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규제·정책 리스크

  • 급하면 누구라도 먼저 뛰어 들어야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회사에 위기가 발생하면 누구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빨리 위기관리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 재고 저것 재고 하다가는 시기를 놓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라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시 위기관리 업무를 가장 우선으로 놓고 전사적으로 임직원들이 집중해 신속히 실행하라는 의미로는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내용이 각자 통제되지 않은 사적인 개입을 기반으로 한 위기관리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절대 위험하니 삼가 하시라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통제’ 개념이 그 기반입니다. 무엇이든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통제되고 관제되지 않는다면 위험한 대응 방식입니다.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들도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합니다. 시간적인 통제와 의사결정 전략에 있어 통제가 중요합니다. 자사가 통제할 수 없는 의사결정이라면 그 의사결정 자체가 아무리 멋지다 해도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뿐입니다. 적절한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위기대응에서의 개입 또한 마찬가지 통제가 중요합니다. 사내에서 지정된 위기관리위원회 차원 이외에 통제가 불가능한 부서, 개인의 사적 개입은 경계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기 시 쏟아지는 언론사 문의에 여러 부서 직원들이 각자 친한 기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해서 자사 해명을 실시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십시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온라인은 어떻습니까? 위기 시 자사에게 쏟아지는 온라인상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하나 하나에 대해 수백 명의 직원들이 맞서 여기 저기 각개 전투를 벌이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자신들이 아무리 강력한 온라인 영향력자라고 해도 이런 개인적 개입은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위기 시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각자 지인 관계인 각종 규제기관장과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관과 홍보담당자들을 건너 뛰어 사적으로 여기 저기에서 개입을 하는 형국은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일단 위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든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과 대응 실행들은 ‘일원화’ 되어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지시되지 않았고, 공유되지 않을 실행은 위험하니 삼가 해야 합니다. 아무리 애사심에 기반한 사적 활동이라도 그것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최종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다시 회사가 됩니다. 위기 일수록 임직원의 사적 개입, 비밀스러운 작업(?) 등은 조직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주제입니다.

    실제로 위기관리 실패 케이스들을 보면 위와 같이 위로는 기업 오너 및 대표이사에서 아래로는 일선직원까지 통제되지 않는 어지러운 사적 개입들이 공히 목격됩니다. 이 때문에 부정 보도를 준비하는 언론사 편집국장과 데스크는 갑자기 수 십 명의 지인들에게 해당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는 어지러운 전화를 받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인정과 인맥에 의지하는 청탁들입니다.

    분명히 로펌과 법무팀이 해명자료를 가져오기로 되어 있는데, 규제기관 담당자들에게는 별별 라인으로 전화가 들어옵니다. 그 연락 내용에는 대부분 문제에 대한 정확한 해명 정보들이 들어있지도 않습니다. 규제기관 담당자들은 당황스럽고 짜증만 납니다.

    온라인에서는 더욱 더 소란이 커집니다. “이건 회사의 공식입장이 아니고,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며 별별 글들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상 공중들을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비판하고, 폄하 합니다. 서로 감정이 상해 말싸움과 막말이 시작됩니다. 상황이 관리되기는커녕 더 긁어 부스럼을 만들게 됩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은 중앙에서 통제되는 체계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합니다. 일선에서 아무리 실행 역량들이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중앙에서 적절하게 내려지는 전략에 기반한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메시지들도 일원화 되어야 합니다. 창구도 그렇습니다. 그래야 외부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보았을 때 일사 분란하게 체계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판단하게 됩니다.

    그 만큼 또 다른 제2, 제3의 위기 발생 가능성은 줄어들게 됩니다. 기업 스스로 자신이 하고 있는 위기관리를 통제하고 있는 만큼, 대응 전략이나 대응 방식의 전환도 자유자재로 가능해집니다. 어떤 실행이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확연하게 평가됩니다. 여러 면에서 통제되지 않는 사적 개입보다는 통제 하에 있는 체계적 대응이 훨씬 안전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하듯 ‘호떡집에 불 난 것’ 같아 보이는 위기관리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로비 합법화의 필요충분조건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근 개봉한 영화 ‘미스 슬로운(Miss Sloane)’은 미국 워싱턴 DC의 로비 업계가 주 배경이다. 워싱턴 정책 입안자 사이에서 명성과 함께 악명까지 높은 승률 100%의 로비스트 ‘슬로운’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업종을 ‘퍼블릭 어페어스 앤드 커뮤니케이션(Public Affairs and Communication)’이라 칭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로비’라 알려져 있는 일을 한다. 대형 로비 에이전시 소속이었던 슬로운은 어느 날 ‘총기 규제 법안’을 무력화 해주길 원하는 클라이언트에 반기를 든다. 그녀는 이내 자신이 다니던 대형 에이전시를 등지고, 작은 규모의 부티크 로비 에이전시로 자리를 옮겨 친정 에이전시와 로비 전쟁터에서 대적한다는 줄거리다.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배경일 수도 있다. 우리 기억을 더듬어 보자. 90년대초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PR에이전시’라는 이름을 들어 본 경영자들은 극소수였다. ‘기업 홍보실’이란 명칭은 들어 보았어도 ‘PR 에이전시’ 또는 ‘PR대행사’라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분들을 2000년 초에도 만나 본적이 있다. 일부 경영자들은 “기업 내 홍보실이 있는데, 왜 PR대행사를 쓰나요?” 같은 질문을 얼마 전까지도 종종 했었다.

    PR대행사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로비(lobby)’ 그 자체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로비를 전담하는 에이전시가 있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에서 중앙과 지역정부의 정책입안자들(Policy Makers)을 대상으로 하는 합법적 로비가 가능하게 된 것은 1876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하원의 결의로 로비스트들에게 등록을 의무화하면서 본격적으로 로비 업(業)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는 1989년 그리고 유럽연합은 그보다 더 늦은 1996년 로비스트들을 법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물론 미국의 경우 이미 1800년대 초부터도 정책입안자들이 당시 로비스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부터 상당기간 로비 업계는 전통적인 양대 축으로 유지된다. 정책입안자그룹 (Policy Makers)과 특수이해관계자그룹(Special Interests)이 두 축이다. 정책입안자그룹(Policy Makers)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중앙 및 지방 정치인들, 그들의 보좌관들, 의회 및 정부부처 공무원들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반적 생각보다 로비의 실제 대상은 훨씬 넓고 다양하다.

