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주협회 기고문]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채널로서의 가치에 주목하라
정용민 /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ymchung@strategysalad.com
이제 국내 기업들에게도 기업 소셜미디어는 일반적인 활동이 되어버렸다. 일찍부터 웬만한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의 미디어로서 소셜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가졌었고, 그들 중 많은 기업들이 기업 소셜미디어를 이미 론칭 하고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부기관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책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주목 할만 하다.
대부분의 기업 소셜미디어들의 운영 취지와 목적은 ‘제품, 서비스, 브랜드, 기업명성에 관련한 CS, 홍보와 마케팅’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듯 하다. 이제 이런 기업 소셜미디어 현상은 일반적인 환경으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어 보인다. 할만한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소셜 미디어를 보유하고 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서 또 다른 과제와 고민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쳐든다. 매일같이 좋은 이야기를 지저귀는 기업 트위터와 미투데이, 매일 재미있고 새로운 컨텐츠를 공유하는 기업 블로그와 페이스북, 크리에이티브 한 브랜드 동영상 공유에 몰두하던 기업 유투브 등에게 아주 당혹스럽고 낯선 과제가 다가온 것이다. 그것은 바로 ‘위기관리’에 대한 부분이다. 만약에 (What if?)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주문이다.
만약에(What if?) 우리 기업에게 엄청난 위기가 발생한다면, 우리에게 부정적인 이슈가 떠오른다면, 극단적인 루머들이 나돈다면, 심각한 사고와 사건이 발생 한다면……그럼 지금의 우리의 소셜미디어 채널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위기 시 침묵하는 기업 소셜미디어
최근까지 기업 위기관리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기업/기관 소셜미디어들은 자신들과 관련한 위기 발생시 침묵하곤 한다. 이는 침묵하고 싶어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시 우리 기업이나 기관의 소셜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할과 책임(R&R)이 아직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들이 많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소셜미디어를 그냥 순수하게 마케팅과 홍보의 툴로서만 규정해 위기 시 기업 미디어로 활용 가능한 기회를 애써 외면하고 있기도 하다. 일부 기업 소셜미디어 운영자들은 위기시 ‘왜 우리가 애써 성장시켜 놓은 소셜미디어 자산을 훼손시키려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기업 위기와 일정 거리를 두면서 스스로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셈이다. 실무자의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기업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통합적’ 위기대응 기조에 있어서 소셜미디어가 기업과 홀로서거나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특정상황에서는 침묵해도 좋다 하지만 그것은 전략적 침묵이라야 한다. 내부적으로 위기관리 오너십의 부재라던가, 위기관리 시스템상으로부터의 소외로 인한 침묵이라던가, 소셜미디어 운영자들의 무관심이나 이기심,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실행 경험의 부재로 인한 침묵이어서는 안 된다. 이는 조직 품질에 관한 이야기다.
위기 시 딴청 하는 기업 소셜미디어
아주 일부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기업이나 기관과 관련된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직후에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즐거운 컨텐츠들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소셜미디어 현상도 목격된다. 오프라인 언론까지 떠들썩 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기업의 소셜미디어는 즐겁게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웹툰을 공유하며 자랑한다. 소셜미디어 공중들은 기업의 이런 이중적인 커뮤니케이션에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어떤 기업 소셜미디어는 위기 시 트위터와 블로그 그리고 페이스북에서의 위기대응 메시지가 각기 다르기 까지 하다. 트위터에서는 공식적인 대응문을 공유하고, 페이스북에서는 운영자의 사적인 메시지들이 더해지는 형태로 구현 되는 것을 본다. 그것이 그 조직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통합적이고 일관된 메시지의 원칙과는 분명 거리가 있어 보인다.
