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감지 단계2단계 정보 취합 및 분석 단계3단계 보고 및 공유 단계4단계 위기관리위원회(위기 시 최고의사결정기구) 의사결정 단계5단계 위기관리 실행 준비 단계6단계 위기관리 실행 단계7단계 위기관리 모니터링 및 관제 단계8단계 위기관리위원회 업데이트 및 추가의사결정 단계9단계 위기관리 수정실행 및 종결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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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팔 가스 사고(Bhopal disaster)는 1984년 12월 2일에서 3일 사이에 인도 보팔에서 화학약품 제조회사인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유니언 카바이드(다우케미컬이 인수)의 현지 화학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이다. 이 사고는 농약의 원료로 사용되는 42톤의 아이소사이안화메틸(MIC)이라는 유독가스가 누출되면서 시작되었다. 사고가 발생된 지 2시간 동안에 저장 탱크로부터 유독가스 8만 파운드(36톤 상당)가 노출되었다. 아직까지 공장을 관리하던 유니온카바이드사의 책임 문제나 소송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위키피디아]
최근 구미지역에서 발생한 불산 가스 누출 사고를 보면 1984년도 인도에서와 유사한 상황이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아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주목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28일 시민과 구미소방서 등에 따르면 119소방대는 사고 당시 불산 중화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물만 뿌려 희석시키는 데 그쳤다. 맹독성 화학물질인 불산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소석회 등을 뿌려야하지만 이를 구하지 못한 것. 이후 구미시가 사고 발생 2시간20여분 만인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소석회 14포대를 확보했으나 교통통제로 현장에 공급하지 못했다. [영남일보]
1. 불산가스를 중화시킬 만한 소석회를 공장내에 적절하게 배치 관리하지 않았다.2. 소방대는 일단 소석회 대신 물을 뿌려 희석 시켰다.3. 시간이 흐른뒤 구미시는 소석회 14포대를 확보 했다.4. 하지만, 교통통제로 인해 현장에는 공급하지 못했다.
1. 당시 아무런 사이렌이나 경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입과 코, 폐를 찌르는 듯한 고통 때문에 잠에서 깨었습니다.2. 참사가 일어난 날 밤에 어떠한 안전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3. 유니언 카바이드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유해한 시설을 설치해두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설계방식을 도입했으며, 치명적인 메틸이소시안염을 안전한 시설에 보관하지 않았고, 안전 체계를 방치했으며, 안전관리 직원 숫자와 교육을 줄였습니다.4. 유니언 카바이드와 현 소유주인 다우 케미컬은 그들의 책임을 부인하며, 이름 모를 근로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6. 다우-카바이드는 자신이 배출한 가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인 정보를 공개하여 의료진이 희생자를 살리게 해야함에도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7. 유니언 카바이드는 인도를 떠나며 보팔의 공장을 방치했습니다. 그 결과 버려진 수천 톤의 유해한 화학물질이 20년이 지난 아직도 주민들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다우-카바이드는 여전히 오염 정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8. 유니언 카바이드는 이러한 대재앙을 유발한 이유로 기소되었지만, 인도 법정에 서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니언 카바이드는 인도 법령에 의해 국제적으로 수배중인 도망자입니다.[Source: 네이버 오픈백과]위기는 항상 유사하다.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도 서로 유사하다.
최근 들어 기업정보보안 전문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또 몇몇 대기업 CISO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소중한 기회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을 하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와 관련 해 몇 가지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본다.
과연 Corporate Korea에서 기업정보보안 위기는 진정한 위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모르겠다’ 또는 ‘다른 기업 위기류처럼 진정한 위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1. 기업 위기라는 것이 내부적으로 공통된 정의(definition)을 전제로 하는데 기업정보보안에 대한 이 전제가 아직은 미비하다.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축구를 보자. 한 팀에 11명이 운동장을 뛰어 다녀야 하는 게임이다. 상대방까지 합하면 22명이 운동장에서 뛰며 경쟁한다. 이를 기업위기관리에 대입해 보자. 모든 기업위기에는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그들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편 축구팀으로 생각해 보자. 열 한가지 그룹의 이해관계자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운동장으로 달려 들어온다 생각해 보는 거다.