    반대편인 특수이해관계자그룹(Special Interests)은 일반적으로 업종/업계를 대표하는 협회, 노동조합 같은 각종 조합들, 기업들, 비영리단체, 타 내외국 정부기관들, 개인들에 이르기 까지 그 범위나 다양성이 더 크다. 따라서 당시 초기 로비는 대부분이 특수이해관계그룹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 졌다. 이들을 ‘인하우스 로비스트’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운용하고 있는 대관(對官)부서에서 정부관계를 진행하는 형태와 유사하다.

    고비용 저효율의 인하우스 로비스트 체계

    이렇게 전통적으로 양대 축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로비 업무에는 몇 가지 문제나 어려움이 있었다. 일단 양축 간에 상호간 호의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돈’이 오갔다. 이를 매개로 해서 정책적인 정보들이 비싸게 공유되었다. 그럼에도, 정책입안자와 특수이해관계자간에는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찾아내 정책 개발 업무를 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아동보육 정책에 대한 혁신적 법안을 만들고 싶은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있다고 해보자. 이들이 검증된 전문가들과 준비된 법안 관련 정보들을 입수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을 허비하며 수 많은 특수이해관계자들을 만나야 하는 수고가 필수적이었다. 고비용 비효율적인 시장 구조였다.

    그러나 2005년 전후 미국에서 로비 에이전시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환경이 바뀌게 된다. 기존 정책입안자그룹(PM)과 특수이해관계자그룹(SI) 사이에 로비 에이전시들이 들어가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하버드대 윤리센터(Center for Ethics) 2015년 조사에 의하면2005년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로비 시장에서 업무 점유율은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의 ‘인하우스 로비스트(한국의 대관부서 개념)’가 55%, 그 외 ‘고용된 총잡이(hired guns)’로 불리는 ‘로비 에이전시’가 45%를 점유하고 있었다. 그 비율이 2006년 43% vs. 57%로 역전 되면서 로비 에이전시들의 업무가 인하우스(對官)인력들의 업무보다 대폭 늘어났다. 그 이듬해인 2007년에는 로비 에이전시의 업무 비율이 약 65%에 이르렀다. 그와 동시에 로비에 사용하는 총 예산 비율을 따져봐도, 2007년 기준 로비 에이전시들이 약 20억불(한화 2조 3천억원)정도의 예산을 점유했고, 인하우스가 그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견제받는 로비 에이전시들의 탄생과 성장

    큰 흐름으로 보면 로비 에이전시를 고용했을 때 기존 전통 양대 축 구조의 문제인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일정부분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업들이 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차원에서 실시하는 로비스트들에 대한 강한 감시와 규제도 시장 변화에 한 몫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로비 업계는 예전 양대 축 구조에서 그 사이에 로비 에이전시의 한 축이 더 들어간 3대 축의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전과 같은 정책입안자들은 로비 에이전시들에 대한 상시적 접근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상호간 정보 교류와 준비된 정책자료 지원이 수시로 이루어진다. 정책입안자그룹과 로비 에이전시 그룹간 관계는 지속 발전되어가고 있으며, 때때로 리볼빙 인사(revolving door)가 이루어지는 수준에까지 올랐다. 의원들의 보좌관으로 전직 로비 컨설턴트가 스카우트되어 가거나, 전직 의원이나 관료들이 로비 에이전시에 임원으로 스카우트 되는 경우가 그런 예다.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은 예전에 직접 정책입안자그룹과 관계를 맺으며 겪었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로비 에이전시를 고용하거나 계약하는 방식으로 대관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로비 에이전시가 클라이언트의 수요와 필요에 기반해 법안 관련 컨설팅, 자문, 대리 업무를 해주고, 정책입안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활동으로 클라이언트로부터 적정한 수수료(Fee)를 받는 구조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아예 자신의 조직 내에 특정 로비 에이전시 컨설턴트들을 고용해 계약 활용하는 곳도 생겨났다. 로비 에이전시는 일반적으로 변호사, PR전문가, 컨설턴트, 전직 의회 및 관료들로 채워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로비스트들이 (부패한) 정치인들과 밀실에서 이야기 나누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돈을 건네고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정책에 반영하려 한다고 믿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의 로비 에이전시들을 보면 그들 업무의 대부분이 정책조사, 법안조사, 각종 통계분석, 전략개발, 자료 준비 및 개발 등에 투여된다. 그와 함께 에이전시 고위임원들은 정책입안자들과 특수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연결작업을 위한 컨택과 미팅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기존에 양측이 서로를 찾아 헤매는 수고를 대신 해 덜어주는 고효율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대관의 외주화? 대관에 대한 업무 정의가 먼저다

    이제 한국의 최근 환경으로 돌아와 보자. 청와대발 정치권 스캔들이 반년 이상 나라 전체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그 정치적 스캔들에 연루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특성상 기업의 오너들이 청와대와 연결고리 상에 있었다는 의혹으로 직접 수사를 받고, 일부 구속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시점에서 많은 기업들은 한국적 환경에서 대관(對官)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현재 대관 조직을 해산하고, 상당부분은 외부에 맡겨 ‘외주화’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대관 업무를 외주화 하느냐 고민하기 이전에 ‘과연 한국 기업에게 대관이라는 업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하는 직무기술과 그 각각의 정의가 먼저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같은 대관 업무들을 그대로 외주화 한다면, 이는 위험의 우회 또는 분산이라는 목적 밖에 이룰 수 없을 것이다.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기존에는 기업 고위직 인사들이 수사 받고, 구속 되었다면, 앞으로는 대관 업무를 대행한 개인이나 에이전시까지 수사 받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구속되는 정도의 변화 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정부도 그렇다. 기업을 비롯한 여러 특수이해관계자그룹이 성장하고, 그들의 발전적 제안과 생각들을 충분하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대관 수요를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해서 발전적으로 양성화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고비용 비효율’의 대관 구조로는 특수이해관계자들 또한 제대로 된 의견 전달이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후퇴 또는 미진한 발전이 당연해 진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미국의 전통적 로비 업계 구도인 정책입안자그룹(PM)과 ‘일부’ 특수이해관계자그룹(SI)이 양대 축을 이루며, 비밀스러운 고비용, 비효율 구조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더욱 더 수면 아래로 숨어 들게 만드는 정책보다, 이를 응시하고, 실체를 그대로 인정 분석하고, 수면 위에 올려 놓아 올바른 게임의 법칙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늙고 부패한 대관문화를 바꿔야 나라가 산다

    허용하되, 견제하고, 감시하고, 규제하면 된다. 로비 활동이 합법화 되고, 로비스트들이 등록제로 정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게 된다면, 그 때부터 업계에는 시장의 원리가 작용하게 된다. 전문적인 로비 에이전시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특화된 변호사들과 능력 있는 PR전문가들이 팀을 이룰 것이다. 그들이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상당 수준의 연구와 관계 형성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보다 수준 높은 정책자료들을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이 제공 받게 될 것이다. 사회를 위해 필요한 정책 아젠다들은 더욱 더 활발하게 공유될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밀실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오고 가던 돈봉투와 뭉치 돈들도 자리를 잃게 되어야 한다.

