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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기업의 특징들
전쟁이 나기전에는 평화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과 같이. 기업이나 조직에게는 위기가 벌어지기 전에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소중함이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올해만 해도 우리나라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국방비로 GDP의 2.7%인 17조 4264억원 가량을 쓰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위기를 방지하고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에 대한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및 조직들은 어떤가요? 유감스럽게도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한 수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시스템 자체의 보유 여부 정도를 따지고 있는 수준 입니다.
여러 곳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시스템의 보유 여부에 대한 설문을 많이 하던데, 궁금한 것은 그 답변자들이 과연 ‘시스템’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인식하고 그 질문에 답변을 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위기관리에 대한, 그리고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각 기업과 조직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답변에 있어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실무자분들 또는 임원분들에게 “자사가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곳 손 좀 들어 주십시오”하면 평균 강의 참석자의 20% 정도가 손을 들 곤 합니다. 정식으로 서베이를 하지 않아도 매번 정확하게 20% 안팍입니다.
그러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손을 드신 분들 중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필수적인 요건들에 대한 세부 질문을 하면 이 중 90% 이상이 빠지곤 합니다. “아니, 그런 시스템을 어떤 기업이 가지고 있는지 어디 구경이나 합시다”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음…그런 위기관리 시스템을 잘 갖추어서 성공한 기업 하나만 알려 주쇼.”하는 역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비현실적이라는 냉소적 반응인 셈이지요.
맞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세계 어느나라도 어느 기업도 Crsisisproof system을 가지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미국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그리 정교하다고 해도 쌍둥이 빌딩은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최근에는 이 부자나라의 핵심인 북동부에 전기가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시스템은 완성형의 의미가 아니라 진행형의 의미입니다. 환류관리라고도 하는 바로 끊이 없이 개선발전되는 것이 시스템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기업이나 조직에게 어떤 이상적인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을 제시하며 요구하는 것은 좀더 발전된 시스템을 갖추자는 제안입니다. 현 상황에 만족하고 머무르기 보다는 항상 개선을 하자는 것이지요.
쌍둥이 빌딩 같이 큰 건물들이 계속 똑같은 원인으로 무너져 내린다면 이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개선되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번 북동부 정전의 경우는 몇차례 비슷한 형식의 정전사태가 있었다니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70년대 정전과 같이 약탈사례가 벌어지지는 않아 일부 개선이 된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나라의 여름 비피해 사례는 고질적으로 관리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사례로 보입니다. 일선 공무원분들이야 과로사 수준으로 고생들을 하시지만 피해당사자들이나 그분들을 바라보고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뭔가 보이는 것이 없으니 답답하지요.
오늘은 위기관리 시스템이 없거나 보유하고 있지만 사실상 부실한 기업 및 조직들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실한 기업 및 조직들은….
1. 항상 무심하다
회사 정문에서 과로사한 직원의 부인이 한달 넘게 소복 투쟁을 벌여도, 자사의 제품을 사용한 농민들이 서울에 상경해서 본사 앞에서 노천시위를 벌여도, 자사의 서비스에 대해 고객들의 불평 때문에 고객센터에 전화가 24시간 울려도, 지난 폭우에 살짝 열어놓은 폐수관리시설이 문제가 되 과징금을 물어도, 자사의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속 주행시 갑자기 말을 안들을 수 있다고 보고가 되도, 자사의 압력밥솥이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걸 알아도… 항상 무심한 것이 이런 기업들의 특징입니다.
일부에서는 저극적인 사전 대응이냐 위기 발생시 사후 대처냐를 두고 고민을 하곤 합니다. 이 자동차를 전부 리콜하는데 드는 돈이 더 큰지 아니면 사고가 난 일부 고객들에게 배상을 해주는 돈이 더 큰지를 저울질 하는 것이지요. 폐수시설 선진화 비용보다 일년에 한 두번 재수없어내는 과징금 몇천만원이 더 효과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라고 보는 기업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위기관리’ 분야의 논의 사항이 아니라 ‘기업철학’과 ‘기업명성관리’의 분야인 것 같습니다. 제 위기관리 컬럼에서 이러한 기업들은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
2. 항상 초기대응이 늦다
물류사태가 악화되는 것이 정부의 안일하고 적절치 못한 초기 대응 때문이다? 일부는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북한의 경우 전쟁 발발후 3일내에 서울을 점령하는 것이 목표라곤 합니다. 만약 이 3일내에 남한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지요. 10.26 사태가 벌어지고 바로 소집된 비상국무회의에서는 대통령의 유고시 누가 통치권을 대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 허둥지둥 법전을 뒤져 확인들을 하곤 했다고 합니다.
