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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는 어떻게 답변하나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가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몇 달 내에 딜이 끝날 것 같은데요. 기자들이 어디에서 정보를 들었는지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희 내부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자는 입장인데, 일선에서는 침묵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어떻게 답변해야 위험하지 않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대부분 M&A는 딜이 종결되기 이전에는 어떠한 관련 내용도 외부로 공지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NDA(기밀유지협약)을 체결하여 어느 한쪽이라도 정보 유출을 하는 경우 해당 딜을 중단하거나, 상대에게 큰 책임을 묻는 조건을 걸기도 합니다. 딜 양측에서 공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지요.

    회사의 창구 역할을 하는 홍보팀, 딜을 지휘하는 담당 임원 그리고 대표이사는 M&A 관련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을 아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이 생기지요.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일정 수준 이상 경험 가진 핵심 임원의 경우 M&A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대응하는 방법과 자세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일관성을 가지고 “M&A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반복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자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M&A 가능성을 언급할 때 회사 임원이 “M&A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답변을 그대로 내놓게 되면, 기자는 실제로 모종의 딜이 진행되고는 있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질문의 맥락을 잘 확인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일부 임원은 기자가 “현재 A와 M&A를 진행중인가?” 라는 구체적 질문을 해 왔을 때, “아니다”라는 회피성 답변을 하는 것을 고민합니다. 실제로 A와 딜을 마무리 짓고 있는 단계에서 아니라고 답변하면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될 것이고, 이후 딜을 발표했을 때 자신이 신뢰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M&A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예” 또는 “아니오”라는 답변도 피해야 합니다. “확인드릴 것이 없다”는 답변이 최선입니다.

    한 임원분은 기자가 “현재 귀사가 인수 검토하는 회사가 A,B,C 중 하나인가?”라는 업계 소스 기반 질문을 해 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 합니다. 실제로는 그들이 아니라 D사와 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자칫 자신이 “확인 해 드릴 것이 없다” 답변한다면, 기자는 임원이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 세 회사 중 하나일 것이라 확신하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그렇다고 임원께서 “그 회사들은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을 하는 것은 추가적 취재 동기를 제공할 수 있어서 민감합니다.

    M&A에서 잘못된 정보나 확신을 가진 기자의 오보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에 대해 교정이나 사실관계 제공을 하려 하면 더욱 더 자사는 민감한 상황에 빠지게 될 뿐입니다. 창구는 일관되게 침묵하는 것이 낫습니다. M&A에서 커뮤니케이션 창구는 딜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 이익에 우선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혼란을 주는 어떤 메시지도 창구를 통해 흘러 나가면 안 됩니다. M&A와 관련한 회사의 공식 메시지는 그래서 전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 34. 거대 신문을 단박에 없애 성공했다, 루퍼트 머독 회장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아무도 그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다. 누구는 다른 신문들도 다 그러는데 홀로 극약처방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했다. 어떻게 보면 바보 같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사과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사과광고 하단에 싸인 하면서 치욕을 삼켰다. 중대한 실수에 맞서 자신은 물론 직원들과 경쟁사들 그리고 독자들과 국민들을 한꺼번에 놀래 켜 성공했다.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이야기다.

    2011년 7월 4일. 영국의 가디언의 보도를 따라 텔레그래프, BBC 등에서 집중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이 보도는 9년전 당시 신문사의 요청을 받고 죽은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했었던 한 사설 탐정의 경찰 진술에 대한 것이었다. 이 사건의 배후에 뉴스코프 계열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News of the World, NoW)’가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그 동안 유명배우, 스포츠맨, 정치인은 물론 영국왕실까지 휴대폰해킹을 통해 쇼킹한 뉴스를 파헤쳐 온 혐의도 받게 되었다. 이 신문사 전 편집인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영국은 물론 전세계가 언론의 해킹 및 도청 취재에 대해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캐머런 총리는 이틀 후 이 이슈에 대한 정식 조사를 지시했다.

    뉴스코프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의 아들 제임스 머독은 “만일 이번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것은 비인간적인 것이고 회사가 갈 곳이 없다”는 성명서로 심경을 토로했다. 긴급히 영국에 도착한 루퍼트 머독 회장은 사내 대책회의를 열었다.

    머독 회장은 즉각 문제를 일으킨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를 폐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이 신문은 168년의 역사를 자랑했었고 구독부수는 최소부수만으로 한국 최대 신문의 부수의 2배에 달하는 260만부를 넘지만 머독 회장은 폐간을 명령한 것이다.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직원들도 동시에 모두 해임되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10일 “감사 드리며 작별을 고한다(THANK YOU & GOODBYE)”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1면에 내건 마지막 호를 발행하고 168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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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5일. 머독 회장은 자신의 사인이 담긴 사과 광고를 영국의 7개 일간지에 게재했다. ‘미안합니다(We are sorry)’로 제목 붙여진 이 사과광고에서 머독 회장은 “그간 잘못됐던 것들을 바로잡겠습니다(Putting right what’s gone wrong.)”라고 약속하며 싸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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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머독 회장은 같은 날 자신이 소유한 다우존스 CEO 레스 힌튼을 전격 해임했다. 힌튼은 ‘뉴스오브더월드’의 영국 내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을 역임했으며, 머독이 뉴스인터내셔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다우존스 CEO를 맡았었다. 그는 파문 초기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와 함께 머독 회장이 딸처럼 아끼던 뉴스인터내셔널의 CEO 레베카 브룩스도 이날 해임시켰다. 브룩스는 2000년부터 4년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을 지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사실 영국에서는 당시 이러한 언론의 불법, 탈법 행태가 그리 생소한 논란은 아니었다. 이미 2011년 이전에도 본격적 경찰조사가 두 번이나 있었다. 당시 30여 언론기관들이 사설 정보원이라는 루트를 통해 정보를 사서 기사에 사용했음이 드러났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언론이나 사법당국도 이를 부도덕하다고 느끼거나 사법 처리로 문제를 삼지 않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도 머독 회장은 갑작스럽게 경쟁 언론인 가디언스에 의해 제기 된 ‘미스터리 한’논란에 더 이상은 말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영국 정치권과 언론에서 일어난 우파와 중도좌파간의 알력에 해당 이슈가 끼어 들어가는 것을 극약처방으로 방어 하려 했다. 자신이 의회에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위기관리 조치들을 챙겨 행하므로 해당 이슈와 자신의 연결 고리를 잘라 버렸다.

