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도 있던 데요?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유명하신 경영 컨설턴트께서 저희에게 위기관리 자문을 해 주시면서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번 위기로 이렇게 피해를 크게 받고 있는데, 어떻게 저희가 이 상황을 기회라고 해석할 수 있을 까요? 위기가 기회라 하는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은 실제 위기관리 컨설턴트들도 흔히 쓰는 말입니다. 외국인 컨설턴트들은 중국의 위기(危機)라는 한자를 예로 들면서 위기(crisis)라는 한자를 보면 이미 그 속에 기회(機)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놀라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런 이야기는 조언으로 듣기 보다는 그냥 재미있는 농담으로 받아들이시면 어떨까 합니다.
일단 한 기업의 위기는 다른 경쟁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맞습니다. 현직 대표이사의 위기는 그 자리를 노리는 다른 후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정 회사를 노리고 있는 규제기관이나 시민단체에게는 그 회사의 위기가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손을 좀 봐야지 하던 기자들에게 찍힌 기업의 위기라면 기자들에게는 하나의 기회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는 그냥 위기일 뿐입니다. 함부로 그 속에서 기회를 언급하거나,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위기 시 심리적 안정이란 정확하게 해야 할 일을 적시에 처리하고 나서 그 결과를 보고 스스로에게 얻는 것이어야 합니다. 마치 놀라고 두려운 타조가 모래 속에 자기 머리를 파 묻듯,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위기가 곧 기회라 하니 기회를 기다리자 하는 생각을 하는 기업은 없겠지요.
억지로라도 위기가 기회라는 개념을 선해하여 보자면 이렇습니다. 기업이 위기 발생 이전에 그에 대해 주목하고 사전적으로 관리하여 위기가 실제 발생되지 않게 만든 경우에는 위기가 곧 기회를 창출하는데 일조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경쟁기업들은 미처 그런 노력을 하지 못해 실제 위기를 맞게 될 테니 자사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평소 훌륭한 명성과 경영 철학으로 유명한 기업이 불행히도 큰 위기를 맞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기존 자사의 가치대로 훌륭하게 위기를 해결해 버리는 경우에는 위기가 기회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주변 공중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에게 ‘역시 훌륭하다’는 찬사를 보낼 정도의 위기관리라면 기회를 만들어 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정리해보면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은 아주 극소수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전적으로 위기를 관리하여 위기가 실제 발생되지 않게 하는 기업. 또는 기존에 구축한 자사의 훌륭한 명성과 기업철학을 보호하기 위해 위기 시에도 일관된 가치를 지켜 나가며 위기를 멋지게 관리하는 기업들이 그런 류입니다.
반대로 사전적으로 아무 관리 활동이 없다가 당황스럽게 위기를 실제 상황으로 맞닥뜨린 기업이나, 평소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의미 있는 명성이나 경영 철학이라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기업에게는 위기는 그냥 위기일 것입니다. 그런 기업에게 만약 컨설턴트가 그래도 ‘위기는 곧 기회’라 조언한다면 그 말은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습니다. 아무 기업에게나 공히 함부로 할 말은 아니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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