시간은 가고 확실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이 처럼 속이 타는 일도 없습니다. 누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고, 함부로 뛰어 들었다가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찌 모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위기관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발생초기 24시간은 올바른 시스템에 기반한 대응이 없이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1997년 어느날 밤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우유회사 공장에 불이 났습니다. 수십분만에 소방차들이 달려와 불을 끄고 경찰들이 주변정리를 하는 가운데 이 회사의 PR담당자와 PR 대행사 관계자들은 ‘보도자료’를 품에 품고 불타는 공장 앞에서 모여들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시스템에 대한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3. 항상 의사결정이 적절하지 못하다
위기관리 뿐만 아니라 경영의 모든 활동들이 공통적으로 ‘적절한 의사결정’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재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이루어 지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위기시 적절한 의사결정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이는 위기관리의 핵심이면서도 리더쉽에 관한 문제입니다.
PR실무자들이 자주 받는 훈련 중에 위기관리시뮬레이션이나 언론훈련이 있습니다. 이러한 훈련들은 실무자들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 시켜줍니다. 실제 위기발생시에 버금가는 정신적 환경적 압력속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훈련하는 것이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리더쉽의 적절한 의사결정 없는 위기관리 성공담은 없었습니다.
4. 항상 충분한 정보공유가 않된다
평소에도 파티션 옆 부서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부서간의 반목이 크다. 너무 조직이 거대하다 보니까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 이 모두가 위기관리 시스템 부실의 훌륭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적절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공유가 필요합니다. 잘못되고 충분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위기관리를 하다보니 앞뒤맞지 않는 대응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돌발 발언’이나 ‘폭탄 발언’이 하루만에 ‘와전’ 또는 ‘해석상 오류’로 둘려대지는 것은 정보가 서로 공유가 미처 안되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정치권에서는 이런 우스운 실수를 ‘복선’이나 ‘포석’등으로 포장을 잘 해주곤 합니다.
5. 항상 부서간 협조가 안된다. 심지어는 싸운다
네가 다해라. 너죽고 나살자. 우리부서가 너네 부서 뒤치닥꺼리나 하는 곳이냐. 너네가 해야 할 일을 왜 우리에게 미냐? 아니, 결재받았어? 위에서 허락했냐구? 나 못해….
통합적 위기관리라고 매뉴얼에 써있음에도 이번 위기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 하면 끝나는 회사 분위기. 시스템 부실이전에 성공하기 힘든 기업문화입니다. 위기발생시에 관리는 발치에 두고 서로 반목하는 사례들도 흔합니다.
6. 항상 특정 부서 및 담당자만 고생한다
국가사업으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어느 공기업. 담당자들 대 여섯이 언론자료를 만들고 전화응대를 하면서 화장실도 못가고 쩔쩔 매는데, 옆 부서관계자들은 모여 앉아 잡담을 하면서 퇴근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이래서 관리가 이렇구나… 제3자로서 느끼는 아픔이었습니다.
힘들면 누가 그런 쪽 일을 하래나? 이거처럼 미칠 것 같은 이야기는 없지요. 시스템상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그리 집중적으로 고생하는 소수의 희생은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전쟁이 났는데 후방사단은 쉬고 전방만 전쟁에 임해 죽어 나간다면 이래서 국토방어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7. 항상 언론에만 특별히 신경을 쓴다
우리가 위기관리라고 부르는 실제 위기에 대한 대응, 수습, 복구등에 대해 신경을 쓰기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그 중에서도 언론관리에 신경을 쓰는 기업이나 조직도 적절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깨끗하게 문제를 해결해 주면 모두다 속이 후련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이일을 소리없이 처리할 수 있을까에만 관심이 더 많은 사례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이 경우에는 핵심 메시지가 거의 ‘미래형’으로 실현의 의지가 없는 수사로 꾸며지게 되곤 합니다. 이번만 넘기자….이런 셈이죠.
