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이 글은 스트래티지샐러드 「위기관리 용어 사전」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 보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회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말할 것인지를 사전에 규정한 문서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이름이 비슷해 같은 문서로 오해되지만, 두 문서는 다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조직을 움직이는 문서라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그 조직이 밖을 향해 말하게 하는 문서입니다.

두 매뉴얼은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두 문서가 대등하게 나란히 놓이는 것은 아닙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상위 체계이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그 체계 안에서 대외 발화를 맡습니다. 그럼에도 두 권으로 나누어 만드는 이유는 위상이 같아서가 아니라 읽는 사람과 펼치는 국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규정하는 것은 조직과 절차입니다. 무엇을 위기로 볼 것인지, 심각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어느 단계에서 어떤 조직이 소집되는지, 감지에서 종결까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각 부서가 무엇을 책임지는지를 담습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규정하는 것은 메시지와 창구입니다. 누가 회사를 대표해 말하는지, 어떤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기조로 응대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어떤 문서를 어느 시점에 내보내는지를 담습니다.

구분위기관리 매뉴얼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답하는 질문누가 무엇을 하는가누가 무엇을 말하는가
중심 내용위기 정의, 심각성 기준, 대응 조직, 프로세스, 부서별 역할과 책임대변인 체계, 핵심 메시지, 이해관계자별 대응, 채널 운용
주 사용자위기관리위원회, 실무대응그룹 전 부서대변인, 홍보부문, 이해관계자 접점 부서
검증 방법위기관리 시뮬레이션미디어트레이닝, 대변인 트레이닝
개정을 부르는 변화조직 개편, 사업 구조 변경대변인 교체, 채널 환경 변화
표. 두 매뉴얼의 구분 — 스트래티지샐러드

이 구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두 문서를 한 권에 섞어 담았을 때 나타나는 결과 때문입니다. 조직과 절차를 다루는 장 사이에 메시지 템플릿이 끼어 있으면, 위기 상황에서 대변인은 자기가 볼 부분을 찾지 못하고 실무 부서는 절차를 확인하려다 문안을 마주합니다. 두 문서의 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무엇이 들어가는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의 구성은 회사마다 달라지지만, 빠지지 않아야 할 요소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는 커뮤니케이션 원칙입니다. 사실에 근거할 것, 확인되지 않은 것을 말하지 않을 것, 이해관계자보다 언론에 먼저 알리지 않을 것과 같은 기준입니다. 개별 상황에서 판단이 갈릴 때 되돌아올 자리가 되는 부분입니다.

둘째는 대변인 체계입니다. 누가 대변인인지, 부재 시 누가 대행하는지, 위기 심각성 단계가 올라갈 때 대변인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규정합니다. 규제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상대하는 대변인은 단계와 무관하게 별도로 지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셋째는 이해관계자별 대응 기준입니다. 언론, 온라인, 고객, 피해자, 직원, 거래처, 투자자, 규제기관처럼 이해관계자마다 담당 부서와 채널과 메시지 방향이 다릅니다. 이를 한 장의 매트릭스로 정리해 두면 위기 상황에서 각 부서가 자기 역할을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넷째는 문서 유형별 기준입니다. 홀딩 스테이트먼트, 공식 입장문, 해명문, 사과문은 각각 쓰이는 국면과 담기는 내용이 다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느 문서를 쓸 것인지의 판단 기준이 문안 자체보다 중요합니다.

다섯째는 핵심 메시지와 예상 질의응답의 개발 구조입니다. 완성된 메시지를 미리 만들어 둘 수는 없지만, 어떤 항목을 어떤 순서로 채우면 메시지가 완성되는지의 틀은 미리 만들 수 있습니다.

여섯째는 창구 일원화 지침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기준입니다. 전 임직원이 외부 문의를 받았을 때 어떻게 응대할지, 개인 채널 사용을 어떻게 제한할지, 내부 공지는 언제 나가는지를 정합니다.

문안집이 아니라 판단의 문서입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이 매뉴얼을 문안 모음집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상황별 사과문과 입장문을 미리 여러 개 써 두면 위기 시에 꺼내 쓸 수 있다고 보는 방식입니다.