    우리나라의 언론 기업들을 한번 돌아보자.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정정보도 등으로 단순 사과하는 언론은 많지만, 자신들의 실수와 책임을 인정 하고 그 수위에 따른 실질적 개선 조치를 취하는 언론들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168년의 역사에 260만부를 발행하는 잘나가는 신문이라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 하루 아침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충격적 교훈이 우리에겐 그리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루퍼트 머독 회장은 이후 하원 청문회에 나가 증언 했던 순간을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으로 기억 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의 중대한 실수에 사과하기 위한 광고 하단에 자신의 이름을 사인을 하는 순간도 그는 잊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의 관행 화 된 실수에 안주 했었던 200여명의 ‘뉴스오브더월드’ 기자와 제작진들도 마지막 폐간호를 마감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다른 경쟁사 언론들도 그렇고 ‘뉴스오브더월드’의 700만이 넘는 구독자들과 영국 국민들 모두 머독 회장의 치욕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매번 이러한 압도적인 조치만이 중대한 위기를 관리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30. 회장의 수치감으로 위기를 관리했다, KT

    정용민 스트래지샐러드 대표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 어떻게 보면 위기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위기를 경험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개선과 재발방지를 약속한다. 하지만 그들 중 약속했던 정확한 수준과 의미의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을 실행하는 기업들은 드물어 보인다. 위기 직후 고개를 숙이며 ‘수치스럽다’한 기업 회장이 있다. 이 기업은 이 수치스러움을 적극적 실행으로 연결했다. KT의 이야기다.

    2014년 3월 6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KT 홈페이지를 해킹,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휴대전화 개통·판매 영업에 사용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문해커 2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KT의 고객 정보 1200만건이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KT는 지난 2012년에도 전산시스템 해킹을 통해 고객정보 870만건이 유출된 바 있었다. 유사한 정보보안 위기가 1년 8개월만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KT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황창규 회장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부임 후 아직 기자들에게 정식 인사도 하지 못한 회장에게 너무나 부담이 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인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는 대국민 사과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012년 정보보안 사고 때는 사고 발생 후 10여일이 지난 후에야 가능했던 사과 기자회견이 이번에는 하루 만에 신속하게 개최되었다. 기자들은 지난 기자회견 때 당시 KT 회장 대신 사장이 사과한 것을 기억했다. 당연히 이번에도 KT 최고기술책임자인 부사장이 나와 사과 할 것이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는 황창규 신임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섰다. 황 회장은 “2차례에 걸쳐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은 IT전문기업인 KT로써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3번 가량 고개를 숙였다.

    황 회장은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강력하게 책임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보안 시스템에 대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 빠른 시간 내 혁신할” 것이라며 “과거 잘못은 철저하게 매듭 지겠다”고 약속했다. 황 회장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강한 어조에 기자들은 놀랐다.

    그로부터 3일 후. 황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 이메일에서도 황 회장은 “2년 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이후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임직원들을 질타했다. “말만 하고 책임지지 않거나, 기획만 하고 실행은 나 몰라라 하거나, 관행이므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행동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일 위기의 재발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내부적으로 정보보안 체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5개월 후 KT는 더욱 강화된 고객정보보안 체계를 발표했다. 통신업계 최초로 사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Chief Information Security Officer)를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Chief Information Officer)에서 분리해 정보보안단을 신설했다. 또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직급을 기존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격상했다.

    이와 함께 보안 전문가인 신수정 전 인포섹 대표를 정보보안단장(전무)으로 영입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및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Chief Privacy Officer) 직책을 맡겼다.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정보보안 실행력의 강화를 위해 정보보안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는 의미다. 위기 발생 후 황 회장이 공개적으로 한 약속과 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를 그대로 실행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기업 위기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재발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는 기업이 많은 이유는 딱 한가지다. 최초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해당 기업이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개선과 재발방지는 구조적 변화를 전제로 한다. 기업들이 위기가 발생하게 된 그 근본적 원인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기 때문 비슷한 위기는 자꾸 반복 발생한다.

    반대로 일부 동일 또는 유사한 위기를 더 이상 겪지 않거나, 미리 방지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내부적으로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공히 존재한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동일 또는 유사한 위기가 반복되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내부에 이런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겠다.

    KT의 황창규 회장은 고개를 숙이면서 스스로 ‘수치스럽다’ 했다. 임직원들에게도 ‘어영부영 하는 행동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일갈했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강력한 의지가 곧 위기를 관리했다. 이 강력한 의지로 약속을 정확하게 실행 했다. 큰 위기가 발생했을 때 뒤로 숨는 최고의사결정자들과는 다른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실행이었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21. 내가 책임지겠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 시 기업은 우선 VIP를 책임에서 자유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논란으로부터 일정선을 그어 거리를 두며 VIP의 책임은 없다 강조한다. 여론의 제단에 대신 실무책임자들을 제물로 바치며 위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기도한다. 그러나 회장이 직접 나서 ‘내가 책임지겠다’ 한 회사가 있다.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깎으면서까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야기다.

