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7월 302026 0 Responses

만루의 투수에게서 배우는 위기관리

[blog exclusive]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국내 뉴스에서 ‘위기관리’라는 단어의 용례를 모니터링해 보면, 압도적 다수는 기업 기사가 아니라 스포츠 기사에 등장한다. 만루 위기를 넘긴 투수의 위기관리, 선제 실점 후 흔들리지 않은 팀의 위기관리. 우리 사회에서 위기관리라는 말의 표준 이미지는 기업의 회의실이 아니라 경기장에 있는 것 같다. 스포츠 기자들이 야구 중계를 보도하며 쓰는 단어 ‘위기관리’는 대체로 정확한 용법이다. 문제는 기업이 스포츠에서 위기관리를 배울 때, 배워야 할 것은 배우지 않고 엉뚱한 것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투수냐 타자냐, 그것이 문제다

만루에 몰린 투수가 계산하는 것은 실점의 최소화다. 한 점은 주더라도 병살로 이닝을 끊는 것, 장타만은 피하는 것. 그래서 구질을 바꾸고, 수비 위치를 조정하고, 때로는 고의사구를 던진다. 볼넷 하나가 최선의 위기관리가 되기도 한다. 이 자체가 훌륭한 위기관리 교과서다. 목표를 승리에서 손실 최소화로 즉시 재설정하고, 최악의 경로를 먼저 차단하고, 나쁜 선택지 중 덜 나쁜 것을 고른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로 수입해 오는 것은 9회말 만루 홈런이다. 타석의 타자에게 만루는 기회이고, 마운드의 투수에게 만루는 위기다. 위기를 맞은 기업의 자리는 명백히 마운드다. 그런데 배우려는 대상은 타자인 경우가 있다. 위기 직후 회의실의 언어가 증거다. 반전, 뒤집기, 승부수, 정면돌파, 총력전. 모두 타석의 어휘다. 위기는 기회라는 오래된 격언이 이 착각을 부추긴다. 기업은 같은 장면에 처해 배역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점수판이 아니라 원인이 문제다

마운드의 위기관리는 점수판으로 판정이 나지만, 기업의 위기는 그 원인으로 판정이 향한다. 물론 투수가 만루에 몰린 과정에도 원인은 있다. 그러나 심판은 원인을 판정에 넣지 않는다. 점수판은 결과만 기록하고, 점수판을 되돌리면 그 경기의 위기는 소멸된다.

기업 위기는 다르다. 어떤 위기든 판정은 원인과 책임을 향한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는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는가. 재난이든 팬데믹이든, 기업이 만들지 않은 위기에서조차 판정은 기업을 향한다. 왜 대비하지 않았는가. 왜 복구가 늦는가. 기업이 다치는 지점은 대비와 대응에 대한 소급된 평가다. 이후 매출을 회복하고 주가를 방어해도 위기는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억울해도 역전의 유혹은 문제다

루머가 번졌고, 경쟁사가 흘렸고, 기자가 확인 없이 썼다고 기업들은 억울해한다. 상대가 반칙을 한 상황이라는 이 억울함은 대체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발생 원인과 판정 대상은 다르다. 발생은 외부에서 왔어도 판정은 우리를 향한다. 루머 위기에서도 사람들은 기업에게 왜 초기에 루머를 잡지 못했는가, 왜 그런 루머가 믿길 만한 회사였는가를 묻는다. 억울한 위기조차 원인을 묻는 구조 안에서 굴러가는 것이다.

점수판을 되돌려도 마찬가지다. 반박에 성공하고 정정 보도를 받아내도 형성된 인식은 남는다. 결과의 위기라면 결과를 바꾸는 순간 끝나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것이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위험한 것은 억울함 그 자체다. 억울한 위기일수록 역전의 유혹이 강해진다. 잘못이 없다고 믿을 때 사람은 이기고 싶어진다. 그래서 실제로는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 아니라, 억울함을 동력으로 분노의 반격에 나선 기업이 더 큰 피해를 본다.

판정자를 착각하면 문제다

야구에서는 관중이 아무리 야유해도 판정은 바뀌지 않는다. 심판은 하나, 규칙도 하나다. 기업 위기에서는 관중석의 함성이 곧 판정이다. 심지어 그 관중석에는 완장을 찬 심판들도 앉아 있다. 피해자는 진정성으로, 언론은 뉴스 가치로, 규제기관은 법령으로, 법원은 증거로, 시장은 실적 전망으로 판정한다. 판정자마다 규칙집이 다르니 하나의 대응이 한쪽에는 성공, 다른 쪽에는 실패가 된다. 법적으로 완벽한 방어가 여론에서는 파국을 부르고, 여론을 달래려던 발언이 법정에서 자백으로 읽힌다.

그래서 기업 위기관리에서는 관중석을 보며 경기를 해야 한다. 단, 모두를 만족시키기보다 순서를 정하는 것이 이 경기의 운영법이다.

영원히 소급되는 기록이 진짜 문제다

야구 경기의 시간은 공평하다. 9회가 끝나면 결과가 확정된다.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가 몇 년씩 회자되어도 확정된 스코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원인의 평가와 경기의 판정은 분리되어 있다.

기업 위기에서는 그 둘이 하나다. 원인의 평가가 곧 판정이다. 배상 규모, 처분 수위, 신뢰 회복의 속도가 모두 원인과 책임의 평가로 결정된다. 그에 더해 위기 시에는 골든타임이 짧아 초기 판단의 지연이 선택지를 좁힌다. 그 뒤로는 책임이 소급되어, 발생 이전에 무엇을 준비했어야 했는지까지 판정표에 올라간다.

종료도 스스로 정할 수 없다. 사업 철수나 경영진 교체로 상황을 끝내는 경우가 있으나, 그것은 큰 대가를 지불한 종료의 구매다. 그 가격표 자체가 기업에 종료 권한이 없다는 증거다. 위기의 끝은 이해관계자들의 태도가 변할 때 온다. 초기화도 없다. 대중은 일단 잊어도 기록은 잊지 않는다. 검색과 AI의 답변에 남은 사건은 다음 위기 때 패턴의 증거로 소환된다. 영원한 소급의 반복이다.

투지보다 전략이 문제를 푼다

스포츠에서 투지는 일견 미덕이다. 분함은 동력이 되고, 다 같이 더 뛰는 것이 확률을 높인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기업 위기에서도 독이 되는 것은 방향을 잃은 투지다. 위기관리를 잘하는 조직도 맹렬하게 움직인다. 다만 그 맹렬함은 냉철한 분석 위에 서 있다. 그런 분석 대신 불안과 분노가 판단의 동력이 되면 모든 에너지가 강박으로 변한다. 절박함이 근거 없는 해명을 쏟아내게 하고, 억울함이 반격을 부르고, 그 모든 활동이 위기를 오히려 증폭시킨다. 방향 없는 투지는 성과가 아니라 손실에 비례한다.

물론 싸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허위사실에 대한 법적 조치, 오보에 대한 정정 요구, 사실의 규명. 이런 것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의 범위에 있다. 그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해야 한다. 다만 그때도 목표는 설욕과 되돌리기가 아니라 최악의 차단이다.

위기 시 실무자를 소진시키는 것은 투지에 불타는 갈피 없는 지시다. 목표가 명확한 조직은 냉정해도 버틴다. 포수가 마운드에서 하는 말은 이겨라가 아니다. 낮게, 바깥쪽이다. 구체적인 지시가 곧 전략이다.

