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철학

6월 242008 Tagged with , , , , , , , , , 2 Responses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경계하자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경계하자
[정용민의 미디어 트레이닝]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언론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과 소비자들은 위기시 줄곧 회사의 ‘안전 불감증’이나 ‘저급한 품질관리’ ‘불결한 생산 프로세스’ ‘건강하지 못한 재료 및 함유물’ 등에 대한 대응 자세(attitude)에 대해 비판을 한다.

지난 과자, 캔, 빵, 떡볶이 떡, 소시지 등의 사례에서도 반복적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론된 것이 “왜 우리나라 회사들은 소비자들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안 돼 있나?”하는 것이다.

특히 언론에서는 “왜 소비자가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했는데, 바로 리콜을 선언하지 않았느냐?” “지금까지 쉬쉬하고 있었던 것은 문제를 숨기려 했던 것 아니냐?” “왜 제품 한 세트를 소비자에게 주었느냐? 입 막음용이냐?” “왜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가 말을 번복하느냐?” 등등 의도를 깔고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소비자 단체들은 “소비자 안전을 등한시 하는 기업은 불매운동을 해서라도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한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이나 타사 홍보임원 분들은 “이번 사례가 큰 깨달음의 기회가 되어서 어서 우리 회사들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확충하고, 그와 함께 더 더욱 품질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 좋다. 단, 이런 논의는 지난번 이야기한 것과 같이 우리 기업들이 ‘훌륭한 위기관리’의 선결 조건인 ‘훌륭한 경영 철학’이 전제되었다는 가정 하에서 실현성이 있는 비판이며 논의다.

기업의 진화 프로세스에 있어 우리 기업들은 아직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윤창출’이라는 수십 년 전 기업관에서 그리 크게 성장해 있지 않다. ‘사회 시민으로서 맡겨진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윤은 창출되며, 훌륭한 사회 시민으로서 지속적 활동을 해 나감에 따라 그 이윤은 더 더욱 극대화 된다”는 철학이 뿌리 깊게 공유되어 있는가는 의문이다.

어떻게 보면 필자의 생각에 대해 ‘정말 나이브(naive)’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필자 스스로도 여러 위기관리 프로젝트에서 이런 철학적인 벽으로 인한 한계를 피부로 느꼈었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간의 차이가 그리 많다고 볼 수도 없다. 외국 기업이라고 다 훌륭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철학과 함께 그들에게는 ‘한국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부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대증적 활동 갖고 위기관리‘잘했다, 못했다’

우리 제품 ‘전복죽’에서 개구리 뒷다리가 나왔다고 치자. 화난 소비자의 마음을 가라 앉히고, 12종 죽 세트를 선물하니 소비자가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없던 일로 처리해 준다. 조금 떠드는(?) 소비자에게는 한 50만원을 건네준다. 그래도 못 참겠다고 하는 소비자가 있으면 ‘얼마를 원하느냐?’해서 적절히 무마 한다.

자신의 신체가 이 제품으로 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제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겠다는 적극적인 소비자도 있다. 이럴 때 회사는 머리를 굴린다. (철학을 일깨우는 대신) ‘우리 회사가 사용 중인 로펌에 소송 대응을 맡기면 얼마나 들까?’ 따라서 그렇게 크게 일을 법정으로 까지 끌고 가기 싫으면 로펌의 소송 준비 서류 개발 비용만큼의 돈을 그냥 소비자에게 합의금조로 줘버리면 위기관리는 어느 정도 오케이다. (나름 신속하고, 비용효율적인 대응이다…)

이렇게 대증적 활동을 가지고 위기관리를 잘했다 못했다 거론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근본적 원인 해결과 재발 방지에 대한 실제 활동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런 대증적 치료가 근본적 체질 개선 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철학이 없는 기업에게 가장 큰 자극은 지금까지 실행했던 ‘대증적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박탈하는 것이다. 대증적 위기관리의 경제성을 박탈하기 위한 소비자 집단 소송제도의 도입은 ‘훌륭한 철학이 존재 하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전혀 다른 위기관리 패러다임을 강요하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제대로 된 훌륭한 위기관리는 그 다음부터다.

 

정 용 민

-PR컨설팅그룹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 前 오비맥주 홍보팀장
– 前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장
– ICO Global Communication, LG-EDS, JTI Korea,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들 대상 Media Training
– Hill & Knowlton, Crisis Management Training Course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 영국 Isherwood Communications, 두번째 Media Training and Crisis Simulation Training 기법 사사
– 네덜란드 위기관리 컨설팅회사 CRG의 Media training/crisis simulation session 이수

입력 : 2008년 06월 24일 10:12:19 / 수정 : 2008년 06월 24일 10:16:02
4월 072008 Tagged with , , , , , , , , , , 1 Response

김치 파르페

세스가 Meatball Sundae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세스가 자기 Meatball Sundae를 구입한 독자들과 전화 컨퍼런스를 한다는 군요.

지난 몇주간 미디어 트레이닝과 위기관리 수업을 몇 차례하고 여러 기업들의 홍보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꾸 이 세스 고딘의 Meatball Sundae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여러 문답에 있었습니다.

  • 왜 N사 홍보팀은 소비자 컴플레인이 최초 발생했을 때 부터 언론에 공개 되었을 때 까지의 한달간 Expected Q&A와 Talking Points 전략들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하는 데 실패했을까?
  • 왜 D사 홍보팀은 식약청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 왜 S사는 지렁이 빵이 자작극일 경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흥정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을까?
  • 왜 리콜을 소비자들을 ‘위한’ 하이프로파일 전략이라고 생각할까?
  • 왜 우리나라의 CEO는 위기시에 맨 앞에 나서지 않는가?
  • 왜 우리 홍보팀은 위기가 벌어지면 제일 홀로 바쁠까?

그리고 홍보 컨설팅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나면 똑같이 Meatball Sundae가 생각이 납니다.

  • 그래? 이번 신제품 컨셉이 뭐지? 어떤 차별성을 강조할껀가?
  • 클라이언트사에서 하필이면 그런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고집하시는 이유가 뭔가?
  • 실제 다른 경쟁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전혀 안 하고 있나?
  • 진짜…이 메시지가 진실인가?
  • 꼭 이 프로그램을 해야하는 이유가 사내 정치적인 이유말고는 하나도 없는건가?
  • 예산 없이 한국을 대표하는 종합지에 1면을 헐어 떡하니 나가고 싶다는 그 욕심은 이해를 하지만…왜 대기업은 돈이 많이 드는 여러 종합적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을 전방위로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적은 없나?

세스 고딘이 홀로 Meatball Sundae를 실제로 만들어 ‘Disgusting’하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저는 김치를 파르페에 얹어서 비슷한 PR적 비유를 하고 싶습니다.

위기관리나 기업의 운영에서 ‘경영철학’은 가장 중심이고, 성공의 핵심 요인입니다. 브랜드 PR에 있어서도 강력한 경영철학을 근간으로 한 강력한 차별화가 핵심입니다.

각종 마케팅 교과서가 ‘성공한 위기관리’ ‘성공한 마케팅’ ‘성공한 브랜드 PR’에 대해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해 주고 있지만, 꼼꼼히 분석을 해보면 그들은 일선의 trick을 통해서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강력한 철학이 있었고, 공유가 있었다. 우리가 환호(wow)하는 그들의 성공방식은 그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나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아무나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무 브랜드나 기회를 잘 잡아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철학이 없는 기업에게 ‘실무자들의 뼈를 깍은 단순한 노력들은’ 그냥 파르페위의 김치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습니다…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