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홍보 실무자

  • [EconBrain 기고문] 위기관리 매뉴얼이 뭔 소용인가?

    위기관리 매뉴얼이 뭔 소용인가?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홍실장 책상 위에는 한 뼘 두께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꽂혀 있다. 몇 년 전 나름 거액을 투자해 외부
    위기관리 컨설팅 회사와 함께 고생을 하면서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을 완성했었다.

     

    어떻게 그 매뉴얼이 만들어 졌는지 홍실장이 자세하게는
    모른다. 컨설팅사에서 만들어 준 대로 몇 번 훑어 보니 그럴 듯 했었던 거다. 그런데 그 매뉴얼을 바라볼 때마다 홍실장은 마음이 왠지 불안 해 진다. ‘과연
    위기가 발생하면 저 매뉴얼에 따라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이다.

     

    얼마 전에도 회사 제품에서 모종의 혐오스러운 이물질을
    발견한 한 소비자가 방송사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제보 해 위기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홍보실은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한 작가로부터 관련 사건에 대한 문의를 받고서야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보니 이물질 관련 소비자 불만 접수 사안 중 심각한 것은 CS팀장이 정기적으로
    분석 취합하여 실시간 또는 주기적으로 OOO부문, OOO부문, OOO부문, OOOO부문등과 상시 공유 한다고 되어 있다. 홍실장은 CS팀장에게
    전화 했다. 이런 심각한 소비자 불만이 어떻게 방송사에게 전달될 때까지 홍보실이 전혀 알리지 않았는지를 CS팀장에게 따졌다.

     

    그거요? OOO씨 케이스인 것 같은데. 그거 사장님께만 보고 드렸어요. 법무팀도 알고 있는데……그 사람이 우리에게 그 이물질 눈감아 줄 테니 1억 달라고 해서
    그냥 합의 안하고 무시하기로 했던 건데요” CS팀장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홍실장은 조팀장. 그렇더라도 우리 위기관리 매뉴얼에 나와 있는 데로 홍보실에도 관련 사안을 공유했었어야죠. 분명히 그 소비자가 방송에 제보한다 했었지요? 그것 봐요. 홍보실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몰랐어요. 방송사에서는 취재가 시작됐는데……”

     

    CS팀장은
    홍실장이 화를 내도 바쁘다며 홍보실이 좀 알아서 챙겨주세요. 끊습니다.”한다. CS의 영역을 벗어났으니 내심 안심이라는 투다. 매뉴얼에 대해서나 프로세스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다.

     

    홍실장은 법무팀장에게도 전화를 건다. “김팀장. CS쪽에서 사장님 보고까지 했다는 OOO소비자 케이스 아시죠? 예 그거요. 그 소비자가 1억을 요구했다고 하던데관련해서 우리측에서 공식 대응한 자료들이 있으면 좀 홍보실로 보내주세요. 혹시
    소비자 대화를 녹음 하신 게 있나요?”

     

    법무팀장은 ..녹음은 없고요. 사장님이 당시에 타협하지 말라 하셔서 그냥 접은
    케이스예요. OOO씨가 계속 저희 쪽에 독촉 전화했는데 안 받았어요.
    완전 상습범 같아요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홍실장이
    매뉴얼을 들쳐보니 법무팀은 단순 소비자 협박에 관해서 주도적인 접촉 및 협상을 진행한다. 그 프로세스와 결과를 홍보실을 비롯 관련 부문에 대외비로 실시간 공유한다
    되어 있다. 법무팀장은 그런 매뉴얼 저는 본적도 없고요그거 홍보실에서 그냥 만든 거 아닙니까? 그걸 왜 우리까지 역할을
    집어 넣으셨어요?”한다. 홍실장은 할말이 없다.

     

    홍실장은 사장실로 올라가 면담을 청했다. “사장님, 방금 전 방송사에서 소비자 OOO씨 사건 관련해 취재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이 케이스로 CS, 법무팀 하고 같이 회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때 홍보실도
    함께 참여시켜 주시면 좋았을 것을저희는 방송 작가 전화 받고 알게 되 지금 상당히 곤란한 상황입니다라고 읍소했다.

     

    사장님은 ? 그랬나? 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본 케이스인데그런 상습범과는 협상하지 말자 하는 게 내 생각이니까. 홍보실에서
    잘 막아봐요. 그런 거 잘 하잖아. 지난번에도 OOO방송 사람들하고 선후배 관계라면서 대충 처리 잘 해 넘어 가더구먼. 이번에도
    그렇게 해봐요

     

    홍실장은 자신의 책상으로 와 그 문제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아무 쓸모도 없고, 회사 내 누구도 알지 못하고, 언제든 기억하지 않는 버려진 매뉴얼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이 울컥 치솟아서다.

     

    한 십 분이 지나니 쓰레기통에 꺼꾸로 처박힌 두꺼운
    매뉴얼을 다시 내려다보게 된다. ‘그래도 비싸게 돈 주고 만든 건데…’하니
    다시 그 매뉴얼에 손이 간다. 다시 들어 올려 책상 위에 꽂아 놓는다.
    하지만, 그 매뉴얼을 보면서 마음이 갑갑해 지는 것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렇듯 많은 회사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하나의
    장식품으로 마련하고 있는 듯 하다. 홍보 실무자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하나의 책상 위 장식으로 매뉴얼을 대하는 거다. 그러나 사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전사적 공감대와 역할 분담 그리고 각 담당 영역과 대응 프로세스들이 잘 정리되고
    공유되어야 그 가치를 발하는 법이다. ‘공감되고 공유되지 않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종이 묶음에 불과하다.