기업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살피자

위기 직후 첫 회의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꺼내는 단어를 들어 보면 그 조직의 결말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 체계를 갖춘 기업은 역전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언어는 그 조직이 어느 프레임에서 판단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가장 빠른 증상이다. 역전 대신 던져야 할 질문은 정해져 있다. 이 위기의 원점은 무엇인가. 누구의 판정이 가장 파괴적인가. 지금 하지 않으면 무엇을 잃는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야구 경기장에서 무언가를 가져오겠다면 9회말 홈런이 아니라 만루의 마운드 개념을 가져오시기 바란다. 지금 우리 조직이 타석이 아니라 마운드에 서 있다는 사실부터 인정하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다. 그 투수는 역전하려 하지 않는다. 최악을 막고 있다. 그리고 공격의 차례는 그 이닝을 무사히 끊어낸 팀에게만 온다. 그것이 실제 위기관리다.

7월 242026 0 Responses

위기관리, ‘준비’란 무엇인가

[blog exclusive]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기업들이 위기관리를 공부한다. 강의를 듣고, 컨설팅을 받는다. 그러다 꼭 한 곳에서 멈칫한다. ‘준비’라는 단계다.

준비. 말은 쉽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면 막막하다. 처음도 끝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을 준비하느냐를 물으면 의견이 갈린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준비인지 정해진 것도 없다. 얼마나 걸리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누가 하느냐, 어디까지 관여하느냐도 현장에선 아주 현실적인 물음이다. 여기에 예산이 걸리고, 내부 정치가 얹힌다. 그래서 준비는 회사마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어정쩡하게 자리 잡는다.

막히는 이유는 대개 같다. ‘무엇을’ 갖출지부터 따지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를 준비하자고 하면 곧바로 팀을 짜자고 한다. 매뉴얼을 만들자고 한다. 트레이닝을 하자, 시뮬레이션을 돌리자고 한다. 전부 ‘무엇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다 막힌다. 이건 필요하고 저건 필요 없고. 예산은 한정돼 있고. 그렇게 준비는 더 나아가지 못한다. 흔한 풍경이다.

순서를 바꿔야 한다. 준비의 중심은 ‘무엇’이 아니다. ‘누가(who)’와 ‘어떻게(how)’다. 이 둘이 준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무엇’은 그 뒤에 자연히 따라온다.

누가 관리하는가?

준비는 여기서 시작된다. 모든 위기관리 체계의 공통 전제이자 첫 핵심이 ‘누가’다. 매뉴얼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목은 늘 ‘누가’다.

CEO는 이 그림을 쥐고 있어야 한다. 누가 우리 회사의 위기를 관리하는가?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이 그림이 있어야 다음 준비가 굴러간다. 그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다. 준비된 것을 유지하고, 보수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다.

‘누가 우리 회사의 위기를 관리할 것인가?’ 철학적 질문이 아니다. 지극히 실전적인 질문이다.

위기관리 위원회를 둔다. 그 아래 위기관리팀을 붙인다. 핵심 대응 인력을 선별해 팀을 짠다. 구성원 하나하나에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준다. 그리고 이 사실을 사내에 공식적으로 공유한다. 그 조직과 사람들에게 권한을 준다. 임파워먼트다.

권한은 공짜가 아니다. 권한을 받은 조직은 그 정당성과 생산성을 CEO에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지 못하는 권한은 거둬들여진다. 이 긴장이 살아 있어야 ‘누가’가 제대로 작동한다.

어떻게 관리하는가?

‘누가’가 서면 다음은 이 물음이다. 위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걸 조직 안에서 하나씩 합의로 만들어 간다.

품질 위기가 터졌다고 하자.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어떻게 정의하는가? 무엇을 우선하는가? 어떻게 끝내는가? 이런 ‘어떻게’를 위기관리 조직을 중심으로 미리 생각해 둔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철학이 정리된다. 미션과 비전, 가치와 방향이 구체적인 언어로 손에 잡힌다. 이런 평시 자산이 없는 회사가 위기 앞에서 무너진다. 대응의 근거를 찾지 못해서다. 그러니 준비 없이 임기응변에 매달리다 재앙으로 간다.

방향을 미리 잡아 보는 것. 머릿속으로 위기를 한 번 겪어 보는 것. 그것이 ‘어떻게’의 준비다.

무엇으로 관리하는가?

‘누가’와 ‘어떻게’가 익으면, 그제야 ‘무엇’이 보인다. 필요한 것들의 목록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조직 간 실시간 소통을 위한 비상연락망. 대책을 세우고 지시를 내릴 워룸. 정해진 방향을 정리한 매뉴얼. 분석과 벤치마킹을 위한 사례집. 여기에 트레이닝과 시뮬레이션, 드릴과 진단이 붙는다. 이 모든 것이 ‘무엇’의 준비다.

얼핏 단순한 순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아니다. 이건 우선순위와 중요도의 순서다. 누가, 어떤 생각으로 위기를 보고, 무엇을 들고 관리할 것인가. 그 무게의 순서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앞의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는 몇 마디 질문으로 드러난다.

첫째. “CEO가 자리에 없거나 유고일 때, 귀사는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다면 누가 조직을 이끌고 최종 결정을 내립니까?” 이 질문 하나면 그 회사의 ‘누가’가 얼마나 단단한지 드러난다.

둘째. “최근 귀사가 주목하고 분석한 경쟁사, 동종업계, 타업계의 위기 사례는 무엇입니까?” 이건 ‘어떻게’를 묻는 질문이다. 준비 안 된 회사는 남의 사례를 모른다. 알아도 조각으로 안다.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 이 답이 부실하면 ‘누가’도 부실하다는 뜻이다.

매뉴얼이 있느냐, 얼마나 구체적이냐, 업데이트는 됐느냐. 이런 걸 굳이 묻지 않아도 된다. 앞의 몇 질문이면 그 회사의 준비 수준이 측정된다.

근데 그건 그렇고… 왜?

앞에서처럼 ‘누가’와 ‘어떻게’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회사가 많다면, 왜 그럴까? 준비하는 방법을 몰라서일까? 이유는 하나다. 순서의 문제도, 지식의 문제도, 예산의 문제도 아니다. ‘왜(why)’가 없어서다.

지금까지 누가, 어떻게, 무엇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셋을 처음부터 움직이게 하는 힘은 따로 있다. 바로 ‘왜(why)’다.

인간에겐 본능이 있다. 위협 앞에서는 싸우거나 도망친다. 싸움-도피 반응(fight or flight)이다. 그런데 이 본능은 위협을 위협으로 느껴야 켜진다. 목숨이 걸렸다고 느껴야 몸이 움직인다.

기업 구성원은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목숨을 위협한다고까지 느끼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면 딱 이 정도다. 골치 아프다. 귀찮다. 그뿐이다. 그러니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평시에 위기를 준비할 마음이 생길 리 없다.

이 본능을 켜는 것이 ‘왜’의 힘이다. ‘왜’가 살아 있고 큰 회사는, 준비의 절반을 이미 마친 셈이다. ‘왜’가 ‘누가’와 ‘어떻게’를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준비를 어렵다 생각할 시간에 먼저 ‘왜’를 생각하라. 강한 동기를 만들어라. CEO와 전 구성원이 위기를 두려워해 보라. 무서워해 보라. 목숨이 위태로운 것처럼 처절하게 싫어해 보라. 그러면 준비로 가는 길이 열린다. 의외로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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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2026 0 Responses

왜 리더는 대변인 뒤에 서는가?

