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이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경영진 의견입니다. 일단 해당 건에 대해 사과는 했고, 다른 유사 케이스와 달리 나름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해서 위기를 관리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이런 전향적인 위기관리를 바이럴 해 긍정적 기회로 만들어 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한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를 기회로 삼아보자는 발상은 일견 진취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업 내부에서 매우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전략적 주제입니다. 위기 상황 중 그러한 무리한 커뮤니케이션 시도는 기업의 의도와 달리, 언론과 대중에 의해 왜곡되거나 비판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보자’는 의견이 경영진 사이에서 공통된 인식으로 정리되었다면, 실행은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그 전에, 해당 접근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해관계자 신뢰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어야 합니다.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 매번 ‘기회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우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이 위기를 경험한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사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개선책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이는 단순한 의지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개선과 조직 문화의 변화로 이어져야 실효성이 있는 것이지요.
일부 기업들은 위기 이후 “위기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했다”, “매뉴얼을 완비했다”, “전사적 위기관리 워크숍을 진행했다” 등의 내용으로 언론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후 다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그러한 발표들은 오히려 기업의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자세는 ‘홍보 마인드’입니다. 평소 권장되던 창의성과 과감한 브랜딩 접근이, 위기 시에는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란 감성적인 메시지나 단순한 이미지 회복이 아닌, 근본적 문제 해결과 이해관계자 보호에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언론 플레이를 해보자’, ‘긍정적인 바이럴을 유도해보자’는 식의 접근은 위기관리의 본질을 흐리게 만듭니다. 위기 상황을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은, 기업이 명백한 피해자이고 외부 요인으로 위기가 발생한 특수한 경우에만 신중히 고려될 수 있는 옵션입니다. 그러나 실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위기는 기업 내부의 책임이나 문제로부터 출발하니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위기는 경쟁사에게나 기회가 될 수 있을 뿐, 자사에는 언제나 위기로만 남게 됩니다. 아무리 훌륭한 대응을 했다고 하더라도, 위기로 인한 조직의 손실과 대중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일부의 박수갈채가 조직의 손실을 보상해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위기상황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철저하게 사태를 관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이런 조치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위기관리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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