언론들, NGO들, 정부규제기관들, 검찰, 경찰, 지역주민들, 고객들, 거래처들, 일방공중들, 노조원들 그리고 경쟁사들이라고 그들 하나 하나를 칭해보자. 우리 기업은 어떻게 맞서고 있을까? 혹시 열한명의 상대방에 맞서 선수 한 명이 혼자 운동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두세 명도 충분하지는 않다. 혹시 CEO께서는 우리 골문을 지키시고 있으신지 확인 해 보자.
우리 편 각 선수들이 상대편 이해관계자 선수를 어떻게 마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평소에 자신이 마크해야 하는 상대선수에 대한 공부와 맞서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 왔는지도 물어봐야겠다. 상대의 특정 이해관계자 선수가 ‘메시’ 같은 실력이 있는 선수라면 우리도 그에 맞설 수 있는 실력 좋은 선수를 키워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위기관리라는 경기 이전에 혹시 우리 열한 명은 제대로 된 A급 매치을 몇 번이나 해 본 팀인지도 생각해보자.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라도 연습경기는 했었는지, 각자 선수기량을 키우기 위한 집중훈련은 얼마나 했었는지, 필요하다면 외부에서 실력 있는 코치나 감독을 데려와 도움을 받아보기는 했었는지 살펴보자. 우리 선수들에게 멋진 경기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적절한 예산지원은 했었나?
아니다. 더 기본으로 돌아가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어떤지 봐야 한다. 정말 상대방 팀을 이기고 싶어하는가? 자기에게 맡겨진 상대선수를 정말 이기고 싶어하는가? 정말 경기를 하고 싶어 운동장에 나와 있는가? 물어보자.
기업위기관리. 가장 흥미로운 문제 중 하나가 위기관리를 일부 부서가 전담해서 하는 현상이다. 많은 기업에서 홍보팀이 위기관리를 주로 하는 부서라고 이야기한다. 상대팀 선수는 열한명인 데 우리 팀은 한 명이 맞서는 형국이다. 공격수도 하고 수비수도 했다가 골키퍼도 해야 하는 ‘일인 다역’인 셈이다. 가끔은 두세 부서가 함께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들은 그렇게 싫어한다. 부담스러워 하고 홍보팀을 지원만 해달라 해도 인상을 찡그리면서 ‘우리가 왜 여기에 엮여야 하나?’하는 표정이다. 한마디로 경기하기 싫은 선수가 운동장에 서있는 셈이다. 경기가 잘 될 리가 없다.
기업위기시에 홍보팀만 주로 경기를 뛰게 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홍보팀이 가장 만만한 언론이라는 상대선수만 가지고 주로 마크를 하게 되는 거다. 소비자 선수나 NGO선수들이 마구 우리편 골대로 치 닿는데도 적극적으로 따라가 실력발휘를 하기 힘들어 한다. 우선 가장 실력 있는 스트라이커인 언론이라는 선수 한 명만 커버해 보자며 스스로 한계를 설정한다. 경기에서 이기기 힘든 게 당연하다.
기업위기에 대해 ‘기업이 스스로의 시스템으로 맞서라’ 하는 의미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좋은 축구팀’을 만들라는 이야기다. 좋은 선수들을 모으고, 그들을 훈련하고, 그들 각각이 어떤 상대라도 맞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실제 경기가 시작되지 않아도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해 언제든 경기를 뛸 수 있는 역량을 빨리 확보하라는 것이다.
각자의 기량을 하나로 모아 위기관리를 위한 튼튼한 팀워크를 형성해 보라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외부에서 좋은 코치들과 감독들을 불러와 팀을 점검해 보고, 실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팀의 주장인 CEO께서 벤치에만 앉아 계시기 보다는 함께 경기를 뛰면서 골대를 지키고, 선수들을 필드에서 배치해 보는 경험들을 가져보시라는 것이다.
이런 주문들은 현실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실제 기업들이 위기를 경험하고 이에 맞서 관리를 시도하는 상황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자. 많은 부서들 대부분이 실제 위기관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관리에 임할 진정한 자세도 일부는 부족하다. 일단 위기관리에 투입되었으니 어떻게든 해 보자 각자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활동한다. 기업의 많은 대이해관계자 채널들이 방치되거나 수습되지 못한 채 열려있게 된다. 부서 각각이 하나의 의견을 모으거나, 주변 부서들이 현재 어던 위기대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들도 많다. 정보도 일부에서만 유통되고, 공유되지 못한다.