    ‘PR에이전시’라는 낯선 서비스 개념이 한국에 입성한지 30년이 되간다. 그 후에도 몇 십 년간 한국에서 ‘PR또는 홍보’란 ‘피(P) 할 건 피하고, 알(R)릴 건 알린다’는 이야기로 희화화 되었었다. 오랫동안 대기업 홍보실이 언론에 뿌려대는 거대한 예산을 기반으로 홍보라는 업무가 굴러 갔었다. 기자와의 관계도 대기업 홍보실은 밀실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 유지시켰었다. 그런 환경에서 ‘PR에이전시’는 말 그대로 이방인이었다. “예산도 없고, 밀실작업도 못하는 회사가 무슨 홍보를 한다고 하나?’라는 비판을 수십 년간 받았었다.

    그러나 현재를 보자. PR에이전시들은 국내 언론관계 전반의 투명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예산이나 밀실에서의 속삭임으로 진행되던 한국의 홍보를 전략과 메시지로 상당 수준 대체 시켰다. 더 이상 젊은 기자들은 기업이나 홍보대행사들에게 ‘갑’으로 접대 받거나, 밀실로 자신을 유도해 주길 원하지 않게 되었다. 좋은 기사 거리를 다양하게 적시에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PR에이전시를 찾게 되었다.

    PR에이전시가 활성화 되면서 한국 언론관계 토양이 양질화 되었다. 우리의 늙고 부패한 대관도 이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기존과 같이 방치되면 안 된다. 더 이상 수사 받고 구속 될 날을 기다리며 담장을 걷는 대관 실무자들이 존재하면 안 된다. 일부 대기업만 독식하는 정책입안자들과의 밀실 문화도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제대로 된다.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타겟말인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대상 ‘타겟 오디언스’를 설정하라 하더군요. 각 이해관계자 우선 순위를 지정해서 그에 따라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것이죠. 그런데 반대로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타겟 오디언스를 전국민으로 하면 어떤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모든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효율성’이라는 축과 ‘효과성’이라는 축간의 밸런스를 고민합니다. 아무리 효율성이 크다 하더라도 효과성이 반감되면 안되고요. 반대로 효율성은 부담스러운 수준인데, 효과성은 크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됩니다.

    특히나 위기 시 진행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두 축에 여러 변수들이 더 투영됩니다. 일단 ‘시간’이라는 변수가 생겨납니다. 효율성과 효과성의 밸러스를 다투더라도 그 결정이나 실행에 있어 ‘시간’이라는 변수를 해치는 상황이 생긴다면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또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정과 인식’이라는 변수도 아주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들이 단박에 사라져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경우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핵심은 ‘우리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또는 “우리가 그것을 통제하려 시도하는 것이 현재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질문에서 ‘타겟 오디언스’를 말씀하셨는데요.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국민이라는 타겟 오디언스는 평시에도 통제 불가능 또는 접근 불가능한 타겟 설정입니다. 물론 ‘효과성’은 때때로 클 수 있겠지만,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유효한 수준으로 설득하는 데에는 너무 과도한 ‘효율성’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해당 위기관리에 정말 필요 충분한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국민이 해당 위기 상황을 아직 인지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예 인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는 해당 기업과 문제에 별반 관련이 없어, 관심이나 아무런 인식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말 그대로 매쓰(mass)한 접근은 전략적이지 않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대부분 ‘위기 시 타겟 오디언스를 정확하게 정의하라’는 조언을 합니다. 이 의미는 해당 위기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그들에게 커뮤니케이션 우선 순위를 두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효율성, 효과성, 시간, 감정, 인식 등등의 전략적 고려 사항을 감안하기 이전에, 아주 당연한 ‘대상’에 대한 고민이 됩니다. 문제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분해하고, 억울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커뮤니케이션의 ‘직접 대상’으로 놓는 것은 아주 단순한 상식입니다.

    그들을 ‘제외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서 해당 위기를 관리하겠다 생각하는 것은 반대로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이던, 어떤 형태로든지 수면 위와 아래에서 어떤 접근자를 통해서라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케어(care) 해야 맞습니다. 즉, 그들에 대한 ‘관리(management)’ 성패가 위기관리 전반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렇게 보면 타겟 오디언스의 규모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서비스로 인해 아주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고객 또는 고객 수십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이 포함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 시설의 사고로 인명을 달리한 직원들이 있다면, 그들과 가족들 또한 해당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타겟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수십에서 수백 명의 ‘실명’ 타겟 오디언스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회사가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입니다.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실제로 피해를 입은 그들의 것보다 더하다는 생각은 잘 못된 것입니다.

    이런 ‘해야만 하는 노력’에 대한 고통을 피하는 회사는 문제입니다. 이런 경우는 대신 ‘익명’으로 해당 위기와 별반 관계 없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삼습니다. 회사는 핵심 타겟에 대한 접근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거나 못하면서, 언론사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정부나 국회에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사과광고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하려 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핵심 타겟은 대체 누구입니까?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왜 “모른다, 기억 안 난다”만 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장님도 국회 청문회 증인 출석을 앞두고 계신데요. 다른 기업 회장님들의 이전 출석 답변들을 분석 해 보면 ‘모른다. 기억 나지 않는다’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게 법적으로 전략적인 것이라 그런 건가요? 왜 이런 답변들이 많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특정 기업 경영진에게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요청이 왔다면 그건 대부분 해당 기업에게‘법적 여론적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청문회’니까요.

    당연히 회장님께서는 법적 취약성을 적절히 커버하면서 동시에 여론의 합리적 의심까지를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지시게 됩니다. 이 부분이 경찰이나 검찰 조사 환경과 다른 점입니다. 이를 위해 로펌이나 법무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보다 전략적인 답변을 준비 하시는 것이죠.

