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어 아픈 몸을 추스르면서도 주변 지인들과 저녁을 하고 있는데 한가지 공통적 트렌드가 하나 있다. ‘아이폰.’
나이가 서른이건, 마흔에 오십인 분들도…아이폰을 가지고 나온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폰은 문제가 아니고, 그걸 새로 구입해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다. 🙂
서로 아까운 시간. 상대를 위해 할애하면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나는 자리 아닌가. 근데
그 자리에서 상대방 얼굴을 보며 대화에 참여하는 시간보다 아이폰 액정을 내려다보는 시간들이 각자 점점 많아진다.
어제 같은 경우도 각기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네 명의 지인들이 만나 저녁식사를 했다. 일정시간이
지났을까? 아이폰을 하나씩 꺼내더니 액정들을 각자 들여다 보고 있다.
마치 숙제를 하는 초등학생들처럼 열심이다.
고기는 지글지글 타가는데 누구 하나 고기를 돌려 굽는 사람은 없고…술잔은 덩그러니 비어있다. 테이블 위에 모인 각자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액정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질을 한다.
“쯧쯧…다들 중년 아저씨들이 이게 뭔 시츄에이션인가?”
다들 킥킥댄다. 아이폰을 사귀는 중년들은 만날 때마다 항상 자신들이 재미있어 하는 어플들을
손수 보여주겠다 고집한다. 어제는 국제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미국, 일본, 한국을 2주 간격으로 돌아다니는 한 사장이 나에게 “당신…이 어플 알아?
라면 맛있게 끓이는 타이머 어플이야. 다 있어…끓일
수 있는 라면들이…”
와이프나 비서들은 뭐하나. 사장님이 아이폰 어플 켜놓고 라면 끓일 동안? 그리고 그 분이 라면을 끓일 시간이나 있나?
어제 그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중년들이 참 삶에 재미들을 못 느끼는 구나 생각 한다. 얼마나
사소한 재미들에 목말랐으면 아이폰 액정 속 장난감들에 킥킥대고 추운 베란다에서도 홀로 즐거울까?
“요즘 제일 편한 마케팅, PR담당자를 꼽으라면 아마 애플 담당자들이 아닐까?”했다. 이렇게 중년소비자들이 서로 마케팅과 PR을 해주니 말이다. 그들이 할 일을 중장년 아저씨들이 다 해주니…
이제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폰 없는 사람들을 일정기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다.
사람 냄새가 없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