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산

10월 192010 Tagged with , , , , , , , , ,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118)

위기관리, 평소 실행에 투자하라


기업 위기관리는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 고른 관심과 투자가 밑바탕 된 시스템 구축 노력에 의해 그 품질이 결정된다. 특히 실행에 있어 기업이나 조직들은 ‘위기관리 예산’을 평소에 책정하지 않는데, 실제 위기발생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슈들 중 하나가 이 ‘예산’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오너 또는 CEO 승인을 얻어 특별예산으로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는데, 이런 프로세스는 실무자들에게나 매니저들에게 상당한 사후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맘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실제로 사후 예산관리에 있어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보다 더욱 더 등한시 되는 부분은 평소 위기관리 실행에 대한 대비와 투자다. 일부 기업 CEO들 중에는 ‘홍보(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언론관계)는 별로 영양가 없다’고 아주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왜 우리가 신문사나 방송사에게 이런 저런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하느냐 반문한다. 가난해진 언론사에게 우리가 왜 봉이 되어야 하는가 실무자들을 몰아 세운다.

대관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국세청, 공정위, 검찰, 식약청 등을 비롯 관련 정부부처와 규제기관들에 대한 관계 관리에 대해서도 딱히 좋은 시선을 투여하지 않는 CEO들이 있다. 이 때문에 평소 대관업무 실무자는 활동 예산에 있어 과도한 눈치를 보게 되고, 당연히 그 관계의 품질은 위기관리에 적절하지 않은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일부는 그런 식으로 하려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평가까지 받기도 한다.

NGO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투자자관계, 지역주민관계, 소비자관계, 직원관계 등등에 이르기 가지 어느 한 구석 중요하지 않은 관계들이 없다. 평소 우리 기업이 이런 관계 관리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투자를 했는지는 위기가 발생하면 여실하게 그 수준이 들어난다. 실무자들이 항상 하는 목마르다는 소리가 실무자 개인의 영위를 위한 것이나 과도한 엄살이 아니었음을 위기시 CEO들은 이해하게 된다.

기업 홍보를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냥 끈만 놓지 않는 선에서 건조하게 운용 가능하다. 대관이나 다른 NGO 관계들도 오너나 주요 핵심 임원들의 개인적 커넥션으로 대체 가능할 수도 있다. 관계라는 것이 항상 부서지기 쉽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라 평소에 그에 대한 제한적 관리만 진행해도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런 관계의 필요성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한국과 같은 인적 관계의 틀 안에서 기업이 대형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은 평소의 고품질 관계 자산 없이는 상당부분 제약 되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외국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을 실제 경험한다. 따라서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유사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주장하는 에이전시나 코디네이터를 찾으려고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한번의 위기관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토대 위에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관리해 나가야 할까 하는 점이다.

위기시 구입한 관계가 얼마나 자사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보자. 아주 없었던 관계 자산을 일부 대신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 특정 관계 이외에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들은 또 어떻게 구입 해야 하나? 그렇게 구입한 관계가 중장기적으로 자사에게 어떤 자산이 될 것인가? 말 그대로 쓰고 버리는(disposable) 관계는 아닐까?

기업내 위기관리 실무자들 또한 우리 회사가 우리의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큰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를 계량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관계 자산에 대한 측정과 평가가 필요하고, 그런 결과들이 퍼포먼스와 연계되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 결과들을 향후 년도의 관계 자산 관리 개선점들로 보완 강화하는 활동도 필요하겠다.

즉,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이러한 관계 자산에 대한 일선 관리와 이에 대한 내부 셀링이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적시의 의사결정이나 전략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은 사내의 최고경영진들과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 의해 지시된 전략적 실행방법들이 실무진들에 의해 ‘실행불가능’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 그에 대한 책임은 순수하게 실무자인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기업내부 위기관리팀과 함께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면 의사결정자들이 단기간 내에 상황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의사결정을 내려 지시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런 프로세스를 더욱 더 빠르고 정교화 하기 위해서 이런 시뮬레이션들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매번 많은 개선사항들을 통해 그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훌륭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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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되는 강력한 실행 명령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저런 높은 수준의 지시들이 실제 실무자들에게 ‘실행 가능함’으로 받아들여 질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평소의 투자와 관리 없이 무조건 명령으로만 실행될 수 있는 활동들이 아닐 때가 많다는 뜻이다. 평소 검찰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이 없었는데 갑자기 “검찰과 막후 논의 하라”는 명령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나 말이다.

관계 관리는 그 형성부터 유지 강화까지 부단한 관심과 투자 그리고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런 활동들은 분명 가치가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기시 확실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적 자산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계를 평소에 관리하는 그런 활동들이 곧 기업 명성과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는 밑바탕이 된다. 평소에도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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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052009 Tagged with , , , , , , 0 Responses

한국은 PR적인 나라다

어제 저녁 퇴근을 하고 있는데 예전 알고 지내던 모 출판사 임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 여러 안부를 묻고 하다가 내가 “혹시 몇년간 써 두었던 글을 모아 책을 하나 낼 수 있는가?” 물었다. 그랬더니 출간계획서와 원고를 보내달라 했다.

오늘 아침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쪽 분야의 출판사쪽에 그 자료들을 모두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고만 전달한게 아니고…아무튼 자네에 대해서 아주 아주 오랫동안 칭찬을 해뒀어. 그냥 스쳐보내지는 않을꺼야…기다려봐”한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처럼 기본적으로 역사적으로 제3자 인증효과가 잘 통하는 나라가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심하면 소위 말하는 ‘빽’이 되는데…그럴 정도로 제3자 인증효과가 곳곳에서 일어난다.

“교수님, 우리 애가 그 학교 교수님 학과에 합격했어요. 잘 부탁드려요”
“어이, 홍길동 소장. 아마 우리 조카가 당신 네 부대에 배정 받았나 봐. 잘 부탁한다.”
“사장님, 제가 예전에 데리고 일 했던 직원입니다. 아주 트레이드 마케팅쪽에 경력이 탄탄합니다.”
“어 김사장. 누구? 아 성춘향이? 그 학생은 내 애제자였어. 아주 총명해요. 일 잘할꺼야…”

이들 중 해당 학생이나, 이등병 그리고 신입직원 누구도 자기입으로 자기가 잘 나거나 제격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모두 제3자에 의해 추천이 되고 상당한 믿음을 곧바로 획득했다.

문제는 이렇게 제3자 인증으로만 믿음이 생성되기 전 까지다. 얼마나 많은 관계 형성의 노력과 결실들이 반복되기에 이렇게 제3자 인증자의 말 몇 마디로만 타겟 오디언스의 마음에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까?

등식으로 표현을 해 보자면,

소스와 제3자 인증자간의 ‘관계 품질’ = 제3자 인증자와 타겟 오디언스간의 ‘관계 품질’

이렇게 되겠다. 어느 한쪽이라도 부실하면 (부등호가 형성되면) 진정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부분이 이 등식적인 관계 품질들로 일들이 성사된다. 분명히 관계자산(relationship asset)을 평소에 잘 형성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그것이 지연이나 혈연, 학연일 때도 있고, 비지니스적인 윈윈 관계일때도 있다.
 

“내말 한마디면 아무 걱정하지 말아”


이런분들이 진짜 PR인이 아닐까 한다.  

일부 PR AE들이 몇번 기자들을 만나보고 실제적이지 않는 자신감을 가지지 않기를…그리고 비지니스로서 PR적 접근에 있어서 ‘변치 않는 관계’란 없다는 것을 깨닫기를…끊임 없는 기브 앤 테이킹 대신 곶감을 빼먹듯 하는 관계자산 burnout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