    2004년 2월 27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회장은 그룹사인 소프트뱅크BB가 운영하는 브로드밴드 서비스 야후!BB가 보유하던 451만7039명분의 고객 정보가 유출 됐다며 기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 5개월전 서비스 개시 이래 파격적 요금할인과 가두판매 등 영업전략으로 당시 NTT를 제치고 일본 내 인터넷 초고속통신망(ADSL) 접속서비스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야후BB였다. 손 회장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이야기했다. 사죄의 뜻으로 정보 유출이 확인된 고객들에 대해 500엔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했다. 총 40억엔(약400억원)을 보상하겠다는 의미였다. 또한 사내에서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고객데이터 관리자들의 지문인식시스템 도입 등을 포함 총 649개 조치를 이미 시행했다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놀라게 한 건 그 다음이었다. 손 회장은 당시 일본기업 사상 최대규모의 고객 정보 유출의 책임을 지기 위해 자신의 봉급을 6 개월간 50% 감봉 조치하겠다 한 것이다. 소프트뱅크BB의 미야우치 켄 부사장 등 6명에 대해서도 3개월 30% 감봉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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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회장은 “고객들께 폐를 끼친 데 대해 깊이 사죄하고 싶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관리체제를 더욱 강화해 이 같은 일이 없도록 철저를 기할 것임을 고객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죄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당연시 하는 일본이지만, 대 그룹 총수가 고객정보 유출 사고의 책임을 지고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깎아 사죄한다 하니 기자들과 고객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해당 위기를 적절하게 방지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클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공히 해당 회사의 책임 인정을 요구하게 된다. 기업 내 의사결정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리고 “과연 누가 책임을 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사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책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거나, 끝까지 묵묵히 시간을 끌면서 잠잠해 지기를 기다리려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그룹 오너나 유력한 대표이사에게 해당 위기의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을 상당히 불경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위기관리 실패는 곧 ‘VIP가 책임을 지게 만드는 상황’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위기 속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실무 책임자들에게만 위기의 책임을 묻는다. 내부적으로는 VIP에게 책임이 전가되거나 자칫 이해관계자들이 VIP에게 책임을 묻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 노력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이 상황에서 실무책임자 몇 명에 대한 처벌 조치들로 해당 기업이 책임을 완전하게 졌다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들을 내놓는다. 해당 기업은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이야기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은 ‘불완전하고 불만족 한다’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은 지루하게 계속 갈등을 이어가며 길어진다. 결국 VIP는 방어할 수 있었겠지만,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평가와 기억은 부정적으로 오랜 기간 남게 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달랐다. 자신의 잘못이냐 아니냐를 떠나 스스로 책임을 통감했다. 기자들 앞에서 내가 책임자라 이야기하며, 자신의 봉급을 절반으로 잘라 냈다.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렇게 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제 결심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 커뮤니케이션 했다. 내부적으로는 “회장인 나를 비롯해 해당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도 봉급을 잘라내 가며 극단적인 책임을 졌다. 그러니 경영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책임 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각별히 노력하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직원들이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 어떻게 ‘사과를 하는가’ 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결정의 문제다. 사과만 하고 책임을 최소화 화는 전략이 항상 이상적인 성공전략만은 아니다. 책임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적절한 주체에게 강력히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성공적인 위기관리 전략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19. 뼈를 내 놓아 고객신뢰를 다시 사다, 베네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딱히 소송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피해를 배상하라 소리 지르는 고객들도 없었다. 그럼에도 자사의 고객정보를 도둑 맞은 회사가 고객신뢰를 다시 찾고 싶다며 고객들에게 2천억원을 보상하겠다 고개를 숙였다. 내부와 외부로 뼈를 깎는 각오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도 피해자다!”라 항변하는 일부 기업들과는 조금 달랐다. 일본 최대 교육기업 베네세의 이야기다.

    2014년 7월 9일 일본의 최대 교육 및 출판 기업인 베네세홀딩스가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베네세홀딩스의 하라다 에이코(原田泳幸) 회장은 계열사인 베네세가 보유했던 고객정보 약 2070만건이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규모는 일본 기업 역사상 고객정보 유출건으로 최대규모로 알려졌다. 유출된 정보는 취학이전과 초등학생 그리고 입시코스에 가입해 있는 어린이들 및 중고생들 그리고 그 부모들의 개인정보들로 성명, 생년월일, 주소 및 전화번호였다.

    베네세홀딩스측은 해당 고객정보들이 외부인력에 의해 유출되었으며, 불법적으로 경쟁사 등에 판매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기관들은 이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베네세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얼마 전 취임한 하라다 에이코(原田泳幸) 베네세홀딩스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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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약 1주일 후 일본 경찰은 베네세로부터 고객정보를 도둑질 해 판매한 범인을 잡았다. 베네세의 서버를 관리하는 협력업체의 일용직 직원이던 그는 베네세의 서버로부터 몰래 고객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베네사홀딩스는 경찰의 범인 검거와 함께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하라다 회장은 “소중한 어린이의 공부와 관련된 기업으로써 이런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와 함께 깜짝 놀랄만한 보상책을 제시했다. “고객들에게 200억엔(약 2000억원)을 보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통신교육 수강생의 교육비 할인이나 회원 계약을 탈퇴하는 경우의 위약금면제 등의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런 대규모의 보상액 발표가 소송이나 고객의 보상 요구들이 미처 생겨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련된 것이라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유출된 고객정보가 성명이나 생년월일 등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라 상대적으로 위해도가 높지 않은 정보라고 지적하며 베네세홀딩스의 ‘뼈를 깎는 보상책’에 대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하라다 회장은 “우리는 이번 사고를 아주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 만큼 진지하게 보상하고 용서를 빌겠다는 전략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별도로 중립적인 조사단을 구성해 유사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시스템적인 보완을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최근 들어 국내 교육업체들에서도 고객정보유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수년 전에 이미 유출된 고객정보관련 사안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면서 각 교육업체들의 때늦은 대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일반적 대응 방식들을 하나 하나 분석해 보면 일본과 한국간 고객정보유출 사고를 받아 들이는 자세와 철학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기업에게 고객정보유출건은 사실 위기라고 정의하기도 힘든 성격이 있다. 외부로 유출 사실이 잘 밝혀지기 힘든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입을 다물고 있다면 딱히 고개정보유출건이 외부로 밝혀질 가능성도 적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고객정보를 도둑질한 자가 공개 협박을 하거나, 외부 규제기관이 수사 및 적발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유출 사실을 공개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스스로 나서 ‘우리 회사가 고객정보를 도둑 맞았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그렇게 도둑맞은 사실을 오랫동안 몰랐었답니다’라 자랑(?)할 회사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베네세홀딩스는 이런 면에서 달랐다. 먼저 자사 보유 고객정보들이 유출되었다 실토했고, 범인을 잡아 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다. 범인이 잡히자 베네세홀딩스는 고민과 고민 끝에 ‘우리들의 각오를 보여주자. 그리고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하겠다’ 결심 했다. 심지어 고객들이 대부분 회사에게 피해를 보상하라 이야기 하기 전에 베네세홀딩스는 2천억원을 내놓고 고개를 다시 숙였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투려 하지도 않았다.

