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2007 0 Responses

불쌍하다…홍보담당자…

불쌍하다…홍보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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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부터 각종 이름도 모르는 매체 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 또 일이 생긴거다. 30대 초반의 한 소비자가 우리 회사 고객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오면서 상황이 시작됬다.

그 소비자는 우리 맥주에 담배 공초가 들어있다고 했다. 우리 영업관리 담당이 해당 지역의 사원을 보내 맥주를 수거하고 사과와 함께 도의적으로 맥주 한박스를 제공했다. 원래 정부에서 정한 소비자피해보상규정에 의하면 제품 하자시에는 1대1 교환이 원칙이고, 식음료의 경우 음용 후 신체 이상이 있을때에는 치료비와 일실소득 보상이 원칙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화난 소비자에게 있다. 무리한 요구를 한다. 예를 들어 회사 매출의 몇 퍼센트를 기부하라던가, 사장이 직접 와서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라던가, 전 일간지에 사과광고를 내라고 한다던가, 몇억원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던가…

이 소비자도 당연히 맥주 박스를 받지 않았고, 언론에다 이사실을 알린다고했다. 그러면서 최초 담배공초가 담긴 맥주병 사진을 우리회사에 보도자료와 함께 보내왔다. 보도자료의 내용은 아마추어가 쓴 것 치고는 그럴듯 하다.

우리 연구기술팀에서 사진을 검토한 결과, 소비자가 주장하는 병세척 불량은 아니다. 맥주를 반 정도 따라 마신 후 찍은 이 사진에는 반 정도 피다 남은 담배공초가 완전한 형태로 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연구기술팀이 실험 해 본 결과 맥주에 담배공초를 띄어 놓으면 5-10분내에 담배 필터부분과 담뱃재부분이 분리가 되고 담뱃재는 곧 맥주속으로 풀어졌다. 만약 이렇게 긴 담배 장초가 병에 붙어 있었다고 해도, 병세척시 강한 수압과 맥주 병입시의 수압에 그 형태를 절대 유지하진 못한다.

그러나 사진속의 그 공초는 빳빳하고 방금 불을 끈 듯하게 그대로 떠있는 것이다.

암튼 그 소비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찍은 그 사진들과 보도자료라고 불리는 글을 여러 기자들에게 전송하기 시작했다. 우리 출입기자들이 하나 둘 나에게 전화를 걸거나 말을 해준다. 이상한 이메일을 받았다고…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이 이름모를 매체들이다. 그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인거다. 하루에도 여러개 이름모를 매체의 이름모를 기자들이 전화를 해 온다. “어떻게 된거냐?” “이게 모냐?” “너희의 공식입장은 무엇이냐?”

미디어 트레이닝과 위기관리 교육까지 시키는 나지만…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항상 소득이 없다. 키메시징이라던가 인터뷰 스킬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극적 기사를 제시하여 기업에게 광고비 지원을 받아 내는 것이 전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그들이 하는 말투와 논리들을 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예산이 일부 허락을 해서, 소위 기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쓸 수 있는 예산은 없다.

법무팀에게 요청하여 그 소비자에게 경고장을 보내기로 했다. 확인되고 검증되지 않는 사실을 가지고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우리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영업을 방해한다는 명목이다.

우리에게는 검증된 과학적 자료가 있고, 충분한 반박 근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소비자는 무언가를 원한다. 여기에 어떻게 접점이 존재할까?

무조건 회사와 제품의 이미지만을 생각해서 쉬쉬 보상해주는 것…이런상황에는 결코 해당 될 수 없는거다.

불쌍한 홍보담당자는 오늘도 전화를 받는다. 이름모를 매체로 부터의 스트레스 받는 전화들을…

by 우마미 | 2007/02/08 15:13 | Crisis & Comm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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