    가장 좋은 답변은 이 둘을 동시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하지만, 대부분은 법적 취약성 커버에 더 현실적 우선 순위를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둘 다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는 답이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순서에 있어서 법적 논란이 먼저 해소되어야 여론 관리에 있어서도 여유가 생깁니다. 반대로 여론 관리를 우선으로 두게 되면 법적 대응 여지가 상당부분 제한될 수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완전한 유죄를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감수하고 혁명적 개선을 하겠다며 선처를 구하지 않는 이상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특수 환경에서 대부분의 답변자가 택하는 포지션은 ‘바보(fool)’와 ‘악당(bad guy)’의 양대 포지션 중 ‘바보(fool)’의 포지션입니다. 이 포지션은 유효 시 법 및 여론상 비판과 책임을 두루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보(fool)’ 포지션에 의거한 핵심 메시지들은 답변자인 경영자분들이 암기 전달하기 비교적 용이하고, 답변자가 최대한 질의자의 의도를 통제할 수 있어서 선호됩니다. 주로 이런 포지션에 의거한 답변 메시지는 “아닙니다”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가 됩니다.

    단, ‘바보(fool)’ 포지션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자들이 그 포지션에 대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이해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 이해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기술적으로 ‘바보(fool)’ 포지션은 공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그렇다면 모를 수도 있겠군’ ‘저것까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공감이 있을 수 있으면 이 포지션은 유효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상당히 많은 답변자들이 ‘바보(fool)’ 포지션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그 포지션에 대한 상식적, 합리적 이해를 도모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무조건 모르쇠’나 ‘꼬리 자르기’ 등등으로 비추어지게 되니 문제가 됩니다. 아주 위험한 답변 결과죠.

    질문자인 국회의원들은 이 포지션을 흔들기 위해 여러 질문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답변자들을 단순한 ‘바보(fool)’로 비추어 지게 하기 보다는, ‘악당(bad guy)’ 또는 최소한 ‘바보인척 하는 악당’으로라도 보여지게 만들려 애를 씁니다.

    청문회란 항상 이렇습니다. 답변자 입장에서는 실수하지 않고, 흥분하지 않고, 준비된 핵심 메시지에서만 머무르고, 끝까지 체력과 멘탈 관리에만 이상이 없었으면 최소한 ‘지지 않은 게임’ 이라 평가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은 사전에 준비 훈련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합니다. 예상되는 주요 핵심 질문들을 답변자인 경영진들에게 이해시키고, 쟁점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를 위한 전략적인 핵심 메시지와 그 기반이 되는 논리에 대하여 충분한 숙지가 진행됩니다. 이와 더불어 실제 청문회장 분위기와 유사하게 질문자들이 질문 하고 답변자들이 답변 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시청하는 청문회 답변은 이런 준비에 의해 전달되는 ‘연출’입니다.

    단, 한가지 전략적인 답변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논란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인 경영 정보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적절한 팩트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략적 ‘바보’ 포지션은 결코 ‘무능’과 동의가 아닙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간단하게 위기 대응 전략을 세울 방법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가 발생하면 저희가 정신을 차리는 게 일단 너무 힘든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어서도 사실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아서 말이죠. 좀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 위기 대응 전략을 정리 할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병(病)에 대해 한번 생각 해 보시죠. 사람이 어떤 병에 걸렸다고 설정 해 보시죠. 그렇다면 여러 증상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어느 특정 부위가 일정 기간 아팠다거나, 어떤 이상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거나 하곤 하죠. 물론 갑작스럽게 병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위기 발생 전조나 상황, 감지도 이와 유사합니다.

    일단 병이 있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그 사람이나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어떤 조치를 먼저 취하게 될까요? 우선 해당 질병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게 됩니다. 그래야 해당 병을 치료 또는 수술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해당 질병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 방식을 구상하게 됩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상황파악과 대응 전략 도출 단계가 되겠습니다.

    그 후 해당 질병을 가진 환자와 의사가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이런 치료 방식이 있는데, 어떤 치료 방식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의사로서 이런 방식을 권장 드립니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게 되겠죠.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단계는 의사결정 단계가 됩니다.

    의사와 환자가 치료 방식에 대해 동의가 이루어지면 정해진 치료 프로세스에 따라 치료 작업이 실행됩니다. 약이나 주사를 투여 받게 되고, 수술이 필요하다면 수술이나 여러 가지 조치들이 진행되죠. 이 단계가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 위기 대응 실행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할까요?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계속 관찰하죠. 여러 측정 방법으로 그 이전의 질병 상태와 치료 후 상태를 지속적으로 비교 합니다. 만약 치료 후에도 해당 질병이 사라지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는 추가적인 치료 실행을 계획합니다. 반대로 치료 후 상황이 호전되고 이제 질병 수준으로 환자를 해하지 않는 결과가 얻어지면 의사는 환자에게 퇴원을 주문하죠. 이 단계가 실행 후 평가 및 위기 종료 단계가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기업 위기를 바라보는 단계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발전단계에 있어 원점(source)-거실(living room)-시장(market)-법정(courtroom)의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먼저 원점(source)라고 불리는 것은 해당 위기나 이슈를 발아시킨 사람이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때로는 어떤 작은 최초 사건 자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관리 성패를 기반으로 보면 대부분 이 원점(source)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 대응 하는 것이 성공가능성은 가장 높습니다.

    원점(source)에 대한 초기 관리가 실패하게 되면 해당 위기나 이슈는 거실(living room)로 갑니다. 즉, 여론화를 의미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해당 위기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의견들을 만들어 교환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중요성은 최대화됩니다. 여론을 제대로 관리 대응 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여론(living room)이 악화되어 그 다음단계로 전이 되는 곳은 대부분 시장(market)이 됩니다. 팔리던 제품이나 서비스가 안 팔리게 되죠. 제품이 회수 되거나 매장에서 철수 명령을 받습니다. 가시적으로 불매운동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재무적 충격이 가시화되는 단계입니다. 이때는 기존에 진행하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당연하고, 실제적인 시장 대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발적 리콜이나 판대 중단 또는 배상 및 파격적인 시장 활동 등이 병행되어야 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market)에서까지 완전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면 그 다음 단계는 법정(courtroom)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위기는 거의 법정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피해자들이나 규제기관, NGO등이 이전 단계들에서의 문제와 책임을 따지면서 소송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시장활동은 법적 대응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을 잃게 됩니다. 법적 책임을 최소화 하는 전략이 생겨나게 되죠.

    위기는 이렇게 생겨나서 이렇게 사라집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위기 발생 후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것을 중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 단계가 어떤 단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다음 단계로 전이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실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점, 거실, 시장 그리고 법정의 4단계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위기 발생 직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방법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와 관련 해 갑작스럽게 문제가 불거져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표님을 비롯해서 여러 임원들이 모여 대응 방안들을 강구 중인데요. 혼란스럽고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위기 발생 시 대응방안을 결정하는 방법이 좀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실제 위기관리 자문 경험들을 토대로 몇 가지 대응 방안 결정을 위한 참고 사항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물론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핵심 상황 정보들에 대한 입체적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그와 함께 여러 주변 변수들에 대한 검토들도 완료되어야 제대로 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려해 볼 핵심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고려사항. ‘우리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정해 토론해 보셔야 합니다. 문제가 생겼으니 무조건 나서서 가시적으로 대응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략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침묵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현 상황에서 아무런 (가시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어떤 문제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지 예상해보라는 의미입니다.

