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사 홍보팀의 막내 사원인 신선해씨가 오전에 잠깐 한가한 틈을 타 유투브 사이트에서 인기있는 동영상 리스트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인기 동영상 랭킹에 훌쩍 올라와 있는 동영상 하나 때문이었다.

그 동영상에서는 그 영상을 만든사람의 나레이션만 나오는데 신선해씨 회사의 햄버거 제품이 하루 이틀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는 모습을 몇 주간 기록영상으로 만들어 올려 놓은거다. 그 나레이터는 경쟁사측의 경쟁 제품도 똑같이 비교를 하면서 "다른 햄버거들과는 달리 OO사의 햄버거만 일주일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 것은 OO사가 햄버거 패티와 빵에 엄청난 량의 방부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해석을 곁들여 놓았다.

그 동영상의 댓글을 수천개를 넘어가고 있고, 동영상을 본 사람만 10만명이 넘어가고 있다.



이 동영상을 신선해씨가 위에 보고 하고 OO사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방식이 결정되기 까지 어떤 단계에서 가장 긴 시간 지체(time lag)가 예상되나?

  1. 홍보팀 막내 신선해씨가 홍보팀장에게 보고하는 시간
  2. 홍보팀장이 일단 유투브에 대해 이해하고, 그 파급력에 대해 인식하는 시간
  3. 홍보팀장이 해당 위기발생 추이와 향후 파장에 대해 정리하여 보고하기 까지의 시간
  4. 홍보팀장이 홍보임원에게 유투브에 대해 설명하고, 그 파급력에 대한 두려움 (사장 보고 욕구)을 가지게 하는 시간
  5. 홍보팀장이 홍보임원에게 현재 해당 동영상이 얼마나 우리 회사에 부정적인 파장을 끼칠 것인지를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시간
  6. 홍보임원이 사장에게 유투브와 그 파급력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간
  7. 홍보임원이 사장에게 동영상을 보여드리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파장을 설명하는 시간
  8. 사장이 다른 임원들과 위기 카운슬들을 불러 해당 유투브와 파급력 그리고 해당 동영상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묻는 시간
  9. 다른 임원들과 위기 카운슬이 해당 동영상을 보고 분석해 자신들의 의견을 사장에게 보고하는 시간
  10. 사장이 그 보고사항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관련 대응활동을 결정해 지시하기 까지의 시간
  11. 하달받은 대응활동을 홍보임원과 홍보팀장이 이해하고 대응지시하기 까지의 시간
  12. 홍보팀 막내 신선해씨가 그 활동지시사항을 이해하고 실행준비하는 시간
  13. 신선해씨가 실행을 하기 까지의 시간 (만약, 위에서 대응 동영상을 만들라고 했다면?????)

이 대응 프로세스에 따라 최초 발견부터 최초 대응까지의 시간이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얼마나 되는것이 이상적일까?

  • 1일
  • 반나절
  • 1시간
  • 10분
  • ASAP

문서나 말로만 말고 실제 우리회사에서는 얼마만에 대응이 개시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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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KFC가 약간은 특이한 위기(?)에 봉착했다. 오프라윈프리쇼에서 나온 말한마디로 KFC의 그릴드 치킨 공짜 프로모션을 시작했는데, 프랜차이즈 사장들이 전혀 협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컴플레인들이 이어지자 KFC 사장은 사과 동영상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진화에 나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더 고안된 쿠폰(rain check)을 활용해 소다 한병까지 더 해주면서 화난 소비자들을 붙잡고 있다. 전반적으로 마케팅쪽에서의 약간 사려 깊지 못한 실수라는 평이 지배적인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KFC 사장이 동영상에서 너무나 즐거운 투로 사과를 한다는 거다. 프랜차이즈 사장들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무료 샘플링 프로모션에 참여 하지 않는다는 프랜차이즈 사장들의 안내 문구]




[KFC 사장의 즐거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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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파아랑 at 2009/05/09 00:08

    프랜차이즈 사장들은 심통이 날만 하네요-

    그나저나, 웃으면서 사과를 한다니,,일순 한국인 같아요- 한국인들, 멋쩍은 상황이랄까, 약간 친분이 있는 사이랄까,,,그럴 때는 실수하거나, 지각하거나 그러면 멋쩍은 웃음을 날리곤 하잖아요..^^;

  2. Commented by Sammie at 2009/05/09 09:31

    억양도 참 특이하고...ㅎ미국 코미디 쇼에 나올 법한 패러디 영상 같기도 하고...또 봐도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자꾸 드네요. 어쩌면 마케팅 실수를 덮기 위해 저런 전략을 쓰는 걸까요.

  3. Commented by goMan at 2009/05/09 15:29

    사과를 하는데 웃으면서 한다라...^^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ㅋㅋ 제 생각엔 전략 같네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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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미노 피자 사장께서 유투브 도미노 피자 채널에 사과 동영상을 올렸다. 매장 앞에서 급히 만든 티가 많이 난다. 메시지 전반에 특이할 만한 사항은 없다. 공식적으로 이메일등을 통해 공개했던 바로 그 메시지들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한가지 개선했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이 사장님의 눈동자 방향이다. 마치 앞편(촬영 카메라 뒷편)에 프롬터를 설치하고 내려가며 읽는 듯 한데 처음 동영상이 시작할 때 부터 그 눈동자의 방향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동영상을 통해 사과를 할 때에도 적절한 품질의 프롬터와 영상장비들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번 도미노 케이스에서 추가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이 바로 이 사장님의 눈동자가 아닐까 한다. PR담당자는 사장님께 무엇을 어떻게 코치해 드렸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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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Sammie at 2009/04/16 20:26

    저도 눈동자가 신경 쓰이긴 하던데, 그래도 컨텐츠는 좋았던 거 같아요...스크립트는...:)

  2. Commented by 김호 at 2009/04/17 00:22

    재미난 사례 공유에 감사. 도미노는 비디오도 30분만에?:) 정말 눈동자가 너무 티나네요~.

  3. Commented by 의리 at 2009/04/17 11:49

    두 직원들 자초한 일이라지만 불쌍하게 되었네요. 역시 무식이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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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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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소비자단체가 시중에서 유통되는 먹거리 성분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총 30여 개 회사의 동일 먹거리 제품들 중 홍팀장 회사 제품에서만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OO성분이 소량 발견되었다. 그 소비자단체는 홍팀장 회사를 보도자료 제목에 언급하면서 유해성분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그 소비자단체는 보도자료에서 "이번에 검출된 OO성분은 최근 미국 OOOO 협회 조사결과 인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물질로 학계에서 새로 분류되고 있는 물질"이라고 언급했다.

홍팀장은 기자들로부터 빗발치는 전화를 뒤로 하고 일단 사내 기술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저 홍보팀장입니다. 오늘 OOO 소비자단체에서 OO제품군 분석 조사를 발표했는데 거기서 우리 제품에서만 OO성분이 나왔다고 하네요. 이게 어떤 성분이고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가요?" 홍팀장은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기술팀장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한다. "홍팀장님, 그거 별거 아니에요. OO성분이라는 거는 음식을 뜨거운 기름에 튀기면 다 발생해요. 일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조사결과가 있기는 한데…뭐 정설은 아직 아니고요. 이 성분은 정부규제대상도 아니에요. 아무 문제 없는데 그 소비자단체가 괜히 난리를 치는 거죠."

