적에 대한 간파입니다. 그들이 일으키는 노이즈만 보지 말고, 그 속 숨겨진 의도를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양산해 내는 기사나 포스팅에 매몰되기 보다는, 그들의 방향성을 읽어 그 방향성과 키맨을 관리하는 것이 유효합니다.

    거기에 한가지 더 하자면, 위기는 사람이 만듭니다. 위기관리는 그래서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라 합니다. 즉, 경쟁사에서 노이즈 메이킹을 리드하는 사람도 관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상의 몇 가지 원칙들을 곰곰이 따져 보십시오. 길이 보일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시 성공적 입장(position)의 구성요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와 관련하여 우리가 가장 흔히 이야기하는 클리쉐이면서, 가장 위험(?)할 수 있는 명언을 하나 꼽으라면 ‘위기는 곧 기회이다’라는 이야기를 들겠다. 아무리 많은 실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아도 위기가 곧 기회였던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만약 어떤 기업이 그렇게 큰 기회를 창출했다면, 그 케이스는 위기관리 케이스에는 들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를 위기 그대로 바라보는 담담함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너무 나간 ‘기회’를 이야기하는 행태는 문제다. 절대 위기는 기회가 아니다. 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이며, 여러 소중한 가치의 손실과 피해를 의미한다. 훼손된 평판을 의미하고, 떨어진 신뢰를 의미한다. 창피함과 곤란함과 어려움이 그 뒤를 수십년간 잇는다. 위기를 위기 그대로 볼 수 있을 때에만 위기관리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생겨나게 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업에서는 가장 먼저 해당 상황을 분석하여 자사의 입장(position)을 정리한다. 해당 상황에서 제기된 문제의 책임에 대해 자사가 동의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제기된 문제의 책임을 완전하게 인정하고 개선과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일부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그 외 문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도 흔하다. 상황에 따라 기업의 입장을 대충 대별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케이스별로 아주 미세한 입장차들이 존재한다.

    위기관리에 있어 입장의 확정은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다. 일부 케이스에서는 VIP의 개인적 감정에 기반해 입장 정리를 했는데, 그 입장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곤란을 겪는다. 일부 케이스에서는 초기 여론을 두려워한 나머지 무리한 수용 입장을 피력해 불필요한 책임과 부담까지 떠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입장 정리를 적시에 하지 못해 여론에 의해 한참을 끌려 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최초 입장을 계속 바꿔가며 여론에 맞서 오락가락, 우왕좌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랜 경험상 어떤 기업의 입장이라도 위기 시100 퍼센트 공중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는 포지션은 극히 드물다. 대다수 아니 절반 이상의 공중에게 이해나 공감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나마 성공적인 포지션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첫번째, 법적인 문제는 없어야 한다.

    위기관리의 기본 토양은 준법이다. 준법하지 않고는 위기를 예방할 수도 없고, 위기를 관리할 수도 없다. 일부 기업에서는 ‘들키는 것이 가장 큰 죄’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준법 대신 오래된 관행을 따르는 것이 기업문화가 고착되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준법 체계나 프로세스로 모든 것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핵심 주제나 논란에 대하여 법적 판단을 스스로 신속하게 결론 내릴 필요가 있다. 만약 법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된 위기라면 기업의 입장을 정리할 때 절대 핑계나 불평이 기반 된 입장을 정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억울해해서도 안 된다. 준법이 평소와 위기 시 중요한 이유다.

    둘째, 맥락적 문제도 없어야 한다

    앞의 준법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다 보면, 일단 법만 지키면 아무 문제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사에서는 안전관련 법을 준수했기 때문에 안전 사고로 사망한 계약직원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입장과 같은 뉘앙스다. 법을 준수하면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이야기는 법정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여론의 법정에서는 법을 넘어선 맥락까지 중시한다.

    ‘관련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이런 입장이 종종 보이는 이유는 해당 기업이 사회적, 여론적 맥락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법을 준수하였고, 여러 맥락에서도 자유로운 상황이라면 사실 위기가 아니다. 하나의 해프닝이거나 단순 사건 사고일 뿐이다. 반대로 어떤 의미로든 사회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다면, 그건 준법을 넘어 맥락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케어가 더욱 필요한 상황을 의미한다.

    셋째, 인간적이어야 한다

    위기 시 기업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아주 의미 있는 말이다. 기업이 위기 시 계속 차갑고 큰 빌딩과 어마어마한 자이언트의 모습으로 공중과 이해관계자 앞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위기나 그로 인해 피해를 주장하고, 슬퍼하거나 아파하고, 억울해하고, 분노하는 여러 원점, 이해관계자, 공중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는 기업의 입장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업은 기업다워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기업이 너무 인간적으로 포용하고 수용하고 인정하고 연약하게 굴어서는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겠느냐 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기 시 자사가 비인간적 입장을 정해 대응하였을 때와 인간적 입장을 정해 대응하였을 때를 비교하여 어떤 경우에 상대적 이득이 있겠는지는 꼭 분별해 볼 필요가 있다.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인간적인 입장을 견지했을 때 이후 보다 나은 상황이 펼쳐졌다.

    넷째, 원칙의 일관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말처럼 실망스러운 것이 없다. 왜 그때는 그렇게 입장을 정했으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입장을 정했는가 하는 질문이 나온다면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일부 기업에서는 VIP의 하이 프로파일 위기 대응을 두고 사후 임직원들이 부담스러움을 토로한다. 이번에는 저렇게 대대적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사과에 개선조치를 심하게 하셨는데, 또 다시 이번 같은 위기가 발생되면 대응을 더 크고 심하게 해야 한다 생각하니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일관성에 대한 가치는 그러한 부담을 전제로 해야 계속해 커지는 것이다. 시쳇말로 원칙은 어기라고 존재한다며 농담을 하는데, 위기관리에서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원칙은 지켜질 때에만 그 가치를 발한다.

    대형 회의실에만 걸려 있는 원칙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액자 속 원칙이 바깥으로 걸어 나와 실제로 적용이 되고, 적용이 되고, 적용이 되고 하는 일관성과 연속성이 장기간 생겨야 비로소 진짜 원칙이 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입장문에는 항상 자사의 원칙을 언급하라는 조언을 한다. 일부는 적당한 관련 원칙이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일부는 원칙은 있는데, 그게 안 지켜져서 지금 이 상황이 되었다며 곤란해 한다. 일부는 비슷한 원칙은 있는 것 같은데, 잘 기억 나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제대로 된 자사의 원칙이 있어야 하며, 그 원칙에 기반하여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입장은 성공적인 원칙에서만 잉태 가능하다.