CEO께서는 각 부서의 이야기만 홀로 들으시면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들도 있다. 통합적인 실행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위기가 발생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과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기업은 그 안에서 침묵하거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본다. 이런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좋은 축구팀’의 비유를 다시 한번 기억해 보자. 내가 일하고 있는 기업에 그런 좋은 위기관리 그룹이 존재하는지 돌아보자. 완전하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좋은 위기관리 그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자. 매번 돌아오는 중요한 위기관리 경기에서 매번 대패하거나 기권패하거나 중간퇴장 당하는 수모를 더 이상 겪지 말자. 좋은 팀이 기업 위기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The PR 기고문
정용민의 Crisis Talk
군대에 비유해 보자. 이등병은 보초를 서고, 청소를 하고, 총을 잘 쏘고, 지도를 보는 방식을 빨리 배우고 싶어 한다. 소대장은 소대원들을 리드해서 작전계획에 정해진 대로 진지를 구축하고 전시에 사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사단장은 연대병력들을 어떻게 운용해 사단에게 맡겨진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 위로는 사단들을 편제하고 관제해서 지역을 방어하고 공격의 기회를 찾는 레벨의 장군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 육군과 해군과 공군을 편제하고 통합하며 협업하게 하는 레벨의 장군과 책임자들도 존재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레벨에 따라 위기관리 니즈는 각기 다르다. 홍보실을 비롯해 위기관리 실행을 하는 모든 부서 일선들의 니즈는 ‘만약 OOO같은 위기가 발생 했을 때 나는 어떻게 상부에서 하달되는 임무를 수행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그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OO일보 산업부장을 좀 아시나요? 부정적 기사에 대해 좀 말씀 좀 나눌 수 있었으면 해서요” “OOO방송 쪽 선이 닿는 분이 좀 있나요? 이번 OOOO고발 프로그램 때문에 그런데요.” “OOO 포털에서 뉴스 기사를 좀 아래로 밀어내는 서비스를 소개 해 주실 수 있을까요?”하는 현실적 일선의 니즈들이 그들에게는 전부다.
그러나 일선 팀장급이나 책임 있는 매니져가 되면 기업위기관리에 있어 니즈는 약간 달라진다. 위기발생 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팀의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는 체계에 대해서도 신경 쓰게 되고, 어떻게 상위 담당 임원에게 적절한 정보와 인풋을 드려 위기 시 자기와 팀의 성과를 인정 받을 수 있는가도 고민 대상이다.
“평소 이해관계자 분석이나 맵을 마련해 놓고 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 홍보팀 내 역할들을 좀 나누어야 하겠어. 저번 위기 때 너무 몰려 다니면서 우왕좌왕했던 것 같아”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정보는 나에게 직접 보고해! 정리하지 말고 일단 구두 보고 하도록 해! 내가 취합해서 O상무에게 실시간 보고할 수 있게 지원해 줘” 이런 요청들을 안팎으로 하게 된다.
그 상위 임원들은 어떤 니즈를 가질까? 임원들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으로 최고 의사결정과정을 함께 하게 된다. 아래로부터는 가장 빠르게 실시간으로 위기관련 정보를 보고 받는 체계를 필요로 한다. 또한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결정된 전략과 실행 명령을 가장 정확하게 실행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하부 조직 체계를 꿈꾼다.
“OOO이나 OO같은 형태의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팀들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나? 대응들이 가능하지 우린?” “영업일선에서 올라오는 상황보고가 우리 팀들에게도 공유가 되나? 내가 임원회의에서 보고 받는 것 이외에 일선간에 어떤 공유 체계는 없어?” “자꾸 위기관리를 맨땅에 헤딩하는 형식으로 하지 말고 좀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어? 어떻게 생각해 O팀장?” 이런 식의 니즈와 요청들이 일반적이다.
