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2007 0 Responses

M&A comm-11

M&A Communicatio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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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 그대로 투쟁의 3개월여가 지났다. 공정위가 H사의 J사 인수를 ‘공정위’적인 시각에서 검토하여 승인, 불승인을 가리는 운명의 날이 왔다. 2005년 7월 20일.

그 동안의 우리 내부적 변화라면, 전체적으로 장기전에 지치기 시작했다. 법률자문팀은 공정위에게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들을 제공하면서 우리의 논리를 전달했고, 경제학 자문팀은 왜 H사의 J사 인수가 문제가 예상되는지에 대해 꼼꼼하게 문서를 꾸며 법률자문단을 지원했다.

법률자문팀은 때때로 여론에서 제시한 (사실은 우리가 개발한) 기사자료들을 직접들고 공정위에 제시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그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일단 진행하고 변화를 기다렸다.

최초 본사에서 내려온 방침은 ‘불승인’을 이끌어 내라하는 것이었다. 후반기에 들어가니 법률자문과 경제학 자문팀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점차 ‘조건부 승인’쪽으로 감이 기울어 가고 있었다. (겉으로 말은 안하지만 담당자들과 자문단들이 그냥 공유하는 감이란게 있다…)

공정위측의 반응은 지속적으로 ‘불승인’이 옳다는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어느 상황을 따라야 할찌, 용기를 갖어야 할찌, 포기해야 할찌…아무도 결정을 못했다.

7월 20일. 공정위의 심사평가단이 회의를 시작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정부 및 민간전문가 그룹이 H사의 J사 인수가 과연 반시장적 반소비자적인지 아닌지를 그 자리에서 판단을 해 결정을 내리는 수순이다.

아침부터 기자들에게 돌아가면서 전화가 온다. 한 기자마다 한 30분에서 한시간 단위로 계속…

하루종일..”우리는 불승인을 간절히 원합니다. 시장과 소비자들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기대합니다.”라는 멘트를 수백번 반복했다.

오후가 또 지났다. 점심을 먹지도 않고 시시각각 현장에서 보고되는 그리고 나의 핸드폰 문자로 찍히는 우리 정보통들의 업데이트를 받으면서 마음을 졸였다.

우리 정보통들의 현장 반응 스케치들도 시시각각 또는 소스별로 달라 어떤게 정확한 것인지 알길이 없다. 맨처음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M&A Communications의 가장 큰 특성은 Chaos다.

퇴근시간이 지났다. 현장에서 “결심이 아마 저녁에나 날 것 같다”는 소식이 들린다. 8시가 되니 모두가 지쳤다. 같이 자리에서 맘을 졸이던 상무 두분이 나에게 저녁이나 먹으면서 기다리자는 제안을 한다.

회사앞 밥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서로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맥주에 소주를 섞어 돌리고 있었다. 주거니 받거니…

“최선을 다했으면 된거야. 결과는 그 다음이지. 결과가 좋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그건 네가 부족해서 그런게 아니니까…너무 마음 졸이지 마라” 

상무님의 위로를 받지만…아직도 기대는 지지 않는다.

9시경이 되니…내 휴대폰에 문자가 갑자기 폭증 한다. 약간 취한 술김에 문자들을 연속적으로 확인했다.

‘조건부 승인 될 듯…’ ‘조건부 승인 분위기…’ ‘조건부…’

암울했다. 조건부라니…승인이면 승인이고 불승이면 불승인이지…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도 아니고…뭐 이딴…바로 사장님에게 휴대폰으로 보고를 드렸다. “예, 정팀장 알겠습니다. 수고했어요”

그후로 부터 10여분후…마치 댐이 터진듯 출입기자들의 전화가 밀려왔다. 상무님들과 시끄러운 밥집에서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바로 옮겨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미 승인, 조건부승인, 불승인에 맞추어 official statement가 정해져 있었다…)

답변은 “공정위의 판결에 유감이다. 조만간 가능한 대응 조치를 강구하겠다” 이상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누군데 이런 판에 밖힌 ‘버터’ 답변에 만족하고 전화를 끊을까…여러가지 물어 본다. 거의 급히 소설들을 만들 기세다.

친한 몇몇 기자들은 질문 말미에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던진다…또 같이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말도 안된다는 반응으로 나의 우울함을 같이 해주었다.

“수고했어. 고생두 했고…이젠 좀 쉬어라” “당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쫌 쉬어 이젠…” “왜 울어? 정신을 차리고 그냥 집에가…괜히 화난다고 술 푸지 말고…”

내가 울고 있었나보다…지금까지 반년간 고생했던 날들을 생각하면서…만났던 기자들의 얼굴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다 보니…눈물이 난 거 같다. 또 모두 쉬라는 말을 한마디씩 공히 해주는 걸 보니…혼자 뛰어 다녀야 했던 내가 그동안 안쓰럽기도 했나보다.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고, 성장했던 기간이었다. 원 없이 최선을 다했다.

밤 11시경…기자들의 문의가 잦아들면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두분의 상무님들과 그동안 우리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견지해준 기자들 여러명이 나를 둘러 보고 앉아 있었다.

그래 내일도 해는 뜰꺼야…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그날…모두 필름이 끊기도록 ‘뒷풀이’를 했다. 쓸쓸한 뒷풀이를 함께해 준…고마운 보쓰들..고마운 기자들…

(다음편은 마지막편으로 왜 우리가 결과적으로 패배했는지에 대한 정리를 하겠습니다)

by 우마미 | 2007/08/01 17:36 | M&A PR 스토리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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