    다섯째, 타이밍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버스가 모두 지나가 막차까지 끊겨 벼렸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면 그 의미와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그 자체로는 훌륭한 입장이라고 해도 시간이 너무 흘러 커뮤니케이션 되면,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그 동안 자신들의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그런 입장을 내 놓은 것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의 입장은 훌륭할수록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훌륭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불필요한 공중과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비판과 비난을 방지하고 감소시킬 수 있다. 최초에는 그들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지만, 그 직후에는 자사가 내 놓은 훌륭한 입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 주제 변화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위기관리 실패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입장을 밝힐 때 어떤 타이밍이 가장 적절한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정해져 있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입장에 대해 궁금해하기 ‘직전’이 자사의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여섯째, 화자의 적절성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기업 오너가 큰 문제를 일으켜 사회적 지탄을 받기 시작했을 때 그 기업 홍보실에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경우는 어떤가? 대기업의 생산시설에서 어마어마 한 안전사고로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입장을 해당 인력 파견회사가 커뮤니케이션 하면 어떨까? 어마어마한 은행 직원의 횡령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점 지점장이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모든 커뮤니케이션에는 화자와 수신자의 설정이 기본 중 기본이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커뮤니케이션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조성된다. 평소 좋은 뉴스일수록 가장 윗 분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맞고, 나쁜 뉴스 일수록 아래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는 관행이 있는 기업은 위기관리 이전에 문제가 많은 기업이다.

    민감한 위기 일수록 해당 기업의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화자의 중요성은 커진다. 성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케이스들의 대부분은 가장 큰 리더가 앞에 나가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던 케이스들이다. 뒤로 숨거나 전혀 엉뚱한 화자를 내세우기 보다는 훌륭한 입장일수록 리더가 직접 나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좀 더 전략적이라는 생각을 하자.

    마지막, 위기관리 주체의 의지에 관련 한 문제는 없어야 한다.

    개선을 발표하거나, 재발방지책을 발표하거나, 단호한 조치사항을 발표하거나, 강력한 보상방안을 발표하거나 입장의 기조에는 해당 기업의 진정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가치가 내재되어 묻어 나오는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단순하게 현재 상황을 모면해 보기 위한 창의성 차원의 레토릭으로 보여져서는 위기상황을 관리하기가 어렵다. 훌륭한 입장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주체의 의지를 어떠한 형태로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한 VIP들은 위기 시에도 앞에 나가 깊숙하게 머리를 조아린다. 평시에는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프레젠테이션 하던 리더도 위기 시에는 입장을 발표하며 울먹이거나 침통한 표정을 유지한다. 해당 위기로 얻은 교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리더도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가 진실되게 받아들여 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표현과 장치들은 이내 실질적 개선과 재발장지 대책 등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공중과 이해관계자 대부분은 기업의 말보다 행동을 본다고 믿을 필요가 있다. 행동이 말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만큼 실망스러운 것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약속한 행동에 대한 실행을 의미한다. 흔히 위기관리를 약속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자체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런 시각은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것이다. 위기관리 주체의 의지에 대한 신뢰는 함부로 저버리면 안 된다.

    이상과 같이 위기 시 기업이 정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입장(position)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모든 공중과 이해관계자 전원에게 이해 받고 공감 받고 싶어하는 욕심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 받거나, 공격받을 입장은 최대한 피하자 하는 생각을 했으면 한다.

    현장에서 보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사의 입장을 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의사결정자의 감정이다. 개인적 감정이다. 그 감정의 뿌리를 잘 들여다보고, 기업을 위한 더 큰 결정을 하는 그 과정에서 대부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일부는 최초 의사결정자의 감정이 기업의 입장에 그대로 묻어나기도 한다.

    그럴 때 일수록 위에서 제시한 몇 가지 원칙들을 돌아보자. 훌륭한 입장을 정해 리더가 나가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면 아무리 복잡하고 힘든 문제도 이내 풀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보자.

    이미 많은 선례를 통해 전략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실제로 경험한 선배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더 나아가 평소 훌륭한 입장(position)을 정해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위기관리라는 사실도 꼭 기억하자. 위기관리는 마음만 먹으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마음을 빨리 먹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 기업과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를까?

    [The PR 기고문]

    기업과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어떻게 다를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본적으로 이슈관리와 위기관리는 다르다. 기업의 이슈관리와 연예인의 이슈관리도 다르고, 각각의 위기관리 또한 그 성격과 방식은 많이 다르다. 단순 설명하면 이슈관리 때에는 이슈관리 주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위기관리 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잘만 관리하면 소위 말하는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곧 위기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위기관리는 그와 반대다. 위기관리 주체에게 가용한 선택지의 다양성이 적다. 해야 하는 것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뼈와 살을 도려내는 아픔과 책임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잘해도 본전이다. 본전 건지기라도 할 수 있다면 상당히 운이 좋은 경우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회사나 자신이 망한다. 또는 망하는 계기가 조성된다. 위기관리를 잘하면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는 실제 위기관리에 적용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기가 발생되면 경쟁사에게 오히려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최근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에서 셀럽의 위치에 있는 연예인들이 개인적 이슈를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몇 년 전 미투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학폭(학교 폭력)이 주된 프레임이다. 가끔 연예인 또는 유명인에 관련한 이슈관리 서비스 의뢰가 들어오는데, 기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배경 상, 유명인 개인의 이슈관리 요청은 가급적 응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슈관리 및 위기관리는 연예인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또 어떤 점들이 유사할까? 왜 기업의 대응 방식을 연예인이 따라하면 안 될까? 반대로 왜 기업은 연예인의 대응 방식을 따라하면 위험할까? 그들 간의 차이와 유사점들을 정리해 본다.

    맷집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명성(reputation)을 방어하기 위해 이슈 및 위기관리를 한다. 이슈나 위기로 인한 사업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비지니스 연속성을 지켜 나가기 위함은 기본이다. 반면, 연예인은 이미지(image)를 방어하기 위해 이슈 및 위기관리를 한다. 물론 연예인으로서 기존 활동을 얼마나 유지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는 것은 기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슈나 위기 시 기업의 명성은 ‘금이 가거나’ 또는 ‘(일부)손상 받는’데 비해, 연예인의 이미지는 ‘깨지거나’ 또는 ‘사라진다.’

    기업의 명성은 성과 같아서 일부가 무너지고, 부식이나 침식이 되는 고통을 겪어도 완전하게 무너져 내려 가루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연예인의 이미지는 거울과 같아서 한번의 충격에도 산산조각이 나곤 한다. 유사한 이슈나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연예인간에 맷집의 차이는 이 때문이다.

    대응 속도가 다르다

    이슈나 위기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이나 연예인은 공히 신속하게 대응하려 한다. 그러나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연예인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보다 훨씬 길고 소모적이다. 당연히 기업의 물리적 대응 시점이 연예인의 대응 시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늦다.