    하라다 회장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고객님들로부터의 신뢰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자로 평가 받는 하라다 회장은 이렇게 자신의 뼈를 내 놓아 각골난망(刻骨難忘)의 자세로 소중한 고객신뢰를 다시 얻게 되었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보스 없이도 위기관리팀은 움직여야 한다, 현대캐피탈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최고의사결정권자 없이 초기 위기대응을 하기란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현실 상황에서는 위기가 사전 예고를 하거나, 기업 내부 상황을 가려가며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의사결정권자 부재에도 능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대형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장이 저 멀리 덴마크에 있던 기업은 어땠을까? 현대캐피탈의 이야기다.

    2011년 4월 7일 이른 오전. 여의도 현대캐피탈 본사 IT파트 직원들은 범인으로부터 해킹을 주장하는 몇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신고를 받은 사내 정보보안팀은 다각적인 검토결과 고객정보가 일부 해킹된 것을 감지했다.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은 당시 북유럽 출장 중이었다. 당시 덴마크에 체류 중이던 정 사장에게는 이미 사건 감지 10분만에 상황 보고가 되었고, 지속적인 상황변화 내용들이 전달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IT실장에게 위기발생 보고를 받은 경영지원 부사장은 즉시 비상대책본부를 소집했다. 매뉴얼에 따른 것이었다.

    사내 핵심 의사결정자 14명과 로펌의 변호사까지 포함되는 균형 잡힌 위기관리팀이 한자리에 모였다. 급박한 상황에서 사장이 부재중인 위기관리팀을 이끄는 경영지원 부사장은 위기관리팀 내 사내외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우선 비상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즉시 경찰에 해킹 사실을 신고했다.

    위기관리팀 전문가들은 경찰에게 협조하면서 다음날 오후까지 해커와 이메일을 여러 통 주고 받았다. 경찰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경찰 협조를 통한 해커 검거관련 상황 관리는 이미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다. IT파트에서도 유출된 고객정보의 범위가 어느 정도 인지를 기술적으로 파악하고 있었고, 홍보파트와 다른 여러 파트들이 이 상황을 내외부로 어떻게 알리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이런 고민들은 사실 사장이 여의도 본사 현장에 위기관리팀과 함께 있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사장과는 컨퍼런스콜로 밖에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제한된 상황에서 실시간 정확하고 전략적인 의사결정 또한 제한되는 상황이 존재했다. 여러 차례 덴마크와 한국간의 컨퍼런스콜이 이어지고 나자 정 사장은 한국의 위기관리팀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밝히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여러분들께 강조하고 싶은 내 원칙입니다“며 “앞으로 시시각각 상황이 변할 텐데 일일이 나한테 보고하려고 하지 말고 비상대책본부가 중심이 돼서 대처하십시오”라고 지시했다. 현장의 위기관리팀에게 모든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일부 부담을 가지는 위기관리팀원들을 생각해서였는지 정 사장은 “(위기관리팀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집니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이후부터 더욱 더 초기대응 방식과 활동들에 속도가 붙었다. 경찰협조, IT측의 상황분석, 언론 고지 방식 결정, 관련 정부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략적인 시간대에 언론을 통한 상황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었다.

    정 사장은 사건 발생 3일 후 귀국 했다. 귀국하자 마자 본사 위기관리팀을 찾았다. 기존 원칙대로 기자회견을 열어서라도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물론 일부 변호사측에서는 해당 활동이 자칫 법정에서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조언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원칙은 위기관리팀에게 그대로 공유되어 있었고, 이미 사장 부재중이었던 이틀간 성실하게 준비되고 실행되었던 원칙이었기 때문에 기자회견에 대한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2011년 5월 13일 경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인출책 1명을 검거하고, 주범과 해커의 신상을 파악했다. 해킹 당한 고객정보 133만 건도 회수 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상황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알렸던 현대캐피탈의 원칙이 칭찬받았다. 본사의 위기관리팀이 사장 부재기간인 3일간을 잘 견뎌주었던 덕분이었다. 위기 시 위기관리팀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권한이양과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기업정보보안 위기, 한국에서 진정한 위기가 될 수 있을까?

    얼마전 KT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또 발생헀다. 반복적인 사례로 부터 얻는 반복적인 생각을 예전 포스팅을 끌어와 다시 정리 한다.

    최근 들어 기업정보보안 전문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몇몇 대기업 CISO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 해 몇 가지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본다.

