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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conBrain 기고문] CEO께서 검찰에 출두하신다고? (마지막편)


    CEO께서 검찰에 출두하신다고? (마지막편)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 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홍실장은 새벽 회사에 출근했다. 사장께서 로펌 이야기를 상당히 신뢰하시는 데 그에 대한 업데이트 된 정보를 좀 듣고 싶어서다. 사장께서 7시경 사장실로 들어오셨다는 비서실 전화를 받고 사장실로
    향했다. 검찰 출두하실 때 어떻게 사전 어랜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컨펌을 받고 싶었다.

    홍실장. 어제 저녁
    우리 로펌 사람들하고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들었는데, 전반적으로 홍실장 의견과 비슷한 것 같더군. 지검 앞에서 저번 공항처럼 봉변 당하지 않게만 해주세요.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홍실장은 한시름을 놓는다. 하지만, 사장께서 알아서 하신다
    부분이 약간 마음에 걸린다.

    일단 홍실장은
    내일 모레 해당 지검 취재를 담당할 기자들이 있는 관할 기자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OO일보 간사에게 인사를 나누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전 다른 데스크
    기자들에게서 받았던 똑 같은 내용을 조언해 준다. “포토라인 설정해서 간단하게 답변해주시고 들어가시면
    되지 뭐가 어려울 게 있어요?”하는 반응들이다.

    기자실에다가
    통닭과 찬 맥주캔 몇 박스를 풀고, 명함을 나누고, 내일
    한번 더 찾아오겠다고 인사를 하며 나왔다. 내일은 홍보실 여직원들도 모두 데려와 인절미나 꿀떡을 좀
    돌려야겠다 생각한다. 회사에 돌아온 홍실장은 기자들의 요구사항이나 협조태도에 대해 사장에게 보고했다.

    사장은 그러면 믿어도 되겠죠? 저번처럼 그렇게만 안되면 되요. 근데 질문은 뭘 한데? 민감한 질문은 하지 말라 그러지?” 홍실장이 답변했다. “곧 저희 홍보실에서 주요 예상질문들을 뽑아
    올릴 예정입니다. 저희가 법무팀과 상의해 만든 답변만 간단하게 반복하시면 됩니다. 오랫동안 기자들이 잡지 않고, 제가 시간을 봐 사장님 동선을 관리하겠습니다.” 사장은 비교적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틀이 지나고
    결국 사장께서 OO지검에 출두하시는 날의 아침이 왔다. 오후
    일찍 들어가기로 검찰 측과 이야기를 끝냈다. 오후가 됐다. 지난
    이틀 동안 로펌과 법무팀과 함께 모 호텔에 머무르며 검찰의 취조에 대응방안을 마련했던 사장은 상당히 피곤한 표정이다.

    홍실장은 이미
    오전부터 홍보실 조과장과 김과장을 OO지검에 파견해 안내와 기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라 지시해
    놓았다. 홍실장은 지검으로 이동하는 사장의 차 속에 함께 동승해 브리핑 했다. “사장님,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보고 드린 그 답변만 반복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최대 3개 정도 질문 받으시면 그 때 동선 확보하고 이동하시도록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사장님은 마치 얼이 나간 사람처럼 얼굴이 심각하고 피곤해 보인다.

    사장이 탄 검정색
    회사차가 OO지검 현관에 정차했다. 사장의 얼굴에 순간 전의(戰意)가 비친다. 홍실장은 흠칫한다. 무언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신다는 느낌이 온기 때문이다. 홍실장이
    차에서 내리시는 사장님께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사장님, 침착
    하십시오. 정해진 답변만 해주시면 됩니다. 힘내십시오.”

    사장은 옷깃을
    여미며 OO지검 계단을 오른다. 이미 백명은 넘어 보이는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포토라인 뒤에서 겹겹이 산을 이루고 있다. “비켜, 거기 앞에 비켜” “마이크 치워!”
    거기 서세요, 거기, 거기여기저기에서 기자들이 함성과 고함들이 오고 간다. 수천번의 플래시가
    터진다. 사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간다.

    조과장이 바닥에
    미리 붙여놓은 녹색 테잎이 눈에 들어오고 홍실장은 사장을 그 자리에 안내하고 사장 뒤에 섰다. ‘사장님, 제발…’ 질문을 하게 되어 있던 기자 두 명이 TV 마이크를 꾸러미로 엮어 들고 사장에게 다가왔다. 질문 시작.

    이번 검찰조사의 핵심은 OOO억 원으로 알려진 비자금 때문인데요. 그게 사실입니까?” 사장께서 침묵하신다. 무언가 말을 하셔도 좋은데 침묵하시니 홍실장이 당황스럽다. “
    말씀만 해주시죠. 검찰에서는 그 비자금이 정치권 로비와 신규 사업권 획득에 일부 사용된 정황이 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까?” 사장께서 약간 입을 실룩거리신다. 이윽고 한 말씀을 하신다.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올라가서 설명하겠습니다.” 홍실장은 더욱 더 긴장
    하면서 뒤에서 시계를 처다 본다.