    하지만, 기업은 대부분 ‘대응’에 초점을 맞추어 의사결정 하는 반면, 연예인은 ‘반응’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대응과 반응은 다르다. 대응은 다양한 상황분석과 로드맵을 숙고한 채 상당한 변수를 통제하려는 실행 방식이다. 반응은 자극에 대한 반사적 실행이다. 당연히 숙고의 과정과 변수 통제의 개념이 적다. 공히 속도는 중요하지만, 항상 빠르기만 한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다양성이 다르다

    기업이나 연예인은 공히 상시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연예인의 경우에는 팬)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자사 또는 자신을 담당하는 기자그룹도 존재한다. 기업은 이슈나 위기관리를 할 때 기존의 다양한 미디어 채널들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단순 사과 보도자료로만 그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연예인은 이슈나 위기관리를 할 때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단순화한다. 자신에게 익숙하고,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채널을 선택한다. 연예인들이 이슈나 위기관리 방식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 편지를 올린다 거나, 몇 줄 메모를 게시하는 방식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 외 동일 건으로 언론을 활용해 재 커뮤니케이션 하거나, 여러 미디어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는 않는다. 이는 각자 전략적 선택의 결과이지만, 상당한 다름이다.

    레토릭이 다르다

    기업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슈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레토릭을 구사할 수 있다. 사과, 해명, 반박, 무시와 같이 레토릭 전략을 대별할 수 있지만, 그 각각에도 다양한 세부 레토릭이 존재한다. 이는 기업 이슈와 위기의 특성 상 상황과 변수들이 다르고, 대상들이 다양하고, 변수가 연예인 개인보다는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레토릭이 구조화 다양화된 것이다.

    그러나, 연예인의 경우 공통적 레토릭은 단순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많은 것이 사과다. 일부 해명이나 반박도 존재하지만 주를 이루는 연예인의 레토릭은 사과다. 한방에 깨져 버릴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이미지를 재빨리 방어해야 하다 보니, 사과는 거의 필수가 되었다. 사과의 형식 또한 기업의 사과와는 수위와 진정성이 달리 표현된다. 최근 케이스를 보면 연예인들의 사과문은 길고 길다. 사과문이 길면 길수록 진정성을 담보한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기업과 다른 점이다.

    피해 상대의 범위가 다르다

    어떤 이슈나 위기의 경우이든 그로 인해 피해나 아픔을 호소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생겨난다. 기업의 이슈나 위기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해관계자들의 범위와 다양성은 거대하다. 제품하자의 경우만 해도 직접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의 수는 상당하다. 사건이나 사고의 경우에도 이해관계자의 범위는 연예인의 그것에 비해 크다.

    연예인의 이슈나 위기는 기본적으로 연예인 개인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피해나 아픔을 호소하는 이해관계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물론 관심 없던 공중이나, 너무 관심이 많은 팬들까지를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커질 수 있지만, 직접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대상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이 곧 전부 이해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 상대인 이해관계자 규모나 다양성이 적다는 의미는 그들에 대한 원점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는 의미와 통한다. 연예인들이 상대를 찾아가 사과하고, 만나 해명하고, 개인적 관리를 시도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기업은 그런 원점관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 그룹의 성격이 다르다

    기업은 이슈나 위기 발생 시 집단적 의사결정을 시도한다. 개인기에 의존하려 하지 않는다. 팀, 위원회, 카운슬과 같은 의사결정 그룹이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구성원들이 더 나은 대응 전략과 방식을 모색한다. 외부 조력 그룹과의 협업도 흔한 일이다.

    그에 비해 연예인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의사결정을 한다. 일부 기획사 담당 직원들에게 지원을 받거나, 변호사 조력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 연예인의 판단과 생각이 주다. 즉, 연예인이 이슈나 위기의 발화점이며, 대응 전략과 방식의 결정 주체이며, 이슈나 위기관리의 실행자다. 기업은 집단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반면, 연예인은 개인기를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다르다.

    이슈의 복잡성이 다르다

    당연히 기업 이슈가 개인인 연예인 이슈 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성격을 띤다. 단순 의사결정에도 매우 다양한 전제와 변수들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 기업 이슈다. 일단 이해관계자 범위와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하나 하나에도 그에 대한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외부 경쟁이나 투자, 규제 등의 변수는 물론이다.

    연예인의 경우 발생된 이슈의 성격은 대부분 단순하다. 법적 책임이 있는 이슈,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이슈, 사소한 해프닝 등으로 대별 가능하다. 일단 어떤 이슈가 발생하던, 연예인으로서 지속 활동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응은 기본이다. 이슈가 단순하기 때문에, 대응에 대한 의사결정도 일견 단순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 대부분 정답이 있는 이슈라는 의미다. 기업 이슈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대응 옵션이 다르다

    사과 주체의 옵션만 해도 그렇다. 기업에서는 일부 상황에 따라 담당팀의 사과로도 대응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담당 임원도 가능하다. 대표나 오너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대응에 있어 단계가 존재한다. 상황의 중대성에 비추어 옵션을 달리 할 수도 있다.

    연예인의 경우에는 혼자 뿐이다. 일부 기획사에서 대리 사과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 사과의 주체는 해당 연예인이다. 문제는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다. 연예인이 다시 사과를 반복하고, 그것도 모자라 기자회견을 해서 큰 불을 꺼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대응 단계와 옵션이 상당히 단순하다. 연예인이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방지, 완화 가능성이 다르다

    기업은 구성원이 매우 많고 다양하다. 그들에 의해 발생되는 위기의 유형이나 빈도도 많다. 사전 방지나 완화 같은 경우에도 스스로 통제하려 애쓰지만, 완전하게 통제 가능한 부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기업관련 부정 이슈 발생 시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는데, 직원들이 참여한 블라인드에서는 회사와는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 퉁제 가능한 부분이 사라지며, 통제 불가능성은 극대화되고 있다.

    반면 연예인의 경우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하기만 하면 이슈나 위기의 발생을 방지 또는 완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소속 연예인의 음주운전이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연예기획사도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까봐, 소속 연예인들의 유흥시설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 스스로 준법하고, 스스로 주변을 사리면 상당한 이슈나 위기는 방지되고 완화될 수 있다. 깨지기 쉽지만, 이미지를 유지하기도 어찌 보면 쉽다.

    관리 주체의 연속성이 다르다

    기업의 위기관리팀은 계속 바뀐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임원들도 몇 년마다 바뀐다. 대표도 마찬가지다. 자사 위기관리 역량이 축적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몇 년 전 경험했던 자사 위기를 실제 깊이 알고 있는 임직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가 매번 새로울 수 있다. 지난 케이스로부터 얻은 인사이트가 사라져 그 다음 케이스에서는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연예인의 경우는 다르다. 자신이 경험한 이슈나 위기에 대한 스스로의 깨달음이 지속된다. 장기간 동안 다양한 이슈를 경험해 본 연예인은 백전노장의 모습을 띤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문제는 그런 자만심이 더 심각한 이슈나 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서 만드는 연예인들이 그런 류다.

    예산이 다르다

    위기관리는 예산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이슈나 위기관리에 할당되는 예산은 연예인의 그것보다는 상대적으로 크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광범위한 어프로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은 일정 수준이 되어야 한다.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이나 시민의식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예산은 필수다.