CEO를 비롯한 최고임원들은 또 어떤 니즈를 가질까? 이분들의 니즈는 좀 더 큰 내용과 개념을 담기 마련이다. 반면 일선에서의 어려움이나 한계 그리고 현실적인 실행방식에 대해서는 그리 깊이 있는 관심이나 주목은 없게 마련이다. 이분들이 생각하는 위기관리는 ‘우리 조직이 최선을 다해 하나로 움직여 일사불란한 대응을 보여주고, 최악의 위기 시에도 최선의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O상무, 경쟁사 OO사의 이번 위기사례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가?” “내가 어제 OOO컨퍼런스에 갔어 들었는데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O상무 그런 시스템 좀 컨설팅 받을 곳을 알고 있어요?” “O상무, 어제 9시 뉴스는 뭐예요? 왜 그런 보도가 요즘 자꾸 나오지? 뭐 하는 겁니까?” 이런 식의 니즈를 보여준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 체계를 이야기 하면서 주장하는 방법론들에는 이런 기업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현실적인 니즈들을 골고루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느 한 레벨의 니즈를 충복시키기만 하면 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CEO에게 ‘부정적인 기사 빼는 방식’을 설명하는 컨설턴트는 ‘무능한 컨설턴트’로 비춰진다. 반대로 일선 직원들에게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설명하면 그 컨설턴트는 ‘아카데믹 한 사람’으로 비하(?)된다. 매우 어렵다.
일부 기업내부에는 임원이 일선 직원들이 가져야 할 고민을 아직도 품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일선의 대리나 과장급이 임원들이나 최고경영자들의 고민을 대신 해 주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경우들에도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그 해당 기업의 니즈를 일반화 해서 컨설팅 해야 한다. 매우 어렵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대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성공전제조건은 ‘우리 스스로 어떤 위기관리 시스템을 그리고 있는가?’하는 명확한 니즈의 존재 여부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이 원하는 자동차는 아이까지 식구가 5명이니 넉넉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출퇴근 보다는 장거리 주말 여행에 적합한 형태였으면 합니다. 또한 짐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었으면 하고, 아이들이 오르고 내리기에 적절한 높이의 바디 높이를 가졌으면 해요. 당연 연비도 상대적으로 좋았으면 하고, 가격대는 5000~6000만원 선이었으면 합니다. 수입 브랜드면 더 좋겠지만 꼭 수입이 아니어도 됩니다.”는 정도의 정확한 니즈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내 여러 레벨의 니즈들과 시각들 그리고 정의들과 현실들을 모두 통합 해 적절한 니즈를 찾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의 시작이다. 그렇게 보면 “그냥 있잖아요. 위기관리 시스템. 어떤 시스템들이 있는지 좀 보여 줘 보세요…”하는 니즈는 아직 준비된 니즈가 아닌 셈이다.
다양한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들을 하나 하나씩 들여다 보자. 재미있는 증상들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위기 발생 시 CEO께서 여러 이유로 위기관리에 관여하지 않으시는 상황이다.
증상: 위기시 해당 기업은 전혀 움직임이나 대응이 없다. 무언가 고민하는 것 처럼 보이는 데 내부나 외부로 공유되는 아무런 커뮤니케이션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중소규모의 회의들만 계속되고, 실무자들은 상황보고를 위한 문서작업으로 시간을 보낸다.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선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도 없는 상황.
두번째는 CEO가 직접 위기관리는 지휘하시는데 위기관리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아 전략적인 의사결정과 통합적인 실행이 힘든 상황이다.
증상: 부서장들이 CEO에게 따로 따로 각각 보고한다. CEO 룸 바깥에 각자 보고하기 위해 줄을 선다.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내부 구성원들은 아무도 모른다. CEO 혼자만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 부서들은 CEO께서 단편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한다. 부서간에 다른 부서의 활동이나 메시지를 서로 모르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회사가 중구난방의 위기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는 위기관리 실행을 담당할 부서들의 R&R(역할과 책임)이 배분되지 않은 상황이다.