    어떤 후폭풍들이 예상되는가 자문(自問)해 보는 것이죠. 만에 하나 현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도 별반 문제가 없겠다 하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면 적절한 대응 시기가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 준비에 우선 집중해야 하는 시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고려 사항. ’현 위기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상정 해 토론하십시오. 위기를 발생시킨 문제의 핵심이 있을 겁니다. 그걸 빨리 찾아 정확하게 규명하고 정의하십시오. 그것이 이번 위기의 뿌리일 수 있습니다. 그 뿌리를 제거하지 않고는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 뿌리가 정확하게 정의되면, 그 다음엔 그 문제의 핵심을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모으십시오.

    이를 통해 이루어진 의사결정이 위기관리 대응방안의 초석이 됩니다. 만약 현 위기상황이 품질에 대한 것이면 품질에 대한 핵심 문제를 정의해 관리해야 합니다. 서비스에 대한 것이라면 서비스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고객에 대한 것이라면 고객에 대한 관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안전에 대한 것이라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문제 제품에 관한 것이라면 문제 제품을 신속히 회수 또는 사용 중지시키는데 큰 노력을 구해야 합니다.

    세 번째 고려 사항. ‘우리가 강구한 대응 방안들이 추가 이해관계자 개입을 방지 할 수 있을 성격의 것인가?’하는 자문을 해 보아야 합니다. 만약 회사에서 가시적 대응을 진행하였음에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공분이 사라지지 않고 추가 개입들이 이어진다면 그건 적절한 대응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발적 리콜 선언을 했음에도 소비자들 대부분의 원성과 이를 비판하는 언론 그리고 정부규제기관의 압박이 사그러들지 않는다면 해당 리콜은 실패한 대응일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나가 기자들에게 고개 숙이고 사과 했음에도 NGO들이 연이어 시위를 하고 불매운동을 하고, 정부 규제기관이 대표를 소환한다면 이 대응에는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상적 위기 대응은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방지 또는 완화합니다.

    네 번째 고려 사항. ‘여론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우리의 대응 방안은 과연 어떤 수준까지 되어야 하는가?’하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호미로 막을 위기가 있고, 가래로도 막지 못할 위기가 있습니다. 과연 회사가 어떤 수위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해당 위기가 적절하게 관리 될 것인가는 여론 분석을 위해서만 유추 가능합니다.

    오프라인 언론과 의견들, 온라인에서 발현된 일반 공중의 의견들 그리고 해당 의견들의 확산 속도와 범위, 규제기관, 사법기관, NGO, 고객들의 변화된 움직임들 등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여론을 실체에 가깝게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네이버에 노출되고 있는 아픈 포스팅 몇 개를 들여다보면서는 여론을 전체적으로 이해 할 수 없을 겁니다. 트위터에서 돌아다니는 평들을 읽다 보면 현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이 아닌가 오해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여론은 가능한 여러 채널들과 대상들을 통해 파악해야 합니다.

    피해를 입었고, 화를 내고, 울고, 아프다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그 외에 이 상황을 바라보는 제3의 공중의 여론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이들이 해당 위기에 뛰어들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 생각을 기반으로 대응 수준을 정해야 안전한 위기관리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여러 대응 방안 옵션들을 이해관계자들의 태도와 여론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시착(試着)시켜 보자는 것입니다. 너무 크거나 작거나 어울리지 않거나 그들이 원하는 방안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다른 대응 방안을 고려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야 회사가 살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로펌 변호사들도 언론을 잘 알던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좀 민감한 이슈가 있어서 우리 회사와 계약 되어 있는 로펌 변호사들을 불러 회의를 했었습니다. 근데 담당 변호사가 그 로펌에서 언론을 잘 아는 변호사와 함께 왔어요. 방송통신위나 언론중재위쪽 경험이 있으시다 하더군요. CEO께서는 그쪽 변호사들과 함께 이슈관리 해 보라 하시는데요. 이슈관리에 있어 대응 자문을 이 분들에게 받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망치로 나사를 박으려 하시는 것 같군요. 국내 기업 위기들 중 법적 판단에 의해 관리 방향을 정해야 하는 유형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만큼 기업 내 준법(compliance) 마인드와 문화가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경영진 및 오너의 권한남용(management override)이 그 기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그 때문에 로펌들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업 위기가 발생했을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수준이 낮은(당연한) 기준은 ‘법적 기준’입니다. ‘우리 회사가 이 이슈에 있어 법적 문제가 있는가 없는가?’ 점검 해야 한다는 거죠. 그 다음 한층 높은 기준이 ‘여론적 기준’입니다. ‘우리가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론이 이 문제를 부정적으로 받아 들이지는 않을까?’하는 고려를 하는 거죠. 가장 높은 기준은 ‘윤리적 기준’이라고도 하죠. (이 논의는 다음 기회에…)

    우선 앞의 두 기준을 두고 보면 율사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역할과 전문범위가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나 언론중재위 같은 기관은 법에 의거한 언론 규제기관입니다. 이런 훌륭한 규제기관에서 위원 등으로 활동하신 저명한 율사분의 개인 역량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법에 기반한 위기관리 전략과 여론에 기반한 위기관리 전략간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의심 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언론’이 ‘여론’과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기업에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언론’을 주로 관리하려 노력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기 힘듭니다. 지금 같이 투명한 ‘여론 관조’가 가능한 환경에서 직접 ‘여론’을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 대신, 간접적으로 ‘언론’을 관리하고자 하는 노력이 과연 이상적인가 하는 것은 의문입니다.

    혹시 CEO께서 여론을 읽고 있다면서 언론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여론을 듣는다면서 기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여론에 따른다고 하면서 기자들에게만 고개를 숙이는 것은 아닌지요? 여론이 무섭다 하면서 언론사에 대해 대대적 스폰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나요? 여론이 무지하다 여기면서 언론과의 관계를 거부하거나, 통제가 필요하다고 정부에게 탄원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정확하게 사내 위기관리팀이 여론과 언론을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건가요?

    언론에 대한 관리에는 종종 법이 필요할 수 있지만, 여론에 대한 관리에는 항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구분 정의된 여론을 정확하게 읽고, 빠르게 분석하여, 적절한 ‘여론의 법정’ 논리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이 사내에서 누구인지 돌아보시죠. 바로 기업의 홍보실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회사를 대변하며 여론의 법정에서 생존을 다투어 온 홍보실 임직원들이 그 전문가입니다.

