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직장에 대해 어제부터 모 케이블 뉴스 채널에서 조지기에 나섰다. 어제 이른아침 뉴스로 뜬 나의 전직장 이야기들. 참 심란하다.
뭐,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그 회사 분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 하기 싫다. 그렇지만 참 답답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쪽 바닥에서 제대로 밥벌어 먹는 선수들이라면 다들 이해가 되지 않는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을 짚는 거다. 한의사가 환자 진찰을 할때 이사람이 죽을병인지 아니면 그냥 원기가 부족한 건지 맥을 짚어 알 듯이 홍보담당자도 위기가 일어나면 맥을 제대로 짚어야 한다.
회사가 골로 갈 만한 위기인데 홍보담당자들이 “안심해도 될 일. 무시합시다”라고 맥을 짚으면 완전히 재앙이 되는 거다. 뭐 간단히 지나가는 감기인데 항암제를 쓰라는 오바는 아니다. 단지 맥을 짚어서 이게 어떤 위기인 줄을 알아야 그에 맞는 약을 쓸수 있고, 더큰 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거다.
해당 뉴스에서 단독보도로 상당히 민감한 내용 (아마 그쪽 업계에서는 이 보다 민감한 이슈들이 거의 없다)이 장장 몇분에 거쳐 방송이 되었다. 왜 이 방송을 미연에 감지를 못했을까? 전화인터뷰까지 했는데 왜 사전에 적절한 조치나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을까?
일단 방송이 나왔다면 왜 후속보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에 즉각 착수하지 못했을까? 왜 임원은 바로 그 방송사 보도국장을 만나지 않았을까? 이틀간 한 방송사에서 총 18개의 꼭지를 방송하는 데도 속수무책일까? (처음봤다. 삼성특검도 이 수준은 아니다)
가슴이 아프다. 떠나온 회사인데 왜 신경을 쓰냐고 모 기자가 나에게 그랬다. 그래도 그게 아니지.
여러가지 노력을 땀 흘리며 회사를 생각해서 했는데도 안되는 걸까. 아니면 시도도 하지 않은 것일까. 에이전시만을 움직이라고 푸쉬한건 아닐까. 책임지기가 두려워 복지부동한건 아닐까.
내가 그 회사를 떠나오기 전 작년 초여름 모 회사분이 내 앞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온다고 우리 매출이 떨어지나? 사람들은 냄비근성이 있어서 그냥 잊게 마련이지. 실무자로서는 나쁜 기사가 신경쓰이고 제대로 일을 못한게 아닌가 자괴감도 생기고 하겠지만…회사차원에서는 그렇게 큰 일은 아니야”
진짜 그럴까. 이번 연이은 방송이 별 것 아닐까. 네트워크가 그리고 관계가 왜 필요하고,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직도 모를까. 위기시에 누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를 지금은 알까.
흔히 교과서에서 사례로 드는 모든 에피소드들이 자꾸 목격이 된다. 큰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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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큰 맥락을 읽으면서 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