    한기자가 큰
    소리로 물었다. “이번 내부고발과 검찰조사로 최근 귀사의 성장 원인이 불법로비에 있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장님 생각은 어떤지요?” 사장이 그 기자를 쏘아 본다.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사람이나 그딴 소리를 여기 저기 옮기고 다니는 당신 같은 기자들이나 모두 문제라고 봅니다. 기자 정도면 그래도 고등교육 받을 사람들일 텐데공부들 좀 하시고제대로 알고 좀 말하십시오!” 기자들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다
    이내 사진 플래시들이 수없이 터지기 시작한다. 홍실장은 그 말을 듣고 어지러워 비틀거린다. 쓰러질 것 같다. 사장님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드리고 쓰러져도 쓰러져야
    할텐데

    눈치를 챈 조과장이
    달려와 홍실장의 어깨를 잡으면서 사장님께 귓속말을 했다. ‘사장님
    이제 올라가시죠. 이동하십시오.” 홍실장이 몽롱한 기운을
    챙기면서 사장님의 등을 살짝 밀어 앞으로 이동시켜드린다. 기자들이 따라오면서 마구 질문을 퍼붓는다. “사장님, 누구에게 로비 하신 겁니까?” “사장님, 내부 고발한 OO임원에게
    한 말씀 하시죠사장이 기자들을 째려보면서 검찰 엘리베이터를 탄다.
    홍실장도 안내하는 검찰직원들과 사장을 따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사장이 한마디
    요즘 기자XX들은 머리가 나쁜 거야? 버릇들이 없는 거야? 에이XX…” 홍실장은 눈을 감으면서 생각한다. ‘이제 나도 회사를 관두고 좀 편안한 일을 하고 싶어…’ 검찰직원을
    따라 검찰 복도를 걸어가면 기도했다. 다른 삶을 달라고.

    # # #

  • 화 내면 진다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어떤 회사 CEO께서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아니, 언론사 기자에게 왜 화를 내나? 뭐 보통 그럴 일이 있나?” 이 분께서는 웬만하셔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업 파트너나 아래 직원들에게도 좀처럼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치는 법이 없으시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 취재대상자들이 취재 온 언론사 기자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는 기자를 폭행하거나 카메라나 녹음기를 뺏어 파괴하는 일도 있다. <연예가 중계>류의 연예인 사생활 취재 프로그램들에서는 TV 카메라 렌즈를 한 손으로 막아 버리는 일들은 흔히 볼 수 있다. 탐사취재 프로그램들에서는 취재원에게 밀려 땅에 엎어진 TV 카메라맨의 신음이나 비명소리도 방송이 되곤 한다.

    웬만해서는 일반인에게도 화를 내거나 폭행이나 폭언을 하기 힘든데, 어떻게 취재중인 언론사 기자에게는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 그 차이는 ‘자기관여’의 정도에 있다. 자신이 그 기자가 취재중인 이슈에 깊이 관여가 되어 있어서 그 취재가 바로 자신에게 피해가 되는 것이라고 느끼게 되면 일반 감정의 상태를 쉽게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꼭 옛말처럼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식의 해석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그렇다는 거다. 남의 자식을 욕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하면서 원론적 맞장구를 쳐 줄 수 있지만, 내 자식을 직접 욕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감정’이라는 것이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적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감정 흐름 잘 조절해야 진정한 프로
    하지만, 한 기업을 대표하는 대변인들은 이러한 감정의 흐름을 잘 조정해야 진정 프로다. 얼마 전 삼성의 이재용 전무는 삼성 특검장에 출두 하기 전 포토라인에 단정하게 서서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는 기존 다른 검찰 출두인들의 그것들과는 약간 다른 것이었다.

    기다린 듯 쏟아지는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나 하나 경청하는 듯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는 그 쏟아지는 민감한 질문들 중에서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라는 가장 온건한 질문만을 꼽아 이에 대해서만 자신이 준비한 답변을 풀어놓았다.

    “저와 삼성에 대해 많은 걱정과 기대를 하고 계신 점 잘 듣고 있습니다. 오늘 성심껏 답하겠습니다” 이 답변 이후에도 기자들은 이 전무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질문들을 쏟아 놓았다. “경영 실패를 인정하십니까?” “사과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등의 질문들에 대해 표정을 일관되게 관리했다.

    쏟아지는 공격적인 질문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엄청난 감정적 관여가 있었음에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했고,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깔끔하게 전달했다. 그는 결국 인터뷰를 ‘당한 것’이 아니라 ‘관리’했다.

    반면 모 방송국의 탐사취재 프로그램에서 기독교계의 불투명한 운영실태를 취재하면서 인터뷰 한 모 대형 교회 원로 목사님의 자세는 이와 달랐다. 물론 TV 카메라에 찍히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카메라에 신경을 안 쓰고 답변을 하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높은 ‘자기 관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화를 냈고, 기자를 말로 공격했다. 심지어 나무랐다.

    기자도 사람이다. 이슈가 맞건 틀리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자신의 인격을 모독하면서 반격해 오는 답변자가 반가울 리 없다. 기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시청자와 독자에게 화를 내는 것과 같다. 인간적으로 바로 앞에 있는 기자가 아무리 밉고, 자극을 해와도 수천만의 시청자와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통제하자. 화를 내면 지는 거다. 게임이 아니다. 이건 현실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3월 24일 09:17:34 / 수정 : 2008년 03월 24일 09:2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