     

    , 조직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1년이면 여러 담당자가 바뀌고 편제가 바뀐다. 책임
    영역이나 주체들이 자꾸 바뀌게 된다. 하지만 위기관리 매뉴얼 업데이트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게 마련이다. 어릴 적 옷을 끼어 입고 있는 어른처럼 위기관리 매뉴얼은 업데이트가 안되면 그 생명을 다하고 만다.

     

    위기관리 매뉴얼에만 의존 하면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될 턱이 없다. 중요한 것은 조직내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들,
    인간들이며, 그 주체들에게 공유된 대응 전략과 프로세스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신봉하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기업 내 시스템이 없다는 증거 아닐까.

    # #
    #

  • 회사를 위한 위기관리

    “우리 CEO께서는 아주 부정적인 기사에 대해 쿨하십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면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더 잘해주라고 하실 정도죠. 워낙 언론쪽에 지인들도 많으시고 이해가 깊으셔서 일희일비 하지 않으세요.”

    “저희는 기사나 보도를 막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정확하게만 나오면 오케이죠. 위에서도 뭐 막아라 빼라 하지 않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희는 외국기업이라서 기사를 빼고 막고 하는 것은 안합니다. 그것을 위기관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본사나 CEO께도 논리적으로 설명드리면 이해를 하시는 편이에요”

    “저희는 기사나 보도에 신경 잘 안씁니다. 기자들이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쓴다는 걸 알아요. 한번 두번 말려들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이 되기 때문에 아예 무시를 하는 편이죠”

    일부 행복하신 PR담당자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정말 부러운 직장생활을 하시고 계시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위기관리 부분에서 홍보담당자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부분에서 자유로우시니 말이다.

    일부 전투적으로 생존(!)하시는 다른 국내 인하우스분들께 이런 말씀을 드리면 거의 시니컬한 미소를 지으신다. 그게 무슨 홍보팀이야 하는 표정들이다. 그 중 일부는 그런 회사 자리 있으면 소개 좀 시켜달라고도 하신다. 나 좀 사람답게 살아 보자는 이야기다.

    이런 저런 홍보팀마다 자신들의 설움이 각자 더 크고, 나름대로의 고충들이 있어서 항상 고통의 질량은 불변한다고도 하는데…몇가지는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본사나 CEO 그리고 윗임원분들이 너그럽고 이해도가 높은 것은 오케이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홍보실무자들이 그런 유연성 때문에 자신들이 실행할 수 있는, 아니 실행해야만 하는 위기관리 역할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이런 홍보팀들중에는 일부 일단 모니터링을 거의 안하는 홍보팀들이 있다. 대행사에만 맡겨 놓는다던지, 아니면 최소 쥬니어에게 일임하고 실시간으로 체크를 하지 않아 대응시간을 놓쳐 버리곤 한다. 대응은 전략적으로 하지 않아도 최소한 모니터링은 제대로 해야 한다.

    보고를 하지 않는 케이스들도 있다. 일단 모니터링이 늦었어도 정리해서 대응 논리와 제안을 통해 상부에 보고는 해야 한다. 그냥 마이너나 온라인이라 스스로 무시하고 덮어 놓고 지나가는 일은 하면 안된다.

    좀더 적극적인 태도와 대응만 하면 생각보다 쉽게 교정이 되거나 뺄수도 있는 케이스인데도 해당 기자에게 연락이나 미팅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곳도 있다.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리 부정적인 기사를 올려도 전화 한통 안하고, 조금 지나서 대행사 아가씨(기자들의 표현)가 전화 한통 툭 하곤 마는 곳도 있다 한다. 기자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홍보실무자로서 성공하기 힘들다.

    부정적인 기사를 깊이 있게 분석하지 않는 것 같다. 이 기사가 향후 자사의 비지니스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고 평생 온라인에 남아 어떤 명성 침해 환경이 조성될 것인지 예견 하지 않는거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막는게 최선의 대응이라고 생각하면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도 시도라도 해보아야 한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사후에 내부적으로 보기 좋게 패킹만 하는 경향도 있다. 생존 기술일수도 있지만…최소한 보고팩에 우리가 어떤 어떤 노력을 최대한 실행했고, 앞으로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렇게 시스템과 역량을 개선해야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팩을 들여다 보면 얼마나 한국의 언론들이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이며, 해당 기자가 우리에게 이유없는 반감을 가지고 공격하고 있다는 핑거 포인팅 내용이 과반인 경우들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언론에 대한 이런 편견 조성은 홍보담당자 자신의 핵심업무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행복한 환경에서 더욱 더 열심히 스스로 발전기를 돌리는 홍보실무자들이 성공해야 한다. 그냥 편하게 섹스앤더시티 스타일의 화려함만 가지는 것만으로는 스스로 회사를 위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