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우병 논란을 바라 보면서 여러 key learning들을 찾고 있다. 일종의 직업병이기도 하지만, 최근 Web2.0, Social Media 2.0 그리고 PR2.0 환경에서 새로 맞은 광우병 논란이라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본다.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위기에 대해 관리 방식의 성패를 평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초반 정부의 대응방식은 꼭 사례연구의 소재로 삼아야겠기에 주요 분석결과를 정리해 본다.
1. 기본적으로 정부는 아직도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 문제는 정부의 대응 시차에서 목격할 수 있는데, 분명히 정부는 web 2.0 환경에서의 여론의 형성, 성장, 흐름에 대한 적절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아직도 많은 부분을 신문과 TV에 의존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광우병 논란에 대한 대응 싯점은 MBC 등과 같은 기존 미디어들의 여론 반향에 대부분 의지하여 결정되었다. 이는 (Web2.0 환경) 피부속 염증이 한 껏 숙성되어 (기존 미디어) 피부를 뚫고 농양이 흘러 나올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었다.
2. 바이럴을 생성하는 데 관심이 많았지만, 통제하는 데는 무력했다.
일반 기업들은 물론 정부에게도 좋은 의미에서 ‘Viral’ 또는 ‘Word of Mouth’는 상당히 새롭고 중요한 관심 대상이었다. 정부에서는 ‘어떻게 우리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회자되게 할 수 있을까?”하는 push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고,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칼의 양날처럼 그 친근했던 ‘Viral’이나 ‘Word of Mouth’가 공격을 해 올 때 어떻게 이 칼날을 통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3. 어떻게 부정적인 여론의 공격을 관리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대통령의 미니홈피가 폐쇄되었다. 청와대의 게시판이 초기화되었다. 심지어는 대통령 영부인의 블로그 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Social Media를 오픈 할 때에는 다양한 관리 방안이 구축되어 있어야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정치가로서 그리고 국가의 지도자로서 어떻게 이 social media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 서 있었어야 했다. 최소한 폐쇄라는 1.0의 시각에서는 좀더 자유로워야 했다.
4. 기본적인 포지셔닝에 실패했다.
국민들과 같은 편 도로에 서야 했다. 맞은편 도로 저편에 서서 건너오라고 손짓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이런 포지셔닝은 보통 실무자들이나 관계자들의 아집에서 나온다. ‘아니 꺼리도 안 되는 이런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에 대해 왜 우리가 사사건건 대응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유연성 없는 포지션을 결정 지운다. 위기시 Mass와 상대편에 서는 포지션은 대부분 실패한다.
5. 논리적 설득의 수준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있었음에도 대응의 패러다임 전환을 못 했다.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에 있어서 전문가들은 항상 중학교 2-3학년생을 대상으로 이야기 하 듯 단어와 표현들을 결정하라고 한다. 외국에서 축산과 외교학을 공부하고 오신 핵심 관계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쉬워보이는 단어와 표현 그리고 사례 예시라 해도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중학생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과학이다. 또한 그 논리적인 수치와 사례들을 100% 이해하는 성인들에게도 단순한 논리적 대응 노력은 별반 효력이 없는 공염불이다. 문제는 이런 맹점을 알고 있음에도 개선하지 못하는 관료 환경의 고집이다.
6. 정치적인 논란과 생명에 대한 논란을 초기에 분리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논란의 후반부인 최근에 들어서 이런 대응 방식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미 실기(失期)는 했다. 분명히 예상되었던 논란의 성격이었고, 또 이미 여러 번 경험도 했었던 논란의 형식이었다. 이런 ‘미선이 효순이 신드롬’을 다시 방치한 데는 분명 정부의 이슈 대응상 안이함과 미숙함이 대부분 공헌 했다.
7. 핵심 관계자들로부터의 무책임하거나 비 전문적인 언급들이 역시나 또 많았다.
이 또한 항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러 stakeholder들과 관계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 중 몇 명은 튈 수도 있지만 어떻게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대응방식들이 한 해에도 수 십 번씩 반복되는지. 그리고 서로 다양한 이슈와 논란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동일한 실수들은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는지. 신비할 따름이다.
8. 투명하지 않았다.
이는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그렇지만 이번 쇠고기 협상은 분명 투명성을 초기부터 확보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분명 정치적인 문제다.
9. 유연하지 않았다.
포지션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번 쇠고기 협상 결과와 광우병 논란들에 있어서 의도적인지도 모르겠지만,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그에 대한 논의와 대책을 일으키는 것이 더욱 전략적이었는데도 말이다.
10. 당당하지도 않았다.
이 부분이 반미주의자들에게는 좋은 공격 대상이 된다. 미국의 경우 밖으로 ‘쇠고기 수출로 기대하는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내세우지도 않은 채 당당하다. 반면에 우리나라 정부는 ‘논란이 많은 제품을 수입하면서도 (사주면서도)’ 쭈삣 거린다. 이 부분이 국민들의 배알을 뒤집는 자극이다.
오늘에서야 대통령께서 새로운 포지션을 정하고 나오셨다. 진작 그런 포지션이 필요했다. 시기를 놓치니 그 효과는 대부분 감소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포지션이 섰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판단으로 국정홍보처를 폐지할 때부터 이미 위기관리 시스템에는 구멍이 뚫렸었다. 이러한 포지션이 늦둥이로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거기있었다.
정용민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부사장
위기관리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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