일이 커져서 기자들을 만나고 데스크와 회동을 하고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기 전에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는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와 같은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제대로 사테해결을 할수는 없는지. 인하우스 실무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도 항상 말해주고 싶은 것들입니다. 물론 그들도 하나의 실무자이기 때문에 ‘시키는 데로 일단 모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사장이 이런 것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일단 언론쪽을 진정 시키고 보는게 내 역할이니…”
8. 항상 핵심 위치에 있는 분들은 위기관리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위기발생 초기에 연락이 두절되는 임원분, 절대로 나쁜일로 언론 인터뷰 안 할려는 임원분들, 보고 받는 회의에 참석은 해도 의사결정을 남에게 미루는 분들, 상사에게 보고할 때 부하를 시켜서 해당 위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가하려는 중간간부들…
CEO가 직접 뛰어들어라. 하부일선 조직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라. 한명한명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모든일에 임해라…다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위기라는 것의 본질이 ‘두려움’ ‘불확실’ 이기 때문에 위기발생시 높으신 분들은 ‘생존’에 대한 생각을 더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자리에 올랐는데 이런 사건으로 눈깜짝 할 사이에…안되지..” “이럴때는 침묵하는 것이 사는 법이지” “내가 왜 여기 관여되어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거야?” 이는 어쩌면 순수한 인간으로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봅니다.
적절한 위기관리 시스템은 이런 일부 임원들의 ‘순수한 인간적 감정’을 조직을 위한 ‘전략적 사고와 자세’로 바꾸어 주는 마력을 발휘 합니다.
9. 항상 이상한 메시지들이 계속해서 언론과 사람들에게서 회자된다
그렇게 아니라고 해도 뒷 이야기가 나온다. 기자들이 어디서 그런 루머들을 듣고 확인전화를 하는지 모르겠다. 기사의 대부분이 우리회사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들이다. 그 때 그얘기는 그런 의미가 아닌었는데 이 기자들이 미쳤나보다. 이젠 고객들을 넘어 정부쪽에서 사실확인을 요청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위기관기도 관리이지만 어떻게 이러한 관리상황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가도 중차대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Right Communication이라는 정확한 메시지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뜻 합니다. 평소 언론관계를 잘 해온 기업이나 조직에게도 위기시 right communication은 여러가지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어려운 과제입니다.
항상 위기시에는 루머가 돌기 마련이며, 비하인드 씬이 더 흥미롭게 마련입니다. 해당 위기에 대한 기사 스페이스는 늘게 마련이고 정보는 제한됩니다. 마감은 다가오고 들리는 이야기 중 어떤 것이 흥미진진할 것이가를 찾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적절한 위기관리 시스템은 적절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포함합니다. 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서는 위기시 어떻게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에 대한 작전계획이 짜여 있습니다. 이 부분이 부실하면 소위 ‘비정규전’에서 크게 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10. 항상 위기가 지나면 책임을 물으며 한바탕 난리가 난다
관 두면 되지. 몇명 시범 케이스로 책임을 물어. 옷벗을 각오해라. 이 결과 누가 책임질 꺼야?
위기관리에 텀벙텀벙 뛰어 들지 않을려고 하는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책임소재공방 때문입니다. 사람을 짜른다고 위기가 관리가 된다면 이 얼마나 간편한 발상입니까. 물론 엄청난 위기발생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사람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적절한 위기관리가 아니지만, 최소한 위기관리에 전심을 기울이고 고생한 사람들에게는 그 결과가 어떻든 칼을 대면 안되는 것이지요.
이는 위기를 보는 시각에 기반을 합니다. 이런 위기는 너만 제대로 일을 했으면 되는데 결과적으로 제대로 일을 못한 것 같아. 그러니 나가줘야 겠어하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일 쑤도 있는 것 아닙니까. 시스템에 매뉴얼에서 제시된 데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와는 반대로 부주의하게 일을 처리했으니 책임을 져라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고 상호수긍이 가지요.
일반적으로 주관적으로 책임을 묻는 기업이나 조직은 몇명을 벌한뒤 다시 맨 앞의 1번 처럼 무심하게 돌아가게 마련이더군요.
암튼..시스템이란 어렵습니다. 경영은 더 어렵겠지요. 쉬운게 있겠습니까.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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