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업의 CEO는 할일이 많다. 어느 부서 치고 CEO가 직접 이해하지 못하면 일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CEO는 기본적으로 기업내 모든 기능들의 업무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기능에 대한 이해가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발전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의해 새롭게 변화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램 차란은 그의 책 노하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광범위하고 중요한데 비해 최고경영자가 되기 전에 정부기관 관리업무를 충분히 경험하는 리더가 거의 없다는 점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이처럼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고경영진에 합류하자마자 의회위원회, 복잡한 규제, 관료주의 장벽 등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에 노출된다.
보통 CEO는 기업의 기본적이고 전통적 기능들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definition)들을 머릿 속에 넣고 있다. 그래야 일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CEO들도 열심히 교육을 받고, 코칭을 받고, 공부를 하지만…아무래도 기능 일선에 있는 선수들의 개념을 따라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사회교육의 대부분은 사회 초임자들을 위한 것들이다. 교육 프로그램들의 내용들을 보더라도 거의 ‘원론’ 수준에만 머무른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런 원론 답보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중급 이상의 실무자들이 대거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되어 강의들을 하지만…이들 또한 원론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기존의 교수들의 강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경험과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부분이 첨가되는 것일 것이다.
업무년차가 10년이 넘어가는 매니저급들과 임원 그리고 CEO들에게 좀더 현실적이고 수준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 드물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조직의 가장 윗선들이 먼저 깨닫고 이해해야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선 실무자들이 아무리 배우고 갈고 닦아도…윗선이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가능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사회강의를 나가보면 실무자들의 인상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얼굴 표정을 통해서 ‘저건 우리 회사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야. 남의 소리지…전혀 관련 없어…’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아무리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게 현실적인 경우들이 많다. ‘저희도 알지요. 그래야 한다는 건 알아요. 근데 우리 사장님이 그런 거를 싫어하세요.’
클라이언트들이나 지인들의 회사들을 모니터링해 보면 사장님이나 오너분들이 열심히 공부하시고, 호기심이 많은 기업들이 빨리 움직이고 잘 움직인다. 홍보팀장을 불러서 “요즘 블로고스피어에서 대화가 중요한 개념이라고 하던데..O팀장 보기에 우리는 이런 환경을 어떻게 활용해서 회사 이미지나 명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정도 질문을 하시는 CEO가 계셔야 조직이 움직인다.
그동안 공부를 많이 하고 나름대로 그 부분에 대해 로망을 꿈꾸던 홍보팀장이라면 “네, 사장님.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저희는 앞으로….”하고 바로 insight들과 플랜들을 사장님께 설명드릴 수있겠다. 반대로 그 부분에 문외한이었던 홍보팀장이라면 “네, 사장님. 제가 가능한 빨리 그 부분에 대해 플랜을 완성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하고 나서 여러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플랜을 꾸미고 공부를 시작할꺼다.
그 반대로 실무자들이 모여 앉아서 블로그가 어떻고, 블로그 마케팅의 윤리가 어떻고, 파워블로거의 활용이 어떻고…해 보았자 실제 제대로 된 실행을 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넘기가 무척 힘들다. 실무자들이 CEO를 교육하라는 말도 실제로는 불가능한 주문이다.
결론적으로,
- 현재 블로고스피어에서 말도 안되는 실행들이 버젓이 우후죽순 처럼 목격되는 것은 그 실행 주체 회사 CEO들이 블로고스피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심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PR이 엉망으로 되고 있는데도 그냥 매년 그렇게 진행되는 것은 그 회사의 CEO가 PR이라는 게 뭐 그렇고 그런 것이라 체념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예산도 얼마 안되는 기능에 관심이 갈리가 없지 않나)
- 관계라던가, Societal 이라던가, Reframing이라던가, 여론의 법정이라던가 하는 개념들이 CEO에게 익숙하지 않는 것은 MBA language가 아니기 때문이다.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또한 MBA language로 CEO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없는거다)
그런 현실 상황에서 기업의 철학을 이야기 하고, 관계 자산에 대해 그리워 하는…자칭 ‘전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사실은…다들 ‘허당’인거다. CEO들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는 모두 ‘허당’들이다.
새해에는 실무자들 대신 어떻게 CEO들을 변화 시킬 수 있을까 좀더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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