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식품 기업들 그리고 대형 그룹사들의 연이은 ‘위기’ 발생으로 이쪽 PR업계에서는 ‘위기관리 서비스’ 수요가 대폭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련의 상황들을 목격하신 기업 경영진분들의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셨고, ‘남의 일 같지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몇개 상황은 정확하게 ‘위기’라고 단정 짓기에는 약간 찜찜한 케이스들이 섞여 있다. 기본적으로 ‘위기’와 ‘범죄’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사건이나 이슈의 본질이 다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 또한 확연하게 달라야 한다.
물론 인하우스의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일 가능성이 많다. 위기를 ‘부정적인 이슈 및 사건’으로 해석해 놓은 위기관리 매뉴얼에서도 그런 생각을 구경할 수 있다.
PR이나 이슈관리, 위기관리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은 절대 흔들리지 않아야 할 전제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주체인 기업이나 조직이 올바르다(right)’는 전제다. 기업의 실수나 부주의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비록 이번 사건이 있었지만…우리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옳은 생각(right thinking, mantra)이 커뮤니케이션의 근간이다.
“아이..시끄럽게 생겼네. 재수가 없어. 거 소비자 하나 지독한 놈 만나가지고 여럿 고생하네..” 이런 생각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면 진정한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 도리어 이런 생각을 깔고 커뮤니케이션 하면 오디언스들은 자연스럽게 그 나쁜 생각을 느끼게 되고 위기는 더욱 더 심각하게 전환된다.
더구나…기업의 범죄일 경우에는 할말이 없다. 위기관리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 회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법적인 처리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위기는 ‘관리’를 통해서 ‘더욱 완전한 회사’가 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른 기업에게는 ‘이런 회생의 기회’를 줄 수도 없고, 주어서도 않된다.
일본의 유끼지루시 식품이 미국산 쇠고기를 일본산 쇠고기로 repack을 해서 팔려다가 적발이 됬었다. 옳바른 생각을 가진 기업이라면 ‘위기관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옳바른 생각’에 기반한 것이 아닌 ‘범죄’였다. 옳바른 사회라면 이런 범죄 기업에게는 ‘회생의 기회’를 박탈해야 한다. 일본 사회는 이러한 생각을 현실로 옮겼고, 이 회사는 도산했다. 어떻게 보면 이 사회의 결정은 사회차원의 ‘위기관리’라고 본다.
모 회사가 가입자들의 정보를 가지고 장사를 하다가 적발되었다. 분명 기업의 범죄다. 옳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 기업에게 지금 어떤 ‘위기관리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가?’하는 질문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회적인 위기관리에 대한 물음에만 답변을 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