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서 PR 최고 임원이 연말을 맞아 방한을 했다. 평생 여러 글로벌 회사에서 성공적인 PR 업무를 진행 해 오신 업계에서 존경
받는 PR 임원이다. 홍팀장은 그를 위해 올해 한국 시장 PR 실적을 프리젠테이션 했다. 그 중에서 홍팀장은 여러 번의 위기관리
사례를 보여주면서 자신과 자신의 팀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위기를 관리했는지 강조했다.
사장과
함께 고개를 끄떡이던 그 분께서 한 말씀을 하신다. "아주 훌륭하다. 홍팀장. 이렇게 다양하고 때로는 심각한 위기를 그래도 그
정도 관리를 했다고 하니 경이롭다. 한가지만 묻자. 이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할 때 외부 카운슬의 도움을 받고 있나?"
홍팀장은
그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묻는다. "외주 카운슬이라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에이전시를 말하시는 건가요?" 그 임원분이
답변을 한다. "꼭 에이전시라고만 부를 수는 없고,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내부의 시각만이 유효한 것은
아니지. 위기시 조직에게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외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거야.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전문적인 조언들을 해 줄 수 있는 적절한 회사를 찾아서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거야."
사장이
그 임원의 말을 받아 한마디 거드신다. "맞아. 내 생각도 완전히 같다. 홍팀장이 리드해서 내년부터 지금까지 해 왔던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해야 하겠어. 그러니까, 외부 카운슬을 한번 구성해 보지. 좋은 생각 같아."
악마의 대변인? 예산이 문제…
홍
팀장은 알겠다는 동의를 표하고 프리젠테이션을 종료했다. 그 임원이 다른 회의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홍팀장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들긴다. "홍팀장, 굿 잡." 홍팀장이 고맙다는 제스처를 한다. 노트북을 챙겨 돌아서는 홍팀장은 고민이 앞선다. '외부
전문가를 쓰는 걸 누가 모르나. 예산이 문제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자리에서 사장님께서 동의를 하셨으니 예산 확보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팀으로 내려와 조과장에게 이야기를 한다.
"본사 지시니까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 회사를 한번 알아봐. 먼저 예산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일단 산정을 해 보고 나에게
보고해 줘" 조과장이 알았다면서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몇 일
후 조과장이 보고를 들어 온다. "팀장님, 저희 회사와 케미스트리가 맞을 것 같은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 회사들 몇 개와
미팅을 했습니다. 본사의 의견을 전했고, 일상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카운슬로서 최소한의 관계를 가져가는 데 어느 정도 fee가
필요한 지 조사를 해서 이렇게 정리를 했습니다." 홍팀장이 파워포인트에 그려진 예산 비교 챠트를 올려다본다. 답이 안 나온다.
'저 정도의 예산이 연간으로 우리 팀에 허락될 리가 없지…이건 사장님과 논의 할 사항이군…'
사장 보고
이전에 몇 개 전문회사의 임원들을 다시 불러 홍팀장이 해당 서비스 개념을 좀더 깊게 질문했다. 각 회사의 임원들 또는
컨설턴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홍팀장은 무언가 풀리지 않는 매듭을 느낀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홍팀장 회사의 내부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홍팀장이
관리했던 몇 가지 위기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욱 더 어프로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홍팀장님, 팀장님께서
지난 달에 경험하신 그 사례에 대해서 하나의 인사이트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슈의 핵심은 회사 제품이 소비자에게 분명히
'위험한' 제품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그 원인을 잘못된 언론의 보도라고 생각하시고, 언론 보도기사에 대한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셨는데요……좀더 적극적이고 하이 프로파일 포지션으로 소비자 인식을 함께 관리 하셨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홍팀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멋진 인사이트 감사 드립니다. 그 당시 저희 홍보팀 의견도 바로 말씀 주신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윗분들께서 일단 기사를 빼라 그리고 보도 내용에 대해서 일단 해명을 해라 하셔서 그 정도 수준으로 업무를 종결했었지요. 윗분들의
생각은 우리 제품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 무슨 소리가 더 이상 필요하냐 하시는 게 전부십니다. 이런 생각들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기는 기업의 철학에 대한 시험’
홍
팀장이 가만히 예전 사례들을 돌아다 보니 홍팀장이 잘못한 부분 보다는 윗선에서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신 부분이 좀 더 문제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회사의 핵심이고 그들이 예산을 감독하시기 때문에 그들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다. 내부에서 홍팀장이
아무리 그들을 설득하려 해도 조직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홍팀장에게는 한계가 존재했다.
홍팀장이
그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여러분들께서 좋은 인사이트들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솔직히 저희 회사 조직과 철학을 평가할 때는
아직까지는 저희가 외부 카운슬을 사용하고 나서 큰 효율성과 생산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가 준비가 되면 그 때
꼭 같이 하시지요. 죄송합니다."
조과장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여러 컨설턴트들이 회의실에서 떠나자 조과장이 묻는다. "팀장님, 제가 보기에는 위에다가 잘만 보고 드리면
이들 중에서 한 개 회사하고는 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맘에 안드세요?" 홍팀장이 웃으면서 답한다. "조과장, 그들이
모자란 게 아니야. 우리가 아직 준비가 안된 거야. 그렇게 엄청난 예산을 사용하면서 그들의 인사이트를 흡수하고 실행하지 못한다면
그 예산은 허비되는 거지.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우리가 좀더 개선해야 해. 우리 조직 내부에서 위기 그리고 위기관리 더
나아가서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개념과 철학 수립이 선행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 이전에 본사에서 시킨다고
무조건 외부 카운슬을 고용한다는 것은 예산 낭비지. 본사와 우리와의 차이가 그거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조과장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한다. 홍팀장은 창 밖을 내다보면서 혼자 뇌까린다. '위기는 기업의 철학에 대한
시험이야. 그건 돈으로 살 수도 없고, 교육으로 되는 것도 아니야.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해 나가는 회사가 드문 이유가 바로
그거지. 우리 회사는 아직 갈 길이 멀어…아주…'
정 용 민
-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
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위기관리커뮤니케이션 전문 블로그 Communications as Ikor (www.jameschung.kr) 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