[blog exclusive]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에는 대변인이 있다. 조직의 얼굴이라는 리더를 두고도, 굳이 그 앞에 다른 입을 세운다. 리더가 말을 못해서가 아니다. 말을 잘하는 리더일수록 대변인 뒤에 서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대변인 제도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답이 보인다. 미국에서 백악관 대변인이라는 공식 직책이 처음 생긴 것은 1929년이다. 언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행정부의 메시지를 한 창구로 모아 내보낼 필요가 생겼다.

여기에 깔린 전제가 있다. 최고 권력자도 언제든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불완전하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도 예외가 아니다. 대변인 제도는 이 단순한 사실 위에 세워졌다. 리더도 사람인 이상 반드시 실수한다는 전제 위에, 그 실수를 미리 걸러내려 만든 장치다.

대변인은 조직의 말을 다듬는 사람

대변인 제도가 실제로 하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검증이다. 메시지가 밖으로 나가기 전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정무적 리스크를 걸러낸다. 리더 혼자 던지는 말에는 이 관문이 없다.

둘째, 일원화다. 조직의 입을 하나로 모은다. 여러 입이 제각각 말하면 메시지는 흩어지고, 받는 쪽은 혼란스럽다. 창구가 하나여야 조직의 메시지에 힘이 실린다.

셋째, 완충이다. 리더와 즉각적인 여론 사이에 시간과 사람을 둔다. 그 사이에서 조직은 한 번 더 생각하고, 필요하면 고친다. 완충이 없으면 리더의 실수는 곧바로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 된다.

메시지가 나가기 전에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여러 부서가 표현을 맞추고, 최종적으로 검증한다. 조직의 집단지성이 합의한 메시지가 단일한 창구를 통해 나간다. 대변인 제도의 본질은 이 과정 전체다. 대변인은 리더의 말을 막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말을 다듬는 사람이다.

직접 던지는 말에는 관문이 없다

최근 일부 리더들은 이 관문을 통째로 건너뛴다. 개인 소셜미디어로 사소한 생각을 실시간으로 던진다. 빠르고, 꾸밈없고, 중간의 왜곡이 없다. 지지층은 열광한다. 직접 소통의 매력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매력이 앞의 세 관문을 모두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검증이 없으니 틀린 사실이 그대로 나간다. 일원화가 없으니 리더의 말과 조직의 공식 입장이 어긋난다. 완충이 없으니 실수는 즉시 박제된다. 지우거나 정정해도 이미 늦다. 캡처들이 계속 남는다.

직접 소통, 그럴듯하지만 위태롭다

직접 소통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리하면 대체로 네 가지다.

진정성(authenticity). 다듬어진 보도자료보다 리더의 날것이 더 믿음직하다는 생각이다.

속도. 위기의 순간에 대변인을 거칠 시간이 없다는 시각이다.

왜곡 제거. 언론이라는 중간 필터가 메시지를 비튼다는 것이다.

결속. 지지층과 직접 이어져 자기 서사의 주도권을 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고잉 다이렉트(going direct)’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 강력한 흐름이 되었다.

하나씩 되짚어 보자.

진정성부터 보자. 날것이 곧 진정성은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날것은 그냥 사고(事故)일 뿐이다. 틀린 사실을 진솔하게 말한다고 그 사실이 참이 되지는 않는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꾸밈없음이 아니라 믿을 수 있음이다. 그 둘은 다르다.

속도를 보자. 조직과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말이 아니라 맞는 말이다. 대변인을 거치는 몇 시간이 아까워 던진 한마디가, 이후 몇 달의 수습을 부른다. 빨라서 이기는 경우보다, 빨라서 무너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왜곡 제거를 보자. 언론이라는 필터를 없애면 왜곡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필터가 없으면 리더 자신의 실수가 그대로 통과할 뿐이다. 중간의 왜곡을 없앤 대가로, 원본의 결함을 걸러 줄 장치까지 함께 잃는다.

결속을 보자. 지지층과 직접 이어지는 것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직접성은 우호적인 청중에게만 통한다. 같은 메시지를 반대 진영과 규제 당국, 투자자와 언론이 동시에 본다. 지지층을 결속시킨 바로 그 한마디가, 나머지 모두에게는 공격의 빌미가 된다. 하나의 청중을 위해 던진 말이 여러 청중 앞에서 폭탄이 된다.

네 가지 이득은 모두 실재한다. 문제는 그 이득이 하나같이 ‘잘 될 때’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잘못될 때의 손실은 그 이득을 전부 합친 것보다 크다. 진정성으로 얻은 신뢰는 실언 한 번에 무너지고, 속도로 아낀 몇 시간은 몇 달의 위기로 돌아온다. 이득은 선형으로 쌓이지만, 손실은 한순간에 터진다. 이 비대칭(asymmetry)이 핵심이다.

누구를 위한 직접 커뮤니케이션인가

여기까지는 실수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불완전하니 관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 무거운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의도의 문제다.

공직자와 기업 총수의 말에는 애초에 사적 영역이 좁다. 공직자는 공익을 실현할 법적 의무를 진다. 기업 총수는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duty of care), 그리고 회사의 이익에 충실할 의무(duty of loyalty)를 진다. 이른바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이들의 공적 발언은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위임받은 목적의 수행이다. 자기 것이 아닌 말을 대신 맡아 하는 자리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하나인 매디슨은 헌법을 설계하며 이렇게 썼다. “인간이 천사라면 정부는 필요 없다.” 그가 견제 장치를 만든 이유는 단순히 사람이 실수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사람은 권력을 쥐면 사익을 좇고 야심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야심이 야심을 견제하게 하라”고 했다. 자리에 맡겨진 목적과, 그 자리에 앉은 개인의 욕심은 늘 어긋날 수 있다. 그 어긋남을 걸러 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변인 제도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대변인을 거친다는 것은 ‘이 말이 조직의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조직이 한 번 확인한다는 뜻이다. 관문을 건너뛴다는 것은 그 확인을 회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회피에는 대개 이유가 있다.

던져지는 말들을 보면 짐작이 된다. 조직의 공식 입장과 어긋나는 말. 개인의 감정과 과시, 정치적 야심이 앞선 말. 조직에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인데도 반복되는 말. 이런 말들은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의심이 시작된다. 리더가 굳이 관문을 건너뛰는 이유는, 그 말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말이기 때문은 아닌가? 직접 소통이라는 방식 자체가, 사적 목적을 걸러지지 않게 통과시키는 통로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구조다. 직접 소통이라는 방식은 사적 목적을 걸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걸러지지 않으니, 사심이 있어도 그대로 나가고, 없어도 의심을 받는다.

리더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지금 이 말은 조직을 위한 것인가, 국가를 위한 말인가, 기업을 위한 말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말인가. 이 자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말은 애초에 나가지 말아야 할 말이다.

참는 것도 리더의 능력이다

리더가 대변인 뒤에 서는 것은 무능이 아니다. 절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리더가 아니라, 해야 할 말만 골라 내보내는 리더가 조직을 지킨다.