증상: 이해관계자 접점들은 모두 열려 있는데 이를 통해 실제 실행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론은 부정적인 기사들을 마구 써대는 데 그에 대한 대응이 힘들다. 아무 임원이나 아는 데스크들을 만나고 다닌다. 정부기관에서 회의를 하자고 하는데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미팅을 미룬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가 워룸에 모여서 무언가는 하시는데 일선에 명령이 떨어지거나 실행이 진행되는 것들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일부 이해관계자 접점에서는 당황스러운 각개 전투가 벌어진다.
네번째는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관리 개념이나 체계가 없는 상황이다.
증상: 불만제로나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이 매장이나 상담사, 지점이나 공장을 마구 방문해 취재해 간다. 일선에서는 기자들이나 PD들을 밀치고, 때리고, 욕지거리를 한다. 마음대로 인터뷰 해서 회사에 임팩트를 준다. 본사에서는 무언가 열심히 논의를 하는 듯 보이는 데…일선에서는 마구잡이 방어 본능이 판을 친다. 외부에서 보면 해당 회사가 마치 실성한 것(정상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런 회사가 오래 갈 수 있지?”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다섯번째는 최근에 목격되는 상황인데, 회사에 기업소셜미디어 채널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해도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상: 오프라인에서의 기존과 같은 위기관리는 어느정도 되어가는 것 같은데, 소셜미디어상에서 어떤 위기가 발생하면 손을 놓게 된다. 마땅히 대응할 채널도 없고, 윗분들이 이해도 못하시고, 심지어 우리의 공식 SNS 채널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권자들이 실시간으로 알지도 못한다. (가끔 핵심 임원 자제분들이 SNS 모니터링을 해서 아버지에게 보고한다!) 소셜공중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하려 하고, 오프라인 언론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내서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미쳐보려 시도한다. 일부는 그러다 위기가 지나가면 그 후 부랴부랴 소셜미디어 채널을 만들고,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강의를 듣는다.
여섯번째도 최근 종종 목격되거나 시도되는 상황인데, 기업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기존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과 완전하게 분리되어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따로 온라인 따로 소셜 따로인 느낌이다.
증상: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이 완전하게 병합되지 못해서 따로 따로 움직인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을 위기관리 전문가가 아닌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이 설계하고 구축한다. 대부분의 체계가 실행 중심이고, 비법(!)이 판을 친다. 공학적으로 모니터링하려하고, 연구자 처럼 분석하려 시도한다. 바이럴과 밀어내기 그리고 좀비 계정들을 활용하는 밑작업을 한다. 문제는 위기시 이런 모든 활동들이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결정된 전략이나 포지션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부분이다. CEO나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소셜상에서 우리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정상적인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얼개다.
CEO와 위기관리 위원회, 위기 실행을 위한 명확한 주관/유관팀의 존재, 오프라인과 온라인 이해관계자 접점에 대한 창구정리 및 통합적 실행이 진행되는 구조다. 소셜미디어 위기관리 시스템도 평시와 위기시 완전히 변환(convert)되는 통합적 체계로 기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에 병합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의 경우 빠르다. 그리고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이 이해관계자 접점에서 대부분 그대로 구현된다. 모든 이해관계자 접점의 창구들이 유기적으로 통합적으로 협업된다. 외부에서 보면 일사분란하고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이상의 일곱가지 상황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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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회사 스스로 위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definition)을 내리는 작업이다. 모든 기업은 위기에 대해 각기 다른 정의를 가진다.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스스로 위기관리 이후 성패를 판정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은 비즈니스의 연력이 흐름에 따라서 진화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때때로 실수를 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위기를 맞는 경험들을 일정기간 반복할 수는 있다. 문제는 진화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위기에 대한 정의는 그 수준이 상당히 조악하다. 일부 진화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위기란 정의 조차 없는 경우들도 있다
어떤 기업은 외부로 표현되는 위기에 대한 정의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정의가 다른 경우들도 있다. 외부로는 ‘자사가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 커뮤니티, NGO, 정부, 투자자, 직원들, 공중들’과 관련된 부정적인 상황이나 이슈를 ‘위기’로 정의하면서도, 내부로는 ‘우리의 이익’과 관련된 것만을 ‘위기’로 생각한다.
당연히 이 경우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자신의 이익이 상호 충돌 할 때에는 이미 공유된 위기 정의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앞으로 내세우며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폄하하는 우를 범한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방어하는 것’이 위기관리라 생각하고 있는 이유다.