    연예인은 사실 개인이다.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자신과 관련된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쏟아 부을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이다. 가장 큰 위기관리 예산은 아마 로펌 비용일 것이다. 대형 로펌을 고용하는 스타들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들을 활용한다. 기획사가 위기관리를 지휘해도 내부 인력들을 활용하여 대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예산의 다름은 이슈 및 위기관리 품질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외 기업과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유사점도 몇 가지 된다. 일단 기업이나 연예인 공히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외부로부터의 훈수가 많다는 것은 유사하다. 일종의 비선라인이 존재하여 대응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비슷한다. 구체적 상황정보가 내부에 공유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유사하다. 기업이나 개인 공히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숨김이나 선택적 공유가 대응 방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업 VIP 이슈관리는 스타급 연예인 이슈관리와 성향이 비슷하다. 초기 대응방식에 성패가 갈린다는 것도 비슷하다. 책임자가 물러나면 일단 해결된다는 점도 그렇다.

    기업과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비교하며 차이점과 유사점을 나열한 이유는 실무적 혼동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기업은 절대 연예인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연예인도 기업의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을 모방하다 보면 위험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연예인은 연예인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종교인은 종교인 대로 자신에게 맞는 이슈 및 위기관리 방식이 있다. 그간에 기준 없는 혼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위기관리 이론(?)

    [The PR 기고문]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위기관리 이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부서가 새롭게 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되거나, 위기관리를 실행하는 부서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는 실무자들은 일단 서점에서 위기관리 교과서를 찾아 읽는다. 국내외 학자들의 책을 가장 먼저 들쳐 본다. 일부는 해외 실무자들의 경험 서적을 주문해 읽기도 하지만, 아직도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1980년대 이후 쓰여진 케이스와 교과서를 기반으로 위기관리에 대한 개념을 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대부분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토로한다. 많은 케이스들이 오래 된 해외 사례라는 것도 아쉬워한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한국적 위기관리 방법론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질문한다. 일부 적극적인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타사나 경쟁사 케이스를 분석해 보면서 실무 인사이트를 얻으려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각 기업별로 사정과 상황이 다르다는 현실적 토로는 이어진다.

    위기관리에 있어 정답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 위기관리에 상당시간을 보내는 기업 내부 담당자들의 평소 이야기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는 필요하다. 그 이야기들을 ‘스트리트 파이터들(street fighters)의 위기관리 이론’이라 이름 지어 정리해 본다. 일선에서 위기와 싸우는 실무자들의 이야기이니 일부 상식과 다른 이론(?)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감안하고 보자.

    사전 위기관리보다 사후 위기관리가 더 편하다. 때때로 사후 위기관리가 더 싸다.

    사전 위기관리처럼 경계가 넓고, 여러 부서가 얽혀 있는 주제가 없다. 정확하게 사내에서 누가 위기관리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업무상으로는 정해져 있다 해도 권한이 없거나 약하다. 사전 위기관리라는 개념은 좋은데, 일단 위기가 터지면 사전에 진행했던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 10년에 한번 발생될까 말까 하는 위기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진단하고 대응 훈련하고 매뉴얼을 수정해 가는 것도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차라리 실제 위기가 발생되면 그 때가서 관리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편하고 저렴할 수 있다.

    위기관리 보다 사과가 더 쉽다. 때로는 사후 사과가 더 효과적이다.

    위기의 핵심 분야를 들여다보면 거의 대부분 상당한 예산이 든다.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일단 위기관리를 위해 사과를 하고 개선과 재발방지 약속은 하지만, 대체 누가 그 예산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는 항상 숙제다. 사전에 그런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서 위기관리를 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 그래서 위기가 발생되면 사과가 가치를 빛낸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잘하건 못하건 그 평가는 결국 정신승리에 기반한다. 때로는 멋진 정신승리가 진정한 위기관리 보다 낫다.

    위기관리를 고생해서 했는데,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위기관리 문제를 지적하면 그보다 억울한 게 없다. 위기 보다 억울한 게, 위기관리에 대한 잘못된 평이다. 반대로 제대로 위기관리를 한 것이 없는데도, 여기저기에서 위기관리 잘했다는 평을 들을 때도 있다. 그런 경우 경영진부터 사내 분위기는 확 바뀐다. 그래서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위기관리를 하고 그 내용을 몇몇 기자에게 알려줘 긍정적인 평가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 그걸 통해 VIP께서 잘했다 한마디 하면 그 위기관리를 성공한 것일 수 있다.

    망신이나 수치스러움은 길게 보면 순간이다. 견디는 게 곧 위기관리인 경우도 많다.

    맷집을 기르라는 말도 하지 않나? 일단 거의 모든 위기는 발생되면 일정기간 각종 비판과 욕설을 받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그런 통과의례가 없으면 사실 위기도 아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망신이나 수치스러움을 견디지 못하는 기업은 더 위험 해 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이 뻔뻔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참고 일정 기간을 견디라는 의미다. 외부의 부정적인 여론에 너무 단편적으로 반응하다 보면 전략적이지 못한 성급함을 드러낼 수도 있다.

    논란이나 논쟁은 가만히 있으면 3일을 못 넘긴다. 그래서 위기관리의 시간은 우리편이다.

    이슈는 이슈가 밀어낸다. 위기는 다른 위기로 대체된다. 물론 논란이나 논쟁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유효할 때도 있지만, 그것의 성격을 보고 일정 시간 지켜보는 것이 유효할 때도 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매시간 계속해서 새로운 논란이 이어지고, 잊혀간다. 지나고 보면 그때 그냥 그 논란을 좀 더 지켜보았더라면 지금보다 결과가 나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논란이나 논쟁에 있어 시간이 우리편이라는 생각을 좀 하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위기 때 평판을 따지는 건, 불 난 집에서 꽃병을 챙기는 짓이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일단 살아남아야 나중의 위기도 관리할 수 있고, 명성이나 평판도 회복할 기회가 온다. 특히 평판이나 명성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일단 위기가 발생되면 명성이나 평판은 훼손이 된다. 그 훼손 수준을 어느 정도에 머무르게 하는 가는 신경 써야 하겠지만, 너무 결벽증을 가지면 위기관리 과정만 힘들다. 어떻게 해야 살아 남아 연속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명성과 평판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방법일 수 있다.

    12살 때 앓았던 감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나? 세월이 약이다. 회복가능성도 길게 봐야 한다.

    실제 여러 케이스를 보아도 해당 기업이 오래전 경험했던 위기를 공중 누구나 정확하게 기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위기가 있었지 정도의 인식은 있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자초지종에 대해 기억하는 경우는 적다. 일단 기업 위기는 10년 정도 지나가면 상당부분 잊혀지고 사람들의 인식속에서 사라진다. 인터넷 검색을 일부러 해봐야 알게 되는 케이스들도 많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그럴 때 쓰는 말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집중하는 게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

    위기로 죽은 기업은 없다. 똑같은 위기를 여러 번 만들며 죽어가는 기업은 있어도.