직접 던지는 한마디는 통쾌하다. 그러나 그 통쾌함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리더 개인이 아니라 조직 전체다. 국가의 신뢰이고, 기업의 평판이다. 대변인이라는 낡아 보이는 제도가 지금도 살아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리더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실수하고, 때로는 사심을 따른다. 그 둘을 미리 걸러 줄 관문 하나가, 조직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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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2026 0 Responses

기업 위기관리에서 맷집이란?

[Blog Exclusive]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권투를 아는 사람이라면 ‘맷집’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겉보기에 우람하고 화려한 펀치를 뽐내는 선수가 한 방에 무너지는가 하면, 크게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온갖 타격을 견디며 끝까지 링 위에 서 있는 선수가 있다. 후자를 두고 맷집이 좋다고 말한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이 맷집은 위기를 맞은 기업에게 가장 절실하면서도 가장 저평가된 역량이다.

위기관리 시 기업의 맷집이란 이런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다 했음에도 불운하게 위기를 맞은 기업이, 그 위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부화뇌동 없이 견뎌내는 조직적 내구력. 위기를 사전에 회피하는 예방역량과는 달리 맷집은 위기가 이미 도래한 국면, 즉 펀치가 이미 날아든 순간에 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기능을 유지하며 그 국면을 통과해 내는 힘이다.

일부 기업은 맷집을 오해한다. 맷집을 그저 버티기, 침묵하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소극적 태도로 여긴다. 맷집은 방관이 아니다.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되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힘이다.

맷집을 덩치나 명성과 혼동하는 오해도 있다. 규모가 크고 브랜드가 강하면 어떤 위기도 견딜 수 있으리라 믿지만, 겉보기에 강한 상대일수록 한 방에 무너지는 경우가 오히려 잦다.

맷집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오해도 흔하다. 맷집은 기질이 아니라 위기 이전에 길러 두는 역량이다. 평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해 온 기업만이 위기 국면에서 그 힘을 꺼내 쓸 수 있다.

맷집은 서구의 조직 이론과 철학, 그리고 스포츠 과학이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는 개념이다. 좀 더 들여다 보자.

무너지지 않는 조직의 과학

미시간대학의 칼 웨익(Karl Weick)과 캐슬린 서트클리프(Kathleen Sutcliffe)는 원자력 발전소, 항공모함, 응급의료처럼 사소한 오류가 곧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는 고위험 환경의 조직을 연구해 왔다. 이들이 정립한 ‘고신뢰조직(High Reliability Organization)’ 이론은 조직이 예상치 못한 사건 앞에서 어떻게 붕괴하지 않는가를 다룬다.

이 이론의 핵심에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있다. 웨익과 서트클리프는 회복탄력성을 세 가지로 나눈다. 역경 속에서도 긴장을 흡수하고 기능을 보존하는 능력, 충격적 사건으로부터 정상으로 복귀하는 능력, 이전 사건으로부터 학습하고 성장하는 능력이다. 이들은 회복탄력성을 단순히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그 순간에 견뎌내는 힘까지 포함한다.

최고의 고신뢰조직은 오류가 닥친 뒤에야 반응하지 않는다. 그들은 평소에 지식과 기술적 숙련, 자원에 대한 장악력을 미리 확장해 둠으로써 불가피한 위기에 대비한다.

이렇듯 맷집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이전에 길러지는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기업이 곧 자신의 맷집을 미리 단련하는 기업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평정

맷집이 조직의 물리적 내구력만을 뜻한다면 절반의 개념에 그친다. 나머지 절반은 마음에 있다.

고대 스토아 철학에는 ’평정(euthymia)’이라는 개념이 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불안에 시달리던 친구 세레누스를 위해 쓴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De Tranquillitate Animi)』에서 이 그리스어 euthymia를 라틴어 ’트란퀼리타스(tranquillitas)’로 옮기며, 그리스인들이 ‘영혼의 안녕’이라 부르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안정성을 논했다.

세네카가 말한 평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적인 부동성이 아니라, 운명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평형된 마음이다. 세네카는 이를 폭풍이 막 지나간 뒤에도 잔물결이 이는 바다에 비유했다. 완전한 무풍이 아니라, 큰 파도에 뒤집히지 않는 안정된 항해가 평정의 본질이다. 위기의 급류 속에서 속도를 늦추되 방향만은 잃지 않는 태도, 이른바 아다지오(adagio)와 전략적 조향(strategic steering)이 바로 이것이다.

이 평정을 실천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또 다른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통제의 이분법’이다.

에픽테토스는 우리 힘 안에 있는 것과 밖에 있는 것을 구분했다. 판단과 반응, 선택은 힘 안에 있으나,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 자체는 힘 밖에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대입하면 명료해진다.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했다는 것은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소임을 다했다는 뜻이며, 불운하게 맞은 위기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의 몫이다.

맷집이란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소임을 완수한 것을 전제로, 통제 불가능한 외부 충격 앞에서 부화뇌동을 다스리는 역량이다. 스토아 철학에서 외부적인 것이 무가치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에 대한 태도와 대응은 여전히 중요하다.

잘 맞는 것도 기술이다

격투기가 말하는 맷집의 구조는 앞의 두 개념들과 그대로 맞물린다.

권투에서 펀치를 견디는 힘은 단일한 능력이 아니다.

첫째는 목 근력이다. 스포츠 생체역학 연구는 목의 강성이 충격 시 머리 가속도를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임을 보여준다. 목 근육이 충격흡수기 역할을 하여 타격이 유발하는 머리의 회전과 가속을 버텨내는 것이다. 목 근육이 충격을 흡수해 뇌로의 전달을 막듯, 조직의 회복탄력성은 국소적 오류가 시스템 전체의 실패로 번지는 것을 막는다. 목 근력이 훈련으로 길러진다는 사실은 맷집이 배양 가능한 역량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해 준다.

둘째는 기술이다. 최고의 수비형 복서들은 펀치를 완전히 피할 수 없을 때 머리를 펀치와 같은 방향으로 흘려보내 충격을 줄인다. 이른바 ‘롤링 위드 더 펀치’다. 이 기술의 요체는 예측이다. 언제 맞을지를 미리 읽고 그 방향으로 몸을 흘린다. 통제할 수 없는 펀치의 도래를 정면으로 맞받지 않고, 통제 가능한 자신의 반응을 조정해 충격을 무해화하는 것이다. 위기를 정면으로 받아치다 자멸하는 기업과, 흘려보내며 국면을 넘기는 기업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셋째는 평정이다. 격투기 전문가들은 진정한 맷집이 턱 강도만이 아니라 타격을 흡수하면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정신적 강인함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목이 강해도 정신이 흔들리면 무너진다. 조직 역량이 충분해도 내부의 부화뇌동이 통제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유리턱은 왜 무너지는가?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가 에릭 데젠홀(Eric Dezenhall)이 쓴 책의 제목이 『글래스 조(Glass Jaw)』다. ‘글래스 조’, 곧 유리턱은 권투에서 겉보기에 강해 보이나 펀치 한 방을 견디지 못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데젠홀은 오늘날 논란의 표적이 된 기업과 개인이 이 유리턱과 같다고 본다. 그는 스캔들의 세계에서는 약자가 강하고 강자가 약하며, 온라인 여론 동원이 무력한 자를 강력하게 만든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시대에 논란은 순식간에 퍼져 한때 강력했던 조직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날아든 펀치를 그대로 맞받아 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데젠홀이 왜 강자가 유리턱이 되어 무너지는가를 진단했다면, 남는 과제는 어떻게 맷집을 길러 무너지지 않을 것인가를 처방하는 일이다. 회복탄력성과 평정과 흘리기, 이 세 가지가 그 처방이 된다. 펀치를 맞받아 치지 말라는 데젠홀의 경고도 결국 충격을 흘려보내라는 맷집의 논리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맷집은 위기관리 성공의 비결

기업의 맷집이란,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마땅한 소임을 적시에 완수한 기업이, 통제 불가능한 외부 충격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평정을 유지한 채 부화뇌동을 다스리며, 조직 기능을 보존하고 국면을 통과해 학습으로 전환하는 힘이다.