실제로는 그렇게 쓰이지 않습니다. 실제 위기의 사실관계는 미리 써 둔 문안의 전제와 거의 언제나 다릅니다. 회사가 준비한 문안을 상황에 억지로 맞추면 그 어긋남이 문장에 드러나고, 읽는 쪽은 그것을 준비된 대응이 아니라 형식적인 대응으로 읽습니다.

이 매뉴얼이 실제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문안이 아니라 그 문안을 만드는 판단 기준입니다. 사실관계가 어디까지 확인되었을 때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책임을 인정하는 표현과 유감을 표하는 표현을 가르는 선이 어디인지, 법무 검토와 커뮤니케이션 판단이 충돌할 때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그것입니다.

예시 문안은 이 기준이 적용된 결과물로서 참고 자료 위치에 놓이는 것이 맞습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매뉴얼은 두꺼워지지만 쓸모는 줄어듭니다.

위기관리 매뉴얼과 어떻게 맞물리는가

두 문서는 별개이되 분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접속 지점이 명확해야 실전에서 함께 작동합니다.

가장 중요한 접속 지점은 심각성 단계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정한 단계가 올라갈 때 대변인이 누구로 바뀌는지가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 대응되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 단계입니다. 메시지를 누가 승인하는지가 위기관리 매뉴얼의 의사결정 주체와 일치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대응실행 단계입니다. 각 부서가 담당하는 이해관계자가 두 문서에서 같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용어의 불일치입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은 실무대응그룹이라고 부르는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대응팀이라고 쓰는 식입니다. 두 문서를 다른 시기에 다른 주체가 만들면 이런 어긋남이 생깁니다. 위기 상황에서 이 차이는 사소하지 않습니다. 문서를 대조하는 데 시간이 들고, 그 시간은 대응에서 빠져나갑니다.

개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조직이 개편되어 위기관리 매뉴얼의 부서명이 바뀌었는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의 담당 부서가 그대로인 경우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살아 있게 하는 조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이 작동하는지는 문서를 읽어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대변인이 실제로 질문을 받아 보아야 확인됩니다.

미디어트레이닝과 대변인 트레이닝이 이 매뉴얼의 검증 절차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뉴얼이 정한 원칙과 메시지 구조가 압박 질문 앞에서 유지되는지, 대변인이 말하지 않기로 한 선을 지킬 수 있는지는 실습에서만 드러납니다. 훈련을 거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매뉴얼이 되기 가장 쉬운 종류의 문서입니다.

갱신을 부르는 신호도 정해져 있습니다. 대변인이 교체되었을 때, 이해관계자 구성이 달라졌을 때, 회사가 실제 위기를 한 차례 겪었을 때입니다.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합니다. 실전에서 쓰지 못했던 부분이 어디였는지는 그 시점에만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조직을 움직이게 한다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그 조직이 밖을 향해 말하게 합니다. 앞의 것만 갖춘 회사는 움직이지만 말하지 못하고, 뒤의 것만 갖춘 회사는 말하지만 그 말을 뒷받침할 조치가 없습니다.

더 읽어 보실 자료
위기관리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상위 문서인 위기관리 매뉴얼에 관한 것입니다.
살아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이란 무엇인가: 매뉴얼을 살아 있게 유지하는 조건에 관한 것입니다.
예상질의응답팩이란 무엇인가: 매뉴얼과 함께 쓰이는 문서에 관한 것입니다.

근거로 삼은 표준과 자료
ISO 22361:2022, Security and resilience — Crisis management — Guidelines — 조직의 위기관리 역량 구성 요소로서 위기 커뮤니케이션(Clause 8)과 훈련·검증(Clause 9)
스트래티지샐러드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매뉴얼 개발 프로젝트에서 적용해 온 구성 요소, 두 매뉴얼의 접속 지점, 검증과 갱신의 기준을 정리한 부분은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리입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2009년 국내 최초의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를 창업했습니다. 약 30년간 국내외 300여 개 기업과 조직의 위기, 이슈관리를 자문해 왔으며 위기관리 분야 저서 다섯 권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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