   
 

 

우리나라 최 상위법은 여론
홍팀장은 다시 자세하게 묻는다.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예를 들면…?" 기술팀장이 다시 답변한다. "흠…그러니까. 미국에서 조사결과인데 이 성분에 민감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잘 못 먹으면 뭐…" 홍팀장이 다그쳐 묻는다. "먹으면요? 어떻게 되요?" "흠…뭐 극히 일부 알레르기 환자가 먹으면 뭐…조사결과 자체로 보면 일부 사망도 할 수 있다는데요. 그게 정식으로 인정된 결과는 아니에요."

홍팀장은 눈을 깜빡이면서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기술팀장 전화를 끊기 전에 한마디를 한다. "홍팀장님,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아직 전세계적으로 그 위험성이 확실하게 인정된 것은 아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도 규제치를 설정하지 않았으니 기자들에게 걱정 말라고 해주세요."

홍팀장은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위법은 여론이다. 그리고 전세계 어느 나라나 여론이 법 앞에 선행한다. 여론이 이후 법을 만들고 강화한다. 여론의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게 되면 그 이후에는 법적으로도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법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미 홍팀장네 회사의 OO제품에 대해 자발적인 리콜 또는 생산중단을 요구 중이다. 모 어머니단체에서는 학교 급식에 제공되는 해당 제품의 납품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홍팀장네 회사의 소비자상담실에 수천 통의 전화를 퍼붓고 있다.

홍팀장은 '이 문제는 간단하게 생각해서 포지션을 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감을 잡는다. '그 여러 회사들 중 왜 우리회사 제품에서만 이런 성분이 검출되느냐 이거지. 여기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네……' 홍팀장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사장실로 올라갔다.

사장이 묻는다. "홍팀장. 대관팀에게 들었는데 소비자단체 발표에 대해 기자들 반응은 어때?" 홍팀장이 정리해서 답변을 했다. "전반적으로 기존 위기와는 약간 감이 틀립니다. 해당 검출 성분이 일부 해외 사례에 의하면 아주 위험한 성분이고, 국내 유통되는 여러 개의 제품들 중 유독 저희 회사 제품에서만 해당 성분이 검출돼서요…"

사장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아니…아니. 그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정부규제 대상도 아니고, 위험하다고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근거가 약해. 그걸 강조해야 하지 않나?" 홍팀장이 대답한다. "네. 기술팀에서도 그렇게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어디까지나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답변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에는 아무래도 의심이 많이 가고, 위험하다는 느낌이 강하죠. 소비자단체 보도자료에서도 그 위험성과 미국사례가 제시되었고요."

사장이 다시 묻는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우리가 잘못했다고 하고 나가면 너무 문제가 커지잖아. 그럴 필요도 없는 이슈에 말이야. 규제대상도 아닌데 그게 무슨 문제인지…참…" 홍팀장은 더욱 고민이 커진다. "사장님, 앞으로 우리 제품에서 이 성분이 검출되지 않게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꼼수는 통하지 않는데…

   
 

 
사장이 눈을 크게 뜨고 말한다. "아…그거? 그거 우리 기름을 바꾸면 된데. 그래서 내가 바꾸라고 했어요. 다음달부터는 그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거 같은데?" 홍팀장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저희가 기름을 바꾸어 다시는 이런 성분이 검출되지 않도록 하겠다 발표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반격이 들어올 수 있거든요."

사장이 말한다. "그거야 우리가 그렇게 문제가 될지 몰랐지. 규제대상도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으니……" 홍팀장이 사장의 말을 끊는다. "사장님, 규제대상이 아니라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론의 법정에서는 규제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아무 방패막이가 되지 못합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그 어떤 성분도 절대 존재하면 안 되는 거라는 믿음이 그들에게는 있습니다. '규제'라고  하는 것은 우리들만의 언어입니다. 통하지가 않아요……"

사장이 홍팀장 어깨를 두들기면서 이야기한다. "홍팀장, 왜 그래. 지금까지 잘 해 왔는데……내가 정리를 해 줄께. 일단 해당 제품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 그리고 이번에 검출된 성분은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해당 소비자단체의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서 다른 중립적인 조사기관에 직접 성분조사를 의뢰하겠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시간이라도 한번 끌어 보자는 거지…오케이?"

홍팀장은 안다. 그런 꼼수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 그 이외에는 이 이슈를 풀어나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 홍팀장 마음 같아서는 "제품 생산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겠다"는 키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 분야에서 후 폭풍이 생겨난다. 홍팀장은 여론의 법정에 나서는 마음이 유난히 무겁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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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blogring.org at 2009/01/10 05:04  삭제

    Subject: crisis+management-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crisis+management-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

  1. Commented by 파아랑 at 2008/12/23 01:07

    흙..그럼 홍팀장은 어떻게 해야하는거죠???ㅠ.ㅠ

  2. Commented by 비밀방문자 at 2008/12/23 10:50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Commented by 파아랑 at 2008/12/23 13:31

    한번씩 포스팅하시는 홍팀장 스토리 너무 재밌어요!!!!

    (저번에도 느꼈지만,,,종종 사진을 깜짝 놀라는 것을 쓰시는군요..ㅎㅎ
    뭔가 아스트랄한 기분이 ...- -;;; )

  4. Commented by mark at 2008/12/23 20:44

    비슷한 사례를 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픕니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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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업무팀장이 홍팀장에게 어두운 얼굴로 다가온다. "홍팀장님, 기자들한테 무슨 이야기 못 들었어요?" 홍팀장이 돌아보면서 이야기한다. "왜? 왜? 또 무슨 일 있어?" 대관업무팀장이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공정위에서…약간 낌새가 있어서요. 가격 가지고……내사가 들어올 것 같아요. 혹시 모르니까……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뭐 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자칫 잘못하면 독박을 쓰게 될 수도 있으니까…"

홍팀장이 고개를 떨군다. 가뜩이나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데 가격담합 의심을 받고 있다니 속이 탄다. 기자들에게 문의가 오면 또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하나 걱정이다. 일단 홍팀장은 팀원들에게 이메일을 비롯한 모든 문서들을 분류 정리하고 필요한 서류들은 별도 외장하드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장하드에 중요한 서류와 정보들을 챙겨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홍팀장의 노트북의 경우에는 회사내의 거의 모든 중요한 대내외비 정보들이 부분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에…혹시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지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홍팀장은 이 때문에 노트북 하드를 사용하지 않고 소형 외장하드를 사용해왔다.

몇 년 전 국세청 감사를 받을 때의 경험을 되살려 홍팀장은 항상 조심스럽다. 홍팀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을 한다. 오랜만에 야근을 하지 않고 일찌감치 퇴근을 해서 집에 와 잠자리에 들었다.