위기를 완벽히 회피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마땅한 소임을 다하고 흔들림 없이 견뎌내는 기업은 있다. 그 기업의 성공 비결이 곧 맷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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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2014 0 Responses

40. 1시간 플랜으로 훈련 받아 실행했다, 메리엇호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맞은편 대륙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30분만에 모든 위기관리팀이 집합했다. 15분만에 첫 번째 메시지를 배포했다. 한 시간 내에 여럿이 힘을 모아 사실을 확인 해 더욱 정교한 메시지들을 정리 배포했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훈련 받은 대로 그들만의 1시간 규정을 그대로 따랐다. 회장부터 일선 매니저들까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메리엇호텔의 이야기다. 2008년 9월 20일 오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위치한 메리엇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t가량의 고농축 폭탄을 장착한 트럭이 메리엇호텔로 돌진하면서 호텔 20m 전방에서 폭탄이 터져 60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크게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도 늘어 났다. 뉴스로 이 긴급한 소식을 접한 미국 메리엇호텔 본사 CEO와 위기관리팀은 바로 소집되었다. 이른 새벽임에도 위기관리팀원 중 일부는 본사와 5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대부분이 30분 내에 집합이 가능했다. 이미 지난 9.11 사태로 인해 메리엇호텔 본사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잘 훈련된 위기관리팀이 존재하고 있었다. 9.11 사태 때 뉴욕 맨하튼의 쌍둥이 빌딩 바로 옆 메리엇호텔도 같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었다. 그 후 메리엇호텔은 더욱 강력한 위기관리 역량을 구축했던 것이다. samphelps-marriott-001 메리엇호텔 위기관리팀은 커뮤니케이터와 비커뮤니케이터를 포함해 총 5개 실무팀으로 전체가 구성되어 있었다. 조사 및 메시지 작성팀(The research and writing team)은 소집 후 15분 내에 사건 조사 결과들을 분석하고, 메리엇호텔의 최초 공식 메시지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있었다. 그 후 한 시간 내에 자세한 설명을 가능하게 자료들을 준비하는 역할도 해야 했다. 미디어팀(The media team)은 앞의 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들을 토대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게 되어 있었다. 내부 커뮤니케이션팀(The internal communication team)은 동일한 자료를 토대로 메리엇호텔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했다. 커뮤니티 관계팀(The community relations team)은 적십자 같은 구호단체나, FEMA 등 위기와 관련된 여러 협력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마지막으로 실행지원팀(The logistics team)은 이상적인 위기관리 실행을 위해 워룸의 모든 장비, 시설, 편의를 지원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 팀은 위기관리매뉴얼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저 멀리 파키스탄에서의 비보를 전세계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빠르게 커뮤니케이션 하며 위기를 관리했다. 이와 동시에 본사 위기관리팀과 외부 및 사내 의사결정권자들과의 핫라인도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모든 핵심 의사결정권자들과 외부 법률자문과 같은 자문 인력들이 대기모드로 핫라인을 계속 유지했다. 메리엇호텔 회장 빌 메리엇의 블로그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활용됐다. 당시 70대인 빌은 직접 블로깅을 하지 않고, 담당자에게 구두로 받아 적기를 시켰었다. 평소에는 브랜딩 목적의 최고경영자 온라인 채널을 위기 시 회사의 입장과 상황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위기관리 채널로 변환시킨 것이었다. 이를 통해 빌 메리엇 회장에게 요청되는 인터뷰나 컨퍼런스 콜등의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었다. 메리엇호텔 위기관리팀은 누구나 1 시간 내 문서화(a first-hour document)룰을 따랐다. 모든 외부와 내부 문의에는 10-15분이내 답변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한 시간 내 심화 답변과 문서화 작업 규정이 있었다. 쏟아지는 외부 문의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도록 시간을 정해 ‘최초 1시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플랜’을 아주 정교하게 실행했던 것이다. 파키스탄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는 직접 본사의 위기관리팀에게 시시각각 변해가는 소식을 업데이트 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위기관리팀은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하면서 메시지들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직원들에게는 직접 커뮤니케이션 했다. 호텔의 사업 특성상 인터넷을 접하지 못하는 많은 직원들을 배려해 직접 매니저들이 스탠딩 미팅을 진행하고, 회사 내 소식지를 활용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인간적 톤앤매너의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함으로써 많은 공중들로부터 위로의 댓글 들과 감사의 글들을 받았다. 어느 기업이나 경계해야 하는 최초 몇 시간 동안의 정보의 공백을 메리엇호텔은 일사분란함으로 극복했다. 빠르고 정확하게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빠짐 없이 커뮤니케이션 했다. 의사결정자들과 이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이 매뉴얼에 따라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즉각적 의사결정을 진행했다. 위로는 회장으로부터 아래로는 호텔 매니저들까지 정해진 역할을 물 흐르듯 각자 실행했다. 항상 그렇지만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특징은 대부분 서로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별반 특이하거나 재미가 없다. 시스템이란 게 원래 재미가 없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에도 공통점들은 존재한다. 시스템과는 다르게 아주 ‘재미있는’ 공통점들이 반복된다. 예측이 가능한 것을 준비하느냐 준비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 공통점들은 갈린다. 그 각각의 대가는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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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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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40편째 원 포인트 레슨을 마지막으로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시리즈 기고를 마무리합니다. 지난 한 해 관심 보여주시고, 응원 해 주신 여러 선후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15년 새해에는 또 새로운 주제들로 시리즈를 꾸며 볼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2014. 12. 31. 정용민 배상

12월 232014 0 Responses

39. 핵심 이해관계자 ‘원점관리(原點管理)’로 성공, LG전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지샐러드 대표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요일 이른 아침 발생했다. 제대로 상황 파악도 힘든 시간에 이 회사는 정신을 차렸다. 사고로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실타래를 들여다보며 그들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현장에서 슬퍼하고 아파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신속 관리했다. 위기의 원점과 관련 있는 이해관계자 관리 없이 언론과 규제기관만 먼저 관리하려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LG전자 이야기다.

2013년 11월 16일 오전 8시 45분.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LG전자 소속 헬리콥터가 충돌해 추락했다. 이 아파트 24∼26층에 충돌한 후 추락해 버린 헬기에 탑승해 있던 조종사와 부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21층에서 27층까지의 창문들이 깨지고 외벽이 상당 부분 부서졌다. 피해를 본 아파트 21∼27층에는 주민 27명이 있었으며 이들은 모두 사고 직후 신속하게 대피했다. 당시 아파트 26층에 있던 여성 1명은 충격에 놀라 병원으로 옮겨져 안정을 찾았다.

