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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임인 다음 ‘언론고시 까페-아랑'(cafe.daum.net/forjournalists) 현직게시판에 <기자: 수습 vs. 일진>이라는 글이 떴다. 현직게시판은 언론사에 입사한 이들이 경험담 등을 올리는 곳으로 글쓴이의 아이디는 ‘수습생존백서’.
다음은 그 글의 전문이다.
지금 내가 담당하는 oo 라인에는 A, B, C 3개 경찰서가 있다.
A 경찰서에는 성역과 같은 1진 기자실이, C 경찰서에는 돼지우리와 같은 2진 기자실이 자리한다.
지난 주말에는 집에 가지 못했다. 휴일에도 경찰서를 지키던 불우한 수습기자 다섯은 피자 2판을 시켜두고 ‘일진놀이’를 한다.
일진: 보고해
수습: 서울시 B구 C1동 C경찰서 내 기자실에서 수습 5명이 피자를 시켰습니다.
일진: 피자 어디 건데?
수습: M스터입니다.
일진: P자헛, D미노, P파존스 많은데 왜 하필 M스터야?
수습: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일진: 잘 몰라? 잘 모르면 어쩔 건데? 내가 가서 취재할까?
수습: 아닙니다. 제가 더 알아보겠습니다.
일진: 얼마나 시켰어?
수습: 라지 1판, 스몰 1판해서 2판 시켰습니다.
일진: 돈은 얼마 나왔대?
수습: 4만5천여 원 나왔습니다.
일진: 음료는?
수습: 음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진: 없었던 거야, 없었던 거 같은 거야? 똑바로 말해.
수습: 없었습니다.
일진: 야, 넌 피자 먹을 때 피자만 꾸역꾸역 먹으면 목이 메겠냐, 안 메겠냐?
수습: 멥니다.
일진: 그런데 음료가 없어?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너 이거 니가 취재한 거 아니지? 풀 받았냐?
수습: 아닙니다. 제가 직접 챙겼습니다.
일진: 그래? 그럼 음료 더 알아봐. 콜라였는지 사이다였는지도. 소스는?
수습: 예?
일진: 야, 너 2번씩 말 시킬래? 소스 말이야, 소스! 핫소스며 갈릭소스 있잖아.
수습: 소스는.. 확인 못 해봤습니다.
일진: 너 취재 제대로 안 해? 인간이 다섯인데 최소한 1명은 소스 발라먹는 애가 있지 않았겠냐?
수습: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일진: 토핑은 뭐뭐 올라갔어?
수습: 감자, 새우, 블랙올리브, 피망, 베이컨 들어갔습니다.
일진: 그게 다야?
수습: 네
일진: 확실해?
수습: 네
일진: 야, 너 지금 M스터 피자집에 전화해서 조지고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해.
수습: 예? 왜.. 왜요?
일진: 피자에 모짜렐라 치즈 안 올려주는 놈들이 어딨어. 이거 아주 고객을 엿먹이겠다는 거 아냐.
수습: 아..
일진: 아? 너 지금 나랑 폰팅하냐?
수습: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치즈도 있었습니다.
일진: 너 아까 확실하다며? 왜 말을 바꿔? 내가 쉽게 보이냐? 계속 허위보고 할래?
수습: 죄송합니다. 앞으로 똑바로 하겠습니다.
일진: 팩트 제대로 챙겨. 한번만 더 이따위로 하면 C1동에 있는 피자집 전부 돌려버린다.
수습: 네
일진: 배달원은 뭐 타고 왔어?
수습: 오토바이 타고 왔습니다.
일진: 오토바이 맞아? 스쿠터 아니고?
수습: 오토바이 맞습니다.
일진: 몇 CC 오토바인데?
수습: 제가 오토바이를 잘 몰라서…
일진: 야, 니가 오토바이 잘 모르면 기사 안 써도 돼냐? 취재를 해야 될 거 아냐. 배달원 전화번호 땄어?
수습: 못 땄습니다…
일진: 너 취재하기 싫냐?
수습: 아닙니다.
일진: 취재하고 싶은 놈이 이렇게 성의없이 하냐? 번호따는 건 기본이잖아.
수습: 네…
일진: 안 되겠다. 너 당장 M스터 피자집으로 튀어가서 배달원하고 사장 번호 알아내.
수습: 네..
일진: 30분내로 번호 따서 다시 보고해
여기까지 오면 ‘뚝’하고 전화가 끊긴다.
다음 차례는 냅다 택시를 잡아타고 조낸 달려가는 거다.
일진놀이를 하노라니 내장이 뒤집어지게 웃기면서도 눈물이 난다.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거쳐 어른이 되듯 수습들은 일진놀이를 거쳐 ‘기자’가 된다.
— 이글을 읽고 우리 PR담당자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할때 업무교육과 트레이닝을 과연 얼마나 정교하게 받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우리 PR담당자들도 기자수준 이상의 트레이닝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사고체계가 확립되어야 제대로 ‘일’ 할 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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