    여론의 법정 경험이 실제 법정에서 완전하게 통하기 힘들 듯, 실제 법정 경험 또한 여론의 법정에서 완전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힘듭니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누구는 옳고 누구는 틀리다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전문성을 지닌 사내외 전문가들이 의사결정 그룹 내에서 좀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뿐입니다.

    여론 커뮤니케이션 전문성을 규제기관에서 언론을 다루던 율사들에게서 찾는 것은 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 하게 됩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일선 기업 위기관리 자문에 투입되어 일하며 여러 좋은 변호사분들로부터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들이 법적 관점을 존중하듯이, 그 변호사분들도 여론에 기반한 관점을 존중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함께 일하되 상호간 전문성을 인정하고 완전히 협업 했을 때 더 나은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 협업에 있어 핵심적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역할을 하는 분이 바로 CEO입니다. CEO께서 양쪽의 전략을 듣고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최선의 위기관리입니다. 그 과정에서 CEO 스스로의 각 전문성에 대한 존중은 기반이 되야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CEO께서는 나사를 박는데 망치를 쓰지 마시라는 조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자발적 리콜? 꼭 시끄럽게 떠들어야 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는 건강식품 회사인데요. 골치 아픈 큰일이 있습니다. 제품에 대해 정부 규제기관이 조사목적으로 원료를 수거해 갔고요. 조금 있으면 그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사내에서 그 결과를 부정적으로 예상하고 크게 우려하는 상황인데요. 자발적 리콜 같은 조치도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결정된 건 아니고요. 근데 자발적 리콜이라고 하면서 보도자료도 내고 홈페이지에 팝업도 올리며 시끄럽게 떠들 필요까지 있을까요?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에 있어서 ‘무조건’, ‘예외 없이’, ‘당연히’ 라는 가이드라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CEO를 비롯해 핵심 임원진들과 주요 주주들이 고심해 결정한 문제일 뿐이죠. 물론 그런 결정의 근간에는 회사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의식 등이 깔려 있겠지요.

    제품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인지하고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는 경우 또한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해당 문제 사실을 자사가 먼저 확인 했느냐, 아니면 제 3자 규제기관이나 소비자 단체 등이 먼저 발견했는가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 방식은 좀 나뉘는 것 같습니다.

    회사 스스로 품질을 검사하다가 문제를 발견했으면 바로 시정을 하고 합니다. 이를 대대적으로 바깥으로 알리는 행동은 대체로 하지 않지요. 물론 아주 심각한 위해성이 발견되거나 하면 이는 일부 신고 의무나 책임들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개선이나 방지 차원에서 수면 하에 회사에 의해 마무리 되곤 합니다.

    별반 심각하진 않은 문제나 위해성이라도 발견했을 때 회사가 바로 리콜을 선언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로서 ‘자발적 리콜’이라고 봅니다. 상당히 드문 경우이지만, 훌륭한 소비자 철학과 품질 기준을 가진 일부 기업들은 실제로 선제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선언하고 내외부로 커뮤니케이션 합니다. 큰 의미에서 사전적 위기관리라고도 볼 수 있는 아주 존경스러운 행동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외부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가 문제를 적발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조사를 진행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공식 브리핑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 적발 사실을 공표하게 되어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문제가 공표되는 순간이지요. 회사가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이때부터 벌어집니다.

    일단 공표된 제품의 문제는 소비자들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판매가 바로 곤두박질 칩니다. 상당기간 동안 팔리지 않지요. 유통채널에서는 어떻습니까? 문제의 제품을 더 이상 진열 판매하지 않으려 합니다. 재고 처리를 하고 선반에서 모든 문제 제품을 끌어 내 창고에 쌓아 놓지요. 회사는 이 수많은 재고를 수거해서 소각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회사들은 ‘자발적 리콜’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카드를 꺼내 듭니다. 소비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리콜 하겠다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이 전략 속에는 ‘어차피 팔리지 않고 재고를 수거 소각해야 하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소비자 철학이나 사회적 책임 이미지라도 건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품질 및 대관 이슈가 홍보 이슈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경우 ‘자발적 리콜’이라는 자사의 방침을 떠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 언론에서 받는 공격(?)에 대한 방어의 의미로도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크게 떠들어서 자사의 이미지를 그나마 지키는 것이 차후를 대비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일부 소규모 회사 같은 경우에는 좀 다릅니다.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에서 적발 사실을 공표했지만, 언론에서 그렇게 규모 있게 다루지 않는 경우죠. 이런 때에는 소규모 회사들의 경우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지 않곤 합니다. 내부적으로 ‘알려서 좋을 게 없다’는 의식이 있는 거죠.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이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지속 가능 하려면 이런 전략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진정한 철학과 책임 의식을 가진 기업이라면, 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가 조사를 시작했을 때라도 신속 정확하게 문제 유무를 판단하고 의사결정 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다면서 제3자의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명분하에 시간을 끄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자발적 리콜’이란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 커뮤니케이션 이슈로만 보면 안됩니다. 그건 철학과 책임에 대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기업들을 유리턱으로 만드는 최근 위기 생성 프로세스

     

     

    기업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으로 자그마한 상황이 위기로 성장되는 프로세스를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물론 위기의 유형별로 각기 조금씩 다른 성장 프로세스를 보이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을 유리턱으로 만들어 버린 ‘사회적’ 위기 유형들을 보면 아주 공통적인 프로세스가 눈에 들어 옵니다.

    첫번째 단계는 상황이 발생하는 단계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집니다. 이때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일반 공중들의 인지는 없습니다. 발생된 상황은 그 상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극소수 이해관계자와 위기관리 주체 이렇게가 인지자들의 전부입니다. 기업에서는 대부분 이 때부터 위기관리 대응이 시작됩니다. 대응 준비라도 시작하는 거죠.

    두번째 단계는 해당 상황에 직접 연결된 이해관계자들간에 해당 상황이 회자되는 단계입니다. 상황과 관련하여 자기끼리 정보를 공유하거나, 불만을 토로하거나, 비판을 하거나, 문제를 삼아야 하겠다는 의지들을 모으지요. 집단행동이 준비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세번째 단계는 해당 상황이 온라인, SNS등으로 초기 유출되는 단계입니다. 때로는 직접 오프라인발로 노출되기도 하지요. 그 소스는 대부분 상황과 관련되어 있는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집단행동을 통해 구조적으로 해당 문제 상황이 노출시키기도 하지요.