“... 조사차 나왔습니다!”
홍 팀장은 새벽 알람 시계에 맞춰 평소와 같이 5시에 기상을 했다. 한 시간 가량 골프연습을 하고 회사로 출근을 한다. 회사에 7시 반경 도착해 책상 위에 놓여진 신문들을 읽기 시작했다. 여느 때 같이 하나 둘 직원들이 출근을 시작하고 다른 부서에도 하나 둘 PC들이 켜지고 있다.

이때 사무실 불이 전체 켜진다. 검정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사무실 내로 들이 닥친다. 그 중에서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사람이 소리를 친다. "공정위에서 조사차 나왔습니다. 모든 직원 분들은 하시던 일들을 멈추시고,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사무용 PC와 노트북을 일단 검사하겠습니다."

홍팀장이 고개를 숙였다. '역시 올 것이 왔구나……' 홍팀장은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신문더미를 한아름 안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 신문 더미 안에는 홍팀장의 외장하드가 들어있다. 홍팀장은 신문더미를 들고 기자실 쪽으로 이동했다.

검정색 양복을 입은 공정위 직원이 다가와서 묻는다. "뭐 하시는 겁니까? 소속이 어떻게 되세요?" 홍팀장은 태연하게 대답을 한다. "저요…? OOO경제 기자인데요. 무슨 일이십니까? 뭐예요?" 검정색 양복이 한걸음 물러선다.

홍팀장은 유유히 기자실로 신문더미를 안고 사라진다. 홍팀장은 기자실에 들어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괜히 쓸데없이 예상 못 한 자료라도 걸려봐. 사내에서나 안팎으로 뭐가 되겠어……' 홍팀장은 기자실 내를 두리번거린다. 일주일에 한두 번 기자실로 출근하는 석간 OOO경제 기자가 다행히(?) 오늘은 이쪽으로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일단 기자들에게는 시침을 떼기로 했다. 이따가 기자들이 몇 명 기자실에 들를 때까지 저 바깥의 검정색 양복들이 일을 마치고 빨리 떠나주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따라 기자들이 기자실로 일찍 출근을 안 한다. 하늘이 돕는 거다.

‘이유 있는 술’

   
 

 
몇 시간이 지나고 회사 내에서 검정색 양복들이 철수를 했다. 사장님과 영업 부사장 그리고 기획 부사장이 흡연실에 모여 줄담배를 피워댄다. 사장님이 흡연실로 들어서는 홍팀장을 바라보면서 묻는다. "홍팀장, 어떻게 됐어? 혹시 홍보팀쪽에서는 무슨 문제없지?" 홍팀장이 힘없이 대답한다. "네…다행히도…"

기자들이 늦게 기자실로 들어섰다. 별다른 낌새를 채지 못한 듯 하다. 모 경제지 기자가 홍팀장에게 다가와서 한마디 한다. "홍팀장님, 오늘 점심이나 같이 하죠. 생태탕 잘 하는 데 있는데…" 홍팀장은 제 발이 저린 듯 조용하게 대답한다. '어…어…그래…그럽시다. 우리 조과장하고 다 같이 가자고. 어제 술을 많이 해서…생태탕 좋겠다."

아침부터 쇼를 했다. 점심식사로 기자들과 조과장을 데리고 유명하다는 생태탕 집에 들어가니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다. 생태탕에 고니를 듬뿍 시키고 소주 2병을 시켰다. 한 기자가 놀라서 묻는다. "어이……홍팀장. 오늘 왜 이러셔. 어제 술도 과했다면서…?" 홍팀장이 웃으면서 말한다. "그냥 해장술이 땅기네……시원하게 한잔 하지 뭐. 드셔~!"

홍보 담당자들이 마시는 술에는 보통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가끔 개인적으로 '이유 있는 술'을 마실 때가 있다. 홍보담당자들에게는 백 번에 한 두 번 정도 이유가 있어 마시는 술이 있어 다행이다. 이 것 조차 없다면 홍보라는 일은 할 일이 못 된다. 주변 그 누구에게도 스트레스를 토로하기 힘든 일이 이 일이기 때문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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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상담센터 담당 팀장이 헐레벌떡 홍보팀 사무실로 뛰어들어 온다. "홍팀장님, 홍팀장님, 잠깐만 뵈요…" 홍팀장이 하던 일을 멈추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홍팀장님, 오늘 아침에 한 사람으로부터 소비자상담센터로 전화가 왔어요. 근데 이게 좀 심각해." 그 팀장은 회의실에서 문 쪽을 두리번거리면서 소비자 상담 리포트를 조심스레 보여준다. "어떤 미친놈이 전화를 해서 우리 OOO음료에 청산가리를 푼다고 하네. 우리에게 10억을 달래요. 안 그러면 이번 주말에 각 놀이공원 등지에서 팔릴 우리 음료에 청산가리를…"

'이건 또 뭐야…' 홍팀장은 심호흡을 한다. "방금 전에 사장님께 보고 드리고요. 사장님께서 경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홍팀장님에게 빨리 자문을 얻으라고 하더라고요." 홍팀장은 곰곰이 위기관리 매뉴얼상에 이런 이슈가 어떻게 분류되어 있는지 기억해 낸다. "흠…팀장님. 일단 위기관리팀을 소집해야 결론이 날 것 같아요. 제가 사장님께 보고 드리고 위기관리팀을 긴급 소집하죠." "아…네…그러면 그게 언제쯤…?"

홍팀장은 가능한 빨리 결론을 알려주겠다고 하고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고 위기관리팀 소집을 각 담당자에게 알렸다. 문제는 연말이라 위기관리팀으로 지정된 임원들의 과반수가 사내에 없다는 것이다. 일단 리콜을 담당해야 할지도 모르는 영업 부사장은 아르헨티나 출장 중이다. 사내변호사인 법무부사장은 자신의 본가인 미국으로 휴가 중이다. 심지어 사내 위기관리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기획 부사장은 급성간염으로 병원에서 요양 중이다. 절대안정을 기하란다.

   
 

 

일단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일단 매뉴얼상에서 위기관리팀으로 지정된 부사장들과 부문별로 부사장 유고 시 대체인력들인 일부 팀장들이 다 모였다. 사장님이 먼저 입을 연다. "이건 상당히 심각한 이슈인데 본사 보고가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 기획에서는 각별하게 본사와 커뮤니케이션 해주세요." "네…" 기획팀장이 벌레라도 씹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법무팀장, 미국에 있는 부사장에게 전화해서 이럴 경우 경찰과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지 알아보세요. 현재 상태에서 해당지역 리콜을 발표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단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지켜보아야 하는지 말이죠." "네" 법무팀장도 아주 표정이 안 좋다. "아니 내일 휴가 갈려고 하와이행 비행기표까지 다 끊어 놓았는데……이걸 어쩌냐. 어휴…참 팔자도…"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홍팀장에게 하소연을 한다.

여러 부문에서 각자 해야 할 일을 정하고 회의를 마쳤다. 일단은 미국에 있는 법무부사장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일단 소비자상담실에 녹취된 협박범의 녹음된 목소리 등을 증거로 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해당지역 리콜은 가능한 상황을 봐서 판단하자는 게 큰 방향이었다.