기업이 정의하는 위기에 대한 생각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경영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영철학이란 TV광고에서 매일 외쳐지는 멋들어진 카피나 이미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 구성원 전원을 아우르고 있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실천철학이다. 구성원들이 함께 바라보는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생각과 원칙, 품질에 대한 생각과 원칙, 서비스에 대한 생각과 원칙, 사회성에 대한 생각과 원칙들이 일관되게 공유되고 실천되면서 강화되는 실천적 구조를 띈다.
이러한 실천적 경영철학의 깊이는 해당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아주 정확하게 드러난다. 평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고객 사랑을 외쳐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대규모 가격 담합을 저지른 기업이 있다고 치자. 핵심 이해관계자인 고객들은 갑작스럽게 인지부조화에 빠지게 된다. ‘저 회사가 왜 이런 몹쓸 짓을 저질렀을까? 우리를 사랑한다면서 무엇 때문에 이 회사는 우리를 농락했을까?’하는 일반적인 고객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이 회사는 이런 고객들의 의아해함과 실망들을 과연 ‘위기’로 정의할까? 아니면 내부적으로 ‘이번 가격담합건에 대한 크게 쟁점화되는 것’ 자체를 ‘위기’로 간주할 것인가? 만약 전자와 같이 회사가 가격담합이라는 반고객 활동을 실행했을 때 고객들이 가질 수 있는 의아함과 실망 등을 ‘위기’로 정의했다면 ‘가격담합’이라는 기업 범죄는 처음부터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당 회사의 경우에는 후자의 정의, 곧 ‘가격담합건에 대한 쟁점화 여부’만을 위기로 간주하고 관리 고심했기 때문에 별반 죄의식이나 대고객인식의 비중이 적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진화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위기를 양산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기업 스스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잘 못되어 있는 경우들이다. 외부적으로는 위기에 대한 멋진 정의를 뽐내면서도 안으로는 다른 정의에 매달려 있는 기업들이다. 기업 철학에 있어서도 그 실천력이 상당수준 떨어진 기업들이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 별반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평판이나 신뢰보다는 매출과 이익이 우선시되는 기업들이다. 다른 이해관계자들보다 우리가 더 중요하다는 유아적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다.
필자는 기업을 종교단체 수준으로 정화해 운영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CEO에게 성직자가 되라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 모두가 극한의 선을 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말하고 있지 않다. 필자와 많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한 생각으로 바라는 것은 ‘기업 당신이 스스로 우리에게 이야기해 왔던 대로만 위기 시 실천하라’하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기업 내 시스템은 사물이나 형태가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시스템은 곧 사람이고, 그들 각각에 들어 있는 ‘what to do’에 대한 생각들의 조합이다.
따라서 시스템을 사온다는 말이나, 시스템을 (뚝딱!) 만든다는 말은 사실 의미가 맞지 않는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에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이러한 체계가 공유 될 수 있느냐’ 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시스템(system)’이라는 단어보다 ‘체계(體系)’라는 정감 가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려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흡사 IT시스템을 생각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도 있고, 마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잘 포장된 박스에 담겨 팔리는 공산품처럼 느끼는 분들도 있어서 한마디로 ‘체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
인하우스의 위기관리 매니저 입장에서는 업무의 단순화 효율화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기 때문에, 이 체계라는 것을 좀 어떻게 한번에 구입하거나, 단순하게 가져다 심으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해본 분들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더 현실적인 위기관리 매니저들의 고민은 ‘체계가 곧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고, 공유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핵심이 있다’하면 스스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을 반신반의하는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체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게 되는 이유가 ‘그들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커뮤니케이션’과 ‘공유’ ‘협업’에 대한 자신을 강하게 갖지 못한다는 부분이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가 한다.
홍보부서에서 오랜 일을 한 분들일 수록 스스로 자신의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있어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을 ‘출입기자 또는 언론 관련 이해관계자들로 한정’하고 있다면 이 부분은 이러한 체계 구축 과정상 분명한 걸림돌이 된다. 심지어 “왜 홍보팀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라는 직접적인 질문을 받을 때는 상당히 어렵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위기관리 매니저들에게는 실제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내 역량이 있다. 기업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션과 콜래보레이션에 일정기간 이상 익숙해야 하고, 이를 스스로 자기 부서의 직무기술의 중요한 핵심으로 정립하는 사전 역량이 그것이다.