    기업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많은 위기를 경험한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건, 타의에 의한 것이건 위기가 없는 기업은 없다.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위기를 경험하지만, 그 위기 한두번으로 회사가 망하거나, 형편없게 되는 경우는 매우 적다. 물론 유사한 위기를 종종 연이어 만드는 기업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핵심 사업보다 문제 이미지로 더 유명해진 기업도 있다. 그렇지만, 펀더멘털이 강한 경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하지는 않는다. 오명이 기업을 죽이지 까지는 못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쓰나미 같이 밀려오는 부정기사. 예전에는 소나기는 맞고 가자, 지금은 구명정에 매달려 일단 살고 보자.

    요즘에는 위기가 발생되면 언론 기사 모니터링도 힘들어 졌다. 기사가 일단 수백개가 넘어가면 홍보실에서 취합이나 분석도 불가능 해 져 버린다. 거기에다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여론까지 모니터링 해 보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실무자 사이에서 든다. 예전에는 부정기사나 극단적인 기사들에 대해서는 해당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 수정이나 삭제까지도 노력해 보고 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 한두개면 모르지만, 쓰나미가 오면 일단 살아남을 길을 찾는 게 맞다. 중요한 모니터링 이외에 소모적인 모니터링은 일단 접어야 할 때도 있다.

    위기유발 의지를 이기는 위기관리 역량은 없다. 자사를 제대로 보고 위기관리 체계나 방식도 바꾸자.

    다른 회사에서 이렇게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그 회사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다. 그게 부러워서 우리도 똑같이 그 시스템을 복사해 온다고 실제 위기에서 유효하다는 보장은 없다. 보기에는 좋아도 우리 회사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 회사에서는 상식이라 보는 게 우리 회사에서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그 회사 VIP는 그런 방식을 좋아할지 몰라도, 우리 회사 VIP는 그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위기유발 의지가 사내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측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수준에 따라 사전과 사후 위기관리의 비율을 회사에 맞추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위기 때 젠틀해야 한다는 강박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이해관계자 같은 소리 말자. 아군과 적군이 있을 뿐.

    위기가 발생되었을 때 무조건 이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만약 문제를 제기하는 상대가 악의적이고 계획적이라면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도 있어야 한다. 기업은 더 이상 강자가 아니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악의를 가진 공격적 개인 한명에게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개인이 회사보다 빠르고 더 자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 심지어 언론 플레이까지 더 잘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들과 맞서 싸울 수 없다면, 완벽하게 위기관리에 성공하기도 힘들다. 싸울 수 있는 개념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여부가 중요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해라. 돈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그건 차라리 쉬운 위기관리다.

    우리는 광고 안 한다. 우리는 돈으로 기사를 거래하지 않는다. 기업이 저널리즘에 영향을 주려 해서는 안된다. 자사에게 유리한 여론을 위해 스핀(spin) 활동을 해서는 안된다. 이런 교과서적인 이야기에만 몰입한 기업은 위험할 수 있다. 핵심은 그런 대응 활동을 정확하게 했을 때 위기관리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여부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해야 한다. 불타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 하는 것은 위기관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빈약하다는 것을 의미 할 뿐이다. 불법만 아니라면 위기관리를 위해 뭐든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원할 뿐이라는 사람을 경계해라. 관리할 수 없는 사람이다.

    위기 시 가장 힘든 관리 대상이 ‘진정한 사과’를 운운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사과라는 의미는 사람에 따라 각자 정의와 범위가 다르다. 진정한 사과를 원한다는 사람에게 기업이 사과해서 한 번에 깨끗하게 문제를 마무리한 경우는 없다. 기업이 나름대로 사과를 하면 그 사람은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다시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두 번 세번 사과를 반복하고 그 수위를 높이다 보면 위기관리 주도권은 이미 상대에게 넘어가 버린다. 사과는 가능한 한 번으로 끝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상대가 만족할 때까지 사과하겠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도 유효하지도 않다. 위기관리는 단순한 인문학이 아니다.

    추가적으로 이해관계자 개입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문제다. 그 외에는 의미 없을 수 있다.

    부정적인 기사도 그렇다, 부정적인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여론도 그렇다. 일부 이해관계자의 불만도 그렇고, 문제 원점의 주장을 볼 때도 기억해야 한다. 해당 상황, 의견, 주장,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에 연결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만약 그것이 일견 자극적이고 독특한 것이긴 하지만, 이해관계자 개입을 추가로 이끌어 내기까지는 어려워 보인다면 적절하게 로우 프로파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그것이 구조적으로 추가 이해관계재 개입과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무시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무시하고, 관리하려면 매번 관리해라. 오락가락하니 밥이 된다. 밥이 되니 장이 서고.

    일관성은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다. 하지만, 위기 시 대응에 있어 일관성만큼 효과 있는 대응 기조가 별로 없다. 우왕좌왕, 오락가락 하게 보이면 일단 위기관리는 물 건너 간 것이다. 일희일비 해도 문제가 크다. 일단 맞고 가자. 무시하자. 흔들리지 말자. 견디자. 이런 전략적 기조가 세워졌다면 맷집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견디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중간에 그로기 상태가 와 타올을 던지고 항복을 외치게 되면 문제다. 부정기사나 여론 건 건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개입해도 문제다. 어떤 방향이라도 일단 일관성 있게 끝까지 가면 흉해지지는 않을 수 있다.

    위기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기업 없다. 알아도 못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위기관리는 학문이 아니다. 위기관리에 정답도 없다 했다. 위기관리는 기업 내부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일 잘 하는 법이다. 따로 학습이나 연습을 하지 않아도 정확한 철학과 원칙만 세워 놓고 있다면 그리 어렵고 복잡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런 기본적 토대가 없을 때 일어난다. 내외부 반응에 휩쓸리고, 자중지란이 일어난다. 위로는 VIP로부터 이래로 일선 실무직원이 하나의 뚜렷한 원칙으로 위기 대응을 일관성 있게 하면 되는데, 그게 불가능하니 문제다. 평소에 알아도 못하거나, 안 하거나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찾아 개선하자는 게 그 때문이다. 몰라서 못했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다.

    말이 많은 위기관리에 실행 적다. 여럿 불러 의사결정 말라.

    VIP가 혼자 앉아 의사결정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습관적으로 여러 사람을 불러 모아 합의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지 말자.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의 방향을 정하는 데 까지만 유효하다. 중요한 결정은 홀로 해야 빨리한다.

    위기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하기 싫은 걸 먼저 해라. 그게 답인 경우가 많다.