    과연 Corporate Korea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는 진정한 위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모르겠다’ 또는 ‘다른 기업 위기류처럼 진정한 위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1. 기업 위기라는 것이 내부적으로 공통된 정의(definition)을 전제로 하는데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이 전제가 아직은 미비하다.

    기업정보보안을 IT팀 또는 정보보안팀의 소관일 ‘뿐’이라는 뿌리 깊은 전제가 존재한다. 이는 Bad Press가 홍보팀의 소관일 ‘뿐’ 나의 이슈나 전사적인 이슈는 아니다라는 오래된 전제와 유사하다.

    2. 정보보안에 대한 내부 구성원, 특히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CEO 또는 C-suite의 이해와 경험이 상당히 희박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CEO와 C-suite이 알아야 위기를 관리하는 데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CISO/CIO의 의견과 평가가 곧 초기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크로스체킹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이 절실하지만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어프로치를 리드하진 않는다.

    3. 평소 거의 모든 CISO/CIO는 자사의 기업정보보안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100%에 가까운 보안 개런티를 견지한다.

    물론 그분들이 제시하는 개런티의 이유는 합리적이고 구조적이다. 문제는 이런 개런티 마인드와 스페셜티 업무 기조가 평소 진단과 실제적인 보안 평가를 일부 형식화하거나 어렵게 한다. 이는 평시 국방부 및 군에 대한 제3자들의 평가를 경계하는 모습과 같다.

    4. 실제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기업이 전사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많고, CISO/CIO에 대한 문제 지적은 제한될 가능성이 많다.

    일단 정보보안위기가 발생하면 그 원인이 평소 기업정보보안 시스템의 문제로 내부에서 규정되는 경우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2번의 이유와도 연결되는 데 “이번 위기는 우리의 완전에 가까운 기업정보보안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인 해킹과 시스템 이외의 부분에서 방어 실패의 원인이 있었다”라는 자기합리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기업정보보안 위기의 실패 사례들을 보면 위기발생 이후의 늦장대응, 상황파악 미비, 거짓말, 커뮤니케이션 데드라인 관리 부실,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채널 확보 실패, 기타 부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직원관리부실, 거래처관리 부실, 사내의사결정그룹의 무능함, 전사적인 비밀주의,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공조부실 등등에서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정보보안 위기를 CISO/CIO의 영역이 아니라 전사적 위기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최근 빈번한 기업정보보안 위기의 반복으로 일개 기업의 단독책임 여부에 대한 규명이 이미 힘들어졌다.

    기업들이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하여 실패를 두려워하는 ‘실질적’ 부분은 일단 두 가지 영역이 아닐까 한다. 기업 경영진의 보호와 집단소송에서의 생존.

    앞의 기업 경영진의 보호장치는 일단 평소 진행해 왔던 기업정보보안 시스템 대비 기록들이 존재하고, 기업정보보안 위기발생시 적절한 CEO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의 범위를 제한하는 전례를 보여주고 있다.

    남은 문제는 집단소송에 대한 것인데 이 부분은 해당 기업의 단독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들의 극히 드물어 기업에게 치명적 판결로 이어지기는 힘들지 않나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실제 판례들이 나오면 의견이 변경될 수 있겠다)

    또한 이 소송 대응 부분은 기업 내에서 법무팀과 로펌의 책임소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와 같은 내부 평가/환경 때문에 기업정보보안이 기업에게 치명적인 위기로 해석될 가능성은 낮다는 생각이다.

    난감하고 시끄럽기는 해도 기업에게 별반 피부에 와 닿는 피해를 가져오지 못하면 기업 위기로 정의 되지 않는 Corporate Korea의 위기관(危機觀)이 이 기업정보보안 위기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한다.

    [추가]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1천32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 운영업체 넥슨에 대해 최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검찰 스스로 “최고수준의 보안장치를 가동하더라도 해커의 침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어느 정도 수준의 예방 조치가 적절한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檢, 1천320만명 정보유출 넥슨 무혐의 [2012-08-03]] 언급한 부분이다.

    한마디로 검찰측에서도 처벌 의지가 없다. 결국 고객정보보안 관련 사건은 아직까지 심각한 기업 위기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P.S. 이 의견은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과 입장이 아니라, 기업위기관리시스템적인 시각과 입장에 근거합니다. 세부적인 기업정보보안 관련 논의는 아님을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 비슷한 위기에도 항상 기업들의 대응은 다르다. 왜 그럴까?

    [Fortune Korea 3월호 기고문/원문]

    비슷한 위기에도 항상 기업들의 대응은 다르다.
    왜 그럴까?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현대캐피탈이 경험한 해킹에 의한 고객정보유출 그리고 농협이 경험한 해킹에 의한 전산망 파괴. 이 두 위기는 매우 비슷하다. 거의 같은 시기에 함께 발생했을 뿐 더러 외부 범인에 의한 악의적 해킹이라는 점, 고객정보가 타겟이 되어 도난 또는 공격 받았다는 점, 각 사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각각 피해의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 해당 사건이 사업상 민감한 금융권에서 공히 발생했다는 점, 각 사 모두 스스로에게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는 점 등에 있어 상호간 유사해 보이는 사례다.

    그 이외에도 흥미로운 유사함은 더 많다. 현대캐피탈이 고객정보유출사실을 파악한 당시 CEO는 해외에 체류 중 이어서 즉각적인 근거리 위기관리 리더십 실행이 어려웠다는 점과 농협 CEO의 경우에는 비상근이라 즉각적인 현장 위기관리 리더십 실행이 어려웠다는 점 또한 양사간에 비슷한 환경이 아니었나 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최초 2011년 4월 7일 해커의 협박을 접수한 현대캐피탈은 CEO의 귀국후인 4일 후 4월 10일에야 기자회견을 가졌고, 농협의 경우에도 2009년 4월 12일 전산망 장애 발생 3일 후인 4월 14일에야 CEO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사 CEO의 기자회견 형식이나 ‘고객의 피해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메시지 또한 서로 유사했다. CEO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 또한 유사했다. 기자회견을 통한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내용들을 보면 그 당시에도 양사는 ‘피해규모와 복구시점’등 위기관리에 필요한 핵심적인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미쳐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상호 유사한 점이다.

