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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2013 Tagged with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6] 위기 시, 직원들의 생존본능에 주목하라

위기 시, 직원들의 생존본능에 주목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생존본능. 자신의 생명을 방어하고 싶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본능이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모든 직원들은 각자 생존본능을 자극 받는다. 문제는 이 생존본능이 조직 차원의 집단본능으로 승화되지 않을 때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 다른 개인적 생존본능을 발휘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산으로 간다. 힘들어 진다.

기업은 많은 개인들의 집합체다. 평소 경영에 있어서도 이 많은 구성원들이 하나의 생각과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경영자들은 이해한다. 위기 시에는 어떨까? 위기 시에는 항상 생존본능이라는 이슈가 떠 오른다. 생존본능이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위기 시 모든 구성원들이 조직적 생존본능과 함께 하게 되면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는 더욱 단단해 지게 마련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과 목표에 모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기업에게 위기가 다가오면 구성원들은 각자 두 개의 생존본능을 가지게 된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조직에 대한 생존본능이 하나이고, 이 혼돈 속에서 내가(또는 우리 부서가) 살아 남아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존본능이 또 다른 하나다. 아주 우연히 조직 생존 본능과 개인적 생존본능이 일치하게 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만, 기업 구성원들 중 그런 두 본능이 일치하는 개인들은 최고경영진들 극소수뿐인 경우들이 많다.

기업 내에서 위기관리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행위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책임의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조직이 경험한 부정적인 임팩트들의 수준과 범위에 따라 사후 많은 책임들이 거론 되기 마련이다.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 처해 개인적인 본능을 내려 놓고 조직의 생존본능에만 자신의 노력을 집중할 수 있는 개인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위기 시 매뉴얼에 정해진 대로 즉각적인 보고를 꺼린다정확하게 빠짐없이 보고하고 공유하는 것에 주저한다. 때로는 개인을 위해 전술적으로 거짓말을 한다. 해당 상황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최고 경영진의 눈과 귀에 주로 신경 쓴다. 다른 부서들의 책임을 자기 부서의 것보다 크게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사후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전략적인 부분보다 가시적인 부분을 위해 더 활발히 움직인다. 최선을 다했다는 결과보다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에 성공하고자 하는 CEO는 이런 갈등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이해 속에서 이 두 가지 갈등을 가능한 제한하고 조직적인 생존본능으로 규합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감지에서 보고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때에도 일선 직원들의 생존본능을 감안하여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하는 원칙과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그에 기반해 실행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생존본능을 극도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혼동시기에 막연한 개인적인 생존본능은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규정과 책임에 의해 대부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개인적 생존본능에만 매달리고 있는 임원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최소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세부 원칙에 대해 훈육된 (disciplined) 구성원들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구성원 개인들은 막연한 생존본능에 의지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집중하게 되고, 그에 따라 규정된 책임을 나누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의지하게 된다. 규정된 대로 이렇게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스템적인 신뢰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신뢰는 일관되고 예외 없는 사후 논공행상에 기반한다. 위기를 두려워하고 창피해 하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결과를 두려워하고 창피 해 하도록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CEO가 위기 시 구성원 개개인들 마음속에 있는 생존본능과 두려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면 항상 실제 위기 시 큰 충격에 빠진다. 자신과 다른 생각들을 하는 직원들을 마주하게 된다. 머리와 가슴 그리고 손발이 따로 노는 극도로 불편한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뛰어 넘어 관리(management)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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