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2007 0 Responses

2000년 11월 비지니스석, 베르사체, 딸의 문자 메시지 (투어끝)

2000년 11월 비지니스석, 베르사체, 딸의 문자 메시지 (투어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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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일본 프레스 투어 마지막날. 아침에 눈을 뜨자 우선 마음이 바쁘다. 기자들은 모두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후닥닥 정장과 짐을 챙겨서 호텔 로비로 향한다. 아침마다 전체 룸 26개에 모닝콜을 하는 것도 오늘이 끝이다. 아침 11시경에 토요타시티 인근의 나고야 공항에서 서울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기자들 모두 살아있다. 그간 잘먹어서인지 모두 뿌하다. 서로 서로 친해진 선수들도 있는듯하다. 어떤 PR담당자들은 프레스 투어 다녀와서 아예 모임하나를 만들었단다. PR이란게…참.

기자들이 아침밥을 먹고 다시 모였다. 얼핏 보니 뭐 쇼핑 같은 좀 한 선수들이 없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다는 게 그들의 푸념이다. 괜히 불쌍해 보인다.

버스를 타고 나고야 공항으로 이동. 수속을 밟는다. 나 혼자 밟는다. 26명의 여권과 비행기표 등을 들고 나고야 공항을 무던히도 뛰어다녔다. 26명의 짐만 40여개 모두 보내구 좌석배정을 받는다.

마지막 문제. 한국에서부터 한국토요타 손창규 부장이 “나고야에서 오는 비행기는 작아서 비지니스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 때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그럼 모두 일반석으로 가죠 뭐,.”

손 부장 “아니, 그러지 말고 메이저는 비지니스, 마이너는 일반석으로 하지?” …심난하고 황당하다. 나중에 칼맞는 사람은 누군가?

아무리 우겨도 토요타의 고집을 꺽을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럼….우리 출입기자는 메이저 마이너를 막론하고 비지니스로 가고, 우리 출입이 아니라 이번 투어만 따라온 기자들은 일반으로 가자. OK. 근데 그래도 비지니스석이 모자른다. 기자들이 많기는 많다. 그럼….월간지 선수들을 일반석으로 빼면? 딱된다. 월간지들에게 미안하다.

손부장이 다녀와서 밥한끼 대접하잔다. 식언인줄 알지만 알겠다고 했다.

지금이 그 죽음의 순간이 된 것이다. 비행기표를 나누어 주고 멀리 비켜나 있었다. 기자들은 자기네들끼리 떠들며 출국수속을 밟는다. 모두 탑승대기구역으로 들어간다. 따라갔다. 한국토요타 손부장은 어디 잇을까? 저기 멀리 면세점에서 꼬냑을 산다. 술도 잘 안드시는 분이 분명 남꺼다. 그 옆에 붙어 서 있으면서 너스레를 떤다.

아니나 다를까. 비출입기자로 고참급인 모경제지 기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등을 툭툭. 따라오란다. 이거 중학교때 골목에서 듣던 말 같다. 따라갔다. 거대한 유리창 사이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이 보인다.

함께 정국구상을 하는 대통령 부부처럼 창을 보고 섰다. 그 기자왈 “이게 뭐야. 이런식으로 하면 안되지. 누가 이렇게 시키데?” …나왈 “아이구, X기자님, 저희가 뭐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고요…정말 죄송합니다. 마음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게 전부였다. 뭐 토킹 포인트가 없다. 진땀.

그 기자왈 “이번 여행 다 좋았는데 이것때문에 꽝이야. 씨…이렇게 하려면 토요타한테 아예 하지 말라고 그래. 알았어?” 한다. 나는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어쩌랴.

그 기자가 자리를 떠나고 나는 멀리 비행기 하나를 바라본다. 야…자유롭기도 해라. 부럽다.

손부장은 그 모습을 힐끗 보았나 보다. 나에게 나중에 다가와 묻는다. “뭐래?”  나 한숨쉬면서 (그러나 얼굴은 웃는다) “뭐….컴플레인이죠..” 손부장… “뭐…나중에 밥산다고 해”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 이래서 대행사를 쓰는가 보다. 기자들이 아프리카 난민인가? 밥사면 웃나?

나는 얼른 마음을 가다듬는다. 면세점을 돌면서 기웃거린다. 뭐 사고픈 것도 없다. 애라 죠니워커 블루 하나 샀다. 오늘 집에가서 다 마실련다. 후후…

비행기에 오른다. 일반석에 한국토요타 사람들과 나 그리고 낙오한 기자들이 앞열에 쭉 앉았다. 이건 바늘방석이다. 토요타사람들은 웃소 떠드는데 나만 바늘위에 앉았다. 내옆은 전문 월간지 여기자가 앉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도 아무런 표정이 없다. 나를 배려하는 듯하지만..기분 나쁨에는 틀림없다.

비행도중 면세품 쇼핑 카트가 돈다. 그 여기자에게 베르사체 립스틱 하나를 사서 선물했다. 애도 하나 있는 아줌마라선지 상당히 좋아한다. 나는 하나의 면피로 립스틱을 제물로 바쳤다. 화기애애하게 동반 비행을 마쳤다.

김포공항. 모두 다 살아서 돌아 왔다. 피곤한 기자들이 밖에서 한국토요타 사람들이 다 나오기를 기다린다. 다 공항 로비에 모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악수를 교차한 후 해산했다. 모든 기자들이 다 돌아가는 것을 보고 손창규 부장에게 보고..”전원 이상 없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손부장 왈 “으 그래 수고했어. 내일 보자. 보고서 쓰고.”…………….간다.  

“보고서…” 참고로 한국토요타는 보고서 회사다. 한국회사들 보고서 많다지만 토요타 보고서에 대면 우습다. 하루에 6-7건의 보고서를 동시다발적으로 작성한적도 있다. 그 보고서에는 반성문도 있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꺼다)

암튼…3박 4일간의 전쟁이 끝났다. 공항 앞에서 택시를 탄다. 아이를 위한 일본과자 8상자, 아내를 위한 립스틱 세트, 나를 위한 죠니워커 블루…그리고 일본의 호텔들에서 그냥 가져온 호텔로고가 밖힌 순면 “유가타”가 전리품이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켜본 휴대폰에는 “아빠, 일본에서 잘 돌아오셔서 기뻐요.”하는 문자 메시지가 뜬다. 딸은 이래서 좋다.

회사로 돌아가 기사확인을 하고 싶지만 참는다. 오늘 하루는 나를 위해 쉬자. 집으로 향한다. 이제 끝이다. 작은 끝.

by 우마미 | 2006/12/05 16:05 | 렉서스 PR 이야기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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