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3월 292013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이코노믹리뷰 기고문 3] 항상 최악은 감안하고 있는지 질문하라

CEO들을 위한 위기관리 가이드라인 50 – ⓷
 
어처구니 없는 블랙스완(black swan)을 고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스스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들은 필히 확인해 대비하자. 최악을 알고 있음에도 공론화 않고 대비하지 않는 습관을 버리자. 최악을 대비하되, 절대 최선에 대한 기대는 버리지 않는 기업문화. 최고경영자(CEO)의 올바른 질문이 핵심이다.
 
 
 

항상 최악은 감안하고 있는지 질문하라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어처구니 없는 블랙스완(black swan)을 고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스스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들은 필히 확인 해 대비하자. 최악을 알고 있음에도 공론화 않고 대비하지 않는 습관을 버리자. 최악을 대비하되, 절대 최선에 대한 기대는 버리지 않는 기업문화. CEO의 올바른 질문이 핵심이다.

영국속담에 최선을 기대하며, 최악에 대비하라 (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일부는 부정적 반응들을 보인다. 특히 경영자들은 낙관주의적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비관주의자가 돼버리면 회사가 어떻게 되겠느냐 한다.

정확하게 새겨야 할 표현이 있다. 분명히 최악을 대비하라는 주문 앞에 최선을 기대하라는 표현이 있다. 낙관주의의 기본을 놓지 말라는 의미다. ‘최악(the worst)’이란 의미도 그렇다. 흔히 최악을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어처구니 없는 블랙스완(black swan: 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기업 위기관리에서 최악에 대비하라하는 주문은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에 있어 각 부문별 역할과 책임(R&R: role and responsibility) 배분을 전제로 한다. 배분되어 있는 부문별 역할과 책임은 해당 부문이 리드해 관리해야 할 위기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가능하게 한다. , 스스로 리더십을 가지고 관리해야 할 위기를 해당 부문이 미리 알고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시스템에서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은 좀 더 정확한 모습을 가진다. 해당 부문 구성원들은 물론 전 직원들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최악을 그리게 된다. 특정 업무분야에서 일정기간 재직한 부문 구성원이라면
‘A라는 위기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이런 이런 것이다는 공감대를 가진다. 이런 공유된 예측 가능한 최악을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현실은 어떤가일부는 이렇게 간단한 최악을 예측하는 습관이나 훈련도 부족해 보인다. 외부에서 “OO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듯 한데요. 어떠세요?”라 질문하면, 그런 실무자들은 그럴 일은 없어요라는 식으로 단정지어 답변 한다. “그래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잖습니까?”라 재질문하면, 그들은 뭐 굳이 상상 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라 답변한다.

하지만 위기란 확률에 기반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더더욱 경계해야 하는 것은 실무자들의 설마또는 별로라는 주관적 느낌이다. 이는 평소 실무적으로 최악에 대한 예측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거나, 심리적으로 꺼리는 고질적 습관 때문이다.

또한 다른 실무자들은 경영진 앞에서 최악을 이야기하면 자신들의 업무 능력이 저평가되지 않을까 두려워해 최악을 거론하지 않는다. 항상 최선책의 제시에도 경영진들은 의심을 품고, 조바심을 내는데, 최악에 대한 예측과 설명을 곁들이면 살아 남을 프로젝트가 있겠느냐 생각한다. “막상 시작되면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든 다 관리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 경영진들에게 부정적 느낌을 줄 필요가 있나요?”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는다.

이렇기 때문에 CEO로서 위기관리에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최악은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가?” 습관적으로 질문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실무자라면 대부분 최악의 상황을 마음속으로 미리 예측하고 있다. , 경영진 앞에서 깊이 설명하기 꺼리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이를 질문을 통해 확인 해 주는 것이 위기관리에 강한 기업과 기업문화를 만드는 CEO의 습관이다. 그들로 하여금 최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해 주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설명하는 데 있어 자신감을 갖게 하자.

임직원들로 하여금 ‘CEO께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항상 확인 하시니, 문제 발생이 가능한 상황들을 예측해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들을 강구해 보고하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자.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 이런 프로세스와 사고방식은 구조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 발생 직후 혼란한 시기에도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전사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구체화 할 수 있다발생 한 위기와 관련 해 각 부문들이 그려내는 최악의 상황들을 하나로 모으면 전사적인 최악의 상황을 목도할 수 있게 된다.