    위기관리를 해보면 종종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맨 마지막에 했던 위기관리 활동을 맨 처음에 했더라면 좀더 성공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불편하고, 하기 어렵고, 하기 싫은 대응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 그걸 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되었을 것이다. 정확하게 대응 방법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려우면 한번 기억해 보라. 어떤 대응이 제일 하기 싫은가. 그것이 문제를 풀 열쇠일 수 있다.

    직원, 비서, 운전기사, 식당이나 청소용역, 경비…모두가 기자다.

    투명사회라고 한다. 벌거벗은 듯 커뮤니케이션 하라고도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제쳐 두고 해야 할 말만 하라고도 한다. 기자들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나 행동이라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면 안되는 세상이 되었다. 모든 것은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시한폭탄이 된다. 스스로 철학과 원칙을 지켜야 위기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준비하고 연습해서 해야 그나마 통하는 위기 대응이 된다. 자신이 그렇게 하지 못해 발생된 위기에 대해 주변 사람들을 탓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상의 스트리트 파이터 이론은 일부는 농담이나 자조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타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주장의 공통된 핵심은 어떤 기업이라 할지라도 자사에게 맞는 위기관리의 모습이 각자 있으니 그것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명품 정장이 그대로 멋지기는 할지 몰라도, 나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그 정장은 나에게 잘 맞는 싸구려 청바지 보다 의미 없을 수 있다. 위기관리 교과서 속 학자들의 이론과 스트리트 파이터들의 이론도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자사에게 맞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다.

  • 인기 유투버들의 위기관리 101

    [The PR 기고문]

    인기 유투버들의 위기관리 101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본적으로 회색 지대에 속하는 형태가 많다는 것이 인기 유투버들을 둘러싼 위기 현상의 특징이다. 뚜렷하게 어떤 것이 위기인지 또는 위기가 아닌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 어떤 대응이 성공적인 위기관리 대응인지 여부도 판단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왜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유투버들간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들은 저 유투버가 위기를 겪고 있다 생각하지만, 유투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 위기로 무언가 다른 도움되는 반사이익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이슈가 이상하게 크게 성장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어떤 목적에서 해당 이슈를 의도적으로 키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경우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인기 유투버가 사과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들도 실제 존재한다. 저 사람이 누구인데 저렇게 공개 사과를 하고, 그 소식을 다루는 뉴스들은 또 뭔가 희한 해 한다.

    분명히 일반적 유명인 또는 전통 셀럽들과는 다른 회색지대가 상당 수준 존재한다. 일단, 기존 유명인이나 전통적 셀럽의 경우 대중(mass)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따라서 대중의 시각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습관에 익숙해 있다. 대중의 상당수가 적절하지 않다 생각할 수 있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유명인 또는 셀럽들은 그 상황을 자신의 위기라 정의한다.

    그 이후부터 대중과 공중들이 볼 때 적절하다 여겨지는 방식을 택하여 위기를 관리하려 노력한다. 자신을 한껏 낮추고, 개선이나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하고, 자숙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 보다는 자신이 그 상황에서 해야 할 말에 좀 더 몰두하고, 대중을 향해 큰 예를 갖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기 유투버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신은 대중(mass) 보다는, 자신의 컨텐츠를 흥미로워 하는 팬덤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팬덤이 원하는 것이라면 일부 대중적 잣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도 어느 정도 용인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에게 위기라면 팬덤이 스스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경우이고, 그로 인해 유투버로서의 지속가능성이 직접적으로 침해 받는 상황일 것이다.

    즉, 그런 최악의 상황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유투버들은 논란이나 비판받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유명인이나 전통 셀럽들은 꿈꾸지 못 할 방식으로 위기를 바라보고, 대응에 있어서도 좀더 다른 접근을 한다.

    이런 기본적 특성과 다름에 근거해 인기 유투버들이 주목해야 할 위기관리 핵심 포인트들을 정리해 보자.

    첫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최소한 범법 행위로 인신이 구속될 일은 하지 말자.

    꼭 구치소로 가는 구속만 구속이 아니다. 경찰이나 검찰 또는 여러 규제기관의 조사를 받는 동안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제한되는 것만큼 나쁜 상황이 없다. 실제로 범법이 문제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더더욱 자신의 활동 지속 가능성은 제한된다. 여러 판결 단계를 거쳐 자신에게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을지라도, 다시 이전과 같은 활동을 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그런 단계를 모두 거치고서도 컴백(?)에 성공한 일부가 있지만, 그 모든 단계를 고통스럽게 거쳐야 할 가치가 없다. 인기 유튜버라면 최대한 일상생활이나 사업 전반에서 법을 제대로 지키는 노력은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포인트다.

    두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준법이 기본이라면, 도덕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자.

    “그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주장만큼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바보 같은 메시지가 없다. 일단 대중이 아니라 특수한 팬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해도, 그 팬덤도 인간이라는 것일 기억하자. 인간들 간에 도덕적 행동이나 발언은 당연한 것이다. 그 당연함을 무시하면 안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만, 도덕을 지키지 않는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버리자. 법을 지켰는가 지키지 않았는 가는 일정한 판단기준에 따라 결론이 나지만, 도덕을 지켰는지 않았는지는 사람들의 순간적 인식으로 결론이 나 버린다. 적절하지 않았다면 이미 그 상황은 끝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위기관리의 예후가 나쁜 경우다.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것은 삼가 해야 한다.

    세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언젠가는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민감해지자.

    대부분의 유투버들은 말로 먹고 산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말을 많이 하면 그 말 중에 실수가 들어갈 확률은 계속해서 높아져만 간다. 즉, 유투버가 지속해서 많은 컨텐츠를 생산할수록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더욱 더 많아지고 잦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일부 유명 유투버는 높은 민감성을 가지고 고민하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와 행동 거지에 조심을 한다. 열을 잘 하다 가도 한번 잘 못하게 되면 자신에게 위기가 발생된다는 것을 미리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그 상황을 피해 나가는 것이 일상적인 위기관리라는 생각을 하자. 아차 하면 끝일 수도 있다 생각하자.

    네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팬덤도 그런 정도 실수는 이해하고, 개선하는 경우 지지해 준다. 실수도 실수 나름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실수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일반적인 실수다.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짓은 실수가 아니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었던 짓도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절하지 않음을 훨씬 넘어선 무언가도 실수라 보지는 않는다.

    한번의 일반적 실수는 대부분 너그럽게 넘어 간다. 물론 적절한 사과와 해명 그리고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이 있으면 더 좋다. 문제는 그런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다.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주체가 실수를 계속 저지를 의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건 실수가 아니다. 실수는 위기관리의 주제가 될 수 있지만, 반복된 실수는 위기관리가 불가능하다.

    다섯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가 발생하면 최악을 상상하자

    보통 위기와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은 최선의 대응을 꿈꾼다. 위기관리의 성공을 바라본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에 집중한다. 아무 문제가 없던 그 이전을 곁눈질한다. 하지만, 전략적인 위기관리 주체는 가장 먼저 최악을 상상한다.