영업팀장이 홍팀장에게 와서 툭 이렇게 말한다. "한 십년전에도 이런 협박이 있었잖아요. 그 때도 뭐 어떤 미친놈이 그냥 장난전화하고 끝난 건데…요즘엔 사장이나 본사나 너무 민감한 것 같아. 연말에 이게 뭐냐고. 다들…에이…" 홍팀장은 그때를 기억한다. 십년전이면 홍팀장이 과장일 때다. 그 때 당시 홍보팀장의 얼굴이 기억이 난다. 물론 일주일 만에 그냥 단순 장난전화로 결정이 났지만, 그 당시 홍보팀장은 일주일 동안 잠도 못 자고 고생했었다. 물론 그 당시 초짜 과장인 홍팀장도 같이 밤을 새우면서 노심초사 했던 기억이 난다.

법무부사장의 의견이 왔다고 한다. 법무팀에서 대외비 이메일을 통해 위기관리팀에게 법무부사장의 의견을 정리해서 공유했다. 그 요지는 '일단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공개 리콜은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으로 일정기간 보류'다. 홍팀장은 이 의견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 '만약 경찰이 수사를 하는 도중에 주말에 소비자들이 독극물이 든 우리 제품을 먹고 변이라도 생기면 그 때는 어떡하나?'

사장님에게 올라가 그런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은 고개를 끄떡이면서 "어떻게 하겠어. 모 아니면 도 아닌가? 본사에서도 그런 유사한 사례들이 많으니 적극적으로 공개 리콜하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의견이더라고…브랜드 측면에서도 그렇고 말이야."

홍팀장이 느끼기에는 '일단 두고 보자. 일이 터지면 그 때가서 홍보팀에서 조금 신경을 쓰고…'하는 의미로 해석을 했다. 홍팀장은 이제부터 한 시간이 하루 같다. 홍보팀 사무실 벽에 걸린 '우리의 가치' 게시물을 올려다 본다. '우리는 소비자의 건강을 최고 가치로 한다. 우리는 신뢰받는 기업이다.' 홍팀장은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그 가치 선언문 앞에서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조과장이 와서 한마디 한다. "팀장님, 예전에도 이런 케이스는 이렇게 대응을 했었나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우리 회사 대응방식인가요?" 홍팀장은 나지막하게 이야기한다. "회사란 말이야…전체를 위해 개인들이 움직이는 조직이야. 어느 한 부서나 담당자의 가치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회사 전체의 가치라는 게 있어. 그게 일단 결정이 되면 우리 조직원들은 그걸 성실히 따르고 성공시키는 거다. 그게 다 같이 성공하는 방법이다."

협박이었기에 다행?

   
 

 
경찰의 수사가 며칠간 지지부진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그 이후로는 협박범으로부터 추가 전화가 없다. 주말은 다가오지만 추가적인 협박이 없으니 수사도 당연 그렇다. 주말이 다가옴에 따라 영업사원들을 모두 동원해 주말 동안 전국 각 지역의 놀이공원 소매점에서 특별 감시를 하기로 했다. 각 지역 소매점 주인들에게 특별 프로모션을 약속하고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

홍보팀은 내부적으로 피해자 발생을 가정해서 공식 발표문의 아웃라인을 미리 만들고 예상질의 응답집을 구성하고 있다. 제발 이 문건을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가능한 완벽하게 대비를 하려고 모든 홍보팀원이 밤을 새운다.

주말 아침이 됐다. 사내에는 새벽부터 위기관리팀 전원이 회의실에 집합해 실시간으로 전국 현장 영업직원들과 경찰로부터의 핫라인들을 개통해 놓고 있다. 시간이 간다. 한 시간 두 시간…다들 입술이 마르고…잡담도 하지 못한다. 오후에 들어서니 화가 난 영업팀장이 한마디를 한다. "어떤 새끼인지…잡히기만 해라. 내가 죽여 버릴 테니…"

그 다음 날인 일요일 저녁이 되었다. 이틀간 아무 특이사항도 발견되지 않았다. 현장 영업직원들도 한팀 두팀 철수를 시작했다. 본사 위기관리팀도 경찰과 본사측에 구두 보고를 하고 하나 둘 철수를 한다. 법무팀장이 걸어 나오면서 푸념을 한다. "내가 또 이럴 줄 알았다고. 이게 무슨 손해들이야. 나 같은 경우도 비행기표랑 호텔에 렌터카 예약까지 다 해약하고 말이지…이건 누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거야?"

장난전화 한 통으로 수천 명의 영업직원들도 몇 일간 고생을 했다. 경찰은 물론이거니와 본사에서도 수백 명이 잠을 못 이뤘다. 회사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몇 억 이상이 순식간에 날라갔다.

홍팀장은 퇴근하려는 홍보팀 과장들을 모아 놓고 한마디 한다. "다들 고생했다. 그래도 소비자가 안 다친 게 어디냐. 기분이 좋다. 이게 홍보팀의 마음이다. 다들 그 협박범을 욕하지만…우리는 그래도 그게 협박이었기에 다행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진정으로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한번씩 깊이 생각해보고. 고생했다. 다들 쉬어라." 홍팀장은 일요일 늦은 저녁 집으로 차를 몬다. 불행 중 다행이다. 그나마 행복하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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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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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케팅과 영업 핵심팀장들이 팀장회식을 마련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아주 긍정적인 매출기록을 연이어 달성하면서 회사 내부 사기가 높다. 특히 영업팀장들이 그 동안 고생해 준 홍보팀의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홍보팀 홍팀장을 대표로 불러 술을 한잔 사기로 했다.

거의 매일 기자들과 기울이던 술잔을 회사 동료들과 기울이는 기회가 되어 홍팀장은 간만에 회식이 설레인다. 지금까지 영업과 마케팅 쪽에서 가지고 있던 사소한 오해들과 불평들도 이 기회를 통해 시원하게 해소하고 팀워크를 다져야겠다 생각한다.

일찌감치 업무를 마치고 회식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한남대교 위에서 강남으로 향하고 있는데 사장님으로부터 휴대전화가 온다. "홍팀장, 어디야?" "네, 사장님, 오늘 팀장들 회식이 있어서 회식 장소로 일찍 이동하고 있습니다." "흠, 그래? 급한 일이 있으니 차를 돌리세요. 본사에서 오신 분들과 OOO 빌딩에 있으니 그쪽으로 오세요."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그 분들이 이 시간에 왜 거기 가 있을까? 홍팀장은 이번 회식의 호스트들인 영업 상무와 마케팅 상무에게 사장님을 팔아 양해를 구했다. 다들 "무슨 일이야? 사장님께서 직접?"하고 고개들을 갸우뚱한다.

홍팀장이 OOO 빌딩에 들어섰다. "30층으로 오세요" 홍팀장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에서 내리니 아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된 회사다. 리셉셔니스트가 보인다. '어떻게 오셨지요?" "저…OOOO에서 왔습니다. 저희 사장님께서 여기 계신다고요." "네..이리로 오세요" 훌륭하게 차려 입은 리셉셔니스트가 길을 안내하고 큰 회의실 문을 열어준다.