이날 오후 LG전자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기장과 부기장 두 분께 깊은 애도와 함께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또한 “사고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 사고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핵심 이해관계자를 두 그룹으로 설정한 것이다. 첫째는 추락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조종사와 부조종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둘째는 갑작스러운 충돌로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충돌 아파트 입주민들이었다. LG전자는 위기관리의 핵심인 ‘원점관리’에 초기부터 집중하는데 성공했다.

우선 LG전자는 유가족들과 협의해 장례식을 4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LG전자 임직원 장례를 돕는 위원회도 장례식장에 파견 해 지원했다. ‘회사장’에 준하는 수준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 비용 일체 부담은 물론 합동 영결식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LG전자 조직 전체가 유가족들에게 정성스러운 조의를 커뮤니케이션 했다.

유가족 협의와 동시에 LG전자는 헬기와 충돌 한 아파트 입주민들과도 만나 피해보상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피해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팀을 각 피해 가정에 방문시켰다. 또한 대체 거주지 마련을 위해 사고 지역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과 긴밀히 협의했다.

LG전자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던 사고 지역 인근의 호텔 2곳에 각각 임시 거처를 마련해 총 8가구 32명이 임시로 지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충돌 층인 24층 위아래 가정에 대해서는 시공사와 협의 해 사고 다음날부터 바로 임시복구를 시작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응해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신속히 움직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당일이 일요일 휴일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 LG전자의 위기관리팀은 재빠르게 움직여 ‘원점관리’를 실행했다. 임시거처를 마련해 아파트 피해 주민들을 이동시키는 데 사고 후 정확히 4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슬픔에 잠겨있는 헬기 조종사 유가족들과의 장례 절차와 예우에 대한 협의도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사고 지역 관할 구청과의 협의도 일사불란 했다. 임시거처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 우려하는 구청직원들에게 “LG전자가 지불한다”는 약속을 하며 빠른 협조를 구했다.

LG전자는 상황을 정확하고 빠르게 우선순위를 정해 파악 해 대응 했다. 사고 후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시끄러운 언론이나 으르렁거리는 정부규제기관들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실제 피해를 입어 고통스러워 하고 슬퍼하는 실제 이해관계자들을 먼저 꼽아 살폈다.

유가족들이나 피해 주민들에게는 사고 직후 한 시간이 1년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공감한 것처럼 LG전자는 빨랐다. 주저하거나 고민하기 보다는 전향적으로 통 크게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빠른 확신을 주었다.

만약 LG전자가 사고 초기에 피해 유가족에게 적절한 장례 절차와 예우를 표하지 못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피해 입주주민들에게 적절한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대신 초기 그들의 불만을 막는 데만 몰두했었으면 어땠을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과를 하며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실제 원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많은 위기관리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분명 LG전자의 헬기 추락 사고 위기관리는 의미가 있다.

최소한 LG전자는 현장에서 울고 아파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들을 그대로 놓아둔 채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유가족과 피해 가족들을 만나지도 않은 채 ‘조의와 위로를 표한다’ 말로만 사과하지도 않았다. 임시 거처를 걱정하는 실무 구청직원들을 회유하려 하지 않았다. 경찰이나 여러 조사기관의 질문에만 답한 것이 아니라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성심껏 답을 해 위기를 관리했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메길 수 있는 능력. 위기관리 성공 능력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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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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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2014 0 Responses

38. CEO의 부적절함에 읍참마속으로 대응했다, 보잉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회사를 살린 구세주에게 회사를 나가라 했다. 잘나가는 CEO에게 윤리강령을 들이대며 책임을 물었다. 성공한 CEO라도 회사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원칙에 의한 결정이었다. 숨기거나 감싸지 않았고 기업 스스로 나서서 CEO를 대신해 변명하지도 않았다. 큰 원칙을 위해 아끼는 말(馬)을 단칼에 베었다. 보잉사의 이야기다. 2005년 3월 7일. 미국 1위 항공기 제조 업체 보잉사는 당시 CEO였던 해리 스톤사이퍼를 퇴진시켰다. 해임된 스톤사이퍼 CEO는 위기에 빠진 보잉사를 위해 사장으로 컴백 한 사실상 회사의 구세주였다. 이미 2003년 보잉사는 전임 필립 콘디 CEO 시절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만큼 큰 위기를 맞았었다. 미 국방부의 전직 고위 관료를 불법으로 고용하고 무기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등 보잉사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추락을 경험했었다. 위기 상황에서 다시 CEO에 오른 스톤사이퍼는 ‘도끼 해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특유의 신속하고 강력한 결단력을 발휘, 영업 실적을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는 취임 이후 보잉사 주가를 50% 이상 끌어올렸고 군납 로비 관행 파문 후 박탈당 했던 국방부 입찰 자격도 되찾아왔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공을 들였던 분야는 보잉사의 도덕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력한 윤리강령을 마련한 것이었다. 스톤사이퍼 CEO는 취임하자 마자 전직원들에게 매년 윤리강령에 서명토록 하며 경각심을 고취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항상 “직원은 회사를 난처하게 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사소한 규정 위반도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feb_i_nan2 Boeing President and CEO Harry Stonecipher (left) and Chairman Lew Platt signed their Code of Conduct forms last month during the annual Boeing Leadership [source : Boeing Frontiers] 그러나 그를 사장으로 영입한 지 15개월 만에 루 플래트 보잉 이사회 의장은 스톤사이퍼 CEO가 회사 윤리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를 퇴진시켰다고 발표했다. 스톤사이퍼 CEO가 사내 여성 임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플래트 의장은 “이런 관계는 스톤사이퍼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회사를 이끌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임 이유를 밝혔다. 보잉 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과 언론들은 보잉사의 이런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목격하고 크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들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경영인이라면 사생활 측면의 문제는 적당히 눈 감아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세했었기 때문이었다. 주주들도 성공적 CEO에게는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개인 사생활로 인한 보잉사의 전격적 CEO 해임은 충격이었다. 플래트 의장은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에 대해 “CEO는 나무랄 데 없는 직업윤리와 사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회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보잉사 이사회는 스톤사이퍼 CEO가 직접 사내 윤리강령에 대한 엄격함을 설파한 주역이었기 때문에 개인 사생활에 대한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더욱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적 경영자였고, 위기에 빠진 자사를 구하려 노력하던 구세주 CEO를 단박에 해임해 버리는 과정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사회 많은 구성원들은 말 그대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을 내리며 심각히 고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잉사는 문제의 CEO를 해임시킴으로써 보잉사 내부의 윤리강령을 더욱 강화시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다. 또한 CEO의 문제를 눈감아 주다가 외부로 문제가 드러나면 그 후에는 보잉사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CEO 해임의 큰 이유였다. 이 케이스는 우리 기업들과 경영자들에게 많은 생각의 주제를 던져준다. 기업 명성을 훼손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영자들을 바라보는 기업 내부 시각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시각간 편차에 관한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경영자가 잘못을 했다면 당연히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 경영자로서 적절히 사과 하고, 해당 기업은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믿는다. 하지만 실제의 경우 일반적 기업들은 사과보다는 먼저 해당 논란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변명한다. 홍보실은 그 경영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 논리를 개발하고 여러 해명들을 만들어 커뮤니케이션 한다. 사과하는 방식이나 취하는 조치들도 해당 경영자의 눈치를 살피는 기반으로 진행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어 버린다. 위기관리를 스스로 포기 해 버리는 것이다. 반면 보잉사는 이해관계자들이 두려워할 정도로 엄격했다. 윤리강령을 말하고 다니던 CEO가 윤리적이지 못했다면 이는 곧 자사 명성에 대한 큰 부담이자 위기 그 자체라 판단했다. 직원들로부터 “CEO는 그런 짓을 하면서 우리에게만 윤리강령을 적용하다니. 불공정한 것 아닌가?’하는 말을 듣기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다른 기업들 같이 기업 스스로 문제의 경영자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직원, 투자자, 거래처, 정부, 언론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더 경외했기에 가능했던 ‘읍참마속’의 위기관리였다. 위기관리에 있어 기업 철학과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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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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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2014 0 Responses