    이 논란이 최악으로 흘러 갈 경우 인기 유투버인 자신은 결국 어떤 상황에 도달하게 될지 먼저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속가능성일 것이다. 간단히 말 해 내가 이 활동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예측되는 최악에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수준의 대응이 필요한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 분석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인사이트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했던 대응을 맨 처음부터 했더라면 성공했을 위기관리가 많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최악을 정확히 예측했다면 가능했을 위기관리가 매우 많다.

    여섯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사과는 내어놓음이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자. 사과는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나 져야 할 책임은 행동으로만 보상이 된다. 우리가 법을 위반하면 인신이 구속되거나, 재산으로 피해를 변제를 하거나 하는 행동을 통해 사면 받게 된다. 범법 후에 말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도덕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말만으로 도덕적 논란에서 자유를 얻기는 어렵다. 무언가 행동을 해야 한다.

    인기 유투버들도 종종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과를 한다. 그러나 대형 위기 시 사과만 해서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과의 표시로 무언가를 행해야 한다. 그것이 자숙이 되었건, 재산적인 보상이 되었건, 기타 여러 변화 행동이 되었건 무언가를 내어 놓음은 중요하다. 만약 그런 내어 놓음이 너무 아깝고, 싫다면, 사전에 책임질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일곱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가 발생하면 보수적인 전문가를 찾아라

    평소 컨텐츠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많이 강조된다. 박스에서 벗어나는 획기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 것이다. 다른 지인 유투버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런 창조성과 혁신성은 더욱 더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창조성은 최대한 배제하고, 자신 스스로 보수적인 생각과 자세에 의지해야 한다.

    주변인 보다는 신중하게 다가가 보수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법률 조언이나 위기관리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무게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자. 그들이 현 상황에서 하지 않아야 할 일들을 알려줄 것이다. 그들의 조언에 따라 정상적인 대응을 하고, 상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쓰자.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가 되었을 때에는 자신을 인기 유투버라 생각하기 보다, 그냥 책임감 있는 일반인이라 생각하자. 절대 크리에이티브 하게 위기를 관리해 보려 해서는 안된다.

    여덟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위기관리는 장기전이라 생각하자

    위기는 하루 아침에 터져 폭발해도, 위기관리에는 몇 달이 갈 수 있다. 물론 위기 발생 초기 위기관리 역량의 대부분을 쏟아 부어 성공적으로 관리를 해 내야 하지만, 해당 위기가 완전하게 사라져 자신에게 더 이상 영향이 오지 않게 될 때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관리에 조급함이 줄어 든다.

    또한 법적으로도 집행유예라는 제도가 있는 것처럼, 위기관리는 아무리 잘 해 냈다 해도 그 후 일정 기간 자신에는 ‘집행 유예’와 유사한 환경이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기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다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긴 안목과 참을성을 가져야 한다.

    아홉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팬덤이건 대중이건 그들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팬덤이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자신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까지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대신 그 관심과 사랑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팬덤은 돌아서면 원수가 된다고도 한다. 그 만큼 관리하기 어려운 대상이 팬덤이다.

    위기관리를 할 때 보면 대중이나 팬덤을 바보처럼 생각해 위기관리 주체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나 궤변을 늘어 놓는 경우가 있다. 위기관리 기술이라 잘 못 생각하면서 상식적이지 않는 기괴한 전술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진심은 통한다는 클리쉐를 믿으며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대중이나 팬덤은 절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바보였다면 위기도 없었다. 꼭 기억하자.

    아홉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다른 유투버들의 위기에 대해 공부하자

    세상의 모든 위기는 새롭게 처음 발생되는 것이 없다. 모든 위기는 전례가 있었고, 유사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주변 유투버들이 경험하고 있는 위기들을 우습게 바라보지 말자. 그 들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지 살펴 공부하자. 그들이 발생시킨 위기를 자신이 그대로 발생시켜서는 안된다는 각오도 하자.

    어떤 위기가 어떻게 발생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면, 차라리 대응이 쉽다. 물론 그 이전에 발생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훨씬 쉽다. 주변 사례들에 계속 주목하고, 그 위기와 위기관리에 좀 더 관심을 가지자. 단, 기술이나 창조적인 위기관리 방식 보다는 위기의 핵심과 당시 팬덤의 반응 그리고 위기관리 주체가 보여준 책임감에 주로 주목해 보자. 그래야 답이 보인다.

    열 번째 위기관리 포인트: 미리 준비하자

    오늘이라도 또는 내일이라도 문제가 발생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해 보자. 이미지 트레이닝이라 불러도 좋다. 딱히 대응이 떠오르지 않으면 실제 대응 방법을 미리 고안하는 것도 좋다. 미리 챙겨서 갖추는 것이 준비다. 준비하지 않는 자는 실패를 준비하고 있는 자라는 말이 있다. 인기 유투버로 성공한 만큼 위기관리도 준비해 더욱 더 성공하려 노력하자.

  •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그 기준은?

    [The PR 기고문]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그 기준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특정 기업이나 조직과 관련해 큰 위기가 발생되면, 이내 공중 사이에서는 그 위기관리에 대한 논평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전문가 수준의 시각을 투영하며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일반인들도 부쩍 늘어났다. 기업의 사과문이나 해명문 문구 하나 하나를 분석해 가며 그에 대한 속내(?)를 병기해 빨간 펜으로 공유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종의 비꼼이나 비아냥인데, 그 분석의 관점이나 수준이 높아 놀라기도 한다.

    이런 평가의 홍수속에서 매번 고민스러운 것은 어떤 위기관리를 성공이라 하고, 어떤 위기관리를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기준에 대한 부분이다. 특정 기업의 위기관리 하나를 두고도 일부에서는 성공이다 일부에서는 실패다 라는 상반된 시각과 분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긍정적으로 위기관리를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그 외 상당수 위기관리는 그 평가에 있어서 논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론 차원에서는 공중 상당수가 잘했다 평가하는 경우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대로 공중 상당수가 잘 못했다 평가하는 경우는 실패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 이부분은 잘했지만 저 부분은 못했다는 다양한 평가가 서로 엇갈릴 경우 전반적 위기관리 성패를 딱히 정해 판정하기는 쉽지 않아진다.

    위기관리 성공과 실패. 과연 어떤 기준을 가지고 판정해야 할 것인가? 여러 케이스에서 도출된 바를 바탕으로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위한 아주 기초적 기준을 먼저 정리해 본다.

    첫째, 위기가 발생되었는가? vs. 위기를 발생시켰는가?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기업이 평소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여 위기가 발생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 위기도 발생하지 않는 상태가 바로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알게 모르게 현재도 수면 하에서 다양하게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평소 진행하는 여러 관리 활동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전에 기업이 통제 불가능했던 위기다. 통제할 수 없던 요인이나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된 문제가 기업의 관리 수준을 넘어 급격히 성장하는 경우 ‘위기가 발생되었다’ 이야기한다. 기업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이해관계자에 의해 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80년대초에 발생 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협박 케이스다.