회의실에 들어서니 이미 거기에는 본사 핵심 임원들 몇과 사장님이 앉아 계시다. 또 처음 보는 와이셔츠 차림의 사람들이 여럿 앉아서 수북이 서류들을 쌓아 놓고 바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의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로 그들이 컨설턴트들이거나 은행 쪽 사람들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우선 임조심하고…”
사장님께서 홍팀장을 소개하고, 홍팀장은 각자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눈인사를 나눈다. 홍팀장이 사장 옆에 앉는다. "사장님, 저를 부르신 이유가?" "어…홍팀장, 본사 차원의 큰 이슈가 있어요. 오늘 한번 들어보고 이와 관련해서 홍보팀 쪽에서 메시지 관리들을 좀 해줘야 할 것 같아" "네? 이슈라면…?" 사장님은 "우선 입 조심하고, 일단 회의 내용을 잘 듣고 판단해요"하신다.

   
 

 

이윽고 회의가 시작됐다. 저 멀리 태평양 건너 본사에서 컨퍼런스 콜로 여럿이 들어온다. 빠른 영어로 여럿이서 서로 지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통에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린다. 같은 회의실에 있는 컨설턴트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속사포처럼 영어로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사장님도 본사 임원들에게 정신없이 설명을 하고 설명을 들으신다. 홍팀장의 짧은 영어실력으로 들어보니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를 인수한다"고 하는 것 같다. 어떤 회사인지는 모든 사람들이 Rat(쥐)라는 암호를 쓴다. '무슨 소리야…쥐를 잡겠다는 소리는 아닐 테고…' 홍팀장은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본사 커뮤니케이션 임원이 컨퍼런스 콜에 들어와서 크게 설명을 한다. "홍, 너 거기 있니?" "응, 나 여기 있다." "오케이. 네가 이제부터 할 일을 알려줄게. 너와 너의 팀은 이제부터 모니터링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해. 이번 Rat을 잡기 위한 모든 이슈들에 대해서는 네가 코멘트 할 수 없어. 기자들이 물어보면 나에게 연결시켜줘. 그들이 영어를 하는지 못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네가 할 일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이야. 실시간으로 기자들로부터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 나에게 보고해 줘. 이메일도 좋고, 메신저도 좋아, 전화를 걸 수도 있어. 아무튼 Rat에 관련해서는 절대 답변하지마, 너에게 공식적인 답변문을 주기까지는 아무런 예측도 너는 할 수 없어. 알겠지?" 홍팀장은 짧게 대답했다. "응"

하지만, 홍팀장은 혼자 생각을 한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나를 여기까지 부른 거야? 그건 그렇고 이 Rat이란 게 어떤 회사야?" 생각을 해 봐도 M&A 할만한 대상이 없다. 같은 업계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로도 마땅한 회사가 없어 보인다… 에잇.

다음날, 괜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음만 무거워진 홍팀장은 여기 저기 정보 서치를 해 본다. 주식시장에 떠 다니는 찌라시들도 검토 해보고, M&A 관련 기사들을 서치 해 본다. 답이 안 나온다. 어느 회사일까? 어제 과음에 취한듯한 목소리로 마케팅팀장이 전화를 했다. "어이 홍팀장님, 어제 사장님이랑 재미있었어?" "무슨…재미는…" "사장이 뭐래? 뭐 승진이라도 시켜준대? 홍보임원 되나?" "에이…실 없는 소리. 아무것도 아냐 끊어" 할말이 없다. 사장이 왜 불렀고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도.

홍보팀 조과장이 다가와서 묻는다. "어제 사장님 미팅 하셨다면서요? 무슨 큰일이라도 있나요? 모니터링 범위를 이렇게 늘리신 것도 그렇고…" "아냐. 그냥 본사에서 모니터링 좀 잘하라고 몇 마디 하더라고…그냥 애들한테 모니터링 놓치지 말고 하라 그래. 이상 있으면 당신이 정리해서 실시간으로 내게 보고하고"

프로에게‘비밀준수’는 가장 기본적

   
 

 
역시나 눈치와 정보력이 앞서는 영업팀장들이 전화를 걸어온다. "홍팀장, 어제 사장님 만나서 무슨 이야기 있었어?" "아냐…아무것도" "들리는 설로는 우리회사가 OOO마트를 산다던데 그 얘긴가?"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돼." "아니…그냥 시장에 들리는 소문이 있어서 말이지" "자꾸 헛소리 하다가 사장님 귀에 들어가면 큰일나니까 말 조심해" "뭐야…맞는다는 거야? 아니야?" "몰라, 어제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어……끊어" 홍팀장은 깜짝 놀랐다. "아…그 Rat이라는 게 OOO마트구나. 그렇구나……"

여의도에서 애널리스트로 성공한 친구 하나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온다. "어이 홍팀장, 잘 지내? 당신네 회사 좋은 소리가 들려. 그거 들었지?" "뭐…뭔 소리?" "아니 홍보팀장이 아직 그 정보도 모르나? 이거 애널들한테도 거의 알려졌는데……오늘 아침에 입수한 따끈한 정보야. 아무튼 자네 OOO마트 주식을 좀 사 둬. 괜찮을 거야. 후후후" 홍팀장은 고민한다. '완전 이건 유혹이군' 집에서 힘들게 아이들 키우면서 지쳐 하는 와이프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아니야…그러면 안돼…'

하루종일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업무를 마감한 홍팀장은 정해진 약속대로 OO 경제지 출입 기자와 저녁을 한다. 아구찜을 앞에다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기자가 묻는다. "OOO마트 쪽에서 그러는데…여기저기 입질들이 온다더구먼. 홍팀장네 업계에서도 몇 개 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던데? 홍팀장네 회사는 어때? 본사 쪽에서 연락 없나?" 홍팀장 목에 술이 꺽 하고 막힌다. "켁켁…켁켁…에이 나이가 먹으니 사래가 잘 걸려…켁켁…"

홍보일을 하면서 사실 말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에게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기분이 좋다는 것을 깨닫는 것 처럼…차라리 말해 버리는 게 더 편할 때가 많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또 조직인으로서 홍보인은 개인이 아니다. 회사를 대표하는 공식적인 창구다. 비밀 준수는 프로페셔널로서 홍보인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주문이다.

특히 M&A라는 이슈에 접해서 홍보인들은 윤리적인 문제, 관계의 문제, 비밀준수의 문제, 개인적인 갈등과 같은 여러 경험들을 하게 된다. 흔히들 이 과정에서 전략적인 포지션이 관계를 저버리는 이해타산적인 포지션으로 화하고는 하는데, 전략적인 포지션은 그 수준의 차가 있더라도 최대한 상생(win-win)하는 포지션과 관계가 되어야 한다. M&A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략성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 용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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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비밀방문자 at 2008/09/23 10:2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Commented by 정용민 at 2008/09/23 10:28

      감사합니다. 항상 재미있게 읽어 주신다니 저도 힘이납니다. 회사와 개인 모두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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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팀장의 팀원들은 밤잠을 설친다. 업계 선두기업 경쟁사가 곧 최대 규모의 M&A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홍팀장의 회사는 경쟁사가 이번 M&A에 성공할 경우 업계에서 그 위치가 상대적으로 뚝 떨어질 뿐 아니라 영원히 마이너 기업으로서 생존 조차 불확실해 지기 때문이다.