37. 나침반을 읽고 투명하게 결정했다, 한화 이글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이 있듯 오래 전부터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는 나침반이 있었다. 바다나 사막에서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알아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시 기업에게도 나침반은 꼭 필요하다. 여론의 나침반을 읽는 체계를 만들어 놓은 기업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어렵고 혼돈스러운 시기. 여론을 읽어 성공했다. 한화 이글스 이야기다. 2014년 10월. 2012년부터 내리 3년 동안 정규시즌 꼴찌를 기록한 한화 이글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응용 감독이 사퇴하면서 만년 꼴찌팀을 재건할 새로운 감독을 선임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한화 이글스는 팀을 잘 아는 코치 중에서 내부 승진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소위 ‘보살팬’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의 충성도 높은 팬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한화 이글스는 한화그룹과 함께 온라인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그리고 오프라인 상에서 결집되는 한화 이글스 팬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청취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가 모니터링을 하는 동안 오프라인과 일부 언론에서는 ‘가짜 뉴스’가 떠돌았다. ‘대전 모 호텔에서 김성근 감독을 봤다’, ‘김성근 감독 지인이 대전에서 집을 알아봤다’, ‘김성근 감독이 김승연 한화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등의 근거 없는 소문이 돌면서 김성근 감독 영입에 대한 바람들이 기사화 되었다. 본사 앞에서 시작된 1인 시위에도 한화 이글스는 예의 주목 했다. 서울 한화 본사 앞에서 ‘한화 팬, 7년의 한. 회장님(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성근 감독 영입으로 풀어주세요’라고 적은 피켓을 든 1인 시위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에서는 다음 아고라의 인터넷 청원이 모니터링 되었다. ‘한화의 모든 팬들에게 바랍니다. 제10대 감독은 김성근이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인터넷 청원은 김성근 감독 영입을 간절하게 주장했다. 댓글 게시판에는 수백 건의 찬성 의견들이 달렸다. SNS에서도 압도적으로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높았다. 각종 동영상 사이트에도 한화 이글스 팬들의 희망을 담은 동영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23일에는 한화 이글스 팬들이 유튜브에 ‘한화 이글스 10대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입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했다. 이 영상은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종 야구 관련 사이트,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이틀 만에 12만 뷰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한화 이글스는 그룹 차원의 모니터링팀과 내부적으로 팬심을 분석한 결과 김성근 감독이 가장 팬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의견을 모았다. 이 보고를 받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결국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화 이글스를 재건하기 위해 김 감독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man-holding-compass 한화 이글스 사장과 단장이 25일 계약서를 들고 김 감독을 찾아갔다. 김 감독은 그 다음날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에 한화팬들은 환호했다. 구단주가 현장에 대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게 전통인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의 영입 결정을 불투명하게 진행하기 보다 빠르고 깨끗하게 처리 해 팬들과 성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했다. 팬들 사이와 일부 보도에서는 김 회장이 직접 김 감독에게 영입 제안 전화까지 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에 대해 엄청난 감사와 결정에 대한 팬들의 지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와 그 또한 각각이 모니터링 되었다. 팬들의 여론을 모니터링 해 분석 후 의사결정에 정확하게 반영한 내부 체계와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전 몇몇 구단의 감독 선임 사례들과 비교하여 전문가들은 프로야구계에 팬들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구단 최고의사결정자들에 의해 결정되던 감독 인선이 팬들의 여론을 감안하게 되는 감독 인선 스타일로 진화했다는 의미다. 일방향적인 의사결정에서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구단과 팬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위기 시 많은 기업들은 전문가들에게 헤쳐나갈 길을 찾곤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먼저 그리고 중요하게 얻어야 하는 하는 것은 해당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이해관계자 여론의 내용과 방향이다. 이를 위해 많은 기업들은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과 SNS 그리고 여러 핵심 이해관계자들과의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여론분석에 많은 투자와 인력들을 투입한다. 구조적인 체계화를 통해 이를 일상화, 자동화, 신속화, 전문화 해 놓은 기업들도 많아졌다. 리스닝(듣기) 없이 위기를 올바로 관리해 성공하는 것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다. 다행히 여러 미디어 덕분에 더욱 가시적이고 세부적으로 여론을 읽을 수 있는 훌륭한 나침반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를 충분히 읽고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성공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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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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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032014 0 Responses

