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있어야 위기를 관리하지!
정용민 대표, 스트래티지샐러드
OO 주식회사 홍보실 홍실장. 새벽 홍실장 핸드폰에 전화가 울린다. 출근 준비 하던 홍실장이 칫솔을 입에 물고 전화를 받는다. “홍실장님, 여기 LA인데요, 큰일이
났습니다. 저희 미국 서부 물류창고에 화재가 나서 대부분의 제품들이 손실 됐습니다. 저희 매뉴얼상에 본사 위기관리팀장에게 연락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먼저 보고 드립니다. 이메일로 관련 상황과 사진 그리고 보고서를 보내드렸습니다.” 홍실장은
일단 관련 상황을 CEO에게 보고 드렸다.
CEO께서는 “관련 보고 지사장에게 들었어요.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홍실장이 빨리 위기관리팀 소집해서 논의하고 보고해 주었으면 합니다.” 지시하셨다. 홍실장은 일단 사내 비상연락망을 통해 오전 6시 30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는 각 부서장들에게 SMS를 일괄 발송했다. 오전 7시경
회사로 이동.
회사 위기관리
매뉴얼상 정해진 대로 위기관리팀 구성원들이 집합해야 하는 위기통제센터 본사 20층 대회의실. 7시 30분이 지나는 데 아무도 없다. 물류팀장이 허겁지겁 들어온다. 미국지사들과 핸드폰이 뜨겁도록 연락
중이다. 홍실장은 “다들 언제쯤 모일 건가? 사장님께서 빨리 상황 분석해 보고하라고 하셨는데…”하고 중얼거린다. 홍보실 팀원들이 다시 각 소집대상 임원들과 팀장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홍실장은 오전
8시가 되자 마음이 더욱 조급해진다. “위기관리팀 총원이
원래 몇 명이야?” 위기관리팀 서브 리더를 맡고 있는 조부장이 보고한다. “사장님 빼고 하시면 총원 24분입니다. 현재는 물류팀장과 법무팀장 두분 빼고 22분만 모이시면 될 듯…” 옆에 있던 물류팀장이 덧붙인다. “실장님, 제가 아까 보고 받기로는 일단 마케팅쪽하고, 영업쪽하고, 기획쪽에 사람들이 많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협력업체 컨퍼런스나 해외
광고 촬영 때문에 임원들과 팀장들이 많이 빠져있다던 데요?” 홍실장은 “빨리 누가 빠지고 누가 들어올 건지 확인해” 조부장에게 지시했다.
오전 8시 30분. 위기관리통제센터에 10명 가량이 차기 시작했다. 먼저와 기다리던 물류팀장과 법무팀장은
다른 구성원들을 기다리다 지쳐 잠시 밖에 나가는 것 같더니 들어오지 않는다. 홍실장은 “어떻게 된 거야? 실제 총원이 얼마야?” 소리 지른다. 조부장은 땀을 흘리며 보고한다. “실장님 저희 팀원들이 전화 돌려 확인한 바로는 오늘 집합 가능 인원은 총
15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홍실장이 다시 소리친다. “근데 왜 10명 밖에 안되?” 조부장이
난처하게 이야기한다. “5명이 아직 연락이 안되고 있어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결국 3명이 연락이 안 되는 채로 오전 9시가 되어 위기관리팀의 회의가
시작되었다. 홍실장이 한마디 한다. “저희가 최초 비상연락망
활용해 소집 정보 드린 게 오늘 오전 6시 반입니다. 그런데
집합하시는데 2시간 반 이상이 걸렸습니다. 다른 회사들은
위기발생 직후 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훈련한다 하는데 우리는 이게 뭡니까?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출장중인 기획부사장을
대신해 기획팀장이 이야기에 끼어든다. “저희 매뉴얼상으로는 비상연락망을 통한 위기관리팀 소집명령과 소집완료는 1시간 이내로 한다”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현실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두 사무실에 있을 때는 문제가
없을 듯 한데, 이번과 같이 야간이나 주말 또는 통근 시간대에 소집이 걸리면 한 시간 내에는 소집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동의하는 볼멘 소리들이 나온다.
홍실장은 “일단 소집기간과 관련된 규정은 추후 논의해서 개선 방향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위기관리팀을 소집한 이유는…” 확보된 상황을 브리핑하려 하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울려댄다. 위기통제센터에 참석한 임원들과 팀장들에게 전화가 빗발치는 거다. 물류팀장과 법무팀장은 아예 화상 컨퍼런스콜을 해야 한다면서 화상회의실로 돌아간 지 오래다. 모두가 위기상황을 보고받고, 그에 대한 대응을 각자 생각해 하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실장이 제지
하기 시작했다. “전화 그만 하세요. 전화 다른 직원에게
맡기시고 일단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을 먼저 진행합시다.” 이에 대해 영업임원이 한마디 한다. “내가 지금 영업에 수급 결정을 안 해주면 더 문제가 커지는데 이 자리에서 내가 다른 일을 어떻게 합니까?” 마케팅에서 서브로 참석한 팀장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저…실장님. 아주 급하게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자료와 이메일을 확인해야
하는데 제 자리에 잠깐 가서 이메일 확인하고 다시 오면 안될까요?” 홍실장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이미 위기통제센터
내부에서는 참석 인력들 조차 통제가 안되고 있다. 각 부서별로 해당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거나, 별로 우리 부서와 관련 있는 위기라 생각하지 않는 구성원들이 많다. 또한
평소에 노트북을 가지고 일하는 환경이 아니라, 위기시 위기통제센터에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것에 상당한
‘격리감’을 느낀다. 휴대전화는
위기시에 더욱 더 자주 울린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CEO가 홍실장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홍실장, 아까 새벽에 이야기한 거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대응방안 간략하게
정리한 게 있어요?” 홍실장은 숨을 죽여가며 이야기한다. “사장님, 곧 보고 드리겠습니다. 위기관리팀이 모인지가 얼마 안돼서 현재 논의
중입니다. 오전 중으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CEO가 화난
듯 대꾸한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까? 미국에서는
벌써 상황이 심각해진 모양이던데, 우리 내부에서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이 그렇게 느려서 말이 됩니까?”
홍실장은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해 간략하게 브리핑을 마치고, 각자 사무실로 돌아가 각 팀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11시 30분 정각까지 취합하게 도와달라 부탁했다. CEO에게 그나마 상황을 업데이트 해 드리려 사장실로 올라나기 사장실 앞에 각 팀별 대기자들이 여럿이다. 각기 대응방안을 각자 보고하고 있다. 홍실장은 사장 비서 옆 간이
의자에 걸 터 앉으며 생각한다. ‘매뉴얼이 있으면 뭐하나, 사람이
없는 데…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으로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데…위기관리가
될 턱이 있나?’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