이미 이런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공정위에서는 그 경쟁사의 M&A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 중이다. 여러 루트들을 통해 홍팀장 회사는 이번 M&A가 승인될 경우 독과점 체제 형성으로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뿐 아니라 공정한 경쟁 시스템이 무너져 버린다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홍팀장은 요즘 매일 '홍보팀이 이번과 같은 회사의 중대한 위기시에 어떻게 회사를 위해 공헌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홍팀장의 경우 거의 20년 가까이 재직해 온 회사가 예전 영화를 되찾기는 커녕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저 그런 회사로 소멸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다.

홍팀장은 평소 좋은 관계를 맺고 있던 모 방송 보도국 부장과 술자리를 할 기회를 만들었다. 그 부장이 묻는다. "홍팀장, 자네 회사 힘들겠어. 그게 얼마짜리 M&A야. 이제 옛날 같은 기회는 없어진 거지? 사내 분위기는 어때?" 홍팀장은 폭탄주를 말아 들이키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흠…사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경쟁하면 우리가 승산이 있다고 봤어요. 근데 돈의 힘에는 못 이기겠네…" 부장이 받아 친다. "사내에서 패배의식이 더욱 진해졌겠군……"

회사에 홍보팀장 밖에 없어?
홍팀장은 정색을 하고 말한다. "부장님, 저희 진짜 억울합니다. 이렇게 까지 시장을 과점화 해주는 게 정부 정책일까요? 이 회사만 빼고 시장 모든 경쟁기업들이 다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요. 학자들도 분명히 이번 M&A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는 명백한…"

부장은 웃으면서 말한다. "홍팀장, 안 그래도…우리가 이번 꼭지 몇 개를 묶어서 그 회사 기업결합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보도할 예정이야. 소리들이 이렇게 많은데 무시할 수 없지. 한번 가자. 내가 자세하게 다뤄줄게. 당신네 이야기 하고 싶은 것 좀 다 이야기 해 봐." "네??? 어이구 부장님, 제가 이번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홍팀장은 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러 번 절을 해댄다.

   
 

 

다음날 홍팀장은 사장에게 보고를 했고, 사장은 자문변호사, 자문교수단, 대관업무 부사장, 기획 부사장등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사장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번 경쟁사의 기업 결합 심사건에 대해서 OOO 방송에서 우리측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보도 해준다고 하네요. 우선 홍팀장이 좀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줘 보세요." "네…OOO방송이 취재하기 원하는 것은 이런 이런 스토리입니다. 일단 저희 측에서 기본 자료들을 제공했습니다. 내일부터 몇 일간 우리측 의견을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해 달라는 게 그쪽의 요청입니다. 그 방송에서는 우리측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계신 분이 인터뷰를 해 줬으면 하고 있습니다. 아주 좋은 기회인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장님께서 직접 나서 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사장의 얼굴이 순간 굳어진다. "흠…내가 나선다고 뭐가 달라질까? 섣불리 나서는 게 업계에서 또 문제가 될 수도 있고…" 홍팀장은 생각한다. '아니, 사장님이 벌써 저렇게 자신 없는 포지션을 하시다니…' "그럼 사장님 대신 누가?"

사장이 말한다. "기획부사장은 어때요? 그쪽이 이번 일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나?" 기획부사장은 창 밖을 내다 보다가 깜짝 놀란 듯 소리친다. "네?? 제 생각으로는 대관 쪽이 공정위하고 공유된 정보가 많아서 적절하다고 보는데요" 대관업무 부사장이 웃으면서 반격 한다. "하하하…대관업무 하는 사람이 어떻게 공정위 찌르는 보도에 나갈 수가 있겠습니까? 저희 밥줄 끊을 일 있습니까?"

사장이 약간 짜증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럼…이번 보도는 나가지 말까요? 이거 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까?" 홍팀장은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다. 이야기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는 형국이다. "사장님, 제 생각으로는 그러면 전문가 인터뷰로 처리 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여기 계신 저희 자문 교수님들과 변호사들께서 중립적 포지션을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수는 있으시겠지요?"

자문 변호사가 섬뜻 놀라면서 이야기한다. "흠…이런 상황에서 제가 나서기는 힘듭니다. 저도 그 쪽 자문하는 쪽과 하루 이틀 볼 것도 아닌데, 그런 이슈로 논박하기는 좀…" 홍팀장은 속으로 뇌까린다. '그러면 자문 변호사직을 내 놓아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를 위해 이야기해 줄 수도 없다는 건…?'


임원은 언제든 ‘대변인’이 될 준비 해야
자문교수단 중 가장 핵심인 왕 교수가 커피를 홀짝이면서 거든다. "그래요. 이런 건 그냥 홍보팀에서 처리 하시는 게 나을 듯 합니다. 분명히 저 경쟁사 쪽에서도 반론을 제기 할 텐데…그쪽에서 어떤 레벨이 나오는지도 알아봐야 할 거구요…" 가히 저 정도면 여우다.

사장은 흥미 없다는 듯 정리를 한다. "오케이. 그럼 홍팀장이 인터뷰해요.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니…자문 변호사님들과 교수님들 도움을 조금 받고. 그럼 그렇게 갑시다." 홍팀장은 체념한 듯 대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팀장은 사무실 책상에 돌아와 앉는다. 항상 이런 식이다. 사장을 비롯한 모든 임원들 그리고 외부 자문단들은 신문이나 방송에 매번 극도로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다른 회의 때는 '적극적인 홍보' 운운하다가도 막상 취재가 시작되면 뒤로 숨는다. 게다가 더욱 홍팀장을 화나게 하는 것은 꽁무니를 빼는 자신들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억지 주장들을 펼치는 것이다. 그런 억지 주장들로 인해 무산된 아까운 홍보 기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 홍팀장을 우울하게 한다.

이번에도 홍팀장은 또 TV 카메라 앞에 홀로 앉아야 했다. 그 방송사 부장이 전화로 한말이 씁쓸하다. "아니, 당신네 회사에는 당신 밖에 없어? 당신네 경쟁사 쪽에서는 M&A 지휘한다는 부사장급이 나서는데 이거 균형이 안 맞잖아. 아무튼 알았어. 당신네도 참…"

홍팀장은 힘들게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 온 기자에게도 친절하게 인사 해서 돌려 보냈다. 이번 주 중으로 보도가 나갈 예정이라던데, 그 때까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출입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라도 경쟁사 홍보팀장과 맞닥뜨리지만 않기를 바란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경쟁사쪽에서 홍팀장을 엄청 씹고 있다고 한다. 한번 손을 봐주어야 한다고 그쪽 임원이 기자들에게 장담 할 정도란다.