기업의 대소와 사업분야를 막론하고, 인하우스 내부의 위기관리 매니저가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못하고, 내부에서의 코디네이션을 낯설어 하며, 협업에 대해 자신이 빈약한 경우에는 해당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성공하는 비율이 매우 희박하다는 경험칙을 가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관리 매니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말 그대로의 ‘시스템’으로 납품을 받지만, 그 ‘시스템’은 그냥 시스템으로 조직내부에서 아무런 생명력을 가지지 못하고 책장이나 서랍 속으로 사라진다.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었어?” “위기관리에 대해 우리가 언제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했었나?”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런 류의 기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끊임 없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와 협업을 이끌어 내는 그 과정과 마지막 결과물이 곧 체계다.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커뮤니케이션 해야 겨우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기업 위기 매니져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
스트래티지샐러드가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진단 캠페인을 실시합니다!
제가 대표로 있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는 9월 26일부터 3주간 위기관리 시스템에 관심 있는 기업들의 신청을 받아 선정된 기업에게 ‘위기관리 시스템 진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스트래티지샐러드의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진단 캠페인’ 취지는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와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기업들을 사회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캠페인은 스트래티지샐러드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 재능 기부 활동의 일환입니다.
기업들의 캠페인 신청조건은 국∙내외 기업들 중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혹은 강화에 관심 있는 기업, 평소 위기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기업, 잠재적 위기요인을 보유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 과거 위기 시 위기관리 시스템 상의 문제를 경험한 기업들이라면 모두 가능합니다. 단, 정부 및 공공기관은 이번 캠페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신청기간은 9월 26일부터 10월 14일까지 총 3주간이며 내부 심사규정에 따라 1차로 1개 기업이 선정됩니다. 선정 결과는 10월 21일에 해당 기업 담당자에게 개별 고지됩니다. 선정된 기업은 12월 말까지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진단 및 구축 프로세스 전반을 무료 컨설팅 받게 됩니다.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진단 캠페인’은 2011년 1차를 시작 매년 최대 3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해 갈 계획입니다. 자세한 프로그램 개요와 신청방법은 스트래티지샐러드 홈페이지(www.strategysalad.com) 캠페인 안내 정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전력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많은 관련 기관들은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다. 했다고 했는데 너무 늦었다.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문제는 항상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만 제대로 했었다면 국민들이 이렇게 패닉에 빠지고, 이렇게 분노하지는 않았다.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공사에는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엘리베이터에 시민들이 갇히면서 전국적으로 400여 건의 구조 요청이 쏟아졌다. 신호등이 꺼진 차로에는 경찰들이 나와 수신호로 차량들을 운행시켰다. 놀란 국민은 집과 사무실을 뛰쳐나와 “테러가 발생한 것 아니냐”라며 불안해하기도 했다.[동아일보]
하지만 지경부, 한전, 전력거래소는 문제의 핵심을 상황관리 부분에만 한정해 바라보는 듯 하다.
최 장관은 전날 서면으로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자료에서 “오늘 전력수급 상황이 급변할 것을 예측하지 못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순환 정전(단전)이라는 불가피한 조치를 하게 됐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지경부 장관이 발표한 서면 사과문에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어’라는 표현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더 큰 불편과 분노를 발생하게 만든 이유 (커뮤니케이션의 부재)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한전 측은 문제의 핵심인 ‘사전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및 실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순환정전 실시 1시간 전에라도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지역마다 전력상황이 다른데다 전력소비량 역시 매 순간 변하는 만큼 전력 예비율을 감안해 이를 미리 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대변인으로 보이는 창구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라는 해명을 하고 있다. 위기 시 위기관리 주체가 ‘사실상 OOOO은 불가능했다’라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는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고백과도 같은 메시징이다. 또한 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라는 메시지는 ‘앞으로도 또는 지금이라도 동일한 커뮤니케이션 실패가 반복 될 것’이라는 아주 실망스러운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해할 수는 있다 해도 대변인으로서 전략적이지 못했다.