최악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한 대비는 당연히 가능하게 된다. 더 나아가 그러한 예측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많은 위기관리 활동들로 상황에 적극 개입하게 된다. 결국 예측 가능했던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부는 불행히 최악의 상황을 맞더라도 이에 대비한 플랜B(비상계획)를 가동할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준비될 것이다.

최악을 이야기하는 느낌은 누구에게나 불편한 감정이다. 특히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미리 불편한 생각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우울하게 까지 한다. 이해한다. 하지만, 최선을 기대하며 최악을 준비하는 것은 CEO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습관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인해 최선에 대한 기대 조차 종종 포기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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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2012 Tagged with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원전 위기관리,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고리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연합뉴스, 2012. 5. 30.]

오랫만에 위의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위기관리 시스템 관련 인사이트를 정리 해 본다.

1. 지침서(매뉴얼)에는 이를 위반할 때 가해지는 명확한 불이익을 조직원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운영기술지침서상 비상발전기를 즉시 수리해야 함에도 이들은 2월13일부터 예정된 정기점검때까지 고장상태를 방치했다.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정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일반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위기관리 매뉴얼에는 ‘강제조항’이 부족하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참고서일 뿐 중요한 법전이 아닌 형식의 매뉴얼이다. 강제 조항 또는 사후 처벌규정이 없는 매뉴얼은 일반 사용설명서와 다름이 없다.

2.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위기’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사내에서 다시 규정해야 한다

이번 케이스에서 이 ‘강제조항’의 부재 보다 더 문제인 것은 매뉴얼에서는 ‘즉시 수리’를 명령하면서도, 담당자들은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담당자들의 자세의 문제로만 한정할 수 없다. 조직 전반적으로 ‘위기’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 조직 전반이 정의하는 ‘위기’라는 것이 ‘원전사고로 인한 인류 재앙’인 것인지 ‘고장이나 사고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인지 확실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모든 조직원들은 위기시 자신에게 가장 큰 위기를 ‘인사상 불이익’으로 본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 정전사고 당일 오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사고 발생시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보고 인사상 불이익 등을 두려워해 보고를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심지어 화사가 망하거나, 브랜드가 망가지거나, 매출이 고꾸라지거나, 소비자들이 죽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일단 조직내에서 조직원들이 정해진 방향대로 원할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라도 일단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난 망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아무 위기관리도 불가능하다. 이 부분 또한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반복적으로 고민해 체계를 개선 해야 한다.


4. 위기 모니터링에 있어 수집(collecting)이나 감지(sensing)나 바라보고 있기(observing)이 곧 모니터링은 아니다. 위기 모니터링은 ‘위사결정 실행’을 전제로 한다. 의사결정으로 연결되고 실행되지 않는 수집, 감지, 바라보고 있기는 오히려 가장 위험한 관리 방식이다.

아톰 케어 시스템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호기별로 원자로 온도, 전력공급상태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비상시 경보발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평소에 항상 ‘Why not? (왜 그러면 안되는 건가?)’와 ‘What if? (만약에 그렇게 되면?)에 대한 생각을 세부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아톰 케어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경보발령 시스템과 연동 시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왜 그러면 안되는 거였을까? 만약에 연동시켜 둔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이 발생될까? 그것이 유익한 것일까? 유해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5. 이 기사에서는 해당 원전 관리 주체가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 않아서’라고 기술했지만, 상황적 맥락을 보면 해당 원전 관리 주체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후 모니터링도 적절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검찰은 고리1호기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만 267가지이며 당시 정전으로 전원공급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저장돼
있으나,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는 않아 사고 발생 사실을 당시 바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기사 중 발췌]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루어 지지 않아도 일정 시간 이후에 왜 적절한 모니터링이 되지 않았는지가 문제다. 모니터링을 해 의사결정에 연결했는데도 ‘침묵과 모면’이라는 의사결정이 내부적으로 결론지어졌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이 기사를 중심으로 해당 케이스를 바라보면 아주 심각한 위기관리 체계상 문제가 존재한다. 원전관련 위기관리 철학과 위기에 대한 조직의 정의, 조직원들을 제대로 행동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 체계, 내부 구성원들의 위기관리 대응 방식 문제와 여러 현실적 제한들, 모니터링 및 경보 체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의사결정 체계, 은폐나 모면에 대한 내부 규정 등 어느 하나도 정상적이지 않다.

해당 조직에서는 이 케이스는 ‘흔히 발생하지 않는 가능성이 매우 적은 상황들이 우연히 한꺼번에 발생했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운이 나빴을 분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블랙스완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빨리 문제를 규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절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위기란 그렇다.

P.S. 뇌 수술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