위기 대응이 느린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중 특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의사결정의 속력에 비례하여 그 실행 시점이 정해지고 진행된다. 실시간이라는 가치가 빛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진행되는 때를 놓쳐버린 대응은 무 대응 보다 못한 비전략적 결과를 가져오곤 한다. 이는 전사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에 있어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그 중심과 제대로 접합되어 있는가 되어 있지 않은가에 따라 그 느린 대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위기시 소셜미디어 관리 부서와 홍보부서, 마케팅부서, 기획부서, 영업부서, 생산부서 등등과의 실시간 협업이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가 한번 점검해 보라. 이런 점검 없이는 기업 소셜미디어가 항상 뒷북을 치는 위기관리 실행을 개선하기 힘들다.
위기시 소셜미디어를 통한 직원들의 사적 개입
위기 시 CEO라 할지라도 자신의 트윗을 통해 해당 위기에 개입하면 이는 엄밀히 따져 사적 개입이다. 기업의 공식적 위기관리 실행이 아니라는 의미다. 만약 해당 기업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상으로 ‘기업의 OOOO유형의 위기는 CEO의 개인 트윗을 통해 관리한다’하는 류의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 외의 경우에 CEO의 사적인 소셜미디어 개입은 매우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미디어 기자들은 기업의 CEO들이 해당 기업의 위기 시 사적 개입하는 것을 대단한 리더십으로 치켜세우곤 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기업 소셜미디어가 항상 먼저이고, 그 이후에 추가적이거나, 부연설명이 필요하거나, 메시지를 반복 강조하는 선에서 위기시 CEO나 임원들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제한적으로 허용 가능케 해야 한다. 오프라인 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와 그 맥은 같다.
일부에서는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면 여러 직원들이 자신들의 개인 트위터들을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고 소셜미디어 공중들과 싸우며 대응하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심정적으로는 그 억울함이나 사실에 대한 전파 욕구를 이해하지만, 이는 전사적 통제가 불가능하고, 공식적 위기대응 메시지와도 합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위험한 현상이다. 항상 반복적으로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알바’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를 통해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는 극히 제한된다.
해외 기업들의 선진적인 위기관리 사례들을 살펴보라. 그들은 위기 시 더욱 더 적극적으로 기업 소셜 미디어 채널들을 강화해 운영한다. 위기발생 직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공중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즉각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이다.
위기발생 직후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최대한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빈 공간은 우리 기업에게 불리한 부정적인 정보나 불확실한 루머들로 채워지게 마련이다. 특히나 소셜미디어 공간은 그 정보 수요와 공급 밸런스의 속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기업의 소셜미디어 자산을 충분히 활용해 초기부터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해외 기업들의 위기관리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벤치마킹 주제는 ‘온라인 뉴스룸’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업 온라인 뉴스룸이 바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베이스가 된다. 이 베이스를 기반으로 기업 소셜미디어들은 온라인 뉴스룸의 컨텐츠들을 확산하고 커뮤니케이션 수요를 유인해 충족시키는 위기관리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잊혀진 히스토리로서의 온라인 뉴스룸.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볼 주제가 아닐까 한다.
해외기업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성공적 위기관리 사례에서는 종종 ‘빠르다’는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리콜 발표 불과 며칠 만에 유투브에 ‘리콜 안내 동영상들’을 공개해 공유한 토요타 리콜 위기관리 케이스를 보라. CEO의 해명이나 사과 동영상 또한 위기발생 직후 업로드 되고 공격적으로 확산 공유된다. 페이스북에서는 실시간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대응 메시지들이 반복된다. 모든 소셜미디어 운영 담당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통합적으로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는 시스템의 품질에 대한 이야기다.
기업 소셜미디어는 아주 중요하고 유용한 위기관리 자산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관리 자산을 실제 위기 발생시 누가 어떻게 편제하고 어떻게 관리해서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가 하는 시스템적인 사고를 평시에 해 놓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조직의 품질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품질에 대해 고민하자. 우리 기업의 소중한 소셜미디어 자산에 이들을 어떻게 반영하고 투영할 것인 것 미리 생각하고 실행하자.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 우리 기업의 위기관리를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먼저다. 관점을 180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