    그렇다면 이 양사간 위기관리에 있어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빨리 준비했다 vs.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외부로 보도자료를 통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8일 고객들에게 해당 사실을 이메일로 각각 고지하고 만일에 대비한 안전대책들을 커뮤니케이션 했다. 농협은 12일 농협 카드 서비스 문제 발생 후 1주일 만인 18일 오전 ‘카드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첫 SMS 메시지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

    이 부분은 한 기업이 위기 시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우선순위 설정과 실행에 있어 간과한 부분 때문에 생긴 다름이 아닌가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고객관련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고객임을 인정하면서도 커뮤니케이션 실행 우선 순위를 언론보다 뒤로 놓고 있거나, 미쳐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전력의 2011년 갑작스러운 순환정전 사태에서도 전략 소비자들인 국민들에 대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생략됐었다. 추후 순환전정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SMS로 실시간화 하는 체계를 갖춘 것이 그나마 사후 개선이라 볼 수 있다.

    불안을 관리했다 vs. 불안을 조성했다

    현대캐피탈 CEO는 기자회견에서 “(고객님들께서) 질책은 하시되 또 지나친 불안도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고 했고 “계속 확인 되로 추가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면서 위기 상황에 관한 자사의 성실한 커뮤니케이션 태도에 대해 계속 강조 했다. 불필요한 추측들과 불안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농협 CEO는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도 피해자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장 당신이 전화한 것 아닌가, 그렇지? 난 그렇게 받았는데? 어쨌든 간에 속이지 말고 확실하게 이해 갈 수 있도록 하고 그래야지. 자꾸 거짓말 하고 그러면 자꾸 일이 커진다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절대로 뭐 숨길 필요 없어.” 불필요한 추측과 고객들의 불안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모든 창문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vs. 여러 창문들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현대캐피탈은 추후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가능한 하나의 창문(window)전략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 하려 했으며, 일부 전문 분야에 있어서도 여러 개의 창문(multi windows)들을 통하기는 하지만 동일한 목소리를 언론에게 전달했다. CEO와 모 담당임원의 쿼테이션을 단 기사들을 분석 보면 마치 한 사람이 이야기 한 것처럼 그 메시지 구성과 표현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농협은 이미 기자회견 시부터 대언론 홍보부서와 전산담당그룹 핵심 인사들이 언론에게 노출되면서 언론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도 타의에 의해 여러 개의 창문들(multi windows)이 뚫렸지만 하나의 목소리를 결국 내보내지 못했다. “건방진 놈들,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해. 원 없이 쓰라고 해”하는 모 임원의 목소리가 언론에 기사화 되기까지 했다.

    신중하게 말을 아꼈다 vs. 지속적으로 개런티 했다

    현대캐피탈은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에 있어서 그 정확성을 가능한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지속적인 논리적 해명을 했다. 전반적인 언론들의 추측과 의문제기에 있어 그 대응 논리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열중했다. 해킹된 고객정보의 규모의 변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CEO부터 동일한 논리를 가지고 설명 해 해명하고자 했다. 반면 농협은 초기부터 상황에 대한 자사의 완벽한 통제력을 과시하려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스템 복구 시점에 대해 고객들과 언론에게 믿음을 주는 데 실패하는 실수들을 연이어 범했다. 14일 “오늘 안으로 다 복구됩니다.” → 18일 “22일까지 복구하겠습니다.” → 22일 “약속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 이달 말까지 복구하겠습니다”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들로 언론의 추측과 의문들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이전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피격 사태에서 국방부가 실수했던 커뮤니케이션 형식과 유사한 부분이다.

    위기를 통제하려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vs. 정보를 통제하려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은 기자회견상에서 공개된 초기 상황 이외에 추가적이고 세부적인 사안들은 “경찰이 수사중인 관계’로 인해 “알려드릴 수 없다’는 포지션을 초반 견지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동일한 대응방식에 대해 언론의 반응은 상당 부분 달랐다. 언론들은 이 중 유독 한 기업에게만 ‘모르쇠’ ‘입다문’ ‘의문’ ‘속수무책’ ‘미궁’등의 표현을 적용했다. 해당 기업이 위기상황을 ‘통제하에 놓고 있다(under control)’는 강한 신뢰를 언론에게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는 원칙적 메시지가 ‘공익과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이 잠시만 한 박자 기다려달라’는 협조요청 차원의 자세로 커뮤니케이션 되어야 맞다. 반면 많은 기업들은 ‘언론이 이런 사항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밝히지 않겠다’는 취지로 ‘경찰 수사’ 사실을 활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로 인해 상황은 더 심각해 진다.

    모 언론기사에 따르면 위의 한 기업의 임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계속되는 기자들의 상황 확인 요청에 ‘수사 중’이라는 전제를 한 뒤 취재진에게 “요즘 기삿거리가 없는 것 같다”거나 “기자들이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냐”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다. 이는 곧 취재 일선의 기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기업 스스로 ‘별 것 아닌데 언론이 너무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포지션을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충분한 정황이 돼 버린 것이다. 당연히 위기 전반에서 언론의 시각이나 해석이 좋을 리 없다.

    이상의 전반적 위기관리 체계와 실행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대한 고민과 개선 활동이 있어야 하겠다.