    네번째 단계는 오프라인/온라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이슈를 받아 기사화 하는 단계입니다. 보통 이 기간이 연속 3일 이상 지속되면 해당 위기는 대형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머리속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대형 기업 위기들이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간 언론에 연속 회자되던 건들입니다.

    다섯번째, 해당 언론기사들이 다시 온라인과 SNS에서 폭발적으로 공유되는 단계입니다. 아주 예전에는 없었던 단계죠.  이때부터는 모니터링이 완벽하게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너무나 온라인상 접점들이 많아 트래킹하는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여론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어떻게 보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폭발적 공유 상황을 당혹스럽게 여깁니다.

    여섯번째, 온라인, SNS와 오프라인에서 추가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단계입니다. 제3의 이해관계자들이 속속 나서면서 문제 상황을 더 크게 증폭 시키기도 합니다. 사회적 논란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이 단계가 되겠습니다. 숨겨진 뒷 이야기들이나, 비밀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추가적인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한 마디씩 하다보니 그 중에 또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일곱번째, 이해관계자들의 추가 목소리들을 언론이 재 기사화 하는 단계입니다. 상황에 대해 최초 보도 이후 재보도들이 이어지는 단계지요. 기자들은 더이상 동일한 기사를 쓰지 않습니다. 새로운 화두들을 건져내면서 기사를 이어 나가게 마련입니다.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공격적인 기사 보도들은 더욱 더 풍성해 지고, 분량들도 풍부해 집니다.

    여덟번째, 시민단체 NGO들이 개입하는 단계입니다. 최근에는 중소형 로펌들이 소송을 리드하겠다고 나서기도 하지요. 일단 시민단체 NGO들은 사법부나 규제기관들을 압박합니다. 고소, 고발, 소송을 하겠다고 나서지요. 불매운동이나나 제품 사입거부를 독려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온라인에서도 이런 활동들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됩니다.

    아홉번째, 경찰, 검찰, 공정위, 국세청, 식약처, 각종 규제 감독기관들과 관련부처들이 개입하는 단계입니다. 이때 부터 기업은 자체적 위기관리 리더십을 이들에게 념겨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기 진행 프로세스 말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압수수색, 조사방문, 소환, 체포, 수사 및 조사 착수등이 이 단계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열번째. 정치권 및 국회의 개입 단계입니다. 언론을 열심히 보는 부류들이 정치인들입니다. 규제 감독기관들이 이미 관여를 시작 한 사회적 위기에 대해 정치권이 모른채 하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되는 겁니다. 정치인 특성상 이 사회적 위기를 자신들의 프레임에 맞추어 해석하고 비판 합니다. 그 프레임으로 규제 감독기관을 압박하죠. 언론 플레이도 합니다. 기업 대표를 국회로 부릅니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들은 이미 일당 백으로 싸우고(?)있는데, 이 단계쯤 되면 거의 대응을 포기하는 수준이 됩니다.

    모든 위기들이 틀에 박힌 듯 이런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밟지는 물론 않습니다. 선후관계자 바뀌거나, 프로세스가 생략 또는 동시 발생도 합니다. 그냥 위의 프로세스는 아주 일반적인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위의 열단계 이후에는 사회적 공분을 만든 관계로 해당 기업의 책임자가 사법적 처벌을 받거나, 과징금 및 벌금을 뭅니다. 각종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소송이 전개 됩니다. 규제기관의 감시가 더 심해집니다. 해당 기업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평생 가는 낙인을 새기게 됩니다.  이미지 뿐 아니라 기업 비즈니스 핵심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대략적으로 기업이 얻는 타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위기관리 기간 동안의 업무 마비
    • 자산, 시설, 장비, 인력 손실
    • 매출 하락, 회원탈퇴, 제품 회수, 재고부담
    • 막대한 초기 위기관리 비용 지출
    • 직원 사기 저하 / 불만/피로/충성도 약화
    • 사내 책임자들의 사법적 처벌
    • 소송 대응 비용 발생
    • 과징금, 손해배상금, 합의금 부담
    • 경영진 교체
    • 사후 개선 및 재발방지 투자 비용 발생
    • 사후 이미지 회복 투자 비용 발생
    • 기타

    이런 타격들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해당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킵니다. 이게 어찌보면 더 큰 문제지요. 실적부담으로 연결이 되면서 비즈니스 핵심이 흔들리게 됩니다. Operational impact는 물론 Performance impact까지 맞게 되면 아주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게 되는 셈입니다.

    유리턱 기업들은 이 프로세스를 짧게 몇주에서 몇달만에 빛의 속도로 경험합니다. 실제 위기를 관리 하는 실무자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신이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정말 형편없다. 합리적이지 않다’ ‘억울하다.’ 네, 위기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실무자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이 합리적이며,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진 자사가 억울하지 않으면 위기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빨리 이 프로세스의 맥을 끊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해 얻는 결과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의 사례들에서 그런 현상들과 환경들을 충분히 목격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평소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위기라도 미리 챙기고, 개선하고, 방지하고, 완화시키는 위기관리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피치 못할 위기라면 미리 관리 방안을 찾고 최대한 준비된 상태에서 초전 대응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듯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정용민 씀. 2014.1.22

  • 최근 유리턱이 된 기업들의 공통적 위기대응 방식

    위기관리에 있어 유리턱(Glass Jaw)이 되버린 기업들의 이야기를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최근 기업들의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분석 해 보면 상당히 많은 비율이 ‘극단적 결과’를 얻고 완전 KO패하는 경우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영진들이 책임을 묻는 기소, 구속, 유죄 판결 등등에 종종 연결됩니다. 납품거부와 불매운동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었구요. 회사 주가는 물론 매출에 직접적 타격을 주기도 합니다. 엄청난 배상과 소송에 시달리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간지를 중심으로 약 3일 정도 이상 연속 보도 되는 기업 위기들이 년간 10여개 정도 되는 되요. 이런 대형 기업 위기들의 결과들이 점점 더 안 좋아 지고 있다는 게 좀 문제입니다.

    왜 그렇게 거대한 기업들이 종종 유리턱으로 쓰러져 갈까요?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 했었던 Glass Jaw Maker들에 대한 대응 방식에 있어 일부 기업들은 공통적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유리턱이 되어 버리곤 하죠.

    1. 온라인+소셜미디어+모바일+매스미디어X이해관계자. 죽음의 칵테일에 대응하는 방식

    아직도 실패하는 기업들은 이런 생각들을 내심 하고 있습니다. ‘매스미디어만 어떻게든 막아내면 큰 문제는 없을거야’ ‘온라인도 좀 막을 수 있지 않겠어? 실무자들이 좀 아이디어를 내지 그래?’ ‘시끄러운 사람들? 조금 후면 잠잠해 질거야.’