    이 위기관리는 아직까지도 각종 교과서와 언론에 의해 기억되고 있는데, 이 위기는 존슨앤존슨의 평소 위기관리 노력을 넘어서는 협박범에 의해 발생된 위기다. 협박 범죄에 의해 존슨앤존슨 자체도 피해자가 된 케이스다. 존슨앤존슨이 위기를 만들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위기를 발생시킨’ 케이스도 있다.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 스스로 위기를 만든 경우다. 실수, 부주의, 관리소홀, 법 위반, 낮은 경영 품질, 악의, 의도적 범법, 개선 거부, 교육이나 가이드라인 부재, 비전략적 대응 등 여러 통제가능요인의 운영 실패로 인해 기업이 위기를 의도적 만들어 낸 경우 해당 기업은 위기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위기 케이스 상당수는 순수하게 ‘발생한 위기’라기 보다는 ‘기업 스스로 발생시킨’ 위기다. 세부적으로 해당 위기를 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는지와 비의도적으로 관리 못 했는지로 나눌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동일하다. 위기관리에서는 해당 위기를 몰랐다 해도 문제다.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위기가 이해관계자에 의해 발생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스스로 위기를 발생시킨 것인지에 대한 확인은 평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 둘 간 큰 차이에 대한 판별 없이 단순 상황이나 결과만을 보고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평가 방식이다. 위기를 발생시킨 기업은 대부분 사후 정상참작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둘째, 초기부터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위기관리를 실행했는가?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공감을 가지고 기업이 문제를 풀었는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실행이 성실하게 초기부터 진행되었던 것인가도 중요하다.

    사실 이해관계자를 초기부터 정확하게 분석해 그들의 생각과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식만큼 효과적인 위기관리 방식이 없다. 그런 위기관리를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별반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생각하고 기대했던 방식 그대로 기업이 문제를 풀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위기관리는 별반 독특하거나 주목을 받지도 않는다. 위기관리 방식이 너무 당연하고 재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해야 할 것을 하는 식으로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은 위기를 잘 관리하는 기업이다. 특별하거나 특이할 것도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이해관계자를 잘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한 채 다양하고 화려한 위기관리 방식을 선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 위기관리가 기술이나 아트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위기관리를 보고 멋지다 평가해서는 안된다. 기술이나 아트라도 그 기반은 이해관계자가 되어야 맞다. 특정기업의 위기관리가 톡톡 튀고 재미까지 있다면 한번쯤은 이 기준에 맞추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셋째, 비슷한 위기를 이전에 경험했던 적이 있었나?

    하늘 아래 새로운 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위기는 이 세상 어떤 기업 누구라도 이미 경험해 보았던 유형이다. 심지어 여러 기업들이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보았던 흔한 위기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위기는 대부분 이미 다양한 전적이 있다.

    이렇듯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에서 해당 기업이 이번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작년에 경험했던 위기를 올 해 똑같이 다시 경험했다면 평가에 보다 유의해야 한다. 당시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그냥 커뮤니케이션으로만 진행되었던 것인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실제 개선이나 재발방지가 있었는지 살피는 것이다.

    만약 그런 약속한 노력을 생략한 채 다시 위기를 맞았다면 그 기업에 대해서는 위기관리를 잘 했다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위기를 지난번 보다 훨씬 더 잘 관리했다 해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보기는 어렵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다면 해당 위기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가 이전에도 그 기업에게 발생되었던 (기업이 발생시켰던) 적이 있었는지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지난 번 약속했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실제로 제대로 실행되었는지 먼저 살펴야 그나마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을 정확히 방지할 것인가?

    현재 시점에서 해당 기업이 위기를 잘 관리했다 보여지는 것 만으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는 것에도 좀 이른감이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한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이 곧바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주목과 그에 대한 확인도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는 비싸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싸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말만 해서 위기를 관리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대부분의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들은 실행하기에 많은 예산과 노력이 든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만 하고, 이내 위기가 잠잠해지면 약속했던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흐지부지 하게 마무리하곤 한다.

    이런 흐름을 이해한다면, 해당 위기를 관리한 시점에 바로 위기관리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해당 기업이 최근의 위기 시 어떻게 했는가를 넘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는지 확인해 가는 것은 위기관리 평가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다섯째, 해당 위기가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되었는가?

    위기가 발생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고,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이 그 장기화를 이끄는 요인으로 확인되는 경우, 그 실제 배경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에 있어 VIP의 관여나 결심이 적절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한국적 기업 경영 구조에서는 VIP가 적절하게 관여하고 강하게 결심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를 풀어야 할 기업의 위기관리가 지지부진해서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VIP의 의중이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VIP 스스로 보고의 부정확성, 공감의 결여, 의도적인 지연, 거리두기, 억울함, 분노, 패닉, 비선적 해결 시도, 커뮤니케이션 단절 등의 이상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단 해당 위기관리는 성공했다고 판정하기 어렵게 된다.

    성공적 위기관리의 기준에는 신속한 문제해결이 핵심이다. 위기관리 시 신속한 문제해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의 내부 사정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듯 해당 위기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해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또한 해당 기업이 문제를 풀 방식을 전혀 찾지 못하고 어려워하기 때문에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 않다. VIP스스로 문제를 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신속성과 과감성을 살펴 위기관리 성패 판정을 해야 맞다.

    위의 평가 기준은 기본적이기도 하지만 한국이라는 위기관리 토양에서 아주 중요한 위기관리 시각의 잣대를 제공한다. 기업이 위기를 스스로 발생시키고도 위기관리를 잘했다 칭찬받는 경우는 최소한 없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가 없이 현란한 위기관리 기술로 성공했다는 평가는 더 이상 없어야 맞다.

    이전에도 이미 동일한 위기를 경험했음에도 아무런 개선이나 재발 조치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 그 때 그 때 위기관리를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아무 의미가 없다. 앞으로 개선이나 재발 방지 의지가 없는 기업을 평가하는 것도 무의미 하다. 조만간 다시 재발되는 위기를 잘 관리한다 해서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를 하지 않거나 그에 대해 큰 의지나 결심이 부족한 VIP로 인해 위기관리가 지지부진 한 경우, 그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엄격 해 져야 한다. 실무자들만 나서 커뮤니케이션이나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 위기관리에 대해서 잘 잘못을 따져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케이스들을 보면 위기를 관리하고 난 뒤 지난 위기관리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전파하거나 홍보로 활용하려 하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보인다. 이 또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공감대 없는 홍보 시도는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위의 다섯까지 기준에서 벗어나는 경우임에도 성공적 위기관리라 자평하며 홍보하는 경우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그 자체는 홍보의 주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기업 철학의 문제이고,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일 수 있다. 기업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묵묵히 해내는 것을 먼저 하자. 그게 진짜 위기관리다. 기업 차원에서 화려한 사후 평가는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