36. 정확하고 풍부하게 소통했다, 애플 CEO 팀 쿡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꿀 먹은 벙어리라는 말이 있다. 속에 있는 생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매우 훌륭한 경영자이자 혁신가였다. 하지만, 중국 생산 업체의 노동 문제 등 일부 부정적 이슈에 대해서는 가끔 주저함을 보였다. 새로 부임한 팀 쿡은 이런 애플의 전통(?)을 정확하고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개선해 성공했다. 2010년 1월. 중국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팍스콘 선전공장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최초 사고일인 1월 23일 이후 4개월만에 투신 12건을 포함, 모두 13건의 종업원 자살 기도가 이어져 1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해당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직원들의 연이은 자살을 초래 했다 보도 했다. 세계 언론들과 정부, 노동단체 그리고 소비자들은 생산 업체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애플의 입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고 초기 애플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같은 해 6월경에야 당시 CEO 스티브 잡스가 해당 이슈에 대해 첫 언급을 하기에 이르렀다. 잡스는 정보기술(IT) 업계 모임인 D8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개입해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에 앞서 지금으로서는 이 상황을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팍스콘에 대해 “노동 착취업체가 아니다”라고 언급 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심각한 시각에 비해 이 메시지는 흐릿하고 팍스콘을 옹호하는 듯 한 발언으로 해석되었다. 2011년 스티브 잡스 사망 후 애플 CEO에 오른 팀 쿡은 그 이듬 해 초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중국을 방문 한 팀 쿡은 팍스콘 공장을 몸소 찾아 근로 환경을 점검하며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전 CEO가 보여 주었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전세계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보였다. 팀 쿡은 같은 해 6월에는 이례적으로 투자자들 앞에 서서도 팍스콘을 둘러싼 논란과 자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10874-3330-141022-Cook_Ch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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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에서 팀 쿡은 “납품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시설을 계속 감사하면서 문제를 찾고 해결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납품업체가 미성년자에게 작업을 맡기면 사업 관계를 끊겠다며 미성년자 고용이 드문 일이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애플의 최우선 순위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근로자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미국 등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모두 소중히 대할 것”이라며 그간 많은 의문과 논란을 일으켰던 애플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했다. 이 후 애플의 의뢰에 따라 노동환경 감시단체 ‘공정노동위원회’는 팍스콘의 중국 공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단체 전문가들이 팍스콘 공장 근로자를 면접하는 등 종합적 감사를 벌였다. 이러한 애플의 정확한 입장 정리와 소통은 이미 팍스콘에서 여럿의 자살 소동이 났었던 2010년 당시 팀 쿡의 개인적 경험에 영향을 받은 바 컸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팀 쿡을 팍스콘 공장에 급파 해 노동환경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맡겼었던 것이다. 2010년 6월 명령을 받은 팀 쿡과 일행들은 팍스콘 공장을 방문해 카운슬러에 대한 교육 개선방법 등을 포함해 각종 조언들을 한적이 있었다. 당시 팀 쿡 일행은 공장 직원 1천명 이상과 면담했으며 24시간 비상센터 개설 등을 포함해 팍스콘 공장의 대처조치 등에 대해서도 평가했었다. 팀 쿡은 애플 CEO가 된 후 이전에 목격했었던 팍스콘 공장의 근로 환경들에 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더욱 엄격한 원칙과 개선 방향들을 정확하게 정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은 꿀 먹은 벙어리로 남지 않게 되었으며 많은 업계 전문가들과 언론들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주목했다. 많은 기업들이 이슈나 위기를 경험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행태를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습성과 상당 부분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고경영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나 전략에 반하는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본적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최고경영자가 ‘침묵’을 원한다면 기업은 그 어떤 이슈나 위기 속에서도 침묵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대로 최고경영자가 좀 더 확실한 정리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기업도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기업이 공식적으로 행하는 이슈나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 또는 최고의사결정자가 그대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2014년 8월 최근 발표를 보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생산하고 있는 조립공장의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벤젠, 노멀 헥산 등 두 가지 화학물질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애플의 조치는 올 초 ‘차이나 노동 감시단(China Labor Watch)’과 미국 환경단체 ‘그린 아메리카’가 애플에 벤젠과 노멀 헥산의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 한데 이어 나온 것이다. 애플이 변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런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들과 결정들이 이전 보다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습성의 변화와도 큰 관련이 있어 이슈관리 관점에서 기업들은 주목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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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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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2014 0 Responses

35. 재발하는 위기의 싹을 잘랐다, CJ CGV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여러 영화 상영관 의자에 진드기가 나온다고 언론이 보도 했다. 상영관들이 나름 청소 관리 한다고 했는데도 문제가 있단다. 자극적 보도 이후 점점 더 많은 지적들과 우려들이 생겨났다.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계속 엎드려 침묵 할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 개선책을 제시 할 것인가 기로에 섰다. 이 때 침묵을 깨고 개선책을 만들어 떠든 회사가 있다. CJ CGV 이야기다. 2014년 3월 5일. 멀티플렉스 사업자 CJ CGV는 특이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국내 대표 방제기업인 ‘세스코’와 함께 자사의 전체 영화관에 진드기 방제시스템을 도입하는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왜 이 회사는 갑작스럽게 진드기 방제시스템 도입 선언을 한 걸까? 그 이유는 일찍이 2013년부터 언론이 지적하기 시작한 상영관 실내 위생 논란에 뿌리는 둔다. 그간 보도들은 국내 멀티플렉스 여러 상연관내의 비위생적 환경들을 지적하면서, 가장 자극적 비주얼로 상영관 의자 시트에서 검출 된 진드기들을 보여주며 고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당시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대부분 “기존보다 청소 등을 더욱 강화하고 자주하겠다”는 메시지들을 언론에 전달하면서 대부분 로우 프로파일 했었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래 봐야 뻔한데 이런 로우 프로파일 전략이 과연 효과적 위기 대응 방식인가에 대한 의문들이 생겨났다. 반대로 업계 일부에서는 ‘어차피 업계 공통 이슈인데 혼자 나서 하이 프로파일 하면 더 큰 주목만 받을 뿐’이라며 다른 사업자들과 보조를 맞추는 게 현명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2014년 새해가 되고 봄이 시작되면서 이 상영관 위생 이슈도 다시 새싹을 키웠다. 몇몇 TV 고발 프로그램에서 전국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을 대상으로 ‘진드기 및 먼지’ 고발 취재를 다시 시작했다. 일부 상영관에서 실제로 취재진이 상영관 의자 먼지를 채취하는 활동들이 감지 되었다. 이 보고를 받은 CJ CGV는 내부 대응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업계 대표 회사가 이 이슈에 있어 반복적으로 언론의 비판에 끌려 다니는 것이 더 이상 적절한 대응은 아니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CJ CGV는 수 년 전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실내 공기질 인증’을 받아 이미 실내 공기 부문에서 친환경적 공간으로 인정받기도 했었지만, 당시 언론의 지적을 수용해 의자를 포함한 실내 위생에 더욱 더 가시적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결심 했다. 소비자들이 찜찜해 하는 ‘진드기’에 대한 방제 방안을 주로 고민했다. 그리고는 대표적 방제업체와 협업하기로 결정 했다. 직후 CJ CGV는 재빠르게 움직여 세스코와 협의해 전국 전체 극장에 순차적으로 진드기방제시스템을 적용하고 기준에 부합하는 극장에 대해서는 세스코 인증마크를 붙일 것이라 발표 하게 된 것이다. CJ CGV는 이와 함께 매 영화 종료 시 각종 이물질 제거, 매일 영업 종료 후 진공 청소 및 세부 기물 청결 관리, 연 4회 전문청소업체를 통한 특수 살균 세척 등 청소 프로세스 인력과 시간 투입을 2배 이상 늘릴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의 비위생적 실내 상황을 취재하고 있던 몇몇 TV 고발 프로그램은 당황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대표적 취재대상 중 하나가 방송 전 이렇게 강력한 개선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몰랐던 것이다. CJ CGV측에서는 개선안 발표 전 이미 사전에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해 취재진들과의 감정적 갈등 또한 최소화 했다. TV 고발 프로그램은 CJ CGV외에 다른 멀티플렉스들에 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계속 이전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로우 프로파일 하고 있는 다른 일부 멀티플렉스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주목 하게 되었고, 각 사 비중을 달리 한 방송이 제작 방영 되었다. CJ CGV의 이 케이스는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회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TV 고발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많은 기업들은 초기부터 가능한 방송내용에 노출되지 않으려 하고, 최대한 로우 프로파일로 침묵하려 애쓴다. 고발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 스스로도 찜찜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발 프로그램 대응에 가장 유효한 전략은 빠르게 가시적 개선책을 만들어 핵심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해 버리는 전략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해당 개선책에 대해 취재진에게 충분하게 설명하고 ‘개선의 공(功)’을 프로그램측에 돌려주는 것이다. 취재하는 측과 취재 당하는 측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 윈윈(win win)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head-in-the-sand 문제는 가시적 개선책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기업들이다. 이번만 어떻게든 넘어가면 개선에 들어갈 많은 노력과 재무적 부담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 주판알을 튕기기 때문이다. 고객들을 위해 스스로 미리 개선 하는 것이 진정한 위기관리이지만,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 때 재빨리 개선해 언론 및 고객들과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도 위기관리다. 둘 다 마다하고 침묵하며 언론을 피하기만 해서는 위기가 근본적으로 관리 될 가능성은 영원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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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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