하단 보도를 보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내부 매뉴얼을 따르는 것에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경부 장관에 보고를 명시한 대목은 거론하지 않고는 전력거래소가 지경부와 협의하게 돼있다는 설명만 곁들이면서 그것이 지켜지지 못해 유감이나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지경부 고위관계자는 이날도 “더 큰 대단위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급박한 상황에서 제한 송전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정황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전반적인 지경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의 포지션을 보면
1. 일단 블랙아웃이되는 최악의 상황은 방지했으니 위기관리에 실패하지는 않았다.
2. 일부 사전 고지에 대한 불만들이 있지만, 주요사업체들에게는 사전 고지를 했으며, 일반 가정과 같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불특정다수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고지는 시간관계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와 같이 해석된다. 상황관리에 성공했으니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은 그냥 이해해 달라는 포지션이다.
위기 시 기업 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경험들을 기반으로 이번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원인들을 유추해 본다.
1. 이번 순환정전을 조치한 프로세스로 볼 때 모니터링, 상황파악과 의사결정은 한 개의 라인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상황관리에 빠르게 잘 대처했다는 자평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소한 의사결정 라인상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제외되어 있었거나, 활동에 현실적 제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매뉴얼 상에서도 내부 의사결정을 위한 보고라인에 대한 명시는 존재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커뮤니케이션 주관 주체에 대한 명시는 어느 정도 세부적으로 기술되어 있었는지 궁금하다.
지난 농협사태를 시작으로 대규모 소비자/고객 불편 사례들이 발생할 때 마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그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았다. 평소에 흔하게 스팸을 날려대던 SMS(휴대폰 단문 메시지)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이용하지 않았다. 이런 비상식적인 커뮤니케이션 단절이 일어나는 이유는 시스템/매뉴얼상으로 위기 발생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부서가 특정하게 정해지거나 오너십 배분이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위기시 커뮤니케이션 할 채널을 평소에 고민하지 않고 위기를 맞기 때문이다.
3. 너무 급박하여 사전 고지의 시간/여유가 없었다는 메시지도 일부 이해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후 즉, 순환정전 직후 커뮤니케이션에는 또 왜 실패했는가 하는 점이 의문이다. 전력거래소는 순환정전 지시 2시간후인 오후 5시경에 기자들에게 자료를 보내 몇 단어가 안 되는 짧은 공식입장을 전했다.
왜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메시징이 늦었을까? 앞의 모든 시스템적 요인들과 함께, 지경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등의 많은 이해관계자들끼리의 협업 시스템 중 어딘가에 병목이 벌렸거나, 프로세스들이 비효율적으로 정체되는 경우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식적으로 보아 이렇게 짧은 상황 서술형 메시지가 이렇게 뒤늦게 공개되는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4.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전력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 아니라는 일부 시각도 이해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주체는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점에 있을 수록 그 책임감이나 중요도는 높아진다. 생각해보라 전기가 갑자기 나가버리면 어떤 조직을 국민들이 생각할까?) 다른 주요 위기관리 주체들 중 어느 누구도 위기 시 활용 가능한 주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지 못했다. (전통적 언론이 유일했으나 그 나마 늦었다)
위기발생시 최근 반복적으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주목 받았던 트위터 조차도 보유하지 않았다. 홈페이지는 이내 다운되었고, 팝업 커뮤니케이션은 불가능했다. (사실 위기 시 홈페이지가 다운되지 않으면 그건 A급 위기가 아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채널 설계에 있어 모든 홈페이지와 모든 핫라인을 불통된다는 전제를 가지고 더 크고 다양한 채널을 추가 설계해야 한다) 핫라인도 일부 불통을 겪었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은 이 모든 위기관리 주체들이 침묵하고 있다 간주하기 마련이고, 더 큰 패닉에 빠지게 되는 게 당연하다.
5. 조직 내부에서도 별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아직 공유하지 못하는 듯 하다.
이번 정전사태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의 실패였다. 순환정전을 결정한 직후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협업 시스템이 시급하다. 그 보다 먼저 내부적으로 상황관리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관리를 해야 더 큰 재앙을 가져오지 않는다라는 공감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바보처럼 자꾸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