    사실 어디에서 그런 희망과 자신감이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뒤 후회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만한 환경이 아니라서 입니다. 일단 논란이 발화되면 그 논란은 끊임없이 나선형 상승을 하는 것이 최근 추세입니다. 매스미디어만 막아서 되는 환경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OO일보 기자와 데스크에게 달려가 기사 좀 싣지 말아 달라 사정을 하곤 했었지만, 이제는 OO일보가 친절하게 그 기사를 게재하지 않아주더라도 다른 XX일보와 ## 일보들이 쓸겁니다. **온라인 매체들이 어뷰징을 할 거구요. 그걸 트위터, 페이스북, 각종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금새 확산할겁니다. 카카오톡에서 광범위하게 회자 될 거구요. 이런 죽음의 칵테일 쓰나미 앞에서 어떻게 막연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2.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위기의 스피드에 대응하는 방식.

    아직도 내부 의사결정 타임라인에 외부 환경을 맞추려 시도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도 실무그룹들이 CEO를 직접 알현하는 것이 어려운 기업들이 있습니다. 통합적으로 한자리에 모두 모여 앉아 신속하게 의사결정 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 해도 그게 참 힘듭니다.

    마케팅 임원-홍보임원-법무임원-영업임원-기획임원등이 줄을 서서 회장님께 일대일 보고하는 형식으로 위기관리 시간을 소비하는 곳도 있습니다. 임원들 상호간에 당연히 손발이 맞지 않고 메시지도 중구난방이 되곤 하죠.

    일부는 일간지 마감시간에 위기관리 타임라인을 맞추는 습관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실행에 필요한 준비시간을 아주 넉넉하게 가져가는 거죠. 온라인 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하나 띄우는데도 엄청난 시간을 소비합니다. 그 동안 온라인 매체들은 안달을 내면서 어뷰징을 하는데도 말이죠. 안에서는 이리 뛰고 저리뛰고 하니 위기관리를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침묵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이유가 이런 경우들입니다.

    기본적으로 조직은 위기보다 느립니다. 그러니 스피드에 강박을 좀 가질 필요가 있죠.

    3. 기업의 위기는 어떤 이들의 식권(meal ticket), 조직적인 위기생성 세력에 대응 하는 방식.

    한마디로 준비없이 흥분해서 대응합니다. 상대방은 프로들인데, 10년만에 위기를 맞는 회사가 그런 프로들에게 정면승부를 하려 합니다. 당연히 승률이 떨어지죠. 그렇다고 그런 프로 세력들에게 당하고만 있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잘못된 부분, 편향적인 부분, 악의가 있는 부분들은 다양한 대응을 통해 회사의 입장과 목소리를 내야지요.

    문제는 준비입니다. 평소 우리 회사에게 위기를 선물(?)할 수 있는 어떤 조직들이 있는지 알고 있는게 좋다는 겁니다. 어떤 이해관계자가 현재상황에서 위기요소로서 가장 불안한 상황인지 미리 공부를 좀 해야 한다는 거죠. 더 나아가서 그 이해관계자가 위기를 만든다면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지, 그에 대한 대응 사례들은 실제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등등을 알아 준비 하면 됩니다.

    준비에 대해서 또 한말씀 드리자면, ‘보이지 않는 위기를 준비’하려는욕심 까지는 부리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를 미리 예상하자…하는 것 만큼 공허한게 없거든요. 그냥 ‘조만간 발생 가능한 위기_ 즉 보이는 위기만 먼저 준비하자’하는게 전부입니다. 보이는 데도 준비하지 않고 ‘좀 더 두고 보자’ 하는게 정말 문제입니다.

    4. 냄비여론에 대한 대응 방식

    욕을 합니다. 위기관리 워크샵을 하면 기업 임원분들 중 일부께서 ‘한국의 저널리즘의 문제’를 장황하게 지적하십니다. 기업의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해 주지 않는 언론이 문제라 하시죠. 언론이 뭔데 그렇게 감사 기능 같은 것을 하려 하느냐 비판하십니다. 취재를 목적으로 함부로 본사를 방문하는 기자는 불법침입 아니냐 문제라 하시죠. 거기에 기자들이 썩었다고 일갈하십니다.

    온라인에 대해서는 더합니다. 특히 회장님과 대표님께서 온라인과 SNS를 하지 않으시는 기업에서는 더욱 더 온라인 여론에 대한 반감이 심합니다. 아이들 장난에 회사가 놀아난다거나, 익명 여론도 여론이냐 하시는 등. 이런 사회적 냄비여론들을 평가하시는 임원들과 워크샵을 하면 ‘신문방송학과 교수님들과의 매체 비평 세미나’ 같은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문제는 그런 냄비여론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입니다. 비판이나 성찰은 그 다음이고…우리 눈 앞에서 끓고 있는 저 거대한 냄비물을 어떻게 핸들링해야 하느냐 하는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정확하게 ‘인정’ 하고 그 원인을 찾아 ‘공감’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전에 필요한 게 있다면 ‘존중’이죠. 싫으면 관리 할 수 없습니다.

    5. 정치권과 규제기관들의 여론 민감성에 대한 대응 방식

    아직도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하시며 실패하십니다. 최근 발생했었던 모 기업 사례에서도 ‘대관 업무 프로세스’ 하나 하나가 모두 공개되는 경악할 일들이 있었잖습니까? 실무자들로서 우리 회사의 대관업무가 전부 공개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언론관계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하나 하나 일거수 일투족이 다 공개된다면 어떻게 위기관리를 하겠습니까?

    근데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모두 공개되곤 합니다. 위기대응 위한 내부 회의록도 공개가 가능합니다. 회의록을 압수받죠. 홍보실을 검찰이 압수수색하기도 했었습니다. 내부 보고내용을 CEO가 사전에 인지했는지를 규제기관이 확인하려고 한다네요. 일선 팀장들과 임원들이 상황보고를 위해 올린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보고서, 통화내역등등도 모두 공개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치권과 규제기관을 어떻게든 움직여 볼 수 있다…고 믿는게 참 대단한 거죠.

    이전의 거의 모든 대응 방식들이 이제는 올디스가 되어 갑니다. 올디스 벗 구디스…라고 생각하시면 위험하죠.

    막연한 희망, 느린 대응 속도, 준비 안 된 대응, 환경에 대한 혐오, 올디스에 대한 미련 등이 최근 우리 기업들의 유리턱입니다.

    정용민 씀, 201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