항상 좋고 멋진 일은 사장을 비롯해 임원들의 몫이고 공이다. 힘들고, 구차하고, 민감한 문제는 홍보팀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냐 당연한 듯 말들 한다. 이것이 홍보팀의 업무라면 당연히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일부 개인적인 사사로움이 기업 전략을 해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언론이 두렵다면 훈련을 받아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따라 언제든 대변인(spokesperson)이 될 수 있어야 프로다. 이러한 역할을 홍보팀에게만 묶어 놓는 것은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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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you-n-nah at 2008/08/25 18:29

    개인적으로 '홍팀장' 네이밍... 매우 좋아하며 잘 보고 있습니다. ^_^

  2. Commented by NJ at 2008/08/25 19:26

    와오~ 글제목도 그렇구 글도 마치 누군가의 일기? 소설을 읽는 것처럼 편안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유익하기도 하고요. ^^ 글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글 제목이 참... 왠지 안타까우면서도 씽크로율 120%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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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팀장은 아침 출근 후 여느 때와 같이 커피 한잔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랩탑을 켰다. 최근 경쟁사와 여러 부문에서 부딪히는 사례들이 많아서 매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어젯밤 늦게 대학교 같은 과 후배로 유력 경제 주간지인 주간OOOO에 다니는 한 기자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들어와 있다. '홍 선배, 잘 지내죠? 다른 게 아니고…우리 쪽에서 선배 회사 취재 중이야. 방향이 쫌 그런데……선배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참고하세요.'

이 녀석...전화를 하지. 전화 걸어보니 받지 않는다. 제 앞길도 힘든 신입 기자가 그래도 선배를 챙겨 준 게 고마워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다. "이거 뭐 어떤 내용인지 알아야지…참…답답하네…" 홍 팀장은 혼자 뇌까린다. 팀원들을 다 모아 밤새 취재 문의가 들어왔었는지 확인하고, 모니터링에 각별히 신경 쓰라 지시했다. '무슨 이슈인지 알아야 접촉을 하지…'

게다가 그 주간지 O국장하고는 이전 단체 술자리에서 약간 안 좋았던 경험이 있어서 서로가 껄끄러운 사이다. 일단 그 주간지 모회사인 OO일보 O부장에게 지금 그 주간지가 어떤 기획을 하고 있는지 좀 알아달라 부탁했다. 얼마 후 전화가 왔다. "홍 팀장, 알아봤는데…좀 세다. 크게 갈 거 같아. 당신네 사업부진에 관한 건이라는데 자세하게 말 안 해. 얼핏 말하던데 한 6P정도라던가?" "네…6…6P요…?"

평소 시간ㆍ예산투자에 관심 쏟아야
'뭐가 6P씩이나 나갈게 있나? 우리 사업 부진이야기야 뭐 한 두 해 기사화 된 게 아닌데…뭐 특별하게 더 부진한 것도 아니고…' 홍 팀장이 머리를 쥐어 싸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홍 팀장이시죠? 저 주간OOOO 김OO인데요.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요.." "네, 김 기자님, 말씀하시죠."

"네…홍 팀장님, 최근 OO사업부문 매출이 어떤가요? 그게 지금 그 정도까지 된 게 언제부터 그랬죠?" "김 기자님, OO부문의 경우 아직도 그 쪽 분야에서는 그래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습니다. 전체적 시각으로 보시기 보다는 분야를 세분해서 보시면…" "네, 압니다. 그러니까, 그쪽 지난 한 5년간 매출 추이 자료 좀 만들어 주시고요…" 각종 자료 요청을 받아 놓고 전화를 끊었다.

불길하다. 아래 조 과장에게 자료 정리를 지시해 놓고, 홍 팀장은 사무실을 나선다. '그 주간지 그 국장이랑 평소에 좀 잘 해 놓을걸' 홍 팀장은 후회한다. 가까운 O그룹 홍보실 마 부장에게 도움요청 전화를 한다. "형님, 주간 OOOO에서 우리 회사 조진다는데, 좀 도와주세요." "어? 거기가 왜? 당신네 뭐 잘 못했냐?" "아뇨…사업 부진관련이라는 데…" "후후…당신네 사장 바뀐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거 위험한데…"

며느리 마음은 며느리가 안다고 했던가? "그러니까, 형님이 좀 도와줘요. 저 좀 살려주는 셈 치고" "거기 OOO이가 실세야. 나랑 친한데…너도 알지? "네..근데 그 분이랑 나랑 좀 그래…그래서 더 죽겠어요" "그래도 가서 무릎 꿇어야 하지 않겠냐? 그 선수랑 계속 그럴 건 아니잖아? 아무튼 내가 알아 볼게. 상황을…"

조급한 마음에 아주 오래 전 OO일보 부장까지 지내다가 지금은 계열사 사장으로 가있는 O사장님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그래요…홍 팀장, 내가 한번 알아볼게요" "감사합니다" 또, 극한 상황을 대비해서 마케팅 부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부사장님, 주간OOOO에서 저희 회사 실적을 가지고 상당히 큰 기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쫌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뭐?...사장님 오신지 얼마나 됐다고…어떻게 해서든 그 기사 처리해요. 예산 지원 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마 부장에게 전화가 온다. "홍 팀장, 당신네 X됐다. 안되겠어. 그게 조금 사내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아무래도 당신네 경쟁사 쪽 고위 임원하고 연결돼 있는 것 같은 냄새도 난다." "네??? 우리 경쟁사요?" 식은땀이 또 솟는다. 얼마 전부터 트러블이 있었는데 총 반격을 해오는 것 같다.

O 사장께서도 똑 같은 답변을 해오셨다. 큰일이다. 다시 홍 팀장은 마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진짜 죄송한데요. 저희가 얼마든지 베팅 할 의향이 있으니 어떻게든 기사 정리가 안될는지 한번 그쪽 반응을 타진해 주시겠어요?" "당신네가 돈을 쓴다면 뭐 어떻게 쓴다는 거야?" "마케팅 쪽에서 6P라고 하니까, 6P 다 광고를 밀어 넣어서라도 어떻게든 정리 해 달라고 했어요…아니면 연간 광고계약으로 가든지…어떻게든…" "알았어. 급하긴 급한가 보군…후후…"

30분 후 다시 마 부장에게 전화가 온다. "안되겠다. 못한데. 조금만 빨랐어도 좋은데 오늘이 너무 늦었다." 뭐…오늘 오전에 취재 요청이 있었는데 무슨. "기사가 다 나왔대. 다 끝났어. 그냥 사내에 먼저 공지하고 윗 분들 놀라지 않게 하는 수 밖에 없겠다.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미안하다." "네…형님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기업 차원의 체계적인 인맥 관리를~

   
 
 
홍 팀장은 최후 수단으로 직접 그 주간지 사무실을 찾아간다. 홍보팀 여직원 신 대리와 김  주임을 불러 시원한 맥주 한 박스와 닭튀김 몇 박스를 직접 들고 주간지 사무실에 들어갔다. 저쪽 구석에서 지난번 껄끄러운 술자리 때문에 서먹해졌던 O국장이 홍 팀장네를 쳐다 본다. "O국장님, 오랜만입니다. 그 동안 안녕하셨죠?" "홍 팀장…웬일이야? 여기저기서 전화 많이 받았어,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 하나?"