    위기관리 리더십의 체계화 “CEO가 없어도 위기는 관리 되어야 한다”

    CEO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초반의 위기관리 실행은 일사 분란하게 이루어지는 체계가 훌륭한 위기관리 체계다. 딱히 비상시 선조치 후보고하는 형식만을 빌리자는 것이 아니라, 초기 위기대응에 있어서 CEO부재 등을 감안해 차상위자에 대한 위기관리 위원회 의사결정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CEO부재시라도 초기부터 위기관리 리더십을 이음새 없이 확보할 수 있다.

    주요 위기발생 가능 상황에 따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실행 체계 구축 “평소 커뮤니케이션 하던 대로만 하라”

    현재 국내기업들이나 공기관들의 위기관리 체계 중 대고객 또는 대국민 직접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아직 전사적 위기관리 체계 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문제다. 평시 영업이나 마케팅, 고객부문 등에서 활용하던 SMS, 이메일, 카톡, 트위터 등의 다양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위기관리 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 전환(convert) 노력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된 채널을 활용해 위기 시 고객과 적극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하자.

    이해관계자들의 불안과 감정을 관리하는 체계 “위기 시 공중들의 흥분과 감정이반을 스스로 조장 말라”

    위기 시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흥분한다. 정확한 정보에 목말라 한다. 이에 대응하는 기업의 기본 커뮤니케이션 자세는 첫째 그들의 흥분된 감정에 대한 공감이다. 그 후 우리 기업이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동시에 모든 커뮤니케이션 되는 메시지들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나의 팩트와 메시지라도 커뮤니케이션 이전에 360도로 신중히 검증해 보고 ‘이 메시지가 이해관계자들에게 흥분과 불안을 증폭시키지는 않을까?’여부를 사전에 판단하는 프로세스를 꼭 거쳐야 한다.

    여러 개의 창문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 나오게 하는 체계 “모든 책임자들은 적절히 훈련 받아라”

    CEO부터 말단직원까지, 영업에서 총무와 IT까지, 임직원은 물론 그들의 가족들에게 이르기 까지 수천에서 수만 개의 창문들이 공식적인 하나의 메시지만을 이야기하게 하는 체계가 극단적이지만 이상적인 기업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체계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 내에서 책임 있는 부문의 리더들이라면 위기 발생부터 종결까지 필히 동일한 목소리를 서로 일관되게 견지해야 한다. 끊임 없이 기업 메시지 전파 공유 체계를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트레이닝을 수없이 진행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체계를 꿈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불명확하더라도 최대한 전략적 판단을 하는 체계 “위기 카운슬을 보유하라”

    위기 시 이해관계자들만 흥분하고 감정이 불안해 지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맞은 해당 기업은 항상 그들 이해관계자들보다 더 큰 흥분과 패닉을 경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나고 보면 ‘왜 그랬었을까?’ 하는 불완전한 위기 대응을 초기에 진행하는 경우들이 많다. 전략적이지 않은 메시지들이 함부로 커뮤니케이션 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럴 때를 대비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위기 관리 카운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픔과 패닉에 빠져있는 유족들을 위해 사후 절차를 담담하게 정리해 주고, 프로페셔널 하게 조언해 주는 카운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혼자 해결하는 시대는 갔다.

    평소 위기에 대한 정의와 그에 대한 민감성을 극대화 하는 체계 “평소 위기를 싫어하며 피하지 말라”

    모든 위기는 기업에게 ‘싫은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싫은 것’에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 ‘싫은 것’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그 것을 위해 고민하는 것은 ‘더 싫은 것’으로 받아 들인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그 ‘싫어했던 것’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때 대부분의 조직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이 상황을 예견해 방지하지 못했다는 당연한 후회나 반성보다는 이 ‘싫은 것’에 대한 폄하와 무시로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모든 심리적 노력을 한다.

    문제는 이런 반응들이 위기 시 언론을 포함한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된다는 부분이다. “해당 기업이 이번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 “별 것이 아닌데 언론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갈등들이 벌어지는 원인이 이 때문이다. 기업은 위기 그 자체보다는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심과 관리를 위해 평소 극도로 민감해져야 한다. 이전의 그 ‘싫은 것’을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바꾸어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훈련 받아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체계의 경쟁력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결국, 이상의 예로 든 양사는 위기 이후 각자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의 개선과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모두 잘 되었으면 한다. 타산지석. 반면교사. 벤치마킹…모든 이전 사례와 경험들은 자사는 물론 타사들에게도 생생한 교훈을 준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기업들이 있다. ‘교훈을 찾아내 개선하는 기업’과, ‘개선하지 않는 기업’이다. 개선 여부에 따라 앞으로 누가 위기관리에 성공할지는 자명하다.

  • NDA와 이슈 정보 보안에 대한 이야기

    NDA와 이슈 정보 보안에 대한 이야기

    보통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M&A 또는 일종의 네가티브 캠페인 등등에는 NDA (Non-disclosure agreement)를 인하우스와 외부 펌들이 꼭 사인을 하고 시작을 한다.

    기밀유지 협약 (non-disclosure agreement, NDA)은 적어도 두 개의 기업이나 두 명의 사람 사이에서 기밀 물질이나 지식을 공유하길 바라지만, 일반적인 사용을 제한할 때 반드시 사용되는 법률 계약이다. 미국에서는 기밀유지 협약 (confidential disclosure agreement, CDA)이나 기밀 협약 (confidentiality agreement, secrecy agreement)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다른 말로, 협약에 따라서 보호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데 동의하는 계약이다. 기밀유지 협약은 당사자 간에 어떤 종류의 무역 비밀을 보호하면서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밀유지 협약은 사적인 사업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출처는 여기]

    이슈 정보 보안에 있어서 이런 NDA를 넘어서는 정보 유출이라는 것이 흔하지는 않지만, 일부 경쟁상황과 기업정보(intelligence)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정보들이 관련 이해관계자들이나 경쟁대상에게 노출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정보 유출의 핵심은 ‘인간정보’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관리와 지속적인 가이드가 중요하다.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공통적으로 발견한 정보 유출의 루트들은 빈도 순으로 대략 다음과 같다.