"국장님, 보통 때 같으면 모르는데요, 저희 사장님이 새로 부임 하신지가 얼마 안돼 사내 분위기가 그런데, 이런 기사가 나가면 문제가…" "이런 기사? 이런 기사가 뭔데? 당신이 내용을 알고 있어?" "네? 아니요, 전체적으로 저희 사업 부진에 대한 내용이라고 들어서요…" "누가 그래? 그런 거 아니야. 전체적으로 우리가 그쪽 회사를 보고 반면교사로 삼을게 있어서 그래도…전체적으로 균형 맞춰서 썼으니까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을 거야"

"국장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희 쪽에서는 민감할 수 밖에…" "걱정 마, 그리고 여기저기서 전화하지 말라 그래. 당신이 직접 오는 건 괜찮지만…O선배, O사장, 마 부장에 왜 OO그룹 쪽이 다 나서고 왜 그래?  그거 역효과란 거 몰라?" "죄송합니다. 제가 모자라서요……" "됐어. 그냥 기다려. 기사에 문제 있으면 나중에 이야기하고. 잘 가."

직원들과 들고 들어갔던 맥주와 닭튀김은 그냥 주변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돌아 나왔다. 신대리가 위로를 한다. "팀장님, 저희가 할 일은 다한 것 같아요. 저희가 알잖아요. 힘내세요…" 그래. 홍 팀장은 길거리에서 미국 출장 중이신 사장님에게 전화를 한다. 사장님에게 여러 상황을 설명하고, 지금까지 홍보팀에서 진행한 여러 노력들을 말씀 드렸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죄송스럽게도 기사화 될 것이라는 보고를 드렸다. 사장님께서 전화 저 건너에서 한숨을 쉬신다. "홍 팀장, 홍 팀장이 안 된다면 정말 안 되는 거지. 하지만, 우리 회사 정도가 유력한 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은 조금 문제네요. 경쟁사하고도 자존심 문제고… 알았습니다." 홍 팀장은 광화문 사거리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이면서 휴대전화를 끊는다.

보통 홍보팀의 네트워크가 어디에서 어디까지 여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딱히 정확한 답변이 없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을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면 모두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생성부터 유지 확장 성장 단계별로 가장 핵심은 '시간과 예산'이다. 평소 시간투자와 예산투자 없이 위기시에만 찾아 나서는 네트워크는 당연히 부실할 수 밖에 없다.

더욱 문제인 것은 홍보팀장이나 임원의 '개인적 네트워크'에 기업이 의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기업 차원의 네트워크'는 분명 '개인 차원의 네트워크'와 질이 다르다. 홍보팀장의 개인적인 '형님, 아우' 사이에 목을 메고 있는 기업은 항상 불안하다. 사실 그것 조차도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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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행복한 나눔 전도사 at 2008/08/14 19:25

    언제 봐도 리얼한 시츄에이션~! 존경합니다, 부사장님~!!!!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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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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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CEO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규정하는 4가지 요건들 중 CEO의 성격(Personality)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사람의 성격은 선천적인 영향 외에도 성장과정과 교육배경, 생활환경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기업 CEO의 성격이다. CEO의 성격은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긍정적인 CEO의 성격은 다음과 같다.

● 친절하고 예의 바름. 겸손함
● 인간미가 있음
● 침착하고 논리적임
● 잘 화를 내지 않고 흥분함이 적음
● 대화하기를 즐기나 남을 일방적으로 이해시키려 하기 보다는 공감대를 이룸
●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임
● 자신감은 강하지만, 신중함
● 꼭 해야 할 말 이외에는 말이 적음

반대로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는 CEO의 성격은;

● 독선적, 거만함, 교만함
● 인간미가 없음
● 성격이 급하고 감정적임
● 화를 잘 내고, 곧잘 흥분함
● 일방적으로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 대화를 즐김
● 주변의 조언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음
● 자신감이 매우 강해 스스로 만족해 함
● 꼭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함

보통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위험한 성격을 가진 CEO들은 보통 이런 표현들을 많이 사용한다.

 ● “O기자님이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데…”
 ● “O기자님, 기자 몇 년차입니까?”
 ● “이런 이야기는 쓰지 마세요. 그러니까…….”
 ● “아 진짜 이해를 못하시네…”
 ●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O기자님?”
 ● “내가 O기자님한테만 이야기하는 겁니다…”
 ● “O기자, 무슨 기사를 그런 식으로 씁니까?”
 ● “O기자, 앉아보세요. 어딜 가십니까?”
 ● “알겠어요? 알아듣겠습니까?”

이런 성격을 골고루 갖춘 모 기업 CEO는 자사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사장실로 불러 대화를 나누다가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기자와 몸싸움(?) 지경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다혈질적인 CEO보다는 차라리 과묵하고 조용한 CEO가 더 나을 때가 있다. 또한 귀가 얇아서 기술적인 기자들의 질문의 의도를 꿰뚫지 못하고 말하면 안될 정보를 오픈 하고야 마는 분도 있다.

기업 홍보 담당자와 기자간 관계에 있어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의 대 원칙에 있어서는 CEO도 열외가 될 순 없다. CEO의 인간미라는 것은 기자와의 관계를 지속시켜주고, 관계의 품질을 좋게 해주는 역할은 하지만, 이것이 2불(不) 원칙을 깨뜨릴 만큼 절대적일 수는 없다.

사적인 자리에서 기자와 ‘형님’ ‘아우’ 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CEO나 홍보 담당자가 있다. 그러나 평시는 몰라도 공식적 논의 때나 위기 및 이슈발생시 CEO는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더욱 정확하고 적절한 호칭과 관계를 유지하려 힘써야 한다.

기자들과 고급술집에서 폭탄주 등을 나누면서 기자들과의 연대감을 키우는 성격 좋은(?) CEO들도 있다. 이를 놓고 홍보 담당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취중에도 전략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메시지 관리가 되는’ CEO라면 별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술에 취해서도 취재를 한다. 기술적인 기자들은 취재원이 취할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취재원이 완전히 무장해제를 할 때까지 적절한 래포(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 기술적인 취재의 방식이다.

보통 취중에 실언을 한 홍보 담당자들은 나중에 정신이 들면 술자리가 파한 후에 그 상대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면서 기사화 하지 말아 달라 애원을 하곤 한다. 이런 구차한 변명과 진땀 대신에 미리 미리 자신을 훈련시켜 놓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성격에 있어서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일부 CEO들도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면 조금씩 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취약점을 극복하며 개선 되곤 한다.

매일 저녁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서는 프로 홍보 담당자들의 책상 서랍 속에는 그들의 ‘(위험한) 성격’이 남겨져 있다.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에는 자신의 ‘(위험한) 성격’을 사무실에 놓고 나가는 것이다. CEO들도 그렇게 했으면 한다. 다음날 아침에는 서랍 속 자신의 성격을 다시 꺼내 들어도 좋다. 모든 게 회사를 위해 서니까.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등 다수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에게 Media Training 서비스 제공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도쿄)/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InBev Corporate Affairs Conference in Miami에 참석해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의 Mr. Isherwood에게 두번째 Media Training 및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7년 10월 26일 14:11:08 / 수정 : 2007년 10월 26일 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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