    • 인하우스 내 고위 관계자를 통한 정보 유출 – 이 부분은 상당히 심각하다. 부정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다.
    • 외부 펌 쥬니어들을 통한 정보 유출 – 이 경우 사례들을 많지만, 이 루트가 쥬니어들인 관계로 프로젝트 자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다.
    • NDA가 커버하지 않는 예상치 못한 외부 협력회사들에 의한 유출 – 프린팅사, 기타 제작사, 기타 주변 업무 하(재)도급사. 이 경우에는 경쟁사측이 적극적인 정보전을 벌일 때 문제를 발생시킨다.

    M&A를 진행하는 경우에도 우리측에서 상대 측이나 경쟁사측의 준비그룹 구성원부터, 그들의 움직임의 대략적 방향들을 일정 시간 후 알 수 있는 데 기본적으로 ‘어떻게 이런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 되는가?’하는 질문을 해보면 상대측도 우리의 자세한 내용들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 대부분 일방적인 정보 흐름만으로는 정보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기업 실무자들은 NDA를 일단 맺으면 ‘최소한의 보안 의무’를 득했다 생각하고 그 이후부터는 정보 보안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곤 하는데, 좀더 실무자들 차원에서 정보 보안에 대한 인식이 강해져야 한다 생각한다. 인하우스 내부 보고와 공유에 있어서도 엄격한 제한과 가이드라인을 정해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흔히들 외부 펌에 의한 정보 유출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사실 외부 펌 접촉 담당자들이 임원급일 때는 정보 유출 가능성이 확실히 적어진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물론 외부 펌 내부에서의 프로페셔널리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이지만, 일반적으로 NDA를 추진하는 경우 외부 펌의 CEO나 임원급이 관리 하기 때문에 관리 수준 하에 있다 해도 별반 틀림이 없다.

    반면 경험상 인하우스 내부에서 NDA 의무가 없는 중/고위 직원들을 좀 더 법적 책임과 의무 테두리로 끌고 들어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들이 잦기 때문이다. 중요한 비밀 정보는 항상 유출될 수 밖에 없다 전제 하고 커뮤니케이션 전 과정에서 정보 보안에 집착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중장기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더더욱 집착해야 한다.

    기억하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새와 쥐가 주변에 누구인지 돌아보자.

  • 100% 확신할 때만 책임진다 말하라

    최근 기업들의 잇달은 해킹 피해 케이스에 있어 주목 할 만한 부분은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위기관리 주체인 기업이 스스로 핵심 메시지로서 활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책임’이라는 단어나 표현 그리고 의미는 상당히 신중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주제다. 이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공감을 넘어서 기업이나 CEO개인의 존폐와도 관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되기 힘든 주제다.

    보통 ‘책임 지겠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들은 몇가지로 그 의미를 해석 할 수 있다.

    케이스 1. 장담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 지겠다 = 내가 보기에는 나(우리)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법적으로든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라. 그러면 내(우리)가 책임 지겠다.

    李법부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 뉴시스 사회 2010.04.12 (월) 오후 3:00
    김석동 “책임질 일있으면 책임질 것” 뉴시스 정치 2011.05.27 (금) 오후 4:25

    케이스 2. 회피형: 책임 지겠다 = 내가 책임을 지고 물러 나는 것이 이번 위기관리를 빨리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제 좀 자유롭고 싶다.

    해병대사령관 “책임지겠다“…사실상 사의 표명 MBN 정치 2011.07.14 (목) 오전 11:49

    케이스 3. 배수진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 내가 이 정도로 내 자리를 걸고 심각하게 여러분께 이야기 한다. 그러니 우리 조직에서는 나를 믿고 내가 지시하는 대로 가열차게 움직여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패닉’빠진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책임지겠다 뉴스토마토 경제 2011.05.13 (금) 오전 8:35
    “무상급식 투표, 결과에 책임지겠다 내가 정치현장서 사라진들 어떠냐” 한겨레 정치 14면2단 2011.07.10 (일) 오후 8:55

    케이스 4. 신의 가호 기원형: (책임 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 기본적으로 나(우리)는 잘 못이 없다고 보는데, 만약 조사 이후 잘 못이 발견되면 내(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00% 확신은 아직 없다…

    정 사장은 이날 오후 시내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고객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1-04-10]

    협력업체의 과오가 드러나면 책임을 물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검찰 수사과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며 “협력업체의 잘못이 드러나면 보상을 요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농협 내부의 잘못으로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2011.04.14]

    주 대표는 “피해가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현재 보상 대책을 마련한 것은 없다”며 “우선은 2차 피해를 예방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향후 피해가 밝혀지고 법적인 책임이 있을때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NEWSIS 2011-07-29 ]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네번째 ‘책임지겠다’ 메시지 유형은 상당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어 위험하다. 최근 실제 사례들을 보더라도 현대캐피탈과 농협등에 대한 ‘제재’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CEO에게 까지 진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들이 발생하고 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또 하나의 원칙을 꼽자면, ‘미래의 결과에 대해 자신(우리)이 100% 긍정적 확신이 있을 때만 ‘책임’이라는 단어/표현/의미를 사용할 것’ 미래 결과의 불확실성에 나와 우리 조직을 그냥 던져 놓지 말 것. 위기관리란 불확실성을 극소화 시키는 작업인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히려 불확실성을 극대화 하면 이는 곧 실패라는 점.

    그 이전에 우리가 실제로 100% 책임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말에 대한 두려움’이 필요하지 않을 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정보유출 관련 케이스에서 이 ‘책임지겠다’하는 메시지가 이제는 거의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